늦은 저녁,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찾은 곳은 모모스였습니다.

부산=모모스라고 생각할 정도로 부산 스페셜티 카페에서 모모스가 차지하는 의미는 큽니다. 지난 2012년 카페쇼에서 리브레와 모모스의 부스에 쉴세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모모스는 카페쇼, 윈도 베이커리 등의 다양한 행사 참여 및 원두 공급으로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해드렸던 콘하스에서도 모모스의 초콜렛 프로젝트를 에스프레소 메인 메뉴로 올려놓았죠.

 

여러 의미에서 부산 카페여행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듯 곳이기도 해서, 저는 한달음에 온천장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모모스는 온천장역으로 들어서는 열차에서 보일정도로 역과 가까운곳에 있었습니다. 오뎅과 회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모모스에 들어섭니다.

 

 

원래는 보신탕집이었다는 모모스. 오른편에 보이는 4평 남짓의 작은 테이크아웃 가게가 모모스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맛있는 커피로 부산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모아 부모님의 보신탕집까지 카페로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로서 모모스는 게슈탈트 전환(?)에 성공합니다. 보신탕 입맛의 사람들도 모모스의 커피에 반하게 된, 온천장역의 역사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커피 주문에 나섭니다. 카푸치노와 브루잉으로 니카라과 COE를 선택합니다. 아, 여기서 사소한 오해(?)가 발생합니다. 직원분께서 카푸치노는 두 종류가 있다고 설명을 하더군요.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간 카푸치노와 우유와 커피가 어우러진 카푸치노가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순간 저는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탈리안 카푸치노를 마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분은 주문을 접수. 다음 장면에서 저는 놀라게 됩니다.

  

 

거품이 풍성한(?)카푸치노. 앗, 내가 시키려던건 이게 아닌데.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니 이게 유러피안 스타일이라서, 이탈리안 카푸치노라 주문하셨길래 이 카푸치노로 주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러피안? 이탈리안? 찾아봤지만 정의가 모호하더군요. 결국 드라이(dry)카푸치노 와 웻웻(Wet)카푸치노로 서로의 오해를 풉니다. 앞으로 소개할 카페에서도 드라이와 웻을 분명히 구분해 파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가게마다 설명하는 스타일은 달랐지만 두 종류의 카푸치노를 판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 때문인지, 카푸치노는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코코아 맛은 좋았지만 우유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커피는 밍밍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니카라과 COE는 에어로프레스로 뽑아주더군요. 추출방식 또한 선택이 가능했던것 같은데 그냥 내려주셨습니다.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으니 그렇게 내려주셨겠죠. 스타일리쉬 한 맛이었습니다. 짧은시간에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해낸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바디감도 괜찮았고 신맛과 어우러진 과실향이 좋았습니다. 산뜻한 목넘김또한 인상적이었구요. 드립으로 내렸으면 더 풍부한 향미를 즐길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결국, 아쉬운 마음에 몇 잔의 커피를 더 주문합니다. 앞서 주문한 드라이 카푸치노가 특성상 연했던것 같아 웻카푸치노로 다시 주문. 이번에는 하리오 드립으로 청화 블렌드를 요청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이날 상태가 좋다는 봉봉으로 주문했습니다.

카푸치노는 여전히 밍밍합니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건망고나 자몽의 맛이 좋았지만 아쉬운감은 여전했습니다. 이어서 마셔본 에스프레소 역시 조금 밍밍한 맛이 들었습니다. 머금었을때의 풍부한 향미는 흡사 하루야채를 마시는것과 같이 달달하고 좋았습니다만, 여전히 끝에 느껴지는 밍밍한 물맛이 아쉬웠습니다.

블렌드는 마신 컵들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혀끝에 남는 달달함이며, 중후한 바디감, 사탕수수나 포도에서 느껴지는 단맛 그리고 약간의 씁슬함까지. 상큼하고 다양한 맛을 보여주는 멋진 1월의 블렌드였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말코닉 그라인더와 메져 그라인더 그리고 그 옆에 라마르조코 스트라다 EP가 보입니다. 스트라다는 흔이 볼 수 있는 머신이 아닙니다. 압력을 12바까지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저 머신은 주로 랩에서 쓰이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 스트라다를 만난게 몇 년 전에 카페쇼 모모스 부스였던 기억이 나더군요.

모모스 이외에도 제이스퀘어, 커피공장이 스트라다로EP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모델을 제쳐두고 세 카페가 스트라다를 선택한것은 참 인상적이네요.

 

 로스터는 프로밧입니다.

 

 멀리 뒤로 보이는 소형 로스터가 프로바티노, 안핌과 디팅 그라인더 그리고 라마르조꼬 GS3가 로스팅실에서 테스팅용으로 사용되는것 같습니다. 로스팅룸만 따로 떼어다가 카페를 만들어도 될 만큼 훌륭한 세팅이네요.

 

 좀 어둡게 나온 브루잉 스텐드. 좌측 구석에 보이는 이와키 더치드립툴이 인상적입니다. 추출이 불안정하기로 유명한, 가정용 더치툴입니다. 홍보용으로 쓰이고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에서의 또다른 인상적인 장면. 더치커피를, 그것도 다양한 원두를 사용해서 추출하고 판매한다는 부분입니다. 서울에서도 더치커피는 이제 흔하게 만나볼 수 있지만, 이런식으로 더치커피를 하는 카페들이 많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네요. 더치커피를 위한 로스팅은 따로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만큼 수요가 있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삼 부산의 커피열기를 느낄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최고의 맛을 자랑한 모모스 베이커리. 추천합니다. 꼭 드셔보시길 :) 

 

본 매장이 조금 시끄럽다면 뒷편에 조용한 공간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2층과 생두창고 옆의 공간 등, 넓고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모모스입니다. 

 

모모스의 화려한 활동내역. 사진 속에는 아는 얼굴도 보이네요. 

 

네, 모모스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합니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제가 도착했을땐 취미반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기구를 활용한 추출을 교육하고 있더군요.  

 

부산 스페셜티 생두 낙찰의 선두주자는 모모스입니다. 좋은 생두를 들여오기위해서 애쓰고 이를 아낌없이 나눠서 스페셜티 카페간의 유대를 이끄는 것도 모모스의 역할이죠.

 

다양한 원두들. 이 많은 원두가 다 팔릴까? 싶었지만 마시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추출기구들. 구매의사를 표명하면 직원들은 친절한 설명으로 구입을 도와주더군요. 

 

공개된 로스팅룸입니다. 

 

아메리카노 리필까지 여섯잔을 섭취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모모스를 나섭니다. 

 

 

모모스의 출발이었던 작은 테이크아웃 가게. 

 

 

부산에서 모모스가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카페를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은 모모스가 만들어내는 스페셜티 커피에 자연스럽게 물들게 됩니다. 쓰지않고 떫지않은, 달달하고 고소한 커피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더 이상 다른 카페를 가지 않습니다. 모모스의 직원들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모모스를,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합니다. 커피의 가격은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하는것 치곤 비싸지도 않습니다. 다량,대량 로스팅과 그에 따른 수요는 모모스의 퀄리티 컨트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모모스는 스스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고 이를 주변에 퍼트립니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일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모모스.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광주 커피림, 커피림 블렌드 

 

광주에 맛있는 커피를 소개시켜달라는 말에 무려 세명이 추천해준곳이 커피림입니다. 로스팅과 교육을 겸하고 카페는 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함께 말이죠. 믿을만한 정보를 입수한 저는, 설레는 맘으로 광주로 향했습니다. 카페를 하지 않는다는 쪽지가 붙어있는 커피림에서 커피를 몇 잔 얻어마시며 커피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커핑(Cupping)을 기반으로 한 커피 교육은 물론이요, 철저한 생두관리와 로스팅에 대한 신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사로잡았던건 과테말라였습니다. 고구마를 먹은마냥 고소하고 달달한 느낌에 감귤류에서 느낄수 있는 단맛은 커피림에서만 맛볼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신맛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 커피림만의 생두가 있다는 점(직거래로 받는 질좋은 생두)흔들리지 않는 로스팅은 커피림에서의 원두 구매를 재촉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원두는 기센(Giesen)로스터로 볶아낸 커피림의 블렌드입니다. 

 

 

 

광주 커피림, 커피림 블렌드 테이스팅

원두의 상태는 온화합니다. 약배전이 유행처럼 번져있지만, 사실 안익은 커피들이 대부분이죠. 신맛을 살린 약배전은 자칫 떫은맛을 내기도 합니다. 커피림은 유행에 따르지 않는 로스팅을합니다. 원두 상태를 확인하고 추출을 생각해봅니다. 하리오 V60에 원두는 20g, 물온도는 92도를 맞춥니다. 추출은 150ml를 생각해봅니다. 제가 가장 많이 추출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커피림 사장님과 대화를 하면서 이곳의 커피는 딱히 손을 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한 커피림 블렌드의 맛을 느껴보기 위해서 추출을 해봅니다.

 

신맛이 은은하게 깔린 커피는 입안에서 향을 퍼트립니다. 과일에서 나는 깊은 단맛이 역시 한 축을 이룹니다. 바닐라나 버터에서나는 고소함또한 느껴집니다. 슈가브라우닝이 이런느낌일까요. 고소하고 달달합니다. 은은하게. 복합적이고 다양한 맛들이 균형을 이루면서 목을 넘어갑니다. 마시고 난 후에 뒷맛도 굉장히 깔끔합니다. 식은 커피에서도 단맛이 느껴질 뿐, 강한 신맛으로 거부감을 주진 않습니다. 상쾌한 맛이네요. 좋은 생두를 잘 블렌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맘에드는 블렌드를 만났습니다.

 

이정도 균형감을 생각해본다면, 어떻게 추출해도 맛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굳이 단점을 지적하자면 풍부한 향미나 맛을 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장님께서 얘기한것처럼 의도한 것이기도 합니다. 자극적인 향미와 맛을 자랑하는 커피보다는 안정감있고 균형있는 커피를 추구하는 커피림의 성격이 반영된 로스팅인것이죠. 좋은 콩은 어떤 환경을 만나도 변화하지 않습니다. 제가 맛본 커피림의 블렌드가 그렇네요.

 

광주에서 또다른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커피림 원두 구매방법

전화 070.7621.9414/ 메일 lovable0202@naver.com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299-7

뉴욕 커피기행 마지막편입니다.

소개해드릴 까페는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입니다. 두 카페 모두 잠깐씩 들렀기 때문에 사진이 많지는 않습니다. 가족여행의 일환으로 갔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목적으로 들른 카페에서 오래 있을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던 끝에 1년이 지난 지금에야 마지막 이야기를 써봅니다.

약속도 했고, 개성넘치고 멋진 카페들이었기에 추억으로만 남기기엔 아쉽기 때문이죠.

 

앞선 소개한 뉴욕의 카페들도 그랬듯이 오늘 소개할 카페들도 잠시 들렀다 가는 테이크아웃 가게입니다. 오래있기 힘들었던 이유는 꼭 일정때문이라곤 할 수 없다는게 두 카페의 특징이죠. 이는 멘하탄의 특성(크고 넓은 샵을 열기 어렵다는 점)과 미국의 커피문화를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지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시간을 보내는 곳은 아니라는거죠. 자세한 이야기는 사진을 보면서 함께 해드리겠습니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말끔하게 그쳤습니다. 덕분에 화창한 아침, 주택가에 숨어있는 카페 그럼피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간판이라곤 문 옆에 작게 달린게 전부.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쉽상입니다. 하지만 뉴요커들은 그럼피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침이면 유독 이 가게 앞에만 사람들이 북적이죠.

 

224 West 20th Street에 수줍게 위치한 카페 그럼피니다.

 

 메뉴는 간단합니다. 다른 카페에서 봤던 코르타도대신 플렛화이트가 있습니다. 저는 역시 플렛화이트를 선택.

 

클로버입니다(클레버 아니죠). 원래는 그라인더 일체형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한 잔의 커피를 뽑아내는 식의 브루잉을 염두하고 만든 머신입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그라인더가 제거됐고 완전 자동이 아닌 반자동(커피 찌꺼기를 수동으로 치워야 합니다)으로 만들어졌죠. 이미 몇 년전에 시에틀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스타벅스가 인수해 유명세를 떨쳤죠. 한참 등장해서 화제가 됐을때, 커피 세미나를 통해 접하게 된 머신입니다. 몇 년이 지난후에야, 뉴욕에서 겨우 두 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궁금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클로버로 뽑아낸 커피도 주문을 합니다.

 

머신은 시네소. 여타 다른 카페들이 라마르조꼬를 고집하는 것에 비해 시네소를 택했다는건 주목할 부분입니다.  

플렛화이트입니다. 거품이 예쁘진 않네요.

부드럽고 은은한 맛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식지않는 강렬한 느낌이 있습니다. 식어도 부담없이 마실수 있었죠. 여운이 길진 않습니다. 오히려 우유가 들어갔지만 깔끔한 느낌이랄까요. 들고다니며 후룩후룩 마시기에 딱이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둥. 클로버로 내린 커피입니다.

니카라과였습니다. 프렌치 프레소의 느낌이 강했지만, 훨씬 깔끔했습니다. 내리는 과정을 보니 편해보이기도 했구요. 가격이 비싸다는 점 이외에는 바쁘게 돌아가는 테이크아웃 샵에 적합한 기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두의 맛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솔직하고 깔끔하게 브루잉 할 수 있다는 점, 번거롭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네요. 

 

매장 내부입니다. 맞은편엔 앉기 불편한 몇 개의 의자와 테이블이 있구요. 좁고 복잡한 매장은 오래 앉아있기 적합한 곳은 아닙니다. 빨리 커피를 받아들고 빠져나왔습니다. 

 

브루잉 스텐드. 사실 미국에선 우리나라처럼 핸드드립이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아시아인이 주전자를 잡으면 마치 무술을 하는 사람처럼 바라보는 것도 이러한 문화차이에서 나온것이구요. 보시다시피 드리퍼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냥 메탈필터를 걸쳐놓고 물만 붓는것이죠. 중요한건 커피의 양과 분쇄도, 온도, 물의 양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커피를 뽑을 수 있을까. 신기해서 한참 바라봤지만, 여간해서 브루잉을 하진 않더군요. 클로버가 있으니 따로 주전자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시키는 사람도 없고, 내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이미 뉴욕 카페에 자리잡은지 오래입니다. 그럼피의 로스팅실은 카페 안쪽에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보이고 케멕스와 커피잔이 보입니다. 

 

자, 써드레일 커피입니다. 240 Sullivan Street (West Third Street)에 위치합니다.

 

뉴욕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써드레일 커피는 요런 분위기의 길을 걷다보면 금방 나옵니다.

대학가 근처라 그런지 다른 골목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군요. 골목 사이사이에 위치한 뉴욕대학교 건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캠퍼스, 산에서만 학교를 다닌 저는 부럽기만 합니다.

 

써드레일 커피입니다. 오래전에 뉴욕대를 졸업한 사촌형이 학교 근처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겸사겸사 들렀습니다. 저 빼곤 다들 커피를 마셨다며 더 이상 마시지 않겠다고 합니다. 저는 한 마리의 뉴요커가 되서 매장문을 덜컥 엽니다. 

 

자자, 멀리 보이는 인텔리젠시아 커피와 스텀타운 커피가 인상적입니다.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는 샵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사용하는 원두를 진열해 놓습니다. 스텀타운과 인텔리젠시아는 맨하탄에서 이미 보증된 수표입니다. 저는 코르타도를 주문합니다.

 

멀리 뒤로 보이는 브루잉 머신과 말코닉 그라인더 그리고 라마르조꼬 머신입니다. 작지만 갖출건 다 갖췄습니다. 아, 앉아있을만한 테이블은 갖추지 않았구요.

 

커피 맛은?

스텀타운에 라마르조꼬에, 숙련된 바리스타입니다.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대충 어떨지 짐작하실수 있을겁니다. 커피를 들고나오면 보이는 뉴욕대학교의 캠퍼스 골목골목에 취해 마시기에 적절한 맛입니다.

 

총 다섯 곳의 카페를 들렀습니다. 모두 맛있고, 멋있고, 좋은 카페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뉴욕, 멘하탄에 있는 카페들은 모두 다 저럴까요? 아닙니다. 5번가에서 들렀던 스타벅스는 제 최악의 커피 best5(?)안에 듭니다. 자동머신에서 과일 즙짜듯 세어나오는 에스프레소는 시럽을 넣어도 쓰디썼습니다. 차이나타운에선 커피보다 버블티가 더 맛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서비스로 나오는 커피들도 형편없었구요. 한국과 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골목골목 카페를 찾아다녀야 합니다.

 

뉴욕의 커피 문화에서 본받을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맛있는 커피를 찾아 마실 줄 압니다. 근사한 외관, 번뜩이는 간판, 빈티지 인테리어는 필요 없습니다. 호텔라운지에 번들처럼 끼어있어도, 주택가 속에 숨어있어도, 근사한 케익가게가 옆에 있어도 사람들은 다 알아봅니다. 바쁜 아침시간에도 굳이 그곳까지 가서 줄을 섭니다. 맛있는 커피에 대한 존중이 있고 인내도 있습니다.

카페들은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훌륭한 커피 한 잔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취향을 강요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희생을 강요할수도 없구요.

 

바쁘다면, 굳이 골목의 카페를 찾아가기 싫다면, 쓴 커피를 쓴 맛에 시럽넣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5번가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십니다.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알고, 좋아한다면 어느정도의 희생은 감수합니다. 아침에 5분일찍 일어나 김미커피에서 라떼를 사가는거죠. 뉴욕에는 이런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프렌차이즈 샵들 사이에서도 김미커피, 그럼피, 스텀타운의 커피가 빛을 낼 수 있는것이죠.

 

 

 

짧은 맨하탄 커피투어는 여기서 막을 내립니다.

어디든, 그 지역의 카페문화를 경험하는건 큰 도움이 됩니다. 뉴욕 커피 기행은 계속되는 저의 커피 투어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와 다이렉트 트레이드 그리고 인디 커피문화를 몸소 체험한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 저의 글이 뉴욕의 커피 문화를 얼마나 잘 전달했을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맨하탄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이 카페들을 방문했으면 합니다.

분명, 잊지 못할 한 잔의 커피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

 

 

 

  •  뉴욕 커피 기행 - 일주일간의 뉴욕 카페 탐방
  • 카페 지도와 상세 주소 그리고 안내

    http://beirut.tistory.com/199

     

  • 스텀타운 커피 로스터즈 Stumptown Coffee Roasters
    http://beirut.tistory.com/212

     

  • 조 Joe 김미커피 Gimme! Coffee
    http://beirut.tistory.com/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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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
    http://beirut.tistory.com/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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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일러커피(구 포레스트) 에티오피아 시다모 훈쿠테(Ethiopia Sidamo Hunkute)

     

     

    테일러 커피에서 들여온 에티오피아 시다모 훈쿠테입니다.

    매장에 들러 테이스팅을 했었는데, 부드러운 홍차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력저인 시다모라 생각해 벼르다가 구매를 했네요.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탄생지로도 유명하고, 그 특유의 플로럴한 향으로도 유명합니다. 보통의 시다모는 향과 함께 치고 올라오는 신맛을 자랑하는편이죠. 약배전 시다모는 특히 더 그런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마셨던(매장에서) 훈쿠테는 온화했습니다. 균형잡히 산도에 자스민향이 인상깊었죠.

     

    훈쿠테는 에피오피아 Dalle, Sidama 지역에서 자랍니다. 시다모중에서도 높은 고도인 1900-2100m의 고지대에서 수작업으로 피킹된 이 커피는 당도와 깊은 향을 자랑하죠. 1700여 농가가 있는 작은 농장에서 재배되며 워시드 가공과정을 거칩니다. 테일러 커피의 테이스팅 노트에는 자스민, 레드베리스, 감귤향(시트릭 아로마)라고 써 있습니다. 봉투는, 포장을 뜯기 전 부터 깊은 향을 풍깁니다. 원두는 상당히 약배전 돼 있네요.

     

     

     

    테일러 커피 에티오피아 시다모 훈쿠테 테이스팅 노트

    약배전된 커피를 컨트롤 하기 위해 에어로프레스+메탈필터의 조합을 사용해봤습니다. 굵기는 드립보다 좀 더 굵게, 커피 20g에 95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200ml사용해 추출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추출시간은 약 2분입니다. 약배전 로스팅은 아로마를 이끌어내기에는 좋지만, 자칫 잘못하면 떫은맛을 줄수도 있습니다. 종이필터 대신 메탈필터를 선택한 것은, 종이필터로 걸러낸 경우 날이 선 맛이 느껴질수 있기 때문입니다. 높은 온도로 빠르게 추출해 원두와 물과의 접촉시간을 줄이고 필요한 맛과 향만을 빠르게 걸러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커피에는 역시 홍차맛이 가득합니다. 신맛이 치고 올라오기보다 다른 맛과 부드럽게 조화하는 느낌을 주네요. 자스민의 느낌과 중약의 바디감이 훈쿠테의 풍미를 잘 전달해줍니다. 목넘김은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자스민 꽃향이 에프터테이스트로 남는건 매력적입니다. 일부 외국사이트의 테이스팅노트엔 라임이 적혀있습니다. 수긍할만한 테이스팅 노트입니다. 저는 아오리(파란 사과)가 생각났습니다. 식었을때 신맛보단 고소함이 남아있어 매력적이었습니다. 고급 원두는 커피가 식어도 균형감을 잃지 않습니다. 훈쿠테도 몸값을 하는군요.

     

    테일러 커피를 열어본 순간 당황했던건 약배전 로스팅이었습니다. 약배전 커피는 컨트롤하기가 쉬운편이 아닙니다. 테일러커피는 그중에서도 굉장히 예민한편에 속했습니다. 첫잔을 마시고 두 번의 추출을 더 시도했습니다. 에어로프레스+메탈필터에 드립용굵기/18g/90도/210ml/2분30초 세팅으로 내린 커피는 조금 날카롭고 떫은맛도 느껴졌습니다. 같은 굵기에 하리오 v60을 사용하고 20g/90도/200ml로 내린 것은 이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맛있는 추출을 위해서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테일러 훈쿠테의 베스트 추출법은, 높은 온도에서 드립보다 조금 굵은 굵기로 많은 양을 빠르게 뽑아내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했을때 약배전 특유의 향미도 살아나고 훈쿠테가 가진 좋은 맛을 살릴 수 있단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가장 맛있었던 추출은 테일러커피에서 먹었던 것입니다. 볶은 사람이 커피를 가장 잘 아는 덕분일까요. 그때의 그 맛이 100% 느껴지지 않아 아쉽긴 했습니다. 

     

    여기까지, 시다모 중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훈쿠테 테이스팅 후기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원두 리뷰를 하면서 걱정되는건 추출의 문제입니다. 제가 하는 방법이 최선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원두를 구매할 때 물어보는겁니다. 어떤 온도에서, 어떤 기구로 어떻게 추출해야하는지 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구로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물어보는거죠. 분명 로스터는 좋은 답변을 해줄겁니다.

     

    테일러커피 원두 구매방법

    홈페이지 http://www.tailorcoffee.com

    전화 02.334.0355 / 트위터 @tailor_coffee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9-15번지 1층

     

     

    추어탕과 춘향이가 전부인 동네라고 생각했기에, 한옥을 개조한듯한 찻집에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춘향이를 외쳐대니 쌍화차는 맛있겠지, 오미자차는 마실만하겠지 하며 그곳의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여니 난로에서 풍겨오는 훈훈함이 몸을 감쌌습니다. 요즘엔 좀처럼 보기 힘든 한옥의 구조도 눈을 사로잡았죠. 가장 흥미로웠던건 연탄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있는 라마르조꼬 상자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리니 리브레 커피가 보이더군요. 남원에서 춘향이와 추어탕이 아닌 리브레와 라마르조꼬를 만나다니.

     

    서둘러 커피를 시키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자, 이제 커피를 시킵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과 카푸치노 한 잔. 바리스타는 숙련된 솜씨로 두 잔의 커피를 내립니다. 

     

     

    에스프레소는 다크리브레입니다. 잘 숙성된 덕분인지 단맛이 풍부하더군요. 묵직한 벨런스가 자극적인 맛을 감싸줘서 편한하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깊은곳에서 품어나오는 넛트향은 커피를 넘긴 후에도 오랜시간 지속됐습니다.

    카푸치노의 우유거품은 이런 에스프레소의 특징을 잘 이어받았습니다. 잘 데워진 우유는 고소함을 잔뜩 머금고 있더군요. 토피넛 라떼를 먹는듯한 느낌이랄까요. 조금 연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대체로 밸런스도 좋았고 포근한 느낌이 살아있어 겨울에 잘 어울렸습니다. 계절감이 살아있는 카푸치노네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보통은 머신은 '보여주는 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름이 다 보이도록 디스플레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여기선 수줍게 '조꼬'정도만 보이는 라마르조꼬입니다. 보일듯 말듯 하는 저 라마르조꼬의 로고도 이곳의 분위기를 말해줍니다. 메져그라인더도 수줍게 자리잡습니다.

     

    뒤에는 공장포스를 풍기는 말코닉501 그라인더와 모카마스터가 보입니다.

     

    '커피가 참 달아요'라고 말하자 바리스타는 대답합니다.

     

    '리브레는 항상 잘 숙성된 원두를 보내주죠. 저는 그걸 믿고 잘 뽑아내기만 하면 됩니다.' 

     

    이곳에선 로스팅은 하지 않습니다. 일찍이 리브레에서 커피를 공급받았다고 하네요. 로스팅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고, 잘하는 로스터를 믿고 커피를 내리는게 오히려 더 좋지 않느냐는 얘길 합니다. 로스팅은 욕심이 없다고 하네요. 로스터에 대한 강한 신뢰와 맛있는 커피에 대한 신념이 한 잔의 커피를 더 주문하게 만듭니다.

     

     

    커피메뉴가 간단하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일전에 싱글오리진의 메뉴가 5개를 넘기지 않는게 좋다고 말한적이 있죠. 에스프레소 메뉴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 딱 4개정도의 메뉴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음료 관리의 측면에서, 커피맛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바닐라 라떼나 캬라멜 마끼아또 등이 메뉴에 올라와 있는 카페와는 분명 차이가 있죠.

     

    그 외에 전통차 메뉴가 눈에 띕니다.

    손님들과 '타협'을 위한 전통차 베리에이션 메뉴도 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타협'이 무엇인지는 차차 설명하겠습니다.

     

    이 한옥은 '진짜 한옥'이라고 합니다. 강원도에서 살던 한옥 명장이 지리산 밑자락에 지으셨다고 합니다. 난방은 난로와 온돌(전기온돌이라고 합니다)이 대신합니다. 건물이 자연스럽게 외부의 공기를 받아들이고, 온돌과 난로는 그 공기를 서서히 녹입니다. 카페 내부가 심하게 건조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훈훈한 느낌을 주는건 이 덕분이죠. 여기선 커피를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한옥의 맛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곳곳에 보이는 쌍화차들. 돌솥으로 만든, 숟가락으로 퍼먹는 저 쌍화탕이 이곳의 베스트 셀러더군요. 어르신들, 젊은이들 너나할것없이 쌍화차를 주문합니다. 그래서 저도 쌍화탕을 주문해봅니다. 

     

     

    손님들이 있어 카메라에 잘 담지는 못했습니다만, 인테리어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서울의 카페에선 발견할 수 없는 남원 산들다헌만의 매력포인트입니다. 

     

    쌍화차는 돌솥잔에 오랫동안 데워진 후 나옵니다.

    '이곳에선 쌍화차 허투로 하다간 욕먹습니다. 쌍화차를 오랫동안 마셔온 분들이 많거든요.'

    산들다헌이 처음 오픈했을땐 커피는 주메뉴가 아니었습니다. 주인장은 오랜시간동안 차에 집중했다고 하네요. 커피는 차의 맛이 어느정도 자리잡은 후에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쌍화차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정해진 쌍화차 재료를 넣고 잘 끓여낸 후에, 그 맛을 살릴만한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작업이 오랜시간동안 이뤄졌습니다. 쌍화차의 맛은 깊습니다. 각종 한약재에서 느껴지는 풍미가 잘 전달되더군요.

    숟가락으로 건져먹을 수 있는 밤 건더기들은 산들다헌 주인장이 고민한 결과입니다. 어떻게 쌍화차를 내도 쓰다고 하는 손님들과의 타협점을 찾은거죠. 오랜시간 밤을 익히면서 그 밤에서 나오는 단맛을 이끌어 낸겁니다. 설탕을 부어넣는것보다 이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것이죠.

     

    커피를 아무리 잘 내려도 쓰다고 하는 손님들이 있는건 당연합니다. 아직 맛있는 에스프레소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히지 않은것도 있고, 이곳을 찾는 많은 어르신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럽을 넣는다거나 무조건 연하게 커피를 뽑는것도 쉽게 정할 수 있는 문젠 아니죠.

    산들다헌의 주인장은 계속해서 고민하며 타협점을 찾아갑니다. 제대로 차를 만들고 커피를 뽑으면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말이죠. 설탕과 시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진짜 커피와 차의 풍미를 전달하기 위해 산들다헌의 바리스타는 매일같이 고민합니다.   

     

    맛에 대한 타협부터 시작해서 음악적 취향, 커피에 대한 소신까지. 여러모로 주인장과 통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오랜 친구를 만난것처럼 스스스럼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그러다가 등장한것이! 

     

    바로 요녀석입니다. 카카오 64%짜리 초콜렛이죠. 시럽과 설탕의 단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이 초콜렛으로 만든 핫초코는 쓰기만 합니다. 하지만 사실 여기의 핫 초콜렛은 깊은 풍미를 자랑합니다. 잘 뽑아내린 에스프레소처럼 과일의 신맛도 가지고 있고 깊은곳에서 여운을 남기는 단맛도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진하고 쓴 한 잔의 핫초코일뿐이죠.

    여기서 산들다헌 바리스타가 찾은 타협점은 구운 머쉬멜로입니다. 좋은 재료를 포기 하지 않고, 손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낸것이죠.

     

    맛있는 커피에 대한 고민도 똑같습니다.

    좋은 물로, 좋은 원두로, 좋은 기계로 최선을 다해 커피를 내리면서도 그는 고민합니다. 혹여나 이 커피가 쓰다고 느껴지진 않을지,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을지. 그의 고민이 담긴 한 잔의 커피가 저는 너무 소중하기만 합니다.

     

     

     

    손님들이 어느정도 빠지자 가게를 둘러봅니다. 은은한 조명이며, 가져다 놓은것들이며 어느 하나 흘겨볼게 없습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가르는 저 '발' 또한 매력포인트입니다. 인위적으로 벽을 치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죠. 맛있는 음료는 물론이요, 편안한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하는 매력포인트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신 잔이 8잔. 이후에도 몇 잔 더 얻어마셧으니 저녁을 먹지 않아도 배가 차는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커피와 쌍화차도 훌륭했지만, 전통차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메뉴들도 훌륭했습니다. 대추야자 스무디는 설탕이나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고 깊은 단맛을 선사합니다. 녹차스무디는 진짜 말차를 듬뿍 넣은 덕분에 녹차향이 풍부하구요.

     

     

    바를 어질러 놓은건 전부 저의 잘못입니다.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 쉬지않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 산들다헌 가는길 -
      광한루에서 춘향교 방향으로 직진. 두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직진하면서 좌측을 돌아보면 산들다헌.
      혹은 남원 메가박스 근처. 자세한 위치는 전화로 확인.
    • 전북 남원시 쌍교동 103-2 , 063-632-3251
    • 월요일 휴무, 연휴 당일 휴무(추석 당일, 설 당일)

     

     

    새해 첫 포스팅입니다.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숨겨두었던 글로 올해를 시작하게 됐네요. 
     



    바리스타들은 멋있어 보입니다. 주문과 동시에 뚝딱 커피나 나오는걸 보면, 그들이 하는 일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은 종종 바리스타에 대한 오해를 하곤 합니다. 사람들은 바리스타가 누구나 조금만 배우면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또한 쉬워보이는 추출과정때문에 손님들을 상대하는것도 벅차지 않을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커피를 추출하는 일은 보이는 것 처럼 그리 쉬운일이 아닙니다. 가령, 에스프레소 추출만 해도 그렇습니다. 바리스타는 출근하자마자 몇번의 추출을 합니다. 그 날, 손님들을 맞이할 원두의 상태를 체크해야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일은 예민한 원두의 상태를 파악하는것부터 시작합니다. 언제 로스팅이 됐는지, 얼마나 바스켓에 담아야 하는지, 탬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추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한 잔을 만드는데는 엄청난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업중에도 지속적인 추출로 인해 커피 맛에 변화가 생긴건 아닐지, 바리스타는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커피는 취향의 음료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추출한 한 잔의 커피도 누군가의 입맛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님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조용히 커피를 남기고 가는 손님이 있다면, 바리스타에게 항의하는 손님도 더러 있습니다. 바리스타들은 손님들의 미세한 반응부터 체크해가며 다른 주문들을 소화합니다. 손님들이 나간 후, 마감을 하는 일은 바리스타가 해야하는 또 다른 일입니다. 커피 기구들은 민감합니다. 특히 에스프레소 머신은 예민하기 이를데 없죠. 바리스타들은 설거지부터 시작해 매장 청소 그리고 정산까지 하는게 보통입니다. 카페가 11시에 문을 닫는다면, 그들이 카페 문을 닫는 시간은 적어도 12시.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늦게 나가거나한다면 퇴근은 훨씬 더 늦어집니다. 바리스타들은 근무시간동안 바(bar)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근무하는 내내 서 있어야하고, 손님의 민감한 반응에 항상 친절한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민감한 미각(혹은 감각)을 유지하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휴식을 하기 위해 카페를 찾습니다. 주말과 공휴일은 커피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바리스타들에겐 남들이 쉬고 노는날이 더욱 고단합니다. 충분한, 일정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들에겐 매우 힘든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번도 바리스타의 근무여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홍대 인디뮤지션 못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그들은 일하고 커피를 내립니다. 실력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훌륭한 프로 바리스타들이 파트타이머의 시급과 다르지 않은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시급은 두번째 문제입니다. 마음놓고 커피를 만들수 있는 환경또한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도제방식으로 직원을 교육하는 카페가 점점 줄어들곤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오너에게 커피맛에 대한 솔직한 조언은 금물이죠. 수 년간 커피를 만들어오고, 마셔왔지만 그들의 조언은 달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최선의 추출을 꿈꾸는건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과도한 친절을 요구합니다. 추출하는 와중에 말을 거는것은 예사입니다. 바리스타들은 언제나 준비된 웃음과 답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사시미를 든 일식 조리사에겐 말을 걸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리스타들은 추출을 하는 순간에도 웃으며 손님들과 대화를 합니다.

    추운 겨울, 친하게 지내던 한 바리스타가 문자로 해고당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쪽의 이야기만 들었다는 점에선 분명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을겁니다. 그래서 말을 꺼내는것도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바리스타가 어떤사람들인지 얘기 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바리스타들은 가장먼저 카페에 나가 가장 늦게 마감을 하고 나오는 사람들입니다. 누구보다도 카페와 커피에 애착을 가진 분들입니다. 한 잔, 한 잔, 허투로 내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쉬는날이면 다른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를 사랑합니다. 항상 최선의 환경에서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내려주는 어떤 커피라도 전 즐거이, 행복하게 마십니다.

    한 잔의 커피를 위해 그들이 들인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지난 겨울의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맛있는 커피는 커피와 바리스타 그리고 그것을 마시는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 탄생합니다. 올해에도 바리스타들은 매일 커피와 고군분투를 할겁니다. 맛있는 커피에 귀를 기울이고 한 잔의 노력에 관심을 가지는 손님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커피 추출이란 말은
    그것이 간단한 과정이라는 환상을 낳게 한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많은 가변요소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그들 모두 맛있는 음료로써 추출되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히 제어되어야 한다.

    인간의 정신은 일련의 작은 생각을 통해
    자연의 비밀에 조금씩 다가간다고 한다.
    이들 작은 생각은 때때로 과학적인 방법이 된다.

    by Ted R Lingle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카페 견문록에 이은 원두 견문록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카페를 돌아다니며 커피를 마신건 2008년입니다. 대학교 1학년이었고, 새 정권이 시작됐고, 커피에도 새로운 물결이 일기 시작했죠. 카페가 봇물터지듯 생기며 너도나도 로스팅을 시작했던 시기였습니다. 별 뜻을 가지고 커피를 마셨던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름 의미있는 시점에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죠.

    꽉 찬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카페 산업은 엄청난 성장을 이뤘습니다. 늘어나는 카페의 수가 그걸 말해줍니다.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죠. 하지만 양적 성정이 이뤄진 만큼 질적성장도 이뤄졌는지는 의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 그 예입니다. 자영업자들을 몰아낸, 수익성을 강조한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카페들입니다.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나라의 구조적 모순이 괴물을 이러한 키워낸건 사실입니다.

     

    커피를 사랑하고, 온전히 그 맛과 향에 집중하는 카페들은 서서히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늘어나지만, 골목 구석구석 콩을 볶아내는 소규모 카페들은 잊혀저갑니다.

     

    연재 글들은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획일성이 가득했던 지난 5년과 앞으로의 날들 속에서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카페들과, 맛있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연결고리가 되고자 합니다. 커피를 중심으로한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하는것이죠. 다양성을 존중하는 커피문화가 자리잡는것에 일조하는 것, 맛있는 커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로스터와 바리스타들이 맛있는 커피한잔을 만들어내는데 보탬이 되는것이 저의 작은 목표입니다.

     

    노란코끼리, 크리스마스 블랜드

     

     

     

    연하장과 함께 노란코끼리의 크리스마스 블랜드가 도착했습니다.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드립용 블랜드입니다. 니카라과 자바니카종 커피와 인도네시아 롱배리의 적절한 블랜딩입니다. 자바니카 니카라과는 이미 노란 코끼리에서 싱글오리진 커피로 판매하고 있죠. 자바니카종은 에티오피아에서(에티오피아는 2000여종이 넘는 커피 품종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합니다) 탄생한 이 품종은 자바에서 옮겨져 재배되다 니카라과로 다시 옮겨저 지금의 자바니카가 됐습니다. 롱베리 같이 길쭉한 생두의 모습과 벌집을 씹어먹을때 나는 복합적인 단맛이 특징인 커피입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롱베리가 더해져 중후한 맛을 보충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느끼한 음식을 먹고 입가심으로 적당한 커피라는 소개가 있었습니다. 블랜드된 커피의 종류와 그라인딩 후 나는 묵직한 향기가 그 설명을 대신하더군요. 

    하리오 v60드리퍼를 사용하고 필터는 케맥스용 필터(일반필터보다 두껍습니다)를 이용합니다. 30그램, 300미리 추출을 결심하고 빠른속도로 내립니다. 노란코끼리 원두는 기본적으로 클레버나 브루잉 머신을 사용한 추출을 권장합니다. 핸드드립으로 그런 추출을 묘사해보기 추출 플랜을 짜봤습니다. 평소보다 연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내릴 수 있도록 집중했죠.

     

    노란코끼리 크리스마스 블랜딩 테이스팅 노트
    플럼의 향, 바닐라의 벨벳 느낌, 코코아의 바디감이 느껴집니다. 노란코끼리에서 써놓은 테이스팅 노트가 잘 들어맞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느낌들은 느끼함을 덜어내줍니다. 크리스마스에 먹는 기름진 음식들을 위한 블랜딩입니다. 화려한 파티에 어울리는 적절한 후식용 블랜딩이죠.

     

    목넘김할때 느껴지는 건자두나 체리의 느낌은 단맛을 느끼게 합니다. 에프터테이스트도 좋습니다. 오래 머금고 있으면 어지러울정도로 바닐라향이 치고 올라오는편입니다. 숙성된 과일의 신맛과 유제품에서 느낄수 있는 향 그리고 약간의 쓴맛이 미묘하게 밸런스를 이룹니다. 벨벳의 느낌이 식어가면서 날카롭게 변해간다는점도 괜찮습니다. 가벼운 식사후엔 부담스러울수도 있겠네요.

     

    노란코끼리의 원두들은 전반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누구나 쉽게 내릴 수 있는 로스팅이 원칙이기 때문이죠. 주로 사용하는 기구가 클레버나 대중적인 커피머신이라면 노란코끼리의 커피를 추천합니다.

     

    노란코끼리 원두 구매방법

    홈페이지 http://www.yellowko.co.kr/

    전화 02.334.5889 / 이메일 coffee@yellowko.co.kr /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Yellownoko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10-1번지

    ※ 추신: 나무사이로 본 지점은 맞은편으로 확장이전하였습니다. 더욱 고즈넉하고 풍요로운 새지점에서 커피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

     

    드립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때, Y군은 저의 소중한 실험대상이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지그재그를 그려가며 어렵게 내렸던 드립실력 덕분에 맛없는 커피도 왕왕 만들었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먹었을까 싶은 커피도, 그때는 친구와 즐겁게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Y군은 맛없는 커피도 마셔줬을뿐만 아니라 저와 테이스팅 노트를 만드는 작업도 했습니다. 외래어로 가득한(?) 커피 맛에 대한 표현에 반감을 가지고 우리 나름의 표현을 찾아보자는게 목표였죠. 홍어, 매주 등등의 단어는 우리가 마신 커피에 대한 주된 표현이었습니다(그만큼 고약하고 맛없게 커피를 내렸단 뜻이겠죠). 어쩌다 맛있게(?) 내려진 커피에는 조금 신선한 표현이 따라붙었습니다. '어린아이의 몽당연필'은 모카 하라를, '초원 위를 달리는 소녀의 치마자락'은 하와이안 코나를, '브라질 광부의 땀방울'은 브라질 커피를 맛 본 후 적어둔 표현이었습니다. 틀에박힌 언어로 커피를 표현하는 저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씩 그 때의 순수한 마음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카페 나무사이로는 그때의 그 마음을 다시 생각나게 만든 카페입니다.

    나무사이로의 10주년 기념 블랜드의 이름은 '봉우리'입니다. '노래하는 새'나 '풍요로운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커피들은 나무사이로가 커피에 대해 가진 생각을 보여줍니다. '어린아이의 몽당연필'을 생각케 하는 봉우리(커피 콘하스에서 만난) 한 잔은 저를 카페 나무사이로로 이끌었습니다.

     

    매번 생각하지만, '나무사이로'는 참 평화로운 이름입니다. 

     

    나무사이로는 모든 직장인의 드림 오피스텔, '경희궁의 아침' 상가에 위치해있습니다

     

     

    카페 내부가 좁아서, 밖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나무사이로의 메뉴판입니다. 나무사이로는 나인티 플러스(Ninety Plus, 90+)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죠. 쉽게 볼 수 없는 히타치노 네스트도 눈에 띕니다. 저걸 시키고 싶었지만 꾹 참고 에티오피아 네키세와 온두라스 미라플로레스를 시킵니다.

     

    나인티플러스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무사이로의 드립커피는 신맛을 지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맛이라 함은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상큼한 신맛이죠. 아주 잘 가공된 고급커피에서 나는 신맛이 극대화된 커피가 바로 나무사이로의 커피입니다.

     

     

     

    우선 에티오피아 네키세입니다. 에티오피아 특유의 플로럴한 향이 잔을 가득 메웁니다. 건체리나 딸기에서 맛볼 수 있는 상큼함과 달달함이 인상적입니다. 나인티플러스는 에티오피아의 화려하고 풍부한 맛을 극대화 했죠. 표현하기 벅찬 감동이 찾아오는 한 잔입니다.

     

    온두라스의 첫 모금은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고소함과 상큼함이 뒤에 따라오죠. 포도에서 느낄 수 있는 달달한 맛과 신맛은 흡사 화이트 와인을 생각하게 만드네요. 톡톡터지는 상큼함이 인상적입니다. 식을수록 조금씩 치고올라오는 신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네요.

     

    최근, 잘 들어오지 않던 온두라스 생두들이 밀려옵니다. 특유의 와인맛 때문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원두이기도 합니다. 세로아줄(Cerro Azul), 네셔널 위너(네셔널 위너, National Winner, Finca El Manantial Subrina)등 훌륭한 온두라스가 요즘 곳곳에서 보이고 있네요. 모두 풍부한 질감에 다양한 와인의 맛을 보여줍니다. 커피리브레, 매드커피, 나무사이로에서 맛 볼 수 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또 다시 평범하고 외래어로 가득한 표현을 써버렸네요. 과거를 회상해 표현해보자면,

    에티오피아는 흡사 낑깡을 생각나게 합니다. 개구장이들이 가득찬, 꽃이 활짝 핀 유치원의 맛입니다.

    온두라스는 아늑하고 포근한 소파에 누워 먹는 청포도의 맛이네요!

     

     

     

    나무사이로의 컨셉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커핑(커피를 분쇄상태의 가루부터,물에 녹아 식을때 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살펴, 커피의 상태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작업; 자세한 내용은 커피 수업과 관련된 이전 포스팅 참조)은 그 프로젝트중의 하나죠.

     

    최근 나무사이로를 위시로 퍼블릭 커핑을 하는 카페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매드커피, 엔트라사이트에서 커핑을 했었습니다. 관심있으신분들은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

     

    나무 사이로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합니다.

     

     

     

    나무사이로의 대표적인 블렌드들입니다.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커피들이기도 하죠.

    얼마전 들렀던 커피 콘하스에서 만난 봉우리 블렌드가 저를 이곳으로 오게 만들기도 했지요.

     

     

    다양한 커피들입니다.

     

    나무사이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나인티플러스를 맛볼 수 있는 카페입니다.

     

    나인티플러스는 그 의미대로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는(혹은 그 정도 수준의) 커피를 의미합니다.

    Joseph Brodsky는 에티오피아 커피가 가진 잠재력을 알아봅니다. 하지만 후진적이고 폐쇠적인 에티오피아의 커피 시장 때문에 우리가 여태껏 맛볼 수 있었던 에티오피아 커피들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죠. 그는 에티오피아의 핵심을 파고듭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에티오피아 커피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죠. 이를 통해 그는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에티오피아 커피들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탄생한 커피들이 잼베, 네키세, 데르나예, 월론디등의 이름을 가진 나인티플러스 커피들이죠.

     

    나인티플러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두 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ninetypluscoffee.com

    http://blog.daum.net/wahrheim/388

     

     

     

    에스프레소를 소개하지 못했던 건, 다양한 싱글오리진 커피 때문입니다.

    나인티플러스로 만든 카푸치노에선 딸기케이크 맛이 난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머신은 라마르조고 GB/5 2group, 콤팍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저 멀리 드립용 디팅(Ditting) 그라인더가 보이네요.

     

     

    바에는 와인향이 가득했습니다. 마침, 벵쇼를 따르고 계셨기 때문이죠 :)

     

    히타치노진저에일을 판매합니다. 침이 꿀꺽. 누구, 저거 한 병 사주실 분 없나요?

     

    더치커피도 판매합니다.

     

     

    손님이 많아서 내부는 찍지 못했네요. 부분적인 모습들만 사진에 담았습니다.

     

    ※ 추신: 나무사이로 본 지점은 맞은편으로 확장이전하였습니다. 더욱 고즈넉하고 풍요로운 새지점에서 커피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

     

    Alexandre Tharaud - Chopinata

     

    Marc-Andre Hamelin, Chopinata

     

    Le Boeuf sur Le Toit(지붕위의 황소)는 1920년대 프랑스의 한 캬바레 이름이다. 영화 Midnight In Paris를 본 사람이라면 생각나는 장면이 있을거다. 콜 포터의 음악이 신나게 흘러나왔던 그 곳이 1920년의 캬바레였다. Chopinata는 Clement Doucet가 쇼팽의 왈츠와 환상곡을 섞어 만든 춤곡(Foxtrot)이다. 1920년대는 헤밍웨이나 스콧피츠제럴드 혹은 달리나 피카소가 있었다. 그러면 그 땐 어떤 음악이 있었냐고? 콜포터를 비롯한 캬바레 음악이 있었다.

     

    고전음악 공연은 지금처럼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19세기 말에는, 리스트같은 기교파 혹은 꽃미남 연주자들이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지금의 아이돌 스타처럼 그들을 숭배했다. 연주 후, 그의 대기실은 항상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뿐만아니다. 대부분의 공연 플레이리스트는 잡다했으며, 연주자들은 관객들이 너무 시끄러워 연주를 못하겠다고 할 정도로 개방된 분위기에서 연주했다. 너무나 조용해 기침조차 하지 못하고, 박수도 눈치 봐가며 쳐야하며 조금만 둘러보아도 상모를 돌리고 있는 사람이 보이는 그런 분위기는 1920년대에 없었다. 와타나베 히로시는 '청중의 탄생'에서 작금의 견고한 고전음악 문화가 발전하게 된 일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 한다. 1920년대는 그렇지 않았다는게 그의 이야기다.

     

    프랑스 출신의 꽃미남 피아니스트 Alexandre Tharaud의 새 앨범 Le Boeuf sur Le Toit(지붕위의 황소)는 그가 가진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출발한다. 전쟁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줄곳 모여 연주를 했던 할아버지의 캬바레는 타로가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한 소중한 매개체다. 그 어릴적, 할아버지를 통해 알게됐던 1920년대의 파리는 타로에게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가 연주한 바흐, 라무, 쿠프랭 혹은 쇼팽의 연주를 들었던 사람이라면 이 앨범이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보면 그의 연주는 1920의 파리에 잘 어울린다. 손가락이 건반에 닿는듯 안닿는듯,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그의 연주는 낭만을 즐길줄 알았던 캬바레 손님들에게 제격이다. 멋지게 턱시도를 차려입고, '그래서, 새들도 벌들도 교육받은 벼룩들도 사랑을 나누죠, 사랑해요, 모두 사랑에 빠집시다'고 말하며 연주한다. 사람들은 그의 연주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것이다. 이 앨범에는 클래시컬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는 Jeane Wiener나 Clement Doucet의 음악부터 시작해 Cole Porter, Darius Milhaud등 1920년대에 활약한 작곡가들이 작품이 실려있다. 낭만주의의 바통을 이어받은 혹은 스윙과 블루스로 이어지는 과도기의 음악들이다.

     

    고전음악이 지루하다고 생각했거나 어찌해서 고전음악이 즐거울수 있는가 궁금한 사람들은 타로의 연주를 들어보길 바란다. 1920년대의 파리를 생각하며 Chopinata를 듣는다면 당신도 오늘 저녁, 술취한 길목에서 홀연히 나타난 클래식 푸조를 타고 캬바레에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쇼팽을 듣고 콜포터도 듣고 스윙과 재즈를 듣고, 다시 쇼팽을 듣고 베토벤도 듣고 모짜르트도 듣고 바흐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음악들은 다 연결되는 것이니까. 아름답고 신나면 다 좋은거니까.

     

     

    Original score of Chopinata, 1927

      

    Alexandre Tharaud - Le Boeuf sur Le Toit

     Alfred Brendel - Impromptus(D.899)

     



    눈이 온다. 커피를 갈고 물을 끓인다. 커피를 다 내리고 나면 의자를 챙긴다. 눈이 오는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자리에 의자를 둔다. 풍경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고 커피를 마신다.

    Gabor Boldoczki의 바흐 트럼펫 협주곡(으로 편곡한)을 듣는다. 식상하지만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도 듣는다.  Albrecht Mayer의 오보에 연주는 겨울들어 가장 많이 찾는 음반이다. 요래저래 눈하고 어울리는 음악을 찾다가 듣게된 슈베르트. 결국엔 슈베르트로 커피잔을 비우고 들어왔다. 오늘 들었던 곡은 D899. 슈베르트가 작곡한 두개의 즉흥곡집 중 하나(Op.90)다.  두 즉흥곡집 모두 슈베르트 사후에 출판됐고, '즉흥곡'이란 제목은 출판가가 붙였다고 한다.

    사실 음악을 듣기전에 설명부터 읽자치면 지루하기 짝이없다. 가령 이곡은 음조가 어떻게 되고 도이치 번호는 어떻고, 작품번호는 어떻고, 곡의 흐름은 어떠며 어떤 형식이고 등등. 더군다나 고전음악에 관심이 없는 경우는 더 그럴것이다. 나부터도 처음 이 곡을 설명을 접했을땐 그랬으니까.

    눈오는 날 자연스럽게 D899를 들을 수 있었던건 기억 덕분이다. 
    내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법은 매번 같은 방식을 따른다. 슈베르트의 예를 들자면 이렇다. 지난 겨울쯤이었고, 광화문 커피에서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D940을 들었다. 선배는 더 좋은 연주가 있다며 나에게 Paul Lewis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어렴풋이 기억된 그 멜로디가 어느날 갑자기 생각났고, 기억을 더듬어 음원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곤 무한 반복. 귀에 박히도록 슈베르트이 피아노 듀엣을 들었다. 그리고 곁들여 받은 다른 작품들도 들어두었다. 겨울에 들은 슈베르트는 그렇게 강력한 기억으로 남았다. 찬 바람이 불면 의례 슈베르트가 생각났다. 겨울에 잘 맞는 옷차림이라 생각했다.

    다시 슈베르트를 꺼내들은건 올 겨울,  아이팟 한 가득 슈베르트만 담아서 들었다. 몇시간이고 반복된 슈베르트 플레이. 그렇게 나는 슈베르트 소나타를 기억속에 담아두었다. 맘에드는 것들은 해설도 찾아보고 악보도 읽어보았다. 기억을 넘어서 각인이 된 슈베르트는 이제 온전히 내것이 되었다. 오랜시간 집중해 다시 슈베르트를 들었다. 이젠, 언제쯤에 슈베르트 소나타를 들어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됐다. 여름아닌 겨울, 눈이오거나 비가 오거나 찬바람이 몰아치는 밤 혹은 새벽. 나는 내 기억속의 음악을 들었다.

    대부분의 음악이 이런식 기억되고 플레이된다. 어떤식으로든 많은 음악을 들으려 노력한다. 시간을 내서라도 그 음악을 몇번이고 들어본다. 그 곡을 작곡한, 연주한 사람 만큼이나 음악을 들었을때 그것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그래서 오늘 나는 슈베르트를 들었고, 눈이내리는 풍경속의 피아노 연주는 오늘 하루를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이제 다시 슈베르트에 대한 글들을 찾아본다. 까막눈이지만 악보도 훑어본다. 
    평론가들은 슈베르트의 즉흥곡이 서정적인 멜로디의 결정판이며 그의 뛰어난 표현력을 보여주는 곡이라 평가한다.  이 곡에는 가식도 없고 넘치는 서정도 없다. 밸런스가 잘 잡힌 한 병의 와인같은 곡이다. 3악장과 4악장은 이 곡의 백미다. 긴 멜로디 라인에서 긴장을 뽑아내는건 멘델스존의 무언가(Lied Ohne Worte, Op.109)를 연상캐 한다. 

    내가 처음 들었던 건 오스트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Alfred Brendel의 연주다. 평론가들이 왜 이 곡을 슈베르트의 타고난 서정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연주이기도 하다. 넘치지 않으면서도 절제된 그러면서도 풍부하고 따뜻한 연주다.  그 밖에 또 추천하는건  Paul Lewis, David Fray의 음반이다. 둘다 최근에 발매됐으니 구입해서 들어보는것도 추천한다.

    영상은 Alfred Brendel, 덧붙여 Paul Lewis와 David Fray의 음반 정보를 소개한다.


    Paul Lewis
    http://www.limelightmagazine.com.au/Search/Default.aspx?q=david%20fray%20impromptus



    David Fray
    http://www.guardian.co.uk/music/2010/jan/21/schubert-moments-musicaux-impromptus-d899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회학 졸업논문으로 홍대 카페거리를 분석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홍대 주변의 카페를 특성에 따라 몇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별로 커피의 평균 가격이나 고객의 선호도 등을 조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죠. 다양한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홍대 카페들의 네트워크 지도를 그렸고, 그들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묶여있다는 결론을 지었었습니다. 근사한 초기 설계와는 달리 형편없는 논문이 됐지만, 그 때 발로 뛰어서 조사했던 내용은 아직도 저에게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오늘은 그 내용중의 일부로 카페 소개를 시작할까 합니다.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카페를 선택한다고 답했을까요? 무려 70%입니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분위기가 좋고 인테리어가 멋지다고 인식하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자신이 지불한 커피 가격이 아깝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홍대의 카페들이 외관에 신경쓰고, 직원의 옷차림에 신경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람들에게 커피맛은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멋있고 친절하기만 하면 아무리 맛없는 커피를 내리더라도 만사 오케이죠. 홍대 카페들의 질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아직도 만연하게 퍼져있는 이런 인식이 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시작한 이유는, 호두커피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호두커피는 포화상태인 홍대 상권과는 조금 떨어진 망원동에 있습니다. 

     

     '카페인 트럭'의 주인장이 거금을 들여 정착한 곳이기도 합니다.

     

     

     커피 가격은 준수합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커피맛에 어울리는 가격입니다.

     

     

    원두리스트는 보통입니다. 제 생각엔 5종을 운영하는것 정도가 맥시멈인것 같습니다. 생두관리나 운영측면에서 말이죠. 원두 가격 역시 착합니다. 

     

    콜롬비아입니다. 클린컵이 좋습니다. 모나지 않고 단촐한 맛이랄까요. 화려하진 않지만 부드러움과 감칠맛이 숨어있습니다. 첫 모금이 조금 거칠긴 했지만 이내 잠들더군요.  

     

    에스프레소는 약했습니다. 바디감이 부족하다는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역시 텁텁한 맛이 없고 깔끔합니다. 에스프레소 혹은 아메리카노로 즐기기엔 적당한 맛입니다. 우유를 이겨내는 맛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로스터에게 직접 여쭤보니 우선은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를 위한 블렌딩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라떼의 경우에도 강한 맛을 내는 블렌딩은 피한 로스팅이었다고 합니다. 연령대가 있는 지역 주민들도 오는 카페라 무턱대고 강한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하십니다. 블렌딩은 차차 연구해나가신다고 하니 앞으로도 기대해봐야겠네요.

     

     로스터입니다. 좀 특이하죠? 토리스터라는 로스터에요. 메이드인 대전. 한국에서 직접 만든 수제 로스터기입니다. 처음에는 좀 의구스러웠지만, 커피맛을 보고나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깔끔한 매장내부. 좌측 하단에 있는 영도 로스터기가 눈에 띕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라고 하네요.

     

    그라인더는 메져. 머신은 에스프레사(Espressa). 일렉트라계열의 머신이라고 합니다.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한 머신이라고 하네요.  

     

     

     내부는 수수하면서도 재미있게 꾸며놨습니다. 커피맛과 어울리는 인테리어입니다.

    커피맛도, 인테리어도 과도하지 않습니다. 바리스타는 손님이 커피를 마시는데 침범하지 않습니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다운 카페입니다.

     

    멋진 신세계나 범우사 문고판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음악은 마그네틱 필드. 69 Love Songs에 수록된 곡들이 흘러나옵니다. 마그네틱 필드를 들어주는 카페는 처음이었습니다. 책이나 음악이나, 범상치 않은 호두커피입니다.

     

     

     

     

     

    카페는 결국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만들어갑니다. 손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카페는 만들어지고 변화하죠. 최근 몇년간 홍대에 들어선 수많은 카페들은 그런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고자 머리아프게 변화하고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그곳을 찾습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 자신들의 커피를 만드는 곳은 없습니다.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마네킹처럼 트렌드만 따라가기에 바쁘죠. 

     

    정체성을 잃은 카페들의 시대입니다. 너도나도 돈이되는 카페를 만들다보니 부동산 가격은 올라가고 메뉴나 인테리어는 다 비슷해집니다. 쉽게 그만두기도, 시작하기도 어려운게 요즘의 홍대 카페죠. 논문의 결론은 이와 비슷합니다.

     

    호두커피같은 카페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커피를 생각하고 카페를 만드는 주인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이죠. 하나같이 똑같고 시끄러운, 분위기 좋고 인테리어 멋진 홍대 카페에 질린 분들을 위해서 말이죠.

     

    • 호두커피 가는 길 -
      6호선 마포구청역이나 망원역 이용. 각각 5번출구와 2번출구로 나와 동교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면 된다. 버스 이용시 7011번을 타면 좋다. 미원아파트 입구(정류소번호 14-258, 14-257)에서 내리면 바로 호두커피다.
    •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5-1번지, 02-324-9543
    • 영업시간 08-22시
    • http://hodoocoffee.com 

     

    뱀발. 오는길엔 커피상점 이심에 들렀습니다. 연남동 친구들을 모두 힐링시켜버렸다는 그 유명한 레몬티를 먹고왔습니다. 몸과 마음이 허하신분들은 이심을 찾으시길. 새로운 메뉴도 등장했습니다 :) 

    추신 : 매드커피는 지난 8월을 기점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대신, 김영현 로스터는 펠트felt라는 이름으로 창전동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도림에 공장을 둔 펠트는 원두 납품을 주로 하고 있으며, 창전동에 있는 쇼룸 Show Room에서는 펠트의 커피를 맛볼수 있습니다. 주소는 창전동 2-47. 곧 블로그에도 상세한 리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감독, 음악가 혹은 소설가나 시인이 있듯 저에게는 좋아하는 바리스타가 있습니다. 이 영화다 혹은 이 음악이다! 하는 느낌이 올 때가 있습니다. 필모그라피를 찾아보고 다른 영화를 보고, 봤던 영화를 또 보고. 비포 선라이즈는 언제봐도 가슴이 아려오고 지아장커의 스틸라이프는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합니다. 그의 커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의 카푸치노를 마시는 일은, 첫사랑을 만나는 기분이랄까요.  

     

    오늘 소개할 카페는 여의도에 문을 연 메드커피 로스터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리스타, '라임'씨가 로스터와 바리스타를 겸하고 있는 카페입니다. 한동안 바bar를 떠나있던 라임 바리스타를 만난건 지난 10월 입니다. 자신의 가게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에 저는 두근 반, 세근 반, 콩딱이는 마음을 졸이며 매드커피 로스터즈의 오픈날을 기다렸습니다. 

     

    매드커피 로스터즈입니다. 여의도에 있고 로스팅은 매장에선 하지 않습니다. 따로 로스팅실이 있다고 하네요.

     

    매장 전경입니다.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데 필요한 건 다 있어보입니다. '커피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느낌이 몰려오는군요.

     

    두둥. 홍대 카페 다니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낯이 익은 얼굴일 수도 있겠네요. 지난 번 커피견문록에서 소개했던 한 매장의 메인 바리스타이자 로스터였죠. 바로 라임 바리스타입니다. 지금은 매드커피 로스터스의 주인장입니다.

     

    그는 신선한 생두를 선택하고, 적절하게 블렌딩해서 찰지게 볶습니다. 완벽한 추출이 아니면 과감하게 커피를 버리기도 하죠. 그의 커피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민감한 입맛을 따라잡고 풍부한 향미의 커피로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합니다. 고백컨데 저의 카푸치노 사랑은, 라임바리스타의 카푸치노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매드커피 로스터스의 메뉴입니다. 지금은 가오픈 상태라고 할 수 있어서 정식 메뉴판이 없습니다. 다음주가 되면 정가로 판매하고 메뉴도 더 추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커피 메뉴(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는 3-4천원 정도. 그 밖에 각종 차와 칵테일도 메뉴에 오른다고 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마신 감동의 카푸치노. 커피 리브레에서 들여오는 생두인 엘살바도르 놈브레 단종으로 내린 카푸치노였습니다. 깊은 여운을 자랑합니다. 벨벳느낌도 나고 건포도의 맛도 느껴졌습니다. 달달하고 부드럽네요. 에프레소는 블렌드로 마셔봤습니다. 오렌지나 레몬 느낌이 강했습니다. 감칠맛도 느껴졌구요.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둘 다 추천합니다.

     

    라임 바리스타는 매번 새로운 로스팅을 시도합니다. 계절에 따라, 생두의 상태에따라 새로운 블렌딩을 시도합니다. 매드커피로스터스에 자주 방문할 수 있는 분이라면 라임바리스타의 다양한 블렌딩을 즐길 수 있겠네요.

     

     

    기본적인 셋팅입니다. 에스프레소용 정수기는 에바퓨어를 사용합니다. 그라인더는 메져와 콤팍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꼬 GB/5입니다. 라마르조꼬의 여느 머신들이 그렇듯 온도 안정성이 뛰어나기로 유명하죠. 좋은 물과 그라인더, 머신에 실력있는 바리스타까지 겸비한 메드커피 로스터스입니다.

     

    그라인더 옆에 놓여있는 다양한 종류의 탬퍼(커피를 눌러주는 기구). 탬퍼는 바닥의 형태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평평한 바닥인 flat, 둥근 형태의 euro curve, 유로커브보단 완만한 곡선의 american curve, 물결 무늬의 ripple, 가장자리가 깎여있는 형태의 c-flat등이 있죠. 탬퍼의 형태가 커피의 맛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탬퍼가 있다는것 자체가 재미있는 부분이네요.

     

    다양한 종류의 시럽과 차 그리고 칵테일 재료들이 있습니다. 낮술도 판매할 예정이라니 필요하신분은 이곳을 찾으시면 되겠습니다 :)

     

    드립커피는 매번 다른 종류가 제공됩니다. 이날은 다른 종류는 다 팔리고 놈브레만 남았네요. 카페쇼를 다녀온 여파로 손이 떨려 핸드드립을 마시지는 못했습니다. 참, 드립커피용으로 사용하는 정수기는 클라리스(Claris)라고 합니다. 에스프레소용과 다른 물을 사용하는점이 인상적이네요.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드립커피를 안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테이크아웃을 중심으로 하는 매장이라 테이블이 별로 없습니다. 불필요한 인테리어 없이 깔끔하게 꾸며놓은 내부가 인상적입니다.

     

    라임바리스타(왼쪽)과 매니저입니다. 두분 다 훈훈한 외모를 자랑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찾아가보시길 바랍니다.

     

    매드커피 로스터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카페이기도 합니다. 섬세한 두 바리스타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네요 :)

    • 매드커피 가는 길 -
      5호선 여의도역, 9호선 샛강역이용. 5호선 이용시 5번,6번출구로 나와 KBS별관 방향으로 직진, 별관을 끼고 좌회전 후 직진. 9호선의 경우 2번출구 이용. 직진하면 롯데캐슬 아이비가 보인다. 지하 1층에 위치해있다.
      버스 이용시 KBS별관(정류장 번호: 19-150), 하나은행여의도중앙지점(19-287), 여의도한양아파트(19-286)이용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3-4 롯데캐슬 아이비, 지하 1층
    • 영업시간 10-20시, 일요일 휴무

     

     추신 : 매드커피는 지난 8월을 기점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대신, 김영현 로스터는 펠트felt라는 이름으로 창전동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도림에 공장을 둔 펠트는 원두 납품을 주로 하고 있으며, 창전동에 있는 쇼룸 Show Room에서는 펠트의 커피를 맛볼수 있습니다. 주소는 창전동 2-47. 곧 블로그에도 상세한 리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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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 : 카페를 소개할 당시 에스프레소 추출을 맡았던 노영환 바리스타가 그만두었다는 소식입니다. 원두 라인업도 리뷰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네요. 바리스타의 추출스타일이나 원두의 상태에 따라 리뷰 당시와는 커피맛이 상이할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재미있는 포스팅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종종 한국 카페를 리뷰하곤 하는

    http://frshgrnd.com/2010/09/three-rules-of-thumb-for-avoiding-bad-coffee-in-seoul/

    한국에서 맛없는 커피를 피하는 세가지 방법이란 글입니다.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로스터리 샵, 한자로 된 간판 그리고 10-20종의 싱글 오리진을 취급하는 가게를 조심하라는 내용입니다.

     

    오해의 여지가 있는 이 글에 간단히 설명을 붙이겠습니다. 서울에는 유난히 로스터리 샵이 많은데, 저자는 대부분이 콩을 태우기 일쑤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가게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로스팅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 합니다. 한자로 된 가게들은 오래된 일본식 방식에 갇힌 고리타분한 커피를 내린다고 말하죠. 마지막은 당연합니다. 20종이 넘는 커피를 파는 건 말이 안되죠. 김밥천국도 아니고. 의견이 분분할수 있겠지만, 저는 90%정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따지고보면 틀린 건 없기 때문이죠.

     

    커피 콘하스는 서교동에 있는 한 프로덕션 사무실 밑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콘테이너 박스로 유명한 건물이죠. 그리고

    처음 찾는 분들에겐 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카페 콘하스입니다. 콘테이너+하우스의 합성어인것 같습니다. 2층부턴 사무실입니다. 1층은 통유리로 된, 카페 콘테이너 입니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저 머신은 슬레이어(Slayer)입니다. 국내에선 아직 사용하는 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작년 카페쇼 '리브레'부스에서 잠시 본적이 있네요. 심플한 디자인과 잘빠진 곡선은 슬레이어만의 매력이죠. 유량조절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추출능력과 보일러또한 우수하죠. 머신계의 또다른 명품입니다. 콘하스는 바에 상당한 투자를 했습니다. 슬레이어 3그룹, 로버그라인더, 말코닉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셋팅으로는 완벽합니다.

     

    아, 보이는 사진은 아직 완벽한 셋팅이 아닙니다. 12월 초가 되어야 머신 셋팅이 완료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임시 셋팅. 기대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싱글오리진 커피는핸드드립으로 제공됩니다. 원하는 경우에는 클레버나 에어로 프레스로 주문해도 됩니다. 싱글오리진은 에스프레소처럼 다양한 로스터리샵에서 받아온 것들을 사용합니다. 블렌딩도 있습니다. 제가 이날 마신건 블렌딩. 그 유명한 나무사이로의 봉우리 블렌드입니다.

     

    바리스타 팀 코어(Core)에서 로스팅한 슈팅스타를 베이스로 한 플렛화이트입니다. 바디감과 신맛 그리고 단맛의 균형이 좋았습니다. 흡사 밀크 초콜렛을 연상시키더군요. 부드러운 목넘김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놀라운건, 단종 로스팅이라는 겁니다. 생두는 2011년 컵오브 엑설런드(COE)에서 5위를 한 르완다네요.

     

    이 밖에도 콘하스에선 로스터리 샵의 각축장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에스프레소를 제공합니다. 코어를 비롯해 모모스, 나무사이로, 알레그리아 등 이름있는 로스터리의 콩들을 받아서 사용합니다. 지금의 계획으로는 두달 단위로 두 종씩 바꿔 사용한다고 합니다. 바리스타는 지속적으로 수준있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는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게 콘하스의 목표입니다.

     

    콘테이너 박스가 쌓여있는 항구를 생각하면, 커피 콘하스가 어떤 점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을겁니다. 콘테이너 박스에 실린 물건들이 세계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듯, 콘하스의 커피도 다양한 로스터리의 커피를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곳의 바리스타인 노영환씨의 말에 의하면 커피 콘하스는 유리로된 콘테이너 박스에 비유할수 있다고 하네요.

     

    자, 그럼 오늘의 유리 콘테이너엔 어떤 커피들이 있을지 살펴볼까요

     

    서초동에 있는 카페 알레그리아입니다. 예가체프 이디도네요.

     

    경희궁의 아침에 있는 카페 나무사이로. 봉우리 블렌드입니다.

     

    부산하면 모모스. 초콜렛 프로젝트 블렌드를 출품했네요.

     

    바리스타팀 코어입니다. 슈팅스타네요. 블렌드는 아니지만 에스프레소용 원두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원두들이 콘하스를 통해 선을 보인다고 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을것 같네요.

     

     

     

     

     

     

     

     

    지난 포스팅에도 말씀드렸듯, 한국에는 열정적인 사람이 너무 많은것 같습니다. '콩도 볶고 커피도 내리고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카페를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죠. 하지만 두마리 토끼를 잡는건 쉬운일이 아닙니다. '로스팅은 로스터에게, 추출은 바리스타에게'를 지향하는 영국의 커피문화에서 배울 점이 있는거죠.

     

    커피 콘하스의 커피는 실험적입니다. 한곳에서 지속적으로 커피를 공급받는 곳은 많지만,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원두를 받아쓰는 카페는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콘하스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추출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이요, 질높은 원두로 소비자에게 다양한 커피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잘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 커피 콘하스 포인트 - 콘테이너 박스로 만든 감각있는 인테리어(아웃테리어), 완벽한 머신셋팅, 다양한 로스터리를 경험할 수 있는 더할나위 없는 기회!
  • 커피 콘하스 미스 포인트 - 다양한 로스터리, 꾸준한 커피맛을 요구한다면 조금 힘들수도.
  • 커피 콘하스 포 미 - 종로에 가지 않아도, 부산에 가지 않아도! 커피 콘하스에서!
  • 커피 콘하스 가는 길 - 중앙버스 정류장 '서교호텔'에서 하차. 불고기 브라더스쪽으로 길을 건너 합정역 방향으로 조금 직진, 사거리가 나오면 망원역 방향으로 우회전.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왼쪽에 보이는 컨테이너 건물이 커피 콘하스. 마을버스 9번이 다니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68-17번지. 혹은 잔다리로 10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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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 : 카페를 소개할 당시 에스프레소 추출을 맡았던 노영환 바리스타가 그만두었다는 소식입니다. 원두 라인업도 리뷰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네요. 바리스타의 추출스타일이나 원두의 상태에 따라 리뷰 당시와는 커피맛이 상이할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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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코끼리 병욱이형

     

     엄마

     

    누나 

     

    김형 혹은 만두형 

     

    조카 현서 

     

    조카 우서 

     

    조카 우서와 현서

     

    나, 우서가 찍어준 사진 

     

     현서와 엄마

     

          가족 사진

    혜화동 

     

     

    간송 미술관 

     

     

     

     

    간송 미술관 

     

     

    간송 미술관 

     

    동부 이촌동

     

     

    창경궁

     

    라일리, 불광동

     

     

    대학로, 학림

     

     

    필름협찬, 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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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호 바리스타의 세미나, 커피 리브레

     

    지난 월요일 저녁, 리브레에서는 박상호 바리스타의 커피 세미나가 열렸다.

    박상호 바리스타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영국에 진출했다. 아시아인도 손에 꼽히는 영국 커피업계에서 그는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둬왔다. 스퀘어 마일즈를 기반으로 일하면서 런던 바리스타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거두는 등, 편견과 차별속에서 어느덧 런던 최고의 바리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날 세미나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영국의 커피 산업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비교적 늦게 커피 산업에 진출한 영국이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영국의 커피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까지. 경험에 기반한, 전문성을 바탕으로한 흥미로운 세미나였다.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피쉬엔 칩스 아니면 굳이 먹고 마시는 것에 밀어넣은 홍차문화가 전부일 것이다. 영국이 본격적으로 커피산업(정확히 말해서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한것은 2005년이다. 음식문화에서는 별볼일 없었던 영국이 불과 10여년 사이에 스페셜티 커피에서 두각을 나타낸건 호주와 뉴질랜드의 영향이 컸다. 영국에 비해 식문화가 발달한 호주와 뉴질랜드의 젊은이들이 영국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양질의 커피 문화를 전파했기 때문이다. 각각 2005년, 2008년에 문을 연 Cafe Flat White, Milk Bar는 영국 스페셜티 커피의 기반을 다졌다. 여기에 Square Mile이 힘을 더하기 시작하면서 영국의 커피는 커피의 산업혁명 이뤘다. 여기엔 Steve Leigton의 In my mug(커피를 주문하면 매주 목요일 일정량의 커피와 함께 그 커피를 설명하는 영상을 배달해주는 시스템), 2009년 바리스타 챔피언 Gwilym Davies의 Disloyalty card(다른 8개의 샵에서 커피를 마시면 자신의 샵에서 커피를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카드)같은 헌신적이고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힘을 더했다.

     

    이렇게 박상호 바리스타는 전반적인 영국의 커피 산업의 발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더불어 그는 한국과 구분되는 영국의 커피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외국의 한 카페 리뷰어가 지적한 것 처럼, 한국에는 로스터리샵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영국은 런던에 있는 수 십 개의 스페셜티 샵중 로스터리는 불과 다섯 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도 할 수 있어'가 아니라 '그래, 로스팅만큼은 로스터를 믿자'라는 마인드가 잘 정립해 있는게 그 이유다. 또, 경력직을 우대하기보다 각각의 샵의 분위기에 맞는, 열정이 있는 직원을 뽑는 것도 한국과 영국의 차이점이다. 이 밖에도 레시피를 중요시하는 점(물의 온도, 추출량과 시간에 대한 정확한 기록), 저울과 타이머 없이는 커피를 내리지 않는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소금, 식초맛 과자가 심심치 않게 팔려나가는 것 처럼 신맛을 좋아하는 영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신맛을 중심으로한 벨런스가 좋은 커피를 뽑아내는 것. 역시 한국과 비교되는 영국의 커피문화였다.

     

    이 세미나의 초점은 영국의 우월한 커피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영국 커피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한국 커피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주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나는 커피 스터디 사람들과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나누었다. 그러다가 두 개의 커피하우스가 떠올랐다. 바로 대학로의 학림과 다동의 다동커피집이다.

     

     

    대학로, 학림

     

     

    네이버, 히룡(coolday33)의 사진출처 : 네이버, 히룡(coolday33)의 사진 http://photo.naver.com/view/2010082900264960095

     

    학림을 커피만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그런 학림을 얘기하기에는 공간과 시간이 부족하므로 오늘은 커피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자.

     

    1956년 처음 문을 연 학림은 지금까지 줄곳 '학림 블렌드'만을 팔아왔다. 50년간 학림의 커피 맛은 변해왔다. 아니 변해왔을 것이다. 분명한건, 어느 순간부터 학림은 자신만의 맛을 찾았다는 것이다. 신맛이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밍밍하지는 않은, 구수한 숭늉의 느낌이 나면서도 커피 고유의 쌉싸름함(Bitter)이 살아있는 맛. 벨런스의 측면에선 한국의 어떤 카페도 따라오지 못할 훌륭한 블렌드다.

     

    학림의 커피 맛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부분이다. 스퀘어마일이 세계적인 로스터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영국 커피 문화에 기반한 벨런스 있는 로스팅이다. 신맛을 좋아하는 영국인의 입맛을 기반으로 질좋은 생두와 철저한 메뉴얼화를 통한 로스팅이 스퀘어마일 커피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신맛이 강한것은 사실이지만, 언제나 벨런스를 훌륭하게 유지하고 있기때문에 거북함이 들지 않는다.

     

    신맛은 과연 세계적인 트렌드일까? 자칭 커피 마니아라고 하는 사람들이 혹은 세계트렌드를 따라간다고 하는 샵들이 좋아하거나 내놓는 약배전 커피들이 과연 진리일까. 자칫 잘못하다간 콩을 익히지도 못해 신맛만 잔뜩나는, 벨런스가 무너지기 쉽상인 커피가 우리의 입맛에 맞는 커피일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학림의 커피는 신 커피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트렌드라 하기에는 강배전을 고집한지 너무 오래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학림을 찾는다. 수 십 년간 그곳에서 커피를 마셨던 사람부터 이제 막 커피를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까지, 학림의 커피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학림의 커피는 스퀘어 마일보다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 학림이 연구해온 맛은 한국의 문화와 정서에 기반한다. 우리의 커피문화를 생각할때, 학림이 떠오르는 이유다.

     

     

    다동, 다동커피집

     

     

    개인적으로 다동의 커피를 좋아하는 편은 안니다. 물에 커피탄 듯, 커피에 물탄듯 그곳의 커피는 너무 연하다. 스트롱 커피나 에스프레소만이 그곳을 찾을때 즐겨 먹는 메뉴다.

     

    다동은 고집이 센 커피집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직도 4000원에 커피를 팔면서 무제한 리필을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커피'를 하는 자부심도 크다. 은은하면서도 고소하고 달달한 커피에 중심을 둔다. 한 번도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커피의 농도는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 누구도 그곳에선 커피가 쓰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집중해야 느낄 수 있는 은은하고 깊은 맛에 감동을 받는다.

     

    믹스커피가 훌륭한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다동의 커피는 그렇다. 4000원을 내고 이 커피, 저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건 누구에게나 신나는 일이다. 게다가 커피는 진하거나 쓰지 않다.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어떤 한국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맛이다. 다동에 앉아있다보면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을 볼 수 있다. 젊은 사람들만 뺵뺵한 홍대의 카페 거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종로의 50대 부장님들도 다동에 자주 찾는다. 얼큰한 부대찌게를 먹고 입가심하기에 다동의 커피는 무리가 없다.

     

     

    우리의 커피

     

    어떤 외국인이든 한국에 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렇게 카페가 많은 나라가 있을까 싶을 것이다. 프렌차이즈는 물론 직접 콩을 볶아대는 로스터리 카페들도 넘쳐나고 있다. 양적인 성장이 가진 단점은 이미 명명백백히 드러났다. 아직도 프렌차이즈 카페에선 시럽없이는 커피 먹기가 힘들다. 그리고 대부분의 로스터리 샵은 콩을 덜 익히거나 태우고 있다.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져다 놓고도 과추출을 하는건 예사로운 일이다.

     

    반면, 그 속에 숨은 진주처럼 커피를 만드는 카페들이 있다. 양질의 생두를, 오랜 연구를 통해, 정성을 들여 볶는 로스터리들이 있다. 그 카페들 덕분에, 그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어느곳을 가도 부끄럽지 않은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사람들은 함께 입맛을 끌어올린다. 좋은 커피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포인트는 분명하다. 우리만의 커피문화가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커피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커피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나 유럽을 쫓아가면서도,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한다.

     

    학림과 다동같은 고민을 하는 카페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당장 우리 어머니를 데려가도 좋아할만한, 그런 카페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영국에서는 한 카페에서만 오전에 수 백 잔의 커피가 팔려나간다고 한다. 수백명의 영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한국 스페셜티 로스터리도 이런 카페가 됐으면 좋겠다. 양질의 커피로, 벨런스가 뛰어난 커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커피를 마실 줄 안다면 신맛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당신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이곳의 커피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카페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학림 가는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3번출구로 나와 직진. 혜화동 로터리방향으로 50m정도 가다보면 2층에 있는 학림다방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4가 94-2, 02-742-2877

    언제나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담배를 자유롭게 필 수 있는 몇 안되는 카페다. 변하지 않는 학림의 블렌드는 학림에서 먹어야 가장 맛있다.

     

    다동 가는길

    버스 정류장 종로1가(01-191)에 내려 청계천을 건너가면 다동 먹자골목 사이에 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5번출구, 2호선 을지로입구역 2번출구에서 가깝다. 서울 중구 다동 164-1, 02 777-7484

    커피를 처음 마시는 사람들에게 추천. 은은하고 고소한, 달달하고 부드러운 다동의 커피맛에 인심후한 리필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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