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에 자본이 유입되고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여 본래에 거주민들이 떠나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이 용어를 사용할때는 상업 젠트리피케이션(Commercial Gentrification)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대와 망원동이 대표적인 예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떠나고 그 자리를 대형 프랜차이즈 등이 차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엘에이 다운타운의 경우 본래의 의미에 충실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납니다. 낙후된 도심외곽의 구역들이 천천히 개발되면서, 카페가 생겨나고 거리가 정비되며 임대료가 상승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다르게 멋진 카페는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의 시작을 알리는 단서가 되는 것입니다. 카페 입장에선 임대료가 낮은 지역을 찾아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도심이 확장되고 빈민촌이 점점 더 도심의 외곽으로 밀려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마지막 남은 미 개척지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국인 김준모와 제이콥 박이 운영하는 마루커피의 매장은 헐리우드와 엘에이 다운타운 사이에 있는 로스 펠리츠(Los Feliz)라는 지역에 문을 열었습니다. 우리말 ‘산마루’에서 따온 ‘마루’를 가게 이름으로 정하고 여백의 미를 강조한 인테리어를 내세워 오픈 초기부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루 커피의 두 대표는 모두 커피업계에서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루커피가 등장과 함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산마루처럼 가장 최고의 커피를 만들고자 하는 두 사람의 노력이 뒷받침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마루커피는 엘에이 다운타운 남동쪽에 두 번 째 매장을 오픈합니다. 이 동네의 동쪽으로는 철로가 놓여있고 인근에는 물류창고가 많습니다. 오랫동안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낙후된 상가빌딩과 아파트가 썰렁한 거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아마도 마루커피는 엘에이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이곳을 두번째 매장을 세우기에 가장 적합한 동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침 인근에는 워너 뮤직 그룹도 사무실을 열었고, 아티스트들의 작업실 또한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기에 손님이 찾아오는 것 또한 크게 문제가 없었을 테고요.

 

마루커피의 매장은 엘에이 여행을 하면서 돌아다녔던 카페 중 가장 인상깊을 정도로 우아했고, 커피 또한 훌륭했습니다. 카페를 찾아 동네를 걸어다니며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사람들이 부러 먼 길을 찾아오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카페가 들어온 것을 보니, 이 동네 또한 곧 개발이 되어 근사한 도심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러니 합니다. 좋은 카페들이 생기고, 어두웠던 동네가 밝아지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자신의 둥지를 떠나 어딘가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드니 슬픈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커피 한 잔 앞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파라마운트 커피 프로젝트, 줄여서 PCP 라고 부르는 이 카페의 본점은 호주 시드니 써리힐스(Surry Hills)에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카페는 영화사 파라마운트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호주의 유명카페 세븐시드(Seven Seeds)의 마크 던든(Mark Dundon), 루벤 힐스(Ruben Hills)의 러셀 비어드가(Russel Beard) 함께 했으며 2013년 처음 문을 였었습니다. ⠀

 

파라마운트 커피 프로젝트가 엘에이 페어펙스에 문을 열며 미국 진출을 했던 것은 2015년의 일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곳은 다운타운의 한 쇼핑몰 로디티엘에이(ROW DTLA)에 있는 두번째 매장이었습니다. 파라마운트 커피 프로젝트의 매장은 호주와 엘에이 모두 동일한 콘셉트로 꾸몄는데, 간단한 식사 메뉴를 즐길수 있으며 넓은 유리창을 통해 채광을 최대한 활용한 인테리어가 특징입니다. ⠀

호주 매장을 가보지 못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커피는 전 세계 유명 로스터의 것들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또, 로스터가 있는 매장에서는 직접 콩을 볶기도 하고요. 제가 방문한 매장에서는 한 달 동안 캔자스 시티의 유명 로스터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바리스타에게 추천을 부탁하니, 자신들이 직접 볶은 커피를 먹어보는 건 어떠냐고 권했습니다. 에티오피아 구지 라요 타라가(Ethiopia Guji Layo Taraga)로 만든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였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받아 마시니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이렇게 맛있을수가!” 감탄하여 탄성을 내지르니 뒤에있던 로스터가 기분좋게 웃습니다. 커피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니, 카페 임포트에서 수입했으며 버번종에 워시드 프로세스를 거쳤다고 코멘트를 줍니다.

 

이미 한국으로 돌아가는 가방에는 원두가 한가득. 하지만 어쩔수 없이 원두를 살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바리스타는 안타깝게도 판매할만큼의 분량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얘기를 듣던 로스터는 말을 끊더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합니다. 매장에서 팔 요량으로 빼 둔 분량이 있는데, 내일 떠나는 여행자라면 기분좋게 한 봉 챙겨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냉큼 카드를 꺼내들어 결재를 했습니다.

로스터를 따라가보니 머신은 로링 S15 팔콘(Falcon)이었습니다. 가격도 비싸고 성능도 뛰어난 머신이지만 다루기 힘든 로스터로도 알려져있습니다. 이렇게 개성있고 맛있는 커피를 이 로스터로 볶아냈다니 다시 한 번 탄성이 나왔습니다. 좋은 커피를 마시게 해주어 감사하단 인사를 전하니, 로스터는 기쁘게 웃으며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해달라고 말을 전합니다.

무언가에 홀려 커피를 흡입하고 원두를 사고나니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잠시 마약에 빠진 기분이랄까요. 아, 그러고보니 카페의 닉네임 PCP는 엔젤 더스트(Angel Dust)라는 마약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마약에 빠진듯한 느낌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을수도 있겠네요!

 


버브 커피 로스터스는 2007년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산타크루즈를 포함하여 엘에이, 샌프란시스코, 팔로 알토, 일본 도쿄등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블루보틀만큼이나 유명한 버브커피에 대해서는 이만 설명하고, 버브커피를 방문하여 구매해온 인스턴트 커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인스턴트가 재조명을 받은일은 2009년 스타벅스가 ‘비아(VIA)’를 출시하면서부터 입니다. 기존 인스턴트커피가 로부스타를 사용한 반면 스타벅스의 비아는 아라비카 원두만을 사용했고, 소량의 초미세 분쇄원두를 넣는 등의 혁신을 통해 인스턴트커피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비아의 등장 이후 국내에서는 동서식품이 ‘카누’를 출시하는 등 새로운 인스턴트 커피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를 인스턴트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네이트 카이저(Nate Kaiser)의 스위프트 컵 커피(Swift Cup Coffee), 켄트 쉐리단(Kent Sheridan) '보일라(Voilà)', 인텔리젠시아, 리추얼 등 샌프란시스코 커피를 인스턴트로 만들어 유명세를 얻은 서든커피(Sudden Coffee) 등이 대표주자입니다. 더하여, 인스턴트 커피의 대표 주자인 네슬레 또한 블루보틀을 통해 스페셜티 커피 인스턴트를 출시했습니다.

 

근래들어 인스턴트커피는 ‘건강에 좋지 않은 커피’라는 인식이 번지면서 소비가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스턴트 커피는 여전히 전 세계 커피시장의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40%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말했듯 스페셜티 브랜드들이 향후 브랜드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위해 인스턴트 커피와 RTD(Ready to Drink) 등에 역량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근래들어 인스턴트커피는 ‘건강에 좋지 않은 커피’라는 인식이 번지면서 소비가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스턴트 커피는 여전히 전 세계 커피시장의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40%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말했듯 스페셜티 브랜드들이 향후 브랜드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위해 인스턴트 커피와 RTD(Ready to Drink) 등에 역량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원두를 갈고, 뜨거운 물을 끓이고, 추출을 하고 뒷정리를 하는 일은 귀찮은 과장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간편하게 맛있는 커피를 마실수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요? 유명 커피 업체들은 매장 운영과 원두 판매로는 이룰수 없는 성장을 꿈꾸고자,최고의 기술력을 한데 모아 인스턴트커피와 RTD상품을 개발하는 이유입니다.

엘에이 여정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카페 버브커피에서는 ‘스위프트 컵 커피’와 공동개발한 인스턴트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몇 개를 샀는데, 그 맛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한 봉에 물 350ml를 부어 휘휘 저으면 끝. 어설프게 내린 핸드드립 커피보다, 잘 만든 인스턴트 커피가 훨씬 더 맛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직감했습니다.


Maru Coffee LA Downtown 
1019 S Santa Fe Ave, Los Angeles, CA 9002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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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08:00 - 17:00 / 휴일 09:00 -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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