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찾은 곳은 모모스였습니다.

부산=모모스라고 생각할 정도로 부산 스페셜티 카페에서 모모스가 차지하는 의미는 큽니다. 지난 2012년 카페쇼에서 리브레와 모모스의 부스에 쉴세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모모스는 카페쇼, 윈도 베이커리 등의 다양한 행사 참여 및 원두 공급으로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해드렸던 콘하스에서도 모모스의 초콜렛 프로젝트를 에스프레소 메인 메뉴로 올려놓았죠.

 

여러 의미에서 부산 카페여행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듯 곳이기도 해서, 저는 한달음에 온천장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모모스는 온천장역으로 들어서는 열차에서 보일정도로 역과 가까운곳에 있었습니다. 오뎅과 회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모모스에 들어섭니다.

 

 

원래는 보신탕집이었다는 모모스. 오른편에 보이는 4평 남짓의 작은 테이크아웃 가게가 모모스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맛있는 커피로 부산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모아 부모님의 보신탕집까지 카페로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로서 모모스는 게슈탈트 전환(?)에 성공합니다. 보신탕 입맛의 사람들도 모모스의 커피에 반하게 된, 온천장역의 역사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커피 주문에 나섭니다. 카푸치노와 브루잉으로 니카라과 COE를 선택합니다. 아, 여기서 사소한 오해(?)가 발생합니다. 직원분께서 카푸치노는 두 종류가 있다고 설명을 하더군요.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간 카푸치노와 우유와 커피가 어우러진 카푸치노가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순간 저는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탈리안 카푸치노를 마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분은 주문을 접수. 다음 장면에서 저는 놀라게 됩니다.

  

 

거품이 풍성한(?)카푸치노. 앗, 내가 시키려던건 이게 아닌데.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니 이게 유러피안 스타일이라서, 이탈리안 카푸치노라 주문하셨길래 이 카푸치노로 주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러피안? 이탈리안? 찾아봤지만 정의가 모호하더군요. 결국 드라이(dry)카푸치노 와 웻웻(Wet)카푸치노로 서로의 오해를 풉니다. 앞으로 소개할 카페에서도 드라이와 웻을 분명히 구분해 파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가게마다 설명하는 스타일은 달랐지만 두 종류의 카푸치노를 판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 때문인지, 카푸치노는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코코아 맛은 좋았지만 우유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커피는 밍밍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니카라과 COE는 에어로프레스로 뽑아주더군요. 추출방식 또한 선택이 가능했던것 같은데 그냥 내려주셨습니다.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으니 그렇게 내려주셨겠죠. 스타일리쉬 한 맛이었습니다. 짧은시간에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해낸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바디감도 괜찮았고 신맛과 어우러진 과실향이 좋았습니다. 산뜻한 목넘김또한 인상적이었구요. 드립으로 내렸으면 더 풍부한 향미를 즐길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결국, 아쉬운 마음에 몇 잔의 커피를 더 주문합니다. 앞서 주문한 드라이 카푸치노가 특성상 연했던것 같아 웻카푸치노로 다시 주문. 이번에는 하리오 드립으로 청화 블렌드를 요청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이날 상태가 좋다는 봉봉으로 주문했습니다.

카푸치노는 여전히 밍밍합니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건망고나 자몽의 맛이 좋았지만 아쉬운감은 여전했습니다. 이어서 마셔본 에스프레소 역시 조금 밍밍한 맛이 들었습니다. 머금었을때의 풍부한 향미는 흡사 하루야채를 마시는것과 같이 달달하고 좋았습니다만, 여전히 끝에 느껴지는 밍밍한 물맛이 아쉬웠습니다.

블렌드는 마신 컵들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혀끝에 남는 달달함이며, 중후한 바디감, 사탕수수나 포도에서 느껴지는 단맛 그리고 약간의 씁슬함까지. 상큼하고 다양한 맛을 보여주는 멋진 1월의 블렌드였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말코닉 그라인더와 메져 그라인더 그리고 그 옆에 라마르조코 스트라다 EP가 보입니다. 스트라다는 흔이 볼 수 있는 머신이 아닙니다. 압력을 12바까지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저 머신은 주로 랩에서 쓰이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 스트라다를 만난게 몇 년 전에 카페쇼 모모스 부스였던 기억이 나더군요.

모모스 이외에도 제이스퀘어, 커피공장이 스트라다로EP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모델을 제쳐두고 세 카페가 스트라다를 선택한것은 참 인상적이네요.

 

 로스터는 프로밧입니다.

 

 멀리 뒤로 보이는 소형 로스터가 프로바티노, 안핌과 디팅 그라인더 그리고 라마르조꼬 GS3가 로스팅실에서 테스팅용으로 사용되는것 같습니다. 로스팅룸만 따로 떼어다가 카페를 만들어도 될 만큼 훌륭한 세팅이네요.

 

 좀 어둡게 나온 브루잉 스텐드. 좌측 구석에 보이는 이와키 더치드립툴이 인상적입니다. 추출이 불안정하기로 유명한, 가정용 더치툴입니다. 홍보용으로 쓰이고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에서의 또다른 인상적인 장면. 더치커피를, 그것도 다양한 원두를 사용해서 추출하고 판매한다는 부분입니다. 서울에서도 더치커피는 이제 흔하게 만나볼 수 있지만, 이런식으로 더치커피를 하는 카페들이 많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네요. 더치커피를 위한 로스팅은 따로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만큼 수요가 있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삼 부산의 커피열기를 느낄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최고의 맛을 자랑한 모모스 베이커리. 추천합니다. 꼭 드셔보시길 :) 

 

본 매장이 조금 시끄럽다면 뒷편에 조용한 공간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2층과 생두창고 옆의 공간 등, 넓고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모모스입니다. 

 

모모스의 화려한 활동내역. 사진 속에는 아는 얼굴도 보이네요. 

 

네, 모모스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합니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제가 도착했을땐 취미반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기구를 활용한 추출을 교육하고 있더군요.  

 

부산 스페셜티 생두 낙찰의 선두주자는 모모스입니다. 좋은 생두를 들여오기위해서 애쓰고 이를 아낌없이 나눠서 스페셜티 카페간의 유대를 이끄는 것도 모모스의 역할이죠.

 

다양한 원두들. 이 많은 원두가 다 팔릴까? 싶었지만 마시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추출기구들. 구매의사를 표명하면 직원들은 친절한 설명으로 구입을 도와주더군요. 

 

공개된 로스팅룸입니다. 

 

아메리카노 리필까지 여섯잔을 섭취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모모스를 나섭니다. 

 

 

모모스의 출발이었던 작은 테이크아웃 가게. 

 

 

부산에서 모모스가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카페를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은 모모스가 만들어내는 스페셜티 커피에 자연스럽게 물들게 됩니다. 쓰지않고 떫지않은, 달달하고 고소한 커피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더 이상 다른 카페를 가지 않습니다. 모모스의 직원들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모모스를,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합니다. 커피의 가격은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하는것 치곤 비싸지도 않습니다. 다량,대량 로스팅과 그에 따른 수요는 모모스의 퀄리티 컨트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모모스는 스스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고 이를 주변에 퍼트립니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일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모모스.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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