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커피기행 마지막편입니다.

소개해드릴 까페는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입니다. 두 카페 모두 잠깐씩 들렀기 때문에 사진이 많지는 않습니다. 가족여행의 일환으로 갔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목적으로 들른 카페에서 오래 있을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던 끝에 1년이 지난 지금에야 마지막 이야기를 써봅니다.

약속도 했고, 개성넘치고 멋진 카페들이었기에 추억으로만 남기기엔 아쉽기 때문이죠.

 

앞선 소개한 뉴욕의 카페들도 그랬듯이 오늘 소개할 카페들도 잠시 들렀다 가는 테이크아웃 가게입니다. 오래있기 힘들었던 이유는 꼭 일정때문이라곤 할 수 없다는게 두 카페의 특징이죠. 이는 멘하탄의 특성(크고 넓은 샵을 열기 어렵다는 점)과 미국의 커피문화를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지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시간을 보내는 곳은 아니라는거죠. 자세한 이야기는 사진을 보면서 함께 해드리겠습니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말끔하게 그쳤습니다. 덕분에 화창한 아침, 주택가에 숨어있는 카페 그럼피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간판이라곤 문 옆에 작게 달린게 전부.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쉽상입니다. 하지만 뉴요커들은 그럼피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침이면 유독 이 가게 앞에만 사람들이 북적이죠.

 

224 West 20th Street에 수줍게 위치한 카페 그럼피니다.

 

 메뉴는 간단합니다. 다른 카페에서 봤던 코르타도대신 플렛화이트가 있습니다. 저는 역시 플렛화이트를 선택.

 

클로버입니다(클레버 아니죠). 원래는 그라인더 일체형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한 잔의 커피를 뽑아내는 식의 브루잉을 염두하고 만든 머신입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그라인더가 제거됐고 완전 자동이 아닌 반자동(커피 찌꺼기를 수동으로 치워야 합니다)으로 만들어졌죠. 이미 몇 년전에 시에틀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스타벅스가 인수해 유명세를 떨쳤죠. 한참 등장해서 화제가 됐을때, 커피 세미나를 통해 접하게 된 머신입니다. 몇 년이 지난후에야, 뉴욕에서 겨우 두 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궁금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클로버로 뽑아낸 커피도 주문을 합니다.

 

머신은 시네소. 여타 다른 카페들이 라마르조꼬를 고집하는 것에 비해 시네소를 택했다는건 주목할 부분입니다.  

플렛화이트입니다. 거품이 예쁘진 않네요.

부드럽고 은은한 맛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식지않는 강렬한 느낌이 있습니다. 식어도 부담없이 마실수 있었죠. 여운이 길진 않습니다. 오히려 우유가 들어갔지만 깔끔한 느낌이랄까요. 들고다니며 후룩후룩 마시기에 딱이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둥. 클로버로 내린 커피입니다.

니카라과였습니다. 프렌치 프레소의 느낌이 강했지만, 훨씬 깔끔했습니다. 내리는 과정을 보니 편해보이기도 했구요. 가격이 비싸다는 점 이외에는 바쁘게 돌아가는 테이크아웃 샵에 적합한 기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두의 맛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솔직하고 깔끔하게 브루잉 할 수 있다는 점, 번거롭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네요. 

 

매장 내부입니다. 맞은편엔 앉기 불편한 몇 개의 의자와 테이블이 있구요. 좁고 복잡한 매장은 오래 앉아있기 적합한 곳은 아닙니다. 빨리 커피를 받아들고 빠져나왔습니다. 

 

브루잉 스텐드. 사실 미국에선 우리나라처럼 핸드드립이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아시아인이 주전자를 잡으면 마치 무술을 하는 사람처럼 바라보는 것도 이러한 문화차이에서 나온것이구요. 보시다시피 드리퍼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냥 메탈필터를 걸쳐놓고 물만 붓는것이죠. 중요한건 커피의 양과 분쇄도, 온도, 물의 양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커피를 뽑을 수 있을까. 신기해서 한참 바라봤지만, 여간해서 브루잉을 하진 않더군요. 클로버가 있으니 따로 주전자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시키는 사람도 없고, 내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이미 뉴욕 카페에 자리잡은지 오래입니다. 그럼피의 로스팅실은 카페 안쪽에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보이고 케멕스와 커피잔이 보입니다. 

 

자, 써드레일 커피입니다. 240 Sullivan Street (West Third Street)에 위치합니다.

 

뉴욕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써드레일 커피는 요런 분위기의 길을 걷다보면 금방 나옵니다.

대학가 근처라 그런지 다른 골목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군요. 골목 사이사이에 위치한 뉴욕대학교 건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캠퍼스, 산에서만 학교를 다닌 저는 부럽기만 합니다.

 

써드레일 커피입니다. 오래전에 뉴욕대를 졸업한 사촌형이 학교 근처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겸사겸사 들렀습니다. 저 빼곤 다들 커피를 마셨다며 더 이상 마시지 않겠다고 합니다. 저는 한 마리의 뉴요커가 되서 매장문을 덜컥 엽니다. 

 

자자, 멀리 보이는 인텔리젠시아 커피와 스텀타운 커피가 인상적입니다.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는 샵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사용하는 원두를 진열해 놓습니다. 스텀타운과 인텔리젠시아는 맨하탄에서 이미 보증된 수표입니다. 저는 코르타도를 주문합니다.

 

멀리 뒤로 보이는 브루잉 머신과 말코닉 그라인더 그리고 라마르조꼬 머신입니다. 작지만 갖출건 다 갖췄습니다. 아, 앉아있을만한 테이블은 갖추지 않았구요.

 

커피 맛은?

스텀타운에 라마르조꼬에, 숙련된 바리스타입니다.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대충 어떨지 짐작하실수 있을겁니다. 커피를 들고나오면 보이는 뉴욕대학교의 캠퍼스 골목골목에 취해 마시기에 적절한 맛입니다.

 

총 다섯 곳의 카페를 들렀습니다. 모두 맛있고, 멋있고, 좋은 카페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뉴욕, 멘하탄에 있는 카페들은 모두 다 저럴까요? 아닙니다. 5번가에서 들렀던 스타벅스는 제 최악의 커피 best5(?)안에 듭니다. 자동머신에서 과일 즙짜듯 세어나오는 에스프레소는 시럽을 넣어도 쓰디썼습니다. 차이나타운에선 커피보다 버블티가 더 맛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서비스로 나오는 커피들도 형편없었구요. 한국과 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골목골목 카페를 찾아다녀야 합니다.

 

뉴욕의 커피 문화에서 본받을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맛있는 커피를 찾아 마실 줄 압니다. 근사한 외관, 번뜩이는 간판, 빈티지 인테리어는 필요 없습니다. 호텔라운지에 번들처럼 끼어있어도, 주택가 속에 숨어있어도, 근사한 케익가게가 옆에 있어도 사람들은 다 알아봅니다. 바쁜 아침시간에도 굳이 그곳까지 가서 줄을 섭니다. 맛있는 커피에 대한 존중이 있고 인내도 있습니다.

카페들은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훌륭한 커피 한 잔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취향을 강요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희생을 강요할수도 없구요.

 

바쁘다면, 굳이 골목의 카페를 찾아가기 싫다면, 쓴 커피를 쓴 맛에 시럽넣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5번가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십니다.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알고, 좋아한다면 어느정도의 희생은 감수합니다. 아침에 5분일찍 일어나 김미커피에서 라떼를 사가는거죠. 뉴욕에는 이런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프렌차이즈 샵들 사이에서도 김미커피, 그럼피, 스텀타운의 커피가 빛을 낼 수 있는것이죠.

 

 

 

짧은 맨하탄 커피투어는 여기서 막을 내립니다.

어디든, 그 지역의 카페문화를 경험하는건 큰 도움이 됩니다. 뉴욕 커피 기행은 계속되는 저의 커피 투어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와 다이렉트 트레이드 그리고 인디 커피문화를 몸소 체험한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 저의 글이 뉴욕의 커피 문화를 얼마나 잘 전달했을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맨하탄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이 카페들을 방문했으면 합니다.

분명, 잊지 못할 한 잔의 커피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

 

 

 

  •  뉴욕 커피 기행 - 일주일간의 뉴욕 카페 탐방
  • 카페 지도와 상세 주소 그리고 안내

    http://beirut.tistory.com/199

     

  • 스텀타운 커피 로스터즈 Stumptown Coffee Roasters
    http://beirut.tistory.com/212

     

  • 조 Joe 김미커피 Gimme! Coffee
    http://beirut.tistory.com/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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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
    http://beirut.tistory.com/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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