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브렌델의 '피아노를 듣는 시간'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은 이래로 한 달 가까이 피아노곡만 찾아 들었다. 브렌델이 주로 언급한 작품은 베토벤 후기 소나타, 슈베르트 소나타, 리스트 소품들이다. 그의 친절한 소개와 함께 이 곡들을 다양한 버전으로 다시 듣고 있다. 피아노를 듣는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깨닫는 요즘, 그 느낌을 나누고자 몇가지 구절과 책에 나온 곡들의 영상을 올려본다.

 

밸런스, p.27-29

밸런스는 음향을 구성하는 특성입니다. 우리는 긴장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음이나 동시에 울리는 수직적 음향을 그냥 뭉뜽그려 연주하거나 벨런스를 피아노에 맡겨 버린다면, 불완전한 씨앗을 뿌리는 꼴이 됩니다. 싫증이란 열매를 거두게 되는 것은 당연하겠죠.

게다가 강약의 조절 없이 양손을 기계적으로 연주하거나 성부의 진행을 통제하지 않거나, 혹은 계속해서 소프라노와 베이스 성부의 소리를 두드러지게 뻣뻣하게 연주합니다. 이런 왼손으로 저음의 옥타브를 쳐대면 다른 음향들은 쉽사리 묻히고 말죠.

분명이 저음 부분의 소리가 큰 피아노들이 있습니다. 미국에는 수십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피아노들이 그랬지요. 이보다 더 흔한 현상은 중간 음역 아래 부분의 소리가 두드러지는 것입니다. 소프트 페달을 쓰는 경우네는 특히나 심해지죠. 하지만 진정한 피아니스트는 결함이 있는 악기의 이러한 장애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무언가 특별히 들려줄만한 매력을 품고 있을 때만 베이스가 두드러지게 해야 합니다. 피아노의 위쪽은 노래할 때 빛나야 하고, 아래쪽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위쪽보다 크게 울려야 하죠. 연주자의 양팔은 마치 서로 다른 몸에 붙어있는 것인 양 완전히 독립적이야 합니다.

벨런스는 음향을 펼쳐 보이게도 하고 우리를 음향으로부터 멀어지게도 할 수 있습니다. 또 벨른스는 음향에 색감과 특성을 부여하고 빛과 어둠을 주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베이스에 힘을 싣는 연주자보다는 소리가 바닥을 벗어나 상승하여 자유롭게 떠나닐 수 있도록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에드윈 피셔, 알프레드 코르토, 빌헬름 켐프같은 이름들이 눈앞에 떠오르는군요.

 

오케스트라, p.130-131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에게 일류 오케스트라가 옆에서 귀를 열고 그의 소리에 집중하며 호흡을 맞춰주는 순간만큼 멋진 것은 없을 겁니다. 오케스트라가 지닌 음향, 다양한 음색, 폭넓은 음량, 규칙적인 리듬은 우리 피아니스트들에게 이상적인 본보기지요. 또 다른 중요한 본보기로는 인간의 음성과 노래, 그 둘의 결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휘의 거장들은 우리에게 오케스트라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교감하는지, 또 템포의 뉘앙스 같은 것을 오케스트라에게 어떻게 암시하고 요구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오케스트라풍의 피아노 음악은 낭만주의 시대에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바흐와 모차르트에게서도 대단히 오케스트라적인 악절들을 찾아볼 수 있고, 노년의 하이든도 <피아노 소나타 Eb장조>에서 갑자기 오케스트라적인 음향으로 기울었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들 중에도 오케스트라적인 경향을 분명하게 보이는 곡들이 있습니다. <피아노 소나타a단조, KV310>의 1악장은 교향곡적인 색채가 짙고, 2악장에서는 극적인 중간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아름다운 곡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3악장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분명한 관악기곡으로 볼 수 있지요.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또 대부분의 피아노 소나타들도 오케스트라적인 음향을 품고 있습니다. 리스트도 일찍부터 관현악곡의 음향을 피아노로 옮겨 심었지요. 그리고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은 억눌린 비르투오소에게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내고 피아노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했답니다.

 

 

알프레드 브렌델, 슈베르트 소나타 D.899, 3악장

노년의 알프레드 브렌델이 슈베르트 소나타를 연주하는 영상. 모든 것을 피아노에 맡긴 것처럼 연주하는 이 영상은 브렌델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백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연주.

 

 

폴루이스, 슈베르트 소나타, D.940, 4악장

알프레드 브렌델이 도이치그라모폰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빛나는 피아니스트로 뽑은 폴 루이스. 그가 이모겐 쿠퍼와 함께 연주한 슈베르트 환상곡. 긴 연주만큼이나 풍부한 음표가 담긴 아름다운 환상곡. 끝가지 들어보길 권유.

 

빌헬름 켐프,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3악장

'밸런스' 파트에서 알프렌드 브렌델이 언급했던 빌헬름 캠프. 그가 연주한 베토벤 소나타 17번 3악장.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이 마지막 악장을 달릴 때 즈음 저는 수유동에 있는 세컨드 커피에 도착했습니다. 우연한 선곡이었지만, 왠지 세컨드 커피와 베토벤 소나타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는 일은 많은 피아니스틀의 목표이자 꿈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실력도 있어야하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바리스타가 자신의 매장을 여는 일이 바로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바리스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만의 커피를 완성하는 겁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피아니스트들이 공을 들이는 만큼 바리스타들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수유동, 화계사 입구에 문을 연 세컨드 커피는 두 바리스타의 베토벤 소나타와 같은 카페입니다. 세컨드 커피의 로스터와 바리스타는 모두 종로의 카페 뎀셀브즈 출신입니다. 또한 다양한 대회 출전 및 수상 경험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실전 경험은 물론이요 전문성을 갖춘 바리스타라고 할 수 있죠. 가장 궁극적인 목표일지도 모르는, 자신들의 철학이 담긴 커피를 만들기 위해 이 두 바리스타(혹은 로스터)가 힘을 합쳤습니다.

 

꽤 먼 길을 걸어 세컨드 커피에 도착했습니다.

 

세컨드 커피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맞은편, 화계사 입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가오픈 상태입니다. 8월 25일이 정식 오픈일이죠. 가오픈이라고 하지만 카페는 정상영업을 합니다.

 

메뉴는  간단합니다. 직접 만든 카라멜 소스가 들어간 '카페 골드'라는 메뉴가 인상적입니다.

 

우선 융드립으로 뽑아낸 아이스커피를 맛봅니다. 달달하고 상큼합니다. 풍미도 좋구요.

 

함께 내주신 쿠키와 먹으니 단맛이 더 살아납니다. 카라멜 소스가 살짝 뿌려진 쿠키와 아이스 커피의 마리아주는 단연 최고입니다.

 

커피 잔을 잠시 내려두고 매장을 살펴봅니다. 페마 레전드 E61이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머신입니다.

 

튀어나온 그룹헤드에도 보일러가 연결돼있어 포터필터에도 그 온기가 전해집니다. 어떤 머신이든 그 머신을 잘 이해하는 바리스타가 추출을 한다면 좋은 커피를 뽑아내죠. 페마는 충분히 훌륭하고 대중적인 머신입니다. 세컨드 커피의 바리스타는 페마에 잘 어울리는 커피를 볶아내려 합니다. 커피는 당연히 맛있을수밖에 없겠죠. 

 

그라인더는 안핌 밀라노. 내구성이 좋고 안정적인 그라인더입니다. 왠지 페마 레전드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

 

아이스 커피를 내릴때 쓰는 융 드리퍼가 머신위에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이곳의 아이스커피는 저 커다란 융드리퍼에 커피를 잔뜩 갈아넣고 한꺼번에 내려서 만듭니다. 많은 양의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커피는 맛과 향이 살아납다. 또한 융드립 특유의 바디감과 부드러움도 더해져 깊은 맛을 선사하죠.

 

자, 로스팅실을 둘러봅니다. 1940년대 탄생한, 일흔살이 넘는 프로밧 로스터입니다. 5kg 모델이라고 하네요. 오래된 프로밧은 주물로 되어있어 묵직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는 로스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로스터보다 훨씬 열을 잘 품는다는 장점이 있죠. 오래된 로스터를 구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딱 보기에도 오래돼 보이는 주물로 된 로고입니다. 로스터기를 틀었을때 소리도 독특하더군요.

 

카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완성된 비스킷. 아직 정식 메뉴에는 오루지 않았습니다. 계속 레시피를 연구해서 오픈 즈음에는 메뉴에 올릴 생각이라고 하네요.

 

갓 구어진 비스켓에 카라멜 소스를 뿌려주셨습니다. 얼음이 살짝 녹아 더 부드러워진 커피와 함께 먹었습니다. 입이 호강하네요.

 

카푸치노도 주문했습니다. 부드러운 밀크폼이 먹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잔잔한 신맛이 길고 오래 남습니다. 목넘김도 좋구요. 묵직하게 나는 과일맛들이 마지 과일시럽을 연상케 합니다.

 

내공이 담긴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맛있네요.

 

자. 에스프레소에 카푸치노, 융드립으로 만든 아이스커피까지. 마치 WBC 심사위원이 된 느낌입니다.

 

제 점수는요-

 

 

인테리어와 로고 작업은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 직접했다고 합니다. 카페를 오픈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 이유기도 하죠. 그만큼 정성이 돋보이는 카페 인테리어입니다.

 

사실 세컨드 커피는 로스팅과 원두 납품을 전문으로 합니다.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맘에 드셨다면, 지속적으로 원두를 사먹는것도 추천드립니다.

 

아직은 덥지만, 본격적으로 오픈을 하면 유용하게 쓰일 야외 테라스입니다. 카페 앞에는 공원이 있고 조용한 주택가가 있어서 한적하게 커피를 즐길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매장이 정식 오픈을 하는건 8월 25일. 기물도 조금 더 채워지고 메뉴도 보강이 될겁니다. 원두 납품을 위주로 하지만 카페도 허투로 운영하는건 아닙니다. 페마 머신에서 나오는 맛있는 카푸치노가 마시고 싶으신 분은 가보시길 권합니다.

 

아직 세컨드 커피의 29번 소나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베토벤 소나타중 가장 어렵다고 하는 29번 소나타 '하머클라비어'의 완주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이어질 30, 31, 32번 소나타 연주도 기대해봅니다. 훌륭한 소나타 연주는 비단 연주자의 몫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듣는 사람 또한 최선을 다해서 그 연주를 감상해야 하죠. 언젠가는 완성될 그들의 소나타 전곡 연주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낼 많은 관객들이 자리하기를 바랍니다.

 

  • 세컨드 커피 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수유역 하차. 3번 출구로 나와 강북02번 마을버스 탑승. '한신대학원, 화계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작은 사거리에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맞은편을 바라보면 세컨드 커피 간판이 보인다. 버스 이용시 지선버스 1165, 간선버스 121, 151번을 이용해 '화계사입구,한신대학교대학원'에서 내려도 된다. 역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바라보고 길을 건넌 후, 맞은편을 찾아보면 세컨드 커피를 찾아볼 수 있다.
  • 서울 강북구 수유1동 464-11번지, 070-8226-0012, https://www.facebook.com/2ndcoffee
  • 영업시간 및 자세한 메뉴 소개는 정식 오픈후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정명훈의 오랜 친구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모리스 라벨의 스테디 셀러 '라 발스' 연주 실황. 

 

 

모리스 라벨

 

중학교때 읽었던 소설에서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가 흐르는 장면이 있었다. 궁금한 나머지 들었던 음악은 신비로움이 가득했다. 너른 잔디가 인상적인 야외무대에서 서서히 울려퍼지는 볼레로의 연주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나도 언젠가는 저곳에서 공연을 봤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내가 두번째로 구매한 클래식 음반은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프로코피예프, 라벨 작품집이었다. 무얼 들어야 하고 사야할지 몰랐던 그때, Y선배의 추천으로 덥썩 집었던 음반이다. 구매 당시에는 요란하고 난삽했던 음표들이 어지러워 두 번 정도 듣고 시디장에 넣어두었다. 프로코피예프에 빠져있을때 1-3번 트랙만 주구장창 틀었던 적이 있었으나 라벨은 논외였다. 별로 관심이 가질 않았다.

문득,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작품이 듣고싶어졌다. 딱히 계기가 있었던건 아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라벨이 떠오른것이다. 모리스 라벨이 듣고싶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풍월당에서 나는 좋은 음반을 구입할 수 있었다. 알렉상드르 타로의 프랑스 작곡가 작품 연주 모음집이었다. 그리고 포근한 타로의 연주로 나는 라벨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집에와서 라벨의 작품들을 더 찾아보다 문득 시디장에 있는 앨범을 발견했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이 담긴 그 앨범이었다. 처음 시디를 열어보는 마음으로 라벨을 플레이했다. 당분간은 모리스 라벨에 빠져들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소설의 첫 문장이 이리도 아름다울수 있는가라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두고두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설국의 첫문장은 불과 몇달전만에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었다. '이상한 소리'라는 일본 단편문학 선집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후 구입했지만, 몇달째 읽지 못하고 있었다. 얇은 책이었지만, 이상하게 페이지를 넘길수가 없었다. 이렇게 지루한 소설이 있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책상에 있는 설국이 읽고 싶어졌다. 어젯밤이었다. 잠자리에 들기전, 오랜만에 열어본 책에서 나는 첫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을 깊게 느꼈다. 그 인상이 쉽게 지워지질 않아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다음날 일과가 끝난후, 나는 한 시간만에 '설국'을 읽어버렸다.

얼마전 다시 본 '비포 선셋'이 생각났다. 수줍고 겸손한 일본판 '비포선셋'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그려내는 일본의 설국이 마음속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졌다. 

 

 

모든것은 때가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자연스럽고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안들었던 음반과 안읽혔던 책이 하루아침에 깊은 감동을 전한것처럼 말이다. 사실 갑작스럽다고 말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라벨을 듣고, 설국을 읽을수 있었던건 언젠가 꼽아둔 음반과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꾸준히 듣고, 읽었기에 다시 그것들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진심으로 즐길수 있게 된것이다.

 

이건 어느순간 양파와 피망을 즐겨먹는일과 같은일이다. 마음을 열어두고 꾸준히 때를 기다리다보면 가장 좋은 때가 올것이다. 중요한건 그 순간을 놓치지않는 것이다. 꾸준히 먹고, 마시고, 듣고, 읽고, 달려야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희박한 공기속으로

 

목숨을 걸고 끊임없이 산에 오르고자 하는 이들을 마약중독자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등산가의 계속된 등산을 도박에 비유한다. 그리고 짜릿한 흥분과 쾌감을 얻기 위해 모든것을 걸고 산에 오르는 모습이 무모하다고 지적한다. 1996년, 상업 등반대에 비용을 지불하고 에베레스트의 정상을 밟았던 존 크라카우어는 등산이 마약이나 도박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한다. 희박한 공기속에서, 눈과 얼음 그리고 돌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자연에서 사투하는 일은 오히려 고독한 수련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한다.

 

산을 오르는 순간 그들은 모든것을 인내한다. 협곡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네팔의 아름다운 풍경과 해발 5천미터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밤하늘은 찰나의 쾌락일뿐이다. 희박한 공기는 사람의 신체를 극한의 상태에 몰아넣는다. 체지방과 근육은 날이갈수록 줄어든다. 하지만 음식물을 소화하는 일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힘들어지기만 한다. 산을 오르며 생긴 상처들은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머리에 물을 묻히는 일이 금지된 고산지역에선 씻는일조차 제한된다. 먹고 배설하는 일은 살기위해 가까스로 해내야만 한다. 기온은 영하 40도에서 영상 30도를 오르내린다. 정상을 오르는 길을 맞이하는건 그간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던 산악인과 셰르파의 얼어붙은 시체와 빈 산소통뿐이다. 스스로의 존재조차 인식할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그들은 정상을 밟고, 목숨을 건 하산을 시작한다.

 

해수면의 절반 혹은 삼분의 일밖에 안되는 공기는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가장 위험할수도 있는 순간,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하는지, 누구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은 사람들을 본능과 맞서게 만든다. 산을 오르는 일에 있어서는 가장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던 어드벤처 컨설턴트 등반대-존이 속했던 등반대- 대장 로브 홀은 끝끝내 캠프로 찾아오지 못했다. 불과 1년전, 정상을 100m 앞두고 돌아서야했던 우체국 직원 한센을 위해서라도 로브 홀은 끝가지 산에 남아 있어야 했다. 함께 등반을 했던 고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정상을 향했는지 알았기 때문에 그는 눈보라 사우스콜-마지막 캠프에서 에베레스트 정상에 이르는 구간 중 하나-을 떠날 수 없었다. 희박한 공기속에서 그의 판단력은 본능에 의존했다. 10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그는 결국 캠프로 내려오기를 거부했고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정상을 밟고 가장 먼저 하산했던 존 크라카우어는 마지막 캠프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희박한 공기속에서 판단력을 잃고 침낭속으로 쓰러졌다. 그는 그날 정상에 올랐던 다섯명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글렌굴드; 피아니즘의 황홀경

 

글렌굴드는 1955년과 1981년, 두 번의 골드베르크를 녹음했다. 두 녹음의 차이는 '아리아 Aria'에서부터 도드라진다. 1981년의 아리아는 1955년 버전보다 연주시간이 두 배 정도 길다. 평소 건강 염려증 때문에 약을 밥먹듯이 챙겨먹듯이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건강악화는 건강염려증에 기인한다. 과도하게 챙겨먹은 약들로 말미암아 1981년 굴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몸의 일부가 마비되고,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말년의 굴드를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그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했다고 한다. 헝클어진 머리칼과 통통부은 얼굴을 본 지인들은 그가 망가질대로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1981년의 골드베르크 녹음은 굴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계속되는 마비증세를 이겨내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자세를 교정하고(더 안좋은 자세로 변하기도 했다), 마비증세를 이겨낼 방도를 찾아보았다. 신기하게도 골드베르크를 녹음할 즈음에는 마비증세가 거의 회복되었다. 성숙한 글렌굴드는 그가 깨닳은 모든것을 담아 새로이 골드베르크를 녹음했다. 그의 연주가 느려진건 정상이 아닌 몸상태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서의, 수학적으로 잘 짜여진 곡의 구성을 최대한 드러내기위한 의도였다. 1981년 4월과 5월, 굴드는 여섯 차례의 녹음을 통해 마지막 골드베르크를 녹음하기에 이른다. 그의 연주는 실제로 마비증세를 겪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만큼 유려하고 부드러웠다. 가장 극한 상황에서, 죽음을 앞두고 연주했던 그의 연주는 오히려 편안했고, 아름다웠고, 황홀했다.

 

1955년의 독특한 골드베르크와 굴드 특유의 연주에 대한 태도는 많은 이가 비판하는 부분이었다. 무더운 여름에도 차안에서 히터를 틀고 코트와 장갑으로 무장했던, 극도로 예민하고 지나치게 자주 연주회를 취소했던 그의 모습은 매번 독특한 모습으로 관심을 받으려 한다는 오해를 샀다. 연주에 대한 집착과 자기애는 많은 여인들과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그가 무성애자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그의 외적인 모습은 항상 많은이에게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피터 F. 오스왈드는 독특했던 굴드의 모든 행동들은 결국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집착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연주에 있어서 굴드는 완벽주의자였다. 그리고 그는 항상 그만의 연주를 하고 싶어했다. 모든 일의 중심에는 피아노가 있었다. 그 외의 일들은 모두 부수적이었다.

 

미쳐야 미친다 不狂不及

 

살다보면, 삶의 목표가 불분명해지고 의지가 박약해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우리의 삶은 대게 그렇다. 적당히 미치고 적당히 살아간다. 부끄럽거나, 의지가 부족하거나. 우리는 미치기를 거부한다. 끓어오르는 열정과 삶에대한 의지는 늘 현실에 부딪혀 무너진다. 타협할줄 아는 우리의 삶은 길고 건강하다. 오랜 삶의 끝에서 맞이한 죽음은 평온하기만 하다. 목숨을 잃었던 그 산악인들과 글렌굴드는 모두 순수한 미치광이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숭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나아갔다. 산을 오르는 일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일에 완벽하게 미칠수 있었던 그들은 죽음을 앞둔 순간에서도 의지를 놓지 않았다. 미치는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들의 삶은 짧았고 죽음은 처참하다 할만큼  끔찍했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을 이해했다. 미치는 일은 두렵다. 미치는 일은 쾌락을 얻는 일과 마약에 중독되는 일과는 다른 차원이다. 완벽하기 미치는 일은 끊임없는 절제를 필요로한다. 그리고 고독하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은 미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목숨을 잃었던 그들의 삶과 굴드의 인생이 끊임없이 회자되는건, 그들의 숭고한 광기 때문이다. 오롯이 무엇인가에 미칠수 있었었기 때문이다. 미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미쳐버린 그들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경이롭기 때문이다.

 

 

 

 

 

 

 

 

 

 

전국 방방곡곡 카페투어를 하면서 가장 아쉬움이 많았던 도시는 광주였습니다. 강릉, 대전, 남원, 대구, 부산, 마산, 진주까지. 각 도시에는 적어도 하나쯤은 인상깊은 카페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 도시들은 카페와 함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죠. 하지만 유독 전라도를 대표하는 대도시 광주에선 가볼만한 카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번 원두 리뷰때 소개했던 커피림이 있긴 하지만 카페가 아닌 로스터리로만 운영해 제 아쉬움을 절반만 달래주었습니다. 그래서 광주는 늘 저에게 숙제같은 도시로 남겨진 곳이었죠.

 

'이번에 광주에 내려가면 꼭 좋은 카페를 찾아내리라!' 라고 다짐하길 몇 번. 드디어 충장로에 위치한 로스터리&베이커리 '듀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드디어, 광주에도 마음을 둘 카페를 찾았습니다.

 

듀이는 광주 충장로 중심에 위치해있습니다.

 

듀이에는 생두 감별 자격증인 Q-Grader를 가진 바리스타와 일본 제과제빵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한 파티셰가 있습니다. 커피와 베이커리 모두 전문성을 갖춘 카페라고 할 수 있죠.

 

 

Q-grader가 꼭 맛있는 카페의 기준이 되는건 아닙니다. 큐그레이더는 엄연히 생두를 감별하기위한 자격증명이므로 커피를 얼마나 잘 추출하는가는 문제와는 별개입니다. 그래서 큐그레이더 자격을 자랑스럽게 붙여놓고도 맛없는 커피를 내주는 카페들도 있는겁니다. 모든 자격증이나 대회 입상의 결과물이 카페의 커피맛을 대변해주지는 않습니다. 이런 자격증명들은 '카페를 열기 위해 오너들이 얼마나 신경을 썼는가' 정도의 참조점이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메뉴판은 단촐합니다. 커피 메뉴도 이상적입니다. 커피 전문점 답게 필요 이상의 음료는 메뉴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커피를 못마시는 분들을 위해 차와 과일에이드가 메뉴에 올랐군요. 과일에이드는 나중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만, 해밀턴비치 과즙기를 사용해 생과일 과즙을 짜서 넣어줍니다.  

 

역시 카푸치노와 드립커피 한 잔, 베이커리로는 치즈케이크를 주문합니다.

 

오렌지가 깊게 느껴지는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풍부한 시트러스향도 인상적이구요. 바닐라와 견과류의 느낌이 부드럽게 입안을 자극합니다. 약중간의 바디감은 이런 맛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네요. 식었을때의 밸런스가 유지되는 부분까지. 오랜만에 인상깊은 카푸치노 한 잔을 만났습니다.

 

드립커피는 시다모 실리쵸(Shilicho) 입니다. 청량감이 매력적인 한 잔이었습니다. 흡사 블루베리 에이드를 먹는듯한 느낌이었죠. 상큼하고 달달하면서 향까지 풍부한, 매력적인 시다모였습니다.

 

기대를 품고 먹은 치즈케익입니다. 튼실하게 들어간 좋은 재료들은 치즈케익에서도 감탄을 하게 만듭니다. 신선하고 좋은재료가 들어갔다는건, 누가먹어도 알 수 있을만큼 맛있는 치즈케익이었습니다.

 

이어서 먹은 밀푀유. 역시 신선한 과일과 크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입안에서 과일이 뛰노는 느낌이랄까요. 베이커리에 대한 식견은 없습니만, 이정도 퀄리티라면 흔쾌히 커피와 함께 주문할 수 있을것 같네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감탄을 뒤로하고 주방을 살펴봅니다. 좌측부터 모카마스터, 핫워터 디스펜서, 아우렐리아 II 에스프레소 머신, 콤팍 레드스피드, 로버 수동그라인더, 전기포트, 디팅 그라인더가 보입니다.

 

시모넬리 라인업은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도 사용할만큼 공인된 머신입니다. 이 매장에서 사용하는 아우렐리아 II는 시모넬리 라인업 중에서도 상위기종에 속하죠. 뛰어난 보일러 성능과 안정적인 추출 능력으로 많은 바리스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라마르조꼬가 판치는 세상에서 아우렐리아를 고집하는 카페들이 늘어나는건 이 머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설명해주죠. 앞으로 리뷰할 서교동의 엘카페, 매봉의 젠틀커피도 아우렐리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콤팍의 레드스피드는 콤팍 그라인더 라인업 중에서도 상위 모델입니다. 예리한 셋팅으로도 유명하죠. 좋은 모델입니다만 특유의 성질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그라인더입니다. 로버 그라인더와 디팅은 워낙 유명한 모델들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

 

브루잉도구들이 진열돼있습니다. 에스프로프레스, 하리오 드립 세트가 보입니다. 여기에 클레버와 모카마스터도 선택지에 있습니다. 바리스타에게 그날의 원두 상태를 물어보고 추출도구를 선택하는것도 좋은 방법일것 같네요. 저는 이날 시다모를 하리오 드립으로 마셨습니다.  

 

로스터는 기센 W1입니다. 원래 이곳에서 사용할 W1은 하얀색이라고 하네요. 아직 주문한 로스터가 도착하지 않아 대신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방문하시는 분들은 하얀색의 기센 로스터를 만나실수 있겠네요.  

 

깔끔한 메뉴들.

 

 

신선함이 넘치는 케익들은 홀케익으로도 판매한다고 합니다. 하루전 예약은 필수!

 

포장은 이런곳에

 

눈꽃 얼음과 사장님이 팥을 삶는군요...(농담입니다)

 

 

브루잉 커피들은 그때그때 생두 및 원두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물어보면 친절한 설명을 해주실겁니다 :)

 

깔금하게 오픈된 베이커리.

 

슬쩍 주방쪽을 바라봅니다. 우측에 해밀턴 과즙기가 보입니다. 홀드미커피에서 오렌지주스를 만들때 사용하는 과즙기입니다. 에이드를 만들때 사용하는걸로 보이네요.

 

넓고 쾌적한 실내.

 

 

 각종 자격정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창가에도 쾌적한 자리들이 있습니다. 이날은 창가에 앉은 손님들이 많아서 촬영은 생략.

 

 

광주의 단골 카페는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 카페 듀이(Deux_ie)가는 길 - 광주 지하철 1호선 문화의 전당역 하차. 3번출구로 나와 충장로 방향으로 직진. 스타벅스가 보이면 길을 건넌후 차도를 따라 직진. 두번째 골목에서 우회전을 하면 사거리가 나온다. 좌측을 바라보면 카페 듀이를 발견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금남로 4가역에서 하차하거나 금남로를 경유하는 버스를 탑승해 충장로 거리에 진입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 광주 광역시 동구 황금동 90번지, 062-226-0681, 010-9214-6681, https://www.facebook.com/deuxie2
  • 영업시간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커피상점 이심의 오픈 1주년 기념행사는 특별한 연주회가 있었다. 건너편 하나미용실 주인 아주머니의 아코디언 연주가 있었던것. 그 구석진 골목에 지나가는 사람들 쉬었다 가고, 마음놓고 아이참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누고, 건너편 미용실에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구경하고. 커피상점 이심은 마땅히 그 골목에 어울렸다.나이 지긋한 사장님은 미용실 아주머니와 잘 어울렸다. 그리고 카페에서 노니는 젊은이들과도 곧잘 어울렸다. 직접 인테리어한 가게는 골목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다.

 

한적한 골목에 바람이 산들산들 불면, 사람들은 카페 밖으로 나와 커피를 마시곤 했다.

 

커피 리브레가 처음 그곳에 문을 연다고 했을때 걱정이 되긴 했었다. 카페 앞에 카페라니. 하지만 리브레 사람들의 정중한 요청에 이심 사장님은 흔쾌히 새 카페의 오픈에 동의했다. 그렇게 두 카페는 골목과 함께 호흡하며 사람들에게 커피를 내려주었다. 커피상점 이심이나 카페 리브레나 북적이는 일은 드물었다. 항상 그 골목에 지나치는 그만큼만 카페의 손님이 되었다.

 

커피 리브레가 방송을 타고나서 연남동의 그 골목은 아비규환이 됐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몇시간이고 줄을 섰다. 그 좁은 골목에 차를 가지고 오는건 다반사였다. 더불어 커피상점 이심에도 낯선 손님들이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잘 된 일이겠지. 좋은 카페들에 사람들이 북적이니 좋은 일이겠거니 했다.

 

두 달이 지난 즈음, 그 골목에 함께 있던 하나 미용실이 문을 닫았다. 카레집 옆에는 빈티지 천가게가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곳의 임대료는 꽤나 올랐다고 한다. 하나 미용실이 사라진 자리에는 와플 가게가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커피상점 이심에서 바라본 아이참 바리스타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다시는 이 골목이 예전과 같지 않을거라며 슬퍼하셨다. 관광지를 찾아온양 방송을 보고 골목을 찾아온 손님들이 시끄럽게 떠들다 가는 분위기가 내심 불편하다고 말하셨다. 창 밖에는 얼마전까지 보기 드물었던 차들의 드나듦이 많아졌다. 동네 사람보단 놀러온 사람들이 더 많아보였다. 근처에 있는 세탁소는 잘 버티고 있을까, 숯불 갈비집을 찾는 아저씨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즐거울까 걱정됐다.

 

사람들의 욕심은 골목을 바꾸어놓았다. 방송을 타고나서 골목은 한번도 예전과 같지 않았다. 돈 있는 사람들은 그럴싸한 골목분위기를 이용해 그럴싸한 가게 하나 마련하려고 한다.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부동산은 이제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조용한 연남동 골목의 그 주택가는 이제 손을 쓸 수 없을만큼 변해버렸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찾아가던 미용실이 사라졌고, 아저씨들이 술 한 잔 하러가던 갈비집도 언제 떠날지 모른다. 그 가게들과 어색하지 않게 어울렸던 커피상점 이심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다.

 

 

계동에 있었던 커피한잔이 기억난다. 사장님은 커피한잔이 그 조용한 동네를 흐려놨다며 내심 걱정했다. 이제는 사라진, 사직동으로 이전한 가게에서 사장님은 다시는 그런일이 없기만을 바란다. 소중한 카페를 잃는 일은, 고즈넉한 동네의 풍경이 사라지는 일은 늘 가슴이 아프다. 좋은곳에 생긴 단골카페가 사라지는 일에 나도 한 몫을 한 것 같아 쉽게 커피가 넘어가질 않는다.

 

지나가는 동네주민 쉬었다 가는, 그 동네 누구나 들러도 어색하지 않은, 지역과 호흡하고 천천히 뿌리내리는 카페들이사라지고 있다. 땅을 닮은 카페들이 오래가길 바라는건 과한 욕심일까.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고 지켜보길 바라는건 무리일까. 사라진 카페들 생각에, 사라질 카페들 생각에 가슴이 저며온다.

 

 

 

 

 

하양역, 경상북도 

 

대구 진골목, 경상북도 

 

약전, 대구 진골목, 경상북도

 

 대구 진골목, 경상북도

 

 대구 진골목, 경상북도

 

 대구 진골목, 경상북도

 

미도다방, 대구, 경상북도 

 

미도다방, 대구, 경상북도  

 

미도다방, 대구, 경상북도 

 

미도다방, 대구, 경상북도 

 

판교동, 경기도 분당구

 

 판교동, 경기도 분당구

 

해방촌, 서울 

 

이심 사장님, 커피상점 이심, 연남동, 서울 

 

 커피상점 이심, 연남동, 서울 

 

인왕산, 옥인동, 서울 

 

옥인동, 서울 

 

옥인동,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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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닝 커피는 내 손으로 - 출근 전 냉침커피, 티백커피 만들기

 

각종 브루잉 도구들이 활기차게 보급되면서, 집에서 커피를 내려먹는이 더욱 쉬워졌습니다. 핸드드립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기본 10만원 정도의 예산이 있어야합니다. 잘 내리기 위해선 상당한 연습도 필요하죠. 이에반해 에어로프레스나 에스프로프레스는 특별한 기술없이도 레시피만 잘 따른다면 어렵지 않게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하리오 냉침전용 커피 팟(미즈다시 커피 팟 Mizudashi Coffee Pot)도 특별한 기술없이 간편하게 커피를 내려마실수 있는 기구입니다. 찬물에 오랫동안 커피를 녹여내어 먹는 방식은 더치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추천할만한 추출법입니다. 더치커피보다 저렴한 가격에 간편하게 은은하고 고소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미즈다시는 '물 우려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확실하진 않습니다. 

 

유리병에 필터가 있는 구조입니다. 

 

 

구성품은 유리병, 필터, 뚜껑입니다. 

 

필터는 여타 다른 커피 필터보다 더 조밀한 구멍을 가지고 있습니다. 흡사 비닐처럼 느껴지네요. 이 극세사 필터는 미분이 잘 걸러지도록 도와줍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600ml 기준 50g의 커피를 핸드드립용 굵기로 갈아 필터에 투입합니다. 취향에 따라서 커피 굵기와 양은 조절해도 좋습니다. 

 

필터를 유리병에 넣은 후

 

생수를 투척!

 

긴 막대기로 한번 필터 속을 저어주세요. 적당히 저어줬다면,

 

냉장고에 넣고 8-10시간 정도를 기다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필터를 빼고(물이 빠질때까지 필터를 잡아줘야 합니다) 취향에 맞게 얼음이나 물을 넣고 드시면 됩니다. 찬물에 오랫동안 추출한 커피는 진한 향을 풍깁니다. 생각보다 진하고 카페인도 많습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해도 출근 전에는 아무리 바빠도 핸드드립을 했었습니다. 잠을 10분 줄여서라도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가는게 삶의 낙이었죠. 하지만 몇번은 숙취에, 몇번은 고된 노동에 의한 늦잠으로 빈손으로 출근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냉침커피였죠. 출근 전날 미리 준비만 해둔다면 간편하게 모닝커피를 즐길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출근용 모닝커피 추출방법은 티백을 이용하는겁니다. 100장들이 6-8천원하는 티백을 구입하고 10~15g정도의 커피를 넣어둡니다. 미리 텀블러에 담아두면 준비 끝. 출근 후, 정수기 뜨거운 물로 4-5분정도 우려낸 후 마시면 깊은 커피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때때로 여타 추출법보다 훨씬 좋은 맛을 뽑아내기도 합니다. 여과없는 솔직한 맛이랄까요. 로스팅과 숙성이 잘 이뤄진 고급커피일수록 냉침이나 티백을 이용한 추출법이 빛을 냅니다.

 

매일아침, 귀차니즘으로 인해 커피 내리기를 꺼려하셨던 분들, 집에서서 커피를 내려먹을 엄두조차 못냈던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신선한 원두로 추출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맛있는 커피를 즐길수 있습니다. 비용도 저렴하고 만드는 법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죠.

 

이번 여름 베이루트의 추천으로 냉침커피와 티백커피를 즐겨보시는건 어떨까요 -

 

바야흐로 여름입니다. 여름을 맞이하여 수많은 카페들이 땀에 젖은 고객들을 유혹할 메뉴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인기 있는 여름 계절 메뉴들은 종종 카페를 잠식하기도 하죠. 어떤 카페들은 카페인지 빙수집인지 헷갈리정도로 빙수만 팔아대고있습니다. 이런 카페들을 지나갈때마다 저는 고민에 빠집니다. 카페라고 커피만 팔라는 법은 없습니다만, 커피는 등한시하고 잘팔리는 음료들만 내놓는 카페들을 보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빙수를 비롯한 비커피음료가 카페를 지배하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맛있는 커피에 대해 고민하는 만큼 다른 메뉴에 대해서 고민한다면 테이블을 잠시 커피가 아닌 음료들에게 양보해도 좋다고 봅니다. 맨날 커피만 마실 순 없잖아요. 여러 카페를 다니며 커피가 맛있는 곳들은 계절메뉴도 맛있다는걸 경험했습니다. 어느 메뉴 허투로 올리지 않는 장인정신이 커피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음료도 최상의 맛을 선사합니다. 

신선한 재료를 위해 발품을 팔고 최상의 레시피를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는 카페라면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로 믿고 마셔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더위에 지쳐 방문한 카페에서 말도안되는 가격에 맛도 없는 음료에 얼음만 우적우적 씹어 먹으셨던 분들을 위해!
땀흘리며 뜨거운 커피를 마실만큼의 열정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잠시라도 카페인 중독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을 위해!

베이루트가 선정한 여름음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산들다헌, 대추빙수

 

 
산들다헌의 대추빙수는 지역 농산물에 의존합니다. 팥은 남원에서 난 것을 직접 쒔습니다. 여기에 토핑으로 들어가는 각종 곡물, 건조한 대추들은 모두 산들다헌 주인장이 직접 공수해온 우리 농산물입니다. 여기에 수년간에 연구를 거친 빙수 얼음은 식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빙수 그라인딩은 마치 얼음 조각을 하듯 이뤄집니다. 급속냉동된 빙수용 얼음을 갈아내는 모습을 본다면 빙수가 만만치 않은 메뉴라는 것을 실감할겁니다.


대추빙수는 단맛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각종 농산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조화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오래 먹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은은한 단맛을 이끌어내죠. 남원에서만 맛볼수 있는 산들다헌의 대추빙수는 단연 올해 최고의 여름메뉴라고 생각됩니다.


산들다헌 리뷰 :: http://beirut.tistory.com/250

 

 

 

헬카페, 당근주스, 자몽주스

 

 

 
제주도 구좌읍에서 공수해온 당근은 스페셜합니다. 다른 재료 넣지 않고 당근만 갈아넣은 당근주스는 단맛의 끝을 보여줍니다. 단단하게 얼린 컵에 담긴 당근주스는 뜨거운 여름, 목을 축이기에 가장 건강한 음료입니다. 후루룩 마시고 바닥에 남은 건더기(?)들을 살살 녹여먹는 일은 가히 더***코를 먹고 남은 샤베트를 긁어먹는 행복감에 견줄만합니다.
자몽주스엔 오롯이 자몽 하나가 다 들어갑니다. 적당한 비율의 에일은 자몽의 맛을 극대화시킵니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 과감함과 기묘한 레시피는 감동을 이끌어내죠.


헬카페 리뷰 :: http://beirut.tistory.com/272

 

 

커피상점 이심, 레몬티
 


레시피엔 레몬과 이심 사장님 특허 시럽이 들어갑니다. 살짝 얹힌 캐모마일은 레몬티의 맛과 향을 더 풍부하게 하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날의 저녁에 마셨던 레몬티는 힐링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몸속에 레몬이 깊이 스며들면, 몇일간은 든든하게 열대야를 이겨낼 수 있죠. 아이스 레몬티도 추천합니다.


커피상점 이심 리뷰 :: http://beirut.tistory.com/200 

 

 

 

카페 뎀셀브즈, 미숫가루

 

그야말로 스페셜티 미숫가루입니다. 시골 장인들이 직접 재배한 곡물로 만든 미숫가루는 며느리도 알려주지 않는 레시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 농산물을 홍보하고, 우리음료의 시장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탄생한 뎀셀브즈의 미숫가루는 특별합니다.

적절한 미숫가루와 우유의 비율, 바텐더의 셰이킹을 뺨치는 바리스타들의 셰이킹은 뎀셀브즈에서만 맛볼수 있는 매력입니다. 집에서 혼자 말아먹는 미숫가루가 그냥 미숫가루라면, 뎀셀브즈의 미숫가루는 T.O.P입니다.

 

 

 

홀드미커피, 오렌지주스+각종 과일음료




오렌지는 사장님이 고르고 골라 특별하게 공수해왔습니다. 덕분에 3월 초 - 6월 초에만 오렌지 주스를 맛 볼 수 있죠. 오렌지 3-4개가 오롯이 들어가는(다른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렌지주스는 오렌지의 끝을 보여줍니다. 너무나 달아서 시럽을 넣지 않았을까 의심을 해보았지만, 아무리 지켜봐도 오렌지만 들어가더군요.
오렌지주스는 이제 매진이 얼마 안남았습니다. 대신, 홀드미에는 다른 과일음료도 신선하고 맛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신선하고 주스에 적합한 과일을 고르는건 사장님의 센스와 정성이 함께합니다.

 

홀드미커피 리뷰 :: http://beirut.tistory.com/283
 

 

 

커피플레이스, 딸기주스



커피 플레이스를 딸기 플레이스로 만들어버린 그 음료. 딸기 주스입니다. 커피플레이스의 사장님은 매장에 들르기 전, 딸기 농장에 직접 방문에 농부들과 이야기를 하고 딸기를 공수해옵니다. 과일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있다는 사장님의 말은 과언이 아니죠.

커피에만 퀄리티 컨트롤이 있는건 아닙니다. 딸기에도 퀄리티 컨트롤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딸기의 상태를 살피고 아낌없이 갈아넣는 정성이 최고의 맛을 만들어내죠.

커피 플레이스 리뷰 :: http://beirut.tistory.com/292


젠틀커피, 매봉 선라이즈




도시를 닮은 음료 매봉 선라이즈입니다. 젠틀커피의 시그니쳐 드링크로 유명하죠. 레시피는 석류, 오렌지, 파인애플 주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섞지 않고 마시면 각각의 매력을, 섞어내면 흡사 당근주스와 비슷하 오묘한 맛을 이끌어내는 음료입니다.

색깔이 너무 고혹적이라 마시기도전에 더위가 가시는 느낌이 드는 음료기도 하죠. 매봉선라이즈는 그 이름 만큼이나 지역을 닮아있습니다. 건물에 둘러싸인 도심에서 즐기는 과일의 맛, 매봉선라이즈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서촌, 노말사이클 코페  

 

 

서촌, 노말사이클 코페 

 

 

서촌, 노말사이클 코페  

 

 

부암동 

 

 

부암동, 같은 풍경을 낮에 찍다 

 

 

부암동 빌라촌 

 

 

부암동 빌라촌, 목련 

 

 

부암동 빌라촌, 환풍기 

 

 

옥인동, 바버샵 

 

 

 

사직동, 커피한잔 

 

 

사직동, 커피한잔 

 

 

 

사직동, 커피한잔

 

 

사직동, 어린이도서관 

 

 

경복궁 

 

 

경복궁

 

 

불광동, 우리집 

 

 

 

 불광동, 우리집, 라일리 

 

 

 

불광동, 우리동네 

 

간송미술관 

 

 

간송미술관

 

 

경주, 부처님 오신 날

 

 

경주, 모도리네집

 

 

 

경주, 개나리 아파트

 

 

 

 

 

 

경주, 진평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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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알레그리아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 사진때문입니다.

 

 

스타벅스 옆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 알레그리아 판교 플레그십 스토어입니다. 많은 소규모 카페들이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들의 습격에 밀려 문을 닫고있는 상황에서 당당하게 이에 맞서는 알레그리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훌륭한 커피맛으로 많은 판교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하니, 어찌 안가볼수 있겠습니까.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판교로 출동합니다.

 

자 오늘 소개해드릴곳은 프라푸치노가 일품인 스타벅스

 

 

 

는 아니구요 

 

스타벅스 옆에 당당하게 자리잡은(아니 스타벅스가 엄청난 깡다구로 알레그리아 옆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야하겠죠!) 알레그리아 커피 로스터즈입니다. 본점은 서초에 있습니다. 이곳은 판교 플레그십 스토어.

 

매장은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찼습니다.  

 

넓고 쾌적한 매장에 들어섭니다.

 

메뉴판을 보고 카푸치노를 주문합니다. 

 

자 알레그리아 로스터즈의 특매 블랜드 '메리 제인'으로 만든 카푸치노입니다. 상쾌하고 밝은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시트러스 향이 매력적이네요. 중간정도의 바디감은, 살짝 더워진 날씨에 마시기 적합합니다. 시원한 느낌도 주어서 매력적입니다. 목넘김이 달달한, 매력적인 카푸치노입니다. 

 

오로미아(OCFCU; 오로미아 커피농협 연합회)에서 수입된 에티오피아 레켐티 네고쇼입니다. 공정무역이 화두가 되고있는 요즘, 이디오피아 최대 커피 생산자 조합인 오로미아에서 들여오는 생두들도 덩달아 인기몰이를 하고있습니다. 에티오피아 특유의 화사한 맛이 매력적인 덕분이겠죠.

 

라벤더와 자스민의 꽃향이 느껴지며 건체리에서 맛볼수있는 단맛도 매력적입니다. 과일껍질에서 느껴지는 아린 신맛도 느낄수 있습니다. 좋은커피를 잘 볶고 잘 내리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습니다. 식어도 맛의 단단함이 유지되는건 다 좋은 생두를 썼기 때문이죠.

 

좀처럼 보기힘든 아이스 카푸치노. 우유 특성상 차가운 거품을 내기 위해선 수동 거품기를 써야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스 카푸치노를 메뉴에 내지 않는 카페들이 많습니다.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알레그리아에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카푸치노를 메뉴에 올립니다. 흥미로운 부분이네요.

 

따뜻한 카푸치노와는 달리 견과류 느낌이 느껴지는, 알싸한 맛이 매력적인 아이스 카푸치노입니다. 차가운 우유거품의 매력을 느껴보고싶은 분들은 아이스 카푸치노를 드셔보시길.

 

라마르조꼬 GB/5입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하얀색 콤팍 그라이더. 잘빠졌습니다. 옆에는 메져 로버 그라인더가 있습니다. 둘 다 자동이네요. 바쁜 테이크아웃 샵의 성향을 반영합니다.

 

다양한 브루잉 기구들이 있습니다. 밑의 사진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알레그리아에선 다양한 종류의 스페셜티급 싱글오리진 커피를 취급합니다. 이렇게 좋은 커피들을 성향에 맞게 다양한 브루잉 기구들로 즐길수 있습니다. 바리스타는 원하는 취향을 얘기하면 알맞는 커피를 골라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여유로울때 오면 기구를 다루는 법 까지 간단하게 배울 수 있죠.

 

알레그리아의 바리스타들은 손님들이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손님들은 종종 자신이 원하는 바리스타를 지정하기도 한답니다.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커피를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주는 과정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바리스타도 찾을수 있게 도와주는거죠. 외국에 있는 트렌디한 카페들에서 볼수 있는 모습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건 알레그리아 플레그십 스토어가 가진 매력입니다.

 

국민 정수기 에바퓨어.

 

바쁜 시간대를 위한 모카마스터도 보입니다.

 

알레그리아 판교점에서만 볼수 있는 진풍경. 바로 무료 사이즈업 이벤트입니다. 판교에 입주한 다양한 회사의 직원들은 해당되는 날짜에 무료 사이즈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사이즈업 이벤트에 해당되는 카페의 소개도 걸리는 그런 재미있는 이벤트죠.

 

이날은 웹진이라는 회사가 사이즈업을 받는 날.

 

재미있는 달력입니다.

 

캔티팝 라떼. 저도 한 번 마셔봤는데요, 단맛이 매력으로 터지는 커피입니다. 시원한 여름에 어울리는 그런 라떼죠. 사진은 못찍었습니다. 오늘의 커피는 에티오피아 시다모 코라테 입니다.

 

커피를 못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

 

더치커피는 이렇게 고급스런 포장으로 판매됩니다.

 

원두 판매대를 구경해볼까요.

 

에어로프레스는 물론, 메탈필터까지 판매합니다. 저도 사려고 했다가 온라인스토어에서 매진되는 바람에 구입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에어로프레스는 참 재미있는 기구입니다. 최근, 메탈필터는 물론이요 압력을 높여주는 고무패킹이 들어간 개조 버전(?)이 등장하면서 더 다양한 추출 레시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커피에 입문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기구입니다. 다양한 추출 레시피, 기구의 활용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알레그리아에게 양보합니다.

 

 

스페셜티 싱글오리진 생두들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여기에 제시되어있습니다. 참고하시길.

 

 

 

알레그리아를 찾은 또다른 이유가 여기있습니다. 바로 멋진 인테리어. 젊은 회사원들이 커피를 즐기고 가기에 더할나위 없이 쾌적하고 멋진 공간입니다. 얼마나 이 공간이 훌륭하냐면,

 

이 카페의 바로 옆(진짜 바로 옆에 붙어있습니다!)에 이 카페의 인테리어를 고대로 따라한 카페가 탄생할 정도라네요. 저는 알레그리아가 확장공사를 하는줄 알았습니다.

 

어렵게 프렌차이즈와의 경쟁을 이겨내며 뿌리를 내린 알레그리아에겐 어처구니 없는 상황입니다. 저도 황당하기만 합니다. 알레그리아의 성공에 무임승차하려는 속셈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커피맛을 알고 알레그리아로 향하겠지만, 당분간은 매장을 헷갈려서라도 이곳으로 사람들이 유입되겠죠.

 

사실 이런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도 생각치 못했던 곳에 카페를 열고 당당하게 성공을 하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비슷한 인테리어로 문을 여는것이죠. 심지어는 머신과 기구도 비슷하게. 우후죽순 확장하는 프렌차이즈 업체들도 문제지만, 이렇게 얌체처럼 카페를 여는 개인사업자들도 문제입니다.

 

심지어는 맞은편에도 알레그리아의 인테리어를 따라한 카페가 오픈준비를 하고있다고. 당장에 알레그리아에 찾아올 어려움에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다시 매장을 둘러봅니다. 알레그리아의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넓고 쾌적한 테이블들.

 

영업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여곡절끝에 스타벅스와 공존하고 있는 알레그리아에게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상도에 어긋나는 이런 행위들이 언제쯤 근절될까요. 카페오픈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이런 얌체족들은 언제쯤 정신을 차릴까요.

 

알레그리아 로스터즈가 더욱 분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커피맛으로 인정받는 카페들이 힘을 내길 바라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 알레그리아 커피 로스터즈 판교 플레그십 스토어 가는길 -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 하자. 4번출구로 나와 우회전. 사거리를 하나 지나고 개천까지 걷는다. 이어서 나온 사거리를 지나 보이는 안랩을 끼고 우회전. 알레그리아 로스터즈 판교점을 볼 수 있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79 삼환하이펙스 B동 1층 알레그리아커피,  031-696-0305
  • 월요일-금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영업

 

※ 추신: 두 매장은 현재 문을 닫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확인하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읽지 않는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에 대해 말합니다. 저자는 어떤 독자도 책을 읽고나서 그 내용에 대해 잊어버리는 '망각의 과정'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고 말합니다.그는 책의 모든 내용을 샅샅히 기억해낼 수 있는 천재가 아닌이상, 사람들은 대부분 그 내용을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불명확한 기억들로 재구성해 기억해낼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커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신 모든 커피는 '망각의 과정'을 거칩니다. 미뢰에 하드디스크를 연결해놓은 컴퓨터가 아니고서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낀 그 모든 감각들을 어떻게 기억하겠습니까. 고백컨데 제가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들도 대부분 망각과 재구성의 과정을 거칩니다. 여러분이 보신 수많은 커피견문록도 그날 커피를 마신 제 기분과, 함께 마신 사람, 카페의 분위기를 통해 재구성된 기억의 산물입니다.

 

망각의 과정을 거친 커피코케인과 커피대장금의 커피는 어떻게 재탄생했을까요.

커피 한 잔 덕분에 알게된 사람들이 가득했던 그 분지에서의 기억을 다시 재구성해봅니다.

 

본격적인 글에 앞서 대구 투어를 함께해준 도윤님, 서리님, 딴죽걸이님께 감사를 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커트 코베인과 비슷한 느낌의 이름을 가진 커피 코케인은 경북대 문들중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북문 앞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매장에는 역시 커트 코베인같이 간지나는 바리스타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심플합니다. 커피 메뉴는 5개, 비커피 메뉴는 3개. 제가 만났던 어느 메뉴판보다도 가장 시크하네요.

저도 시크한 표정으로 카푸치노를 주문합니다.

 

하지만 주인장께선 시크한 표정으로 카푸치노가 없다고 말하십니다.

그래서 전 다시 비굴하게 라떼를 주문합니다.

 

아이스를 시키지 않았다는건 제 일말의 자존심입니다. 더운 대구에서도 전 뜨거운 커피를 마십니다.

 

라떼는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끝에 떫떠름함이 조금 느껴지긴 하지만 이내 아늑한 느낌으로 변합니다. 젊고 잘생긴 록커가 부르는 록발라드의 느낌이라면 조금 구린 수식일까요.

 

네, 함께간 (대구 카페투어 가이드를 해주신) 도윤님이 시키신 아이스라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이스 라떼의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두유처럼 고소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뜨거운 라떼에서 느껴지던 까칠한 맛들이 사라졌습니다. 봄의 느낌이 한껏 담긴 부드러운 커피네요.

 

카푸치노를 마시지 못한게 못내 아쉬워 에스프레소를 한 잔 더 시켜봅니다.

 

카카오처럼 달달함고 씁쓰름함이 교차되는, 마음을 줄것같으면서도 다시 빼앗아가는 그런 오묘한 에스프레소 입니다. 라떼를 마셨을때 왜 그런 맛들이 났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식으니 조금 달달해집니다. 에프터 테이스트도 좋아지구요.

 

자. 수많은 카페중에 코케인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좀처럼 보기드문 페마 레전드 E61 머신입니다. 머신뒤로는 수줍은 싸장님의 모습이.

 

무조건 비싸다고 다 좋은게 아닙니다. 머신에 대한 이해가 우선한다면 어떤 머신이든 맛있는 커피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요 멘트는 거의 고정 멘트가 돼가는 느낌입니다.

 

서울은 이미 라마르조꼬와 시네소 왕국이 돼버렸습니다. 덕분에 라마르조꼬를 쓰면서도 맛없는 카페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대구 커피 투어를 하면서 페마머신을 종종 볼 수 있었던건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그 카페들을 다 찾아가보지 못한게 아쉽기도 합니다. 유독 대구에서 페마가 잘 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페마는 역사가 오래된 머신입니다. 최초로 반자동머신 모델을 만들어낸 회사기도 하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 페마 머신을 잘 사용하는 카페는 별로 없습니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커피 스타일이 페마와 맞지 않는다는 얘기를 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선 머신에 대해 지식이 많지 않아 딱히 코멘트를 드릴 수 없을것 같네요.

 

 

각설하고, 코케인에서도 한때는 라마르조꼬 리네아를 사용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머신이 잘 맞지 않아 다시 페마 레전드를 들여왔다고 하네요.

 

그룹헤드가 튀어나와있는 특이한 구조의 페마 레전드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추출시 항온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용하기 나름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라인더는 스페인제 그라인더 콤팍 K10입니다.

 

무려 두대가 있네요.

 

그라인딩 양을 정확하게 조절해주는 컨트롤러입니다.

 

정수기계의 스테디셀러, 에바퓨어입니다. 앞에는 말코닉 그라인더가 브루잉용으로 자리잡고있네요.

 

드립스테이션입니다. 클레버와 케멕스 그리고 칼리타 동드립포트, 하리오 V60드리퍼가 눈에 띕니다. 잘 보이진 않지만 찾아보면 에어로프레스도 있습니다.

 

브루잉은 직접 로스팅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여러 카페들에서 가져온 녀석들을 내려주죠.

이날은 경주 커피플레이스의 케냐와 이디도, 서울에있는 그라피티의 에티오피아 코체레가 있었습니다.

 

로스터는 태환 1kg입니다. 깔끔한 배기구조가 돋보입니다.

 

매장은 심플합니다.

 

 

사장님이 추천하신 포토존입니다. 리브레와 커피대장금 에스프레소 파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날은 묘하게도 바에 4명의 남성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광경이 연출됐습니다. 게다가 네명 다 커피 덕후.

 

하지만 이 카페는 여대생들이 자주 찾는 성지로도 유명하다고 하니(보장은 못하겠습니다) 궁금하시면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찾아간곳은 커피 대장금.

 

저를 대구로 이끌어주신 분은 바로 파워블로거 서리님 입니다. 주 활동지(?)인 대구에 대한 애정으로 올려주신 포스팅이 바로 저를 대구로 이끌었죠. 그리고 저는 서리님을 닥달해 대장금으로 이끌었습니다.

대구의 '리브레'라고 불리는 커피 대장금입니다. (아아, 제가 그렇게 명명한겁니다)

 

맛있는 커피와 멋진 인테리어와 사장님의 짧은 머리(?) 덕분에 저는 리브레가 생각날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심플한 메뉴. 인상적입니다. 다행이도 여기는 카푸치노가 있습니다.

 

그래서 카푸치노를 시킵니다.

 

원두는 (전)한국바리스타 국가대표 이종훈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망원동의 그라피티의 블렌딩을 사용합니다. 얼마전까지 리브레의 원두를 공수해오다가 최근에 잠깐(?) 다른 원두를 써보고 있다고 말씀하시네요.

 

포도맛이 인상적인, 청량감이 좋은 카푸치노입니다. 요구르트 같은 달콤함이 매력적이네요. 전반적인 인상은 플레인 요거트와 비슷합니다.

 

요즘 그라피티의 원두가 저를 참 놀라게 합니다. 리브레의 에스프레소 블렌딩은 개성이 넘칩니다. 어느 카페에서 뽑아도 그 색깔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그라피티의 원두는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밸런스가 뛰어남과 동시에 바리스타와 머신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면모를 많이 보여줍니다.

 

머신은 시네소 3그룹. 바리스타들의 꿈의 머신입니다.

 

두 대의 메져 로버 자동 그라인더.

 

드립용으로는 말코닉 그라인더가 수줍게 자리잡습니다.

 

우버보일러입니다. 얼마전에 소개한 연희동의 5brewing에서 사용하는 머신이기도 하죠. 마르코 브루잉이라는 아일랜드 회사의 제품인데, 브루잉을 위한 정확한 물의 제공을 위해 탄생한 머신입니다. 제가 아는건 이정도까지.

 

대장금에서는 최근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용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로스터는 프로바티노입니다. 대장금에선 공급받는 원두 이외에 자체로 필요한 원두를 볶기도 합니다.

 

역시나 국민 정수기 에바퓨어.

 

반가운 이름이 보입니다 :)

 

대장금 머그컵은 절찬리에 판매중.

 

콤팩트한 좌석들입니다.

 

시네소 포터필터가 정갈하게 걸려있네요.

 

클레버 신제품과 대장금 머그, 대장금 커피입니다. 흡사 선물세트같은 느낌을 주네요.

 

아이스크림 커피밀크를 주문해봅니다. 사장님과, 서리님과 뒤늦게 등장하신 딴죽걸이님과 얘기하다가 시간가는줄 몰랐네요. 그 사이에 커피도 후룩후룩. 달지않아 매력적입니다. 조금씩 아이스크림을 떼어먹으며 폭풍수다를 이어갑니다.

 

 

 

연중무휴. 커피는 착한가격에 제공됩니다.

 

보수적인 도시로 유명한 대구였기에 커피도 보수적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오래된 머신을 쓰거나 강배전을 고집하는 카페를 찾은건 대구의 커피스타일을 규정해보려는 나름의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습니다. 대구의 카페들은 제가 방문했던 그 어떤 카페들보다도 개방적인 카페였습니다. 누구나 쉽게 마실수 있는 가격이 일단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분들은 너무나도 밝은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어떤 주문에도, 질문에도 흥겹게 대답해주셨죠. 함께해준 사람들 덕분인지는 몰라도 커피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서 더욱 그런느낌이 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구의 분위기를 떠나 두 카페는 커피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을수 있습니다. 커피를 위한 기구만을 허락하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커피만을 솔직하게 즐길수 있는, 몇 안되는 진중한 카페라는 생각이 듭니다.

 

  • 커피코케인 가는길 - 대구 시내버스 410, 706, 719, 323, 300등 경북대학교 북문앞을 지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경대 북문을 등지고 왼쪽으로 쭉 따라 내려오다보면 농대 맞은편에 있는 커피 코케인을 찾을 수 있다. 대로변에 있으니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대구 북구 산격동 1400-3, 053-939-4628
  •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

 

  • 커피 대장금 가는길 - 대구 시내버스 410, 706, 719, 323, 300등 경북대학교 북문앞을 지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경북대학교 북문 교차로에서 스타벅스 방향으로 길을 건넌다. 보이는 골목으로 진입. 오른편 길을 따라 쭉 들어간다. GS25를 지나처 직진. 보이는 삼거리에서 CU편의점 좌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커피대장금을 만날 수 있다.
  • 대구 북구 산격3동 1313-58, 053-755-1520
  • 월-금 오전 11시 30분 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영업

※ 추신: 두 매장은 현재 문을 닫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확인하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시사웹진 팩톨(factoll.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베이루트의 커피 칼럼 :: http://www.factoll.com/2013/05/beirut-cafe-daegu-1/

 

다방을 카페라고 부를 수 있다면, 미도다방과 하이마트는 최고령 카페안에 들어갈겁니다. 미도다방은 동성로 진골목에서 옛 모습, 옛 메뉴 그대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 약차를 파는 다방입니다. 하이마트는 공교롭게도 아직까지 '다방'으로 분류되어있는 음악 감상실입니다.

 

두 장소는 카페와 음악을 좋아하는 저에게 언젠가는 꼭 찾아가야 하는 장소였습니다. 카페는 커피를 넘어서 지역과 함께 존재해야한다는 생각이 저를 미도다방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남는게 아무것도 없는 서글픈 나라에 살며 음악만을 오롯이 들을 곳이 그리웠기에 하이마트로 향할 수밖에 없었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선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어느 도시 어느 곳 주인이 없는 땅은 없습니다. 국가는 도시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최대한 그것을 활용하고자 합니다. 덕분에 도시에는 빈틈없이 건물이 들어섭니다. 그리고 그것은 효용에 따라 철저하게 스러지고 다시 일어섭니다.

 

카페는 이렇게 삭막한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작은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커피 한 잔 값이면 사람들은 누구나 카페가있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카페를 통해 공간을 잠시동안이라도 공유하게 됩니다. 숨막히는 도시의 풍경은 카페를 가득 채우고 쉬어가는 사람들로 인해 온화해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제가 카페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커피를 파는 가게를 넘어선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생각하는건 지나친 일일까요.

 

오늘 소개할 두 공간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곳입니다.

 

대구 도심에는 다양한 사연을 담은 골목들이 많습니다. 진골목은 그 중에서도 옛풍경을 그대로 담아낸 골목으로 유명합니다. 미도다방은 그런 진골목의 끝에서 진한 약탕향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미도다방은 2층에 있습니다.

 

올 봄에도 '입춘대길'입니다.

 

공간은 우리가 상상하는 다방 그대로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원래 그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거죠.

 

우선 카푸치노를 주문합니다. 는 농담이고.

 

가장 맛있어보이는 쌍화차와 약차를 주문합니다. 각각 3천원과 2천5백원. 착한 가격이네요.

 

우선 쌍화차입니다. 약차를 베이스로 다양한 견과류와 계란노른자등의 쌍화차 건더기가 함께 우려져 나옵니다.

담백한 약탕은 재료가 품은 고유의 맛과 조화를 이룹니다. 건더기들의 다양한 식감은 마시는 이에게 한끼 식사의 포만감을 안겨줍니다. 밥같은 쌍화차 한 잔입니다.

 

약탕은 담백하기 그지 없습니다. 한약재의 향기가 그대로 우러나온 약탕의 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약탕 한모금을 먹고 생각에 설탕을 가득 찍어 먹는게 정석이라고 합니다. 약탕의 향기가 은은하게 맴돌때 달달한 생강을 씹어먹으면 그리 오묘할 수 없습니다.

 

음료를 주문하면 서비스로 나오는 센베과자. 훌륭한 맛입니다.

 

자자, 요렇게 한 상 차리면 5천원입니다.

 

매장을 둘러봅니다. 약탕머신은 저렇게 생겼네요. 아마 국내산인듯합니다. 약탕머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재료에 들어가는 정성스런 손길이 깊은 약탕의 향기로 전해집니다.

 

브루잉 머신은 처음보는 녀석이네요. 커피는 시키지 않았습니다만, 노른자 동동 띄워주는 옛날 다방커피가 그리운 분들은 시켜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잡한 주방에는 핫 워터 디스펜서를 포함해 다양한 브루잉 머신들이 갖춰져있습니다.

 

포근한 실내. 다방을 애용하는 어르신들이 기증했을법한 서예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채웁니다.

 

넓고 쾌적한 다방 내부. 브금(BGM)은 흐르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소박하게 들리고 깊은 약탕향기가 남은 공간을 채웁니다.

 

 

편안한 소파는 쌓여있던 여독을 풀어줍니다.

 

잘 정돈된 계산대

 

창 밖 풍경입니다. 아쉽게도 진골목의 모든 상점이 다 운영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건물은 다시 새로운 용도를 찾아 나섭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이곳도 언젠가는 도시의 필요로 사라지겠죠.

 

정정한 어르신들이 찾아오는 미도다방만큼은, 이 골목에서 오래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합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중앙로로 향합니다. 1957년 문을 연 그 모습 그대로 중앙로를 지키고 있는 음악감상실 '하이마트'를 향했습니다.

 

독일어로 '고향'을 뜻하는 하이마트(Heimat)에는 가전제품 전문점으로 오인한 젊은이들의 전화가 종종 온다고 합니다. 하이마트(Hi Mart)나고 하이마트(Heimat)난거 아닙니다. 하이마트(Heimat)나고 하이마트(Hi Mart)났습니다.

 

대구역에서는 걸어서 15분정도. 중앙로 역에서 내리면 5분이면 하이마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시내 중심에 있어 깜짝 놀랬습니다.

 

하이마트 뮤직홀. 벌써부터 음악을 들을 생각에 마음이 설렙니다.

 

음악 감상실 밖으로 보이는 카페공간입니다. '마시는 곳'과 '듣는 곳'을 구분짓는건 하이마트의 소신입니다. 듣기만해도 바쁜데 어찌 마시고 먹겠습니까.

 

여기도 커피를 마시는 공간입니다. 감상실 내부는 어떠한 식음료도 반입금지입니다. 오직 음악만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주인장의 섬세한 배려입니다. 물론 여기서도 음악이 들리니 커피를 마시며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네. 카라얀은 클래식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성공을 위해 나치를 따르긴 했지만 훌륭한 지휘로 베를린필의 종신지휘자를 역임했고 최초로 디지털 녹음을하며 LP시대에서 CD시대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끈 대단한 사람입니다. 덕분에 고전음악을 향유하는 공간에선 카라얀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바람구두의 문화망명지'에 실린 카라얀에 대한 설명으로 갈음합니다.

http://windshoes.new21.org/classic-karajan.htm

좋은 글이니 카라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베토벤 9번 교향곡 마지막 악장에 나오는 가사를 옮겨놓은 팻말입니다.

 

O Freunde nicht diese toene! Sondern lasst uns angenehmere anstimmmen. und freudenvollere

오 벗들이여, 이 노래는 아니다. 이제 기쁨의 노래를 부르자, 환희의 송가를 부르자!

 

뭐 대충 이런 뜻입니다.

 

한켠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클래식 잡지 '객석'이 가득 채워져있습니다.

 

감상실로 향하는 입구.

 

 

흡사 영화관 의자를 떠올리게 하는 감상실 의자들. 정면에는 스피커만이 오롯이 서 있습니다.

 

한쪽 면에는 틀어주는 음악의 제목이 판서돼있네요.

 

벽면에는 다양한 음악가들이 가득합니다.

 

제가 찾았을땐 하이마트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신청곡을 들을 수 있었죠. 음악이 나오자 주인장은 문을 닫고 조명을 어둡게 해 줍니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자리를 비워주시네요.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브란덴브루크 협주곡을 신청합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LP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이리 보존이 잘 된 스피커로 듣는건 처음입니다. 공간을 가득채우는 소리에 압도돼 아무것도 못하고 음악만 들었습니다.

 

벽면을 가득채운 LP는 이 공간뿐만 아니라 윗층의 다락방을 가득 채우고도 남습니다.

 

1대 운영자이신 김수억씨. 6.25때 가재도구를 팽개치고 평생을 모으신 음반들만 들고 대구로 향했다고 합니다. 전쟁이 끝나고도 음반이 상할까봐 쉽사리 이곳을 뜨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인의 뜻에 자식들은 대를 물려가며 이곳에서 음악감상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이마트는 연중 무휴. 음악은 오직 가족만이 틀 수 있습니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는거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2대 운영자 김순희씨는 말합니다.

 

칼 리히터의 브란덴 브루크 협주곡. 고민끝에 6번을 부탁했습니다. 아직도 귓가에 음악소리가 맴도는듯 합니다.

 

전성기였던 60년대 이후로는 찾는 손님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 주변 학교의 음악감상반들이 손님이라고. 그래도 주인장께선 혹시나 언제라도 먼길을 찾아오는 손님이 허탕치지 않을까, 문을 닫지 않고 기다린다고 합니다.

 

음악을 듣는일은 쉬워졌지만 음악을 '제대로 듣는일'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언제부터 음악을 듣는게 이리 부수적이고 가벼운일이 됐을까요. 하이마트는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세월이 지나 더이상 들을 수 없는 음반들은 하이마트는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음악만을 듣기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매일매일 장비들을 정검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있죠.

 

미도다방과 하이마트는 대구가 간직한 보물입니다. 카페라는 공간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던져줍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이 공간이, 대구와 함께 오래오래 늙어가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카페 견문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이 곳을 찾아 함께 공간을 나눴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중한 공간을 지키는건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걸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미도다방 가는 길 - 대구 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 16번 출구 이용. 덕산떡전골목을따라 쭉 들어간다. 고려인삼이있는 사거리를 지나 직진. '가창떡집'을 발견하면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진골목길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좌측에 있는 미도다방을 만날 수 있다. 1호선 중앙로역 이용시 1번출구로 나와 직진, 경안빌딩을 끼고 우회전. 중앙시네마 옆길(진골목길)을 따라 이동하면 사거리가 나온다. 2층에 있는 미도다방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대구광역시 중구 종로2가 66-1, 053-252-2599

 

  • 음악감상실 '하이마트' 가는길 -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이용. 2·28 공원 방향으로 이동(2번,8번출구 이용) 2번출구로 나올경우 나오자마자 좌회전. 길을따라 직진. 사거리가 나오면 다시 직진. 중앙공원이 보이면 우회전. 다시 사거리에서 좌회전. 카페프로모션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성내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하이마트 간판을 볼 수 있다. 8번출구 이용시 2·28공원까지 직진. 공원을 끼고 우회전. 성내동 주민센터를 지나면 바로 하이마트가 보인다.
  • 대구 중구 공평동 16-21 3층, 053-425-3943, 연중무휴.
  • http://www.heimat.or.kr/

 

제가 여행 계획을 짜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우선 한 도시나 카페를 정합니다. 그리곤 그 도시에 있는 카페를 찾아보거나 그 카페가 있는 도시로 갑니다. 그리고 그걸 기준으로 주변에 있는 관광지나 숙소를 찾습니다. 아니면 카페에 가서 여행 계획을 마무리 하기도 하죠. 카페 주인이나 그곳을 찾은 사람에게 주변 맛집이나 여행지를 물어보는 방법도 언제나 좋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저의 여행에는 '커피'라는 주제가 항상 따라다닙니다. 덕분에 카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되고 뜻밖의 도움도 받게 되죠.

 

이번 여행은 경주-대구 카페들을 가보는게 목표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꼭 가보고 싶었던, 가야만했던 곳은 경주의 '커피 플레이스'였습니다. 커피 플레이스를 찾게 된 건 모두 그곳에서 주문한 원두 덕분이었습니다.

 

커피 플레이스에서 도착한 원두는 강배전 클래식 블렌드와 중배전 싱글오리진(제가 마신건 에티오피아 이디도)였습니다. 커피가 그렇게 맛있었냐구요? 사실은 그렇게 인상깊지는 않았습니다. 도리어 강배전 클래식 블렌드는 배기가 약한 느낌이 들 정도로 스모키하기까지 했습니다. 커피 플레이스에 대한 오해가 생긴건 그 즈음이었죠. 그러다가 며칠후 다시 그곳의 커피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온 에티오피아 이디도를 마셔봤습니다.

 

그리고 전 망설이지 않고 경주행 KTX를 예매했습니다. 직접 가서 마셔봐야 하는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농담이 아닙니다. 커피 한 잔 마시기 위해 경주까지 찾아왔습니다. 뒤늦게 마신 에티오피아 이디도는 훌륭했습니다. 신맛이 지배적일거란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오히려 중후한 바디에 고소함과 달달함이 감싸는 아주 매력적인 이디도였죠. 약배전에 신맛이 강한 인상을 풍기는 유행에 따르는 맛이 아니었습니다.

 

사장님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 찾아간 커피플레이스 1호점. 고즈넉한 봉황대 앞에 위치해있더군요.

 

커피 플레이스 가보셨어요? 너무 좋아요. 카페에 앉아서 보면 봉황대가 보여요. 너무나도 평화로운 곳이죠.

 

정말로 커피플레이스 바로 앞에는 오래된 나무가 세그루나 자라고 있는 봉황대가 있었습니다.

 

풍경에 놀란것도 잠시, 카페로 들어서 주문을 합니다. 뭘 주문할지는 '커피 견문록'을 꾸준히 봐오신 분이라면 아시겠죠.

 

 

 

카푸치노를 한 모금. 오해가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보기드문 강배전에 스모키함까지 느껴졌던 커피는 사장님의 추출을 통해 초콜렛과 와인향이 깊은 클래식 카푸치노로 변신했습니다. 강배전 커피들을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약배전 커피들에 익숙해졌던 입맛을 반성하게 되는 맛이었습니다.

 

강배전을 택한 이상 카푸치노는 뛰어난 향미를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신 묵직한 바디, 중후한 마우스필을 선사하죠. 우유와는 찰떡궁합입니다. 산미가 도드라지지 않는, 오일리한 카푸치노 한 잔은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마실수 있는 맛을 자랑합니다.

 

이어서 마신 드립커피. 역시 중배전포인트입니다. 요즘 보기드문 멜리타 드립입니다. 물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하리오는 비교적 드립이 쉽습니다. 추출 디펙드도 적은편이구요. 그에 반해 멜리타는 컨트롤하기 상당히 어려운 드리퍼죠. 구멍은 똑같이 한 개지만 추출구가 작고 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엘살바도르 한 잔은 융으로 내린듯한 깊은 맛을 자랑합니다. 역시나 중후하면서도 부드럽습니다. 때마침 둘러본 카페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맛이 커피플레이스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마신 사장님의 특별 에스프레소. 이디도 싱글로 내린 에스프레소였습니다. 팡 터지는 산미와 향긋함 그리고 짭짜름함까지. 이런 커피를 할 줄 모르는건 아니라는 얘기를 하는듯 했습니다. 서울 깍쟁이에게 주는 선물인것 같네요. 물어보니 원하는 손님에게만 서비스로 내려주는 커피라고 합니다.

 

커피에 감동을 했으니 이제 매장을 둘러봅니다. 논란이 있었던 시모넬리 아피아네요.

 

많은 카페들이 좋아하는 시모넬리 아피아.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번 내려보겠...

 

개인적으로 아피아는 참 훌륭한 머신이라고 봅니다. 일단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다는게 장점이죠. 게다가 개조하기도 편해 많은 바리스타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꿔가며 쓰는 머신이기도 합니다. 작동도 편리하고 스팀을 치기에도 좋은 구조죠. 누구나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머신입니다. 일부에선 일정한 추출을 하기엔 부족한 머신이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야 머신을 잘 이해하기만 한다면 손쉽게 해결할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비포장도로에서 람보르기니보다 모닝이 훨씬 더 적합합니다. 긁힐가봐 조마조마하며 타는, 프리미엄 기름만 먹어대는 깍쟁이 벤츠보다 나에게 익숙하고 편한 소나타가 더 좋을때도 있습니다.

 

 

안핌의 스테디 셀러 밀라노. 호퍼안에는 기름진 강배전 원두들이 보입니다.

 

디팅 그라인더. 개인적으로 디팅과 후지로얄은 애정하는 그라인더이기도 합니다.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과 스페셜티 커피에 익숙할정도로 커피에 빠져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권할만한 글들입니다. 소설을 쓰고싶었던 사장님의 글솜씨는 이렇게 카페를 통해 발현됩니다.

 

커피가격에 대한 오해와 이해에 대한 글 부터 카페운영에 대한 철학까지. 카페를 찾으신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10g을 더 넣어주는건 애누리겠죠. 정이 넘치는 원두 판매입니다.

로스팅은 2호점에서 진행됩니다. 약간 개조가 된 태환 프로스타 1kg이 메인 로스터입니다.

 

멋진 필기체 글씨가 인상적인 커피들입니다.

 

 

더치커피도 마셔봤습니다. 달달하고 부드럽더군요. 좋아하는 분들은 드셔도 후회없을거라 보장합니다.

 

매장 안쪽으로 보이는 드립용 본막그라인더(카페 이심에서 사용하는 그라인더이기도 합니다),

베째라 줄리아 머신입니다.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거나 아피아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실험추출을 위해 사용하는것 같네요.

 

 

매장 벽면에는 포근한 그림들이.

 

소박한 인테리어의 매장은 언제 찾아도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경주에서 커피 배우고 싶은 분들은 권하고싶은 수업이네요.

 

 

 

 

 

 

 

매장을 찾는 손님들은 다들 사장님과 한 마디씩 합니다. 사장님은 바와 테이블을 오가며 친구들과 이야기하듯 손님들의 안부를 묻고 커피 맛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커피는 자연스럽게 경주 사람들의 입맛을 따라가게 됩니다. 경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커피 한 잔 하고 갈 수 있는 커피의 탄생은 이렇게 탄생합니다.

 

 

 

넓고 쾌적한 실내.

 

퍼즐이 있습니다. 사장님의 취미인것 같기도 하네요. 의외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퍼즐을 즐기다 가는 학생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책장에는 재미있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하루키 책이 많아 물어봤더니 다 사장님 책이라고. 하루키의 소설보다 수필을 좋아한다는 점이 같아 한참 얘기를 나눴습니니다.

 

좋은 매장의 징표인가요? 매거진B 인텔리젠시아편은 호두커피, 헬카페에 이어 커피플레이스에도 등장합니다.

 

때마침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봉황대 앞에서 행사가 열렸습니다.

 

봉황대 앞에 불을 뽑는 봉황이 등장. 순간 놀라서 커피 잔을 들고 뛰쳐나왔습니다.

 

 

스페셜티 직거래 유기농 마이크로랏 착한 딸기주스.

과일만큼은 맛을 보장한다고하는 사장님. 경주 과일맛이 그렇게 좋다고 자랑을 하십니다. 매장에 오기 전 농장에 들러 집적 공수해오신다고. 이거야말로 착한 주스 아니겠습니까. 입안에서 딸기가 춤을 춥니다. 딸기 플레버에 딸기 아로마 스트로베리 마우스 필에 스트로베리 바디 그리고 딸리 에프터테이스가 인상적인 딸기주스입니다.

 

이래서 여기는 딸기플레이스가 됐다는 이야기가...

과음해서 헛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커피플레이스의 분점은 2호점 로스팅 전문점을 제외하고 모두 4곳.

컨설팅과 원두공급을 제외하곤 사실 독립적인 매장이라고해도 될 정도입니다. 분점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죠. 사장님의 경영철학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1호점 노동동점입니다.

매장에따라 메뉴는 상이할수 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는 지역화된 카페입니다. 로컬라이제이션이라고 하면 될까요.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들의 입맛을 설득하는 커피가 가장 좋은 커피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아무리 유기농에 스페셜티에 좋은 머신에 트렌디한 요소들을 갖춘 카페라도 옆집사는 사람이 쉽게 드나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겠죠.

 

커피플레이스는 제가 찾은 카페중 가장 지역에 밀착된 카페였습니다. 오해가 있었던 강배전 블렌딩은 일부러 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배기를 낮춰 뽑은 커피였습니다. 사장님의 철학이 담긴 추출은 결점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대구로 올라가기까지 둘러봤던 경주는 커피플레이스와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아니, 커피플레이스는 경주와 많이 닮은 카페였습니다. 좋은 카페가 무엇인가에 대해 의미있는 화두를 던져준 커피플레이스 사장님께 이자리를빌어 감사하단 말을 하고싶습니다.

 

 

  • 커피 플레이스 가는 길 - 경주 역전 삼거리에서 법원 경찰서 방향으로 직진, 신한은행 사거리에서 좌회전 300m정도 직진하면 봉황대 맞은 편 커피 플레이스를 발견할 수 있다. 경주 터미널에서 하차시 서라벌 문화회관 쪽으로 직진, 주유소를 지날때까지 직진. 봉황대 방면으로 좌회전해서 직진하면 된다.
  • 경상북도 경주시 노동동 43-1, 010-2352-2573
  • 월요일-토요일 오전 10시반-오후 10시, 일요일은 휴무
  • 홈페이지 http://coffeeplace.kr
  • 2호점은 로스팅 전문점, 3-6호점은 분점으로 원두와 상호를 제외하고 차이가 있을수 있음

 

 

 

커피플레이스 1호점에서 머지않은 곳에 경주밀면식당이 있습니다. 국물이 담백하고 면발도 쫄깃허니 참 좋네요.

카페투어도 식후경입니다.

 

 

 

다경도설(茶經圖說)차에 관한 최초의 서적인 육우 다경(茶經)을 그림과 함께 풀어쓴 책이다. 다경을 해설한 책은 논문에 가까운 것부터 차에 입문하는 이들이 쉽게 접할수 있도록 간편하게 요약한 버전까지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다경도설은 치우치핑이라는 중국 차 연구 학자가 다경을 풀어쓴 것을 번역한 책이다. 여기에 다양한 그림까지 더해져서 다경'도圖'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차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차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커피를 공부함에 있어 도움이 될 것 같아 망설이지 않고 책을 구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에 대한 깊은 혜안이 담긴 이 책은 커피에 대한 이해와 고민을 더해주는데 큰 도움이 됐다. 개인적인 생각을 나열하기보다 책에 나온 구절들을 인용하면서 고민을 나누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모를 해둔 부분 중 일부를 옮겨본다.

 

 

  • 차는 들에서 자생하는 것이 좋고, 밭에 가꾸어 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양지쪽의 벼랑이나 그늘진 숲에서 나는 차가 좋다. …(중략)… 그늘진 산이나 비탈진 계곡에서 나는 것은 채취하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나는 차는 그 성질이 엉기고 막히어 몸에 병을 일으킨다. (36쪽)
  • 고산의 구름과 안개가 좋은 차를 낳는다. (37쪽)

 

책은 차가 재배되는 환경에 대해 서술하며 시작된다. 고산에서 좋은 커피가 재배되듯 차 또한 고산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 상품이 탄생한다. 억지로 재배하는것보다 스스로 자생하는것이 상품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은 우리가 '야생커피'를 발견하고 그 오묘한 맛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했다. 좋은 자리에서 스스로 자라는 커피가 있다면 그 커피야 말로 진정한 스페셜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량 생산에서 벗어나 농장별, 섹터별 마이크로랏 커피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참고해볼만한 구절이다. 커피를 재배함에 있어 얼마나 인간의 손이 닿아야 하는가. 좋은커피는 결국 자연에서 나온다. 고산의 구름과 안개가 차를 '낳는다'는 표현은 그래서 더 깊이 와닿는다.

 

  • 차의 쓰임은 그 맛이 매우 찬 것이어서 그것을 마시는데에 적당한 사람은 정성스러운 행실과 검소한 덕을 갖춘 사람이다(40쪽)
  • 병차시대에 차를 맛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방아를 찧고, 스스로 체에 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과정 중에 '입으로는 말할 수 없고 마음으로 쾌활하게 자득한다'는 초연한 의경을 경험하게 되는것이다(127쪽)

 

다도(茶道)라는 말이 있다. 차를 마시는 것은 단순히 목을 축이는 것 뿐만 아니라 예를 갖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통해 얻어진 것을 스스로 다스려 마시는 일 만큼 고귀한 일이 어디있는가. 커피도 마찬가지다.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마시는건 종교의식처럼 여겨진다.

 

'추출이란 말은 그것이 간단한 과정이라는 환상을 낳게 한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많은 가변요소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테디 링글이 추출에 대해 한 말은 육우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커피를 추출하고 마시는 일은 간단해보이지만 많은 가변요소들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커피 한 잔에 예를 갖추고 한 모금에 마음을 다스린다는건 지나친 일이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것을 볶고, 내리는 과정을 생각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허투로 만들어지는 커피 한 잔이 어디있겠는가.

 

 

  • 차를 구울 때 사용하는 불의 연료는 숯이 가장 좋고, 다음은 단단한 떌감이 좋다. 그 숯은 일찍이 지지거나 굽는일을 해서 누린내나 비린내가 스며 있는 것이거나 진이 나는 나무와 썩은 그릇은 쓰지 않는다. 옛 사람들이 '썩고 문드러진 땔나무로 음식을 만들면 이상한 맛이 깃든다'고 했는데 믿을 만하다.(170쪽)
  • 차를 달이는 데 사용하는 물은 산수가 상품이요, 강물은 중품이요, 우물의 물은 하품이다. 산수는 젖샘이나 돌로 된 못에서 천천히 흐르는 것이 상품이다. 용솟음치거나 '솨아' 소래를 내는 물은 먹어서는 안된다. …(중략)…강물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것을 취하고, 우물물은 길어가는 사람이 많은 곳을 취한다.(175쪽)

 

다시 자연의 이야기이다. 상품의 뗄깜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탄화배전을 생각하게 한다. 좋은 불로 볶은 콩은 맛있을 수 밖에 없다. 물 또한 마찬가지다. 흐르는 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강한 물은 차의 맛을 헤친다. 역시 자연의 힘을 생각케 한다. 육우는 물과 뗄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다시 가장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사용하라고 권한다. 커피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로스팅을 하고, 추출을 함에 있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면 단연 맛있는 커피가 나올 것이다.

 

  • 새는 날고, 짐승은 뛰어가고, 사람은 입을 벌려 말한다. 이 셋은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나 먹고 마시면서 살아간다. 마신다는 것의 의미가 참으로 깊고 멀다. 목이 마르면 장을 마시고, 근심과 번뇌를 벗어버리려면 술을 마시고,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깨려면 차를 마시면 된다.(196쪽)
  • '신선한 바람 속에 차 한 모금 마시면 마음 스스로 맑아지네', '마시면 쓰나 목구멍에는 달고', '진귀하고 고운 향기 가득한' 차탕을 품음할때에는 선엽을 딸 때부터 차로 만들어 마실 때 까지의 전체 공예 과정에서 적지 잖은 이치와 방법을 하나하나 파악하여 '아홉가지 어려움'을 깨달아야 하며, 이 아홉가지 어려움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육우가 들었던 다도의 당오에 도달할 수가 있다.(207-208쪽)

 

'마신다는 것의 의미가 참으로 깊고 멀다'

한 번이라도 마시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되돌아본다. 커피 농장에서 카페의 테이블까지. 한 잔이 거쳐온 자연의 힘과 바리스타의 노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누군가 '순댓국이 6천원, 커피가 6천원. 순댓국만도 못한 커피가 왜이리 비싼가'라고 말해서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커피는 순댓국이 주는 포만감과 영양소들을 갖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육우가 말했듯 마시는 것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는 일을 넘어선다.

 

커피 가격 논쟁은 물론이요 최근 가장 깊이 생각하고 있는 '우리의 커피'에 대해서도 다경도설은 답을 주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한 잔을 소중히 하는 육우의 다도(茶道)는 우리의 커피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물줄기를 잡아 커피를 다스리는 핸드드립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는 제부턴가 그 모습을 두 잊고 TDS를 측정하고, 월드 챔피언의 레시피를 따르고, 트렌디한 추출기구만을 찾고 있다. 다경도설의 여러 구절을 읽으며 빈 드리퍼 가득 물을 부으며 연습했던 핸드드립이 생각났다. 처음 커피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은 이런 말을 하셨다. '커피를 하면 할수록 자연의 위대함을 느껴, 자연을 이길 순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자연이 허락한 한도에서 최선의 맛을 뽑아내는거지'. 커피를 내리고 마시는 일은 그 의미가 참으로 깊고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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