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카페 기행. 두 번째입니다.

미국은 커피 소비량이 많은 나라입니다. 에스프레소에 기반을 둔 음료가 발달한 것은 미국(혹은 유럽)의 커피 소비 행태와도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추출은 길어도 30초를 넘지 않습니다. 숙련된 바리스타라면 라떼아트를 하더라도 1-2분 안에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어낼 수 있고요. 이에 비해 드립커피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아무리 빠르게 내리더라도 한 번 추출에 5분은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카페에서나 길게 늘어져있는 줄을 본다면, 왜 아메리카노(Americano)라는 말이 만들어졌는지 이해가가실겁니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아메리카노는 바쁜 카페인 소비가 많고 바쁜 뉴요커들에게 제격이기 때문이죠.

오늘 소개할 두 카페는 그야말로 뉴욕 '골목 카페'입니다. 아침마다 출근길 바쁜 뉴요커들이 잠시 들러 커피를 가져가는 그런 카페죠.

우선 조Joe 카페입니다. 뉴욕에 조Joe는 여러 곳에 매장이 있더군요. 저희가 들른 카페는 그 중에 Colombus Avenue (West 85th Street)에 있는 매장이었습니다. 이 카페가 있는 동네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몇 블럭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부촌입니다. 유럽풍의 소규모 고급 레스토랑과 오래된 아파트들이 인상적인 골목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간편한 차림으로 카페를 찾습니다. 점심시간에 슬리퍼를 끌고 온다거나 운동복을 입고 가볍게 러닝을 하면서 카페 문을 열죠.

 

메뉴판입니다. 여기선 드물게 드립커피를 내려주네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Pour Over가 드립을 이야기하는 듯 하네요. 12시 이후부터 제공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출근시간에는 드립커피를 하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네요. 그 밖에 미리 추출해 놓고 따라주기만 하는 드립커피는 11시까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 400g(혹은 350g)이 기본 포장입니다. 이렇게 원두를 잔뜩 진열해놔도 잘 팔리는 걸 보면 얼마나 커피소비가 많은지 짐작하실 수 있을거에요.

뉴욕에서 라마르조코 찾기는 울산에서 소나타 택시 찾기 정도로 쉽습니다. 여기 조 Joe에서도 라마르조코

 

뉴욕에서 하리오 드립셋트를 판매하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었습니다(제가 들른 6개의 매장 중에서는 유일). 제가 매장에 있는 동안에도 여러 사람들이 드립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직원에게 물어보더군요. 케멕스를 포함하여 드립커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뉴욕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네요.

다양한 재료들. 커피에 마음껏 섞어 드시면 됩니다.

 

코르타도와 아이스 카페라떼.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워낙에 스텀타운 커피와 김미커피가 강한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기도 하죠.

김미 커피가 얼마나 맛있었냐고요?
그럼 김미커피를 찾으러 떠나볼까요-

 

리틀 이태리(Little Italy)는 아기자기한 동네입니다. 유럽풍 건물들이 즐비해있고 작은 골목골목 사이로는 소규모 상점들이 도도하게 불을 밝히고 있죠. 김미커피는 리틀이태리의 228 Mott Street (Prince Street)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두근두근. 김미커피를 방문하기에 앞서 리클컵케익에 방문합니다.

군침이 돌게 만드는 이 작은 컵케익들은 모두 3달러. 간단히 아침식사도 할 겸 케익 몇 개를 골랐습니다.

 

조각케익과 타르트도 있네요. 이것들은 모두 가게 옆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베이커리에서 만들어집니다. 주방이 모두 비치도록 투명 창으로 만들어진 베이커리에서 두 명의 주방장이 열심히 케익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커피는 팝니다. 일리커피를 사용한다고 광고판까지 내놓았네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뉴요커들은 이 집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50m만 직진하면 더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케익을 고르는 동안에도 여러 명의 손님들이 왔지만 아무도 커피를 사지 않았습니다. 다들 저와 같이 김미커피로 향했죠. 심지어 이 가게 앞 벤치에서 케익을 먹는 손님의 손에도 김미커피가 있었습니다.

컵케익을 들고 방문한 김미커피. 작은 매장 안에는 벌써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차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카페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머신은 역시 라마르조꼬입니다.

 


메뉴판입니다. 정말 저렴합니다. 심지어 개인 컵을 가져오면 할인까지 해줍니다. 맛있는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김미커피가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케멕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이미 공정무역(Direct Trade)는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김미 커피에서도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트렌디하며 멋있고, 의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생두를 구매할 수 있죠.

아이스 라떼를 시키고 브라질도 시켰습니다. 미리 추출해놓고 따라마시는 시스템입니다. 브라질을 마셔봤는데 깔끔하고 맛있었습니다. 산미도 살아있고 부드러웠죠.

 

커피에 대한 상세한 설명. 좋은 커피에 대한 자부심으로 느껴집니다.

이 곳의 아이스라떼는 정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커피에서 자몽맛이 느껴지지 않냐고 물어봤을 때, 그럴거면 자몽을 사먹지 왜 멍청하게 커피에서 자몽을 찾느냐고 대답할 만큼 시크했던 어머니께서도 이 라떼는 뭔가 다르다고 인정하셨습니다. 한 모금 머금었을 때 퍼지는 향이 엄청났습니다. 상큼하면서도 베리향 살아 숨쉬는 느낌이었어요. 거기에 바디감까지 살아있고 목넘김 또한 훌륭했죠. 올 한해 먹어본 아이스라떼 중 베스트였습니다(2위는 여름에 헤이마 라임 바리스타가 내려준 아이스라떼!). 어머니도 이 맛에 반하셔서는 다음날 또 마시러 가자고 조르셨답니다. 결국 김미커피는 출국 당일 아침을 포함해 3번을 방문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컵케익 가게에서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지 알았습니다.

뱀발. 너무 맛있어서 홈페이지 전격 방문(http://www.gimmecoffee.com/). 소량 로스팅으로 승부를 본다고 합니다. 유명한 김미커피 블렌드는 이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같이 주문해 먹었으면 할 정도로 그 맛이 그리워지네요. 매장은 여러군데 있으니 뉴욕에 사시는 분은 참고하셔서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  뉴욕 커피 기행 - 일주일간의 뉴욕 카페 탐방
    카페 지도와 상세 주소 그리고 안내
    http://beirut.tistory.com/199
  • 스텀타운 커피 로스터즈 Stumptown Coffee Roasters
    http://beirut.tistory.com/212
  • 조 Joe 김미커피 Gimme! Coffee
    http://beirut.tistory.com/215
  •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
    http://beirut.tistory.com/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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