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카페투어입니다.
그간 군복무로 인해 잠시 중단했던 카페투어를 다시 시작합니다. 아직도 나라를 지키고(?)있지만 이제는 종종 주말에 시간이 나기 때문이죠. 남들은 휴가 나오면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커피->맥주->커피->맥주를 즐기다 복귀하곤 합니다. 위장을 버리기에 딱 좋은 테크트리죠. 짬밥에 익숙해졌던 미각이 맛있는 맥주와 커피를 만나면 극대화되어 쾌감을 주기 때문에 멈출수가 없습니다. 당분간은 이렇게 지낼것 같네요. 맥주는 어디서 마시냐구요? 그건 나중에 카페 투어가 끝나면 리뷰해보겠습니다 :)
얼마 전, 이태원에 있는 쿠바풍의 바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일행 모두가 지쳐있었던 새벽 3시의 일이었죠. 우리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 바에 갈 수 있었던건 인테리어 덕분이었습니다. 활짝 열린 창문 안으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는 지나가는 사람을 발목을 잡는 묘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가게를 정리하던 사장님은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 잔 정도는 괜찮다며 자리를 안내하셨습니다. 32년된(?) 과테말라 럼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제 기억이 맞다면요). 라디오를 틀어놨다곤 하셨는데 음악도 묘하게 분위기와 어울렸습니다. 피곤함과 취기가 시가향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기억을 만들어줬습니다.
홍대를 비롯한 곳곳 카페들은 종종 '이국적인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추구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카페들은 대부분 작위적인 느낌을 주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태원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실제로 외국인 비율도 높고 카페나 바를 이용하는 손님들도 외국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그렇다보니 이국적인 카페와 바가 자연스럽게 생겨나죠. 오늘 소개할 '보통'이라는 카페도 이태원에 자리잡은 이국적인 카페입니다.
사진만 놓고보면 여기가 유럽인지, 한국인지 헷갈릴게 분명합니다.
카페 보통입니다.
너무나 감각적인 인테리어 덕분에 문을 열고 들어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문부터 해보죠. 우선 이곳은 로스터리 샵이 아닙니다. 원두는 모두 홍대의 '포레스트'라는 카페에서 공수를 해옵니다. 포레스트는 기센(Giesen) W1을 사용하며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합니다. 드립 메뉴는 매번 달라집니다. 코스타리카는 다른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샵에서도 먹어본 것 같네요. 역시 좋은 콩은 돌고 돕니다. 메뉴에서 보이는 특이점은 플렛화이트(Flat White)를 판다는 점입니다. 카푸치노와 비슷한 메뉴입니다. 에스프레소 1-2샷에 카푸치노에 들어가는 스팀밀크의 1/3정도가 들어갑니다. 미국이나 영국 혹은 호주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메뉴죠. 일전에 소개해드린 뉴욕의 샵들에서도 코르타도(Cortado, 커피와 스팀밀크가 1:1)와 함께 판매하고 있죠.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메뉴. 보통의 이국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주문을 하고 매장을 둘러봅니다. 멀리 모카마스터가 보이네요. 드립을 모카마스터로 하냐고 물어보니, 주인장께선 바쁜 아침에만 사용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앞에 보이는건 맛있는 베이커리네요.
에스프레소 머신은 이태리제 비비엠메(Vibiemme)입니다. 가격대비 성능이 좋으며 듀얼보일러를 사용해 온도 보전이 잘된다는 주인장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저도 잘 접해보지 못했던 머신이라 자세히 설명해드리진 못하겠네요. 그라인더는 콤팍입니다. 요즘 쓰는 곳이 꽤 많더군요. 드립용 그라인더는 사진에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말코닉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좋은 그라인더를 쓰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그런 말이 있죠. 휼륭한 바리스타는 가장먼저 좋은 그라인더에 투자를 한다고. 제 아무리 훌륭한 원두가 있어도 그라인더가 좋지 않으면 힘을 낼 수 없습니다.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으니 주인장께서 커피에 관심이 많으시냐고 물어봅니다. 이럴땐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긁적이며, '네, 좀 좋아합니다' 라고 부끄럽게 대답했습니다. 짧은 머리가 눈에 띄던지 단박에 군인임을 알아보시더군요. 덕분에 군인찬스, 휴가 찬스로 맛있는 멜론도 얻어먹었습니다.
메뉴가 나오는동안 카페를 둘러봅니다. 휴지를 누르고 있는 템퍼와 사탕처럼 생긴 천연 설탕이 눈에 띕니다. 좋은 설탕은 커피의 맛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스르르 녹고 있던 아이스 라떼에 두 알 정도 첨가해 먹었습니다. 자극적인 단맛이 없어 좋았습니다. 넣은듯, 넣지 않은 듯 솟아오르는 설탕이 참 매력적이더군요.
아아. 그러니까 저도 커피에 가끔씩 설탕을 넣습니다. 얼음때문에 커피맛이 변하거나 너무 식어서 신맛이 치고 올라올땐 설탕을 사용하죠. 가끔씩 에스프레소를 먹을때 설탕을 넣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씩요. 좋은 커피라면 설탕과의 조화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해서 그렇습니다만, 내부 인테리어도 참 훌륭합니다.
사실, 손님이 꽤 많이 있어서 요래저래 피해서 찍느라 좋은 사진을 많이 놓쳤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직접 가보시길!
제가 주문한 메뉴는 에스프레소 더블, 플렛화이트, 아이스 라떼, 아이스 드립(인도네시아)입니다. 같이 갔던 일행분들이 있어서 방정맞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플렛 화이트는 훌륭했습니다. 착착 감기는 맛이랄까요. 블랙커런트의 느낌이 났습니다. 홍차의 맛이 느껴졌달까요. 고소하고 부드러웠습니다. 근래 먹은 에스프레소 음료중에선 단연 최고였습니다. 아이스 라떼도 비슷했습니다. 여름이라 상콤한 맛을 기대했습니다만, 그렇지는 않더군요. 대신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드립 또한 적절한 산미와 균형감이 느껴졌습니다. 모든 메뉴가 평균이상이네요. 그래도 고르라면 전 플렛화이트를 추천합니다.
저 안쪽에 보이는 회색 그라인더가 말코닉 그라인더입니다. 신형이라더군요. 안쪽으로 하리오와 멜리타 드리퍼가 보입니다.
카페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더니, 주인장님께서 슬며시 방명록을 내미셨습니다. 몇자 적고 왔습니다. 뭐라고 적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직접 가셔서 확인해보시길 :)
곳곳에 보이는 '보통'의 이미지. 제가 마신 커피가 '보통'의 커피라는 것을 각인시켜줍니다.
바깥으로 보이는 연두색의 외벽은 이국적인 정취를 더해줍니다. 주차된 차들이 없었더라면 더 멋진 장면들이 나왔을것 같네요.
짧은 외박을 해외여행처럼 느끼게 해 준, 즐거운 커피 한 잔이었습니다 :)
- 카페 보통 포인트 - 이국적인 분위기, 플렛화이트, 평균 이상의 커피맛 그리고 선곡
- 카페 보통 미스 포인트 - 로스팅까지 보통의 로스팅이었다면? 비비엠메가 아닌 라마르조꼬였다면? 하는 일말의 아쉬움.
- 카페 보통 포 미 - 이태원에 갈 일이 있다면 카페는 보통.
- 카페 보통 가는 길 -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1번출구 이용. 육교를 건너 언덕길을 따라 이태원을 향하는 길로 올라가다 보면 카페 보통이 보인다. 이태원역에서 나올 경우 역시 1번 출구를 이용. 녹사평역으로 가는 방향에 언덕길이 보인다. 쭉 따라 올라가다보면 보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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