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책을 읽을수도 없다.

원망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겠는가

화장해라

마을 주변에 작은 비석하나 세워라.

내가 더치 커피를 처음 마신 건, 뜨거운 여름이었다.
보헤미안에 처음 들렀을때 손님은 나 밖에 없었기에 서실장님(그땐 알바셨음)은 나에게 다양한 커피를 맛보게 해주었다. 이런 커피 저런 커피 마시면서 더치커피를 마시게 됐다. 구석탱이에서 신기한 기계에게서 흘러내리는 커피가 궁금해서 물어봤던 찰나였다. 더치커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곤, 바로 시음에 들어갔다. 감칠맛 나고 약간은 달콤쌉싸름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나는 아직도 그때 그 더치 커피맛을 잊지 못한다.

커피는 열에의해 맛이 많이 변화한다. 물의 온도를 조금만 다르게 해도 커피는 그 맛을 달리한다. 더치커피는 그런 커피의 예민함을 위해 태어난 커피이다. 찬물로 오랜시간 내리기 때문에 열에의한 맛의 변화가 적다. 더불어 찬물로 내리는 덕분에 커피에 있는 카페인성분이 아주 조금만 나오게 된다. 그래서 혹자는 이를 디카페인커피라고 부른다. 요즘들어 다양한 커피 제조 방식이 인기를 끌고있다. 더치커피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커피 제조방법과는 달리 기본적인 툴(기구)의 가격이 만만찮기 때문에 왠만해선 제대로된 장비를 갖추고 마시기 힘들다. 그래서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사람들(혹은 까페 주인들)은 그 모양을 본따 더치기구를 만들곤 한다.

더치커피 기구의 원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사진출처 : 까페뮤제오



한참동안 생각만 해왔다. 그리고 이곳저곳 닿는 곳마다 정보를 모았다. 열심히 구상해본 끝에 드디어 더치커피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곰다방과 인마이메모리에서 정보를 따와서 을지로3가 과학기구 재료상에서 여러가지 기구들을 구입했다. 이러쿵 저러쿵 조립한 결과 그럴싸한 모습이 나왔다.

사용한 기구는 다음과 같다. 스탠드(1만 8천원), 분액깔대기 500ml(1만 4천원), 그라인더, 원두, 서버, 페트병, 쿠우 뚜껑. 스탠드와 분액깔대기는 을지로3가 과학기구 판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요놈이 더치 커피 기구의 키포인트이다. 일정량의 물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페트병에 구멍을 뚫어 할 수 있으나 물이 떨어지는 양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요 분액깔때기를 이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서버(커피를 받는 곳)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되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패트병과 쿠우뚜껑이 그 첫번째이고 하얀색 칼리타 사기드리퍼가 두번째이다.

재료가 준비 다 되었다면 시작해보자. 우선 첫번째로 분액깔대기를 스탠드에 고정시킨다. 그리고 물을 500ml에 맞추어 넣어준다.

이게 바로 쿠우 뚜껑이다. 일반 페트병의 뚜겅은 매우 크기때문에 더치 커피 기구에는 적절하지 않다.

준비한 빈 패트병은 윗부분만 예쁘게 잘라준다. 깔대기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아랫부분에 쿠우 뚜껑을 갈아 끼우고 필터를 모양에 맞게 잘라 끼워준다.

패트병의 아래부분에는 유리병을 놓아준다. 이 유리병에 커피가 모이는 것이다.

원두의 분쇄굵기는 1이다(1-10중) 에스프레소를 만들때와 같다.

일단은 시험용으로 기간이 많이 지난 일본에서 사온 하우스 블렌드 커피를 이용했다.

가늘게 분쇄한 원두.

필터를 넣은 페트 위에 분쇄한 원두가루를 부어준다. 표면을 고르게 해주는 것이 좋다.

적당한 양의 커피를 부었다면 다시 위에 알맞게 자른 필터를 올려준다.

완성된 모습이다. 일단은 드리퍼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렇게 만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했다.

스탠드 밑에 커피필터와 서버를 두고 물의 속도를 조절한다. 물은 정확히 가운데에 떨어지게 하는것이 좋다,

완성된 더치커피 툴의 모습이다.

추출시간은 일반적인 커피보다 훨씬길다. 예상으론 3시간정도 지나야 한 방울정도 떨어질듯 싶다. 보통 하루정도 기다린 후에야 그 맛을 감상할 수 있따.

방에 요놈을 두고있자니 물이 한방울 한 방울 떨어질 때마다 향이 풍기는게 참 기분이 좋다.

추출된 커피는 나중에 올리도록 하겠다.


커피를 마시는 일은 매우 기쁜일이다. 하지만 만들기까지 한다면 그 과정을 바라보는 기쁨도 만만찮다. 오랫동안 구상했던 모델이 실제로 완성되니 기분이 너무 좋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려 나올 커피를 맛 볼 생각을 하니 이 또한 내 기분을 한 층 더 좋게 한다. 더치커피를 도전했으니 이제는 좀 더 다른방식의 커피 제조를 해 볼 생각이다. 적잖이 돈이드는 취미생활이지만 그만큼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요놈이 만들어준 더치커피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야겠다 ^^



1년 반 만이다. 다섯명이 다 같이 만난 일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되었기에 이전처럼 2주에 한 번 다 같이 볼 일이 없었다. 만나는 일이야 가끔 한 두명이서 모여 술잔을 부딫치는 일 밖에 없었다. 그런 우리가 이렇게 다시 모이게 될 줄은 몰랐다. 모두가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약속된 시간에 맞춰 홍대로 와주었다. 오랜만이었지만, 우리는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서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와 양우를 제외하곤 다들 출판사를 와본 적이 없어 살짝은 분위기가 얼어있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곧 화기애애해졌다. 솔직한 얘기들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책의 주된 내용은 나와 양우가 적어나가겠지만, 과거에 우리가 가졌던 추억은 모두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쨋건 다섯명의 목소리가 모두 책에 들어가는 것이 마땅한 처사이다. 마무리 작업에서 부랴부랴 약속을 잡고 5명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좀 더 좋은 출판을 위한 모두의 노력때문일게다. 4시간 남짓 이뤄진 회의는 시간가는줄 모르게 진행되었고, 어느정도 책의 윤곽이 잡히고 작업의 마무리를 바라볼 수 있게되었다.

작년, 그러니까 2008년 3월 처음 출판 제의를 받았다.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보면 어떠겠냐는 유성룡실장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애초에 우리 모임이 출발할 때부터 책을 만는 것이 소정의 목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여러모로 필요한 출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하고 멤버들 중 같이 작업이 가능한 양우와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출판계획서를 만들고, 출판사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다. 딱딱한 분위기에서가 아닌 편한 술자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속마음을 진솔히 털어놓았다. '왜 우리가 책을 출판해야 하는가?' 혹은 '우리의 이야기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따위의 이야기가 오고갔다. 대화를 나누면서 양우와 내가 합의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입시 성공을 위한 메뉴얼'을 출판하겠다는 것이라면 우리는 정중히 거절하겠다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대학을 잘 가는 방법 정도라면 우리보다도 훨씬 더 좋은 입시결과를 가진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시중에는 그런 책들이 많이 있을 뿐더러, 우리도 별 그것들에 별 흥미가 없었다. 또한, 결론적으로 우리 모임이 입시에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다섯명 중 두명은 논술로 대학을 가지 않았다. 두 명은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다시 팬을 잡았고, 한 명은 논술로 대학을 갔지만 워낙에 글을 잘 쓰는 친구였다. 여러모로 우리는 입시와는 상관없는 모임이었다. 출판사의 입장도 우리와 차이가 없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는 것은 '입시 성공기를 잘 만들어내 수익을 내 보려는' 목적과는 거리가 있었다. '꼭 필요한 책'이었기에 소수의 독자들만 책을 사게 되더라도 과감히 내 보겠다는 것이었다. 몇 번의 접촉이 오가고 본격적인 책 쓰기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의 책을 '논술을 잘 쓰기 위한 비법'을 찾아내거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지름길'을 위해 읽고자 했다면 당장 이 순간부터 책을 덮어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가 풀어놓을 이야기들은 이 두가지 것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다. 애초에 모임이 만들어졌을 때, 5명이 가진 마음은 모두 달랐다. 하지만 2년여간의 활동속에서 우리는 공통의 분모를 발견했다. 10대의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가장 열정적인 일 중 하나가 '독서'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은 입시라는 짧은 목표에 응한다기 보다는 인생에 있어 큰 방점하나를 찍는 작업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는지, 아무런 강요 없이 스스로 토론을 하게 되고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앞으로 우리가 써 나갈 내용들이다. 더불어 이러한 활동 또는 행동들이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타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찾아볼 것이다. 고등학생들에게 책을 못들게 만드는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이며,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메뉴얼을 만들어가며 토론을 했던 생생한 경험담이기도 하다. 팍팍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물','증여','연대'가 무엇인지에 대해 보여주는 글이기도 하다.

처음 우리가 모였을 때 모습이 서로 달랐고, 목표도 달랐다. 아마 이 책을 펼친 많은 독자들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공통 분보를 발견하며 모임의 의미를 찾았던 우리들의 모습처럼 이 책의 독자들도 하나의 소중한 메시지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취미로 시작한 커피만들기가, 이제는 집에서 로스팅까지 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사실, 좀 더 욕심을 내서 전문 로스터 과정을 밟으려고 했으나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많아서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로스팅은 꼭 좋은 기계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구입 가능한 수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보통은 좋은 로스터기(반열풍식 :  불에 직접 닿는것이 아닌 열기로 커피를 볶는 것, 프로밧이나 디드릭이 대표적이 예이다.)로 대량으로 볶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화식 로스터기나 통돌이 로스터기, 수망도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게 딱히 좋다고 할 수는 없다(물론 좋은 로스터기의 장점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많다고 할수는 있다). 그러니까 수망으로 말하자면, 육체적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과 방심하는 사이 콩이 타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이 되겠지만, 소량으로 볶게되고 콩이 변화하는 과정이라든지 냄새등의 미세한 변화를 직접 확인하며 볶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되겠다.
각설하고, 수망로스팅의 매력은 간단한 장비, 저렴한 비용으로 콩을 볶을 수 있다는 것과 콩을 볶는 과정이 기계적이라기보다 사람의 손에 더 많이 의지를 하기 때문에 인간적이라는 점이다.

첫 수망 로스팅은 이래저래 시행착오가 많아서(물론 강배전으로 나름의 성공을 하긴 했지만) 사진찍기가 좀 모했으나 두번째 로스팅에서는 나름의 여유가 생겨서 이렇게 포스팅에 이르게 되었다. 간단히 로스팅 과정을 설명할까 하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도전해봐도 좋을 듯 싶다 ^^;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생두와 수망 그리고 가스버너. 생두의 경우는 1kg에 1만~2만원 정도 가격으로 로스터리 샾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수망은 인터넷 혹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3만~4만원정도 판매하고 있다.

생두의 모습은 대략 이렇다. 볶은 후의 커피보다 훨씬 크기가 작고 약간의 비린내도 난다. 수분이 많이 포함되어있어 섭취할경우 잘 씹히지 않는다.

가회동에 위치한 연두 까페에서 구입했다. 첫 로스팅으로는 모카류의 커피가 적당하다. 오늘 내가 볶은 커피는 꽃향기가 그윽한 이디오피아 모카 하라이다.

16cm 수망에는 약 100g정도의 생두가 들어간다. 너무 많이 생두를 넣을 경우 공기가 통하지 않거나 생두가 고르게 볶아지지 않을 우려가 있으므로 욕심을 내지 않도록 한다.

수망로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수망을 일정하게 오랫동안 잘 흔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로스팅이 끝날때 까지 약 40분이 걸리는데, 그동안 손을 멈추는 일이 없어야 한다.

뚜껑을 덮고 버너와 약 25cm 거리에서 10~15분간 가볍게 수망을 흔들어준다. 생두에 있는 수분을 제거시키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점점 냄새가 고소해진다.

수분이 적당히 빠졌다 생각하면 불과 수망의 거리를 15cm로 좁힌다. 1차 팝핑(원두가 딱딱 소리를 내며 터지는 시점)이 이뤄지기 까지 수망을 적당히 흔들어준다. 1차 팝핑 이후에는 25cm로 다시 거리를 조절하고 원하는 로스팅의 상태가 이뤄질때까지 흔들어준다.

적당한 배전도에 도달했다 싶으면 수망을 열고 선풍기 혹은 부채로 콩을 식혀준다. 이 과정도 로스팅에서 매우 중요하므로 열심히 잘 식혀준다. 수망을 다시 덮고 열심히 흔들어주어도 상관은 없다.

추운 날씨에도 로스팅을 집 안에서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요녀석들 때문이다. 로스팅의 시작부터 끝까지 실버스킨(체프)가 날리는데, 집안에서 하면 청소하느라 하루가 다 지나는 수가 있다. 밖에서 하더라도 주변에 신문지를 깔고 시작하는것도 좋은 방법인데(나중에 뒷처리가 편하다) 신문은 조중동이 적당하다(체프와 함께 버려야 하기 때문에).

1차 팝핑이 끝나고 바로 마친 로스팅이다. 중배전을 노리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된것 같다. 중간중간 태운 콩들이 있으나 이건 수망로스팅의 한계 ^^;

원두 통에 담으니 이렇게 이쁠 수가 없다. 살구향기 혹은 꽃향기가 진하게 전해온다. 보통은 로스팅 후 1~3일간 콩에서 가스가 빠질때 까지 기다렸다가 커피를 먹는게 적당하다(바로 잡은 소를 먹지 않는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보통은 로스팅후 2주까지 원두가 적당하게 숙성되는 기간이다.

요놈은 첫 로스팅때 팝핑을 잘 알아차리지 못해 본의아니게 강배전된 원두이다 =_=.


1년동안 꾸준히 커피용품을 모아온 결과 이제 생두만 있으면 집에서 모든 종류의 커피를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의 장비를 갖추게 되었다. 일종의 소규모 커피 공장이라고 하면 될 듯 싶다.
로스팅을 배우고 싶었던 것은 이왕 만드는 커피가 내가 직접 볶은 콩으로 만든 커피를 맛보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로스팅한 콩을 예쁘게 포장하여 지인들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고싶어서이기도 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손수 로스팅한 콩들은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이 추운 겨울 날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로스팅을 하는 일은 엄청난 인내와 체력을 요한다. 또 날씨가 워낙 추워서 부탄가스가 계속 얼기때문에 2개의 부탄가스를 꺼내놓고 돌려서 녹여가며 커피를 볶아야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수망을 흔들때 조그맣게 들려오는 소리와, 은은하고 고소한 생두 볶는 향 덕분에 항상 로스팅은 시간가는 줄모르며 하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 커피가 당연히 맛있기도 하고 말이다 ^^;


steve wonder - he's misstra know it all 

친구와 책읽고 이야기하니 스트레스 훌훌
생각 정리되고 남 설득할 논리력 키워져
독서토론 모임 ‘노란잠수함’ 회원들 만나보니
한겨레
» 조원진(서울 대성고 졸·왼쪽), 김양우(서울 대신고 졸·오른쪽).
“애초에 ‘노란 잠수함’(yellow submarine)은 비틀스의 앨범에서 따온 것입니다. 노란색은 회원들이 지적 재기발랄함을 뜻합니다. 학문의 탐구에 대해서 어떤 경계, 어떤 권위도 넘나드는 지적인 월경(越境), 이것이 우리의 정신입니다.”

인문학의 바다에서 ‘노란 잠수함’을 타고 대학에 간 이들이 있다. 이들은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 때,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글을 썼다. 이른바 ‘인문학적 활동’이다. 김양우(서울 대신고 졸), 김준기(서울 충암고 졸), 이은호(서울 대성고 졸), 조원진(서울 대성고 졸), 홍종일(서울 대성고 졸), 89년생 동갑내기 다섯 명이 그 주인공이다. 노란 잠수함은 모임 이름이다. 이들은 인문학적 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조원진씨는 우선 ‘재미’를 꼽는다. “일주일 내내 내신이나 수능 공부에 시달리다 일요일에 친구들을 만나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일주일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정도였으니까요. 마치 노는 것 같았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같은 정신분석학 책을 읽으면서 사춘기 남학생들의 왕성한 성욕을 이해하는 것은 ‘야동’을 보는 것 못지않았다.

재미있는 토론이 되려면 조건이 있었다. 책을 이해해야 했고 각자 읽은 내용을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논리’가 필요했던 거다. 김양우씨는 “책을 혼자서 읽고 말면 내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남들과 얘기하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논리를 만들 수도 있으므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친구들과 함께한 토론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쓰는 훈련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갓 스무살이 된 이들이 출판사의 제의를 받고 어려움 없이 책을 쓰고 있는 것도 이때 얻은 글쓰기 내공 덕이다. 발표와 토론이 많은 대학 수업에 적응하는 것도 수월했다.

조원진씨는 독서토론을 통해 이기적인 성격을 많이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독서는 결국 타인이 타인에 대해 쓴 글을 읽는 것이므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며 “토론을 통해 남의 의견을 듣고 인정하는 경험을 쌓은 것도 나 말고 다른 이를 인정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양우씨는 독서토론의 덕을 톡톡히 봤다. 그는 논술 반영 비율이 큰 수시 모집을 통해 연세대 외국어문학부에 입학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독서토론에 논술 학원 선생님들이 참여해 논술 첨삭을 받긴 했지만 친구들과 꾸준히 진행했던 독서토론이 힘이 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 가을에 추천하는 인문학 책

“관심사 다양한 4~5명 규모 모임 적당”

김양우씨는 “논술에 관심이 있는데 학원에 다니는 것은 부담스럽고 스스로 뭔가 하고 싶다면 친구들과 독서토론 모임을 꾸리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좋다. 고교 시절의 한 자락에 사색의 물을 들이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노란 잠수함의 노하우에 주목하라

우선 모임의 규모는 4~5명 정도가 좋다. 인원이 너무 적으면 발제 순서가 일찍 돌아와 금세 지칠 수 있다.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보다는 서로 다른 친구들이 모이면 훨씬 더 풍부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하라. 참고로 노란 잠수함의 다섯 명은 철학, 수학, 역사, 문학 등 각자의 관심사가 크게 달랐고 서로 지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을 모았으면 규칙을 정한다. 규칙은 구성원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정하면 된다. 구성원에게 공평하게 책임과 의무가 부여돼 있어야 모임에 성실하게 참여할 수 있다. 단, 규칙을 고수하려고만 하면 안 된다. 모임이 끝날 때마다 그냥 모임 자체에 대한 반성과 검토를 통해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고교생 독서토론의 원조 격인 ‘노란 잠수함’은 비슷한 성격의 독서토론 모임을 만드는 고교생들에게 모임 운영 등에 대한 조언을 해 줄 계획이다. 선착순 다섯 팀이며 원하는 이들은 전자우편 (edu@hani.co.kr)으로 보내면 된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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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인터뷰 이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신 진명선 기자님. 덕분에 책이 나오기도전에 메스컴을 탔다.
열심히 쓰고있지만 힘든 요즘, 이런 일들은 막판스퍼트를 올리게 해준다.

날 인터뷰 한 기사중 제일 마음에 드는 기사다. *-_-*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단지 커피가 맛있고 중독성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왜 커피를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커피는 사람이 저마다 다 다른 개성을, 생각을 가지고 있듯이 다양한 향과 맛을 가졌기 때문에,
그리고 더 중요한건 커피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를 사로잡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커피를 볶을때 혹은 그라인딩 할 때 풍기는 독특한 향미, 커피를 마시며 함께 하는 생각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나누는 잊을 수 없는 대화들,
커피를 마실 때 듣는 음악, 심지어는 비 오는 날 음악과 함께 마시는 한 잔의 커피 그리고 그 분위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모든 것들 때문에 난 커피를 좋아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바삐 살고 있다보면 갑갑함을 느낀다. 매일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일상일이지만,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답답해지고, 더 이상 뭐든 해 나갈 힘이 없어진다.
그럴 땐, 주저하지않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고 있든 다 집어치우고 커피하우스로 달려간다.
그리곤 말한다. 이제야 숨을 좀 쉴 수 있겠구나, 이제야 생각을 좀 할 수 있겠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하늘을 바라 볼 시간도 없이 빠르게 걷고, 커피 한 잔 마실 시간 없이 너무나 많은 일들에 치여사는 삶이, 광부가 진폐증에 걸려가듯 내 호흡기에 수많은 인생의 찌꺼기들을 남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건, 커피하우스에 달려가면,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언제건 나와 같은 이유로 혹은 다른 이유로 커피하우스를 찾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커피잔을 앞에 두고 각자의 삶에 대해 터울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들을 나눈다.
함께 웃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서로의 가슴에 조그마한 숨통을 만들어준다.

처음 미국에 와서 가장 답답했던 일이 그렇게 소중한 커피와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커피야 근처 스타벅스를 가든 맥도날드에 가서 2달러짜리 커피를 마시든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나를 둘러싼 혹은 커피를 둘러싼 그 모든것들이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피를 마셔도 마치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기분이었다.
물론 미국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고, 바쁜 일상에 치여 살 일이 없었기 때문에 숨쉬기는 비교적 쉬웠지만, 커피하우스에 가지 못한다 생각하니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허허해졌다.
기껏해야 여기서 생활하는건 두달이지만, 가끔은 한국이 많이 그리워진다.
친구들도 많이 보고싶고,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던 일들이었지만 다시금 그것들을 마주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운건, 그렇게 팍팍한 삶에 그래도 쉼표를 찍어주곤 했던 커피하우스다.

여기서의 일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집에 갈 짐도 슬슬 싸고 있으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커피하우스에서 맡았던 잊지못할 향내가 나오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 도착하면, 바로 그곳에 달려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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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lligentsia Coffee&Tea, Los Angeles, CA


그냥 이곳저곳, 시간 나는대로 좋은 커피하우스들을 찾아보려고 계획했던 여행들이,
이 먼곳 LA에서도 계속되었다. 이번 US 바리스타 챔피언쉽에서 1등을 차지했던 Kyle이 소속되어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내가 찾아갔을땐(사실 사인좀 받아보려고 빳빳한 A4용지 2장과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잘나오는 펜을 하나 챙겨갔었다.) Kyle은 인텔리젠시아 시카고점에 가 있었다. 한 바리스타는 우리가 Kyle에 대해 묻자 자신도 그 못지 않게 커피를 잘 내릴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간 사람들에게 커피 한잔씩 쥐어줬고, 한국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함께 커피를 마셨고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보는 커피하우스의 풍경이,
커피향을 맡으며 함께 웃고있던 그 모습들이, 나를 너무 기분좋게 만들어주었다.

그래,
한국에 돌아가면,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그곳을 찾아야지
그리고 다시 쉼표를 찍어줘야지



뱀발.
누가 그러는데 언니네 이발관은 정신건강에 해롭단다.
생각해봤는데 커피도 비슷하다. 마실땐 마냥 좋다고 마시는데,
분명 몸에 해로운 성분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너무 기분이 좋아 하루종일 언니네를 들었는데,
저녁에 잠자리에 누울때 즈음 되어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우울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마도 듣는이의 마음을 건조하게 만들어버리겠다던 석원옹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덕분에 몇일 언니네를 안듣고 참고 있었는데
오늘 다시 터져버렸다. 커피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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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Rhine - 2006년, 2007년

오버 더 라인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한참 엘리엇 스미스의 한편의 시같은 음악들에 빠져 있을 즈음이었다.
싸이월드에 달랑 한 개 있는 엘리엇 스미스 팬 까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워낙에 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싫어한지라, 조용하고 사람 몇 없는(조금만 활동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금방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까페라서 기분좋게 활동할 수 있었다.
엘리엇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좋았고.. (덕분에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그 커뮤니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10월 21일 정모였다.
10월 21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의 생일이자, 내 인생 최고의 아티스트인 엘리엇 스미스의 기일이다.(이건 우연의 일치이기 보담도 필연의 성격이 짙다)
어느날 갑자기 10월 21일 정모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래, 모두가 엘리엇을 사랑하기에 클럽 첫 정모를 시작하게 되었다.
함께 모여 음악 얘기를 나눴고, 엘리엇 스미스를 나눴다.
그리고 함께 바에 들러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함께 엘리엇 스미스 노래를 듣고, 함께 따라 불렀다.
-모임의 이름은 drink up, baby 였고 우리가 신청한 곡은 Between the bars였다-
누구도 노래를 부르자고 말하진 않았지만 너나할것 없이 Between the bars의 전주가 나오자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그 때 그 순간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정말 멋진 추억으로 남아버렸다,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들으며 그 분위기에 젖어있는 기분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환상에 가까웠다.

그 추억 말고도 drink up, baby에서 또 다른 잊지못할 것이 있다면, 바로 서희정님과의 만남이다.
서희정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알고있는 몇 안되는 진정한 리스너중에 한명이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했고, 자신이 알고있는 소중한 음악들을 가슴으로 전해주는 사람이었다.
클럽에선, 엘리엇 스미스를 사랑하는 사람끼리 나누는 대화도 소중했지만, 서희정님이 남긴 글을 읽거나
추천하는 음악을 듣는것도 너무나 소중한 일이었다. -서희정님의 글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음악을 지식으로 전하려 하지 않고 가슴으로 전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너무나도 따뜻했던 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여태까지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수많은 음악들을 접했고, 그 경험들은 나의 리스닝 성격을 통째로 빠꿔버릴 만큼 강력했다.
또, 그렇게 알게된 서희정님과의 대화도 내 인생의 방점을 팡팡 찍어주었다.
가끔씩 메신저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서희정님은 내 인생 몇 안되는 멘토중 하나였고, 힘들고 지치고 우울할 고 3시절에도 나의 좋은 대화상대가 되어주셨다.

각설하고,
그렇게 서희정님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이 Over the Rhine의 음악이었다.
희정님이 추천해주신 음악들을 다운받아 무작위로 듣고있는데, 갑자기 Over the Rhine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음악 듣는순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노래가 시작해서 끝나는 순간까지, 정신을 놓아버릴 수 밖에 없었다.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었고, 태어나서 그런느낌은 처음 경험해보았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추천해주신 앨범 말고도 그 외의 앨범들을 다운받게되었고(안타깝게도 한국 레코드 가게에선 그들의 앨범을 구하기 힘들었다) 가슴이 촉촉해지고 싶어질 때면 줄곳 Over the Rhine을 청하곤 했다.

Over the Rhine과 함께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고 3 여름방학이었다.
입시에 미쳐있었고, 내가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혼란스럽기만한 그 때,
갑자기 Over the Rhine이 듣고싶어졌던 것이었다(아마도 가슴이 촉촉해지고 싶었던 게지..)
그래서 그 새벽, 쥐고있던 팬을 던져놓고,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그러곤 거리에 누워버렸다(차가 다니는 곳이었지만, 새벽이라 잠잠했다.)
그러곤 조용히 MP3에 담긴 Over the Rhine의 곡을 하나씩 재생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거리에 누워 하늘의 별을 헤는 기분은 경험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렇게, Over the Rhine은 만나게 된 그 순간부터,
내 마음의 동반자가 되어버렸다.

Over the Rhine - 2008년

미국에 와 있는 동안은 시차를 뛰어넘어 메신저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대화상대이다.
아마 그날도 켈리포니아의 해풍을 맞으며 외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메신져에 도쏘형이 들어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랜만이고, 더군다다 해외에서 만나게 되니,
더 반가워 당장에 말을 걸었다. 안부도 물어보고, 이래저래 미국에 와있다는 얘기도 나누고
항상 나누던 음악 얘기들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Over the Rhine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살 수 없는 앨범을 미국온 기념으로 한 3장정도 구입했는데, 도쏘형과 대화도중 갑자기 생각난 것이었다.
항상 음악에 대해선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도쏘형었기에, Over the Rhine에 대해 아는 것이 있으면 좀 물어보고자 이 밴드를 아느냐고 물어봤다. 난 항상 음악을 들을때 음악만 듣는 반면, 도쏘형은 이런저런 많은 관련 정보를 알고 있었고, 그런것들은 대게 음악을 더 깊게 들을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의외로 도쏘형이 이 밴드에 대해 아는게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항상 음악을 소개받기만 하던 나는 그들의 음악을 도쏘형에게 선뜻 건내주게 되었다. 힘든 수험생 생활 내에게 가장 큰 힘이었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얼마 후, 도쏘형의 블로그에 Over the Rhine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좋은 밴드를 알게되어 기분이 좋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음악들이었기에, 도쏘형이 포스팅한 글을 읽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더 기분이 좋았던건, 그렇게 좋은 음악을 알려줘서 너무 고맙다는 도쏘형이 멘트 덕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Over the Rhine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던건 다 도쏘형 때문이었다.
Elliott Smith를 나에게 들려준 사람이 바로 도쏘형었기 때문이다. 도쏘형은 줄곧 나에게 좋은 음악을 선물해주곤 했는데(예전에 한 사이트에서 음악방송을 했었고, 방송을 들으며, 가끔 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접하며 음악을 듣곤했다) 어찌어찌하다가 도쏘형에게 Elliott Smith를 소개받게 되었다.(아마 Elliott Smith의 Coming up Roses였을 것이다) 도쏘형의 미니홈피에 걸려있었던 곡이었는데, 그 곡에 필이 꽂혀 이래저래 Elliott Smith의 정보를 얻게 되었고, 그렇게 그에게 빠져들었기 떄문이다. 그 이후 나는 줄곧 Elliott Smith에 빠져있었고, 덕분에 drink up, baby라는 클럽에서 희정님과 소중한 인연을 만들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인 것이다.
항상 좋은 음악을 나누는데 거침없었던 도쏘형 덕분에 Over the Rhine을 알게되었고,
함께 좋은 음악을 나누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엔 정말 많은 음악들이 있다. 죽기전에 그 모든 음악들을 듣기만 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랴,
아마도 그러진 못하겠지만, 난 적어도 도쏘형이 있었기에 많은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형 때문에 음악을 나누는 행복함을 알게 되었고...

항상 말하지만, 난 인복은 정말 잘 타고 난 것 같다.
항상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도쏘형도 그 사람들 중 하나이고, 형에게 항상 많은 것을 배운다.

형은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형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 음악을 나누는 행복을 알려줬기 때문에, 너무나도 소중한 음악으로
내 마음을 위로하게 해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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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소중한 앨범 Drunkard's Prayer 그리고 흥겨운 OHIO와 최근에 나온것 같은 The Trumpet Child, 역시 어느 앨범도 나를 실망시키진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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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홀로 떠나는 여행이 하고싶었다.
서울 곳곳을 정처없이 돌아다닌다거나, 아무이유 없이 기차여행을 떠난다거나..
그렇게 여행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 보다가,
까페투어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목적없이 떠나는 여행보단, '커피'라는 컨셉을 잡고 여행을 다니다보면 좋지않을까 해서..

그렇게 첫번째 여행지로 생각한 곳이 바로 양평에 있는 In my memory이다.
보헤미안 커피하우스 세미나에서 만나게 된 분이 운영하시는 곳인데,
전부터 가려고 벼르고 있었던 곳이라 여행하기로 마음 먹은 김에 그곳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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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을 타기 위해 이촌역에서 출발하였다. 날씨도 날씨였고, 평일이라 사람도 없었고 한산한 승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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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가량 달려 덕소역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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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덕소역에서 2000-2번 버스를 갈아타고.. 버스는 달리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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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처진 팔당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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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안에서 그려지는 창 밖의 모습은 하나하나가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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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보이는 산과 아름다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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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시간을 다시 달리고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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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에 도착하였다. 다음부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곳이라 사장님이 직접 마중을 나와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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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분정도 지나니 사장님이 밝은 표정으로 차를 몰고 오셨다. 종점에서 차를 타고 약 3분가량 이동하면 까페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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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름다운 까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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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고 조용한 산골에 위치한 까페, 정원도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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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사장님과 사모님이 30여년간 전 세계를 떠돌며 수집했던 물건들로 꾸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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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부터 시작해서, 커피잔, 도기로 된 인형들, 티팟 등.. 도자기로 된 것이라면 뭐든 다 모으시는 것 같았다. 이렇게 전시된 것들을 보는것도 이 까페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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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선별작업을 하고 계셨던 듯 하다. 창밖으론 아름다운 풍경들이 보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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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 곳곳이 하나의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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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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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까페의 매력 중 하나는, 이 수많은 커피잔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 잔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고르는데 엄청난 고민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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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민한 결과, 이 찻잔과, 멕시코를 ^^; 첫 잔은 내가 직접 내릴 기회를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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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잔은 에이지드 만데린(숙성된 만데린)을 주셨고, 세번째 잔은 사장님의 전매특허! 를 내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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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드리퍼로 점적을 해서 내려주신 커피다. 흡사 에스프레소와 비슷하지만 그 맛이 더 풍부하고, 종이필터를 사용하지 않아서 오일리한 느낌이 살아있어 목넘김이 매우 좋았다. 쓴맛이 쓴맛같지 않게 풍부한 향과 맛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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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3잔의 커피를 얻어마시고, 많은 얘기를 나누고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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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도 역시 한 폭의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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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친 마을과, 아름다운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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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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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2시간을 차를타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였다.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의 '정성'이 아닐까.. 새벽부터 이른잠을 깨서 직접 로스팅을 하시고, 손님이 오면 아낌없이 원두를 꺼내, 가장 아름다운 잔에,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시는 .. In my memory..

커피여행의 첫 코스로 훌륭한 장소였다.
너무나도 기분좋게 출발한 커피여행.. 앞으로도 더욱 아름다운 커피향이 가득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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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보헤미안커피하우스 가족모임 : 로부스타의 재조명

기존 로부스타에 대한 대중들의 혹은 커피 마니아들의 인식은 매우 안좋았다. 아라비카 커피보다 훨씬 품질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가격도 매우 싸서 인스턴트 커피에나 사용되는 커피로 인식되기 마련이었다. 나 또한 로부스타에 대해 평가절하 하였으며, 그러한 인식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오늘, 보헤미안커피하우스에서는 서필훈 실장님의 진행으로 그렇게 편견에 가득 차 있던 로부스타에 대한 인식을 재고해보는 세미나를 가졌다. 다음은 오늘 세미나에서 진행했던 내용들과 그에 대한 나의 감상이다.

1. 기존 로부스타에 대한 인식

  • 크레마의 양과 질이 증대한다.
  • 카페인이 아라비카보다 많으며, 바디감이 증대된다.
  • 독특한 향미(긍정적/부정적).
  • 우유와 섞었을 때 힘과 선명성을 부여한다.(주로 에스프레소용으로 쓰임)
  • 가격이 저렴하다.


2. 아라비카 VS 로부스타

  •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유전학적, 식물학적으로 봤을때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 외형 -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동글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 로스팅 과정중 패턴이 다르다.(ex) 침상구조 - 로부스타에서만 나타남)
  • 맛이 다르다.


3. 로부스타에 대한 편견의 원인

  • 로부스타는 벨기에 회사의 상품명 ROBUSTA에서 따왔다
  • 로부스타종의 우연한 발견으로 유럽에서는 자신들의 식민지에 로부스타종을 심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로부스타가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미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재배)
  • 따라서 1970년대까지는 로부스타에 대한 비난은 부재하였다(커피가 유럽에서 발달되었다고들 말한다. 그런 유럽에서는 로부스타종이 널리 사용되었고, 비난의 여지가 없었다)
  • 로부스타에 대한 편견은 커피의 제 1의물결(각성 효과로서의 커피)을 지나 제 2의 물결(맛을 중요시, Specialty커피의 등장)이 등장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편견의 원인은 편견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

"기존의 질 낮은 로부스타에 대한 경험이
 모든 로부스타 혹은 앞으로의 로부스타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 Pierre Lebiache, 세계 고급 로부스타 커피 협회


4. 변화의 시작


  • 여러 프로그램들과 국제 기구들이 로부스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시작된건 불과 5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 테드링글 SCAA총재 - 로부스타의 품질이 보상받기 시작하면 스페셜티커피 시장에서도 머지않아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5. 인도의 로부스타 - 인도에서는 로부스타가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그 종류또한 매우 다양하다

  • 네추럴 로부스타
  • 수세식 로부스타
  • 몬순 로부스타(특이한 향미를 가졌으며, 최근에는 고지대에서도 재배된다(신맛증가))
  • 이처럼 로부스타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며 몬순 로부스타의 경우 그 특이한 향때문에 바리스타 대회가 열릴때면 수요가 증가하여 공급이 부족해질 때도 있다.)


6. 로부스타의 잠재성

  • 로부스타에는 코코아, 바닐라, 백단향, 버번, 말린자두, 말린복숭아, 초콜렛, 애니스, 잎담배, 감초, 스카치등의 풍부한 향미를 찾을 수 있고, 벨벳느낌이 난다.


7.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로부스타종을 많이 사용)과 미국 에스프레소의 차이

  • 이탈리아 에스트레소는 배전도가 낮다.
  • 로스팅 방식이 다르다.(이탈리아에서는 로부스타종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를 로스팅 할 때, 1차 크랙후 온도를 급 하강시킨다고 한다. 또한 생두를 블렌딩 한 후 로스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로스팅 전/후 처리가 다르다.(섞어서 보관 후 로스팅, 로스팅 후 숙성을 더 시킨후 사용한다)

8. 소결

  • 아라비카의 독주는 머지않아 멈춰질 것이다라는 예측
  • 로부스타를 그 나람의 좋은 과정을 거쳐 가공한다면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로부스타 종에는 여태까지 많은 편견이 존재해왔으나 그러한 편견은 '편견 그 자체'에 따른 편견이었을 수도 있다. 로부스타 또한 커피의 한 종류이며 그에 맞는 가공법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로부스타종의 품질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다. 하지만 분명 로부스타에 편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며, 그 나름의 매력을 찾아보는 일도 필요한일임에 분명하다.

오늘 세미나에서 느꼈던 것은 편견의 무서움이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로부스타종에 대한 편견이 생기고 그로인해 로부스타의 진가가 빛을내지 못했듯이 모든일에 있어서 편견은 사람들을 무지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사람을 만나는 일 혹은 학문에 있어서는 편견이라는게 매우 무서운 존재이다. 타인에 대한 편견은 타인을 괄시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자신의 기준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척하게 만들 수 있다. 어느 사람이나 분명 소중함을 가지고 태어났고 나름의 장점이 있고 나름의 삶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무시한다는 것이 얼마나 웃긴 일인가. 생각해보면 나는 편견에 사로잡혀 많은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사실, 나 자신도 모르면서 타인에 대해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웃긴일인가. 어느 사람도 시시한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내 기준에 기대어 평가해왔다. 물론,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고 깊게 다가간다는 것이 힘든일일 수도 있겠지만,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학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학문이든 시시한 학문은 없으며 나름의 소중함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에 있어서도 나는 항상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또한 얼마나 웃긴 일인가.

최근들어 많이 느낀 것들이다. 편견을 키우지 말고 다양한 사람들을 인정하고, 다양한 학문을 인정하는것이 필요하다. 마치 아라비카 원두가 꼭 로부스타보다 우수할 수는 없는 것 처럼 말이다.

요즘 커피를 배우면서 많이 느끼고, 반성하게 된다.

한 잔, 한 잔 마시면서 순간순간의 소중함에 감사하게 되고,
그 동안의 삶도 생각해 볼 기회가 많다.
또한 커피의 다양함 속에서 그 동안 다양함을 인정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고,
커피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살고있는 사회와는 다른 사회를 만나게 된다.

커피를 마시는 일은 나에게 무엇보다도 특별한 일이다.
향기로운 향과 다양한 그 맛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순간의 여유로움 속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것을 배운다.

그렇게,

오늘도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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