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카페투어 다녀왔습니다' 하면 지인들은 가장 먼저 이 질문을 합니다.

'그래, 어떤 카페가 맛있었어?'

 

매일 2-3군데의 카페를 갔고, 흥분에 휩싸여 마신 커피들이기에 정신이 없었던건 사실입니다. 커피의 맛을 느끼는건 취향의 문제기 때문에 순위를 매기기도 모호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상깊었던 카페를 지목하라면 전 FM 커피하우스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FM Coffee House는 서면 카페거리 외곽에 위치해있습니다. 골목 끝 조용한 FM 커피하우스에 도착했을땐, 평일 낮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어렵게 찾아간 카페였기에 더욱 기대가 큽니다.

 

이 카페는 블로거 서리님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F.M. COFFEE를 가보라는 말에 검색, 사직동의 FM Espresso를 찾았습니다. 몇 일 전부터 그 근처 맛집까지 수소문해서 루트를 짜기도 했죠. 그런데 이게 왠걸, FM 에스프레소는 어딜 둘러봐도 커피를 시키고 싶은 분위기가 아닙니다. 분명 잘못왔구나 싶어 다시 검색. 서면에 FM Coffee House가 있는걸 발견합니다. 어이쿠. 결국 사직동에선 해물탕만 배불리 먹었습니다.

 

각설하고,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기대하며 FM Coffee House로 들어갑니다.

 

우선 메뉴를 봅니다. 일반 에스프레소 메뉴와 스페셜티 에스프레소 메뉴를 구분해 판매하는게 눈에 띕니다. 가격차이는 500원 정도. 망설임 없이 마이크로랏 엘살바도르 엘 아르코를 시킵니다. 카푸치노로 말이죠.

 

카푸치노의 다음잔으로 에스프레소를 맛보기 위해 메뉴판을 살펴봅니다. FM 커피하우스 블렌드에 대한 설명입니다. 아래 작은 메뉴판엔 스페셜티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습니다. 상세한 프로파일이 인상적입니다. 

 

FM 커피하우스에서 가장 눈이갔던 부분입니다. 로버 자동 1대, 콤팍 수동 3대, 안핌 티타늄 2대가 각각 다른 에스프레소용 원두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그라인더인 안핌 티타늄으로는 FM 블렌드를, 섬세한 눈금 조절이 가능한 코니컬 그라인더로는 스페셜티 원두를 담아두셨습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FB/80 입니다. 모모스, 제이스퀘어, 커피 공장에서 스트라다 EP를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FB/80은 EP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추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추출하는 과정에서 예민하게 조작을 해야하는 EP는 누가 뽑느냐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죠.

이것 역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전 디자인측면에서도 FB/80을 좋아하는편입니다.

 

로스터는 기센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지난 포스팅 참조. 스티머스, 테일러커피,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그러고보니 머신이나 로스터나 안핌그라인더까지. 모두 신사동에 있는 스티머스 커피하우스와 같은 세팅입니다. 두 카페를 비교해보는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것 같네요 :)

 

화려한 세팅에 눈이 멀어 잠시 정신을 잃습니다. 그 사이 주문한 카푸치노가 나왔네요. 

단단하고 고소하게 잘 스팀된 우유가 나왔습니다. 와인향이 강하고 밀크초콜렛이 생각나는 첫모금이었습니다. 은은하게 지속되는 카카오향과 달콤하고 강렬한 포도맛도 인상적이었구요. 장미의 아로마가 느껴져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가장 좋았던건, 그동안 밍밍한 카푸치노만 내주었던 부산 카페들 사이에서 제 맘에 드는 카푸치노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좋은 생두 탓도 있겠지만 로스팅 포인트도 잘 잡은것 같았습니다. 찰진 농도, 맛과 향을 가진 이 한 잔은 부산에서 마신 가장 인상깊은 카푸치노로 등극합니다. 

 

카푸치노의 기대에 힘입어 주문한 에스프레소. FM다크입니다.

약간의 탄맛이느껴졌지만, 강배전의 특성으로 생각하고 넘길만큼 나쁘지는 않습니다. 짭쪼름 한 맛이었습니다. 다크초콜렛과 볶은 견과류의 향미, 오일리한 바디는 우유와 섞었을때도 무너지지 않는 맛있는 커피 한 잔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궁금한 부분입니다. 어찌 스페셜티 원두와 일반 원두의 가격이 동일한지.

스페셜티를 밑지고 판매하는 걸까요, 일반 커피도 스페셜티 못지않게 맛있음을 자랑하는 걸까요.

원두를 사고싶었지만 전날 지른 어웨이크의 원두 때문에 한번 꾸욱 참습니다. 전화 주문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짜는 23일. 볶은지 1주일이 지난 커피는 20-30%를 할인합니다. 더 지난 커피는 아예 팔지 않더군요. 좋은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헤비드링커들에겐 1주일정도 된 원두를 저렴하게 사서 빨리 먹는게 더 좋을수도 있기 때문이죠.  

 

부산 어느 카페나 가도 발견할 수 있는 더치커피. 그리고 더치커피 시음대.

어딜가나 있는 더치들 그리고 샵에서 판매하는 모든 원두를 더치로 판매하는 부산 카페들이 정책이 궁금합니다. 둘 중 하나겠죠. 그만큼 더치 소비층이 많다거나, 숙성이 필요한 더치용 원두를 미처 판매하지 못한 원두에서 조달하거나. 제 추측입니다.

 

궁금해서 사장님께 물어보니 FM COFFEE 하우스에선 더치용을 따로 준비한다고합니다. 다른곳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부산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더치커피는 '와인병'에 담겨져 판매됩니다. 고급화 전략일까요. 

 

스페셜티도 더치로 판매합니다. 가격차이가 조금나지만,  깊은 맛과 향을 즐기시고 싶다면 스페셜티를 추천합니다. 

 

FM만의 독특한 더치 툴.  

 

멀리 보이는 원두 팩들이 인상적입니다. 인텔리젠시아 블랙켓 블렌드부터 스퀘어마일, 스텀타운, 리브레 등. 세계의 원두가 다 모여있습니다. 유명한 다른 샵들의 커피를 맛보는것도 바리스타가 해야할 일중에 하나죠.

언니네 이발관의 출발은 헤비리스너 이석원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 음반소개를 할만큼 많은 음악을 들었던 이석원 덕분에 언니네이발관은 '비둘기는 하늘의 쥐'라는 명반을 만들어냅니다.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마실수록, 더 잘 알게되는거죠. 

 

선반에는 다양한 커피 용품들이. 

 

융드립에 대한 소개입니다. 한동안 저도 융드립만 했던적이 있었죠. 매력있는 추출도구입니다 :)

 

여기서 주목해야할건 발로나 초코드링크. 

 

산들다헌과 같은 초콜렛을 씁니다. 깊은 카카오의 향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는군요.

핫초코도 추천하는 메뉴입니다 :) 

 

서면 카페거리에 들르실거라면, FM 커피하우스는 잊지말고 가보시길 바랍니다.

 

  • FM COFFEE HOUSE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전포역 7번출구. 나와서 보이는 큰 골목으로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FM COFFEE HOUSE가 있다.
  • 부산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685-11, 051-803-0926
  • 휴무 없음, 오전11시 - 오후11시
  • FM COFFEE HOUSE를 소개해주신 서리님 블로그의 글
        http://blog.naver.com/indend007/80159526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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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발.

     

    몇몇 사람들이 꼭! 가보라던 프롬나드. FM 근처에 있어서 가보았지만

     

     

    덕분에 빠니니 식당에 들렀습니다. 트위터로 나무사이로 사장님이 얘기해주신 곳.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도 찍고 빠니니도 먹어봅니다.

     

    FM 커피(혹은 프롬나드의 커피)와의 마리아주는, 말 할 필요도 없겠죠. 회 사진에 이어 깊은 여운의 빠니니 사진 남깁니다. 깊은 치즈향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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