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bchop이라는 밴드의 이야기. 그들의 1996년 앨범 How Quit I Smoking이라는 흥미로운 이름의 앨범엔 The man who loved beer라는 기묘한 음악이 있다. 내 어떻게 담배를 끊겠냐는 이름으로 묶은 이 앨범의 곡들은 읊조리는 듯한 단조로운 톤의 보컬이 매력적이다. 누군가는 이 밴드를 오케스트라라고 말한다. 악기 편성이 엄청나기때문. 이 한 곡에 들어가는 악기는 10여개가 넘는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도착했을때 느껴지는 외로움이 맥주를 부를때 이 음악을 듣는다. 딱히 뭐라 표현하기 힘들때는 이 맘을 가득 담아, 맥주도 마시고 소주도 마신다. 가사들이 그렇게도 재미있을 수 없다. 악기들이 튀지 않고 보컬의 목소리를 감싸주는 흥미로운 이 음악의 가사는 이렇다.

 

맥주를 사랑한 남자

 

오늘은 누구에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

주변에는 다 고만고만한 놈들뿐인데,

옛 친구들이라곤 모두 맘에 안드는 놈들이 돼 버렸는데.

 

오늘은 내가 누구와 이야기할 수 있을까, 친절함이란 것도 다 죽어 버렸는데.

난폭함만이 남아 아무에게나 덤벼들기만 하는데, 오늘은 대체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할까.

세상을 떠도는 잘못된 것들, 없어지지도 않는, 멈출수도 없는 것들.

 

오랜시간 감옥에서 보낸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 할 때, 나는 죽음을 보았지.

2월에서 12월까지, 우리가 보낸 시간은 비극적이었지.

펼쳐진 손가락이 하나의 주먹을 모아지고, 난폭함만이 남아 모두에게 덤벼들겠지.

 

The man who loved beer

 

To whom can I speak today

The brothers they are equal

But the old friends of today

They have become unlovable

To whom can I speak today

The gentleness has perished

And the violent man has come down on everyone

To whom can I speak today

The wrong which roams the earth

There can be no end to it

It is just unstoppable

Death is in my sights today

As when a man desires

To see home after many years in jail

February through December

We have such a tragic year

As separate as the fingers

Suddenly, as one, as the hand

And the violent man has come down on everyone

And the violent man has come down on everyone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채식주의를 대변하는 책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동물을 먹는다는 것' 그 자체에 집중하고 의미를 집고자 한다. 개고기에 대한 해묵은 논쟁으로 글을 시작한다는 점은 이 책의 방향성을 보여주고있다. 개와 인간이 계약이라도 맺은양, 개를 특별하게 여기고 그것을 먹는걸 금기한다는 행위가 얼마나 모순적인가. 돼지는 개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 고통을 느끼는것도, 행복을 느끼는것도 개와 돼지는 모두 똑같을텐데 왜 우리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가.

 

그리고 이야기는 해마로 넘어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신비로운 모습의 해마는 약 35종으로 분류된다. 그 중 20종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나 만날법한 신비로운 모습은 수집광들에게 크나큰 유혹이다. 잘말려 보관된 해마는 훌륭한 수집용 화석이 된다.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해마의 모습은 신비 그 자체다. 덕분에 모든 물고기가 그렇듯 해마도 수족관에서 자유를 잃고 생명을 잃는다. 해마가 죽는 경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해마는 부수어획에서 가장 많이 희생당하는 어종이다. 참치 한마리를 잡기위해서 위성항법장치(GPS)를 동원하는 글로벌 포획자들은, 그물에 함께걸린 다른 145종을 죽인다. 새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우 0.5kg를 잡기 위해 12kg의 다른 어종들이 죽어야만 한다. 사람의 얼굴에 갈고리를 던지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숨도 못쉬게 죽여버리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갈고리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은 물론이요 함께 죽어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공장식 축산업이 전달하는 비극적인 광경은 참치가 잡히는 모습에 비하면 온화한것일지도 모른다. 원양어선을 타고 비극의 종점으로 가는대신 샤프란포어는 농장들을 찾아간다. 곧 세상의 빛을 볼 자신의 아이를 위해, 그 아이가 먹게될지 모르는 동물들을 직접 보기 위해 그는 농장에 편지를 쓰고 머나먼 시골로 차를 몰고 간다. 그는 침착하게 그가 보고 듣고 읽고 느낀것을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공장식 축산업 덕분에 우리가 겪게될 고초들을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령 그는 우리가 사소하게 넘기는 소화불량이나 복통의 원인이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가공된 육류에서 기인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비정상적으로 단기간에 성장한 동물들은 생명이라 하기엔 너무 많은것을 잃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모든 공장식 축산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광인이거나, 광인이었거나, 광인이 된다.

 

그가 채식주의를 선택한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안이라고 존재하는 목장들에서 탄생하는 육류들조차도 공장식 축산이 지배하는 업계에서 벗어날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대안이 될수있는가 하는 스스로의 질문에 포어는 사실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챕터에서 그는 할머니가 차려주었던 맛있는 닭 요리에 대해,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요리를 올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책은 마무리 된다. 동물을 먹는다는것에 대한 성찰. 우리가 마주하는 음식들이 어디서 탄생하고,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마주하는 일에 그는 수많은 생각과 과제들을 던져주고 끝이난다. 책은 통해 육식에 대한 독자의 냉철한 성찰을 도와주고 그들이 선택을 하게 도와준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이 어떻게 됐든, 책의 내용들은 그 선택의 근거가 되어준다.

 

 


 

착한커피열풍이 드세다. 이 열풍이 좋은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듣도보도 못한 스페셜티에 관심을 가졌다는건 대단한 일이다. 시다고만 여겨졌던 그 커피들을 설득할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좋은것이고 라마르조꼬도 훌륭한 머신으로 밝혀졌다. 이제는 바리스타들이 자신들이 낸 커피가 왜 신맛이 지배적인지 소비자를 설득할 필요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육식에 반감을 가지듯 직거래하지 않은 커피, 비싼 머신을 쓰지 않는 가게를 착한 가게라 생각하지 않게 된다.

 

착한커피 방송과 샤프란포어의 책은 깊이의 차이가 있다. 좋은 기자는 기사를 쓰기 전 자신이 취재하고자 하는 것의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령, 넥타이 무역에 대한 취재를 한다면 넥타이의 탄생부터 섬유업계의 화두까지 간단하게라도 사정을 파악한 후 펜을 집어든다는 것이다. 조너선 샤프란 포어는 동물을 먹는 모든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착한커피 방송은 그저 하나의 '맛집 소개'에 그치지 않는 방송을 만들어냈다. 70분의 영상이 던진 충격은 1권의 책보다 파격적이었다. 우리는 어떤 커피를 마셔야하는가. 포어는 육식을 하지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마셔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줬다.

 

평생 육식에 대해 고민없는 선택을 했던 사람이 샤프란 포어의 책을 읽는것과, 커피라곤 인스턴트만 마셨던 사람이 방송을 보는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포어의 책은 사람들의 편견을 걷어냈고 착한커피 방송은 사람들에게 뿌리깊은 편견을 심어줬다.

 

Coffee Break (Addis Ababa, Ethiopia) from John Harrison on Vimeo.

 

 

애초에 '착한 먹거리'를 찾겠다는 방송의 의도가 잘못됐다. 어떤 먹거리가 착한 먹거리일까. 착한 먹거리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것들은 다 나쁜 먹거리가 되는걸까. 방송에서는 착한 먹거리만 보여주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다른것들은 나쁜 먹거리로 자리잡는다.

 

커피는 도대체 어떻게 마셔야 할까. 오랫동안 수많은 커피와 마주하고 카페를 다녔지만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답이라고 찾은것이 있다면 먹는것과 같이 커피 또한 '취향의 문제'라는 것이다. 커피를 볶는 것에 정답이 있을까. 추출을 하고 마시는 것에 정답이 있을까. 방송에서 그토록 찾아해맸던 직거래, 약배전 커피가 훌륭하고 비싼 머신이 착한 커피라면 아디스아바바에서 마시는 저들의 커피는 나쁜 커피일까.

 

실제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마이크로랏 농장주들은 어마어마한 부자들이다. 다이렉트 트레이드가 꼭 착한일만 하는건 아니다. 스페셜티가 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시모넬리 라인업은 국제대회에서 사용할만큼 공인된 머신이다. 약배전 커피라고 낮은온도에서 내리라는 법은 없다. 커피가 맛있어지는건 커피에서만 기인하는게 아니다.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 어떤 음악과 함께 듣느냐도 중요하다. 내리는 사람의 철학도 중요하다. 취향의 문제도 무시하지 못한다.

 

샤프란 포어가 소규모 목장을 방문하면서, 채식주의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스스로가 채식주의자가 되어서 글을 써나간 것 처럼 커피에 대한 방송을 만들었으면 하는 하는건 너무 심각한 부탁일까. 포어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은것처럼, 독자 스스로가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하게끔 만든것처럼 커피를 선택하게 만들어 줬으면 어땠을까. 우리는 꼭 착한커피를 마셔야 한다는양 방송을 하는건 너무나 거만하고 납득할수 없는 폭력적인 일이다. 그들이 무심코 만들어낸 그 70분의 영상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들은 알까. 커피 한 잔에 담긴 깊은 의미가 짧은 영상으로 인해 무너져내렸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DG; 김선욱, 서울시향, 정명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교향곡 5번'운명'

Deutche Grammophon; Beethoven: Piano Concerto No.5 'Emperor', Symphony No.5

Sunwook Kim(Piano),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Myung-Whun Chung, 2013.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따라 마음껏 변하는 선율을 이해하는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과 비슷하다. 로스터는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음색을 만들어가듯 생두를 고르고 콩을 볶는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단계들을 거처 우리는 한 곡의 심포니와 같은 커피 한 잔을 마주한다.

 

처음 커피를 마실때는, 언제쯤 다양한 커피들을 제대로 느끼고 구분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건 책으로 읽어서 되는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설명으로 이해되는 일도 아니었다. 좋아해서 마시고, 그렇게 자주 커피 한 잔과 마주하다보니 이제는 커피를 조금은 이해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로스터도 생기고 바리스타도 생겼다. 음악을 듣는일도 비슷하게 된것같다. 처음엔 어려웠던 선율들이 이제는 마음에 와 닿는다. 지휘자의 손 끝에서 파도가 출렁이듯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보는 일도 익숙해졌다. 좋아하는 지휘자가 생기고 오케스트라가 생겼다.

 

지난 1월, 요섭형과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베토벤연주회에 다녀왔다. 말러와 모차르트를 통해 친숙해진 서울시향을 만나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합창석, 관악파트의 깊은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자리는 고작 3만원이었다. 소리의 밸런스를 느끼기엔 부족한 자리었지만 정명훈의 섬세한 표정을 살피며 연주를 볼 수 있는건 더할나위 없는 좋은 선택이었다. 피아노의 소리가 아쉬운 협주곡 5번이 끝나고 오케스트라가 전열을 정비하자 감동의 소리가 밀려왔다. 3-4악장의 흥분되는 피날레를 맞이하면서 나와 요섭형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3만원에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호사라고 그랬던 형의 말이 맞았다.

 

우리가 봤던 공연이 음반을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음반이 나오면 꼭 같이 새로 연 카페에서 듣자는 약속을 했었다. 음반이 카페에 도착한 날 아침은 운이 좋게도 내가 비번을 받은 날이었다. 눈앞에서 포장을 뜯고 연주를 들었다. 새로바뀐 헬카페의 스피커는, 잘 정재된 디지털 음원과 어울려 좋은 소리를 냈다. 공연에서 느낄 수 없었던 김선욱의 섬세한 연주는 카페를 가득 채웠다. 필요한 소리만이 존재하는 협주곡이었다. 정명훈이 맥주를 마시며 연주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3악장은 흥겨웠다. 화려하면서도 절제가 있어야 한다는 김선욱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서울시향과 가진 인터뷰서 김선욱이 존 엘리엇 가디너와 베토벤 4번 협주곡을 함께한 것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절제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김선욱의 베토벤 연주는 가디너를 만나 새로운 스타일의 연주를 탄생시켰다. 대단했던 그 공연을 뒤로하고 김선욱은 더 깊은 이해로 5번을 연주했다. 합창석에선 느끼지 못했던 그의 연주는 새롭게 다가왔다. 아름다웠다.

 

이어진 베토벤 5번 교향곡도 공연장의 연주에선 놓쳤던 부분들이 들렸다. 현악의 울림이 더 부드럽고 깊게 전달되면서 오케스트라는 깊은 선율이 느껴졌다. 작년 1월의 말러 1번, 12월의 모차르트 주피터, 1월의 베토벤 5번과 3월의 베토벤 7번을 들으면서 서울시향의 사운드에 익숙해져다. 덕분에 이 음반에서 나는 서울시향만의 분위기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베토벤의 교향곡과 협주곡을 많이 찾아 들었다. 프란츠 브뤼헨과 18세기 오케스트라의 베토벤은 목관악기의 울림이 좋았다. 고악기의 저음을 제대로 살린 브뤼헨의 베토벤은 4번 교향곡 1악장과 7번 교향곡 2악장이 하이라이트였다. 리카르도 샤이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전집은 시원시원하고 간결했다. 시대와 잘 어우러진 베토벤이었다. 인상깊었던 앨범은 2012년 존 엘리엇 가디너와 혁명과 낭만의 오케스트라가 카네기홀에서 연주한 베토벤 7&5 음반이었다. 여지껏 들었던 베토벤중 가장 개성넘치고 흥겨웠던 연주였다. 그러면서도 베토벤의 의도를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살아있었다. 가디너와 그의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서울시향의 새 음반이 발매되기 전 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베토벤 5번이었다.

 

공연 이후 더 많이 베토벤을 듣게 됐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 교향곡 5번을 자주 들으면서 4월에 발매될 서울시향의 5번을 기다렸다. 악보를 보고, 연주 영상도 보면서 베토벤의 걸작이 정명훈의 손에서 살아나기만을 기다렸다. 음반은 기대에 부응했다. 현악파트의 굵고 부드러운 사운드는 서울시향만이 가진 미쟝센이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접어 나빌레라', 조지훈의 승무가 떠오르는 연주다. 다른 연주에선 뭔가 부족하기만 했다고 느껴졌던 관악 파트에도 아쉬움이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벅찬 눈망울로 서로를 끌어안던 단원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특히 관악파트 연주자들이 보인 표정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왠지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서울시향의 음반은 음표들을 아쉬움없이 잘 살려냈다. 브뤼헨, 가디너와 함께 내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베토벤 5번 교향곡이다.

 

한시간여의 플레이타임. 아무것도 못한채 나와 요섭형은 음악만 들었다. 다 듣고 나니 머리가 띵 할정도로 어질어질했다. 이렇게 집중해서 음악만 들었던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그제서야 나 커피를 부탁했고 햇볕을 받으며 한모금 마시자 정신이 들었다. 감동의 전달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음악이 끝나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음악도 좋았고, 커피도 맛있었다.

 

서울을 닮은 음악을 하는 오케스트라가 서울에 있다는건 감사한 일이다. 한달에도 몇번씩 서울시향의 공연이 열린다. 도시를 한껏품은 오케스트라가 가까이 있다는건 참 행운이다.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맛과 향을 선사하는 커피 한 잔 처럼, 오직 서울에서만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있어 좋다. 수십년동안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찾아 헤맸던 명 오케스트라처럼 서울시향도 오크통에서 잘 숙성된 위스키 같이 깊어졌으면 좋겠다. 더 많이 공연을 가고, 더 많은 서울시향의 음반을 샀으면 좋겠다.

 

 

해방촌, 이태원

 

해방촌, 용산 

 

구룡폭포, 남원

 

 

사랑하는 미학과 동기들, 구룡폭포, 남원 

 

사랑하는 미학과 동기들, 구룡폭포, 남원

 

산들다헌, 남원

 

그리고 또 같이, 산들다헌, 남원

 

 

 

 

 

 

봄이 오기까지. 구룡폭포, 남원.

 

 

헬카페, 보광동

 

맥파이, 이태원

 

흔들린 서울, 이태원

 

톨드 어 스토리, 대전

 

톨드 어 스토리, 대전

 

봄맞이 산책, 송탄

 

남원에서,

 

 

바리스타들 사진은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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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도렴빌딩, 착한가격, 최상의 커피, 홀드미커피' 라는 콩밭 아낙네의 트윗을 보고 저는 가슴이 설레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카페의 이름을 듣고 저는 비틀즈의 노래 '아 워너 홀드 유어 핸즈I Want to Hold Your Hands'가 떠올랐죠. 대놓고 손잡고싶다고 얘기하는 비틀즈의 대범함에, 당시 사람들은 꽤나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광화문 한복판에, 도렴빌딩 지하에 이런 카페가 있을줄이야. 좋은 카페를 발견해 환호성 한 번, 착한 가격에 한 번 더. 쉬는시간을 쪼개고 쪼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도렴빌딩 지하상가에 위치한 '홀드미커피'입니다. 

 

세종문화회관 뒷편, 외교부 공관 바로 옆에 있는 빌딩이 도렴빌딩이죠. 홀드미커피는 이 도렴빌딩 지하상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마주치게 된 착한 가격표. 혹자는 이를 '시장 파괴자'라고 부릅니다. 좋은 커피, 이런 가격에 팔기 쉽지 않은 일이죠.

 

홀드미커피에서는 커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메뉴들을 팔고 있습니다. 근처 직장인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커피를 못마시는 사람도 점심식사후에 즐길수 있는 메뉴들이 많습니다. 저는 망설이지 않고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합니다.

 

전반적으로 주스같은 느낌이 강한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쌉싸름한 맛, 신맛, 단맛의 벨런스가 좋습니다. 통통튀는 맛들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반적인 맛의 느낌은 오렌지 잼 같달까요. 찰진 고소함이 매력적인 3천원짜리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감동의 카푸치노에 이어 마신 드립커피. 아래에서 설명드리겠지만 드립 스테이션엔 다양한 기구들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드립커피를 위한 로스팅을 진행하는 홀드미 커피에선 커피의 배전도, 보관상태나 숙성도에따라 다양한 기구로 추출을 진행합니다. 바리스타는 콩에대한 섬세한 설명을 해주고 이에 맞는 기구까지 골라줍니다.

 

오늘 마신 드립커피는 콜롬비아 엘벤띠라도르. 드립용으로 볶은 콩은 마침 어제 떨어져서 저는 에스프레소용으로 볶은 커피를 마셨습니다. 처음엔 드립용 원두가 없어서 안된다고 하셨지만, 간곡히 부탁하니 한 잔을 내려주십니다. 에스프레소용인걸 감안하더라도 부드럽고 벨런스도 좋습니다. 가격은 역시 3천 5백원. 고마움에 절을하고 마시려 했으나 공간이 협소해 패스.

 

카페인을 어느정도 충전하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메져 수동 그라인더, 콤팍 K10, 시모넬리 아피아가 보입니다.

 

자, 홀드미커피는 시모넬리를 택했습니다. 이는 곧 소개할 연남동의 '엘카페'와 연관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홀드미커피의 에스프레소는 '엘카페클레식'블렌드를 베이스로 합니다. 엘카페는 라마르조꼬와 시모넬리를 가져다놓고 시모넬리만을 사용하죠(요 흥미로운 이야기는 엘카페를 소개할때 더 해드리죠). 볶은 원두, 바리스타와 궁합이 잘 맞는 머신을 선택한겁니다.

 

홀드미에서 아피아를 선택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엘카페 원두를 사용한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입니다. 더불어 홀드미에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들이 직접 자신들이 내리는 원두에 맞게 아피아를 개조했습니다. 샤워스크린은 기본이요 내부 구조까지 싹 개조를 했다하니, 껍질만 아피아라 해도 무방합니다.

 

톨드어스토리를 소개하면서 말씀드렸던 이야기를 또 하게됩니다. 라마르조꼬나 시네소같은 비싼 머신이 진리는 아닙니다. 어떤 머신이든 그 머신을 가장 잘 아는 바리스타가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법입니다.

 

그라인더는 메져 수동과 콤팍 케이텐 프레쉬.

 

확대, 원두의 배전도를 살펴봅니다.

 

이곳에선 원두와 음료에 쓰이는 각종 재료들을 3대의 와인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민정수기(?) 에바퓨어입니다.

 

브루잉스테이션. 최근 가장 핫한 브루잉 기구인 에스프로 프레소부터 메탈콘필터, 에어로프레스가 보입니다. 드립과 에어로프레스 모두 종이필터와 메탈필터를 사용할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15만원대의 에스프로프레소. 다른 프렌치프레스에 비해 미분이 거의 없고, 온도 보존율도 좋습니다. 질 좋은 생두에 있는 맛들을 여과없이 느껴보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구입니다.

 

워터드립스테이션. 더치커피도 마셔봤는데, 맛있습니다. 좋은 원두를 쓰니 당연할수밖에 없죠.

말코닉 그라인더와 모카마스터가 눈에 띕니다.

 

네, 홀드미커피는 엘카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커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을법한 책들. 그리고 커피 잡지.

 

선반에는 다양한 기구들이 디스플레이돼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기구들이기도 하구요. 케멕스와 클레버, 프렌치프레스가 보입니다.

 

벽에는 잔잔한 그림들이.

 

새로운 메뉴가 출시됐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저렴한 가격. 마셔보진 않았습니다.

 

테이크아웃용 잔입니다. 자, 저 작은사이즈의 잔이 카푸치노용 테이크아웃 잔입니다.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알맞은 비율로 만났을때 좋은 맛을 만들어냅니다. 양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니죠.

 

똑같은 사이즈의 컵에 양도 똑같이 나가는 다른 테이크아웃샵과는 비교되는 홀드미의 커피 한 잔입니다.

 

카페는 요래요래 생겼습니다.

 

내부에는 테이블도 꽤 있구요. 점심시간만 지나면 조금 한가해지니 앉아서 여유를 즐길수 있을겁니다.

 

 

주위를 또 둘러보고.

 

네. 또 과음했습니다. 어질어질 @.@

 

메뉴판에 쓰여진 메뉴는 모두 최고로 신선한 재료들만 사용하고 최선을 다해서 나갑니다. 이 부분은 밀로커피, 산들다헌의 철학과 동일합니다.

 

더치커피는 이렇게 아름다운 포장으로 판매됩니다.

 

마지막잔으로는 오렌지쥬스. 헤밀턴 프레스로 만들어지는 오렌지주스는 한 잔에 오렌지가 3-4개가 들어갑니다. 휴롬같은 과즙기에 넣는다면 오렌지 1-2개면 충분히 한 잔이 만들어지겠죠. 하지만 홀드미는 최선의 맛을 위해 재료비를 아끼지 않습니다. 덕분에 오렌지주스는 달디 달죠. 헬카페에 당근주스가 화제가 되고있다면 여기 광화문에선 오렌지주스가 화제입니다.

 

자,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테이크아웃.

 

아직도 깊은 오렌지의 향이 느껴집니다. 소중한 한 잔, 잘 마셨습니다.

 

  • 홀드미커피 가는 길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6번출구, 5호선 광화문역 8번출구 이용. 세종문화회관 뒷편, 외교통상부 서울청사 별관 맞은편 도렴빌딩 지하상가 1층. 버스 이용시 주변 경복궁역이나 세종문화회관을 경유하는 모든 노선 이용가능.
  • 종로구 도렴동 도렴빌딩 지하1층, 서울 110-716, 02-725-7730
  • 월요일-금요일은 오전 7시반-오후 8시,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휴무
  • 소셜미디어 https://www.facebook.com/holdmecoffee / https://twitter.com/HOLDMEcoffee

 

그리고 예고편. 홍대 중심에서 캠핑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입니다. 해먹이 있는 보기드문 카페, 도심에서 여유를 즐겨보시죠. 곧 리뷰하겠습니다!

하트 로스터즈 Heart Roasters, 커피 패키지

Photo by Byung-Wook LeePhoto by Byung-Wook Lee

 

뜻이 모인 커피인들과 함께하는 스터디에서는 매달 원두 테이스팅을 합니다. 지난 번 올림피아에 이어 이번에는 하트커피(혹은 허츠, 앞으로는 하트커피라고 하겠습니다)다. 해외 유명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원두이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몇몇 커피인들이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커피라고 추천해준 덕분입니다. 하트의 대표 블렌드인 스테레오블렌드와 이번 시즌 싱글커피인 르완다, 에티오피아, 콜롬비아를 각각 주문했습니다. 올림피아 테이스팅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디카페인커피 덕분에 하트에서도 디카페인을 주문했구요.

 

개인적으로 주문한 르완다 테이스팅에 앞서 하트의 원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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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있는 카페들의 패키지는 늘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뉴욕에서 들렀던 스텀타운은 물론이요 올림피아에 이어 하트커피까지. 포장은 소비자로 하여금 커피를 선택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더물어 이 카페들은 원두 패키지 자체를 하나의 테이스팅 노트로 만듭니다. 소비자는 패키지를 통해 커피를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들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잘 모아둔 커피 봉투들은 카페와 소비자간의 강한 유대를 만들어주죠

 

스텀타운의 명함형식 노트, 올림피아의 뜯어내는 형식의 노트, 허츠커피의 하얀색 봉투들은 보관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 패키지들은 '이것은 우리의 커피다'와 함께 '우리가 볶은 커피를 기억해주세요', '당신의 기억속에 함께하겠습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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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딩 비율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테이스팅노트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도 간단하게 적었죠. 

 

Photo by Holic MongPhoto by Holic Mong

함께 테이스팅한 사람들 모두 박수를쳤던 패키지의 색깔선정입니다. 각 커피가 표현하는 맛들이 색으로 전해집니다. 실제 테이스팅 결과는 이 색깔들과 미묘하게 일치했습니다. 특별한 무늬없이 색깔만으로도 마시는이에게 의도를 전달할수 있다는점은 하트커피만의 장점입니다.

 

Photo by Holic MongPhoto by Holic Mong

테이스팅 노트, 재배지역, 품종, 처리과정, 고도등의 간단한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실재 시음의 결과는 이 노트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덕분에 설명만을 보고도 자신이 원하는 원두를 선택할 수 있죠. 이런 패키지를 버리지않고 모아둔다면 마시는 사람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다음원두를 선택할 수 있겠죠.  

 

하트 로스터즈 Heart Roasters, 르완다 카렌게 Rwanda Karenge

본격적인 리뷰를 진행하기에 앞서 패키지를 좀 더 분석해봅니다.  

 

뒷면에는 하트커피의 지향점이 나와있습니다. 우리만의 지향점이 있다는걸 분명히 명시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또한 이러한 지향점의 저변에는 과학과 열정이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얘기하네요. 로스팅 후 3-4일 후에 가장 맛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커피백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으니 다 마시고 백을 버린다면 아로마밸브를 제거하라는 첨언도 빠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배치Batch를 기록해둔 부분입니다. 각 배치에대한 노트를 정확히 기록해놓은 후, 커피에 대한 피드백이 들어왔을경우 살펴보기 위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령 이번 1866배치 르완다에 대한 직간접적인 반응들어왔다면 그것들을 모아 다음배치에 반영하거나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는다는겁니다. 실제로 하트커피가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배치를 기록해둠으로 인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양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우리의 커피를 지지해줘서 감사합니다. 로스터의 겸손함입니다. 

 

르완다 카렌게는 패키지의 설명대로 르완다의 카렌게 지역에서 재배됐습니다. 버번종이고 풀리워시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재배는 1600-1900m의 고고도에서 이뤄졌습니다. 로스터는 프로밧 15kg입니다. 테이스팅 노트에는 무화과, 밀감, 홍차가 적혀있습니다.

 

 

하트 로스터즈 Heart Roasters, 르완다 카렌게 Rwanda Karenge 테이스팅 노트

 

하트커피의 배전도는 대체적으로 많이 약한편입니다. 패키지의 모습이나, 로스팅 스타일이나 지난번 소개해드렸던 테일러커피를 연상케합니다. 원두 자체를 씹어먹었을땐 캬라멜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약배전이지만 상당히 잘 컨트롤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인 테이스팅을 위해 기구를 선정합니다. 드립굵기에/25g/92도/200ml/2분의 추출을 진행합니다. 추출과정에서 커피가 잘 녹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추출 결과물또한 의외였습니다. 신맛이 강하지 않고 쉽게 무너지는 편이었습니다. 노트대로 무화과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쉽게 맛이 져버리는 무화과와 같이 야들야들한 느낌이 조금은 위태로웠달까요. 적어둔 노트대로 밀감이나 홍차의 맛이 전해지는점은 좋았습니다. 걱정했던것과 달리 완전히 식은 커피에서도 밸런스가 유지되는 느낌이 있었구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건 사실입니다. 하트에서 추천했던 로스팅후 3-4일을 놓쳤기때문일까요, 그들이 추구하는 마법같은 과일맛과 화사함 그리고 복합성은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로스팅후 거의 1달이 되어서야 맛보게 된 올림피아커피는 강력했습니다. 그곳의 원두들은 시간을 이겨내고 강한 맛을 전달했죠. 다양한 레시피들에 적용해도 개성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에반해 허츠커피는 예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절정의 맛이 어떨까 궁금합니다. 아쉬운마음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추출방법을 따라보기로 합니다만, 단점은 여전합니다.

 

http://www.heartroasters.com/about-heart/brew-recipes/aeropress.html

 

하지만 지향점이 분명하다는건 하트커피의 장점입니다. 커핑부터 시작해 프렌치프레스, 에어로프레스, 클레버추출을 하면서 느낀거지만 정체정이 이처럼 강한 커피는 오랜만입니다. 매일 저와 함께 한 잔의 커피로 아침을 맞는 어머니께선 오히려 맛있다는 칭찬을 하셨습니다. 여태까지 마신 커피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직접 마셔보시길 권합니다. 가격은 12온즈(약 340g)에 2만 4천원가량. 배송비 부담을 생각한다 해도 100g에 1만 5천원 정도입니다. 대량구매를한다면 가격은 더 내려가겠죠. 배송은 생각보다 빠릅니다. 3월 25일에 볶은 콩을 4월 4일에 받았습니다.

 

하트 로스터즈 Heart Roasters 원두 구매방법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

http://www.heartroasters.com/shop/

저번달과 다른 싱글들이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콩밭커피 로스터즈, 인도네시아 가요마운틴 허니(Indonesia Gayo Mountain Honey)

카페 견문록에서 소개했다시피 콩밭커피는 경이로운 가격에 스페셜티급 원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해방촌에 위치한 덕에 부동산으로 나가는 고정비용이 줄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에 콩밭 로스터 아낙네의 마음씨가 더해져 착한 가격의 커피가 등장했습니다. 해방촌은 노령층 인구 비율이 높습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 할아버지가 맘편하게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카페를 지향하기에 콩밭커피는 맛있고 질 좋은 커피를 낮은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아낙네의 센스는 원두까지 구입하고 싶게끔 만듭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 훌륭한 디자인은 안사고는 못베기게끔 착한 가격에 판매됩니다. 스페셜티, 프리미엄급 원두들의 판매가격은 100g에 6-7천원선입니다. 원두를 구매하려면 극한 산행을 해야하는 단점이 있지만(물론 해방촌까지 올라가는 버스도 있습니다!), 이정도 퀄리트의 원두라면 고생은 고생이 아니게 되죠.

심한 고민끝에 저는 인도네시아 가요마운틴 허니를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P.T.KIM이라는 한국계 인도네시아 회사에서 재배한 커피입니다. 콩밭에선 인니코피에서 진행된 공동구매를 통해 소량 구매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가요마운틴 최초로 허니프로세싱을 했다고 합니다. 오랜 연구끝에 300kg정도 재배됐고 전량 한국으로 수입됐구요.

여기서 허니프로세싱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브리질 세하도 지방에서 유래한 이 방식은 커피열매의 과육을 제거하고 나면 파치먼트(내과피)의 표면에 남는 뮤실리지Mucilage를 이용합니다. 물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선 이 뮤실리지를 제거하는일이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농장들은 뮤실리지 제거기를 사용해 점액질을 제거하죠. 여기서 점액질을 얼마나 제거하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데, 허니 프로세스는 뮤질리지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아 원두에 은은한 달콤함이나 벌꿀향을 남깁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가공과정을 가요마운틴에 적용하기까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브라질과는 사뭇다른 습한 기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유명한 원두들을 제치고, 난생처음 드어보는 가요마운틴 허니를 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콩밭에서 마셨던 커피 중 가장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죠.

 

콩밭커피 로스터즈, 인도네시아 가요마운틴 허니(Indonesia Gayo Mountain Honey) 테이스팅 노트

 

콩밭커피의 로스팅은 수제 제작한 국내 로스터로 진행됩니다. 스페셜티를 다루는 카페답게 강배전까지는 진행하지 않습니다. 상태를 보니 이 원두도 1차 크랙이 완료된 후 2차 크랙이 진행되기 전 배출되는것 같네요. 약배전 로스팅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제대로 맛을 이끌어내는 카페들은 드뭅니다. 카페에서 맛봤을땐 맛있었는데 원두를 구매해 집에와서 마셨을때 그 맛이 안나는 경우도 있구요. 약배전 로스팅 커피들은 그만큼 섬세한 컨트롤을 요하기도 합니다.

 

콩밭커피의 가요마운틴을 먹기위해 두가지 계획을 세워봅니다. 약배전 커피를 추출하기에 제격인 에어로프레스+메탈필터 조합과 가장 평범한 방식인 하리오 드립입니다. 에어로프레스의 경우 드립굵기보다 조금 가늘게/17g/93도/2분의 추출을 합니다. 하리오 추출의 경우 드립굵기/20g/91도/2분 30초의 추출을 진행했구요.

 

새콤달달한 첫맛이 인상적인 커피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단맛이!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달달한 느낌도 강하구요. 오렌지나 사과등 과즙에서 낼 수 있는 단맛이 인상적입니다. 상큼한 맛과 갈끔한 에프터도 좋습니다. 맛의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지만 통일성이 있어 마시는 느낌이 굉장히 좋습니다. 하리오드립은 조금 산도가 더 높게 추출됐습니다. 바디도 좀 더 가벼운편이었구요. 산도 높은 깔끔한 커피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권하는 방법입니다. 허니프로세싱의 단맛을 더 정확히 느끼고 싶다면 메탈필터 추출을 추천드립니다. 기름기를 여과하지 않은 가요마운틴 허니에선 바디감이 살아있어 단맛이 더 길게 느껴집니다.

 

인도네시아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커피 중 하나입니다.

특유의 그 맛과 향에 허니프로세싱이 더해져 커피는 과실향이 풍부하고 달달한 맛을 가지게 됐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커피네요. 콩밭커피의 솔직한 로스팅은 가요마운틴 허니의 매력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콩밭커피 로스터즈, 인도네시아 가요마운틴 허니(Indonesia Gayo Mountain Honey) 구매방법

주소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34-1 1층

전화번호 010-2649-5841

트위터 @kongbatcoffee

 

 

 

 

프랑스를 본따 대학 평준화를 위해 서울 1대학, 2대학 등의 서열없는 학교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도 평준화는 이뤄지지 않을게 분명할겁니다. 왜냐면 결국 사람들은 서울 1대학으로 몰릴테니까요. 왜 우리는 항상 1등만 기억하고, 명품만 좋아하고, 최고가 되기만을 원할까요.

 

불과 몇년전만해도 로스터리라고는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던 카페거리에 콩볶는 냄새 그득한 로스터기가 들어선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적잖은 비용 때문에 1kg짜리 프로스타나 후지로얄 로스터 택했던 카페들은은 이제 대부분 프로밧이나 기센 로스터를 들여왔습니다. 프로밧 혹은 기센 로스터에 라마르조꼬를 갖추지 않은 집들이 없을 정도로 요즘 카페들의 장비 경쟁은 심합니다. 로스터나 머신으로만 치면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겁니다.

 

문득 훼마(혹은 페마 Faema,현대적 커피 머신의 시작을 알린 회사)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는 없을까, 후지로얄로 맛있게 볶아낸 커피를 내리는 집은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머신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에겐 우리나라 로스터의 이런 현실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머신에 대한 이해가 앞선 카페, 톨드어스토리를 소개하기전에 푸념을 좀 해 봤습니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톨드어스토리는 로스터리가 우선이 된 카페입니다. 

 

로스팅룸과 비슷한 크기의 카페입니다. 

 

에스프레소 블렌딩은 COE를 사용합니다. 싱글 커피들도 스페셜티급 원두들이구요. 그런데 에스프레소가 3천원입니다. 이렇게 팔아서 남는게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에 절을 넙죽하고 카푸치노와 드립커피를 시킵니다. 브룬디 COE #7 입니다.

 

도기로 된 칼리타 드리퍼로 내린 브룬디입니다. 신맛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첫모금 뒤로 향이 깊게 퍼집니다. 두번째 모금부턴 신맛이 조금 가라앉습니다. 파스타치오의 느낌이 나고 식을수록 단맛이 올라옵니다. 약배전을 택했지만 좋은 생두를 쓰고 로스팅포인트를 잘 잡아 완전히 식은 후에도 맛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향이 좋은 카푸치노입니다. 앞서 마셨던 잇로스터즈의 카푸치노가 딸기우유라면 이곳의 카푸치노는 캬라멜 땅콩 버터에 비유하고 싶네요. 끝의 신맛과 잔잔하게 이어지는 향이 좋습니다. 역시 식을수록 단맛이 올라옵니다. 같이 주문한 아메리카노의 단맛은 끝내줬습니다. 식어도 무너지지 않는 바디감과 밸런스에 박수를 보냈지요.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카페들은 대부분 약배전을 하기 때문에 신맛이 강렬하게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나중에 머신을 설명할때 말씀드리겠지만 톨드어스토리에선 에스프레소 추출시에 강화될 신맛을 잡기위해 인퓨전 기능을 독특하게 사용합니다. 덕분에 드립커피같이 밸런스가 좋은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거죠.

 

이곳에서 한 잔만 마시겠다 하는 분들께 아메리카노를 권합니다.

 

노란색 튜닝이 눈에띄는 라마르조꼬 리네아입니다. 여기서 잠깐. 앞에서 라마르조꼬만을 고집하는 카페들을 뭐라고 해놓더니 이게 뭡니까? 라고 따지시는 분들이 있을것 같네요.

 

네, 톨드어스토리에선 라마르조꼬 리네아 4그룹을 사용합니다. 대신 이 머신은 방정호 바리스타가 튜닝을 해 껍데기를 제외하고는 리네아가 아닌 커스텀 머신입니다. 머신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튜닝을 하고, 최선의 맛을 뽑기 위해 연구를 했기 때문에 오늘의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나올 수 있었던거죠.

 

궁금해서 머신에 대해 물어보다가 페마(훼마)머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가게에선 얼마전까지 페마가 레전드 머신을 썼다고 합니다. 추출 온도가 일정한 라마르조코와 달리 페마레전드는 그룹헤드가 튀어나와있어 겨울이면 헤드가 얼어 추출이 안될정도로 예민한 머신이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바리스타는 머신을 잘 이해한다면 페마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한 잔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는 얘기도 덧붙여주셨습니다.

 

딱 봐도 뭔가 달라보이는 리네아입니다. 추출할때 사용하는 저 잔 모양의 버튼들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 특이합니다. 바로 아래 달린 스위치로만 추출을 한다네요. 왼쪽은 인퓨징(뜸들이기)용, 오른쪽은 추출용. 톨드어스토리에선 인퓨징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추출버튼과 인퓨징 버튼을 번갈아가며 추출을 한다고 합니다. 밸런스가 뛰어난 커피를 만들질 수 있는 이유죠. 앞으로도 튜닝과 실험은 계속될거라고 합니다.

 

자, 저 '1'버튼이 인퓨징버튼 그리고 '11'버튼이 추출용버튼입니다.

 

그라인더입니다. 메져 미니, 자동 그리고 콤팍의 레드스피드가 보입니다. 레드스피드는 콤팍 라인에서도 가장 고가의 그라인더입니다. 에프엠커피하우스에서도, 커피공장에서도 한 때 있었다가 어디로 사라진 레드스페드가 여기에 있네요.

 

레드스피드에 대한 평가는 분분합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셋팅이 변할정도로 예민한 이 그라인더는 바리스타를 애먹이는데 선수입니다. 그래서 매장에 따라, 바리스타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죠. 아직까지 이 머신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매장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톨드어스토리에서도 여러모로 실험해볼 요량으로 데려다 놓은것 같습니다.

여튼, 말로만 듣던 레드스피드를 보니 반갑네요. 

 

에바퓨어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는 수돗물 사정이 좋습니다. 대전은 특히 수돗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구요. 그럼에도 정수기를 사용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물은 커피맛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수기를 통해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톨드어스토리뿐만 아니라 많은 카페들이 고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후지로얄과 디팅그라인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그라인더들입니다. 

 

곰다방에서도 사용했던 모델이죠. 돈 좀 들여 그라인더를 구매하시고 싶은분들에게 저는 디팅과 후지로얄을 추천합니다. 깔끔하고 안정적인 분쇄를 자랑하거든요. 

 

네. 저는 이부분이 좀 묘하다고 여겨졌습니다만.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할게요. 

 

오래된 인켈스피커가 있고.

 

마구잡이로 꽂혀있는 책들은 진지합니다. 것멑으로 책을 꼽아놓은 카페들과 비교되는 책 목록들입니다. 언뜻봐도 좋은 책들이 몇 권 보이네요. 저는 이런 부분이 좋습니다. 

 

결국 로스팅실에 입성.  

 

프로밧 번입니다. 여기서 또 클레임이 들어오겠네요. 결국 이 카페는 프로밧과 라마르조꼬를 쓰지 않느냐!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겁니다.

 

요 모델은 프로밧 번Probat Burns입니다. 프로밧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한 미국 프로밧의 로스터입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은 기존의 프로밧 모델과 프로밧 번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합니다. 이 모델은 훨씬 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합니다. 미국의 가스사정을 고려해 버너도 조금 다르게 제작됐구요. 엄연히 말해서 프로밧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여기서 로스터의 설명은 빛납니다. 프로밧 번의 특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개조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로스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로스터기를 카페에 맞춰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이곳 커피가 더욱 사랑스러워졌습니다.

 

콩빵(?)을 당하지 않으려면 튀어나오는 뜨거운 원두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고소한 향이 그득하네요. 

 

오랜만에 보는 후지로얄입니다. 여기에선 프로밧만 쓰는게 아닙니다. 디스커버리, 프로바티노도 함께 있죠. 생두의 특성에 따라,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로스터를 선택해 로스팅을 합니다.

 

디스커버리. 옆에는 프로바티노가 있었는데 요녀석은 잠시 쉬고있다고. 각 로스터에 대한 특성을 설명해준 로스터 덕분에 즐거운 로스팅시간이었습니다. 

 

다시 바로 나와 커피를 주문합니다. 

 

위장이 뚫릴것 같았지만 추가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반짝반짝 

 

콜롬비아 COE. 설명을 듣고나니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3천원을 내기에는 너무 미안합니다.

 

맛있었습니다.

 

 

 

심플한 인테리어.

 

 

가져간 원두들도 나눠마시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숨김없이 모든걸 다 보여주고 설명해주시는, 유머러스하고 잘생긴 바리스타와 대화를 하다보니 취하는지도 몰랐네요. 돌아가는 길엔 손이 조금 떨렸습니다.

 

좋은 카페가 한 동네에 있으면 될까 걱정했던건 기우였습니다. 톨드어스토리와 잇트로스터즈는 공존 할 수 있는 카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커피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커피를 뽑아내는 두 카페. 다시 대전행 기차표를 사게 만드는 이유를 만들어줬습니다.

 

  • 톨드어스토리 가는길 - 대전지하철 1호선 유성온천역에서 하차. 충대정문 오거리에서 우회전, 유성천을 따라 10여분을 걷다보면 유성교가 나온다. 건너지 않고 직진해서 나오는 골목에서 좌회전. 다시 보이는 작은 사거리에서 우회전. 또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톨드어스토리가 있다. 지하철로 찾아가기 까다롭다면 버스 105번을 타고 한빛정류장 아파트에서 하차. 큰 골목이 나오기 전에 작은 사거리에서 좌회전. 다시 좌회전을 하면된다. 106번이나 113, 706번을 타고 유림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해서 충대방향으로 직진. 유성교가 끝나면 도로쪽으로 유턴. 역시 보이는 골목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 톨드어스토리라는 카페가 꽤 있는것 같습니다. 잘못가면 커피대신 죽을 먹을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 대전광역시 유성구 어은동 104(농대로8번길 2) 1층, 042-867-8919
  • http://www.toldastory.com (곧 오픈 예정)

※ 추신: 커피 바 잇 로스터즈는 현재 대전 유성구 궁동 영업을 종료하고 충청도 곳곳에 새 지점을 오픈했습니다. 궁동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확인하시고 새 지점을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새 지점 주소 : 세종시 연서면 안산길76번지

 

대전행 기차표를 끊었던건 순전히 서리님의 블로그 덕분이었습니다. 포스팅된 사진에 나오는 보기드문 머신들에 눈이멀었달까요. 고급생두로 볶은 커피들이 3천원에 팔리는 풍경은 콩밭커피로스터즈 이후의 컬처쇼크였습니다. 좋은 머신에서 좋은 커피가 나오는건 절대 아니라고 누누히 포스팅을 통해 강조했습니다. 좋은 생두를 가지고도 설익혀서 떫은맛이 흐르는 카페들도 많구요. 에잇. 그래도 밑져봐야 본전이지. 금쪽같은 휴일 저는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봄 햇살이 빛추는 대학가 옆, 커피바 잇 로스터즈는 미국의 어떤 카페를 연상케하는 모습으로 저를 반겨줬습니다.

 

 

네. 이차저차 물어보니 직원분들이 쿨하게 인정하셨습니다. 대전의 인텔리젠시아,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입니다. (혹은 잇 로스터즈)

 

대학가 근처, 조용한 골목에 자리잡은 잇트 로스터즈입니다.

 

쾌적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는 2층까지 이어져있습니다.

 

메뉴판은 나중에 찍었는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이런 사진이 나왔습니다. 가격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에스프레소 메뉴는 3천 5백원, 드립메뉴는 4천 5백원. 베리에이션은 4천 5백원입니다.

카푸치노와 드립(예가체프)를 시킵니다. 예가체프를 시키자 직원분께서는 드물게 강배전됐으니 신맛을 좋아하시면 시다모를 내려주겠다고 합니다. 강배전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미련없이 예가체프를 달라고 합니다.

 

단맛이 풍부한 예가체프입니다. 향미는 강하지 않지만 바디감도 적절하고 목넘김도 부드럽습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카푸치노입니다. 딸기 우유의 느낌이 강하네요. 식으면 흩어지는 맛들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우유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지만, 부산 커피투어때만큼은 아닙니다. 나쁘지 않네요. 온화한 한 잔입니다.

 

잇트 로스터즈에선 커머셜 생두를 취급합니다. 커머셜의 상위 등급인 하이커머셜과 프리미엄 생두까지도 쓰는지는 모르겠네요. 좋은 기계들에 반해 커머셜 생두를 쓰는 것을 의아해 하실수도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아지면서 커머셜 생두가 상대적으로 안좋은 커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스페셜티는 가격도 비싸고 맛도 심사기준에 따르느라 단편적인 경향이 존재합니다(물론 상위권의 생두들은 개성도 강합니다만). 이에 반해 커머셜 생두들은 공급가가 안정적이고 재배도 많이 되기 때문에 스페셜티에 비해 로스팅 포인트를 잡기도 편하고, 안정적인 맛을 오래 이끌어가기에 좋습니다. 아무리 여유로운 카페라 할지라도 파나마 게이샤로 여러가지 실험을 하진 않는것처럼 말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우는 샵들도 수익의 많은 부분은 커머셜에 의존하는것도 사실입니다. 프리미엄이나 하이커머셜 생두로 어느정도 공급가의 비중을 맞추기도 하구요.

 

스페셜티 커피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커피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 그늘도 있죠. 이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가게들을 둘러봅니다. 로버 자동과 수동 그라인더 디팅 듀얼 그라인더가 보입니다. 머신은 시네소 3그룹이네요. 다양한 종류의 템퍼들도 있고.

 

이 밖에도 잇트 로스터즈엔 번 트리펙타Bunn Trifecta, 클로버Clover등의 다양한 머신들이 있습니다. 덕분에 두 개의 정수기에서 물을 공급받죠. 에바퓨어입니다.

 

드립스테이션. 칼리타 포트와 유키와포트 그리고 동드리퍼가 보입니다. 에어로프레스로도 추출을 하는가봅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로스팅실로. 로스팅 머신은 페트로치니입니다. 2007년 모델이네요. 사장님이 계셨더라면 이 로스터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프로밧과 기센이 판치는 서울과 다른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하더군요. 다음 포스팅에 소개하겠습니다만 근처 카페인 톨드어스토리에서도 프로밧 번(프로밧과는 엄연히 다른 로스터입니다), 후지로얄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디드릭 샘플로스터도 보입니다.

 

네, Pro100 샘플로스터입니다. 요녀석을 쓰는 매장들이 종종보입니다. 커피플렌트에서 만드는줄 알았습니다만, 대만제이고 수입만 플렌트에서 한다고합니다.

 

졸라서 시작한 번 트리펙타 시연. 에어로프레스와 프렌치프레스의 결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직원분의 설명). 포터필터(?)에 반영구적 필터를 끼우고 분쇄한 커피를 담으면 준비완료.

 

인퓨징(차를 우리다라는 뜻이지요. 커피에서는 뜸을 들인다라고 해석하면 될것 같습니다)시간, 물 온도, 압력 등의 다양한 변수들을 입력합니다. 그리고 추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머신인것 같습니다. 탐이나네요.

 

시연하는 모습에 커피덕후인 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쪼로로로. 트리펙타에서 커피가 나오는건 처음 봤습니다.

 

필터의 모습도 살짝.

 

스타벅스에서 인수한 클로버 머신(클레버 아닙니다). 뉴욕의 카페 그럼피에서 만나고 처음입니다. 국내에서 클로버를 만나다니. 반갑네요. 가격은 왠만한 중고 에스프레소 머신 가격. 역시 시연을 부탁드립니다. 옆에 말코닉 그라인더가 수줍게 보입니다. 부럽습니다.

 

클로버는 원래 그라인더 일체형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한 잔의 커피를 뽑아내는 식의 브루잉을 염두하고 만든 머신입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그라인더가 제거됐고 완전 자동이 아닌 반자동(커피 찌꺼기를 수동으로 치워야 합니다)으로 만들어졌죠. 이미 몇 년전에 시에틀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스타벅스가 인수해 유명세를 떨쳤죠.

 

온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추출시간도 조절 가능한걸로 알고있구요.

 

요렇게 되면 커피는 추출 완료. 찌꺼기는 염전에서 보는 밀대같은걸로 주욱 밀어냅니다.

 

리브레에서 보고 처음보는 고도. 쓰는거냐고 물어봤더니 지금은 안쓴다고 합니다. 새로 만드는 지점에 투입된다고 하는데 기대됩니다. 고도로 볶는 커피라!

 

제가 아는 소박한 정보로 고도를 설명하자면. 엄청 오래됐고, 무거운 주철로 만들어졌으며, 버너가 꽃 모양으로 생겼다는 점, 버너의 위치가 특이하다는 점 등이 있네요. 자세히는 모릅니다. 여튼 생긴게 멋있습니다. 진정한 빈티지 로스터죠.

 

네. 디스플레이용 원두입니다.

 

에그트론 색도계입니다. 에그트론 넘버가 있고 이를 통해 로스팅 정도를 판단할 수 있죠. 커피용 명도 판별기(?)정도로 보시면 될겁니다. 랩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머신들이 매장에 덩그러니 있습니다.

 

로스팅된 원두들.

 

사이폰 스테이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네. 과음했습니다. 카푸치노의 농도에 대해 얘기하다가 우유가 좀 덜 들어간 버전으로 다시 꿀꺽. 딸기우유(첫번째 카푸치노)에 딸기가 두 개 더 들어간 느낌이네요.

 

카페의 입구

 

넓고 쾌적한 매장입니다. 이런 매장은 직원들도 일하기 좋죠.

 

바리스타 복지와 관련해 할 말이 많은 요즘, 이것저것 유심히 바 안을 살펴봅니다.

 

식기세척기도 있고 스팀피처나 샷잔을 씻어주는 린스기가 인상적입니다. 초록색 고무매트는 오래 서있는 직원들을 위한 사장님의 작은 배려죠. 매장만큼이나 넓은 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선을 고려한 머신들의 배치도 좋았구요.

 

2층에도 넓고 쾌적한 자리들이 있습니다.

 

테라스에선 인****아가 생각나는 인테리어가.

 

노코멘트.

 

 

 

영업시간은 이렇습니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맛있는 커피 한 잔. 아니 여러잔을 마시고 톨드 어 스토리로.

 

대전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 가는길 - 대전 시내버스 101번을 타고 충남대앞에서 하차. 정문이 있는쪽으로 쭉 내려갑니다. 정물을 지나고, 보이는 다솔아파트를 지나 보이는 첫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조금만 올라가다보면 우측에 보이는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를 만날 수 있다. 지하철 이용시 대전 1호선 유성온천역 이용. 충남대 정문방향으로 직진. 다솔아파트 방향으로 가면 된다.
  • 대전광역시 유성구 궁동 413-3, 042-826-8852
  • 월요일-일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2시까지

※ 추신: 커피 바 잇 로스터즈는 현재 대전 유성구 궁동 영업을 종료하고 충청도 곳곳에 새 지점을 오픈했습니다. 궁동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확인하시고 새 지점을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새 지점 주소 : 세종시 연서면 안산길76번지

헬카페 로스터즈, 온두라스 세로아줄(Honduras Cerro Azul)

 

 

헬카페 로스터즈에서 사용하는 유니온 샘플로스터(통돌이)는 샘플로스팅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적어도 1kg이상을 볶아야 하는 기계식 로스터로 생두의 상태를 테스트하는 샘플로스팅을 하기는 무리기 때문이죠. 샘플로스팅을 한다고 해서 로스팅의 품질이 저하되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샘플로스터는 섬세한 불 조절을 통해 생두의 특징을 극대화 시키는 작업을 도와주죠. 그 결과물로 생두 구매를 결정하고 기계식 로스터의 프로파일을 잡아야 하기때문에 예민하고 신중한 로스팅을 해야하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헬카페 로스터즈에서 로스팅을 담당하고 있는 권요섭 로스터는 곰다방시절부터 6년째 통돌이로만 콩을 볶고 있습니다. 기센이나 프로밧 같은 좋은 기계식 로스터는 변수를 최대한으로 줄이고자 합니다. 균일한 로스팅과 컨트롤 가능한 변수들이 좋은 로스터의 기준이죠. 이에 반해 통돌이 로스팅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프로파일 또한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통돌이 로스터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각자의 노하우를 만들게 됩니다. 가령 광화문커피의 통돌이 로스팅은 타공식 유니온에 강한 화력으로 4-5분의 로스팅을 합니다. 매력있는 광화문커피만의 맛이 있는건 다 통돌이 로스팅의 공이죠.

 

불과 몇년전만해도 로스터를 가지고 있는 샵은 드물었습니다. 요즘에는 무슨일인지 기센이나 프로밧 찾기는 동네에서 보습학원이나 미용실찾은것 마냥 쉬운일이 돼버렸습니다. 대부분의 로스팅은 유행에 민감한것도 사실입니다. 2차 크랙을 넘어가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콩을 뽑는게 요즘의 트렌드죠. 좋은콩을 뭣하러 강하게 배전하냐는게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헬카페의 로스팅은 다른길을 걷습니다. 모든 원두의 배전도를 강하게 가져갑니다. 2차를 크랙을 넘나드는 헬카페의 원두에는 요즘엔 좀처럼 보기힘든 기름도 세어나오곤 합니다.

 

 

 

 

헬카페의 한정판 커피 패키지는 입도 즐겁게, 눈도 즐겁게 합니다.

상자를 힘들게 열자, 나무 상자에 베어든 원두향이 코도 즐겁게 하네요. 원두는 온두라스 세로아줄. 공급처는 커피 리브레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판매를 게시했다고 하니 다양한 로스팅 스타일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리브레 커피도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세로 아줄은 온두라스 코마야구아라는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입니다. 1450-1900m의 중·고고도에서 자라는 이 온두라스는 레드 카투아이Red Catuai라는 새로운 종을 재배한 결과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온두라스는 네추럴 가공방식의 발효치가 높은 맛입니다. 흡사 진한 레드와인이나 밀크 초콜렛을 연상시키는 그 맛은 저를 온두라스의 매력에 빠트렸죠. 하지만 세로아줄을 비롯해 요즘 국내로 들어오는 온두라스 원두들은 스페셜티 시장을 겨냥해 워시드 가공과정을 거칩니다. 맛이 깔끔해지고 산도가 높아진것도 이 때문이죠. 세로아줄도 비슷한 축에 속합니다. 수세처리후 천일건조한 이 생두에선 건포토, 초콜렛, 슈가브라운, 시트러스, 아몬두, 자두 등의 풍부한 맛과 향미가 납니다.

 

 

헬카페 로스터즈, 온두라스 세로아줄(Honduras Cerro Azul) 테이스팅 노트

 

강하게 배전된 이런 커피들은 드립으로 잘 컨트롤해 내리는게 좋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에어로프레스나 에스프로프레스는 이 원두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할수도 있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칼리타 동포트를 꺼내듭니다.  드립굵기, 25g/95도/250ml/2분 30초의 추출을 진행합니다. 굵기는 조금 더 얇아도 상관 없습니다.

신맛에 치우치지 않는 맛은 헬카페만의 로스팅 포인트입니다. 바디도 좋고 안정적이네요. 부드럽고 모나지않은 드립커피 한 잔이 내려졌습니다. 꿀에서 나는 단맛과 아프리콧의 느낌은 혀를 즐겁게 합니다. 우디한 느낌과 와인의 숙성된 단맛은 아마 테이스팅 노트에서 겨냥하는 거봉맛과 아몬드 향을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사탕수수의 느낌이 전해지는 끝맛도 매력적입니다. 로스팅후 3일째 되는날 내렸는데, 기분좋은 초코향이 가득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양한 기구로 추출을 시도해보고자 에어로프레스와 클레버 추출도 시도했습니다. 메탈필터와 종이필터로 갈아 추출도 해봤구요. 비슷한 테이스팅 노트가 나왔지만 역시나 이런 원두는 드립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암동 보헤미안, 계동 커피한잔, 대학로 학림다방에 대한 오마쥬나 느껴지는 로스팅이라면 오바일까요. 

극명한 스타일이 있어서 취향을 따를것 같습니다. 원두를 구매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헬카페 로스터즈 원두 구매방법

주소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38-43

전화번호 010-4806-4687 

소셜미디어

트위터  https://twitter.com/hellcafe2013 /미투데이 http://me2day.net/hellcafe2013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

 

동대문 운동장의 일이라면, 나는 이렇다할 기억이 없다. 그 주변 헌책방을 돌아다녔거나 생일날 아버지가 글러브를 사준다고 스포츠용품점을 들렀던게 기억의 전부다. 고교야구의 마니아는 아니었지만, 그 낡은 야구장 담벼락을 지나면서 나는 지난날의 함성을 들었고 늙은 아비의 추억을 읽었다.

 

동대문 운동장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문화 역사공원에 대해 건축가 (고)정기용씨는 이런말을 했다. '동대문 운동장, 그게 뭐냐. 서울의 자존심인가, 서울 시민의 자존심인가, 역사인가. 다 아니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자존심이다. 그 건축가의 자존심을 도시 한복판에 세우는 일에 우리는 수천억을 투자하는거다.' 심사위원들은 모르는 일이다. 그 운동장에 새겨진 함성과 성벽에 남긴 애환을. 그저 건축의 신세계로 나아가는 건축물로, 서울을 빛나게 하는게 그들의 심사 기준이었을게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건축가는 단순히 설계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문화를 짓는 사람들이라고. 고 정기용씨가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죽기 전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걸 나누고 가려는 모습을 담은 <말하는 건축가>라는 다큐를 보면서, 나는 눈물이 흘렀다.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의 마지막 장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건축물이 있기 전, 그곳은 너른 벌판이며 자연이었을것이라고. 그곳에 터를 잡고 건축물을 쌓아 올리는 일은 겸손함이 함께 해야 한다고. 자연의 일부에 인간의 건축물을 들여놓는 일은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역으로는 건축물을 철거하는 일에도 우리는 겸허해야하고 신중해야 한다.

 

황정은의 소설집 <파씨의 입문>에 실린 '옹기전'이란 소설을 선물받았다. 친구는 나에게 이 책을 주며 옹기전에 담긴 이야기의 저변에는 용산이 있을거라 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줍게 된 옹기는 '서쪽에 다섯 개가 있다'라고 외친다. 그리고 옹기의 말을 따라 떠나는 화자는 재개발되고 있는 도시의 풍경들과 마주한다. 다섯개가 용산참사로 스러진 다섯명의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나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소설을 읽은지 얼마 안지나 용산 재개발이 부도났다는 뉴스를 접했다. 김중혁의 단편소설집 <일층/지하일층>은 재개발에 미친 도시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오래된 건축물이 마법처럼 사라지는 '크라샤'는 세월이 지나면 남는게 없는 서울을 그리게 하는 영화였다. 빈티치풍의 카페를 위해 고가구를 구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교차하는 건물이 사라지는 마술 장면은 우리의 건축철학을 되묻는 장면이었다.

 

카페 투웰브피엠의 일부터 해방촌 콩밭로스터까지.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실때에도 부동산을 걱정해야했다. 오랫동안 한곳에 뿌리 박고 살아남는 카페들이 없음에 슬퍼했다. 세월이 지나서 다시 그곳을 찾아 블렌드 한 잔 시키며 추억을 더듬을 카페가 없을것이란 사실에 가슴아파해야했다. 건축학자 임석재는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에서 미국의 마천루들이 역사와 철학의 빈곤에 비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적었다. 나는 카페에서 그 구절을 읽으며 역사와 철학은 물론이요 기억조차 잡아먹는 이 도시의 재개발에 치를 떨었다. 르 꼬르뷔지에의 새도시 건축계획은 철학이라도 있었다. 

 

3월 한달의 독서목록은 건축으로 시작해 건축으로 끝났다.

때마침 일어난 카페에서의 사건들은 책을 읽는데 도움을 줬다. 황정은의 <파 씨의 입문>, 임석재의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알랭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 김중혁의 <일층/지하일층>. 이 네권을 마무리함에 나는 <말하는 건축가>라는 다큐를 추천한다. 자신이 설계한 목욕탕 앞에서 할머니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문화를 짓는 건축가의 인생은 큰 귀감을 줬다. 건축물에 감사하고 겸손해질 수 있는 마음, 자연의 땅 위에 새워진 모든것들에 대해 소중히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 3월의 독서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고등학교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 학비는 학교 근처 교회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해결했다. 아버지의 반대로 못다녔던 교회를 나간것도 그때다. 학교 담임 목사님은 내가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졸업식때였다. 대학에 무사히 합격하고 담임목사를 만났고, 교회를 들러 장로님께 감사인사를 드렸다. 그 때 나는 몇 권의 자기계발서와 성공스토리를 담은 책 그리고 종교서적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충격적인 말과 함께 더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네가 더 성공을 하려면 앞으로도 교회를 잘 다녀야 한다. 실력과 권력을 겸비한 사람들은 다들 기독교인이거든. 거기서 인맥을 쌓는거야. 인생의 큰 도움이 될거다.'

얼굴이 붉어질정도로 부끄럽고 화가났지만, 그간의 정이 있어서 적당히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물받은 책들도 절반정도는 읽었다. 인생의 멘토라 되시길 원했던 사람들의 정성스런 편지가 가득했던 그 책들은, 그 이후로 부끄럽게 내 책장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알고나서, 언젠가는 꼭 이 책들을 다 팔아버리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상급으로 보관된 그 책들을 한아름들고 중고서점을 찾았다. 5만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책들중에는, 성접대에 연루됐다는 기사로 시끄러워진 H씨의 책도 있었다.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그 사람의 자서전을 읽었다는게 부끄러웠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교보문고에 들렀다. 모아둔 적립금과 책을 판 돈을 합쳐 러시아 소설 단편선을 사고 두 장의 음반을 샀다. 보광동은 교보문고에서 30분, 헬카페에 들러 새로 산 음반을 들었다. 존 엘리엇 가드너가 지휘하는 혁명과 낭만의 오케스트라 연주,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이었다. 마지막 5번을 들으면서 인생의 멘토들이 생각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들이 원하는대로 성공하고자 교회를 다녔더라면 난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까.

 

남은 돈은 월급 조금 보태 생두를 사기로 결정했다. 1년전 상자에 넣어두고 테이프 꽁꽁 싸매둔 그것들을 꺼냈다. 콩을 볶고, 자전거도 타고, 노점도 열고 그랬던 옛날 일들이 생각나 조금 울컥했다. 다시 볶을수밖에 없는 운명이구나. 볶고 마시고, 읽고 쓰고 즐기고. 그게 나의 운명이구나 싶었다.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은 나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불편하기 꽂혀있던 책장의 책들은 가드너의 베토벤 교향곡으로 변했고 러시아 단편선으로 변했고 커피 한 잔이 되었다. 성공은 무슨. 그냥 좋아하는거 할수있는만큼 최대한 즐기다 사는게 사는거지. 그러다보면 어찌어찌 살게되겠지, 인생 뭐 별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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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견문록의 목표는 좋은 카페를 소개하는것 뿐만 아니라 카페를 둘러싼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도 있습니다. 바리스타의 고용문제나 카페와 관련된 부동산 문제 등.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곁다리로 얘기해왔던 부분들은 모두 실제 바리스타들이 겪는 일들에 대해 보고, 듣고 적어나간 것입니다. 좋은 카페를 찾아가기에 앞서, 이러한 문제까지도 공유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으면서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꺼내고,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와 관련된 기사 혹은 소식들을 리뷰하는 이 카테고리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으면 좋겠습니다.

 

'커피와 영수증' 코너는 커피를 마시며 영수증에 끄적여놓은 생각들로 시작되는 글입니다. 여기엔 커피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죠. 오랬동안 잠겨있던 이 카테고리를 꺼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써봅니다. 

 

이 코너의 첫번째 글('커피와 영수증' 연재의 본격적인 시작)은 Alex Bernson의 기사와 함께 합니다. 바리스타가 스스로 건강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는지에 대한 조사부터 실질적인 노동환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3파트로 이뤄진 이 기사에선 바리스타(혹은 로스터)가 하는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바리스타들이 이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줍니다.

 

http://sprudge.com/real-talk-barista-health-in-the-workplace-part-one.html

http://sprudge.com/real-talk-barista-health-in-the-workplace-part-3.html

http://sprudge.com/real-talk-barista-health-in-the-workplace-part-3.html

 

글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함으로 인해서, 스티밍등 뜨거운 것들을 많이 만지고 접함으로 인해서, 템핑과 같이 반복적이고 강렬한 행위를 함으로 인해서 바리스타 가질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감정노동의 측면에서 바리스타들의 정신건강을 조명해보는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평소 관심을 갖던 주제라 흥미롭게 읽어나갔습니다. 기회가 되면 세 편의 글을 요약해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커피 산업은 날로 번창하고 커져갑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노동자 혹은 인격체로서 커피업계 종사자를 생각하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려는 움직임은 미미하기만 합니다. 그들의 임금체계, 노동환경, 인권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카페의 3요소는 뭘까요. 스페셜티 생두, 간지나는 로스터기, 수상경력 화려한 바리스타. 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카페의 요소는 안정적인 부동산, 개념있는 사장,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입니다. 커피 드링커 8년차의 소견이네요.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좋은 바리스타는 개념없는 사장님 덕분에 맛없는 원두를 살리느라 정신없고, 근로기준법은 깡그리 무시당한채 착취당합니다. 좋은 사장님 밑에는 거만한 바리스타가 앉아있어 손님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죠. 기껏 개념사장과 바리스타가 카페를 열면 재개발이라고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카페 해먹기 참 힘든 나라입니다.

 

헬카페는 이 3요소가 잘 어우러져 탄생한 카페입니다. 두 젊은 사장은 각각 홍대와 종로에서 수많은 팬을 양성했던 개성넘치는 바리스타입니다. 이태원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혹은 안정적으로)자리잡은 카페에는 몬테베르디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커피는 스스로 부끄럼이 없습니다.

 

 

헬카페 옆에는 폴리텍대학앞 왕돈까스 학과와 토스트집이 있습니다. 밥은 굶고 가셔도 걱정 없습니다. 

 

 

지옥의 문을 엽니다. 

 

 

두 주인장이 사나운 얼굴로 맞이합니다. 

 

 

곰다방 출신의 통돌이 장인 권요섭 바리스타는 브루잉과 로스팅을 담당합니다. 곰다방때 쓰던 유키와 포트 그리고 유니온 샘플로스터를 들고 이태원에 왔습니다. 

 

 

제가 처음 본 WBC국가대표 선발전이었습니다. 일전에 소개한 커피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와 한 무대에 섰던 바리스타죠. 그 대회에서 김사홍 바리스타는 2위 그리고 헬카페의 임성은 바리스타는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인상깊은 시연을 펼쳤던 두 바리스타의 카페에 이제서야 발을 들여봅니다. 임성은 바리스타는 뎀셀브즈에서 오랬동안 근무하기도 했었죠. 탬퍼만 들고 보광동으로 왔네요.

 

 

 

주변 물가에 비하면 조금 비싸다는 평도 있네요. 하지만 생두의 퀄리티등을 생각했을때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테이크아웃 할인이 2천원이나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당근쥬스와 티라미스는 헬카페에서 직접 만든 메뉴입니다. 일단 커피를 마시러왔으니 다른 메뉴는 쿨하게 무시하고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를 주문합니다. 

 

 

엘살바도르 놈브레. 2차 팝핑을 넘긴 원두를 보기 힘든 요즘, 강한 인상을 남긴 놈브레였습니다. 좋은생두 뭣하러 강배전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2차를 넘긴 중강배전커피의 중후한 바디감과 달달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그런 얘길 못하죠. 

 

 

에스프레소 블렌드는 당분간 매드커피의 라임바리스타가 공급합니다. 조만간 헬카페만의 에스프레소 블렌드가 탄생한다니 기대하셔도 좋을것 같네요.

 

 

 두 잔을 마시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시네소머신과 로버 수동 그라인더가 눈에 띕니다.

 

 

시네소 2그룹입니다. 냉수와 온수 유입조절이 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섬세한 기능들이 많죠. 기회가 되면 저는 바리스타에게 머신에 대해 물어봅니다. 이 머신은 왜 선택했는지,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떻게 쓰고있는지. 좋은 바리스타라면 머신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습니다.

 

 

자동그라인더라고 다 좋지는 않습니다. 타이머에 맞춰 일정한 시간만큼 그라인딩을 해주는 자동그라인더는 종종 편차가 심한 커피를 만들어주죠. 임성은 바리스타는 그날의 원두 상태와 머신 컨디션을 생각해 그라인딩을 하고자 합니다. 고집스럽게 수동 그라인더를 가져다놓은 이유가 있죠. 

 

 

실제 로스팅에 쓰이는 샘플로스터는 밀폐형 유니온 샘플로스터. 드립포트도 굵은 물줄기로 유명한 유키와가 쓰입니다. 선반위에 놓여진 타공형 유니온과 동드립포트는 디스플레이용. 하지만 종종 쓰기도 합니다. 

 

 

조만간 단테의 신곡을 이곳에서 완독하려 합니다. 정말 지옥이 있습니다. 커피지옥, 헬커피에선 지옥보다 더 깊은 커피맛을 느낄수 있습니다. 

 

 

두 사장은 사이좋게 브롬톤을 타고 출근합니다.  

 

 

엘피를 틀어주는 몇 안되는 카페죠. 

 

 

이어서 마신 에스프레소. 상큼한 오렌지에 풍부한 과일향이 느껴집니다. 신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약중의 바디감도 있었구요.

 

 

요플레의 시큼달달함이 느껴지는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포도맛도 조금 나는것 같네요. 여운이 잔잔하게 이어지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습니다. 

 

 

커피를 충전하고 다시 카페를 둘러봅니다. 

 

 

권요섭 바리스타의 팬이 그려준 그림.   

 

 

곧 있으면 싱글몰트 위스키도 공식판매에 나섭니다.

 

리브레에서도 헬카페의 오픈을 축하합니다. 엘살바도르 엘 아우솔이네요. 곧 통돌이로 볶은 엘 아우솔을 맛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안철수도 헬카페의 오픈을 축하합니다.

 

브라우니 이에 질세라.

 

 

헬카페 한정 원두 패키지. 200g보다 인심 후하게 조금 더 담아 12000원. 

 

이곳 스피커는 유난히 여성보컬의 목소리를 잘 뽑아줍니다. 몇번이고 들었던 엘피판입니다. 헬카페의 또 다른 장점은 음악. 바로크 이전의 고전음악부터 심수봉까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감동의 플레이리스트가 있습니다.

 

 

이곳의 당근주스는 정말 당근만 들어갑니다. 놀랍게도 너무나 달고 은은하죠. 빈속에 헬카페에 들어섰다면, 당근주스 한 잔 들이키고 커피 마시는걸 권유합니다. 든든한 속 달램에 안성맞춤입니다. 

 

 

종종 영업중에 콩을 볶기도 하는 권요섭 바리스타. 매장 일이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새벽내내 콩을 볶았던, 곰다방때의 경험은 그의 자산입니다. 통돌이 로스팅은 변수가 많습니다. 변수들을 컨트롤 하는것도 대형 기계 로스터와는 차원이 다르게 힘들죠. 생두의 상태는 고스란히 로스터의 손에 전해집니다. 로스터는 감각적으로 그걸 느껴가며 콩을 볶죠.

 

 

임성은 바리스타는 권선생이 볶은 콩들에서 못난놈들을 골라내는 핸드픽 작업을 합니다. 고된 노동이죠. 때마침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잊었던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쪼그려 핸드픽 하는 저 분은 이 카페의 에스프레소를 담당하는 임성은 바리스타입니다.

 

 

 

 

조금씩 따라서 다 마셔보고 싶습니다. 어떤 잔에 마시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건 제 혀가 정신을 못차린 탓이겠죠.

 

 

오늘 볶은 콩들입니다. 애타게 손님들을 기다리는 모습이네요. 

 

 

 페마의 변천사를 담은 책.

 

 

밥 같은 커피, 커피 같은 밥. 지옥같은, 끝을 모르는 아름다운 맛의 향연입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커머셜 만델링의 깊은 맛을 느끼며 카페를 나섰습니다. 마지막 잔은 남달랐습니다. 곰다방의 향수가 느껴집니다. 쌉사름뒤에 달려오는 신맛 2차 크랙까지 몰고간 다양한 얼굴의 만델린은, 이곳에서만 맛볼수 있습니다.

 

쿠엔틴타란티노의 영화가 인생의 영화가 될 순 없죠. 하지만 매력있고 강렬한, 한 편의 좋은 영화인건 분명합니다. 곰다방은 저에게 인생의 커피를 내려줬습니다. 그리고 헬 커피는 쿠엔틴타란티노의 영화같은 강렬한, 훌륭한 커피 한 잔을 선사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이곳의 커피를 찾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이 곳에서 인생의 커피를 맛 볼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헬카페 로스터즈 -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하차. 3번출구로 나와 U턴. 다시 좌회전을해서 골목을 따라 보광동 방향으로 6분 정도 직진. 한국폴리텍대학 정수캠퍼스 맞은편에 헬카페를 만날 수 있다. 버스 이용시 한국폴리텍1대학(정류소 번호 03-282)을 이용하면된다. 405, 421, 0018번이 멈춘다. 혹은 이태원을 경유하는 버스를 타고 해밀턴 호텔 맞은편 골목으로 내려가도 된다.
  •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38-43 
  • 월요일-일요일 8시부터 22시까지. 당분간은 이 오픈시간을 유지.
  • 전화번호 010-4806-4687

  • 트위터 https://twitter.com/hellcafe2013 /미투데이 http://me2day.net/hellcafe2013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

 

 

 

조만간 '밥->커피' 베스트 코스에 대한 포스팅을 진행하겠습니다. 헬카페 옆에는 쫄깃쫄깃한 꿔바로우와 양고기 꼬치가 빈 속을 달래줍니다. 헬카페의 커피와 훌륭한 마리아주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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