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홍대에서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 형님의 전화였다.홍대의 몇몇 카페에서 도움을 주고싶다는 의사를 전해와 연락했다는 것이다. 오늘 노점을 하게 되면 갓 볶은 커피를 1kg정도 후원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노점이 계속된다면 장비와 인력또한 후원하고싶다는 내용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샤워를 하고 급하게 노점에 필요한 장비들을 챙겼다. 트위터에 노점을 열겠다는 글을 올렸고, 후원을 하겠다는 바리스타분들과 약속을 잡았다. 혼자서는 벅찰 것 같아 친구와 후배들에게 연락을 했다. 여행가방에 필요한 것들을 구겨넣고 급히 집을 나섰다. 학교 법인화에 반대해 본부를 점거한 학생들이 문화제를 여는 시각은 4시. 늦어도 3시 반에는 학교에 도착해 준비를 해야했다.
얼마 전 트위터에 노점을 열고싶단 글을 올렸다. 날씨가 좋을 때, 캠퍼스 혹은 홍대에서 노점을 하곤 했다. 직접 콩을 볶아서 커피를 팔았다. 사람들이 꽤 모였던 기억이 났다. 커피를 마시며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눴던, 노천 카페가 생각났다. 학교에선 법인화 일방추진 반대를 외치며 본부 점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학우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노점을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커피를 내리고, 후원금을 받아 학생회에 기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다. 기말고사 기간이었고,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참여하는 학내 구성원들도 없는 마당에 외부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에 잊고 있던 일이었다. 전화를 받았을 땐, 어쩌다가 내 글이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퍼졌나 싶었다.한 번 퍼지기 시작한 트위터 글은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커피가 부족할수도 있으니 더 가져오겠다, 장비를 지원해주겠다, 커피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뭐든지 할테니 일단 만나자. 쉴 세 없이 트위터 알람이 울렸다. 한 손으론 정신없이 트위터를 하면서 학교로 향했다. 가는 길엔 선뜻 후원에 응해주신 홍대에 들러 커피를 받아들고 학교로 향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금세 사람들이 모여 테이블을 옮기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역할 분담을 했다. 물을 계속 끓이고 공급하는 일은 법대 친구가 도와주었다. 부족할까 직접 원두를 사가지고 온 공대생은 나와 함께 커피를 내렸다. 외교학과에 다니는 친구는 미학과 친구와 함께 노점 홍보에 나섰다. 서빙도 하고 후원금도 걷었다. 행사는 많은 학우들과 졸업생 그리고 학교 직원들의 호응속에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덕분에 노점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모든 수익금을 학생회에 기부하겠다고 하자 후원은 물밀듯이 들어왔다. 어느새 후원금함은 가득찼고, 가져온 커피는 바닥을 드러냈다. 정신없이 2시간이 지나갔다. 후원금은 꽤 모였다. 함께 노점을 한 친구들의 이름과 후원한 카페의 이름으로 후원금 전액을 학생회측에 전달했다.
그 이후에도 노점을 열 기회가 있었다. 학교측의 입장은 완고했고, 학생들은 본부를 계속 점거할 수 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온갖 아이디어로 본부점거를 유쾌하게 이어갔다. 그리고 무르익은 분위기는 곧 본부스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본부스탁에 커피장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고, 나는 선뜻 커피 콩을 볶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곧이어 학교 커피 동아리에서 연락이 왔다. 본부스탁에서 커피를 파는 부스를 연다고 했다. 커피만 볶아주기로 했던 나는 엉겁결에 부스에 함께하기로 했다. 있던 약속을 취소한 채 나는 본부스탁에서 커피를 팔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준비해둔 원두를 모두 소진했다. 다음날에도 커피 장사는 이어졌다.
커피 노점은 총 3일간 열렸다. 10명 가량이 노점에 참여했고 홍대의 카페 한 곳에서 후원을 받았다. 커피는 200잔이 넘게 팔렸다. 첫 날 후원금으로 25만원, 본부스탁 부스에서 10만원의 이윤이 남았다. 학생회에는 35만원 정도를 기부했다. 숫자를 좋아하는 경륜있는 어른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니,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는건 하나도 없는 쓸모없는 짓거리였다. 이것저것 들어간 비용에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35만원은 적자나 다름없는 수익이다. 장사를 하느라 과제를 딜레이 한 사람도 있었고 시험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원래 있던 약속을 취소하고 장사를 한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헛수고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적인 훌륭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총장님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초학문에 돈을 쓰는게 아깝다고 생각하는, 법인이 돼 학교의 재산을 있는대로 불리고 싶은 그들의 입장에선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노점을 하지 않고 레포트에 힘을 썼다면, 공부라도 한 자 더하고 시험을 봤더라면 훌륭한 학점을 받는 훌륭한 학생이 됐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학교를 기초학문이든 실용학문이든 상관없이 좋아하는 공부를 열정적으로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다.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과 학장님이 아니고 학교에 학생, 직원 그리고 학교와 관련있는 모든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선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경제적이지 못할지라도, 이윤창출이 되지 않는 일일지라도 그것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우리들에겐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이 아니었다면 노점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행위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는 사람들만 모였더라면 커피는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에 의해 노점은 열렸고, 사람들을 위해 커피가 내려졌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나눴던 그 소중한 시간들은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의미를 가졌다.
노점을 열었던 첫 날, 본부에서는 총장님과 학생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서로의 의견차가 분명하여, 경륜없는 학생들과의 만남이 당혹스러웠던 총장님의 수줍음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본부를 수줍게 나서는 총장님을 향해 나는 '커피 한 잔 하실래요?'라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총장님은 묵묵부답이었다. 아직도 난 그 이유를 모르겠다. 친절한 나의 부탁을 거절한 이유를. 아마도 총장님은 커피를 싫어할지도 모른다(혹은 봉지커피를 즐겨먹는 취향일 수도 있다). 혹은 아무런 이윤도 낼 수 없는 쓸모없는 노점따위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세계 최고의 학교를 위해 있는 경륜 없는 경륜을 쏟아 붓느라 커피 한 잔 즐길 여유가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 때, 억지로라도 총장님의 손을 잡고 커피 한 잔 쥐어드렸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소망한다. 언제라도 총장님의 마음이 열려, 학생들과 커피 한 잔 할 수 있기를. 함께 노점 앞에서 웃고 떠들며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금세 사람들이 모여 테이블을 옮기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역할 분담을 했다. 물을 계속 끓이고 공급하는 일은 법대 친구가 도와주었다. 부족할까 직접 원두를 사가지고 온 공대생은 나와 함께 커피를 내렸다. 외교학과에 다니는 친구는 미학과 친구와 함께 노점 홍보에 나섰다. 서빙도 하고 후원금도 걷었다. 행사는 많은 학우들과 졸업생 그리고 학교 직원들의 호응속에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덕분에 노점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모든 수익금을 학생회에 기부하겠다고 하자 후원은 물밀듯이 들어왔다. 어느새 후원금함은 가득찼고, 가져온 커피는 바닥을 드러냈다. 정신없이 2시간이 지나갔다. 후원금은 꽤 모였다. 함께 노점을 한 친구들의 이름과 후원한 카페의 이름으로 후원금 전액을 학생회측에 전달했다.
그 이후에도 노점을 열 기회가 있었다. 학교측의 입장은 완고했고, 학생들은 본부를 계속 점거할 수 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온갖 아이디어로 본부점거를 유쾌하게 이어갔다. 그리고 무르익은 분위기는 곧 본부스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본부스탁에 커피장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고, 나는 선뜻 커피 콩을 볶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곧이어 학교 커피 동아리에서 연락이 왔다. 본부스탁에서 커피를 파는 부스를 연다고 했다. 커피만 볶아주기로 했던 나는 엉겁결에 부스에 함께하기로 했다. 있던 약속을 취소한 채 나는 본부스탁에서 커피를 팔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준비해둔 원두를 모두 소진했다. 다음날에도 커피 장사는 이어졌다.
커피 노점은 총 3일간 열렸다. 10명 가량이 노점에 참여했고 홍대의 카페 한 곳에서 후원을 받았다. 커피는 200잔이 넘게 팔렸다. 첫 날 후원금으로 25만원, 본부스탁 부스에서 10만원의 이윤이 남았다. 학생회에는 35만원 정도를 기부했다. 숫자를 좋아하는 경륜있는 어른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니,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는건 하나도 없는 쓸모없는 짓거리였다. 이것저것 들어간 비용에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35만원은 적자나 다름없는 수익이다. 장사를 하느라 과제를 딜레이 한 사람도 있었고 시험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원래 있던 약속을 취소하고 장사를 한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헛수고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적인 훌륭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총장님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초학문에 돈을 쓰는게 아깝다고 생각하는, 법인이 돼 학교의 재산을 있는대로 불리고 싶은 그들의 입장에선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노점을 하지 않고 레포트에 힘을 썼다면, 공부라도 한 자 더하고 시험을 봤더라면 훌륭한 학점을 받는 훌륭한 학생이 됐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학교를 기초학문이든 실용학문이든 상관없이 좋아하는 공부를 열정적으로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다.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과 학장님이 아니고 학교에 학생, 직원 그리고 학교와 관련있는 모든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선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경제적이지 못할지라도, 이윤창출이 되지 않는 일일지라도 그것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우리들에겐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이 아니었다면 노점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행위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는 사람들만 모였더라면 커피는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에 의해 노점은 열렸고, 사람들을 위해 커피가 내려졌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나눴던 그 소중한 시간들은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의미를 가졌다.
노점을 열었던 첫 날, 본부에서는 총장님과 학생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서로의 의견차가 분명하여, 경륜없는 학생들과의 만남이 당혹스러웠던 총장님의 수줍음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본부를 수줍게 나서는 총장님을 향해 나는 '커피 한 잔 하실래요?'라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총장님은 묵묵부답이었다. 아직도 난 그 이유를 모르겠다. 친절한 나의 부탁을 거절한 이유를. 아마도 총장님은 커피를 싫어할지도 모른다(혹은 봉지커피를 즐겨먹는 취향일 수도 있다). 혹은 아무런 이윤도 낼 수 없는 쓸모없는 노점따위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세계 최고의 학교를 위해 있는 경륜 없는 경륜을 쏟아 붓느라 커피 한 잔 즐길 여유가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 때, 억지로라도 총장님의 손을 잡고 커피 한 잔 쥐어드렸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소망한다. 언제라도 총장님의 마음이 열려, 학생들과 커피 한 잔 할 수 있기를. 함께 노점 앞에서 웃고 떠들며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기를.
'커피 견문록 > 커피와 영수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브레 커피세미나; 대학로, 학림; 다동, 다동커피집 (0) | 2012.11.07 |
---|---|
맛있는 커피, 맛없는 커피 (2) | 2011.07.26 |
카페 베이루트 - 카모메 식당 (5) | 2011.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