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최근에 방문했었는데, 커피 가격이 인상됐더군요(5500원). 리필도 한 잔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통돌이 로스팅을 하는 곳은 예상외로 얼마 없다. 많아봤자 500g내외를 볶아내는 통돌이로 커피를 볶아 장사를 한다는 건, 상당한 인내와 꾸준함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통돌이로 커피를 볶는 로스터들이 있는 것 보면, 통돌이로만 표현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통돌이로 커피를 볶는다. 전문 로스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아마추어'지만, 통돌이 로스팅이라면 왠지 동질감도 들기도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홍대의 '커피볶는 곰다방'은 그래서 내가 즐겨찾는 카페 3순위 안에 든다. 유니온 통돌이로 볶아낸 그곳의 커피는, 나의 롤모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년이었나, 통인시장 근처에 통돌이 명인이 등장했다는 소문을 몇몇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호기심 때문에 몇번이고 카페 앞까지 찾아갔으나, 근처에 단골 카페가 있어서 그곳을 가느라 들어갈 엄두를 못냈다. 아쉬움을 달래길 몇번째. 드디어 광화문커피를 찾았다.
 

 

광화문 커피는 통인시장옆에 있다. 근처에는 효자동 베이커리가 있고 언덕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다보면 정겹게 생긴 광화문 커피 입구가 보인다. 정면에서 봤을땐, 로스팅실이 있어서 좁아보이지만, 안쪽으로 앉을곳이 있다.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두 개나 있어 애연가들도 부담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테라스에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내가 생각하는 일본 카페와 한국 카페의 차이점. 바로 하우스블렌드이다. 일본 카페에 들렀다면, 그곳의 블렌드 커피를 마셔보는게 묘미다. 카페 주인이 연구에 연구를 거쳐, 그 카페만의 맛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블렌드를 파는 곳은 많지 않다. 우선, 직접 로스팅을 하는 카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두번째로는 블렌드가 있다하더라도 자신있게 추천하는 경우가 없다. 혹은 추천하여 마셔보더라도 큰 인상이 남지 않는다. 드립커피 블렌드 중 가장 인상이 남는 곳은 딱 세 곳. 대학로의 학림다방과 강릉의 카페 보헤미안 그리고 연희동에 있는 카페 이심이다. 특히, 학림다방의 블렌드의 그 부드러움과 달콤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물론 내가 카페를 많이 안다녀 본 탓에, 블렌드 커피를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카페에 들어서 메뉴판을 받았을 때, 나는 이곳에서도 왠지 제대로 된 블렌드를 맛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당하게 외부에 노출시켜놓은 로스팅실하며, 메뉴판의 제일 첫번째 메뉴를 장식한 모습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광화문 브렌드를 주문하고, 카페를 둘러보았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기물들과 곳곳에 눈에 띄는 커피용품들. 왠지 사직동의 내 단골 카페가 생각나는 인테리어였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카페가 오픈한지 오래되지 않아 깨끗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커피가 준비되는 동안, 살짝 주방(?)도 살펴보았다. 멀리 보이는 말코닉 케냐 그라인더가 눈에 띄었다. 훌륭한 바리스타는 가장먼저 좋은 그라인더에 투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커피를 잘 분쇄하는 일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드립커피에서는 사람의 힘을 벗어나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그라인딩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기계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기계를 쓴다는 것은 그만큼 더 좋은 커피맛을 위해 신경을 쓴다는 것이므로 눈여겨볼만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커피가 나왔으니 잔말말고 시음을 해 보았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아, 이 커피는 정말 솔직한 커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이 솔직한 맛을 가진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묵직한 맛은 좀 덜했지만, 부드러운 맛과 은은하게 느껴지는 산미는 마시는이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고소함과 단맛 또한 느껴지기도 했다. 거친 맛을 가진 생두들이, 좋은 로스터를 만나 잘 길들여진 맛을 냈다는 것이 총평이라면 총평.

결국, 나는 다음날에 또 이 곳을 찾아, 블렌드를 시켜마셨다.


약간은 불맛이 느껴지고, 거친느낌이 나는건 아마도 저 타공식 샘플로스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강한 불에서, 소량의 원두를, 5-6분 사이의 짧은시간에 뽑아내기 때문에 더욱이 그런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통돌이 로스팅은 워낙에 변수가 많고, 그 변수를 컨트롤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통돌이 로스팅은 '느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생두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시선을 집중하고, 풍겨나오는 향기에 후각을 총 동원해야 한다. 거친 생두들이 잘 컨트롤 됐다는건, 그만큼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얼개미며, 초시계 그리고 탐침까지. 통돌이 로스팅을 하기 때문에 더욱 눈이 가고 동질감마져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내부는 조용하고 차분하다기보다, 활기차고 재미있는 느낌. 배경음악 대신 라디오를 틀어놓았다. 클래식 방송과 국악방송을 번갈아 트는 것 같았다. 굳이 안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었다.

 

 

리필로 콜롬비아를 마시며 다시 카페 구경. 콜롬비아 역시 거친 느낌 와중에 생두가 가진 맛을 잘 표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콜롬비아를 시킨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이 곳에 오기 전에 바로 콜롬비아를 볶았기 때문이다.

 


이 곳의 장점은 리필이 자유롭다는 점. 에스프레소 블렌딩도 궁금해 주문을 했는데, 친절하게도 리필로 내려주셨다. 드립 블렌딩보다는 인상깊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균이상의 맛이었다. 카푸치노를 한 잔 더 시켜먹을까 하다가 역시 집에서 2잔이나 마시고 단골카페에 들러 커피를 반 잔 정도 마셨기에, 이게 마지막 잔이 됐다.

 

약속이 취소된 바람에, 블렌드나 한 잔 더 마실 겸 다음날 또 카페에 들렀다. 전날보단 좀 차분한 느낌이었다. 블렌드는 여전했다(여전하지 않을리가 없지만;). 어제 사람이 많아 찍지 못한 사진을 좀 찍었다. 민폐를 끼친게 아니길. 리필로 과테말라와 케냐를 먹었다. 이 날은 케냐가 맛있다고 하길래 마셔봤는데, 적절한 바디감도 느껴지고, 신맛도 잘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맛있어서 다 마시고 싶었으나, 저녁을 먹지 않아 속이 좀 부대끼는 느낌이었다. 미안하게도, 약간 남기고 저녁을 먹으러 자리를 떴다.

 


창 밖 풍경은 정겨웠다. 시장 주변인데다가 주택가가 밀집해있어 꽤 흥미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집에 오는길엔, 자하문 터널을 지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구름이 멋있어 하늘을 찍었다. 카페인에 취해 더욱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두번째 사진은 마그리트의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광화문 커피의 로스팅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집에와서 타공식 로스터기를 꺼내들었다. 흉내를 내본다고 볶아봤는데, 맛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생두의 투입량과 화력, 배출 포인트는 억지로 맞춰봤지만, 역시나 미세한 컨트롤에서 미스를 한 듯 싶다. 내일 한 번 마셔나 봐야지.

  • 광화문 커피 포인트 - 통돌이 장인 혹은 달인이 신선한 원두로 내려주는 드립커피. 하우스 블렌드는 물론이요, 생기 넘치는 드립커피는 이곳만의 매력 포인트.
  • 광화문 커피 미스 포인트 - 경복궁역에서 도보로 카페를 찾아가기까지는 조금 걸어야 한다. 개성있는 드립커피 메뉴 때문에 에스프레소가 빛을 못낼 수도 있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 광화문 커피 포 미 -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20분 거리. 통돌이로 커피를 볶는다는 점. 개성있는 블랜드와 맛있는 드립커피가 있으니, 단골 카페가 되는건 시간문제.
  • 광화문 커피 가는 길 - 지하철 이용시 3호선 경복궁 하차. 2번출구로 나와 직진. 도*노피자를 지나 통인시장 입구가 나오면 나오면 좌회전. 통인시장을 통해 나오면 우회전. 효자 베이커리가 보이고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광화문 커피가 등장. 버스 이용시 경복궁역에서 내려 효자동을 향하는 버스를 아무거나 타고 통인시장에 내려서 찾아가거나 171등 사직단을 통과하는 버스를 이용. 사직단에서 내려 종로도서관쪽 골목으로 향한다. 종로도서관쪽이 아니라 좀 더 넓은 골목을 향해 쭉 걷다보면 역시 통인시장과 효자베이커리를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자전거 이용시 자하문 터널을 넘어 오거나 광화문에서 효자동쪽으로 향하는 길을 찾는다면 쉽게 올 수 있을 것이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 35-11

 추신: 최근에 방문했었는데, 커피 가격이 인상됐더군요(5500원). 리필도 한 잔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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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는 레바논의 수도이자 뮤지션의 이름이다.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나는 베이루트의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베이루트는,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무언가가 있는 도시 이름이다. 그 뭔지모를 설렘과 미묘한 두근거림, 이국적인 느낌을 설명하기 위해선 영화 '카모메 식당'이 필요하다. 

카모메 식당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주말이 되면 종종 시네큐브나 압구정 스폰지 하우스를 찾아가, 조조 영화를 보곤했다. 일요일 아침, 그 곳의 조조영화 너무나 조용했다. 사람이 한 두 명, 어쩌다 운이 좋으면 나 혼자. 무얼 볼지도, 무얼 할지도 정하지 않은 채, 점심값과 영화비만 챙겨서 나오곤 했었다. 카모메 식당도 비슷했다. 여느 때처럼 나는 대충 아침밥을 챙겨먹고 조조영화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리곤 압구정 스폰지 하우스에 도착해 가장 먼저 상영하는 영화의 티켓을 끊었다.
카모메 식당은 지금도 영화의 장면장면이 생각날 정도로 인상깊을 정도로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맛있는 시나몬 롤이 나오는 장면이나 기름에 돈카츠가 튀겨지는 장면, 맛있게 데코레이션이 된 데리야키와 밥이 서빙되는 장면, 오니기리를 함께 먹는 장면 정도일 것이다. 먹을 것에 대한 묘사가 심상치 않았기에, 아침을 대충(혹은 거른) 먹고 나온 나에겐 곤욕이었다. 보통은 맛집을 찾아서 점심을 먹었지만, 그 날 만큼은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카모메식당에서 음식을 담당한 사람이 따로 있다더라! -도시락과 관련된 서적도 냈고, 우리나라에 번역까지 됐다.) 
 


카모메 식당이 나에게 남긴 것은, 엄청난 식욕 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꿈꾸는 많은 것을 실현 가능케 했다. 다음에 나오는 항목들은 내가 카모메 식당을 통해 실현한, 실현할 소박한 꿈이다.

  • 눈을 감고 지도의 아무 곳이나 찍어, 그 곳을 여행하기 - 내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와, 졸업여행을 했을 때의 일이다. 사회과 부도의 한국 지도면을 펴 놓고, 눈을 감은 채 여행지를 골랐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미도리가 손가락으로 찍어 핀란드를 찾은 것 처럼, 나도 눈을 감고 안동을 찍었고,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 커피를 내릴 때, '맛있게 내려지길!' 하고 마음 속으로 외치기 - 영화에서 사치에에게 커피를 가르쳐줬던 남자는, '코피 루왁'이라는 주문을 외치면 커피가 맛있어진다고 말한다. 사치에도, 나도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나의 카페에 오는 첫 손님은 평생 커피 무료! - 토미는 카모메 식당의 첫 손님이다. 사치에는 그에게 언제나 맛있게 내린 드립커피를 제공한다. 나도, 사치에처럼, 나의 카페를 찾는 첫 번째 손님에게 평생동안 커피를 무료로 내려줄 것이다.

사실, 항목으로 정리되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 영화는 깨알같은 대사들로 가득하다. 사람과 음식 그리고 커피에 대해. 그리고 그 느낌이 바로 베이루트의 느낌이다. 눈을 감고 지도의 아무 곳이나 콕 찍은, 이국적이고 무언가가 있을 법한.

카페 베이루트

장사를 시작한 건, 2년 전의 일이다. 홍대와 서울대 캠퍼스에서의 커피 노점부터 시작해, 도장을 파고 원두를 판매하는 일까지 하게 됐다. 혼자 로스팅을 하다보면, 볶은 원두가 지나치게 많아져 다 먹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로스팅을 규칙적으로 하기 위해, 더 좋은 커피 맛을 찾기 위해 원두 장사를 결심했다. 생두값과 포장비에 약간의 인건비 정도를 고려하여 3천원에 판매를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이차저차 사정을 설명하고, 장사를 시작했다. 갓 볶은 신선한 원두라는 컨셉으로, 맛 없으면 언제든지 새로 볶아준다는 서비스 정신으로 조금씩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리고 얼마 전, 친구가 만들어준 명함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원두 장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원두를 팔 때면, 항상 손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미안하다는 건, 3-4천원만 더 하면 훌륭한 로스터리 샵에서 좋은 원두를 살 수 있음에도 보잘것 없는 나의 원두를 사 주기 때문이다. 고맙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나의 커피를 사 주고, 언제나 맛있게 먹었다고 웃어주기 때문이다. 언제나 수고한다며 판매 가격보다 웃돈을 얹어서 입금해주시는 손님, 남는 게 없어서 어떡하냐며 그래도 많이 팔아주면 좋겠지 하며 정기적으로 사 주시는 손님, 다른 샵에서 사먹는 것 보다 더 맛있으니, 힘내서 더 맛있게 볶아달라고 응원해주시는 손님, 조금씩 포장해서 남겠냐고 이왕 볶는거 잔뜩 볶아서 보내라고, 주변에 나주어주면 된다고 1키로도 넘게 주문해주시는 손님. 그 손님들 덕분에 나는 영화 속 카모메 식당의 주인이라도 된 양 기분이 좋아진다.

여름에는 콩을 볶기가 훨씬 힘들어진다. 좁은 베란다에서, 휴대용 버너를 켜 두고 1시간씩 로스팅을 하다보면, 어느새 땀 범벅이가 되곤 한다. 포장 비용에, 배송비용 그리고 작게는 버너에 쓰이는 가스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결코 남는 장사는 아니다. 시험기간이면 몰려드는 주문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나 로스팅을 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는 한 번도 반복되는 식당일을 지루해 한 적이 없다. 손님이 오지 않는 가게에서 하염없이 컵과 테이블을 닦으면서도 웃음을 잃은 적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손님이 오면 최선을 다해 맞이한다. 이내 헬싱키의 그 가게는, 손님들로 가득 찬다. 그리고 손님들의 손에는 그곳의 대표메뉴인 오니기리를 들고 있다.

나도 비슷한 심정이다. 언제나 손님이 찾아와주길 바라며 콩을 볶고 있다. 내가 바라는 건, 이윤이 아니다. 내 커피는 이윤을 내서 팔 만큼 훌륭한 커피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언제나 내가 계속 로스팅을 할 수 있게 끊임없이 카페 베이루트를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항상 손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제일 처음, 학교 캠퍼스에서 노점을 했을 때의 일이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노점 주위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따사로운 햇살속에 커피를 내리면서, 나는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그 때 내렸던 커피가,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기억속에 남아있다. 그 때도 나는 카모메 식당의 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언젠가, 정말로 '카페'를 여는 그 날이 와도, 이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카모메 식당'의 주인이 된 기분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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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이지만, 오늘 밤이 아니면 쓰지 못할 이야기일 것 같아 자지 못하고 글을 쓴다.



타이틀 넘버인 "Song for my father"는 불가사의한 존재감을 지닌 곡이다. 리듬의 바탕을 보사노바인데, 묵직하고 끈적하고 어두운 색 필터가 끼여있어, 당시 유행했던 스탄 게츠의 세련되고 도회적인 보사노바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아버지는 포르투칼 출신의 흑인이었다. 호레이스가 어렸을 때, 곧잘 동네 사람들은 악기를 들고 자기들끼리 모여 세션을 했다고 한다. 그는 그 당시를 생각하면서 이 곡을 썼다고 한다. 그런 정겨운 뒷골목 냄새가 음악 구석구석에 푸근하게 배어있다. 하드 밥도 아니고 펑키도 아닌 호레이스 실버의 개인적인 세계가 선명하게, 다소는 마술적으로 전개된다. 멜로디는 뚝뚝 끊어지지만, 속은 꽤 깊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


재작년 9월쯤이었던가, 라디오 방송 녹음 때문에 재즈 관련 책을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재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무했던지라, 도서관에서 되는대로 책을 빌려 읽었던 기억이 있다. 빌렸던 책들은 이해못하는 말로 가득했다. 하드 밥이니, 펑키니하는 말들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는 거의 유일하게 인상깊게 남은 글이었다. 당시 라디오의 소재가 소니롤린스였기에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읽었었다. 하지만 하루키의 글이 인상깊게 남았던지라, 방송이 끝난 후에 나는 다시 그 책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

하루키의 에세이 중 가장 인상깊었던 소개글은 뭐니뭐니해도 호레이스 실버를 소개하는 글이었다. 처음 호레이스 실버의 음반을 샀을때의 하늘이며, 여자친구의 표정이며, 기분이며 음반에 대해 자연스럽게 적어놓은 글이 인상적이었다. 글에는 아버지와의 추억에 대한 곡이라는 소개가 있었는데, 너무 담백하게 잘 서술하여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전문적인 내용을 소개한다거나, 재즈의 역사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지 그의 글을 읽다보면, '아, 이 앨범 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호레이스 실버를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그래서 나는 당장에 소울식을 뒤져 호레이스 실버의 음반을 받았다. 그리곤 하루키의 기분을 마음에 한 가득 담고 곡을 듣기 시작했다. 둥 두두, 둥 두두. 그가 말했던 것 처럼 묵직하고 어두운색의 보사노바였다. 하지만 흥겨움이 담겨있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호레이스 실버가 동네 사람들과, 아버지와 함께 모여 연주를 하는 모습은, 이내 내 추억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낡은 턴테이블에, 먼지가 묻을라 조심스레 LP판을 옮겨놓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건 그 때부터였다. 하얀 메리어스에, 체크무니 반바지를 입고 신나게 춤을 추던 아버지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런 아버지를 따라, 나도 술에 취한 듯 함께 춤을 추었던 기억이 호레이스 실버의 연주 넘어로 스멀스멀 찾아오기 시작했다.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에 대해 억지로 안 좋게 생각하는건 아니다. 좋은 추억이 별로 없다는 게 사실일거다. 아버지와 목욕탕을 갔던 적은 딱 2번. 야구장도 역시 두 번. 그리고 잠수교를 함께 걸었던게 인상깊은 추억이라면 추억일 것이다. 그래도 내가 아주 어렸을땐, 아버지가 집에 있는 일이 많아서 같이 춤을 추었던 기억도 소중한 추억의 한 부분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강하게 떠올랐다. 왠지 음악을 멈추고, 아랫층에 내려가면 낡은 턴테이블과 LP와 음악과 아버지가, 내가 기억했던 모습 그대로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목표를 세운건, 돈을 조금씩 아껴서 한 달에 한 장의 시디를 사자는 것이다. 벼르고 벼르다, 호레이스 실버의 LP를 구입했다. 턴테이블이 있지는 않지만 LP를 구하고 싶었다. 하루키가 느꼈던 그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보너스로 시디가 동봉돼있던 덕분에, 내 방의 작은 컴포넌트로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LP로 호레이스 실버의 음악을 듣고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는 음악에 맞춰 쿵따따. 춤을 추고 싶다고 생각했다.

쿵 따다 쿵 따다.
음악이 흐르면, 나는 아버지와 춤을 출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음악이 뭔지 가르쳐 주었던, 인생이 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해 주었던 아버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몸 속에, 마음 속에 깊이깊이 간직해 둘 것이다.

쿵 따다 쿵따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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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보통 드립커피 하면 어렵다는 생각을 먼저한다. 그도 그럴것이 드립 포트, 서버, 드리퍼, 필터, 그라인더 등등 드립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드립을 하는 모습을 보면 많은 사람들은 '저건 분명 어려운 거야'라고 생각 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장비를 하나하나 구입해서 드립을 하자면 여간 공이 드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관심이 있다면 조금씩 장비를 늘려가며 드립을 시도하다보면, 어느새 드립이 커피를 내려먹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줄기를 조절해가며 조심스래 내려먹는 드립커피가 부다스럽다면, 케멕스를 이용해보느게 어떨까 한다. 호리병처럼 생긴 케멕스는, 드립 커피의 원조라고 불리기도 하며 상당히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케멕스의 장점은 우선 드리퍼와 서버가 일체형이라 일반적이 드립세트보다 더 편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필터도 드립용 종이필터보다 더 좋은 질이라서 잔미도 더 많이 걸러주는 효과가 있다. 결정적으로, 꼭 드립포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케멕스의 특성상 물이 내려오는 양이 일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줄기의 영향을 조금 덜 받기 때문이다(물론 드립처럼 섬세하게 물을 주면 더 좋은 맛이 나긴 한다).

그럼 서론은 여기서 줄이고 본격적으로 케멕스를 탐구해보자!

케멕스의 기본 구성이다. 케멕스와 종이필터이다.

케멕스의 종류는 지금 사진에 있는것과 같은 종류와, 투명한 손잡이가 달려있는것이 있다. 약간의 가격차이가 있다.

선물로 들어온 커피잔!

케멕스 필터다. 두껍다. 몇장 들어있지 않지만 1박스에 2만원이 넘는다.

내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어느정도 온도가 올라온 물로 포트와 케멕스에 예열을 해 준다,

필터의 특성상 종이냄새가 조금 남아있기 때문에 물로 미리 적셔주어 냄새를 제거하는 편이 좋다,

아래를 조금씩 흔들어 케멕스를 전체적으로 예열해준다.

커피 굵기는 드립용으로 갈아주면 된다.

물을 전체적으로 부어주어 뜸을 드리고, 조금씩 마져 부어가며 커피를 내린다. (사진찍느라 내리는게 엉망이다;

커피가 내려가는 모습

완성된 커피!

케멕스의 장점은, 드립하는 사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 어느정도 일정한 맛을 뽑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깔끔한 맛을 내는 것도 역시 장점

오늘 내린 커피는 에티오피아. 벨런스가 좋고 부드러운 커피였다.

케멕스의 장점이라 하면 편한 드립, 드리퍼+서버 일체형, 일정한 맛의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점 등이 있다. 또한 디스플레이를 하기에도 깔끔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비교적 깨지기 쉽다는 점, 케멕스 자체의 가격도 비쌀 뿐더러 필터도 개당 200원이 넘는다는 단점이 있다.

구입은 국내 케멕스 유통사인 루트커피(http://www.chemexs.com/)를 통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비교적 높은 가격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케멕스를 구입할 수 있다.(해외 주문이 편하다면 이 방법을 이용하는걸 추천한다) 구입의 경우 1-3CUP 사이즈보다 2-6 CUP을 추천한다. 케멕스에서 좋은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대용량이 더 용이하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서울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서울

 

불광동, 서울

불광동, 서울

한산도 가는 길, 통영

한산도, 통영

태종대, 부산

태종대, 부산

자갈치 시장, 부산

광안리, 부산

해운대, 부산


촬영 : Nicon FM, Fuji Film supria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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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카페 베이루트의 급격한(?) 매출 상승으로 인해 구입하게 된 통큰 로스터. 고객들의 까다로워지는 입맛을 사로잡기 위하여 고심끝에 결정한 통돌이이다. 처음에는 유니온 로스터를 사려고 했으나, 무려 52만원이라는 가격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구입을 하지 못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중에 발견하게 된 커피마루 '빵쟁이'님의 통큰로스터. 커피마루에 올라온 다양한 후기글을 요래저래 살펴보다가 마음을 먹고서는 바로 입금! 그리고 더불어 쿨러의 성능도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요섭형의 추천으로 시로코펜을 구입하였다.

오늘의 포스팅은 로스터기와 쿨러의 조립과 제작, 테스트 로스팅에 관한 내용이다.

 

구성품들. 일단 메인 로스터기(밀폐형)와 타공형 틀이 있다. 탐침봉과 생두 투입용 호퍼도 물론. 작업용 장갑까지. 풀세트다!

반짝반짝. 로스팅을 시작하면 이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찍어놓았다,

시로코 펜. 원래 용도는 송풍기. 하지만 나는 환풍기 용도로 사용할 예정. 보이는 큰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가 옆구리의 구멍으로 나가는 방식. 전원을 연결했더니 엄청난 소음과 함께 폭풍같은 바람이 나왔다.

요걸 간단하게 박스+하드보드지 여러겹을 활용해 쿨러로 변신시켰다!

옆의 모습. 바람이 나오는 구멍이기 때문에 꼭 구멍이 있어야 한다.

조금 너저분한 스위치 부분.

나름 깔끔한 외관.

빵쟁이님의 말 대로 세척을 하기 위해 분리한 통큰 로스터. 주물부분과 로스터기 안쪽을 물로 행군 후 닦아주었다.

주물부분과 손잡이. 정말 세심한 설계가 들어간듯 했다. 이 자리를 통해 이렇게 좋은 로스터기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주신 빵쟁이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밀폐형 로스터의 경우, 유니온과 비슷한 형태로 두겹으로 만들어졌다. 열 보존율을 위해서라는데, 이 부분또한 깜짝 놀란 부분이다!

자. 이제 테스트 로스팅에 들어섰다. 우선 예열에 들어갔다. 가장 강한불로 5분정도 예열했다.

쿨러도 작동시켜보고!

자, 이제 호퍼로 생두를 투입하고 본격 로스팅!

쿨러의 성능은 대단했다. 400g정도 되는 생두를 무려 40초만에 식혀버렸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것 빼고는 무난하다.

속도의 문제만 해결해본다면 이전 로스터(메짜루나)보다 더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을 듯.

이름표를 분실(?) 하는 바람에 뭔지도 모를 생두를 볶았다. 르완다로 추측되긴 한다만... 내일쯤 먹어봐야겠다.



로스팅 프로파일

생두 : 르완다(추정) 400g
로스터기 : 통큰 로스터
총 로스팅 시간 : 20분 30초(쿨링 포함)
예열 : 5분

1차 크랙
16분 05초
17분 58초

2차 크랙(시작)
19분 17초

배출
19분 50초

쿨링 완료
20분 30초

가장 궁금한건, 대용량 로스팅이 처음이기에, 화력과 시간에 관한 문제이다. 여러번 볶다보면 나만의 프로파일이 만들어지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정석은 있기에 여러모로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보아야 할 듯 하다. 우선 화력의 문제가 가장 크다. 찾아본 결과, 빵쟁이님은 10분 내외에서 1차 크랙이 오는것이 정상이라고 하셨는데, 너무 늦게 1차 크랙이 찾아왔다. 화력의 문제가 가장 큰 듯하다(예열 문제는 아닌듯) 쿨러는 예상외로 대만족! 이렇게 빠른시간에 콩을 식히다니. 정말 대단하다!

여러모로 만족한 구매였지만, 아직은 연습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이어지는 프로파일 포스팅을 통해 피드백을 받았으면 한다 :)



참, 로스터기의 구매는 빵쟁이님의 블로그를 통해 가능하다!
http://blog.naver.com/gkrcjfdl

쿨러 팬 구입과 제작방법은 댓글로 문의!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잊혀 가던 케냐 여행기를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날씨 덕분이다. 케냐의 날씨는 딱 요즘의 한국과 닮았다. 한들한들 시원한 바람이 불고, 하늘은 맑다. 이따금씩 더워진다 싶을 때 즈음,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린다. 반팔과 반바지만 입고 있다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지천에는 과일이 널려있고, 동물들이 뛰어논다.

케냐는 풍요로운 나라다. 언제나 따뜻한 햇볕, 무엇이든 무럭무럭 자라게 만드는 강한 땅, 활기 넘치는 동물, 요리가 따로 필요 없는 훌륭한 과일들!

내 여행기에 케냐 여행에 대한 유용한 팁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우리의 여행은 독특했기 때문이다. 설령 내가 우리 여행에 관련된 자세한 정보를 담아준다고 해도, 그건 케냐를 여행하는 다른 배낭여행객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행기를 써내려가는 이유는, 아프리카에서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솔직하게 써 내려가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이렇게 쓴 글을 통해, 우리도 모르게 우리 속에 가득 차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의 벽을 조금이나마 무너뜨리고 싶기 때문이다. 오만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모두가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케냐가 풍요로운 나라라는 사실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프리카 기아, 빈민들은 결국 우리의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아프리카의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거운 얘기는 여기까지. 필요한 것은 앞으로 절반 이상 남은 여행기를 통해 풀어나가고자 한다. 그럼 이제 케냐의 파인애플 시티로 여행을 떠나보자!

우리가 여비를 절역할 수 있었던건 마타투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현지인 친구가 먼저 마타투를 잡고, 인원수를 말하며 흥정을 한다. 그렇게 가격이 결정되면 우리는 마타투에 오른다. 갑자기 몰려오는 외국인들에 마타투 승무원은 다시 흥정을 하려하지만, 돈은 이미 지불되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어디를 이동하든 한국돈으로 1000원이상을 들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배낭여행객이 택시를 이용하려면 한번에 한화 1만원-3만원정도를 써야한다.

 

오늘 가는 곳은, 파인애플 시티에 있는 준이의 삼촌네. 초대를 받아 가는 것이지만, 빈손으로 가는건 예의가 아니므로 마트에 들렀다. 간단한 식료품과 선물을 사들고 파인애플 시티로 출발!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케냐에서는 그냥 차만 타고 있어도 이렇게 볼거리가 많다.

청명한 하늘과, 손에 닿을 듯한 구름. 굽이굽이 나무사이로 뻗어있는 조그마한 찻길. 케냐에선,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길 밖에 없다. 아직은 개발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덕이다.

 

굽이굽이 길을 따라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파인애플 시티. 끝이 보이지 않는 파인애플 농장이 장관이다(아쉽게도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 농장은 아직도 영국 소유. 델몬트가 관리하고 있다. 식민지배의 잔재이다.

파인애플, 한 개에 1천원이 안된다. 너무 달아서 가까이만 가도 향기가 코를 찌른다. 너무 맛있어서 가운데 심까지 씹어먹을 정도. 한국에서 파인애플을 먹을 때 느껴지는 신맛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당도보장, 그 자체이다!

여기가 파인애플을 파는 곳. 저 뒤로 파인애플이 잔뜩 쌓여있다. 파인애플, 한 개 천원이다.

파인애플 시티 주변에 있는 소도시. 준이의 삼촌 사무실이 여기에 있어 잠시 들렀다. 길거리에는 사탕수수와 파인애플을 파는 상인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우리는 파인애플을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다!

초점이 나간 사진이지만 맘에 든다!

준이의 삼촌과 함께!

준이 삼촌네 집으로 가는 길. 넓게 펼쳐진 푸르르른 들판. 그리고 낮게 깔린 구름들. 아름다웠다.

소들도 많이 보이고.

실제로 이곳은 90년대 까지만 해도 기린과 코끼리가 엄청 많았다고 한다. 주거지 개발과 함께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말이다.

그냥 사진기를 들이대도, 이정도는 나온다. 훌륭하다!

드디어 도착. 준이가 집 주변을 둘러보며 우리에게 이것 저것 설명해줬다.

이게 코코넛이야! 라고 말이다.

준이의 사촌동생 왐보위.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낮가림도 없이 우리와 잘 어울려 놀았다. 어찌나 귀엽던지!

오늘의 촬영담당은 준기!

근데 촬영한 영상들이 다 어디로 갔더라..

점심식사 중에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브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왐보위!

오늘의 점심. 콩과 감자가 들어간 토마토 스튜와 닭고기가 들어간 볶음밥. 우리가 오기 전, 손수 닭을 잡아 요리를 해주셨다. 워낙에 허기진터라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후식으로 파인애플. 환상적이다. 이건, 정말 말로 표현 못하는 맛이다. 으악! 으악!!!!

이후로 우리들은 파인애플을 엄청 많이 사먹었다. 하루는 아침에는 망고 점심에는 파인애플 저녁에는 바나나로 끼니를 해결할 정도였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구름을 따라가기로 했다.

우리가 타고온 차량.

점심에 먹었던 닭도 여기에 있었겠지.

왐보위는 집에 있기로 했다.

집을 나서는 골목길. 사람들을 만났다.

멀리 보이는 저 산이 킬리맘보고(Kilimanbogo) 산이다. 킬리는 산, 맘보고는 버팔로라는 뜻이다. 즉. 킬리맘보고는 버팔로의 산이라는 뜻. 산이 너무 높아서 구름이 쉽사리 산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저 구름을 따라 폭포를 보러기로 했다.

구름도 길을 만들어주고 있다. 구름이 많아진 것을 보니 목적지에 다 와가는 것 같다.

한 층 가까워진 킬리맘보고. 아, 여기서 또다른 상식. 킬리만자로(Kilimanjaro)는 신의 산이라는 뜻이다. 킬리는 산, 만자로는 신이다. 킬리만자로도 높은 산이지만, 킬리맘보고도 꽤나 높은 산. 케냐에서는 3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한단다. 4000m가 넘는 산이다.

저 멀리 보이는건, 파인애플이다. 파인애플 시티 답게, 농장에는 파인애플이 끊임없이 보인다. 안타까운건 저게 모두 델몬트 소유의 농장이라는것. 현대판 플렌테이션이다.

구름을 따라왔더니 도착했다. 14 Falls. 이름 참 간단하다. 워낙에 구석에 있는 곳이라 외지 사람들은 거의 찾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여기까지 오는 길에 마타투, 택시는 하나도 보지 못했다.

주로 현지인들이 놀러오는 관광지라 입장료도 저렴하다. 하지만 현지인의 안내 없이는 찾기 힘들다는거!

간판을 따라 들어가고, 또 들어가면...

폭포가 나오기 전에 작은 고개가 있다.

꽤나 깊이 들어간다. 택시를 타고왔더라면, 족히 5만원도 넘게 돈을 냈을 것이다.

이제 킬리맘보고가 손에 잡힐듯이 가까워졌다! 우리가 바로 그 구름 밑에 도달한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코너를 틀면...










....









....








....













14 Falls가 보인다. 우렁찬 소리도 들린다.

커다라지는 않지만, 감탄을 자아낼 만큼 충분히, 아름답다.

준기는 촬영을 하고!

다이빙을 하는 소년! 점프!

사라졌다.

14 Falls.

하하하

하하하

폭포의 아랫쪽

우리를 태워주신 준이 삼촌의 친구분.

준이 삼촌. 준이와 아프리카 이름이 똑같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1천원 정도에 폭포 하구를 돌아보는 투어를 신청했다. 현지인들을 상대로 하는거라 가격도 싸고, 시간도 1시간 정도 둘러보는 코스라 만족했다!

아래서 보니 더 장관이다!


폭포 아래서 본 풍경

기분이 좋다.

새가 지나간 발자국

폭포 아래느 이런 모습이 있었다. 폭포 가까이 가보기로 결심, 길을 떠났다.

우리가 탔던 배. 정말 말도 안되는 노 하나로 꽤 수심이 깊은 강을 건넜다.

역광이 심해서 아쉬웠다.

역광 + 폭포수 효과

 

정말 신기한 뱃사공. 저 노는 물 속에 또 저만한 깊이로 이어진다. 자기 키보다 한 4배는 긴 노를 이용해 배를 움직이는 것이다!

 

폭포 아래의 한가로운 풍경

노를 그만 빠트리고 말았다. 바로 잠수!

금방 떠내려가는 노를 찾아올 수 있었다.

아프리카 쎄매남(쎄끈하고 매끈한 남자)

날이 어두워져 폭포를 뒤로하고 우리는 나이로비로 향했다.

14 Falls는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관광지이다. 준이가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해준 덕분에, 우리는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파인애플 시티 여행은, 우리에게 파인애플 향기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억되었다.

아쉬운 건, 언젠가 14 Falls도 관광지로 개발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넓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케냐의 땅이지만, 거기서 자란 파인애플은 영국인들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교과서 속에서나 볼법했던 플렌테이션 농업은, 아직도 케냐에선 이뤄지고 있었다. 그들의 땅에서 나는 작물을 그들이 먹지 못하는 부조리함은, 식민지배의 영향력이 아직도 케냐의 농업과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은, 좋은 여행하면서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다음 이야기 : 나이로비 국립 박물관을 가다. 그리고 다시 카후히아, 케냐산으로! 해발 5000m에 위치한 그림 같은 차밭, 그리고 수채화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맥주 한 잔하며 즐긴 냐마쵸마.

오랜만에 잠이 안오는 밤이다. 커피 다섯 잔을 마시고도 누운지 5분만에 잠에 빠져드는 나에게, 이런 날은 굉장히 드문 날이다. 너무 피곤하다는 느낌에 자리에 누웠지만, 이내 눈은 말똥말똥 거렸고, 내리는 빗소리에 마음만 심란해져 일어나고 말았다. 에잇 억울하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푹 자려고 했더니만, 생각하며 냉장고에서 오렌지를 하나 꺼내왔다.

창문을 열었다. 닫아놓은 창문 사이로는 빗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디장 앞으로 갔다. 오랜만에 찾아온 새벽 음악 감상 시간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곤, 망설이지 않고 Jeff Buckley를 꺼내 들었다. 쇼팽을 들을까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얼마 전, 비온다는 핑계로 곰다방에 쇼팽 시디를 들고가 틀어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서 제프 버클리를 골랐다. 제프 버클리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싱글 음반을 제외하고, 전집을 다 모은 아티스트가 딱 둘이 있다. Elliott Smith와 Jeff Buckley. 엘리엇 스미스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음반은 물론 미공개 라이브 엠피 파일까지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프 버클리는 그 정도로 좋아한다거나, 자주 듣는 편은 아니다. 내가 제프 버클리의 음반을 다 모을 수 있었던 건, 바로 그의 짧은 생애 덕분이다. 허무하게도, 천재 아티스트라 불렸던 제프버클리는 단 한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떠났다가 계곡물에 그만 익사하고 말았던 것이다.
 
'Grace'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어느 곡, 멜로디, 가사까지도 하나 버릴것 없는 훌륭한 음반이다. 특히나 제프 버클리만의 울림있는 목소리는 - 특히 Hallelujah에서 정점을 찍는다-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게 할 만큼이나 강렬하다(비오는 날에는 특히나 더!). 그랬기에, 모두가 제프 버클리에게 엄청난 기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훌륭한 두 번째 앨범을 들려주지도, 소포모어 징크스가 가득찬 앨범을 선물해주지도 못했다. 그랬기에, Grace는 더욱더 강렬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됐을 것이다. 너무나도 짧고 강렬했던 그의 첫 앨범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더 깊은 감동을 남기는 한 편의 시이기 때문이다.

잔인한 말이지만, 음악가는 죽음을 통해서 자신의 음악을 살리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커트 코베인이나 엘리엇 스미스나, 그들의 죽음이 없었다면 그들의 음악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제프 버클리도 두 번째 앨범이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느낌은 들이 않았을 것이다-실제로 그가 녹음을 하다 만 두 번 째 앨범은, 그의 죽음 이후에 하나의 앨범으로 발매되었지만,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혹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어서 그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더라면, 그의 앨범을 듣는 의미가 덜했을 것이다.


라디오를 진행하던 어느날, 게스트로 왔던 한 분이 제프 버클리의 음악을 신청했었다(신청곡은 Lover, You Should Come Over였던 것 같다). 그 한 곡의 신청 덕분에, 그 분에 대한 느낌을 오랬동안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신청곡 덕분에 그 분이 연주했던 음악들이 더 인상깊게 남았던 것 같다. 제프 버클리를 사랑하고 그의 음악을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그 사람과 강한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엘리엇 스미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클럽에서, 제프 버클리에 관한 짧은 글을 본적이 있었다. 사실은, 그 글 때문에 제프버클리의 라이브 앨범을 구입했었다. 그리곤 그 글을 다시 읽으며 앨범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생각나서 찾아보니, 다행이도 게시글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출처와 글쓴이를 밝히고 이곳에 그 글을 옮겨본다.

내가 그를 본 것은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이제 막
불어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뉴욕의 한적한 골목길을
너덜너덜한 반팔 셔츠와 얇은 가디건만을 걸친 채
걷다가 마음이 내키면 오른쪽 어깨에 삐뚤게 걸어둔
카메라의 렌즈캡을 열고 갈색의 벽돌에 걸쳐있는
빛의 움직임을 잠깐씩 포착하는 것이 그저그런 일상인
그런 하루였다. 그렇게 나는 모르는 골목을 거쳐서
이름만 들어본 큰 길까지 나오는 하루를 반복하였다.

 

그러다 어느 커피 하우스에 들어갔다. 딱 봐도 시대의
루저들이나 할 일 없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종업원에게
말도 안되는 농담이나 늘어놓으며 커피를 홀짝이게
생긴 그 곳은 짤랑이는 문을 열자마자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그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역시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있는 아저씨들은 키만 자기네
같은 동양 청년을 동물원에서 식사 중인 악어를 보듯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메이드 복장은 커녕
후줄근한 원피스를 입은 아줌마가 내게 와서는 주문을
받고 나는 그저 커피에 베이글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는 깊은 한 숨을 쉬며 카메라를 만지작 거렸다. 바지
뒷춤에서 낡은 수첩을 꺼내어 그저 뒤적거리기만 했다.

 

 

그 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점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기네스 맥주
한 병을 받아 들고는 커피하우스 구석에 마련된 스테이지로
들어갔다. 사실 스테이지래봤자, 그저 앰프만 딸랑 두 개
있는 그곳에서 그는 가방을 열고 기타를 꺼내어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이크 전원을 켜고 인사도 없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늘상 있는 일처럼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머리를 살짝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멍하니 그런 그를 보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사진기를 꺼내었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고, 베이글은 여전히 딱딱했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가만히 셔터를 열고, 닫았다.

 

그제서야 그가 인사를 한다. "thank you."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주섬주섬 기타를 챙겨 들어오던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짤랑거리는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그제서야 멍하니
찬 커피를 입술에 대었다. 묘하게 그 쓴 커피의 맛이 그 날의
경험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듬거리며 점원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말한다.


"jeff buckley."

 


 

 

copyright 2006 suffering mind

all rights reserved JEFFUCKLEY
 
- 싸이월드 클럽 drink up, baby, 김용현님의 글




창 밖으로 빗소리가 조곤조곤 들려온다. 미묘하게 제프버클리의 음악과 어울린다. 가슴으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기타 소리에, 나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함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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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간 나와 눈바람 비바람(진짜 다 맞았다;) 맞으며, 산넘고 물건너(진짜 다 건넜다;) 전국 방방 곳곳을 싸돌아다녔던 민트. 겨울을 맞으며 나름 정비를 했으나 손 볼 곳이 너무 많아 봄맞이 정비에 나섰다. 정비와 더불어 체인링크 달기, 타이어 교환(겨우내 타이어가 얼었다 풀리면서 상태가 안좋아졌다), 클릿패달, 안장, 그립 등의 소소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였다. 모두 벼르고 있던 것들이라 무리없이 저렴한 가격대의 부품을 구입했고, 장착하였다. 일부 부품은 인터넷에서 구입하였고 일부는 마포에 있는 수입&미니벨로 자전거 튜닝&수리 전문 샵인 콜바이크(www.callbike.com)에서 구입하고 장착하였다. 아래는 간단한 업뎃 내용과 튜닝 후기이다.

 

타이어는 듀라노 슈발베 타이어로 바꿨다. 질기고 얇다는게 특징. 기존의 타이어도 나쁜 건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교체시기가 온 것 같아 조금 이른듯 했지만 교차하였다. 두께 차이는 다음과 같다. 타이어 교체 후, 직진성과 조향성이 상당히 좋아졌다.

안장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블랙캣 콤팩트 3.0c는 생활자전거로 분류되어 안장도 그에 맞는 안장이 기본 안장으로 장착되어 나왔다. 크고 둔하고 하여 여러모로 교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새로 교체한 안장은 저가형 벨로안장. 저가 안장 치고는 가볍고 편하다.

더불어 라이트도 바꾸었다. 브라켓 문제 등으로 인해서 오랫동안 제대로 된 백라이트를 달지못했는데, 콜바이크에서 여러모로 신경을 써 주셔서 좋은 브라켓으로 교체할 수 있었다.

체인과 크랭크 청소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체인은 8단 체인이라 두껍고 소리가 나며, 체인링크를 달기도 힘들었다. 콜바이크 사장님의 추천으로 체인을 9단체인으로 바꿨다. 체인을 바꾸는 겸 스프라켓 청소도 간단하게 진행. 구동계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BBB 9단체인. 체인링크가 달려있어 언제든지 체인의 탈부착이 가능. 따로 떼어 청소하기도 수월하다. 이제는 체인관리에 신경을 써야겠다.

이건 체인과 더불어 구입한 콜바이크 오일. 의료용 오일로 끈적이지 않아 때가 묻지 않는다. 이거 하나면 디그리셔가 따로 필요 없다. 보통은 안 좋은 오일을 쓸 경우 끈적하여 먼지가 금방 달라붙는데, 이 오일의 경우 끈적이지 않기 때문에 먼지가 달라붙지 않는다. 따라서 별로의 디그리셔질이 필요 없이 오일만 정기적으로 발라주면 체인 관리가 용이하다. 콜바이크에서 구입 가능하다.

에르곤 그립. 그립은 이미 교체시기가 된 듯 하였다. 정평이 나 있는 에르곤 그립을 구입하였다. 바 엔드까지 욕심을 내 보려고 했지만, 비싸기도 하고. 따라서 인터넷 최저가로 GP1을 구입, 장착하였다.

그립이 바뀌고 좋아진 건, 안정감이다. 흔들리지 않고 잡아줄 뿐더러, 손목의 움직임까지 고려하여 매우 편하였다. 일반 스펀지 바 그립에 비해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고 내구성도 좋으니 관심있다면 구입하길 추천한다.

토클립. 곰다방 요섭형의 강렬한(?) 추천으로 저렴한 토클립 구입. 장착에 나섰다. 지금은 적응이 안되 조금 어색하다. 점점 나아지겠지. 확실이 발이 걸려 있으니 속도가 나는 건 사실이다.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가죽 스트랩까지 공짜로 붙어있는 토클립을 구입했다. 크롬색이 매진되어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한다.

자전거를 사자마자 플라스틱 페달이 자주 미끄러져 바꾼 웰고페달. 좀 험하게 썼다.

토클립이 장착 가능한 내 페달. 사실 처음부터 사려고 고려했던 것인데, 이제야 구입하게 되었다.

토클립 장착 모습.

처음엔 어색한 것은 사실. 하지만 주행시엔 매우 편리하다. 발이 미끄러지지 않고 힘을 잘 전달하니, 속력이 붙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에르곤 그립 장착 후.

디자인도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대 만족이다. 어차피 저가 그립을 구입할거라면, 조금만 더 돈을 들여 에르곤 그립을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그립이 일전 그립보다 조금 길어 브레이크와 변속기를 안쪽으로 밀어넣어주었다. 조금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오랜만에 우리 강아지도!

그립 교체후 바의 모습.

날이 좋아 포스팅 전 마당에서 전체샷!

자전거에서 빛이난다!


연초부터 로드바이크를 알아보고 있었다. 내 미니벨로는 스프린터라기 보다 생활자전거에 가깝기 때문에 속도도 안나고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름내내 신나게 타고 다니기에는 조금 질리는 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민트가 가진 장점은 확실했다. 접이식 미니벨로라 언제, 어디서든 대중교통(심지어 사람이 많이 없다면 버스에도 태울 수 있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접어두면 매우 작아지기 때문에, 자물쇠를 두고 나가더라도 접어서 어디든지 들고 들어갈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아직은 학생인 내가 타기에는 민트가 적합하다고 판단,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튜닝에 착수했다.

우선 속도와 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타이어를 바꿨다. 주행거리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앞서 얘기했듯, 민트와 산을 넘고 물을 건너다보니 타이어가 비교적 일찍 노후화 된 것 같았다. 교체될만큼 최악은 아니었지만, 속도의 문제도 있고 기존의 타이어를 쓴다고 해도 교체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타이어 전체를 갈았다. 비용이 꽤 들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업그레이드였다. 지면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직진성과 조향성이 훌륭하다는 장점이 있다. 업그레이트 후 평속이 시속 5km정도 증가하였다.

체인의 경우 저가 오일을 쓰다보니 쉽게 더러워지고 노후화가 되었다. 9단체인으로 바꿔 소음이 줄어들었고, 체인의 관리가 쉬워졌다. 안장은 장거리 주행에도 편할정도로 좋았고, 바그립도 안정적인 주행에 도움을 주었다. 토클립도 페발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업그레이드였다.

업그레이드를 하고나니, 로드를 구입하는 비용의 정말 일부를 들였는데도, 로드만큼 훌륭한 자전거가 되었다. 나머지는 이제 엔진을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다. 체력을 키워야겠다. 따뜻한 봄 날, 자주자주 한강에 민트를 몰고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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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음악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형과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었다. 술 한잔 걸치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를 즈음, ELO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형, 내가 요즘에 ELO를 다시 듣는데, 정말 음악이 섬세하더라. 어쩜 그렇게 섬세할 수 있는지. 눈을 감고 들으면서 보컬, 기타, 베이스 그리고 뒤에 흘러나오는 현악기들의 소리를 하나하나 느끼는데, 그만한 음악이 없다 싶더라."
형은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그렇게 풍부하고 섬세한 사운드는 요즘엔 찾아볼 수는 없지"
"요즘엔 좀 아쉬워. 언제부턴가-90년대 말 폭풍의 전성기를 거친 후-록음악도 변하가기 시작한것 같아" 내가 대답했다.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걸, 요즘 음악도. 일종의 트렌드지, 전자음악을 추구하는 시대에 기대해야하는건 아마 다른 것일지도 몰라" 형은 대답했다.

맞는말이었다. 일종의 트랜드였다. 가장 근래에 괜찮다고 하며 들었던 Bruno Mars의 음악(록음악은 아니지만)은 가장 그럴싸한 전자 사운드만을 뭉쳐서 만들어낸 음악이었다. 그리고 요즘 음반을 내는 수많은 밴드들도 마찬가지로 전자음악이 가지는 매력에 빠져, 그것 없이는 음악을 하나도 못만들어 낼 정도가 되 버렸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70-80년대 록음악이 가졌던 섬세함을, 이제는 다시 맛볼 수 없다는 것에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들었던 Last Train To London은 경이로움의 극치였다. 특히 노래 중반에 흘러나오는 키보드 솔로(?)는 사이키델릭하면서도 음악에 잘 녹아들어가있는 연주였다. 최근에 박완규가 라디오에 나와, 노래방에서 간주점프를 해대는 후배들을 엄청 혼냈다는 이야기가 공감가는 순간이었다. 전주, 간주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ELO의 음악을 간주 점프를 하면서 듣는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일임에 분명했다.



얼마 전, 비오는 날 곰다방을 찾았다. 비오는 날의 곰다방은 그 어느곳보다 음악감상하기에 훌륭한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비가 그칠 때 즈음 도착하긴 했지만, 나는 만델린을 시키고 평소 잘 하지 않던 음악신청을 하였다. 신나는 것, 아니 ELO를 틀어달라고. 곰다방 요섭형은 "ELO 좋죠!" 라며 단숨에 판을 갈아주셨다. 그리곤 Discovery 앨범을 틀어주셨다. 그리고  앨범의 킬링 트랙 중 하나인 "Midnight Blue"가 나오던 순간이었다. "형, 나는 첨에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소름이 끼치도록 좋더라구요" 내가 말했다. 형은 내 얘기에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늦은 밤, 막차를 타고 광화문을 지나면서 이 노래를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 창밖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듣는데, 그렇게 환상적일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건데, 그들의 음악은 정말로 사람의 섬세한 감정마져도 흔들만큼이나 감각적이다. 몇몇 유명한 곡을 제하더라도 그들의 앨범을, 어느 하나라도 넋놓고 듣고 있노라면, 누구나 그 순간의 풍경을, 마음을 깊은 잔상으로 기억할만큼이나 ELO의 음악은 훌륭하다.



중학교 시절, 내가 인터넷을 했을 적에는 '리릭사이트'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유명한 팝송의 가사를 해석해주는 사이트였는데, 주인장의 정성이 담긴 가사해석 뿐만이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음악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가 가득한 홈페이지였다. 나는 주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음악을 배우고, 가사에 담긴 진한 감동을 느끼곤 했었다.
최근에 ELO음악을 다시 들으면서, 나는 예전에 들어가곤 했던 리릭사이트에서 그들의 가사를 찾아보았다. 역시나 어느 번역가 못지않게 훌륭한 번역들이 있었고, 덕분에 나는 한 편의 시를 감상하듯 그것을 읽어보았다. 그 중에 하나를 여기에 옮겨볼까 한다. 


Midnight Blue - Electric Light Orchestra

I see the lonely road
that leads so far away
I see the distant lights
that left behind the day
But what I see is so much
more than I can say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see you crying
Now you've found a lot of pain
And what you're searching for
can never be the same
But what's the difference
Cos they say "What's in a name?"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will love you tonight
And I will stay by your side loving you
I'm feeling midnight blue

I see you standing there
far out along the way
I want to touch you
But the night becomes the day
I count the words
that I am never gonna say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will love you tonight
And I will stay by your side loving you
I'm feeling midnight blue

Can't you feel the love
that I'm offering you?
Can't you see how it's meant to be?
Can't you hear the words
that I'm saying to you?
Can't you believe like I believe?
It's only one and one, it's true
Still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see beautiful days
And I feel beautiful ways of loving you
Everything's midnight blue

I will love you tonight
And I will stay by your side loving you
I'm feeling midnight blue

저 먼 곳에 이르는
고독한 길이 보여요
하루를 뒤로 하고 떠나 버린
희미한 불빛이 보여요
하지만 제가 본 것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요
한밤의 울적함에 빠진 당신이 보여요

이제 수 많은 고통을 알게 되어
울고 있는 당신이 보여요
당신이 찾아 헤매던 것은
예전과 같을 수가 없어요
그저 이름뿐인데 무슨 소용이냐고
사람들이 말한들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한밤의 울적함에 빠진 당신이 보여요

오늘 밤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며 곁에 머무르겠어요
나도 이 밤이 외로우니까요

저 멀리 떨어진 길에 서 있는
당신이 보여요
당신에게 손길을 미치고 싶지만
밤은 낮으로 바뀌고
난 내가 차마 하지 못할 말을
되뇌이고 있어요
외로운 밤을 지새는 당신이 보여요

오늘 밤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며 곁에 머무르겠어요
나도 이 밤이 외로우니까요

당신은 제가 드리려는
사랑을 느낄 수 없나요
우리 사랑은 이미 정해졌다는 걸 모르나요
제가 당신께 하려고
했던 말이 들리나요
내가 믿는 것처럼 당신도 믿을 수 없나요
오직 한 가지일걸요, 정말이에요
아직도 밤을 외로워하는 당신이 보여요

행복한 나날들이 눈에 선해요
어떻게 당신을 아름답게 사랑할지 느껴요
이 밤엔 모든 게 외로워 보이는군요

오늘 밤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며 곁에 머무르겠어요
나도 이 밤이 외로우니까요


출처 - http://popnlyric.com/



그 섬세함의 감동을 함께 느끼고파 두 개의 유투브 링크를 함께 걸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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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니 꽤 됐다. 클로소 형님의 블로그에서 발견하고는, '아아! 나도 꼭 해봐야지!'라고 했던것.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쓰게됐다. 처음에는 이 글을 쓴다면 나름 여태 내가 들었던 플레이 리스트를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부담감에 밀리고 밀리다보니 이제는 그냥 숙제같은 일이 돼 버렸다. 그래서 그냥 요즘 듣는, 그리고 최고보다는 내 귀에 익은, 나에게 감동을 준 아티스트를 위주로 선별하기로 했다. 나도 클로소 형님처럼 급하게(?) 진행해볼까 한다.

White Stripes. 내 최고의 플레이 리스트 중 하나.



A : Andrew Birds
최종 접전은 Amature Amplifier와 했다면 다들 믿을까. 아마츄어 증폭기의 놀라운 음악도 감동이었지만, 내게 오래 더 기억이 남는 아티스트는 Andrew Bird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역시나 자주 듣게되고 언제나 내 iPod의 A를 차지하고 있는 아티스트이기에 선발했다. 단연 My Morning Jacket와 함께한 Sovay는 최고의 라이브로 꼽을만하다. 앤드류 버드 만세!



B : The Beatles

당연한거 아닌가. 처음에는 에릭클랩튼 형님 때문에 Beatles를 The가 붙었다는 이유로 T로 뺄까도 생각했지만, T에도 만만치 않은 밴드들이 있기에 스킵. 하지만 여전히 내 맘엔 Blind Faith가 있다는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메일주소도 Blindfaith95@hanmail.net 가 아닌가! (95는 다빈치 코드같은 것이므로 아무에게도 말 안해주는 비밀ㅎ) 

C : Cream
E에는 엘리엇스미스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따라서 C에는 아무리 많은 경쟁자가 있더라고 하더라도 에릭클랩튼 형님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Cream을 택할 수 밖에! 오늘도 난 Strange Brew의 매혹적이고 섬세한 연주를 들으면서 못난 엉덩이를 흔든다!

D : Devendra Banhart
어렸을적 나와 추억을 함께한 Deep Purple는 아쉽게도 밀렸다. 요즘 나의 가장 메인 키워드는 반핫이 형님이기 때문이다. Deep Purple은 내한공연 티켓 3번 사준걸로 위로를 해주고, Devendra Banhart을 택하려고 한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다. 이의가 있는 당신, 지금 당장 Rejoycing in the hands앨범을 들어보시길. 단연 7번 트랙 this beard is for siobhan는 킬링트랙이다. 아 D에서는 Derek & The Dominos도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사실을 알아두시길. 난 역시 에릭클랩튼을 너무 좋아한다.



E : Elliott Smith

그 충격을 아직도 난 기억한다. 클로쏘 형님의 미니홈피에서 처음 Coming Up Roses를 들었을때의 그 충격. 그 이후로 셀프 타이틀 앨범부터 시작하여 최근 앨범까지.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전 앨범을 다 모은 아티스트. 비오는 날 신촌에서 Coming Up Roses가 수록된 Elliott Smith의 앨범을 들었던 기억은, 내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아있다. 킬링트랙은 하두 많아서 그냥 듣다보면 살아날 구멍이 없다.

F : Flotation Toy Warning
bluffer's guide to the flight deck 앨범을 듣는동안 나는 전혀 딴짓을 하지 못했다. 앨범이 끝날 때 즈음, 내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하게 고여있었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진한 감동이 담겨있는 앨범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G : Gene

Gary Moore나 George Michael, George Baker가 당선되지 못했다면 다 Speak To Me Someone이란 곡 때문일 것이다. 어쨋든 John Peel 아저씨의 감각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다른 앨범도 소장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그러질 못했다. 유일하게 내가 소장하고 있는 Gene 앨범은 95-99년 John Peel Sessions앨범. 존 필 아저씨의 타계 소식은, 보석같은 아티스트들의 발견이 그만큼 줄어들었단 소식이었다. 아, 보고싶습니다 존 필 아저씨!


H : Hayden

의외로 H에서는 경합이 없었다. 봄바람 맞으며 길거리에서 춤출 수 있는 Hayden. 무난하게 H를 독점한다.

I : Interpol
IU를 하려다가.....
클로소 형님을 따라, 나도 있어보이고 싶어 Interpol을 선택. 여기도 무난하게 혹은 아이유와의 치열한 경합을 통해 인터폴의 승리.

J : Jeff Buckley
Jane's Addiction도 있지만 제프버클리. 너무나 추억이 많은 앨범 Grace. 그리고 라이브 앨범중 몇 안되는 명반 중 명반 Live At Sin-e. 외로움에 밤잠 못들 때면 항상 그의 음악은 내 허전한 마음을 채워준다.

K : King Crimson
Kings Of Convenience, Kent등이 경합. 하지만 King Crimson은 어쩔 수 없었다. 한 편의 서사시를 읽는 듯한 그들의 음악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나의 베스트 트랙이다.

L : Lambchop
Led zeppelin을 생각 안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How I Quit Smoking 앨범에서 보여준 놀라움은 세월을 넘나드는 레드제플린을 제치고 L의 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The Man Who Loved Beer 정도는 들어주는 게 예의인듯 싶다.


M : My Morning Jacket

요즘, 섬세한 음악에 대해 다시 생각중이다. ELO가 그 대표적인 예다. Magnetic Fields, Michael Jackson을 제치고 당당하게 M의 자리를 차지한건, 그 특유의 섬세한 멜로디 때문일 것이다. 사실 Magnetic Fields와 공동수상을 하는게 당연하다 생각했으나, 규칙은 규칙인 것. 눈물을 참고 마이모닝자켓을 골라준다. Magnetic Fields는 박스셋 있다는 것으로 충분히 위안이 된다.


N : Nina Nastasia

Nirvana, Nujabes, Nick Caves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을 재치고 N을 차지. 곧 이어 소개될 O의 아티스트와 같은 매력을 지녔다는게 이유라면 이유. 지하철에서 엠피쓰리 파일로 음악을 듣다가, 신촌으로 방향을 틀어 당장 앨범을 사러갔던 추억이 있는 앨범이다. 이 음악을 앨범으로 사서듣지 않는 게 여간 찝찝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DOGS앨범은 나의 소중한 애장품 중 하나이다.


O : Over The Rhine

한 여름밤, 집 앞 찻길에 누워 별을 바라보며 Over The Rhine을 들었던 기억은, 평생동안 잊지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가슴 깊은곳에서 떨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O에서는 그 어떤 고민도 없이 Over The Rhine를 선택. 개인적으로 많은 오버 더 라인 앨범 중에서 Drunkard's Prayer를 가장 선호. 어느 하나 빼먹을 트랙 없는 베스트 앨범. 미국까지 가서 공수해온 나의 소중한 보물!


P : Pet Shop Boys

최근 Pet Shop Boys의 재발견. Yes앨범을 들으면서 감탄에 또 감탄. 나이란 역시 숫자에 불과하구나. 디스코그라피를 훑어가며 다시 음악을 들으며 이들의 천재성에, 깊은 감수성에 고개를 숙인다. 또 그리고 나는 엉덩이를 흔든다.

Q : Qeen
퀸스라이크가 있었지만, 잘 듣지 않았기에 아웃. 고등학교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아닌것 같기도 하고) 언제 들어도 대부분의 트랙을 따라 부를만큼 난 Queen의 팬이다. 킬링트랙은 하두 많아서 이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다. 으악!

R : Rolling Stones
Radiohead와의 경합. 톰요크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아쉽게 라디오헤드는 밀려나고.AFTERMATH 영국반의 감동은 들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롤링스톤즈를 비틀즈보다 먼저 들었기에, 애착이 더 간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곡들이 많다. 중학교 땐, 롤링스톤즈의 음악을 들으며 종로 거리 거니는 것을 좋아했다.

S : Smith
Suede, Smog, Silent League, Sondre Lerche, Sting, Stevie Wonder, Sufjan Stevens. 내로라 하는 아티스트들의 접전. 마음속으로 각각의 아티스트들의 베스트를 생각하며 수일간 고민에 또 고민. 어쩔수 없이 난 스미스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사실 선택해놓고도 마음에 가장 걸리는 부분이다. 마음이 바뀌면 또 바꿀 수 있따. 그러니 이제 그만.

T : The Silent League
Silent League를 살릴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 Tokyo Ska Paradise Orchestra, Tom Waits 등 진짜 T로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이 화를 낼 수 있으나, 어쩔 수 없다. 꼬우면 내한하시길. 


U : U2 

Uncle Tupelo와 UV(유세윤, 뮤지)의 어줍잖은 공습. 하지만 U2는 위대했다.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는 세월이 지나도 나의 베스트다. 

V : Velvet Underground
클로쏘 형님을 따라해 Various Artists를 할까 했지만, 너무 따라하는게 티나는 것 같아서. Verve도 좋지만 역시 V하면 Velvet Underground. 앨범 커버에서 바나나를 벗기면 빨간색 바나나가 나온다는 사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충격.

W : Weezer
Weezer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잊혀질만하면 그들의 음악을 꺼내듣는다. 

X : X-Japan
X는 패스.. 하려 했으나 그래도 있는데. 뭘. 
한때는 열심히 들었고, 가사도 외우고 다녔고. 그리고 알고보면 음악도 그리 나쁜 건 아니잖아?  

Y : Yo La Tengo
Yo La Tengo는 위대하다. 나는 그들의 앨범을 들을때마다 이렇게 얘기한다. 뭐 위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Z : 해당사항 없음.

역시, 쓰면서 생각난 아티스트들이 많은 것을 보니 누락된 아티스트들도 꽤 많다. 혹시나 억울한 선정이 있다면 차후 보강할 예정. 국내 아티스트들 선정을 못한게 아쉬우나 그건 나중에 가나다순으로 다시. 그래도 경합까지 갔던 아마츄어증폭기아 아이유 유브이등은 내 마음의 별이다. 이렇게 정리하고나니 재미있긴하다. 다음번에 오늘 선정한 아티스트들을 빼고 다시 선정해도 재미있을 듯 하다. 생각난 김에 여기저기 뒤져서 다시 찾아들어봐야 할 음악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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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고민끝에 트위터에 올린 글.
"@dogsul RT부탁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모여 철학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2주에 한번씩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공부하고싶은데요, 함께 하실의향있으시면 멘션부탁드립니다. 무겁지 않고 쉽고, 신나게 하고싶네요."
순식간에 팔로워 증가와, 수십명의 지원자들.
시간, 날짜, 지역으로 선별.
그렇게 모인 13명이 꾸려나가는 철학 스터디 모임. 

이제는 토요일은 당연히 트윗필로를 위해 비워두는 시간. 오전부터 책읽고, 준비하고, 사람들 만나고. 모임 후에는 즐거운 술자리도 함께. 전공자임에도 부끄럽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 항상 소중한 선물들을 준비해 오시는 맴버들. 언제나 고맙습니다.

우리, 열심히 공부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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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철학모임 후기  (2) 201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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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는 있는 종류로 볶겠지만 연한 맛을 원하는지 진하게 먹고싶은지 등등
최대한 의견을 반영해주시면 보내드릴게요


에헴, 그럼 쑥스러운 공지 이만 하겠습니다 (_ _)

1월 3일부터 8일까지 가족들과 중국 쿤밍(昆明)에 다녀왔습니다. 여행기를 별도로 쓰려고 했으나 가족과 함께했던 패키지 여행이었기에, 몇 개의 사진과 간략한 여정만 올리려고 합니다.

여행 도중, 티벳에 관련하여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어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그 사진은 추후에 정리된 정보와 글로 따로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그 외 사진들은 함께 묶어 포스팅 합니다.

여정은 쿤밍을 중심으로 몇몇 쿤밍의 공원과 사원 그리고 쿤밍에서 조금 떨어진 구향동굴, 석림과 내고 석림(최근에 관광지로 개발된 석림과는 다른 석림)을 둘러보는 일정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떠난 시기의 쿤밍의 날씨는 대략 우리나라의 초봄 날씨와 비슷했습니다. 해가 뜨면 긴팔 셔츠 하나로도 충분했고,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 날에는 가디건에 목도리를 걸쳐도 조금 쌀쌀한 기운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낮에는 충분히 따뜻했고, 봄의 도시라는 쿤밍의 수식어가 잘 어울렸습니다. 곳곳에 꽃이 피고 사람들은 공원에서 한가롭게 거닐더군요. 저는 이곳에서 조금 이른 봄을, 가족들과 함께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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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부터 8일까지 가족들과 중국 쿤밍(昆明)에 다녀왔습니다. 여행기를 별도로 쓰려고 했으나 가족과 함께했던 패키지 여행이었기에, 몇 개의 사진과 간략한 여정만 올리려고 합니다.

여행 도중, 티벳에 관련하여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어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그 사진은 추후에 정리된 정보와 글로 따로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그 외 사진들은 함께 묶어 포스팅 합니다.

여정은 쿤밍을 중심으로 몇몇 쿤밍의 공원과 사원 그리고 쿤밍에서 조금 떨어진 구향동굴, 석림과 내고 석림(최근에 관광지로 개발된 석림과는 다른 석림)을 둘러보는 일정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떠난 시기의 쿤밍의 날씨는 대략 우리나라의 초봄 날씨와 비슷했습니다. 해가 뜨면 긴팔 셔츠 하나로도 충분했고,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 날에는 가디건에 목도리를 걸쳐도 조금 쌀쌀한 기운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낮에는 충분히 따뜻했고, 봄의 도시라는 쿤밍의 수식어가 잘 어울렸습니다. 곳곳에 꽃이 피고 사람들은 공원에서 한가롭게 거닐더군요. 저는 이곳에서 조금 이른 봄을, 가족들과 함께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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