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음악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형과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었다. 술 한잔 걸치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를 즈음, ELO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형, 내가 요즘에 ELO를 다시 듣는데, 정말 음악이 섬세하더라. 어쩜 그렇게 섬세할 수 있는지. 눈을 감고 들으면서 보컬, 기타, 베이스 그리고 뒤에 흘러나오는 현악기들의 소리를 하나하나 느끼는데, 그만한 음악이 없다 싶더라."
형은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그렇게 풍부하고 섬세한 사운드는 요즘엔 찾아볼 수는 없지"
"요즘엔 좀 아쉬워. 언제부턴가-90년대 말 폭풍의 전성기를 거친 후-록음악도 변하가기 시작한것 같아" 내가 대답했다.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걸, 요즘 음악도. 일종의 트렌드지, 전자음악을 추구하는 시대에 기대해야하는건 아마 다른 것일지도 몰라" 형은 대답했다.

맞는말이었다. 일종의 트랜드였다. 가장 근래에 괜찮다고 하며 들었던 Bruno Mars의 음악(록음악은 아니지만)은 가장 그럴싸한 전자 사운드만을 뭉쳐서 만들어낸 음악이었다. 그리고 요즘 음반을 내는 수많은 밴드들도 마찬가지로 전자음악이 가지는 매력에 빠져, 그것 없이는 음악을 하나도 못만들어 낼 정도가 되 버렸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70-80년대 록음악이 가졌던 섬세함을, 이제는 다시 맛볼 수 없다는 것에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들었던 Last Train To London은 경이로움의 극치였다. 특히 노래 중반에 흘러나오는 키보드 솔로(?)는 사이키델릭하면서도 음악에 잘 녹아들어가있는 연주였다. 최근에 박완규가 라디오에 나와, 노래방에서 간주점프를 해대는 후배들을 엄청 혼냈다는 이야기가 공감가는 순간이었다. 전주, 간주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ELO의 음악을 간주 점프를 하면서 듣는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일임에 분명했다.



얼마 전, 비오는 날 곰다방을 찾았다. 비오는 날의 곰다방은 그 어느곳보다 음악감상하기에 훌륭한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비가 그칠 때 즈음 도착하긴 했지만, 나는 만델린을 시키고 평소 잘 하지 않던 음악신청을 하였다. 신나는 것, 아니 ELO를 틀어달라고. 곰다방 요섭형은 "ELO 좋죠!" 라며 단숨에 판을 갈아주셨다. 그리곤 Discovery 앨범을 틀어주셨다. 그리고  앨범의 킬링 트랙 중 하나인 "Midnight Blue"가 나오던 순간이었다. "형, 나는 첨에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소름이 끼치도록 좋더라구요" 내가 말했다. 형은 내 얘기에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늦은 밤, 막차를 타고 광화문을 지나면서 이 노래를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 창밖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듣는데, 그렇게 환상적일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건데, 그들의 음악은 정말로 사람의 섬세한 감정마져도 흔들만큼이나 감각적이다. 몇몇 유명한 곡을 제하더라도 그들의 앨범을, 어느 하나라도 넋놓고 듣고 있노라면, 누구나 그 순간의 풍경을, 마음을 깊은 잔상으로 기억할만큼이나 ELO의 음악은 훌륭하다.



중학교 시절, 내가 인터넷을 했을 적에는 '리릭사이트'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유명한 팝송의 가사를 해석해주는 사이트였는데, 주인장의 정성이 담긴 가사해석 뿐만이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음악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가 가득한 홈페이지였다. 나는 주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음악을 배우고, 가사에 담긴 진한 감동을 느끼곤 했었다.
최근에 ELO음악을 다시 들으면서, 나는 예전에 들어가곤 했던 리릭사이트에서 그들의 가사를 찾아보았다. 역시나 어느 번역가 못지않게 훌륭한 번역들이 있었고, 덕분에 나는 한 편의 시를 감상하듯 그것을 읽어보았다. 그 중에 하나를 여기에 옮겨볼까 한다. 


Midnight Blue - Electric Light Orchestra

I see the lonely road
that leads so far away
I see the distant lights
that left behind the day
But what I see is so much
more than I can say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see you crying
Now you've found a lot of pain
And what you're searching for
can never be the same
But what's the difference
Cos they say "What's in a name?"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will love you tonight
And I will stay by your side loving you
I'm feeling midnight blue

I see you standing there
far out along the way
I want to touch you
But the night becomes the day
I count the words
that I am never gonna say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will love you tonight
And I will stay by your side loving you
I'm feeling midnight blue

Can't you feel the love
that I'm offering you?
Can't you see how it's meant to be?
Can't you hear the words
that I'm saying to you?
Can't you believe like I believe?
It's only one and one, it's true
Still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see beautiful days
And I feel beautiful ways of loving you
Everything's midnight blue

I will love you tonight
And I will stay by your side loving you
I'm feeling midnight blue

저 먼 곳에 이르는
고독한 길이 보여요
하루를 뒤로 하고 떠나 버린
희미한 불빛이 보여요
하지만 제가 본 것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요
한밤의 울적함에 빠진 당신이 보여요

이제 수 많은 고통을 알게 되어
울고 있는 당신이 보여요
당신이 찾아 헤매던 것은
예전과 같을 수가 없어요
그저 이름뿐인데 무슨 소용이냐고
사람들이 말한들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한밤의 울적함에 빠진 당신이 보여요

오늘 밤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며 곁에 머무르겠어요
나도 이 밤이 외로우니까요

저 멀리 떨어진 길에 서 있는
당신이 보여요
당신에게 손길을 미치고 싶지만
밤은 낮으로 바뀌고
난 내가 차마 하지 못할 말을
되뇌이고 있어요
외로운 밤을 지새는 당신이 보여요

오늘 밤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며 곁에 머무르겠어요
나도 이 밤이 외로우니까요

당신은 제가 드리려는
사랑을 느낄 수 없나요
우리 사랑은 이미 정해졌다는 걸 모르나요
제가 당신께 하려고
했던 말이 들리나요
내가 믿는 것처럼 당신도 믿을 수 없나요
오직 한 가지일걸요, 정말이에요
아직도 밤을 외로워하는 당신이 보여요

행복한 나날들이 눈에 선해요
어떻게 당신을 아름답게 사랑할지 느껴요
이 밤엔 모든 게 외로워 보이는군요

오늘 밤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며 곁에 머무르겠어요
나도 이 밤이 외로우니까요


출처 - http://popnlyric.com/



그 섬세함의 감동을 함께 느끼고파 두 개의 유투브 링크를 함께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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