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 the Rhine - 2006년, 2007년

오버 더 라인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한참 엘리엇 스미스의 한편의 시같은 음악들에 빠져 있을 즈음이었다.
싸이월드에 달랑 한 개 있는 엘리엇 스미스 팬 까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워낙에 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싫어한지라, 조용하고 사람 몇 없는(조금만 활동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금방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까페라서 기분좋게 활동할 수 있었다.
엘리엇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좋았고.. (덕분에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그 커뮤니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10월 21일 정모였다.
10월 21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의 생일이자, 내 인생 최고의 아티스트인 엘리엇 스미스의 기일이다.(이건 우연의 일치이기 보담도 필연의 성격이 짙다)
어느날 갑자기 10월 21일 정모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래, 모두가 엘리엇을 사랑하기에 클럽 첫 정모를 시작하게 되었다.
함께 모여 음악 얘기를 나눴고, 엘리엇 스미스를 나눴다.
그리고 함께 바에 들러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함께 엘리엇 스미스 노래를 듣고, 함께 따라 불렀다.
-모임의 이름은 drink up, baby 였고 우리가 신청한 곡은 Between the bars였다-
누구도 노래를 부르자고 말하진 않았지만 너나할것 없이 Between the bars의 전주가 나오자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그 때 그 순간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정말 멋진 추억으로 남아버렸다,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들으며 그 분위기에 젖어있는 기분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환상에 가까웠다.

그 추억 말고도 drink up, baby에서 또 다른 잊지못할 것이 있다면, 바로 서희정님과의 만남이다.
서희정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알고있는 몇 안되는 진정한 리스너중에 한명이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했고, 자신이 알고있는 소중한 음악들을 가슴으로 전해주는 사람이었다.
클럽에선, 엘리엇 스미스를 사랑하는 사람끼리 나누는 대화도 소중했지만, 서희정님이 남긴 글을 읽거나
추천하는 음악을 듣는것도 너무나 소중한 일이었다. -서희정님의 글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음악을 지식으로 전하려 하지 않고 가슴으로 전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너무나도 따뜻했던 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여태까지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수많은 음악들을 접했고, 그 경험들은 나의 리스닝 성격을 통째로 빠꿔버릴 만큼 강력했다.
또, 그렇게 알게된 서희정님과의 대화도 내 인생의 방점을 팡팡 찍어주었다.
가끔씩 메신저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서희정님은 내 인생 몇 안되는 멘토중 하나였고, 힘들고 지치고 우울할 고 3시절에도 나의 좋은 대화상대가 되어주셨다.

각설하고,
그렇게 서희정님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이 Over the Rhine의 음악이었다.
희정님이 추천해주신 음악들을 다운받아 무작위로 듣고있는데, 갑자기 Over the Rhine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음악 듣는순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노래가 시작해서 끝나는 순간까지, 정신을 놓아버릴 수 밖에 없었다.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었고, 태어나서 그런느낌은 처음 경험해보았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추천해주신 앨범 말고도 그 외의 앨범들을 다운받게되었고(안타깝게도 한국 레코드 가게에선 그들의 앨범을 구하기 힘들었다) 가슴이 촉촉해지고 싶어질 때면 줄곳 Over the Rhine을 청하곤 했다.

Over the Rhine과 함께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고 3 여름방학이었다.
입시에 미쳐있었고, 내가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혼란스럽기만한 그 때,
갑자기 Over the Rhine이 듣고싶어졌던 것이었다(아마도 가슴이 촉촉해지고 싶었던 게지..)
그래서 그 새벽, 쥐고있던 팬을 던져놓고,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그러곤 거리에 누워버렸다(차가 다니는 곳이었지만, 새벽이라 잠잠했다.)
그러곤 조용히 MP3에 담긴 Over the Rhine의 곡을 하나씩 재생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거리에 누워 하늘의 별을 헤는 기분은 경험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렇게, Over the Rhine은 만나게 된 그 순간부터,
내 마음의 동반자가 되어버렸다.

Over the Rhine - 2008년

미국에 와 있는 동안은 시차를 뛰어넘어 메신저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대화상대이다.
아마 그날도 켈리포니아의 해풍을 맞으며 외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메신져에 도쏘형이 들어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랜만이고, 더군다다 해외에서 만나게 되니,
더 반가워 당장에 말을 걸었다. 안부도 물어보고, 이래저래 미국에 와있다는 얘기도 나누고
항상 나누던 음악 얘기들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Over the Rhine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살 수 없는 앨범을 미국온 기념으로 한 3장정도 구입했는데, 도쏘형과 대화도중 갑자기 생각난 것이었다.
항상 음악에 대해선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도쏘형었기에, Over the Rhine에 대해 아는 것이 있으면 좀 물어보고자 이 밴드를 아느냐고 물어봤다. 난 항상 음악을 들을때 음악만 듣는 반면, 도쏘형은 이런저런 많은 관련 정보를 알고 있었고, 그런것들은 대게 음악을 더 깊게 들을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의외로 도쏘형이 이 밴드에 대해 아는게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항상 음악을 소개받기만 하던 나는 그들의 음악을 도쏘형에게 선뜻 건내주게 되었다. 힘든 수험생 생활 내에게 가장 큰 힘이었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얼마 후, 도쏘형의 블로그에 Over the Rhine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좋은 밴드를 알게되어 기분이 좋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음악들이었기에, 도쏘형이 포스팅한 글을 읽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더 기분이 좋았던건, 그렇게 좋은 음악을 알려줘서 너무 고맙다는 도쏘형이 멘트 덕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Over the Rhine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던건 다 도쏘형 때문이었다.
Elliott Smith를 나에게 들려준 사람이 바로 도쏘형었기 때문이다. 도쏘형은 줄곧 나에게 좋은 음악을 선물해주곤 했는데(예전에 한 사이트에서 음악방송을 했었고, 방송을 들으며, 가끔 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접하며 음악을 듣곤했다) 어찌어찌하다가 도쏘형에게 Elliott Smith를 소개받게 되었다.(아마 Elliott Smith의 Coming up Roses였을 것이다) 도쏘형의 미니홈피에 걸려있었던 곡이었는데, 그 곡에 필이 꽂혀 이래저래 Elliott Smith의 정보를 얻게 되었고, 그렇게 그에게 빠져들었기 떄문이다. 그 이후 나는 줄곧 Elliott Smith에 빠져있었고, 덕분에 drink up, baby라는 클럽에서 희정님과 소중한 인연을 만들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인 것이다.
항상 좋은 음악을 나누는데 거침없었던 도쏘형 덕분에 Over the Rhine을 알게되었고,
함께 좋은 음악을 나누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엔 정말 많은 음악들이 있다. 죽기전에 그 모든 음악들을 듣기만 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랴,
아마도 그러진 못하겠지만, 난 적어도 도쏘형이 있었기에 많은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형 때문에 음악을 나누는 행복함을 알게 되었고...

항상 말하지만, 난 인복은 정말 잘 타고 난 것 같다.
항상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도쏘형도 그 사람들 중 하나이고, 형에게 항상 많은 것을 배운다.

형은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형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 음악을 나누는 행복을 알려줬기 때문에, 너무나도 소중한 음악으로
내 마음을 위로하게 해줬기 때문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무나 소중한 앨범 Drunkard's Prayer 그리고 흥겨운 OHIO와 최근에 나온것 같은 The Trumpet Child, 역시 어느 앨범도 나를 실망시키진 않았다 ^^

'베이루트 라디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letric Light Orchestra - Disovery  (0) 2011.04.06
좋아하는 아티스트 A to Z  (7) 2011.03.29
Pulp - Commom People  (2) 2010.12.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