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장이 친구들은 디카가 신기한가보다. 사진을 찍고나선 바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우리가 이 마을을 떠날 때 즈음에는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기사가 우산같은걸 들고왔다. 우산에서 불이 번쩍! 아직 여긴 클래식 카메라가 대세다!

지난 이야기 : 준이의 농장을 탐험했다. 말그대로 숲속을, 자연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따먹으면서 말이다. 그리곤 준이와 물랑가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케냐의 자연을 경험하였다.

계절학기를 끝내고 집에오는 길은 지치고 힘들었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느끼며 약간의 환기증을 느끼다가 나는 케냐를 생각했다. 아직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고, 빗물을 받아쓰는 그곳이 생각났다. 그 곳에서는 아스팔트 도로보다 흙으로 된 도로가 더 많았다. 비가오면 질퍽질퍽 발에 들러붙곤 했지만, 오히려 시원했다. 땅은 열을 머금지 않았고 적당히 받아들였다.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가 더 많았고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자연과 함께 살고 있었다. 사실, 불편을 감수한다기보다 그냥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고 그것이 그들에게 더 편한 삶이었다.

농장에서 돌아오고 몇 일간은 숙소에서 쉬기도 하고 준이와 주변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동을 할 때는 주로 걸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걷고, 이야기하고 걸었다. 그리고 집에와선 한 바가지의 물로 얼샤워를 하고 몸을 식혔다. 해가 지면 움직일 수 없었기에 집에 모여 다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당장 내일을 걱정하지 않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여유롭게 걸었다. 물랑가의 하루였다.

바나나가 울창한 숲에서 선미누나가 서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천천히 걷고 숨을 쉬었다.

준이네 앞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저 멀리 케냐산이 보일 것 같다.

수잔은 준이의 동생이다. 준이만큼, 공부를 잘하기에 꿈도 많고 똑똑하다. 항상 우리에게 살갑게 대해주고 많은 것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덕분에 물랑가에서의 날들이 좋았던 것 같다.

준이네 집은 일종의 이장댁 같은 곳이었다. 동네 꼬맹이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준이네 집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고 놀다가 가곤 했다.

'바나나 먹고 싶어?','네' 아뿔싸, 준이어머니는 여기있단다. 이거 다 우리꺼라고 천천히 먹으란다.

준이네 삼촌과 할머니. 같이 앉아 있으면서 스와힐리어로 몇마디 나누었다. 1년간 배운 것들이 아쉽지 않을 만큼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참 행복해 보인다. 아이들은 줄곧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우리도 같이 춤을 추고 노래 했다. 어릴땐, 이렇게 자라야 하나 싶다.

물이 부족해 머리를 잘 감지 못할 때도 있었다. 혹은 물 한 바가지로 샤워를 했기 때문에 머리가 잘 안감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바나나는 맛이다!

아. 정말 최고다. 향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다시 한 번 케냐를 간다면 가자마자 바나나를 사먹을 것이다!

쩌~~ 멀리 코코넛이 보이는가!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고 열매를 맺었다.

아름답고 이름 모를 꽃들이 참 많았다. 초점이 나가긴 했지만 이 꽃을 찍은게 하나 뿐이라 올리고 싶다.

새집인 것 같다.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길 고양이었다. 사람이 와도 도망가지 않았고 우리를 졸졸 쫓아다녔다.

에헴

준기도 에헴!

전선이 보이긴 하는데, 전력 상황이 그다지 좋진 않다. 정전도 자주되고. 사실 전기를 별로 필요로 하지 않은 동네이긴 하다.

시간이 나서 근처 커피농장에 들렀다.

아직은 수확을 하는 계절이 아니라 텅텅 비어있었다. 커피를 재배하는 계절이 오면 이곳은 커피를 씻고 정제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커피체리를 벗겨내는 곳이라 설명을 들었다.

껍지를 벗겨낸 커피들이 이곳에서 말려진다. 케냐 커피는 신맛이 강하게 나며 고구마 맛이 나기도 하는(개인적인 의견) 맛있는 커피이다.

역시, 재배를 안하기에 조용하다.

불량 커피들이 모여있다. 체리가 잘 벗겨지지 않은 놈들이나 정제가 제대로 안된 놈들을 모아둔 곳인 것 같다.

껍질이 아직도 붙어있는 걸 보니, 불량품들이 맞나보다.

케냐의 큰 태양으로 맛있는 커피가 만들어진다.

파치먼트 생두라고, 실버스킨이 벗겨지지 않은 생두들이다. 요놈들을 고대로 심으면 커피나무가 자란다!

커피 체리들이다. 커피는 아주 엄선된 지역에서만 자란다. 고도, 위도, 강수량, 온도 등 여러가지 조건들이 갖춰진 곳에서만 잘 자랄 수 있다. 케냐의 천의 자연환경은 질좋은 커피를 만들어 낸다.

붉게 익은 체리들이 재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준이는 농장을 도는 내내, 커피의 가공과정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따. 더불어 케냐커피가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다.

집에 도착해선 우갈리를 먹었다. 우갈리는 우리나라의 밥 처럼, 프랑스의 빵 처럼 케냐인의 주식이다. 거친 옥수수 가루를 끓는 물에 집어 넣고 계속해서 뒤집고 저어주면 우리나라의 백설기 같은 것이 나온다.

준이의 동생들은 뜨거운 우갈리를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거리며 우리의 먹을 것을 만들어주었다.

정성이 들어간 우갈리다. 맛은 약간 싱거운 백설기 정도? 정말 밥을 먹는 기분이다.

호박과 당근등을 넣고 우갈리와 함께 먹을 스튜를 끓여주셨다. 우리는 저녁을 걸게 먹었다.

이름이 기억 안나지만, 준이의 동생이다. 웃는 모습이 참 예뻣던 것으로 기억한다. 앞에는 우갈리양.

이 케냐 깡시골에도 코카콜라는 음료를 팔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소다(탄산음료)를 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았지만, 한 편으론 이곳까지 트럭을 몰고와 콜라를 파는 놈들이 약간 미워졌다.

동네의 쇼핑센터. 이곳에서 소다도 사고 필요한 것들을 산다. 정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난 어딜가든 시장이 좋다. 시장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물건을 판다. 대형 마트에서는 냉장고와 얼굴을 마주보거나 시식코너와 마주보곤 한다. 에잇, 그러니 내 말은 가능하면, 시장도 자주 가라는 얘기다.

이렇게 얼굴이 마주치면 나는 웃으며 잠보! 하바리 야코!(Jambo!, Habari yako!- 안녕하세요 어떠세요?!) 라고 인사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웃으며 은주리 사나-아산테!(Njuri sana- asante!-잘 지내요, 고마워요!)라고 대답한다.

여기 피는 이 꽃들이 신기했던지, 효원누나는 떠나는 길, 서점에서 케냐 식물도감을 사갔다. 우리가 만난 꽃들 중 몇 종류를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신기하다. 곳곳이 이런 꽃 투성이이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케냐에선 꽃 구경으로 2일동안 종일 걸어다니는 일정을 잡아야 한다!

환하게 웃는 쥬디.

삼손도 일을 마치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집을 찾았다.

자파티를 만드는 과정이다. 반죽을 빈대떡 처럼 밀대로 밀어 크게 만든 후에, 후라이팬 같은 곳에 올려 기름을 쳐가며 빙빙 돌린다. 앞 뒤로 열 번 넘게 돌리고 나면 맛있는 자파티가 완성된다.

직접 해봤는데 쉽지 않다, 빙글빙글 돌려가며 타지 않게 해야 하는데 어렵고 뜨겁다!

방금 만든 자파티는 신기하게 달고 맛있었다. 식은 자파티는 스튜하고 먹으면 그만이고. 정말 좋은 음식읻

다음날 새벽,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염소를 잡았다. 염소 잡는 장면은 좀 잔인하니 선택권을 주겠다. 보고싶은 분만 아래를 클릭!

삼손은 자파티 만드는 것을 도우고 있었다. 동네 모든 사람들이 모여 이날 파티를 위해 자파티를 만들었다.

아주머니들은 우리가 촬영을 하고 있자 이리와서 같이 하자며 웃으셨다. 곧 나는 저 자리에 앉아 자파티를 만들었다!

갓 만든 자파티를 얻어 먹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축제 기분이 났다!

한 쪽에선 방금 잡은 염소를 물 한방울 없이 가죽을 벗겨내고 있었다. 대단한 손놀임이었다. 가죽은 악기를 만들고, 옷을 만들고, 가구를 만드는데 쓰일 것이다.

케냐에는 아랍지역 문화가 남아있어 터번을 쓴 사람도 꽤 있었다. 98%의 기독교인을 제외한 인구중 대대수가 이슬람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종교는 중요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도, 이들은 다같이 모여 염소고기를 먹고, 자파티를 먹고 춤추고 노래를 한다.

손질된 염소 다리이다. 이곳 고기들은 우리가 먹는 고기와는 달리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고 가두어 키우지도 않는다. 따라서 근육이 잘 발달되어있고, 상당히 질기며 씹히는 맛이 좋다. 가공된 고기의 맛보다는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질긴 것이 단점이긴 했지만, 코코넛 가루를 넣어 이를 해결할 수 있어서 그닥 문제가되진 않다. 이어진 내장 손질 장면은 비위가 약하신 분들을 위해 다시 선택권을 주겠다.



이 사진 이후로는 우리도 같이 자파티를 만들고 구경하고 하느라 사진을 찍지 못했다. 분주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찍기도 그렇고 말이다. 이후에는 맛있게 준비한 음식들을 먹고 신나게 춤추고 노래했다.

파티는 간단하다. 이렇게 힘들게 만든 음식을 나눠먹고, 기도하고, 춤을 추고 노래한다. 노래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투오나네~ 투오나네  파라디소(Tuonane~ Tuonane~ Tuonane Paradiso- 또 봐요~ 또 봐요~ 또 봐요 천국에서!)

어르신들이 선창하면 우리가 답례로 따라부르고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 몇이 다시 선창을 하고 나머지가 따라부른다. 신나게 흔들고 춤추고 가사를 바꿔 부르고 놀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후에는 소다를 나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춤추고 노래를 한다. 우리는 이렇게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극진히 VIP대접을 받았다. 부담스럽기도 했고, 너무나도 고마웠다. 새로운 손님들이 왔다며 더욱 흥겨히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우리도 모든 것을 잊고, 체면치레 생각하지 않고 신나게 흔들었다! 투오나네! 투오나네! 투오나네 파라디소!!!

다음편 예고 - 드디어 나이로비에 다시 입성! 나이로비 국립공원 및 시내투어를 시작한다. 파인애플 농장도 들린다, 그곳에선 파인애플 한개가 단돈 천 원! 너무 달아서 파인애플 심까지도 씹어먹는다. 보고싶다고? 그럼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편을 기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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