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었다. 사람이 없는 이른 시간에 천천히 카페쇼를 구경하려고 오픈시간에 맞춰 코엑스를 찾았다. 전년도 보다는 확실히 스케일이 커졌지만, 내용은 비슷비슷했다. 오히려 좀 허전한 느낌이 든 카페쇼였다. 생각보다 일찍 카페쇼 구경을 마친 나는 동행과 함께 KBC(for WBC)를 구경하기로 했다. 2008년에 WBC에서 Kyle이 했던 퍼포먼스가 인상깊게 남아있던 나는, WBC 한국 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일찍부터 앞자리를 맡아두고 바리스타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대회를 지켜본지 30분정도가 지났을까, 내 눈을 사로잡는 바리스타 한 분이 있었다. 바로 위 사진의 김사홍 바리스타. 앞선 바리스타들이 긴장하고 떨린 모습을 보여줬다면, 김사홍 바리스타는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첫번째 추출부터 마지막 창작 메뉴까지. 아쉽게 시간을 초과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분이 보고타행 비행기표(2011년 WBC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은 보고타에서 열렸다)를 차지하는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숨가쁜 15분이 지나고, 다음 바리스타를 위한 세팅이 진행되는 사이 막간의 인터뷰가 있었다. 김사홍 바리스타는 자신이 상암동에 있는 커피템플의 바리스타라 소개했고, 대회를 보고 찾아온 손님에게 에스프레소 한 잔을 대접한다고 해 주셨다. 그래, 꼭 가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망설이기를 7개월(근처까지 갔으나 찾지 못해 해메고 돌아오기도 했다), 드디어 상암동 커피템플을 찾았다.


 

커피템플을 찾기 위한 포인트는 바로 이 빨간 벽. 수색역 2번출구로 나와 누리꿈 스퀘어를 찾아간다. 그리고 CJ E&M센터 근처에 있는 건물에서 빨간 벽의 커피템플을 찾으면 된다(자세한 위치설명은 아래에서) 

 

커피템플만의 메뉴 텐저린 카푸치노. 카라멜을 먹는듯한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매력!

살짝 보이는 텐저린의 모습.


커피템플의 포인트는 바로 이곳만의 창작메뉴. 텐저린 카푸치노다. 이 밖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메뉴판을 찍어오려 했으나 부끄러워 찍지를 못했다;). 보통은 처음가는 카페에선,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먹어보는데, 이곳에서는 텐저린 카푸치노를 먹어보기로 했다.
모든 메뉴는 테이크아웃 컵에 담아서 나오며, 사이즈는 스몰사이즈와 라지 사이즈가 있다. 창작메뉴의 가격대는 4000-5000원대, 일반 커피 메뉴(아메리카노, 라떼 등)은 3000-4000원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바가 시원하게 오픈돼 있어 모든 제조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기계가 모든것을 말해주진 않지만, 훌륭한 기계를 선택하고는 것은 바리스타의 안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라마르조꼬 머신, 바텀리스(포터필터의 추출구 부분을 잘라낸 것) 포터필터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김사홍 바리스타의 모습은, 대회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받아든 커피에서는 진한 텐저린과 커피 향이 풍겨왔다. 얼핏 카라멜의 향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김사홍 바리스타의 화려한 수상을 보여주는 진열대. 템퍼들도 보이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서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카푸치노를 입에 물고 주변을 둘어보았다.


인텔리젠시아, 스퀘어마일즈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페들은 커피만큼이나 훌륭한 자신들만의 로고를 가지고 있다. 훌륭한 카페는 커피맛에도 신경써야 하지만, 카페의 정체성이 묻어난 로고에도 신경써야 하는 법. 카페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혹은 카페 대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 템플만의 로고는,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에서도 '템플'이라는 컨셉을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요즘 우후죽순 생겨나는 카페들은 유행만을 따라 카페의 인테리어를 하곤 한다. 이러한 면에서 커피템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인테리어는 커피맛을 떠나 이미 다른 일반적인 카페와는 차별화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다. 오래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간단하게 커피 한 잔 즐기고 가기에 좋은 곳이다. 항상 테이크아웃 컵에 제공되는 커피는, 언제든 커피를 마시다 카페를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나는, 카페가 조용하고 커피도 맛있었기에 책을 읽으며 꽤 오랜시간을 앉아있었다. 앉아있다보니 의자가 그리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한쪽 벽에 있는 템플만의 창작 메뉴. 이곳은, 커피를 못마시는 손님들도 부담없이 맛있는 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시럽없이는 커피 한 방울도 못마시는(사실, 왠만한 프렌차이즈 카페의 커피는 그럴만도 할만큼 쓰디쓰다) 사람들이, 아무런 첨가물(?)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텐저린 카푸치노(혹은 라떼)는 그만큼 달콤하고 부드럽다.
 


아쉬운건, 창 밖의 풍경이다. 한창 진행되고 있는 M본부와 S본부의 신축 공사로 인해 보이는건 공사장과 하늘 뿐이었다. 물론, 건축이 다 돼도 높은 건물밖에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텐저린 카푸치노의 단점이라면, 진하고 묵직한 맛의 커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달고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찰나, KBC 대회를 보고 찾아왔다는 나에게 약속하신대로 뽑아주신 에스프레소는 그 아쉬움들 달래주었다.
에스프레소는 무거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산뜻한 신맛과 적절한 바디감은 마시는 이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에스프레소가 이렇기 때문에, 텐저린과 결합하더라도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다. 텐저린 없이 우유만 만났을때 어떤 맛일지 궁금해 카푸치노를 시키고 싶었으나, 저녁을 먹지 않고 왔던 터라 몇번을 망설이다 마시지 못했다. 아쉽긴 했지만, 나들이를 떠난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산뜻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어서 만족할 수 있었다.

 


템플을 형상화한 듯한(?) 카페의 메인 조명과 독특한 보조 조명들.
카페에 계속 앉아 있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선곡이었다. 계속해서 흐르는 '나는 가수다' 음원은 나의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후에는 검정치마나 10cm의 곡이 흘러나왔지만, 역시나 이곳만의 선곡은 아닌것 같아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말이다.


7개월의 기다림과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커피템플은 훌륭한 커피를 선사해주었다. 오는 길엔 가양대교를 통해 한강 자전거도로를 타고 집에 왔다. 기분좋은 저녁이었다.

  • 커피템플 포인트 -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도 혹할만한 커피템플만의 창작메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미감을 만족시킬만한 산뜻한 에스프레소. 저렴한 가격은 덤이다.
  • 커피템플 미스 포인트 - 불편한 교통. 지하철을 통해 온다면 버스를 갈아타야하고, 내려서도 조금 걸어야 하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온다면 훨씬 편할듯.
  • 커피템플 포 미 - 자전거를 애용하는 나에게는 좋은 선택. 단맛을 좋아하지 않아 텐저린 카푸치노는 자주 마시진 않을듯. 하지만 에스프레소를 위해서라도 자주 올 것 같은 예감!
  • 커피템플 가는 길 - 지하철 이용시 6호선 수색역 하차. 2번출구로 나와 7730, 771 탑승후 누리꿈스퀘어 하차. CJ E&M건물 근처 디지털파빌리온 건물 1층.
    자전거 이용시 가양대교까지 진입 후 엘리베이터 이용. 월드컵 경기장쪽으로 직진후 상암고등학교 쪽으로 우회전. 누리꿈 스퀘어를 찾으면 된다. 자전거도로가 비교적 잘 나 있어 자전거 이용이 용이.
    자세한 안내 - http://cafe.naver.com/coffeetempl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1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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