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Botton)에서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한 코스타리카 한 잔은 저를 5 Brewing으로 이끌었습니다. 처음에 가게에 들어설 때까지도 저는 이 가게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5가지의 기구로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이런 이름일까 생각했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제야 생각이 납니다.
이 카페는 도형수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가게였습니다. 그는 홍대에 있는 최현선 바리스타의 카페 5 Extracts 맴버입니다. 5 Brewing은 에스프레소 중심의 5 Extracts와 달리 브루잉을 전문으로 한다는 컨셉으로 도형수 바리스타가 새로이 시작한 가게입니다. 그러고 보니 5 Extracts와 같은 로고를 쓰고있네요. 제가 이리 둔합니다.
커피의 제3의 물결에는 브루잉에 대한 열망도 담겨있습니다. 질 좋은 스페셜티 생두를 제대로 브루잉한다면 에스프레소에선 느끼지 못하는 깊은 맛을 표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에어로프레스와 케멕스의 선풍적인 인기는 고전적인 도구들도 재조명을 이끌어냅니다. 비주얼 브루잉머신이라 불릴 정도로 잘 쓰이지 않았던 사이폰도 브루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적용되면서 화려하게 복귀를 하죠. 2009년 일본에서 개최된 제 1회 월드 사이폰 챔피언쉽은 이런 열기를 증명합니다.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쉽등 각종 브루잉 대회들이 등장하면서 브루잉 커피 시장도 날이갈수록 성장하고 있습니다.
5 Brewing은 이러한 열기를 가득 담아 오픈한 카페입니다.
연희동 104고지 라는 정류장에 내려서 조금만 걷다보면 미술관 아래 위치한 5 Brewing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바리스타 도형수의 화려한 수상경력.
브루잉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5 Brewing에서 사용하는 추출 도구들입니다. 핸드드립, 케맥스, 에어로프레스, 사이폰, 클레버, 에바 솔로, 프렌치프레스까지.
싱글오리진 메뉴는 많은 편입니다. 총 11종이네요. 브루잉 카페라는 특성때문에 되도록이면 이정도의 라인업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기대가 있기 때문이죠.
WBC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자신만의 시그네쳐 드링크를 개발해야 합니다. 대회용 창작메뉴는 아마 그런 연유로 개발된 메뉴인것 같네요. 대회 출신 바리스타의 가게에 가면 종종 그 바리스타만의 시그니쳐 드링크를 맛볼 수 있죠.
군고구마의 향이 깊게 느껴지는 케냐AB입니다. 카라멜과 포도의 신맛이 매력적입니다. 벨멧느낌과 레몬의 신맛도 조금 느껴지네요. 사이폰의 특성때문인지 살짝 가벼운 느낌이 아쉽습니다. 가볍게 미끄러져서 쑥 넘어가는 커피가 얄밉기만 하네요. 달달한 커피, 참 맛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시킨 카푸치노. 초콜렛의 느낌과 알싸한 과일의 신맛이 매력적입니다. 오렌지맛도 조금 느껴지니 감귤초콜렛이 생각나더군요. 대회출신 바리스타의 카푸치노답게 깔끔하게 서빙된 모습입니다.
니카라과는 클린한 맛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꿀과 오렌지의 단맛은 은은하고 좋았죠. 하지만 바디감과 밸런스 측면에선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의 커피는 전반적으로 트렌디 합니다. 약배전한 커피를 살살 달래서 추출한 달콤하고 신맛이 매력적인 커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커피를 마시면 늘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신맛의, 약배전의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각종 세계대회가 생기고,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의 커피는 점점 세계의 기준에 맞춰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런 커피들은 흠잡을데 없이 맛있습니다. 수많은 나라의 센서리들이 인정했다는건 의미가 있죠.
하지만 저는 종종 학림다방에서 느꼈던 그 깊은 맛이 그리워집니다. 이대 앞 비미남경에서 맛봤던, 안암동 보헤미안에 처음으로 마셨던 그 강배전 커피들은 저에겐 최고의 한 잔으로 기억됩니다. 무려 2006년의 일이네요. 그때와는 사뭇 다른 카페들의 분위기가 못내 아쉬운건 저 뿐일까요.
이 문제야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가게를 둘러보죠.
자 브루잉 커피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에어로프레스 스탠드와 브루잉 스탠드가 눈에 띕니다. 뒤에 보이는 말코닉 그라인더는 브루잉을 위해 쓰이고 있죠.
자, 옆에는 사이폰 스텐드가 보입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리네아 2그룹. 메져 그라인더가 추출을 도와줍니다.
구석에 있는 GS/3가 눈에 띕니다.
소량으로 배전하는 듯 싶습니다. 10종 이상의 싱글오리진을 운영하는건 힘든일이긴 합니다.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궁금하지만 일단 커피가 맛있으니 믿어봅니다.
요놈은 Espro Press라는 녀석입니다. 프렌치프레스인데 미분을 걸러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죠. 홈페이지에 소개된 영상을 참고하시면(http://espro.ca/espro-press/) 얼마나 미분을 잘 걸러내는지 알 수 있을겁니다. 저도 소문만 듣다가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 공식으로 수입하는 곳은 없는걸로 알고있습니다. 물어보니 이곳에선 18만원 정도에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프렌치 프레스와 메탈콘필터가 끼워진 케멕스, 에바솔로, 사이폰 스탠드, 클레버가 보입니다. 에바솔로도 광고만 봤지 실제 사용하는건 처음봅니다. 다음에 방문하면 Espro Press와 함께 시연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네요.
브루잉 카페의 필수 머신, 우버 보일러입니다. 마르코 브루잉이라는 아일랜드 회사의 제품인데, 브루잉을 위한 정확한 물의 제공을 위해 탄생한 머신입니다. 제가 아는건 이정도까지. 성능이 굉장히 좋아서 브루잉을 하는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탐을 낸다고 하더군요.
기존 로스팅은 디드릭을 가지고 있는 5Extracts에서 이뤄졌습니다. 곧 기센 로스터가 설치되고 이곳에서 로스팅도 진행될거라 하네요. 기센으로 바뀐 후, 이곳의 커피 맛이 궁금해지네요. 사진은 로스터를 위해 설치된 배기구입니다.
각종 커피관련 잡지와 도형수 바리스타에 대한 보도자료들.
다양한 브루잉 기구는 물론이요 커피 교육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맘에드는 기구가 있었는데 선뜻 사기 힘들었거나 배우기 어려워 구매를 망설였다면 이곳에서 상담을 받아보길 권합니다.
도형수 바리스타는 이런 분입니다.
손님들이 바에 있어서 이런 한정적인 사진밖에 찍을수 없었습니다.
미술관과 함께쓰는 화장실. 인상적이네요.
대회출신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가게답게 5 Brewing에선 수준급의 커피를 맛볼수 있었습니다. 더해서 대회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비스 마인드와 커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이곳의 커피를 더욱 돋보이게 했죠. 물론, 대회 수상경력을 가진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가게라고 해서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5 Extracts의 커피들은 늘 맛있었지만 바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편차가 조금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보다 더 적절한 예시는 폴바셋 커피입니다. 훌륭한 머신 세팅과 매장관리는 폴바셋의 이름을 빛나게 합니다. 하지만 바에서 추출을 하는 바리스타가 모두 폴바셋이 될 순 없습니다. 고용된 바리스타들이 연약한 팔뚝으로 폴바셋의 강한 템핑을 따라하려다보니 종종 그곳의 커피맛에 실망을 하곤 합니다.
5 Brewing의 강점은 도형수 바리스타가 홀로 운영할 수 있는 범위의 매장이라는 부분입니다. 커피맛에 대한 통일성과 편차를 줄일수 있다는 점, 자신의 개성을 더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 아래의 작은 가게는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죠.
- 5 Brewing 가는길 - 버스 정류장 연희 104고지 앞(구 성산회관)(정류소번호 13-008,009,010,011)에 하차. GS25 편의점 방향으로 길을 건너 성산2교 방향으로 300m 직진. 미술관 1층에 위치해있다.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46-176, 02-322-7197
- http://blog.naver.com/spos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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