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Botton)에서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한 코스타리카 한 잔은 저를 5 Brewing으로 이끌었습니다. 처음에 가게에 들어설 때까지도 저는 이 가게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5가지의 기구로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이런 이름일까 생각했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제야 생각이 납니다.

 

이 카페는 도형수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가게였습니다. 그는 홍대에 있는 최현선 바리스타의 카페 5 Extracts 맴버입니다. 5 Brewing은 에스프레소 중심의 5 Extracts와 달리 브루잉을 전문으로 한다는 컨셉으로 도형수 바리스타가 새로이 시작한 가게입니다. 그러고 보니 5 Extracts와 같은 로고를 쓰고있네요. 제가 이리 둔합니다.

 

커피의 제3의 물결에는 브루잉에 대한 열망도 담겨있습니다. 질 좋은 스페셜티 생두를 제대로 브루잉한다면 에스프레소에선 느끼지 못하는 깊은 맛을 표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에어로프레스와 케멕스의 선풍적인 인기는 고전적인 도구들도 재조명을 이끌어냅니다. 비주얼 브루잉머신이라 불릴 정도로 잘 쓰이지 않았던 사이폰도 브루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적용되면서 화려하게 복귀를 하죠. 2009년 일본에서 개최된 제 1회 월드 사이폰 챔피언쉽은 이런 열기를 증명합니다.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쉽등 각종 브루잉 대회들이 등장하면서 브루잉 커피 시장도 날이갈수록 성장하고 있습니다.

 

5 Brewing은 이러한 열기를 가득 담아 오픈한 카페입니다.

 

연희동 104고지 라는 정류장에 내려서 조금만 걷다보면 미술관 아래 위치한 5 Brewing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바리스타 도형수의 화려한 수상경력.

 

브루잉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5 Brewing에서 사용하는 추출 도구들입니다. 핸드드립, 케맥스, 에어로프레스, 사이폰, 클레버, 에바 솔로, 프렌치프레스까지.

 

싱글오리진 메뉴는 많은 편입니다. 총 11종이네요. 브루잉 카페라는 특성때문에 되도록이면 이정도의 라인업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기대가 있기 때문이죠.

 

WBC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자신만의 시그네쳐 드링크를 개발해야 합니다. 대회용 창작메뉴는 아마 그런 연유로 개발된 메뉴인것 같네요. 대회 출신 바리스타의 가게에 가면 종종 그 바리스타만의 시그니쳐 드링크를 맛볼 수 있죠.

 

군고구마의 향이 깊게 느껴지는 케냐AB입니다. 카라멜과 포도의 신맛이 매력적입니다. 벨멧느낌과 레몬의 신맛도 조금 느껴지네요. 사이폰의 특성때문인지 살짝 가벼운 느낌이 아쉽습니다. 가볍게 미끄러져서 쑥 넘어가는 커피가 얄밉기만 하네요. 달달한 커피, 참 맛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시킨 카푸치노. 초콜렛의 느낌과 알싸한 과일의 신맛이 매력적입니다. 오렌지맛도 조금 느껴지니 감귤초콜렛이 생각나더군요. 대회출신 바리스타의 카푸치노답게 깔끔하게 서빙된 모습입니다.

 

니카라과는 클린한 맛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꿀과 오렌지의 단맛은 은은하고 좋았죠. 하지만 바디감과 밸런스 측면에선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의 커피는 전반적으로 트렌디 합니다. 약배전한 커피를 살살 달래서 추출한 달콤하고 신맛이 매력적인 커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커피를 마시면 늘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신맛의, 약배전의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각종 세계대회가 생기고,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의 커피는 점점 세계의 기준에 맞춰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런 커피들은 흠잡을데 없이 맛있습니다. 수많은 나라의 센서리들이 인정했다는건 의미가 있죠.

 

하지만 저는 종종 학림다방에서 느꼈던 그 깊은 맛이 그리워집니다. 이대 앞 비미남경에서 맛봤던, 안암동 보헤미안에 처음으로 마셨던 그 강배전 커피들은 저에겐 최고의 한 잔으로 기억됩니다. 무려 2006년의 일이네요. 그때와는 사뭇 다른 카페들의 분위기가 못내 아쉬운건 저 뿐일까요.

 

이 문제야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가게를 둘러보죠.

 

자 브루잉 커피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에어로프레스 스탠드와 브루잉 스탠드가 눈에 띕니다. 뒤에 보이는 말코닉 그라인더는 브루잉을 위해 쓰이고 있죠.

 

자, 옆에는 사이폰 스텐드가 보입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리네아 2그룹. 메져 그라인더가 추출을 도와줍니다.

 

구석에 있는 GS/3가 눈에 띕니다.

 

소량으로 배전하는 듯 싶습니다. 10종 이상의 싱글오리진을 운영하는건 힘든일이긴 합니다.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궁금하지만 일단 커피가 맛있으니 믿어봅니다.

 

요놈은 Espro Press라는 녀석입니다. 프렌치프레스인데 미분을 걸러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죠. 홈페이지에 소개된 영상을 참고하시면(http://espro.ca/espro-press/) 얼마나 미분을 잘 걸러내는지 알 수 있을겁니다. 저도 소문만 듣다가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 공식으로 수입하는 곳은 없는걸로 알고있습니다. 물어보니 이곳에선 18만원 정도에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프렌치 프레스와 메탈콘필터가 끼워진 케멕스, 에바솔로, 사이폰 스탠드, 클레버가 보입니다. 에바솔로도 광고만 봤지 실제 사용하는건 처음봅니다. 다음에 방문하면 Espro Press와 함께 시연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네요.

 

브루잉 카페의 필수 머신, 우버 보일러입니다. 마르코 브루잉이라는 아일랜드 회사의 제품인데, 브루잉을 위한 정확한 물의 제공을 위해 탄생한 머신입니다. 제가 아는건 이정도까지. 성능이 굉장히 좋아서 브루잉을 하는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탐을 낸다고 하더군요.

 

기존 로스팅은 디드릭을 가지고 있는 5Extracts에서 이뤄졌습니다. 곧 기센 로스터가 설치되고 이곳에서 로스팅도 진행될거라 하네요. 기센으로 바뀐 후, 이곳의 커피 맛이 궁금해지네요. 사진은 로스터를 위해 설치된 배기구입니다.

 

각종 커피관련 잡지와 도형수 바리스타에 대한 보도자료들.

 

 

 

다양한 브루잉 기구는 물론이요 커피 교육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맘에드는 기구가 있었는데 선뜻 사기 힘들었거나 배우기 어려워 구매를 망설였다면 이곳에서 상담을 받아보길 권합니다.

 

 

 

도형수 바리스타는 이런 분입니다.

 

손님들이 바에 있어서 이런 한정적인 사진밖에 찍을수 없었습니다.

 

미술관과 함께쓰는 화장실. 인상적이네요.

 

대회출신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가게답게 5 Brewing에선 수준급의 커피를 맛볼수 있었습니다. 더해서 대회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비스 마인드와 커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이곳의 커피를 더욱 돋보이게 했죠. 물론, 대회 수상경력을 가진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가게라고 해서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5 Extracts의 커피들은 늘 맛있었지만 바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편차가 조금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보다 더 적절한 예시는 폴바셋 커피입니다. 훌륭한 머신 세팅과 매장관리는 폴바셋의 이름을 빛나게 합니다. 하지만 바에서 추출을 하는 바리스타가 모두 폴바셋이 될 순 없습니다. 고용된 바리스타들이 연약한 팔뚝으로 폴바셋의 강한 템핑을 따라하려다보니 종종 그곳의 커피맛에 실망을 하곤 합니다.

 

5 Brewing의 강점은 도형수 바리스타가 홀로 운영할 수 있는 범위의 매장이라는 부분입니다. 커피맛에 대한 통일성과 편차를 줄일수 있다는 점, 자신의 개성을 더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 아래의 작은 가게는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죠.

 

  • 5 Brewing 가는길 - 버스 정류장 연희 104고지 앞(구 성산회관)(정류소번호 13-008,009,010,011)에 하차. GS25 편의점 방향으로 길을 건너 성산2교 방향으로 300m 직진. 미술관 1층에 위치해있다.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46-176, 02-322-7197
  • http://blog.naver.com/sposss

모모스와 커피공장에서 제가 목격할 수 있었던건, 큰 매장을 유지하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을 손님들의 러쉬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원두와 더치커피를 구매하고 커피용품을 사가는 부산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곳의 커피문화는 정말 다르다는걸 느꼈습니다. 매장을 찾는 수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이 카페들의 '어떤 점'에 이끌려 문을 열게 되는것일까요.

 

서울의 카페들은 수줍게 스페셜티 커피를 내놓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바리스타는 조심스레 설명을 건냅니다. 대놓고 '우린 스페셜티 커피를 팝니다'하고 광고하는 곳은 드물죠. 메뉴판 어딘가에 쓰여진 덧말로 스페셜티를 홍보합니다.

 

커피공장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방법은 조금 달랐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통유리로 된 로스팅실, 완전히 오픈된 바와 각종 기구들 그리고 스페셜티 커피를 팔고 있음을 강조하는 각종 메뉴판. 우리는 이 정도다. 우리의 커피는 이런점이 뛰어나다. 숨기지 않습니다. 내숭도 없죠. 뽐내듯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들의 화끈한 모습에 사람들은 이끌립니다.

 

'자, 마셔봐. 우리의 커피를'

커피공장은 화끈한 부산남자의 사랑고백과 같습니다.

 

 

위로는 4층에 테라스까지 있는 엄청난 규모의 커피공장입니다. 커피공장의 출발은 이곳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남포동에 있는 본점은 이보다 훨씬 소박하죠.

 

 

네로, 네로주이시는 커피공장의 블렌드입니다. 메뉴판 밑에 있는 '스페셜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옆 메뉴판의 '레어 스페셜' 메뉴도 인상깊네요. 니카라과 COE로 커피를 주문하면 1000원의 추가요금을 받습니다. 카푸치노 메뉴대신 우유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자, 메뉴판을 보고 마음의 결정을 했다면 주문을 합니다. 푸드코드처럼 커피를 주문하면 영수증을 줍니다. 그리고 바리스타를 선택합니다. 커피를 내리는 모습은 사방이 트인 바에서 구경할 수 있죠. 커피공장의 시스템입니다.

 

베이커리에 눈을 돌려보지만 전 이미 빠니니식당에서 먹은 빠니니로 배가 부릅니다.

 

간지나는 커피공장 바리스타의 메뉴얼입니다. '내가 커피 좀 알지'라고 잘난척하며 카페에 들른 사람들은 종종 무례한 행동을 합니다. 드립하는데 고개를 들이밀어 방해를 한다거나(물줄기를 확인한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커피 만드는 레시피를 살펴보고 클레임을 건다거나, 볶아둔 원두를 손으로 만지며 '로스팅이 별론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습니다. 나는 이만큼 아는데, 너는 그 정도 밖에 못하냐. 이런 아니꼬운 태도를 가지고 바에 돌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커피공장은 당당하게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맞는말입니다. 바리스타는 그런 손님들에게 쫄 필요가 없죠. 그리고 손님들도 바리스타를 존중하고 믿어줘야 하죠. 메뉴얼이 조금 간지럽고 오그라드는게 없지않아 있지만 말이죠.

 

자, 라마르조코 스트라다 EP입니다. 검은색 무광의 스트라다는 마치 잘생긴 스포츠카를 연상시킵니다.

모모스와 제이스퀘어에 이어 스트라다 EP를 쓰는 가게 세번째로 발견. 과연 이들이 EP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궁금해집니다. 

 

그라인더의 구성은 메져&콤팍의 구성입니다. 콤팍 전시장이라 할만큼 다양한 라인의 콤팍이 있더군요.  머신은 스트라다 EP1대, 리네아 2대가 있구요. 후덜덜한 라인업입니다.

 

개인적으로 리네아에서 추출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이날은 교육 때문인지, 정비 때문인지 리네아 추출은 안하더군요.

 

리네아 얖에 있는 콤팍과 메져 자동그라인더.

 

심플커피? 네. 주문한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이해가 됐습니다.

 

심플한 맛의 카푸치노입니다. 농도 진한 카푸치노를 마시고싶어 일부러 4oz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를 시켰지만 여전히 맹맹한 감은 있습니다. 모모스나 제이스퀘어의 EP 추출보단 맘에 들었지만 그래도 아쉬운감이 남는 카푸치노였습니다. 맛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느낌입니다. 말그대로 주이시한 네로주이시네요. 아프리코트, 자몽, 시트러스의 향미가 느껴졌습니다.

 

FM에스프레소와 어웨이크의 카푸치노를 제외하곤 심심한 느낌이 든 이 카푸치노에 대해 마지막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진한 맛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를 위한 선택인가, 아님 트렌드인가 아님 실수인가. 카페에서 받은 인상에 비해 강렬하지 않은 커피맛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아쉬운 맘에 네로블렌드와 니카라과 COE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맛봅니다. 긴 머리의 통통한 여직원이 이번엔 저를 전담합니다. 커피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주면서 추출을 해줍니다. 설명도 좋았고, 주문한 에스프레소 두 잔도 맛있었습니다. 니카라과 COE는 강렬한 맛이었습니다. 산뜻하고 화사했습니다. 체리나 사과의 신맛 라임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1위 커피답게 깔끔하고 당돌한 신맛을 자랑합니다.

 

커피를 3잔 정도 마셨으니 이제 카페 탐방. 슬그머니 로스팅룸으로 접근합니다.

 

여기도 스페셜, 저기도 스페셜. 스페셜티를 한다고 광고합니다. 숨기지 않죠.

 

화려한 원두 패키지 옆에는 자세한 테이스팅 노트와 설명이 있습니다.

 

이렇게. 원두의 향도 맡을수 있네요.

 

네로 주이시는 빨간색으로.

 

자, 2층의 커피바가 앉아서 마시고 가는 손님들을 위한곳이었다면 아래층의 바는 테이크아웃 전용바입니다. 가격이 좀 더 저렴합니다.

 

리네아와 콤팍 셋팅

 

여기도 더치커피를 판매합니다. 종류별로, 공장처럼 커피를 뽑아냅니다.

 

시음도 할 수 있구요.

 

시식코너인데 설명도 해주고 그런가봅니다.

 

멀리 보이는 기센 로스터.

 

샘플로스터로 쓰이는것 같은 프로바티노가 보입니다.

 

 

생두창고. 다 보여줍니다. 볼테면 봐라. 이런 느낌이죠.

 

랩에는 GS/3와 콤팍 수동 그라인더가 있네요. 여러모로 실험 추출을 해보기 좋은 세팅이죠.

 

커피용품 판매도 공장처럼. 다양한 용품들을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커피공장이었습니다.

 

부산의 커피열기는 대단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샵에 이렇게 손님이 많이 몰려드는건 고무적인 일이죠. 이런 카페들은 질 좋은 커피를 대중화하고 소비자의 입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알게되고 자신만의 기준도 생깁니다. 좋은 커피를 분별할줄 아는 현명한 소비자들은 좋은 카페를 선택하게 되죠. 그리고 적극적인 소비를 합니다. 이렇게 이뤄지는 부산의 선순환 구조는 부산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무한한 성장을 예고합니다.

 

몇 잔의 아쉬운 카푸치노가 있었지만 제가 방문했던 카페들의 커피는 모두 수준급이었습니다. 사장들의 운영철학도 분명한 느낌이 들었구요. 커피의 맛과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장단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자극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부산이 서울을 따라간다고 말 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산은 이미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고 오히려 서울의 카페들까지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부산에 들르실 일이 있다면 꼭 이 카페들을 가보시길 바랍니다.

 

  • 커피공장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2호선 서면역에서 하차. 2번출구로 나와 탐앤탐스 골목에서 좌회전. 삼거리에서 우회전 직진후 우측을 바라보면 커피공장을 만날 수 있다.
  • 서면점, 부산 진구 부전동 168-151, 051-944-4952, 연중 무휴 오전 10시-오후 11시, 금요일 토요일은 12시 마감
  • 남포점, 부산 중구 창선동 168-151, 051-245-4952, 오전 11시, 오후 11시
  • http://www.coffeegongjang.com

카페 베이루트 커피 견문록에서 소개한 다섯 곳의 부산 카페를 간편 요약했습니다. 부산을 여행하시거나, 여행계획이 있거나 부산에 살면서 커피 한 번 마셔보지 않았다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하는 글입니다.

 

모모스 

 

http://beirut.tistory.com/254

  • 카페 모모스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2번출구. 나오면 바로 모모스를 만날 수 있다.
  • 부산 광역시 금정구 부곡4동 873-98 , 051-512-7034
  • 홈페이지 http://www.momos.co.kr/
  • 휴무 없음, 오전 8시 - 오후 11시 30분

 

 

FM Coffee House

 

 http://beirut.tistory.com/256

  • FM COFFEE HOUSE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전포역 7번출구. 나와서 보이는 큰 골목으로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FM COFFEE HOUSE가 있다.

  • 부산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685-11, 051-803-0926

  • 휴무 없음, 오전11시 - 오후11시

  • FM COFFEE HOUSE를 소개해주신 서리님 블로그의 글
        http://blog.naver.com/indend007/80159526079

 

COFFEE AWAKE

 

http://beirut.tistory.com/257

  • Coffee Awake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산대역 1번출구를 나와 보이는 골목으로 직진. 막다른 골목에서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커피어웨이크를 만날 수 있다. 부산대 정문에서 찾아간다면 역시 부산대 정문을 바라보고 좌회전을 해서 계속 걸어가면 된다.
  • 부산 금정구 장전동 425-2, 051-517-5721
  • 매 달 마지막주 일요일 휴뮤, 오전 10시- 오후 10시 영업, 오후 2시-3시 브레이크 타임
  • http://www.facebook.com/specialtycoffeeawake

 

 

커피가 사랑한 남자

 

http://beirut.tistory.com/257

  • 커피가사랑한남자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산대역 3번출구를 나와 우회전. 다리가 나오면 좌회전, 부산대학교 사거리에 가지 전 마지막 골목으로 우회전. 왼편을 바라보면 커피가 사랑한 남자를 만날 수 있다.
  • 부산 금정구 장전3동 416-12, 051-703-1004
  • 휴무 없음, 오전 9시-오후 11시. 

 

 

커피 공장

 

http://beirut.tistory.com/259

  • 커피공장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2호선 서면역에서 하차. 2번출구로 나와 탐앤탐스 골목에서 좌회전. 삼거리에서 우회전 직진후 우측을 바라보면 커피공장을 만날 수 있다.
  • 서면점, 부산 진구 부전동 168-151, 051-944-4952, 연중 무휴 오전 10시-오후 11시, 금요일 토요일은 12시 마감
  • 남포점, 부산 중구 창선동 168-151, 051-245-4952, 오전 11시, 오후 11시
  • http://www.coffeegongjang.com

 

올림피아 커피 로스터즈 Olympia Coffee Roasting, 파나마(Panama Duncan Estate)

 

 

 

소속된 커피 모임에서 주문한 올림피아 커피 로스터즈의 커피들입니다.

2012년을 마무리하면서 미국의 커피 잡지 로스트에서는 두 곳의 로스터를 선정했습니다. 바로 김미커피(Gimme! Coffee)와 이곳 올림피아 커피 로스터즈입니다. 로스터 애독자인 저희들에게 이 기사는 두 로스터의 커피 구매를 재촉했죠(우선 선택한 것은 올림피아 커피. 김미커피가 해외배송이 제한되어있는것 같아 우선은 뒤로 미뤘습니다). 구매 품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프레소 빅 프럭 블렌딩 그리고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파나마,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블렌딩은 에스프레소를 뽑아 함께 테이스팅을 했고 나머지 원두들은 커핑만 했습니다. 15일이 지났고 배송기간동안의 변질이 있었지만, 전부 훌륭한 클린컵을 자랑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원두는 이 중에서도 제가 구매한 파나마입니다. Duncan Estate 지역의  커피입니다. Boquete라는 화산 지역에서 재배됐구요. 워시드 프로세싱을 거칩니다. 올림피아 커피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최대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프로세싱을 지향하는 프로세싱을 한다고 소개가 됐습니다. 1파운드의 생두를 프로세싱하는데 1리터의 물을 사용하고, 공정과정에서 남은 물은 비료로 쓰인다는 소개가 돼 있습니다. 공정무역을 통해 거래된 오가닉 커피입니다. 테이스팅 노트를 찾아보니 Honeysuckle, Asain Pear, Apple, Caramel 등등이 있었습니다.

 

 

올림피아 커피 로스터즈 Olympia Coffee Roasting,

파나마(Panama Duncan Estate) 테이스팅 노트

 

올림피아 커피 로스터 올리버 스톰섀크는 디드릭 IR-12로 콩을 볶습니다. 파나마의 배전도는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원두가 오래됐지만, 커핑을 해봤을때도 상태가 나쁘지 않아 클레버와 드립 추출을 시도해봅니다. 클레버 추출은 드립보다 좀더 굵은 굵기로 그라인딩/30g/93도/300ml/3분의 추출을 합니다. 첫모금의 깊은 바닐라향이 인상적입니다. 토피넛의 향기도 올라옵니다. 식을수록 신맛은 강해지더군요. 뻥튀기의 맛과 꽃향 끝에 나오는 바나나의 향미는 구매한 원두에 적혀있는 테이스팅 노트와 일치합니다. 식은뒤에 약간의 로부스타 맛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거부감이드는 정도는 아닙니다.

다시 드립으로 추출해봅니다. 드립굵기에/25g/92도/250ml/2분의 추출을 합니다. 클레버추출보다는 향미가 강합니다. 덕분에 끝에 느껴졌던 로부스타의 맛은 줄어들었습니다. 역시 깊은 바나나의 맛이 느껴집니다. 강냉이나 뻥튀기에서 나는 단맛이 재미있구요. 오래된 원두지만 맛있습니다. 신선했을때 내린 커피는 얼마나 더 클린컵이 향미가 풍부했을지 궁금하네요.

 

 

올림피아 커피의 강점은 포장에도 있습니다. 고풍스럽고 커피맛을 잘 표현해낸 디자인은 먹기도전에 이곳의 커피에 반하게 합니다. 포장에 붙어있는 테이스팅 노트는 정확합니다. 테이스팅 노트가 아예 없거나, 써놓아도 형식적인 로스팅샵들과 비교됩니다. 겉표지를 들어올리면 뒷면에는 좀 더 상세한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커피가 재배된 지역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프로세서, 지역, 품종, 프로세싱이 나와있습니다. 마시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정확한 설명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부분은 분명 칭찬할만 합니다.

 

왜 잡지 로스트에서 베스트 로스터로 선정했는지 알만큼 훌륭한 커피였습니다. 파나마 이외에도 빅트럭 에스프레소와 다른 싱글오리진도 훌륭한 맛과 향미를 자랑했습니다. 특히 디카페인은 어디서 맛보았던 디카페인보다도 강한 산도와 향미를 자랑했구요. 한 모금에도 정말 품질좋은 생두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던 점도 인상깊었습니다. 생두 구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배송비는 20불정도 들었습니다. 소요시간은 약 2주가 걸렸구요. 파나마는 340그램(12온즈)에 2만원(18.95달러)정도하니 두 세봉만 주문해서 먹어도 그리 비싼편은 아니라고 봅니다.

 

올림피아 커피 로스터즈 Olympia Coffee Roasting 원두 구매방법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

http://www.olympiacoffee.com/

구매대행을 하지 않아도 주문이 어렵지 않습니다.

 

소설을 쓰는 일은 자신의 직업이고, 수필을 쓰는건 취미생활이라고 밝힌 하루키는 종종 자신의 글을 모아 책을 펴내곤 합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먼 북소리'는 '상실의 시대'를 쓸 때 즈음 유럽에서 썼던 글을 엮어낸 책입니다. 이런 수필들은 일이라는 의무감을 없이 손 가는대로 쓴 글이다보니 하루키의 개성과 색채가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수필이나 습작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위스키 성지여행'이란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한 하루키의 여행기입니다. 위스키에 대해 글을 쓸 일이 있어 아일랜드에 놀러갔다가 적어둔 글입니다. 이 책의 첫장은 바로 이렇게 시작합니다. 여행의 중심테마, 엄청난 양의 양과 팬케이크 그리고 와인. 저의 부산 여행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인생관의 변화가 생길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양의 커피를 뱃속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여행 두번째 날, 저는 제이스퀘어, 어웨이크, 커피가사랑한남자 이렇게 총 3곳을 방문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10잔 넘는 커피를 마셨고, 마지막에 방문한 커피가 사랑한 남자에서는 과도한 카페인 섭취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가장 정신이 맑았을 때 방문한 커피 어웨이크에선 부산에서의 첫 플렛화이트를 마주했습니다. 제이스퀘어에서의 맹한 카푸치노를 먹었던 덕인지, 어웨이크의 진한 플렛화이트 한 잔은 깊고 강렬했습니다. 덕분에 가장 오랜시간 앉아 있기도 했구요.

 

 커피어웨이크는 부산대 정문을 바라보고 좌측 골목으로 직진하다보면 나옵니다. 어웨이크로 오는길엔 1500원에 커피를 파는 가게가 12곳이 있었습니다. 자, 그 많은 카페들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그곳에서 파는 커피보다 3배나 비싼 커피를 마시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작은 매장 안에는 바가 1/3정도를 차지합니다. 들어서자마자 라마르조코의 스테디셀러 리네아가 보이는군요. 최근에 새로운 버전의 리네아가 출시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몇곳에서 정식공개를 앞두고 공개(혹은 유출)된 사진을 봤습니다. 디자인은 클래시컬한 리네아의 멋을 한껏 살렸더군요. 어떤 하드웨어를 가지고 나올지 모르겠지만 기대가 됩니다. 

 

그라인더는 말코닉입니다. K30 Twin이네요. 두 종류의 에스프레소를 판매하는 어웨이크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머신인것 같네요. 전날, 모모스의 직원께서 맛있다고 추천해주신 시즈널 블렌드 에스프시보와 테일러커피와의 콜라보레이션 블렌드 브리즈가 각각 통에 담겨있습니다.

 

리네아는 3그룹, 보일러의 안정성을 위한 선택이겠죠. 말코닉 K30의 앞부분입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콤팍 R시리즈네요. 정확한 모델명은 잘 모르겠습니다. 

 

브루잉스텐드에있는 클레버와 V60.  

 

정수기는 에바퓨어. 제가 다녀온 카페들 중에선 가장 소박한(?) 세팅입니다. 부산 스페셜티 카페들, 정말 무섭습니다.

 

자 기계 구경은 여기까지. 메뉴판을 봅니다.

플렛화이트와 드립커피를 주문합니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가 있었고 과테말라를 택했습니다. 온두라스는 볶은지 몇시간이 안돼 판매하기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쉬운 마음에 온두라스는 원두로 구매를 했습니다.

 

어웨이크는 커피 콘하스와 비슷하게 '편집샵'의 형태를 띕니다. 다양한 로스터의 원두를 가져와 판매를 하는 시스템이죠. 콘하스와 다른점이 있다면 커피 어웨이크에서는 약간의 커스텀과정입니다. 즉, 원두를 다른 로스터에게 주문하되, 투입온도나 배출 시간 그리고 블렌딩 비율 등을 따로 요구합니다. 덕분에 로스팅된 커피는 어웨이크의 이름을 따서 판매될 수 있는거죠. 좋은 생두를 가진 실력있는 로스터가 밑바탕이 되고 여기에 자기만의 개성을 살려 커피를 만들어낼수 있다는 점은 분명 어웨이크만이 가진 강점입니다.

 

이리저리 구경하는 사이 나온 플렛화이트.

전반적으로 벨런스가 좋고 안정적인 맛입니다. 전날 모모스에서 그리고 여기에 오기전에 들렀던 제이스퀘어에서 마셨던 카푸치노보다 훨씬 개성있고 강렬한 맛을 가졌습니다. 사실 여기에 오기까진 부산의 카푸치노에 대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종종 사용하는 표현인데, '솔의 눈' 맛이 느껴졌습니다. 고소한 땅콩버터의 느낌도 났구요. 스팀이 잘되서 거품도 단단하고 고소했습니다. 에프터도 좋았구요.

저는 딱 이정도. 이정도의 카푸치노나 플렛화이트가 좋습니다. 

 

복잡 다단한 맛의 과테말라였습니다. 숙성된 맥아의 향은 마치 위스키를 마시는 느낌을 줬습니다. 알싸한 단맛도 인상깊었구요.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줬습니다.

 

그리고 이래저래 맛보게 된 다른 브루잉 커피들. 맛있었습니다. 

 

더치커피는 여기에서도 판매합니다. 그러고보니 방문한 카페중에 더치커피를 판매 안하는 곳이 없네요. 더치커피와 더불어 3시간마다 교체되는 블렌드 시음도 눈에 띕니다.  

 

어웨이크에서 제공하는 싱글리스트는 어웨이크에 커피를 볶아주는 로스터들이 들여오는 생두 목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매장에서 이렇게 다양한 원두를 맛볼수 있습니다. 

 

더치커피 주문은 이렇게. 

 

 

커피 전문점에도 휴식시간이 있는 점이 독특합니다. 영업시간 이외에 매일 오후 2시-3시에는 문을 닫습니다. 매장에서 점심을 먹으면 커피를 내리는데 방해가 되죠. 그 이유 말고도 로스팅을 맡긴 샵을 방문하여 원두를 주문하고 가져오는 일, 주문받은 원두를 배송하는 일을 하는 시간입니다. 방문계획이 있으신분들은 참고하시길.

 

 

 방문한 1월 22일을 기준으로 판매가능한 원두들입니다.

 

대학가라 저렴한 밥집이 많죠. 매장 앞에선 커피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밥상을 차려줍니다.

편집샵답게 다양한 카페들의 원두가 보입니다. 보통과 테일러커피 리브레와 라디오, 알레그리아 봉투들이 눈에 띕니다.  

 

COE를 취급하는 어웨이크. 

 

 

 

자, 커피 어웨이크에서 몇 잔의 커피를 더 마시고 어웨이크가 로스팅을 부탁하고 있는 가게를 방문합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커피가 사랑한 남자입니다. 이미 오전부터 커피를 많이 마셔서 걱정이 됐습니다만, 다음날 일정으로는 부산대앞을 다시 올 수 없었기에 무리를 해서 커피가 사랑한 남자로 향합니다. 

 

1층엔 바와 로스팅실, 2층엔 테이블이 있습니다. 

 

스페셜티를 취급합니다. 메뉴 주문에 있어서 특이점은, 다양한 블렌딩을 시음하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를수 있다는 점입니다.  

 

 

 밀크스타 카푸치노와 다른종류의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킵니다. 바닐라와 벨벳향이 강하지 않게,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달달하지만 역시 우유의 맛이 강합니다. 어찌보면 이렇게 카푸치노를 내는것이 부산의 스타일인것 같습니다. 아메리카노도 마셔봤지만 이미 많은 잔을 마신터라 평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들이 좋았습니다. 스페셜티를 하는 카페들의 특징입니다. 생두가 워낙 좋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커피에 힘이 있죠. 마셔보시면 느낄수 있습니다.

 

프로밧 로스터. 그러니까 어웨이크에서는 프로밧 로스터와 테일러커피의 기센을 사용하는 셈이 되는군요.

 

로스팅실 한켠에 있는 디브이디 두편. WBC도쿄와 블랙골드입니다. 블랙골드는 개인적으로 커피 관련 다큐중에서는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상입니다. 커피 거래 전반 그리고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은 보시면 참고가 많이 될겁니다. 학교 다닐때 이 다큐멘터리를 소재로 커피와 공정무역 관련된 발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GB/5

 

말코닉 그라인더와 메져 로버가 라마르조코를 돕고 있습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말코닉.  

 

브루잉 커피는 주문하면 드립, 클레버, 에어로프레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을 해줍니다.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들이 서울에서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부산항으로 들여오는 생두들이 바로 들어오는 탓일까요. 좋은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부산사람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세 종의 에스프레소는 주문 전 시음용으로 사용됩니다. 맘에드는 블렌드를 선택하면 그걸로 커피를 내려주죠. 

 

 

다양한 커피용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본의아니게 포스팅이 길어졌습니다. 간단하게 매장정보를 말씀드리자면,

 

 

  • Coffee Awake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산대역 1번출구를 나와 보이는 골목으로 직진. 막다른 골목에서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커피어웨이크를 만날 수 있다. 부산대 정문에서 찾아간다면 역시 부산대 정문을 바라보고 좌회전을 해서 계속 걸어가면 된다.
  • 부산 금정구 장전동 425-2, 051-517-5721
  • 매 달 마지막주 일요일 휴뮤, 오전 10시- 오후 10시 영업, 오후 2시-3시 브레이크 타임
  • http://www.facebook.com/specialtycoffeeawake

 

  • 커피가사랑한남자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산대역 3번출구를 나와 우회전. 다리가 나오면 좌회전, 부산대학교 사거리에 가지 전 마지막 골목으로 우회전. 왼편을 바라보면 커피가 사랑한 남자를 만날 수 있다.
  • 부산 금정구 장전3동 416-12, 051-703-1004
  • 휴무 없음, 오전 9시-오후 11시. 

'부산에 카페투어 다녀왔습니다' 하면 지인들은 가장 먼저 이 질문을 합니다.

'그래, 어떤 카페가 맛있었어?'

 

매일 2-3군데의 카페를 갔고, 흥분에 휩싸여 마신 커피들이기에 정신이 없었던건 사실입니다. 커피의 맛을 느끼는건 취향의 문제기 때문에 순위를 매기기도 모호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상깊었던 카페를 지목하라면 전 FM 커피하우스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FM Coffee House는 서면 카페거리 외곽에 위치해있습니다. 골목 끝 조용한 FM 커피하우스에 도착했을땐, 평일 낮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어렵게 찾아간 카페였기에 더욱 기대가 큽니다.

 

이 카페는 블로거 서리님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F.M. COFFEE를 가보라는 말에 검색, 사직동의 FM Espresso를 찾았습니다. 몇 일 전부터 그 근처 맛집까지 수소문해서 루트를 짜기도 했죠. 그런데 이게 왠걸, FM 에스프레소는 어딜 둘러봐도 커피를 시키고 싶은 분위기가 아닙니다. 분명 잘못왔구나 싶어 다시 검색. 서면에 FM Coffee House가 있는걸 발견합니다. 어이쿠. 결국 사직동에선 해물탕만 배불리 먹었습니다.

 

각설하고,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기대하며 FM Coffee House로 들어갑니다.

 

우선 메뉴를 봅니다. 일반 에스프레소 메뉴와 스페셜티 에스프레소 메뉴를 구분해 판매하는게 눈에 띕니다. 가격차이는 500원 정도. 망설임 없이 마이크로랏 엘살바도르 엘 아르코를 시킵니다. 카푸치노로 말이죠.

 

카푸치노의 다음잔으로 에스프레소를 맛보기 위해 메뉴판을 살펴봅니다. FM 커피하우스 블렌드에 대한 설명입니다. 아래 작은 메뉴판엔 스페셜티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습니다. 상세한 프로파일이 인상적입니다. 

 

FM 커피하우스에서 가장 눈이갔던 부분입니다. 로버 자동 1대, 콤팍 수동 3대, 안핌 티타늄 2대가 각각 다른 에스프레소용 원두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그라인더인 안핌 티타늄으로는 FM 블렌드를, 섬세한 눈금 조절이 가능한 코니컬 그라인더로는 스페셜티 원두를 담아두셨습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FB/80 입니다. 모모스, 제이스퀘어, 커피 공장에서 스트라다 EP를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FB/80은 EP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추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추출하는 과정에서 예민하게 조작을 해야하는 EP는 누가 뽑느냐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죠.

이것 역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전 디자인측면에서도 FB/80을 좋아하는편입니다.

 

로스터는 기센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지난 포스팅 참조. 스티머스, 테일러커피,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그러고보니 머신이나 로스터나 안핌그라인더까지. 모두 신사동에 있는 스티머스 커피하우스와 같은 세팅입니다. 두 카페를 비교해보는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것 같네요 :)

 

화려한 세팅에 눈이 멀어 잠시 정신을 잃습니다. 그 사이 주문한 카푸치노가 나왔네요. 

단단하고 고소하게 잘 스팀된 우유가 나왔습니다. 와인향이 강하고 밀크초콜렛이 생각나는 첫모금이었습니다. 은은하게 지속되는 카카오향과 달콤하고 강렬한 포도맛도 인상적이었구요. 장미의 아로마가 느껴져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가장 좋았던건, 그동안 밍밍한 카푸치노만 내주었던 부산 카페들 사이에서 제 맘에 드는 카푸치노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좋은 생두 탓도 있겠지만 로스팅 포인트도 잘 잡은것 같았습니다. 찰진 농도, 맛과 향을 가진 이 한 잔은 부산에서 마신 가장 인상깊은 카푸치노로 등극합니다. 

 

카푸치노의 기대에 힘입어 주문한 에스프레소. FM다크입니다.

약간의 탄맛이느껴졌지만, 강배전의 특성으로 생각하고 넘길만큼 나쁘지는 않습니다. 짭쪼름 한 맛이었습니다. 다크초콜렛과 볶은 견과류의 향미, 오일리한 바디는 우유와 섞었을때도 무너지지 않는 맛있는 커피 한 잔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궁금한 부분입니다. 어찌 스페셜티 원두와 일반 원두의 가격이 동일한지.

스페셜티를 밑지고 판매하는 걸까요, 일반 커피도 스페셜티 못지않게 맛있음을 자랑하는 걸까요.

원두를 사고싶었지만 전날 지른 어웨이크의 원두 때문에 한번 꾸욱 참습니다. 전화 주문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짜는 23일. 볶은지 1주일이 지난 커피는 20-30%를 할인합니다. 더 지난 커피는 아예 팔지 않더군요. 좋은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헤비드링커들에겐 1주일정도 된 원두를 저렴하게 사서 빨리 먹는게 더 좋을수도 있기 때문이죠.  

 

부산 어느 카페나 가도 발견할 수 있는 더치커피. 그리고 더치커피 시음대.

어딜가나 있는 더치들 그리고 샵에서 판매하는 모든 원두를 더치로 판매하는 부산 카페들이 정책이 궁금합니다. 둘 중 하나겠죠. 그만큼 더치 소비층이 많다거나, 숙성이 필요한 더치용 원두를 미처 판매하지 못한 원두에서 조달하거나. 제 추측입니다.

 

궁금해서 사장님께 물어보니 FM COFFEE 하우스에선 더치용을 따로 준비한다고합니다. 다른곳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부산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더치커피는 '와인병'에 담겨져 판매됩니다. 고급화 전략일까요. 

 

스페셜티도 더치로 판매합니다. 가격차이가 조금나지만,  깊은 맛과 향을 즐기시고 싶다면 스페셜티를 추천합니다. 

 

FM만의 독특한 더치 툴.  

 

멀리 보이는 원두 팩들이 인상적입니다. 인텔리젠시아 블랙켓 블렌드부터 스퀘어마일, 스텀타운, 리브레 등. 세계의 원두가 다 모여있습니다. 유명한 다른 샵들의 커피를 맛보는것도 바리스타가 해야할 일중에 하나죠.

언니네 이발관의 출발은 헤비리스너 이석원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 음반소개를 할만큼 많은 음악을 들었던 이석원 덕분에 언니네이발관은 '비둘기는 하늘의 쥐'라는 명반을 만들어냅니다.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마실수록, 더 잘 알게되는거죠. 

 

선반에는 다양한 커피 용품들이. 

 

융드립에 대한 소개입니다. 한동안 저도 융드립만 했던적이 있었죠. 매력있는 추출도구입니다 :)

 

여기서 주목해야할건 발로나 초코드링크. 

 

산들다헌과 같은 초콜렛을 씁니다. 깊은 카카오의 향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는군요.

핫초코도 추천하는 메뉴입니다 :) 

 

서면 카페거리에 들르실거라면, FM 커피하우스는 잊지말고 가보시길 바랍니다.

 

  • FM COFFEE HOUSE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전포역 7번출구. 나와서 보이는 큰 골목으로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FM COFFEE HOUSE가 있다.
  • 부산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685-11, 051-803-0926
  • 휴무 없음, 오전11시 - 오후11시
  • FM COFFEE HOUSE를 소개해주신 서리님 블로그의 글
        http://blog.naver.com/indend007/80159526079
  •  

    뱀발.

     

    몇몇 사람들이 꼭! 가보라던 프롬나드. FM 근처에 있어서 가보았지만

     

     

    덕분에 빠니니 식당에 들렀습니다. 트위터로 나무사이로 사장님이 얘기해주신 곳.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도 찍고 빠니니도 먹어봅니다.

     

    FM 커피(혹은 프롬나드의 커피)와의 마리아주는, 말 할 필요도 없겠죠. 회 사진에 이어 깊은 여운의 빠니니 사진 남깁니다. 깊은 치즈향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커피 어웨이크, 온두라스 2012 내셔널 위너(Honduras El Manantial Subirana)

     

     

    커피 어웨이크는 콘하스와 비슷한 편집샵의 형태를 띕니다. 콘하스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웨이크는 원두 로스팅을 주문하면서 어웨이크만의 프로파일을 요청한다는 점이죠. 생두와, 로스터, 로스팅기에는 제한이 있지만 그 밖의 변수들은 어웨이크의 주인장이 직접 주문을 합니다. 가령 투입온도나 배전도 등이 그렇습니다. 이 밖에도 어웨이크는 다른 로스터리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블렌딩을 만드는 작업도 합니다. 그 작업에 참여하는 대표적인 로스터로는 서울에 있는 '테일러커피'와 부산에 있는 '커피가 사랑한 남자'입니다.

     

    오늘 소개할 커피어웨이크의 원두는 부산에 위치한 커피가 사랑한 남자에서 로스팅을한 온두라스 2012 네셔널 위너입니다. '커피가 사랑한 남자'에선 프로밧 로스터를 쓰고있습니다. 2012 온두라스 내셔널 위너는 지난해 커피리브레에서 수입해 인기를 끌었던 생두죠. 내셔널 위너는 COE출품에 성공하지 못한 원두들 중에서 가장 평가가 좋은 커피입니다. 비록 COE 등수에 들지는 못했지만, 그 품질만큼은 보증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낮은 등수를 차지한 COE나 각 지역의 내셔널 위너가 종종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건 이 때문입니다.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실수. 아무리 실력인는 커퍼(Cupper)들이 평가한다 한들, 항상 공정할순 없는법입니다. 종종 그들이 놓친 좋은 생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가 됩니다. 다시 들여와 샘플로스팅을 하고 커핑을 하면 COE에서도 충분이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는 평기를 받기도 하죠.

     

    2012 온두라스 내셔널위너는 Intibuca지역에 위치한 El Manantial Subirana 농장에서 재배됐습니다. 품종은 Catuai입니다. 그 밖의 세세한 정보는 찾기가 힘들더군요.

     

     

     

    커피 어웨이크, 온두라스 2012 내셔널 위너 테이스팅 노트

    약배전된 원두에선 강한 베리향이 풍겨져나옵니다. 온두라스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품종입니다. 그 깊은맛을 여과없이 느껴보고자 프렌치 프레스 추출을 선택합니다. 약배전의 특성상 낮은 온도로 추출할수는 없죠. 프렌치 프레스 굵기로 그라인딩/20g/95도/220ml/3분의 추출을 해봅니다. 프렌치프레스의 이상적인 추출시간이 4분이기때문에 짧게 추출하는대신 많이 휘저어주기로 합니다. 은은하면서도 필요한 요소들은 다 뽑일수 있도록 주문을 외워봅니다.

     

    발효된 우유에서 나는 신맛이 치고 올라오면서 단맛이 스르르 느껴집니다. 요구르트, 솔의 눈이라 표현하면 적당할까요. 그런 느낌들이 나는군요. 천천히 다시 입안에서 커피를 굴려봅니다. 망고의 닷맛과 껍찔채 들어간 오렌지 주스의 느낌이 납니다. 피스타치오가 가장 정확한 테이스팅노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딱히 프렌치프레스가 이상적이라 생각해서 추출을 한 건 아닙니다. 하리오 드리퍼로 추출하거나 에어로프레스에 종이필터를 사용해 추출해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상큼한 느낌이 가득한 온두라스였습니다. 지난해 커피 리브레에서도 이 원두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강한 인상을 남겨주는 이 생두가 아직도 리브레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은 어렵지 않게 구할수 있을것 같단 생각도 듭니다.

     

    편집샵에서 판매하는 원두는 처음입니다. 숙련된 로스터를 통해 안정적인 로스팅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개성까지 발휘한 어웨이크의 원두.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원두들을 탄생시킬지 궁금해집니다.

     

    커피 어웨이크 원두 구매방법

     

    페이스북 페이지 http://www.facebook.com/specialtycoffeeawake

    전화 051.517.5721 / 트위터

    주소 부산 금정구 장전동 425-2

     

     

     

    늦은 저녁,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찾은 곳은 모모스였습니다.

    부산=모모스라고 생각할 정도로 부산 스페셜티 카페에서 모모스가 차지하는 의미는 큽니다. 지난 2012년 카페쇼에서 리브레와 모모스의 부스에 쉴세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모모스는 카페쇼, 윈도 베이커리 등의 다양한 행사 참여 및 원두 공급으로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해드렸던 콘하스에서도 모모스의 초콜렛 프로젝트를 에스프레소 메인 메뉴로 올려놓았죠.

     

    여러 의미에서 부산 카페여행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듯 곳이기도 해서, 저는 한달음에 온천장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모모스는 온천장역으로 들어서는 열차에서 보일정도로 역과 가까운곳에 있었습니다. 오뎅과 회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모모스에 들어섭니다.

     

     

    원래는 보신탕집이었다는 모모스. 오른편에 보이는 4평 남짓의 작은 테이크아웃 가게가 모모스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맛있는 커피로 부산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모아 부모님의 보신탕집까지 카페로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로서 모모스는 게슈탈트 전환(?)에 성공합니다. 보신탕 입맛의 사람들도 모모스의 커피에 반하게 된, 온천장역의 역사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커피 주문에 나섭니다. 카푸치노와 브루잉으로 니카라과 COE를 선택합니다. 아, 여기서 사소한 오해(?)가 발생합니다. 직원분께서 카푸치노는 두 종류가 있다고 설명을 하더군요.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간 카푸치노와 우유와 커피가 어우러진 카푸치노가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순간 저는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탈리안 카푸치노를 마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분은 주문을 접수. 다음 장면에서 저는 놀라게 됩니다.

      

     

    거품이 풍성한(?)카푸치노. 앗, 내가 시키려던건 이게 아닌데.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니 이게 유러피안 스타일이라서, 이탈리안 카푸치노라 주문하셨길래 이 카푸치노로 주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러피안? 이탈리안? 찾아봤지만 정의가 모호하더군요. 결국 드라이(dry)카푸치노 와 웻웻(Wet)카푸치노로 서로의 오해를 풉니다. 앞으로 소개할 카페에서도 드라이와 웻을 분명히 구분해 파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가게마다 설명하는 스타일은 달랐지만 두 종류의 카푸치노를 판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 때문인지, 카푸치노는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코코아 맛은 좋았지만 우유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커피는 밍밍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니카라과 COE는 에어로프레스로 뽑아주더군요. 추출방식 또한 선택이 가능했던것 같은데 그냥 내려주셨습니다.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으니 그렇게 내려주셨겠죠. 스타일리쉬 한 맛이었습니다. 짧은시간에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해낸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바디감도 괜찮았고 신맛과 어우러진 과실향이 좋았습니다. 산뜻한 목넘김또한 인상적이었구요. 드립으로 내렸으면 더 풍부한 향미를 즐길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결국, 아쉬운 마음에 몇 잔의 커피를 더 주문합니다. 앞서 주문한 드라이 카푸치노가 특성상 연했던것 같아 웻카푸치노로 다시 주문. 이번에는 하리오 드립으로 청화 블렌드를 요청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이날 상태가 좋다는 봉봉으로 주문했습니다.

    카푸치노는 여전히 밍밍합니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건망고나 자몽의 맛이 좋았지만 아쉬운감은 여전했습니다. 이어서 마셔본 에스프레소 역시 조금 밍밍한 맛이 들었습니다. 머금었을때의 풍부한 향미는 흡사 하루야채를 마시는것과 같이 달달하고 좋았습니다만, 여전히 끝에 느껴지는 밍밍한 물맛이 아쉬웠습니다.

    블렌드는 마신 컵들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혀끝에 남는 달달함이며, 중후한 바디감, 사탕수수나 포도에서 느껴지는 단맛 그리고 약간의 씁슬함까지. 상큼하고 다양한 맛을 보여주는 멋진 1월의 블렌드였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말코닉 그라인더와 메져 그라인더 그리고 그 옆에 라마르조코 스트라다 EP가 보입니다. 스트라다는 흔이 볼 수 있는 머신이 아닙니다. 압력을 12바까지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저 머신은 주로 랩에서 쓰이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 스트라다를 만난게 몇 년 전에 카페쇼 모모스 부스였던 기억이 나더군요.

    모모스 이외에도 제이스퀘어, 커피공장이 스트라다로EP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모델을 제쳐두고 세 카페가 스트라다를 선택한것은 참 인상적이네요.

     

     로스터는 프로밧입니다.

     

     멀리 뒤로 보이는 소형 로스터가 프로바티노, 안핌과 디팅 그라인더 그리고 라마르조꼬 GS3가 로스팅실에서 테스팅용으로 사용되는것 같습니다. 로스팅룸만 따로 떼어다가 카페를 만들어도 될 만큼 훌륭한 세팅이네요.

     

     좀 어둡게 나온 브루잉 스텐드. 좌측 구석에 보이는 이와키 더치드립툴이 인상적입니다. 추출이 불안정하기로 유명한, 가정용 더치툴입니다. 홍보용으로 쓰이고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에서의 또다른 인상적인 장면. 더치커피를, 그것도 다양한 원두를 사용해서 추출하고 판매한다는 부분입니다. 서울에서도 더치커피는 이제 흔하게 만나볼 수 있지만, 이런식으로 더치커피를 하는 카페들이 많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네요. 더치커피를 위한 로스팅은 따로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만큼 수요가 있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삼 부산의 커피열기를 느낄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최고의 맛을 자랑한 모모스 베이커리. 추천합니다. 꼭 드셔보시길 :) 

     

    본 매장이 조금 시끄럽다면 뒷편에 조용한 공간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2층과 생두창고 옆의 공간 등, 넓고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모모스입니다. 

     

    모모스의 화려한 활동내역. 사진 속에는 아는 얼굴도 보이네요. 

     

    네, 모모스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합니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제가 도착했을땐 취미반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기구를 활용한 추출을 교육하고 있더군요.  

     

    부산 스페셜티 생두 낙찰의 선두주자는 모모스입니다. 좋은 생두를 들여오기위해서 애쓰고 이를 아낌없이 나눠서 스페셜티 카페간의 유대를 이끄는 것도 모모스의 역할이죠.

     

    다양한 원두들. 이 많은 원두가 다 팔릴까? 싶었지만 마시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추출기구들. 구매의사를 표명하면 직원들은 친절한 설명으로 구입을 도와주더군요. 

     

    공개된 로스팅룸입니다. 

     

    아메리카노 리필까지 여섯잔을 섭취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모모스를 나섭니다. 

     

     

    모모스의 출발이었던 작은 테이크아웃 가게. 

     

     

    부산에서 모모스가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카페를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은 모모스가 만들어내는 스페셜티 커피에 자연스럽게 물들게 됩니다. 쓰지않고 떫지않은, 달달하고 고소한 커피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더 이상 다른 카페를 가지 않습니다. 모모스의 직원들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모모스를,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합니다. 커피의 가격은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하는것 치곤 비싸지도 않습니다. 다량,대량 로스팅과 그에 따른 수요는 모모스의 퀄리티 컨트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모모스는 스스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고 이를 주변에 퍼트립니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일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모모스.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광주 커피림, 커피림 블렌드 

     

    광주에 맛있는 커피를 소개시켜달라는 말에 무려 세명이 추천해준곳이 커피림입니다. 로스팅과 교육을 겸하고 카페는 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함께 말이죠. 믿을만한 정보를 입수한 저는, 설레는 맘으로 광주로 향했습니다. 카페를 하지 않는다는 쪽지가 붙어있는 커피림에서 커피를 몇 잔 얻어마시며 커피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커핑(Cupping)을 기반으로 한 커피 교육은 물론이요, 철저한 생두관리와 로스팅에 대한 신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사로잡았던건 과테말라였습니다. 고구마를 먹은마냥 고소하고 달달한 느낌에 감귤류에서 느낄수 있는 단맛은 커피림에서만 맛볼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신맛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 커피림만의 생두가 있다는 점(직거래로 받는 질좋은 생두)흔들리지 않는 로스팅은 커피림에서의 원두 구매를 재촉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원두는 기센(Giesen)로스터로 볶아낸 커피림의 블렌드입니다. 

     

     

     

    광주 커피림, 커피림 블렌드 테이스팅

    원두의 상태는 온화합니다. 약배전이 유행처럼 번져있지만, 사실 안익은 커피들이 대부분이죠. 신맛을 살린 약배전은 자칫 떫은맛을 내기도 합니다. 커피림은 유행에 따르지 않는 로스팅을합니다. 원두 상태를 확인하고 추출을 생각해봅니다. 하리오 V60에 원두는 20g, 물온도는 92도를 맞춥니다. 추출은 150ml를 생각해봅니다. 제가 가장 많이 추출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커피림 사장님과 대화를 하면서 이곳의 커피는 딱히 손을 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한 커피림 블렌드의 맛을 느껴보기 위해서 추출을 해봅니다.

     

    신맛이 은은하게 깔린 커피는 입안에서 향을 퍼트립니다. 과일에서 나는 깊은 단맛이 역시 한 축을 이룹니다. 바닐라나 버터에서나는 고소함또한 느껴집니다. 슈가브라우닝이 이런느낌일까요. 고소하고 달달합니다. 은은하게. 복합적이고 다양한 맛들이 균형을 이루면서 목을 넘어갑니다. 마시고 난 후에 뒷맛도 굉장히 깔끔합니다. 식은 커피에서도 단맛이 느껴질 뿐, 강한 신맛으로 거부감을 주진 않습니다. 상쾌한 맛이네요. 좋은 생두를 잘 블렌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맘에드는 블렌드를 만났습니다.

     

    이정도 균형감을 생각해본다면, 어떻게 추출해도 맛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굳이 단점을 지적하자면 풍부한 향미나 맛을 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장님께서 얘기한것처럼 의도한 것이기도 합니다. 자극적인 향미와 맛을 자랑하는 커피보다는 안정감있고 균형있는 커피를 추구하는 커피림의 성격이 반영된 로스팅인것이죠. 좋은 콩은 어떤 환경을 만나도 변화하지 않습니다. 제가 맛본 커피림의 블렌드가 그렇네요.

     

    광주에서 또다른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커피림 원두 구매방법

    전화 070.7621.9414/ 메일 lovable0202@naver.com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299-7

    뉴욕 커피기행 마지막편입니다.

    소개해드릴 까페는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입니다. 두 카페 모두 잠깐씩 들렀기 때문에 사진이 많지는 않습니다. 가족여행의 일환으로 갔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목적으로 들른 카페에서 오래 있을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던 끝에 1년이 지난 지금에야 마지막 이야기를 써봅니다.

    약속도 했고, 개성넘치고 멋진 카페들이었기에 추억으로만 남기기엔 아쉽기 때문이죠.

     

    앞선 소개한 뉴욕의 카페들도 그랬듯이 오늘 소개할 카페들도 잠시 들렀다 가는 테이크아웃 가게입니다. 오래있기 힘들었던 이유는 꼭 일정때문이라곤 할 수 없다는게 두 카페의 특징이죠. 이는 멘하탄의 특성(크고 넓은 샵을 열기 어렵다는 점)과 미국의 커피문화를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지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시간을 보내는 곳은 아니라는거죠. 자세한 이야기는 사진을 보면서 함께 해드리겠습니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말끔하게 그쳤습니다. 덕분에 화창한 아침, 주택가에 숨어있는 카페 그럼피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간판이라곤 문 옆에 작게 달린게 전부.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쉽상입니다. 하지만 뉴요커들은 그럼피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침이면 유독 이 가게 앞에만 사람들이 북적이죠.

     

    224 West 20th Street에 수줍게 위치한 카페 그럼피니다.

     

     메뉴는 간단합니다. 다른 카페에서 봤던 코르타도대신 플렛화이트가 있습니다. 저는 역시 플렛화이트를 선택.

     

    클로버입니다(클레버 아니죠). 원래는 그라인더 일체형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한 잔의 커피를 뽑아내는 식의 브루잉을 염두하고 만든 머신입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그라인더가 제거됐고 완전 자동이 아닌 반자동(커피 찌꺼기를 수동으로 치워야 합니다)으로 만들어졌죠. 이미 몇 년전에 시에틀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스타벅스가 인수해 유명세를 떨쳤죠. 한참 등장해서 화제가 됐을때, 커피 세미나를 통해 접하게 된 머신입니다. 몇 년이 지난후에야, 뉴욕에서 겨우 두 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궁금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클로버로 뽑아낸 커피도 주문을 합니다.

     

    머신은 시네소. 여타 다른 카페들이 라마르조꼬를 고집하는 것에 비해 시네소를 택했다는건 주목할 부분입니다.  

    플렛화이트입니다. 거품이 예쁘진 않네요.

    부드럽고 은은한 맛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식지않는 강렬한 느낌이 있습니다. 식어도 부담없이 마실수 있었죠. 여운이 길진 않습니다. 오히려 우유가 들어갔지만 깔끔한 느낌이랄까요. 들고다니며 후룩후룩 마시기에 딱이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둥. 클로버로 내린 커피입니다.

    니카라과였습니다. 프렌치 프레소의 느낌이 강했지만, 훨씬 깔끔했습니다. 내리는 과정을 보니 편해보이기도 했구요. 가격이 비싸다는 점 이외에는 바쁘게 돌아가는 테이크아웃 샵에 적합한 기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두의 맛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솔직하고 깔끔하게 브루잉 할 수 있다는 점, 번거롭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네요. 

     

    매장 내부입니다. 맞은편엔 앉기 불편한 몇 개의 의자와 테이블이 있구요. 좁고 복잡한 매장은 오래 앉아있기 적합한 곳은 아닙니다. 빨리 커피를 받아들고 빠져나왔습니다. 

     

    브루잉 스텐드. 사실 미국에선 우리나라처럼 핸드드립이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아시아인이 주전자를 잡으면 마치 무술을 하는 사람처럼 바라보는 것도 이러한 문화차이에서 나온것이구요. 보시다시피 드리퍼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냥 메탈필터를 걸쳐놓고 물만 붓는것이죠. 중요한건 커피의 양과 분쇄도, 온도, 물의 양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커피를 뽑을 수 있을까. 신기해서 한참 바라봤지만, 여간해서 브루잉을 하진 않더군요. 클로버가 있으니 따로 주전자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시키는 사람도 없고, 내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이미 뉴욕 카페에 자리잡은지 오래입니다. 그럼피의 로스팅실은 카페 안쪽에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보이고 케멕스와 커피잔이 보입니다. 

     

    자, 써드레일 커피입니다. 240 Sullivan Street (West Third Street)에 위치합니다.

     

    뉴욕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써드레일 커피는 요런 분위기의 길을 걷다보면 금방 나옵니다.

    대학가 근처라 그런지 다른 골목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군요. 골목 사이사이에 위치한 뉴욕대학교 건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캠퍼스, 산에서만 학교를 다닌 저는 부럽기만 합니다.

     

    써드레일 커피입니다. 오래전에 뉴욕대를 졸업한 사촌형이 학교 근처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겸사겸사 들렀습니다. 저 빼곤 다들 커피를 마셨다며 더 이상 마시지 않겠다고 합니다. 저는 한 마리의 뉴요커가 되서 매장문을 덜컥 엽니다. 

     

    자자, 멀리 보이는 인텔리젠시아 커피와 스텀타운 커피가 인상적입니다.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는 샵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사용하는 원두를 진열해 놓습니다. 스텀타운과 인텔리젠시아는 맨하탄에서 이미 보증된 수표입니다. 저는 코르타도를 주문합니다.

     

    멀리 뒤로 보이는 브루잉 머신과 말코닉 그라인더 그리고 라마르조꼬 머신입니다. 작지만 갖출건 다 갖췄습니다. 아, 앉아있을만한 테이블은 갖추지 않았구요.

     

    커피 맛은?

    스텀타운에 라마르조꼬에, 숙련된 바리스타입니다.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대충 어떨지 짐작하실수 있을겁니다. 커피를 들고나오면 보이는 뉴욕대학교의 캠퍼스 골목골목에 취해 마시기에 적절한 맛입니다.

     

    총 다섯 곳의 카페를 들렀습니다. 모두 맛있고, 멋있고, 좋은 카페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뉴욕, 멘하탄에 있는 카페들은 모두 다 저럴까요? 아닙니다. 5번가에서 들렀던 스타벅스는 제 최악의 커피 best5(?)안에 듭니다. 자동머신에서 과일 즙짜듯 세어나오는 에스프레소는 시럽을 넣어도 쓰디썼습니다. 차이나타운에선 커피보다 버블티가 더 맛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서비스로 나오는 커피들도 형편없었구요. 한국과 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골목골목 카페를 찾아다녀야 합니다.

     

    뉴욕의 커피 문화에서 본받을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맛있는 커피를 찾아 마실 줄 압니다. 근사한 외관, 번뜩이는 간판, 빈티지 인테리어는 필요 없습니다. 호텔라운지에 번들처럼 끼어있어도, 주택가 속에 숨어있어도, 근사한 케익가게가 옆에 있어도 사람들은 다 알아봅니다. 바쁜 아침시간에도 굳이 그곳까지 가서 줄을 섭니다. 맛있는 커피에 대한 존중이 있고 인내도 있습니다.

    카페들은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훌륭한 커피 한 잔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취향을 강요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희생을 강요할수도 없구요.

     

    바쁘다면, 굳이 골목의 카페를 찾아가기 싫다면, 쓴 커피를 쓴 맛에 시럽넣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5번가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십니다.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알고, 좋아한다면 어느정도의 희생은 감수합니다. 아침에 5분일찍 일어나 김미커피에서 라떼를 사가는거죠. 뉴욕에는 이런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프렌차이즈 샵들 사이에서도 김미커피, 그럼피, 스텀타운의 커피가 빛을 낼 수 있는것이죠.

     

     

     

    짧은 맨하탄 커피투어는 여기서 막을 내립니다.

    어디든, 그 지역의 카페문화를 경험하는건 큰 도움이 됩니다. 뉴욕 커피 기행은 계속되는 저의 커피 투어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와 다이렉트 트레이드 그리고 인디 커피문화를 몸소 체험한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 저의 글이 뉴욕의 커피 문화를 얼마나 잘 전달했을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맨하탄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이 카페들을 방문했으면 합니다.

    분명, 잊지 못할 한 잔의 커피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

     

     

     

  •  뉴욕 커피 기행 - 일주일간의 뉴욕 카페 탐방
  • 카페 지도와 상세 주소 그리고 안내

    http://beirut.tistory.com/199

     

  • 스텀타운 커피 로스터즈 Stumptown Coffee Roasters
    http://beirut.tistory.com/212

     

  • 조 Joe 김미커피 Gimme! Coffee
    http://beirut.tistory.com/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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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
    http://beirut.tistory.com/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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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일러커피(구 포레스트) 에티오피아 시다모 훈쿠테(Ethiopia Sidamo Hunkute)

     

     

    테일러 커피에서 들여온 에티오피아 시다모 훈쿠테입니다.

    매장에 들러 테이스팅을 했었는데, 부드러운 홍차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력저인 시다모라 생각해 벼르다가 구매를 했네요.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탄생지로도 유명하고, 그 특유의 플로럴한 향으로도 유명합니다. 보통의 시다모는 향과 함께 치고 올라오는 신맛을 자랑하는편이죠. 약배전 시다모는 특히 더 그런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마셨던(매장에서) 훈쿠테는 온화했습니다. 균형잡히 산도에 자스민향이 인상깊었죠.

     

    훈쿠테는 에피오피아 Dalle, Sidama 지역에서 자랍니다. 시다모중에서도 높은 고도인 1900-2100m의 고지대에서 수작업으로 피킹된 이 커피는 당도와 깊은 향을 자랑하죠. 1700여 농가가 있는 작은 농장에서 재배되며 워시드 가공과정을 거칩니다. 테일러 커피의 테이스팅 노트에는 자스민, 레드베리스, 감귤향(시트릭 아로마)라고 써 있습니다. 봉투는, 포장을 뜯기 전 부터 깊은 향을 풍깁니다. 원두는 상당히 약배전 돼 있네요.

     

     

     

    테일러 커피 에티오피아 시다모 훈쿠테 테이스팅 노트

    약배전된 커피를 컨트롤 하기 위해 에어로프레스+메탈필터의 조합을 사용해봤습니다. 굵기는 드립보다 좀 더 굵게, 커피 20g에 95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200ml사용해 추출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추출시간은 약 2분입니다. 약배전 로스팅은 아로마를 이끌어내기에는 좋지만, 자칫 잘못하면 떫은맛을 줄수도 있습니다. 종이필터 대신 메탈필터를 선택한 것은, 종이필터로 걸러낸 경우 날이 선 맛이 느껴질수 있기 때문입니다. 높은 온도로 빠르게 추출해 원두와 물과의 접촉시간을 줄이고 필요한 맛과 향만을 빠르게 걸러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커피에는 역시 홍차맛이 가득합니다. 신맛이 치고 올라오기보다 다른 맛과 부드럽게 조화하는 느낌을 주네요. 자스민의 느낌과 중약의 바디감이 훈쿠테의 풍미를 잘 전달해줍니다. 목넘김은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자스민 꽃향이 에프터테이스트로 남는건 매력적입니다. 일부 외국사이트의 테이스팅노트엔 라임이 적혀있습니다. 수긍할만한 테이스팅 노트입니다. 저는 아오리(파란 사과)가 생각났습니다. 식었을때 신맛보단 고소함이 남아있어 매력적이었습니다. 고급 원두는 커피가 식어도 균형감을 잃지 않습니다. 훈쿠테도 몸값을 하는군요.

     

    테일러 커피를 열어본 순간 당황했던건 약배전 로스팅이었습니다. 약배전 커피는 컨트롤하기가 쉬운편이 아닙니다. 테일러커피는 그중에서도 굉장히 예민한편에 속했습니다. 첫잔을 마시고 두 번의 추출을 더 시도했습니다. 에어로프레스+메탈필터에 드립용굵기/18g/90도/210ml/2분30초 세팅으로 내린 커피는 조금 날카롭고 떫은맛도 느껴졌습니다. 같은 굵기에 하리오 v60을 사용하고 20g/90도/200ml로 내린 것은 이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맛있는 추출을 위해서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테일러 훈쿠테의 베스트 추출법은, 높은 온도에서 드립보다 조금 굵은 굵기로 많은 양을 빠르게 뽑아내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했을때 약배전 특유의 향미도 살아나고 훈쿠테가 가진 좋은 맛을 살릴 수 있단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가장 맛있었던 추출은 테일러커피에서 먹었던 것입니다. 볶은 사람이 커피를 가장 잘 아는 덕분일까요. 그때의 그 맛이 100% 느껴지지 않아 아쉽긴 했습니다. 

     

    여기까지, 시다모 중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훈쿠테 테이스팅 후기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원두 리뷰를 하면서 걱정되는건 추출의 문제입니다. 제가 하는 방법이 최선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원두를 구매할 때 물어보는겁니다. 어떤 온도에서, 어떤 기구로 어떻게 추출해야하는지 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구로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물어보는거죠. 분명 로스터는 좋은 답변을 해줄겁니다.

     

    테일러커피 원두 구매방법

    홈페이지 http://www.tailorcoffee.com

    전화 02.334.0355 / 트위터 @tailor_coffee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9-15번지 1층

     

     

    추어탕과 춘향이가 전부인 동네라고 생각했기에, 한옥을 개조한듯한 찻집에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춘향이를 외쳐대니 쌍화차는 맛있겠지, 오미자차는 마실만하겠지 하며 그곳의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여니 난로에서 풍겨오는 훈훈함이 몸을 감쌌습니다. 요즘엔 좀처럼 보기 힘든 한옥의 구조도 눈을 사로잡았죠. 가장 흥미로웠던건 연탄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있는 라마르조꼬 상자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리니 리브레 커피가 보이더군요. 남원에서 춘향이와 추어탕이 아닌 리브레와 라마르조꼬를 만나다니.

     

    서둘러 커피를 시키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자, 이제 커피를 시킵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과 카푸치노 한 잔. 바리스타는 숙련된 솜씨로 두 잔의 커피를 내립니다. 

     

     

    에스프레소는 다크리브레입니다. 잘 숙성된 덕분인지 단맛이 풍부하더군요. 묵직한 벨런스가 자극적인 맛을 감싸줘서 편한하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깊은곳에서 품어나오는 넛트향은 커피를 넘긴 후에도 오랜시간 지속됐습니다.

    카푸치노의 우유거품은 이런 에스프레소의 특징을 잘 이어받았습니다. 잘 데워진 우유는 고소함을 잔뜩 머금고 있더군요. 토피넛 라떼를 먹는듯한 느낌이랄까요. 조금 연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대체로 밸런스도 좋았고 포근한 느낌이 살아있어 겨울에 잘 어울렸습니다. 계절감이 살아있는 카푸치노네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보통은 머신은 '보여주는 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름이 다 보이도록 디스플레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여기선 수줍게 '조꼬'정도만 보이는 라마르조꼬입니다. 보일듯 말듯 하는 저 라마르조꼬의 로고도 이곳의 분위기를 말해줍니다. 메져그라인더도 수줍게 자리잡습니다.

     

    뒤에는 공장포스를 풍기는 말코닉501 그라인더와 모카마스터가 보입니다.

     

    '커피가 참 달아요'라고 말하자 바리스타는 대답합니다.

     

    '리브레는 항상 잘 숙성된 원두를 보내주죠. 저는 그걸 믿고 잘 뽑아내기만 하면 됩니다.' 

     

    이곳에선 로스팅은 하지 않습니다. 일찍이 리브레에서 커피를 공급받았다고 하네요. 로스팅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고, 잘하는 로스터를 믿고 커피를 내리는게 오히려 더 좋지 않느냐는 얘길 합니다. 로스팅은 욕심이 없다고 하네요. 로스터에 대한 강한 신뢰와 맛있는 커피에 대한 신념이 한 잔의 커피를 더 주문하게 만듭니다.

     

     

    커피메뉴가 간단하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일전에 싱글오리진의 메뉴가 5개를 넘기지 않는게 좋다고 말한적이 있죠. 에스프레소 메뉴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 딱 4개정도의 메뉴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음료 관리의 측면에서, 커피맛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바닐라 라떼나 캬라멜 마끼아또 등이 메뉴에 올라와 있는 카페와는 분명 차이가 있죠.

     

    그 외에 전통차 메뉴가 눈에 띕니다.

    손님들과 '타협'을 위한 전통차 베리에이션 메뉴도 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타협'이 무엇인지는 차차 설명하겠습니다.

     

    이 한옥은 '진짜 한옥'이라고 합니다. 강원도에서 살던 한옥 명장이 지리산 밑자락에 지으셨다고 합니다. 난방은 난로와 온돌(전기온돌이라고 합니다)이 대신합니다. 건물이 자연스럽게 외부의 공기를 받아들이고, 온돌과 난로는 그 공기를 서서히 녹입니다. 카페 내부가 심하게 건조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훈훈한 느낌을 주는건 이 덕분이죠. 여기선 커피를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한옥의 맛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곳곳에 보이는 쌍화차들. 돌솥으로 만든, 숟가락으로 퍼먹는 저 쌍화탕이 이곳의 베스트 셀러더군요. 어르신들, 젊은이들 너나할것없이 쌍화차를 주문합니다. 그래서 저도 쌍화탕을 주문해봅니다. 

     

     

    손님들이 있어 카메라에 잘 담지는 못했습니다만, 인테리어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서울의 카페에선 발견할 수 없는 남원 산들다헌만의 매력포인트입니다. 

     

    쌍화차는 돌솥잔에 오랫동안 데워진 후 나옵니다.

    '이곳에선 쌍화차 허투로 하다간 욕먹습니다. 쌍화차를 오랫동안 마셔온 분들이 많거든요.'

    산들다헌이 처음 오픈했을땐 커피는 주메뉴가 아니었습니다. 주인장은 오랜시간동안 차에 집중했다고 하네요. 커피는 차의 맛이 어느정도 자리잡은 후에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쌍화차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정해진 쌍화차 재료를 넣고 잘 끓여낸 후에, 그 맛을 살릴만한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작업이 오랜시간동안 이뤄졌습니다. 쌍화차의 맛은 깊습니다. 각종 한약재에서 느껴지는 풍미가 잘 전달되더군요.

    숟가락으로 건져먹을 수 있는 밤 건더기들은 산들다헌 주인장이 고민한 결과입니다. 어떻게 쌍화차를 내도 쓰다고 하는 손님들과의 타협점을 찾은거죠. 오랜시간 밤을 익히면서 그 밤에서 나오는 단맛을 이끌어 낸겁니다. 설탕을 부어넣는것보다 이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것이죠.

     

    커피를 아무리 잘 내려도 쓰다고 하는 손님들이 있는건 당연합니다. 아직 맛있는 에스프레소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히지 않은것도 있고, 이곳을 찾는 많은 어르신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럽을 넣는다거나 무조건 연하게 커피를 뽑는것도 쉽게 정할 수 있는 문젠 아니죠.

    산들다헌의 주인장은 계속해서 고민하며 타협점을 찾아갑니다. 제대로 차를 만들고 커피를 뽑으면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말이죠. 설탕과 시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진짜 커피와 차의 풍미를 전달하기 위해 산들다헌의 바리스타는 매일같이 고민합니다.   

     

    맛에 대한 타협부터 시작해서 음악적 취향, 커피에 대한 소신까지. 여러모로 주인장과 통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오랜 친구를 만난것처럼 스스스럼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그러다가 등장한것이! 

     

    바로 요녀석입니다. 카카오 64%짜리 초콜렛이죠. 시럽과 설탕의 단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이 초콜렛으로 만든 핫초코는 쓰기만 합니다. 하지만 사실 여기의 핫 초콜렛은 깊은 풍미를 자랑합니다. 잘 뽑아내린 에스프레소처럼 과일의 신맛도 가지고 있고 깊은곳에서 여운을 남기는 단맛도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진하고 쓴 한 잔의 핫초코일뿐이죠.

    여기서 산들다헌 바리스타가 찾은 타협점은 구운 머쉬멜로입니다. 좋은 재료를 포기 하지 않고, 손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낸것이죠.

     

    맛있는 커피에 대한 고민도 똑같습니다.

    좋은 물로, 좋은 원두로, 좋은 기계로 최선을 다해 커피를 내리면서도 그는 고민합니다. 혹여나 이 커피가 쓰다고 느껴지진 않을지,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을지. 그의 고민이 담긴 한 잔의 커피가 저는 너무 소중하기만 합니다.

     

     

     

    손님들이 어느정도 빠지자 가게를 둘러봅니다. 은은한 조명이며, 가져다 놓은것들이며 어느 하나 흘겨볼게 없습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가르는 저 '발' 또한 매력포인트입니다. 인위적으로 벽을 치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죠. 맛있는 음료는 물론이요, 편안한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하는 매력포인트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신 잔이 8잔. 이후에도 몇 잔 더 얻어마셧으니 저녁을 먹지 않아도 배가 차는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커피와 쌍화차도 훌륭했지만, 전통차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메뉴들도 훌륭했습니다. 대추야자 스무디는 설탕이나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고 깊은 단맛을 선사합니다. 녹차스무디는 진짜 말차를 듬뿍 넣은 덕분에 녹차향이 풍부하구요.

     

     

    바를 어질러 놓은건 전부 저의 잘못입니다.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 쉬지않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 산들다헌 가는길 -
      광한루에서 춘향교 방향으로 직진. 두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직진하면서 좌측을 돌아보면 산들다헌.
      혹은 남원 메가박스 근처. 자세한 위치는 전화로 확인.
    • 전북 남원시 쌍교동 103-2 , 063-632-3251
    • 월요일 휴무, 연휴 당일 휴무(추석 당일, 설 당일)

     

     

    새해 첫 포스팅입니다.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숨겨두었던 글로 올해를 시작하게 됐네요. 
     



    바리스타들은 멋있어 보입니다. 주문과 동시에 뚝딱 커피나 나오는걸 보면, 그들이 하는 일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은 종종 바리스타에 대한 오해를 하곤 합니다. 사람들은 바리스타가 누구나 조금만 배우면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또한 쉬워보이는 추출과정때문에 손님들을 상대하는것도 벅차지 않을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커피를 추출하는 일은 보이는 것 처럼 그리 쉬운일이 아닙니다. 가령, 에스프레소 추출만 해도 그렇습니다. 바리스타는 출근하자마자 몇번의 추출을 합니다. 그 날, 손님들을 맞이할 원두의 상태를 체크해야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일은 예민한 원두의 상태를 파악하는것부터 시작합니다. 언제 로스팅이 됐는지, 얼마나 바스켓에 담아야 하는지, 탬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추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한 잔을 만드는데는 엄청난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업중에도 지속적인 추출로 인해 커피 맛에 변화가 생긴건 아닐지, 바리스타는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커피는 취향의 음료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추출한 한 잔의 커피도 누군가의 입맛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님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조용히 커피를 남기고 가는 손님이 있다면, 바리스타에게 항의하는 손님도 더러 있습니다. 바리스타들은 손님들의 미세한 반응부터 체크해가며 다른 주문들을 소화합니다. 손님들이 나간 후, 마감을 하는 일은 바리스타가 해야하는 또 다른 일입니다. 커피 기구들은 민감합니다. 특히 에스프레소 머신은 예민하기 이를데 없죠. 바리스타들은 설거지부터 시작해 매장 청소 그리고 정산까지 하는게 보통입니다. 카페가 11시에 문을 닫는다면, 그들이 카페 문을 닫는 시간은 적어도 12시.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늦게 나가거나한다면 퇴근은 훨씬 더 늦어집니다. 바리스타들은 근무시간동안 바(bar)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근무하는 내내 서 있어야하고, 손님의 민감한 반응에 항상 친절한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민감한 미각(혹은 감각)을 유지하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휴식을 하기 위해 카페를 찾습니다. 주말과 공휴일은 커피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바리스타들에겐 남들이 쉬고 노는날이 더욱 고단합니다. 충분한, 일정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들에겐 매우 힘든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번도 바리스타의 근무여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홍대 인디뮤지션 못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그들은 일하고 커피를 내립니다. 실력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훌륭한 프로 바리스타들이 파트타이머의 시급과 다르지 않은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시급은 두번째 문제입니다. 마음놓고 커피를 만들수 있는 환경또한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도제방식으로 직원을 교육하는 카페가 점점 줄어들곤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오너에게 커피맛에 대한 솔직한 조언은 금물이죠. 수 년간 커피를 만들어오고, 마셔왔지만 그들의 조언은 달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최선의 추출을 꿈꾸는건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과도한 친절을 요구합니다. 추출하는 와중에 말을 거는것은 예사입니다. 바리스타들은 언제나 준비된 웃음과 답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사시미를 든 일식 조리사에겐 말을 걸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리스타들은 추출을 하는 순간에도 웃으며 손님들과 대화를 합니다.

    추운 겨울, 친하게 지내던 한 바리스타가 문자로 해고당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쪽의 이야기만 들었다는 점에선 분명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을겁니다. 그래서 말을 꺼내는것도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바리스타가 어떤사람들인지 얘기 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바리스타들은 가장먼저 카페에 나가 가장 늦게 마감을 하고 나오는 사람들입니다. 누구보다도 카페와 커피에 애착을 가진 분들입니다. 한 잔, 한 잔, 허투로 내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쉬는날이면 다른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를 사랑합니다. 항상 최선의 환경에서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내려주는 어떤 커피라도 전 즐거이, 행복하게 마십니다.

    한 잔의 커피를 위해 그들이 들인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지난 겨울의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맛있는 커피는 커피와 바리스타 그리고 그것을 마시는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 탄생합니다. 올해에도 바리스타들은 매일 커피와 고군분투를 할겁니다. 맛있는 커피에 귀를 기울이고 한 잔의 노력에 관심을 가지는 손님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커피 추출이란 말은
    그것이 간단한 과정이라는 환상을 낳게 한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많은 가변요소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그들 모두 맛있는 음료로써 추출되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히 제어되어야 한다.

    인간의 정신은 일련의 작은 생각을 통해
    자연의 비밀에 조금씩 다가간다고 한다.
    이들 작은 생각은 때때로 과학적인 방법이 된다.

    by Ted R Lingle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카페 견문록에 이은 원두 견문록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카페를 돌아다니며 커피를 마신건 2008년입니다. 대학교 1학년이었고, 새 정권이 시작됐고, 커피에도 새로운 물결이 일기 시작했죠. 카페가 봇물터지듯 생기며 너도나도 로스팅을 시작했던 시기였습니다. 별 뜻을 가지고 커피를 마셨던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름 의미있는 시점에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죠.

    꽉 찬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카페 산업은 엄청난 성장을 이뤘습니다. 늘어나는 카페의 수가 그걸 말해줍니다.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죠. 하지만 양적 성정이 이뤄진 만큼 질적성장도 이뤄졌는지는 의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 그 예입니다. 자영업자들을 몰아낸, 수익성을 강조한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카페들입니다.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나라의 구조적 모순이 괴물을 이러한 키워낸건 사실입니다.

     

    커피를 사랑하고, 온전히 그 맛과 향에 집중하는 카페들은 서서히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늘어나지만, 골목 구석구석 콩을 볶아내는 소규모 카페들은 잊혀저갑니다.

     

    연재 글들은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획일성이 가득했던 지난 5년과 앞으로의 날들 속에서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카페들과, 맛있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연결고리가 되고자 합니다. 커피를 중심으로한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하는것이죠. 다양성을 존중하는 커피문화가 자리잡는것에 일조하는 것, 맛있는 커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로스터와 바리스타들이 맛있는 커피한잔을 만들어내는데 보탬이 되는것이 저의 작은 목표입니다.

     

    노란코끼리, 크리스마스 블랜드

     

     

     

    연하장과 함께 노란코끼리의 크리스마스 블랜드가 도착했습니다.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드립용 블랜드입니다. 니카라과 자바니카종 커피와 인도네시아 롱배리의 적절한 블랜딩입니다. 자바니카 니카라과는 이미 노란 코끼리에서 싱글오리진 커피로 판매하고 있죠. 자바니카종은 에티오피아에서(에티오피아는 2000여종이 넘는 커피 품종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합니다) 탄생한 이 품종은 자바에서 옮겨져 재배되다 니카라과로 다시 옮겨저 지금의 자바니카가 됐습니다. 롱베리 같이 길쭉한 생두의 모습과 벌집을 씹어먹을때 나는 복합적인 단맛이 특징인 커피입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롱베리가 더해져 중후한 맛을 보충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느끼한 음식을 먹고 입가심으로 적당한 커피라는 소개가 있었습니다. 블랜드된 커피의 종류와 그라인딩 후 나는 묵직한 향기가 그 설명을 대신하더군요. 

    하리오 v60드리퍼를 사용하고 필터는 케맥스용 필터(일반필터보다 두껍습니다)를 이용합니다. 30그램, 300미리 추출을 결심하고 빠른속도로 내립니다. 노란코끼리 원두는 기본적으로 클레버나 브루잉 머신을 사용한 추출을 권장합니다. 핸드드립으로 그런 추출을 묘사해보기 추출 플랜을 짜봤습니다. 평소보다 연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내릴 수 있도록 집중했죠.

     

    노란코끼리 크리스마스 블랜딩 테이스팅 노트
    플럼의 향, 바닐라의 벨벳 느낌, 코코아의 바디감이 느껴집니다. 노란코끼리에서 써놓은 테이스팅 노트가 잘 들어맞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느낌들은 느끼함을 덜어내줍니다. 크리스마스에 먹는 기름진 음식들을 위한 블랜딩입니다. 화려한 파티에 어울리는 적절한 후식용 블랜딩이죠.

     

    목넘김할때 느껴지는 건자두나 체리의 느낌은 단맛을 느끼게 합니다. 에프터테이스트도 좋습니다. 오래 머금고 있으면 어지러울정도로 바닐라향이 치고 올라오는편입니다. 숙성된 과일의 신맛과 유제품에서 느낄수 있는 향 그리고 약간의 쓴맛이 미묘하게 밸런스를 이룹니다. 벨벳의 느낌이 식어가면서 날카롭게 변해간다는점도 괜찮습니다. 가벼운 식사후엔 부담스러울수도 있겠네요.

     

    노란코끼리의 원두들은 전반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누구나 쉽게 내릴 수 있는 로스팅이 원칙이기 때문이죠. 주로 사용하는 기구가 클레버나 대중적인 커피머신이라면 노란코끼리의 커피를 추천합니다.

     

    노란코끼리 원두 구매방법

    홈페이지 http://www.yellowko.co.kr/

    전화 02.334.5889 / 이메일 coffee@yellowko.co.kr /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Yellownoko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10-1번지

    ※ 추신: 나무사이로 본 지점은 맞은편으로 확장이전하였습니다. 더욱 고즈넉하고 풍요로운 새지점에서 커피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

     

    드립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때, Y군은 저의 소중한 실험대상이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지그재그를 그려가며 어렵게 내렸던 드립실력 덕분에 맛없는 커피도 왕왕 만들었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먹었을까 싶은 커피도, 그때는 친구와 즐겁게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Y군은 맛없는 커피도 마셔줬을뿐만 아니라 저와 테이스팅 노트를 만드는 작업도 했습니다. 외래어로 가득한(?) 커피 맛에 대한 표현에 반감을 가지고 우리 나름의 표현을 찾아보자는게 목표였죠. 홍어, 매주 등등의 단어는 우리가 마신 커피에 대한 주된 표현이었습니다(그만큼 고약하고 맛없게 커피를 내렸단 뜻이겠죠). 어쩌다 맛있게(?) 내려진 커피에는 조금 신선한 표현이 따라붙었습니다. '어린아이의 몽당연필'은 모카 하라를, '초원 위를 달리는 소녀의 치마자락'은 하와이안 코나를, '브라질 광부의 땀방울'은 브라질 커피를 맛 본 후 적어둔 표현이었습니다. 틀에박힌 언어로 커피를 표현하는 저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씩 그 때의 순수한 마음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카페 나무사이로는 그때의 그 마음을 다시 생각나게 만든 카페입니다.

    나무사이로의 10주년 기념 블랜드의 이름은 '봉우리'입니다. '노래하는 새'나 '풍요로운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커피들은 나무사이로가 커피에 대해 가진 생각을 보여줍니다. '어린아이의 몽당연필'을 생각케 하는 봉우리(커피 콘하스에서 만난) 한 잔은 저를 카페 나무사이로로 이끌었습니다.

     

    매번 생각하지만, '나무사이로'는 참 평화로운 이름입니다. 

     

    나무사이로는 모든 직장인의 드림 오피스텔, '경희궁의 아침' 상가에 위치해있습니다

     

     

    카페 내부가 좁아서, 밖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나무사이로의 메뉴판입니다. 나무사이로는 나인티 플러스(Ninety Plus, 90+)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죠. 쉽게 볼 수 없는 히타치노 네스트도 눈에 띕니다. 저걸 시키고 싶었지만 꾹 참고 에티오피아 네키세와 온두라스 미라플로레스를 시킵니다.

     

    나인티플러스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무사이로의 드립커피는 신맛을 지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맛이라 함은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상큼한 신맛이죠. 아주 잘 가공된 고급커피에서 나는 신맛이 극대화된 커피가 바로 나무사이로의 커피입니다.

     

     

     

    우선 에티오피아 네키세입니다. 에티오피아 특유의 플로럴한 향이 잔을 가득 메웁니다. 건체리나 딸기에서 맛볼 수 있는 상큼함과 달달함이 인상적입니다. 나인티플러스는 에티오피아의 화려하고 풍부한 맛을 극대화 했죠. 표현하기 벅찬 감동이 찾아오는 한 잔입니다.

     

    온두라스의 첫 모금은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고소함과 상큼함이 뒤에 따라오죠. 포도에서 느낄 수 있는 달달한 맛과 신맛은 흡사 화이트 와인을 생각하게 만드네요. 톡톡터지는 상큼함이 인상적입니다. 식을수록 조금씩 치고올라오는 신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네요.

     

    최근, 잘 들어오지 않던 온두라스 생두들이 밀려옵니다. 특유의 와인맛 때문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원두이기도 합니다. 세로아줄(Cerro Azul), 네셔널 위너(네셔널 위너, National Winner, Finca El Manantial Subrina)등 훌륭한 온두라스가 요즘 곳곳에서 보이고 있네요. 모두 풍부한 질감에 다양한 와인의 맛을 보여줍니다. 커피리브레, 매드커피, 나무사이로에서 맛 볼 수 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또 다시 평범하고 외래어로 가득한 표현을 써버렸네요. 과거를 회상해 표현해보자면,

    에티오피아는 흡사 낑깡을 생각나게 합니다. 개구장이들이 가득찬, 꽃이 활짝 핀 유치원의 맛입니다.

    온두라스는 아늑하고 포근한 소파에 누워 먹는 청포도의 맛이네요!

     

     

     

    나무사이로의 컨셉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커핑(커피를 분쇄상태의 가루부터,물에 녹아 식을때 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살펴, 커피의 상태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작업; 자세한 내용은 커피 수업과 관련된 이전 포스팅 참조)은 그 프로젝트중의 하나죠.

     

    최근 나무사이로를 위시로 퍼블릭 커핑을 하는 카페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매드커피, 엔트라사이트에서 커핑을 했었습니다. 관심있으신분들은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

     

    나무 사이로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합니다.

     

     

     

    나무사이로의 대표적인 블렌드들입니다.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커피들이기도 하죠.

    얼마전 들렀던 커피 콘하스에서 만난 봉우리 블렌드가 저를 이곳으로 오게 만들기도 했지요.

     

     

    다양한 커피들입니다.

     

    나무사이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나인티플러스를 맛볼 수 있는 카페입니다.

     

    나인티플러스는 그 의미대로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는(혹은 그 정도 수준의) 커피를 의미합니다.

    Joseph Brodsky는 에티오피아 커피가 가진 잠재력을 알아봅니다. 하지만 후진적이고 폐쇠적인 에티오피아의 커피 시장 때문에 우리가 여태껏 맛볼 수 있었던 에티오피아 커피들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죠. 그는 에티오피아의 핵심을 파고듭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에티오피아 커피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죠. 이를 통해 그는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에티오피아 커피들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탄생한 커피들이 잼베, 네키세, 데르나예, 월론디등의 이름을 가진 나인티플러스 커피들이죠.

     

    나인티플러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두 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ninetypluscoffee.com

    http://blog.daum.net/wahrheim/388

     

     

     

    에스프레소를 소개하지 못했던 건, 다양한 싱글오리진 커피 때문입니다.

    나인티플러스로 만든 카푸치노에선 딸기케이크 맛이 난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머신은 라마르조고 GB/5 2group, 콤팍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저 멀리 드립용 디팅(Ditting) 그라인더가 보이네요.

     

     

    바에는 와인향이 가득했습니다. 마침, 벵쇼를 따르고 계셨기 때문이죠 :)

     

    히타치노진저에일을 판매합니다. 침이 꿀꺽. 누구, 저거 한 병 사주실 분 없나요?

     

    더치커피도 판매합니다.

     

     

    손님이 많아서 내부는 찍지 못했네요. 부분적인 모습들만 사진에 담았습니다.

     

    ※ 추신: 나무사이로 본 지점은 맞은편으로 확장이전하였습니다. 더욱 고즈넉하고 풍요로운 새지점에서 커피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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