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에 다녀왔습니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사람들이 엄청 많더군요. 거의 2시간을 줄 서다 들어갔습니다. 오랜만에 성북동에 간 겸해서 성북구에 소문난 로스터리 샵을 찾았습니다. 간송미술관에서 도보로 30분 거리, 성신여대역에서 5분거리에 위치한 커피 볶는 부엌입니다.

부엌이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저는 주방이란 말을 더 자주 쓰거든요.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부엌'이라는 글자를 실제로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름도 예쁘고 생긴 모습도 정이가는 단어입니다.

내부입니다. 정말 부엌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죠. 사실 이곳에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요리도 팔았다고 해요. 두부냉채파스타, 굴소스 요리, 카레 등등. 지금은 너무 힘들고 번거로워서 잠시 메뉴에서 빼 놓았다고 합니다.

밖에는 테이블이 있구요, 조용한 천변이라 풍경도 좋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술도 팝니다.

메뉴판입니다. 드립커피, 에스프레소는 물론 각종 차, 와인, 양주 그리고 베이커리 메뉴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요리까지 하셨으니. 정신 없었을 만합니다. 메뉴가 많은 집 치곤 모든 메뉴가 맛있는 곳은 못봤습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메뉴를 다루다보면 소홀해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죠.

로스터기는 프로스타입니다. 상수동 커피발전소, 응암동 커피생각에서 소개한 바 있는 로스터기죠. 태환이라는 국내기업에서 만드는 로스터기 입니다. 로스터기가 바 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로스팅 할때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한다더군요. 
드립용 그라인더는 홍대 커피볶는 곰다방에서 사용하는 그라인더와 같은 후지로얄 그라인더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베쩨라 엘리쎄(BEZZERA ELLISSE)입니다. 스팀이 세기로 유명한 머신이죠.

 

베이커리입니다. 치아바타, 시나몬롤, 호두스콘, 마들랜, 초코쿠키 등이 있습니다. 호두파이를 비롯한 몇가지 메뉴는 냉장고에 있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고안한 레시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스콘을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더군요. 빈 속에 카페를 찾으신 분은 하나쯤 먹어도 좋을것 같네요. 커피는 위산분비를 촉진시키니 빈속에 마시면 속 버리거든요.

 

오늘의 추천커피는 콜롬비아. 나중에 리필로는 예가체프를 마셨습니다.

콜롬비아입니다. 첫 한 모금이 인상깊었습니다. 맛이 다채롭고 여운도 길었습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연합니다. 약간 떫떠름한 맛도 있었지만 괜찮았습니다. 나중에 리필로 마신 예가체프가 더 인상깊기는 했지만 말이죠.

카푸치노입니다. 보기에는 예뻐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웻 카푸치노와는 다른 스타일이네요. 베쩨라머신이 스팀을 다루기 힘들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여태 다녔던 카페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느낌이 드네요. 맛은 무난했습니다.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도 맛보고 싶었으나 여기 오기 전에도 커피를 마시고 와서 속이 부대끼더군요. 카푸치노와 리필 한 잔에 만족했습니다. 다음 번에는 아메리카노를 한 번 마셔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론 이곳에선 드립커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종류별로 개성도 뚜렷하고 여운도 길었던게 인상적이였거든요. 굳이 카푸치노를 드셔야 하는게 아니라면 드립커피가 좋은 선택일 듯 합니다.

스콘입니다. 앞에서 얘기한대로 맛있었습니다. 치아바타를 먹고싶었으나, 같이 간 친구가 스콘을 먹자고 하는 바람에.  

 

각종 드립 기구를 팔고 있더군요. 사장님이 매우 친절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상담하고 구입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의외로 카페에서 기구를 사는게 비싸지 않습니다.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고, 자신한테 맞는 기구를 추천 받을 수도 있죠. 저 같은 경우에도 처음 커피를 시작할 때, 단골 가게에서 기구를 구입했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싸게 구입하기도 했고 간단한 사용법에 대해서도 코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오히려 좋은 면도 있죠.

월요일은 휴무구요, 무료주차는 2시간 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항상 전시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두는 GSC에서 받아쓰는가 봅니다. 자세한 생두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http://www.coffeegsc.co.kr/)

 

 

팔고 있는 리큐르. 술을 마시기도 괜찮은 분위기 입니다.

 

 

 

위에서도 보셨다시피 이곳에서는 항상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제3의 시선'이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시 정보는 블로그를 참조하면 좋을듯 합니다. 사장님 말로는 작가들에게 신청을 받아서 전시를 한다더군요. 관심있으시면 문의해보시길 :)

  • 커피 볶는 부엌 팩토리 커피 포인트 - 고즈넉한 동네에 위치한 로스터리 샵. 맛있는 드립커피를 마시고 전시도 즐길 수 있는, 조용하고 편안한 카페
  • 커피 볶는 부엌 미스 포인트 - 아쉬운 에스프레소 메뉴.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는 많은 메뉴.
  • 커피 볶는 부엌 포 미 - 간송에 간다면 다시 들를것 같다. 카페 맞은편에 강원도 음식 전문점이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었다. 근처에 훌륭한 산책로도 있으니 밥먹고, 커피 마시고, 산책하는 코스로 자주 이용할 듯 :)
  • 커피 볶는 부엌 가는 길 - 지하철 이용시 4호선 성신여대역 3번출구 이용. 한성대역 방향으로 5분정도 걷다보면 동암약국이 보인다. 거기서 좌회전. 바로 보이는 돈암동일 하이빌 상가에 있다. 근처에 비슷한 로스터리 샵이 있으니 간판을 확인하고 들어갈 것. 버스 이용시 돈암사거리성신여대입구에서 내려서 성신여대역방향으로 가면 된다. 102, 103, 104, 106, 107, 108, 109, 140, 142, 143, 149, 150, 151, 152, 160, 171, 172, 710 등 많고 다양한 버스가 있다. 주소는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동5가 120.

뱀발. 스타벅스에서 새로 나온 믹스커피(VIA)가 맛있다길래 한 번 시음해봤습니다. 기존의 인스턴트 커피에 아주 가늘게 분쇄한 커피를 첨가했습니다. 인스턴트는 물에 녹고 가늘고 미세한 가루는 녹지 않아 컵 아래에 가라앉습니다. 맛은 스타벅스에서 파는 커피보다 훨 맛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드립커피보다 훌륭하진 않구요. 생각보다 묵직하고 진합니다. 신맛을 싫어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참고로 제가 마신 건 콜롬비아. 좀 더 연한맛을 원하는 분은 이탈리안 로스팅을 드시면 됩니다(보통은 이탈리안 로스팅이 더 강한데, 이상하게 VIA는 콜롬비아가 더 맛이 강하다고 하네요. 마셔보니 콜롬비에선 약간 탄 맛이 나기도 했습니다). 가격은 개당 1200원 정도 입니다. 스타벅스서 쓰디쓴 아메리카노 사먹을바엔 요거 사서 대충 녹여먹으면 좋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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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커피 업계에는 스페셜티 커피 바람이 거셌습니다. 기존의 생두들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프로세싱하여 선별해 최상급의 생두를 생산해 내는 것이죠. 이러한 생두들은 북미지역을 기반으로 한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나 남미지역을 기반으로한 COE(Cup of Excellence)에서 커퍼(Cupper, 커핑을 통해 생두의 품질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엄격하게 순위매겨진 생두들은 매년 커피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곤 했죠. 물론 지금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만.
하지만 요즘에는 SCAA나 COE급 커피들도 높은 가격에 팔리고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개인 생두 구매자들이 직접 발로뛰어 찾아낸 생두들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 높은 생두들은 농장이름, 농장주의 이름을 달고 개인 샵에 공급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커피는 국가별 구분을 넘어서 와인처럼 농장별로 세세하게 구분되는 지경에 이르렀죠. 자세한 얘기는 다음 순서로 리뷰 할 뉴욕의 스텀타운 로스터즈를 소개하면서 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얘기를 꺼내게 된 계기는 바로 스티머스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생두 공급의 세계적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에서는 연남동 커피리브레(샵은 아니고 커피 랩 혹은 로스팅 교육장이라고 하면 좋겠네요)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두들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세계 각국의 질좋은 생두 수입 뿐만이 아니라 Q-Grader교육, 로스팅 수업, 커핑 수업등이 진행되고 있죠. 오늘 소개할 스티머스와 일전에 소개한 홍대 헤이마는 이 커피 리브레에서 생두 공급을 받습니다(물론 생두 전부를 공급받는건 아닙니다). 젊은 로스터들이 커피 리브레를 중심으로 질좋은 생두, 알맞은 로스팅을 통해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일이죠. 역시 자세한 내용은 추후 포스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선 오늘 포스팅의 목적인 스티머스를 둘러보죠.

스티머스입니다. 신사동 가로수길 끝에 위치하고 있죠.

이 곳의 자랑거리 기센(Giesen, 혹은 지센)로스터기입니다. 제가 이 곳을 포스팅하기로 결심한 이유기도 하죠. 자세한 설명은 아래서 이어 하겠습니다.

차분한 카페 내부.

아로마키트입니다. 와인처럼 커피도 향과 맛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기록합니다. 아로마키트는 커피에서 나는 다양한 향을 시향할 수 있게 구성된 키트입니다. 가운데 검은 책자엔 각 향의 이름과 설명이 그리고 나무 상자 안에는 작은 향수병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파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기 흔치 않은 것이라 눈이가더군요. 그 밖에 에어로 프레스, 더치 툴 그리고 스캇 라오의 책이 눈에 띕니다.

에어로프레스용 메탈필터, 콘 모양의 메탈 드립필터. 트렌드에 민감한 샵이군요.

 

드립커피를 내리는 바입니다. 에스프레소를 뽑는 곳은 따로 있구요. 왼쪽 다카히로 포트의 색이 특이합니다. 지난번 광화문 커피에서 황금색 다카히로 포트를 본적이 있는데, 여기서도 특이한 포트를 보네요.

일전에 리뷰한 에어로프레스를 이 곳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케멕스와 더치툴도 판매하구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직접 물어보고 여기서 구매하면 좋겠군요.

기센입니다. 프로밧을 만들던 엔지니어들이 프로밧에서 나와 따로 만든 네덜란드 기업입니다. 전 과정을 수제로 제작합니다. 프로밧보다 가격이 비싼걸로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선 두 곳 정도가 이 기센 로스터를 쓰고 있습니다. 프로밧이 이제 흔해진 것과는 달리 기센은 아직 보기 드문 로스터기죠. 밀로커피 로스터즈에서 프로밧을 쓴다고 리뷰한 적이 있습니다.

로스터기도 기센인데 에스프레소 머신은 역시 라마르조꼬입니다. FB 80이죠. 미국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개성있는 내부 인테리어입니다. 이곳에서는 마카롱을 비롯한 다양한 디저트를 팔고 있죠.

 

깜짝 놀랐습니다. 터치스크린 메뉴판입니다. 사실 기센 로스터기보다 터치스크린 메뉴판에 더 깜짝 놀랐습니다. 하하하.

 

스페셜 메뉴와 베이커리.

기계가 아무리 좋아도 커피가 맛없으면 말짱 꽝이죠.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 드립커피를 차례로 마셔봤습니다. 카푸치노는 향이 참 좋더군요. 서빙되자마자 잔에서 꽤 먼 곳에 있는 제 둔감한 코에 진한 향을 남기더군요. 인상깊었습니다. 가볍게 입 안을 감도는 향기와 단맛. 그리고 은은하게 끝에 남는 신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혀끝을 감도는 쌉싸름함도 매력이 있었구요. 단지, 스팀이 좀 아쉬웠습니다. 이 날만 그랬는지 몰라서 일부러 사진은 생략했습니다. 향기로운 에스프레소에 좋은 스팀까지 있었더라면 완벽했을텐데 조금 아쉽더군요. 뭐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드립커피는 코스타리카였습니다. 최신 트렌드에 발맞춰(?) 약배전을 했더군요. 미국의 스텀타운을 비롯한 유명한 로스팅 샵들이 약배전을 추구하는 추세에 따라 콩을 볶는 것 같았습니다. 맛이요? 당연히 맛있었습니다. 가볍게 볶으면 보통 신맛이 날뛰는데 잘 절제가 됐더군요. 고소하고 달달하고. 전 이곳의 드립커피가 좋습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말코닉 과테말라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찍은 사진은 손님 얼굴이 나와있어 지웠네요. 제가 알기론 광화문 커피에서 사용하는 말코닉 케냐보다 살짝 큰녀석이라고 합니다. 확실하진 않구요. 강하게 볶이지 않은 드립용 콩들이 눈에띕니다.

곳곳에 디스플레이된 장난감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판매하는 물건들.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로스팅 다이어리가 손님들에게 보이도록 쓰여져있었습니다. COE급 생두를 비롯해 다양한 생두 목록이 눈에 띕니다.

  • 스티머스 커피 팩토리 커피 포인트 - 보기드문 고급 수제 로스터기, 최신트렌드를 따라가는 다양한 기구들 그리고 트렌드에 발맞춘 최고급 생두. 커피가 맛있는건 당연한 일.
  • 스티머스 커피 팩토리 미스 포인트 - 2% 부족했던 카푸치노. 전반적인 카페 분위기도 아직 뭔가 부족한 느낌.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았다는 느낌이랄까. 조금 더 지나면 '스티머스'만의 커피를 느낄 수 있을 듯.
  • 스티머스 커피 팩토리 포 미 - 아직은 어색한 신사동 가로수길. 집에서 멀기도 하고.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라면 이러한 불편쯤은 감수해야지.
  • 스티머스 커피 팩토리 가는 길 - 지하철 이용시 3호선 신사역 8번출구. 직진후 두번째 블럭(가로수길)에서 좌회전, 가로수길 끝으로 10분정도 걸으면 모퉁이에 스타벅스가 보인다. 모퉁이를 끼고 다시 좌회전 다시 5분정도 걷다보면 까사호텔 맞은편에 스티머스가 보인다.
    좀 더 쉽게 가는 방법은 압구정역을 이용하는 방법. 2번출구로 나와 직진. 바로 보이는 신호등을 건너 원진성형외과와 애체안경 사이 골목으로 들어간다. 까사호텔이 나올 때 까지 10여분을 걸어가면 스티머스를 만날 수 있다. 주소는 강남구 신사동 526번지. 전화는 02-518-4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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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 2012년 6월부로 영업 종료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고등학교 때 부터 홍대를 돌아다녔기에, 나는 홍대가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한다. 7-8년 전 홍대는 지금보다는 조금 덜 북적이고, 덜 화려했다. 카페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기억하는 홍대의 카페는 모두 '홍대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많은 카페가 생겼다. 비슷한 인테리어에, 화려하고 북적이는 카페들이 많아졌다. 주로 캬라멜 마끼아또 따위를 팔고, 초코케이크라든지 허니브레드 등의 디저트가 중심이 되는 '트렌디한' 카페가 홍대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곰다방은 적어도 그런 카페와는 거리가 멀다. 정말 '홍대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다른 카페와는 다른 곰다방 만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곰다방은 변화무쌍한 홍대의 카페 트렌드와는 달리 우직하게 핸드드립 커피 만을 파는 곳이다. 드물게 통돌이로 콩을 볶는 집이며, 책과 음악이 가득하다. 
  

곰다방은 곰다방이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누구나 곰다방에 들어선다면 공감할 것이다.

테이크아웃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커피는 맛있다. 비싼 커피가 맛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비싸지 않은 커피가 맛있기까지 하다면 그건 훌륭한 일이다.

눈치 챈 분들도 있겠지만, 그림 속엔 사장님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소심한 자아표출이랄까.

내부는 사장님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둘러쌓여 있다. 저 벽화는 곰다방에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아래에 메텔의 머리에 가려져 있는 곰사장(?)님의 모습이 있다. 역시 소심한 자아표출.

이곳의 모든 원두는 저 통돌이로 볶는다. 일전에 소개한 광화문 커피처럼 말이다. 통돌이는 민감하다. 날씨를 비롯해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통돌이는 로스터의 '감'에 의존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오감을 사용하여 콩을 볶기 때문에 메뉴얼보단 경험이 중요한 편이다. 곰다방에서는 매일 소비되는 많은 콩을 매일매일 통돌이로 볶아낸다. 곰다방의 로스팅은 로스터이자 또 다른 주인(이라고 말해도 될것 같다)인 요섭씨가 직접 하신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로스팅을 하신다. 생두에 변화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항상 연습하는, 내가 알고있는 훌륭한 로스터이자 바리스타 중 한 사람이다.

곰다방의 구석구석. 눈이 가는 곳들. 

메뉴는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다. 아래로 갈수록 맛과 향이 진하다지만, 취향에 따라 만델린도 연하게 먹을 수 있다. 커피를 내리는 분께 직접 부탁하시길 :)

오늘 마신 커피는 브라질과 케냐. 브라질은 혀끝을 즐겁게 하는 단맛이 인상적이였다. 케냐는 상큼했다. 입 안에 남아도는 게 도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해 요섭 씨에게 물어봤다. '솔의 눈' 맛이라고. 맞다. 솔의 눈 맛을 연상케하는 상쾌하고 시원한, 과일향이 풍기는 맛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ㅠㅠ) 맛있었다.

 

곰다방의 또 다른 자랑.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멋있는 커피잔들.

 

2010년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 우승자인 마이클 필립스(Michael Phillips). 얼마 전 곰다방을 방문했다고. 곰다방에서 판매했던 한진중공업 사진집을 들고 있다.

앞서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아주 크고 오래된 스피커로 LP를 튼다. 매번 LP를 트는 건 아니고, CD를 틀기도 한다. 비오는 날, 곰다방의 크고 오래된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어느 콘서트도 부럽지 않다.

곰다방 자체제작 더치 툴. 더치커피는 한 병에 7천원이다. 물론, 매장에서 직접 마실 수도 있다.

 

누군가 그려준 요섭씨의 초상. 리필은 천 원이다. 도대체 원산지에 따라 커피가 어떻게 다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시는 분은 날잡고 곰다방에 가서 종류별로 드셔보시길. 분명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곰다방에는 빈 손으로 가도 좋다. 10년을 단골생활 해도 다 못 읽을 만큼 책들이 많으니.

 

바를 가득 메운 테이프들. 눈에 띄는 주간지와 계간지, 그리고 몇 가지 책들.

 

곰은 어디에나.

  • 커피볶는 곰다방 포인트 - 책과 음악과 커피가 가득. 이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
  • 커피볶는 곰다방 미스 포인트 - 드립커피와, 책과, 음악과 게으른 사장님(사장님 죄송해요)이 전부.
  • 커피볶는 곰다방 포 미 - 소중한 추억이 있는 곳. 언제나 가도 마음이 편한, 말로는 설명 못하는 곳.
  • 커피볶는 곰다방 커피 가는 길 - 홍대 정문을 등지고 차도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롯데리아가 보인다. 롯데리아와 LG U+ 판매점 사이 골목으로 쭈욱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홍대 놀이터에서 접근할 경우 아트박스 사이 골목으로 직진. 음식점을 몇 개 지나면 곰다방이 나온다. 버스 이용시 7011, 273번을 타고 홍대 정문에서 하차하면 된다. 지하철 이용시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놀이터나 홍대 정문 가는 길을 찾으면 쉽게 곰다방에 갈 수 있다.

뱀발. 지난 번 소개했던 헤이마에 관련된 소식입니다. 제가 좋아하던 로스터분이 헤이마를 떠나셨다더군요. 뭐 큰 변화야 있겠냐만은 아무래도 제가 소개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날 것 같아서요. 민감하신 분들을 위해 정보 남겨드립니다.

 추신: 2012년 6월부로 영업 종료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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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헤이마의 메인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모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글을 두 분이 자리를 옮기기 전에 썼던 글로, 지금은 헤이마의 커피맛이 리뷰 당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헤이마는 (내가 아는 선에서) 홍대에서 가장 카푸치노를 맛있게 만드는 곳이다. 그리고 가장 생생한 커피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헤이마에선 엄선된 생두와 블랜딩으로 매번 새로운 맛의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다. 로스터는 항상 최고의 배합을 찾아내며, 바리스타는 최선의 추출이 나오기 전까진 손님에게 커피를 내지 않는다.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진짜'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헤이마에 가보길 권한다.

헤이마 전경. 깔끔한 외관이다.

이 곳의 메뉴판. 주목할 부분은 한국식 카푸치노(Dry Cappuccino)와 이탈리안 카푸치노(Wet Cappuccino)를 구분해 판다는 점이다. 보통 홍대의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한국식 카푸치노를 파는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중 스팀이 잘 된 우유거품을 올리는 곳은 손에 꼽는다. 제대로 된 거품을 만들지 않고 개거품을 올려 놓은 곳이 태반이다. 헤이마에서는 보기 드물게 잘 만든 드라이 카푸치노와 웻 카푸치노를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안 카푸치노는 보다 섬세한 스팀을 필요로 한다. 라떼 아트의 원레 이름은 카푸치노 디자인이다. 섬세한 카푸치노 디자인을 위해, 견고한 우유를 만드는건 이탈리안 카푸치노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헤이마에선, 언제나 섬세하게 스팀된 우유로 가장 맛있는 이탈리안 카푸치노를 만들어준다.

곳곳의 디스플레이는 자주 바뀌는 편이다. 처음에는 좀 어수선 했으나 가게가 자리 잡히면서, 디스플레이도 나름의 컨셉을 잡아가는 듯 하다.

봄 가을엔, 테라스만큼 커피를 마시기 좋은 곳도 없다. 어렴풋이 서울 시내가 보이는 테라스는, 커피를 마시기에 최적의 장소다.

의외로 볼만한 책이 많다. 문지의 시집이 많이 있어, 책을 두고간 날에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헤이마의 또 다른 핵심포인트. 바로 정수기다. 좋은 커피를 위해 좋은 물을 사용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이 곳의 커피가 맛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정수기다. 물이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 다르다. 가스불로 끓이냐, 전기로 끓이냐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맛이 달라진다. 정수기라면 충분히 커피 맛을 변화시킬 수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꼬, 로스터기는 디드릭이다. 라마르조꼬의 경우는 구형 머신을 수입해와 부품교체와 청소를 통해 새로 태어났다. 프로밧과 함께 훌륭한 로스터기로 뽑히는 디드릭도 훌륭한 원두를 만들어내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빨간색 디드릭은 디스플레이용으로 훌륭하다.

이 날 내가 마신 카푸치노는 텐저린의 향이 깊이있게 풍겨오는 맛이었다. 상큼함이 조금 지나치다는 느낌도 있었이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잔향도 오래 남았다. 드립은 인도 아티칸 워시드였다. 묵직한 신맛이 깔끔하게 넘어가는 맛이 훌륭한 커피였다.
이 곳의 카푸치노는 자주 맛이 변한다.  매번 수입되는 생두에 따라 블렌딩을 바꾸기 때문이다. 항상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조합으로 카푸치노를 위한 블렌드를 만든다. COE급(Cup Of Exellence) 생두를 비롯해 최고급 생두를 아낌없이 사용한다.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없다. 드립 커피도 수준급이다. 블렌딩 뿐만 아니라 드립용 생두도 매번 최상의 콩을 엄선해서 로스팅한다. 이곳의 드립 메뉴가 매번 달라지는 이유다.
뉴욕에서 맛봤던 Kenya Kangunu를 헤이마에서 만나게 됐을 땐, 이곳의 생두 선택이 얼마나 트렌드에 민감한 지를 알 수 있었다. 미국 스텀타운 로스터스(Stumptown Roasters), 영국 스퀘어마일즈(Square Mile)에서 사용하는 고급 생두를 만났기 때문이다. COE나 스페셜티급의 커피 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생두들을 들여오고 판매한다는 건, 헤이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카페의 구석구석. 내부 전경도 찍었으나 손님들이 찍혀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패스. 넓고 조용하다. 공부나 작업하기 딱 좋은 분위기.

최고의 생두를, 최선을 다해 블렌딩하고 로스팅 해서 뽑아주는 이곳의 에스프레소는 언제나 훌륭하다. 사장님, 로스터, 바리스타 모두 젊으시다. 모두 커피에 대한 열정도 넘친다. 그리고 항상 도전적이다. 이곳의 커피가 항상 최상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 헤이마 포인트 - 진짜 카푸치노를 마시고 싶다면 헤이마로 향하자. 언제나 최상급의 생두를 사용해 볶아낸 원두는 당신의 미각을 자극할 것이다. 가끔씩 카푸치노 보다 다른 메뉴가 맛있을 때가 있다. 블렌딩이 자주 바뀌기 때문. 바리스타 추천 메뉴를 마셔보는 것도 추천한다.
  • 헤이마 미스 포인트 - 안정적인 커피맛을 원한다면 조금은 실망할수도. 블렌딩이 자주 변한다. 조금만 민감한 사람이라면 금방 느낄 것이다. 랜덤인 배경음악도 변수. 좋을 때, 나쁠 때가 극명하다.
  • 헤이마 포 미 - 조용한 분위기, 넓고 쾌적한 테이블. 나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공부는 모두 헤이마에서 이뤄졌다.
  • 헤이마 가는 길 - 홍대 정문을 바라보고 있는 스타벅스와 네스카페 사이로 들어간다. 언덕 아래로 직진. 쉐르빌 고시원이 나타나면 그 앞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골목 끝에서 살짝 위를 바라보면 헤이마가 보인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9번출구에 내려서 마포평생학습관 쪽으로 올라오면 쉐르빌 고시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버스는 273이나 7011을 이용하면 좋다. 홍대 정문에 내려서 위에 설명한 방법대로 내려오면 될 것이다.

추신: 헤이마의 메인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모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글을 두 분이 자리를 옮기기 전에 썼던 글로, 지금은 헤이마의 커피맛이 리뷰 당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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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유독 추웠다. 얼마나 추웠는지, 한동안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심지어 베란다 창문도 꽁꽁 얼어있어 한동안 로스팅도 못했었다. 따뜻한 이불속에 들어가 있으면 만사 귀찮아지는, 혹독한 추위였다. 직접 콩을 볶지도, 너무 추워 사러 나가지도 못하는 괴로운 날의 연속이었다. 참고 참던 어느 날, 나는 두꺼운 파카를 입고 목도리로 온 얼굴을 둘러싸고 커피를 사러 나섰다. 무릎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추위를 뚫고 1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응암동의 커피생각이었다. 시다모를 구입했고, 한동안 그 커피로 연명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막입이라 어떤 것도 대부분 감사히 먹는 편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척을 하는건지, 까다로운건지 원두를 사먹을 때는 나름 엄격하게 구입을 한다. 이런 나에게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는 동네 카페에서 맛있는 원두를 사먹을 수 있다는 건 더할나위 없는 축복이다.
오늘 소개할 카페는 응암동, 불광천변에 위치하고 있는 로스터리 카페 '커피생각'이다. 커피생각의 특징이라면, 주택가 사이에 있는 '동네 카페'라는 점이다. 하지만 '동네 카페'라고 하기엔 수준급의 드립커피를 판매한다.  

커피 탐방을 할때, 카페 주인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아이폰을 사용한다. 그래서 가끔씩은 이런 일이 발생. 멋지게 카페 전경을 찍으려다 이렇게 됐다. 아무튼, 커피생각은 정말 동네에 있는 카페다. 6호선이 순환하는, 응암역과 새절역 사이 그리고 주택가와 불광천 사이에.

커피생각은 융드립 전문점이다. 커피를 사랑하는 젊은 부부가 인테리어부터 로스팅까지 세세하게 신경써가며 커피를 내려준다. 카페에 찾아가면 훈훈한 두 남녀가 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눈이 크고 땡글땡글한, 잘생긴 분이 로스팅을 담당하시는 남자 사장님. 역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한눈에도 미인이라고 생각되는 분이 커피를 내려주시는 여자 사장님이다. 물론 두분의 역할이 바뀔 때도 있다. 두 분중 한분만 계실 때도 있고.

메뉴판. 인테리어도 직접 하다 못해, 메뉴판도 직접 만드셨다. 커피의 맛에 대해 정성스레 표현하신 부분은 이 메뉴판의 하이라이트다. 도무지 어떤 커피가 어떤 커핀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분들은 이 설명을 참고하면 커피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될 것같다. 여기에 카페에서 직접 만드는 다양한 베이커리 메뉴는 불렀던 배도 다시 고프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동네에 있는 카페라 지역주민의 다양한 취향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메뉴가 좀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부분은 이해가 가면서도 좀 아쉬운 부분이다. 커피를 못마시는 손님까지도 배려해야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앞서 소개했던 카페들과는 달리 '커피'에만 집중하는 느낌이 부족해서 조금 아쉽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후지로얄, 에스프레소 머신은 페마. 에스프레소용 말코닉 그라인더가 구석에서 찬란한 빛을 뽐내고 있다.

로스터기는 태환 프로스타. 일전에 소개한 상수동 커피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로스터기다. 태환 로스터기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하지만 정말 정성들여 잘 볶는 집은 태환으로 볶아도 맛있다. 커피생각은 엄선된 생두와 지속적인 연구로 매번 진화하는 커피맛을 보여준다.

국내 커피 기구가 일본이나 미국의 머신보다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영도 그라인더 포스팅에서도 얘기했듯,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프로스타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스타를 사용하는 카페 중에서도 평균 이상의 맛을 내는 곳은 많다. 어떤 로스터기든 생두 선택에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 얼마나 섬세하게 로스팅을 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 만별이다. 훌륭한 로스터가 좋은 커피를 만드는 거지 로스터기만 좋다고 맛있는 커피가 나오는건 아니다.

잠시 카페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는 불광천이 흐르고 있다. 카페 밖에도 테이블이 있어서, 날씨가 좋을때는 밖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밖에 있는 의자 중에는 보일러가 장착된 긴 의자가 하나 있는데, 겨울에 여기에 앉아 담요를 덮고 있으면 어떠한 추위도 견딜 수 있다(사람에 따라서 편차가 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커피생각을 찾아서 너무 흥분을 했었다. 그래서 커피 마시기 전에 사진 찍는걸 깜빡. 마시던 중에 사진을 찍었다. 브라질과 케냐가 적절하게 배합된 블렌드와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이곳의 드립커피는 '화려하다'. 언젠가 같이 간 여자친구가 그렇게 표현을 했었다. 맞는 말이었다. 드립커피가 어떻게 화려할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커피생각에서 커피를 마셔보라고 말하고 싶다. 에스프레소도 역시 평균 이상이다. 홍대 카페거리에 가져가도 무색할만큼(사실 홍대 카페거리라고 커피가 다 맛있는 건 아니다) 깔끔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드립에서나, 에스프레소에서나 '커피생각'을 대표하는 블렌드가 없다는 것. 

커피생각이 가진 강점은 '맛있는 커피'를 내려준다는 부분이다. 사실,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는 많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소규모 지역 카페는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커피가 원래 쓴 줄 알고 시럽만 잔뜩 넣어서 먹는다. 하지만 커피생각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맛있는 커피를 경험한다. 응암동에 등장한 커피생각은 커피맛의 '상향 평준화'에 기여하고 있다. 커피생각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주변에는 비슷한 로스터리 카페가 생기기 시작했다. 응암동에 프렌차이즈 카페의 확장이 줄어들고, 커피맛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진다면 이건 분명 '커피생각'의 공일 것이다.
 

더불어 베이커리의 상향평준화도. 이곳의 토스트와 각종 쿠키는 놀랍게도 너무나 맛있다.

 

커피생각에서는 더치커피도 판매한다. 카페 곳곳에는 사장님들(?)이 손수 수집한 커피잔과 커피용품들이 진열돼있다.

 

한 번은 바에 앉에 사장님이 커피 내리는 걸 살펴본 적이 있다. 사장님은 단골 손님의 취향을 적절히 파악해서는 그에 맞게 커피를 내리셨다.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지, 연한 커피를 좋아하는지 혹은 어떤 맛과 향의 커피를 좋아하는지 세세하게 기억하고 계신다. 조용히 카페에 손님들이 오고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깔끔한 내부 전경. 내부에는 작은 테이블도 있고. 매장은 언제나 깔끔하다.

깔끔한 건 화장실도 마찬가지. 믿거나 말거나. 궁금하면 한 번 가보시길 바란다.

  • 커피생각 포인트 - 화려한 드립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커피한잔을 찾으시길. 손님을 맞아주는 사장님의 밝은 미소는 커피를 더욱 맛있게 해준다. 다양한 베이커리도 이곳만의 장점. 빈 속에 카페를 찾아도 언제나 든든하다.
  • 커피생각 미스 포인트 - 가끔씩 많이 시끄러울 때가 있다. 컨셉이 없이 흐르는 무난한 음악도 단점이라면 단점. 메뉴가 너무 많고, 각 메뉴간의 편차가 조금 있다. 커피메뉴가 제일 맛있으니 왠만하면 커피를 마시길 추천한다. 
  • 커피생각 포 미 - 영하 15도 날씨에 자전거를 몰고 찾아갔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 커피생각 가는 길 - 지하철을 이용하는게 제일 편하다. 새절역 1번 출구로 나와 직진. 다리가 우회전. 다리를 건너서 다시 우회전. 조금만 걷다보면 커피 향이 풍겨올 것이다. 그곳이 커피생각. 새절역과 응암오거리를 경유하는 버스(571, 753, 7017, 7018, 7021, 7730)을 타도 좋다. 새절역을 찾아서 1번출구를 기준으로 카페를 찾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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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 CD를 트시네요. 클래식 좋아하시나 봐요.” 아니나 다를까, 회심의 미소가 느껴진다. “네, 유일한 낙이죠.” “글렌 굴드 좋아하세요?” “바흐는 역시 글렌 굴드 연주로 들어야 진가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중략)…그러나 이 기사님은 역시 달랐다. 괜히 인자하고 자애로우며 격조까지 갖춘 인상의 소유자가 아닌 것이다. “그러세요? 그러면 베토벤을 들어볼까요? 어떤 작품 좋아하시는데요?” 그는 의자 밑에서 가방을 하나 꺼내들어 열었다. 세상에, CD로 가득 차 있는 가방이었다. “7번 교향곡 좋아합니다.” (순전히 <노다메 칸타빌레> 때문이다.) “아, 그러시구나.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도 있긴 한데….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BBC 레코딩으로 들어볼까요?” 그는 같은 애호가만이 느낄 수 있는 숙달된 손놀림으로 탁탁탁탁, CD 가방을 넘기더니 한 장의 CD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 걸었다. 그것 자체로 감동이었다. 클래식을 듣는 택시 기사라는 사실도 충분히 감동인데 리퀘스트 시스템까지 도입하고, 게다가 신청자의 ‘니즈’와 현실을 조화시킨 선곡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다.
…(중략)…그러나 감동에 젖어 몇 악절을 듣기도 전에 택시는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계산을 하려는 찰나, 그는 백미러를 보며 말했다. “베토벤은 역시 강변북로를 달리며 들어야 맛인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소중한 기회를 하찮은 약속 때문에 놓쳐서야 어찌 호연지기를 가진 사나이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런 경험은 능히 칼럼으로 써먹을 수 있지 않은가. “달리시죠.” 우리는 그렇게 1악장과 2악장을 들으며 심야의 드라이브를 즐겼다. …(후략)…

-출처 : 한겨레21, 김작가의 음담악담, 어느 택시 기사의 품위
http://h21.hani.co.kr/section-021153000/2007/11/021153000200711220686048.html


베토벤을 들으며 강변북로를 달렸던 이 일화가 생각났던건, 밀로커피 덕분이었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 시끄러웠지만,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음, 음악에 무척이나 신경쓰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흘려보내기엔 아쉬워 제목이라도 알아보려고 사장님께 말을 걸었다. '사장님, 여기는 언제 조용하죠? 조용할 때 와서 음악 듣고싶네요.' 사장님은 반가운 표정으로 대답하셨다. '대중이 없어요. 그래도 낮에오면 조금 여유로우니 그때 오시면 되겠네요.'. 나는 대답했다. '음악이 참 좋네요. 신경 써서 트시는 것 같아요.' 사장님은 웃으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얽힌 사연을 얘기해주셨다. 어느 날, 차를 타고 집에가는데 라디오에서 이 음악을 만났다고 하셨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히터소리가 너무 커서 음악을 듣기위해 잠시 꺼두었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멈추지 않은 음악 덕분에 벌벌떨면서도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고. 얼마 후,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자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장님께 부탁해 선곡도 요청했고. 이 음악, 저 음악.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음악을 들었다.  

오늘 소개할 카페는 홍대에 있는 로스터리 샵, 밀로커피 로스터스다.

 

밀로 커피를 찾은건, 일요일 저녁.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겉으로 훤히 보이는 로스팅실 덕분에, 이곳에 찾아야겠다고 수백번 다짐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트위터에 올라온 곰사장님의 한마디에 나는 밀로커피를 찾았다.

'밀로커피 맛있다'

범상치 않은 메뉴판. 메뉴가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직접 로스팅 한다는 자부심도 느껴지고, 밀로커피만의 이미지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인상깊었다. 가격은 보통.

 

메뉴판이 재미있어서 한참을 봤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메뉴판에 있는 메뉴는 밀로커피가 원래 홍대 수노래방 근처에 있을 때부터 있던 것들이라고 한다. 10년이상 된 메뉴라는 얘기다. 내가 주문한 건 커피 뿐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시킨 것들을 보면 상당한 정성이 들어간 것 처럼 보였다. 레몬에드엔 레몬 하나가 통으로 들어갔고, 녹차아이스크림엔 진짜 녹차가 들어갔다. 바에서 정성스레 제조하던 사장님의 모습을 보면서, 모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파는 수박가격만한 수박음료에도 수박이 저만큼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럽만 넣어 대충 맛을 내는 곳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라보였다.

 

주문한 카푸치노. 마일드하면서도 은은하게 단맛이 느껴졌다. 뚜렷한 개성이 느껴지진 않았지만(사실, 감기기운이 때문에 코가 맹맹해 맛과 향을 충분히 못느꼈을을수도 있다) 흠잡을 게 없는 맛이었다. 적절히 우유와 조화된 신맛, 과일 맛, 혀끝을 즐겁게 하는 상큼함까지. 흡사 백조가 떠올랐다. 우아하게 수면위에 떠있기 위해 엄청난 발길질을 하는 느낌이었다. 이 한잔을 위해 블렌딩을 고민하고, 적절한 추출을 하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느껴지는 맛이었다(식상한 비유지만 말이다-하지만 스팅의 연주도 백조에 비유되기도 하지).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밀로(millo, 히브리어로 가득 찬 이란 의미)같은 카푸치노 한 잔이었다.

언제나 강조하지만 최고의 기구만이 최고의 커피맛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구에 그만큼 신경을 쓴다는건, 그만큼 바리스탁 커피맛에 신경을 쓴다는 증거이다. 밀로커피에는 대형 프로밧 로스터기와 후지로얄 로스터 그리고 라마르조꼬 머신과 말코닉 그라인더가 보란듯이 자리잡고 있었다.

밀로커피는 다양한 커피 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분명 사장님께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주실테니 고민말고 문의해보시길). 주변을 둘러보며 나는 리필을 시켰고, 곧 맛있는 아메리카노가 서빙됐다. 카푸치노보다는 좀 더 산뜻한 맛. 혀 끝에 남는 텁텁함은 좀 아쉬웠지만, 개성있고 맛있었다. 역시나 감기기운이 도는게 아쉬웠다. 덕분에 좀 더 깊은 맛을 느끼지 못했다.

에어로프레스부터, 고급 사이폰, 케멕스 각종 드립용품이 벽장에 놓여있다. 두번째 도넛 드리퍼는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희귀 아이템이라고. 다양한 커피 기구를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밀로커피의 장점.

 

밀로커피 사장님은 직원이 두명일 땐, 한 곡단위로 시디를 바꿔가면서 음악을 틀었다고 한다. 지금은 혼자 카페를 운영하셔서 그럴 겨를은 없다고. 하지만 분명 아무렇게나 음악을 트는 건 아니었다. 시디 플레이어 밑으로는 많은 시디들이 놓여있었다. 사장님은 커피 뿐만이 아니라 음악에도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계셨다. 좋은 음악을 감상하고 싶다면 밀로커피를 찾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밖으로 나와 로스팅실도 구경했다. 프로밧과 후지로얄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카페에 걸려있는 그림도 인상깊었다. 캐나다 작가인 Will Rafuse의 그림을 비롯해 메뉴판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그리고 사장님의 따님이 직접 만든 작품까지. 그림마저 세세하게 신경써서 걸어놓은 느낌이었다.

카페는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바와 주방도 모두 청결했고. 청결함을 유지하는건, 좋은 카페의 기본 요건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주방은 더러운 카페가 있는 반면, 밀로커피는 겉과 속이 모두 깨끗한 카페였다. 좋은 커피, 좋은 서비스를 위해 밀로커피가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장님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내가 밀로커피 사장님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에 내가 사장님을 만난 곳은 곰다방이었다. 혼자 커피를 후룩후룩 마시고 있는데 멀리서 유명인 포스가 풍겨오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 나는 만화가 허영만인줄 알았다. 알고보니 그 분은 밀로커피 사장님이셨다. 아무튼, 그날 나는 새로 산 통돌이를 처음 가동해 볶은 콩을 곰다방에 가져갔다.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맛없다는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어쨋든 문제점을 찾아내고 고쳐야 했기에 커피를 내렸다. 그 순간, 밀로커피 사장님은 나에게 자기것도 한 잔 내려달라고 하셨다. 나는 완강히 거부했다. 더럽게 맛없을 뿐더러, 아직 나도 뭐가 문젠지도 모르는 콩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내려준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몇번 요청을 하셔서 결국 내려드리고야 말았다. 커피를 갓 내렸을 때, 그 향이 마실때 향과 같으면 좋은 커피라고 하시면서 내가 내린 커피를 드셨다. 그 때, 나는 느꼈다. 이 분은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구나라고. 맛없는 커피를 내려드려 민망했지만, 한편으론 좋은 인연을 만난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실제로 그분의 카페에 가보니 그랬다. 사장님은 커피를 엄청 좋아하셨다. 그리고 사람들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셨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밀로커피에 자주 찾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밀로커피 포인트 - '밀로'같이 가득찬 커피 맛. 카푸치노와 아메리카노 모두 맛있다. 섬세한 선곡도 이곳의 장점. 좋은 커피와 좋은 음악이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먹어보진 않았지만 나머지 메뉴들도 훌륭해보였다.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멀리서 유심히 지켜봤기 때문에 안다. 충분+충분.
  • 밀로커피 미스 포인트 - 사장님께선 마지막에 스트롱 블렌드(드립커피를 안하는대신 미리 진하게 내린 아이스커피를 판다)를 내려주시면서 이게 단점이라고 말하라고 하셨지만, 역시나 맛있었다. 주말 저녁이라 조금 시끄럽다는 부분(원래 조용한 분위기의 카페면, 사람이 많아도 조용하다)이나 맞은편 공원의 노숙자들이 밤에는 조금 무서울수 있다는 부분이 단점정도 되겠다.
  • 밀로커피 포 미 - 음악이 좋고 커피가 맛있으면 금상첨화 아닌가. 단골 예약이다.
  • 밀로커피 가는 길 - 홍대역 8번출구로 나온후 직진. 훼밀리마트가 보이면 우회전. 직진후 공원이 보이면 밀로커피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버스 이용시 역시 홍대입구역에 내리면 된다. 홍대 주변에서 놀다가 찾을 경우, 산울림 소극장을 지나 꽃집을 끼고 내려오면 된다. 교차로가 나와도 아래로 직진, 공원이 나오면 우회전을 한다. 공항철도 근처로 가다보면 역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소는 마포구 동교동 170-32. 1층에 유리창 너머로 로스터기가 보이고 맛있는 커피향이 풍기면 그곳이 밀로커피다.

가끔씩 카페 사장님들하고 이야기를 나눌때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어느 카페의 커피가 제일 맛있냐는 것이다. 어려운 질문이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얘기를 했듯이, 일정한 조건만 갖춘다면 그 이상은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카페에서 더 좋은 커피를 만드냐고 물어보면, 나는 그냥 웃고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질문을 받으면 고민없이 말 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취향의 문제를 넘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만한 커피를 만드는 곳을 알게됐기 때문이었다. 바로 연남동 작은 골목에 숨어있는 이심이라는 카페다. 이곳이 서울인가 싶을정도로 인상깊은 골목에 있는 이심에선, 항상 은은한 커피향이 풍겨온다.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아이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이심의 커피는 언제나 '부드럽고 달달하다'. 그러면서도 개성이 살아있다. 광화문 커피를 소개하면서 블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심의 블렌드는 다른 어떤 카페의 블렌드보다도 개성있고 훌륭하다. 오랜 세월 커피를 내려온 아이참 바리스타의 연륜이 느껴지는 이심의 블렌드는, 커피를 처음마시는 사람부터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의 입맛마저 사로잡을만큼 맛있다.


커피상점 이심은 연남동에 있는 작은 골목에 있다. 이곳이 서울인가 할만큼 뜻밖의 간판들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심은, 그런 분위기에 어색하지 않게 간판을 내걸고 있다.


듣기로는 카페 인테리어 작업의 많은 부분을 주인이 직접 공을 들여했다고 한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느낌이 드는 카페다. 밖에 보이는 의자와 방석 덕분에 언제든지 안과 밖을 오가며 커피를 마실수 있다.

 

맞은편에 보이는 가게들. 식당과 술집, 철학관이 있다. 얼핏 시골의 한 골목 같은 느낌. 카페에 앉아 계속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조금 위로 올라가다 보면 카레집인 히메지가 보인다. 밖에서 보이는 인테리어로 봐서는 범상치 않은 집인듯. 영업시간을 물어보려 잠시 들렀는데, 주인도 심상찮다. 12-2시, 6-10시 사이에 영업을 한다고. 재료는 매일매일 신선한 것을 구입해 사용한다고 하니 기대해볼만하다.

 

이제 카페 내부를 둘러보자. 카페를 가득 채우고 있는 생두자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두 손수 아이참 바리스타님께서 선별해온 것이다. 재배 시기에 따라 지역별 생두상태를 봐서 세심하게 들여온다고 한다. 얼핏봐도 좋아보인다. 여러가지 잡동사니가 놓여있는 테이블은 연대하고 있는 카페나 공동체에서 만드는 잡지나 간행물이다. 때로는 이 테이블 위에 경매품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오래된 핸드밀, 커피포트 등.

 

 

진열대에는 판매하는 원두가 놓여있다. 모두 착한가격. 여태까지 꽃섬과 올드모카 블랜드를 마셔봤는데, 모두 훌륭하다. 이렇게 훌륭한 원두가 100g 6천원(그 이상인 것도 있다). 카페 베이루트의 원두가격을 쉽사리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핸드드립과 관련된 다양한 기구도 판매하고 있다.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이니 관심있다면 구입해도 좋을듯 싶다. 궁금하면 언제나 아이참 바리스타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친절하게 답변해주실 것이다.


이심에서 내가 가장 유심히 바라본 부분이다. 바로 커핑 테이블과 로스터기. 커핑(Cupping)은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일종의 평가. 커피를 분쇄상태의 가루부터,물에 녹아 식을때 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살펴, 커피의 상태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작업이다(자세한 내용은 커피 수업과 관련된 이전 포스팅 참조). 커핑을 통해 로스터는 생두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좋은 로스팅을 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에선 커핑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다. 이심에서는 주기적으로 커핑을 진행하고 원두의 상태를 체크한다. 그만큼 아이참 바리스타가 커피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이어 보이는 로스터기는 사사 세미악(sasa samiac). 프랑스제 전기로스터이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로스터기인 것 같다.

메뉴판이 조금 너저분해 보이는 건, 각종 행사 알람 때문. 이심에선 때론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그 외에도 연대하고 있는 다른 공동체들의 홍보 게시물들이 붙어있다. 다른 벽면에는 커피와 관련된 그림 그리고 세세한 설명이 있다.

 

이심의 핵심포인트. 바로 아이참 바리스타의 독특한 드립방식이다. 자신의 키만한 높이에서 가는 물줄기를 만들어낸다. 한 번은 너무 신기해서 물어보니, 원두의 상태에 따라 맛을 잘 뽑아낼 수 있도록 고안하다보니 나온 방법이라고. 포인트는 드리퍼 안에서 넘칠듯 안넘칠듯 하면서 결국엔 넘처버리는 커피. 교과서에서 한참은 벗어난, 그렇지만 연륜이 묻어나는 드립이다. 아무나 따라해선 안될듯 싶다.
일반적인 드립방식과는 달리 커피도 많이 사용하고, 추출방식도 불규칙하다. 하지만 교과서적인게 항상 최선의 방법은 아닐수도 있다. 최근에 방문한 광주의 한 카페에서 느낀일이다. 교과서처럼 온도를 제고 물을 주는 횟수까지 지켰음에도 그곳의 커피는 유난히 맛이 없었다. 기본을 연마하는건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저자신이 볶은 원두를 컨트롤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올드모카를 시켰다. 이곳 특유의 모카하라(커피의 기원이 되는 에티오피아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커피를 생산해내는 지역의 하라커피라고 한다)를 베이스로한 블렌드다. 설탕을 넣은듯한 달콤함과 은은한 고소함, 부드럽게 퍼지는 모카향이 일품인 커피다. 이곳의 커피는 일반적으로 부드럽고 달달하다. 대체적으로 이곳의 커피가 무난하긴 하지만 그래도 자극적인 맛을 피하는 사람이라면 동티모르나 플로레스를 추천한다. 부드럽고 달달한 커피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은 착하다(4천원).

좀 더 강렬한 맛을 원한다면 이곳의 이색메뉴인 터키식 커피를 시켜보자. 터키식 커피는 이브리크라 불리는 기구(사진에 나온 동색 기구)에 곱게 갈은 커피를 넣고 달여내는 방식이다. 커피와 물을 함께 끓이기 때문에 맛이 강하고 커피 가루가 많이 남는 게 특징이다. 터키에서는 이렇게 커피를 마시고 잔에 남은 커피 가루의 모양을 보고 점을 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잠시 밖에 나와 커피를 마시기도. 저 자리가 의외로 명당이다. 담배를 피지 않더라도 자리가 비어있다면 앉아보길 바란다. 책 읽기에 딱이다.

아, 물은 셀프다.

이곳에선 이브리크도 판매한다. 관심있는 사람은 구매해보시길. 의외로 재미있다. 그 외에도 이곳에는 오래된 커피 기구들이 많다. 홈로스팅의 원조격으로 보이는 로스터기, 벨런싱 사이폰, 오래된 핸드밀 등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일부 파는 물건도 있으니 관심있으면 물어보시길 :)

아, 그러고보니 사장님이 왜 아이참 바리스타인지 말을 안했다. 사장님의 말버릇 중 하나가, '아이참'을 자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참 바리스타이다. 믿거나 말거나.

  • 커피상점 이심 포인트 - 연륜과 오랜경험이 느껴지는 커피. 누구나 빠지게 만드는 묘한 커피맛. 부드럽고 달달하고. 저렴한 가격은 덤이며, 랜덤으로 열리는 공연도 역시 덤이다. 분위기도 조용하다. 혼자 커피를 즐기거나 책을 읽기에 최적의 장소. 누구나 무난하게 질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커피상점 이심 미스 포인트 - 가기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애매한 거리. 드립커피의 엄청난 존재감에 다른 메뉴는 살펴보지도 못했다. 에스프레소 음료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쉬운 부분일듯. 차같은 경우도 훌륭하지 못하다. 지하철에서 파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선을 틀어놓은 듯한 선곡도, 가끔은 맘에들지 않는다.
  • 커피상점 이심 포 미 - 찬 바람이 불면 유독 생각이 난다. 부드럽고 달달한 커피가 생각나면, 아무리 가기 불편하고 어려워도 꼭 찾아간다. 나의 단골 카페 중 하나.
  • 커피상점 이심 가는 길 - 홍대역에서 내릴경우 중앙차로에서 7612탑승. 대우아파트에서 하자한다. 다시 동교동 삼거리 방향으로 내려가면 건널목이 보인다. 건너가 슈퍼와 약국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신촌에서 오는 경우 중앙차로에서 연희교차로 방향으로 가는 모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역시 대우아파트에서 하차하면 된다. 반대편으로 오는 경우 연남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이용가능 버스는 (동교동 삼거리 방향) 110, 270, 721, 730, 753, 760, 7611, 7612 (연희 교차로 방향) 110, 270, 721, 730, 753, 760, 7611, 7612, 707, 7713, 7720, 7726, 7728, 7737. 의외로 가는 방법은 쉽고 많다.

뉴욕 전경. Nicon FM, Mitsubishi Film, ISO200.



뉴욕 여행을 준비하면서, 카페를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 문화, 예술의 중심 뉴욕!에서는 도대체 어떤 카페들이 있고, 어떻게 커피를 내릴까?하는 마음에 카페를 탐방을 계획했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내가 뉴욕에서 카페를 돌아다니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곳이 '뉴욕'이라서가 아니라 그곳이 내가 '여행할 곳'이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나는 여행지의 카페를 들르곤 했다. 그곳이 어디든, 카페가 있다면 들러보고 싶어했다. 그곳에선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 어떤 카페가 있는지 궁금했다. 오사카에 갔을 때도, 나이로비에 갔을 때도, 라오스의 작은 마을 빡송에 갔을때도 카페를 찾아간 이유였다. 뉴욕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뉴욕에는 생각보다 많은 카페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할 포스팅은 뉴욕의 수 많은 카페 중, 내가 가본 카페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그곳에 가게 됐는지, 그곳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커피맛은 어땠는지 그리고 뉴욕을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혹은 뉴욕 여행을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어느 카페에 들러야 좋은지 소개하고자 한다.



도대체 어느 카페를 가야하지?

구글링을 해본 결과 (당연한 얘기겠지만) 뉴욕 맨해튼에는 수십개의 카페가 검색됐다. 그 외에는 별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일부 블로그에 단편적으로 올라온 글들이 있었지만,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 찾은 보석같은 블로그 '커피 콩부인(http://beanwife.com/)'은 나의 뉴욕 커피탐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내가 맨해튼의 지도위에 가고싶은 카페를 표시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은, 다음의 포스팅과 지도였다.

커피 콩부인 - 뉴욕 커피탐방기 #1.커피 인디애나 존스 (http://beanwife.com/2010/05/09/nyc-coffee-tour-episode-1-coffee-indiana-jones/)

뉴욕타임즈 - 뉴욕's 베스트 커피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10/03/09/dining/20100309-new-york-coffee-map.html


콩부인의 친절한 설명과 뽐뿌질(?) 덕분에 나는 카페 탐방에 기점이 될만한 곳들을 지도에 표시할 수 있었다. 그 밖의 카페들은 위의 지도에서 별표가 표시된 순으로 내가 들고다질 지도에 옮겨 표시해두었다. 콩부인의 블로그에서 소개된 카페들에 한해서는 포스팅에서 추천한 메뉴를 잘 메모해두었다.

혼자만의 여행이었다면 지도에 표시된 카페들을, 어떻게 해서든, 모두 가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어머니와 함께하는 여행이었기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아쉽지만 5개의 카페를 선정해야 했고, 그 카페들은 모두 여행하는 곳의 근처에 위치해야했다. 다시말해, 미술관을 둘러보다, 쇼핑을 하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행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카페를 선정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5군데의 카페를 선정했다. 앞으로 포스팅 할 순서에 따라 카페의 이름을 적어보고자 한다.

1. Stumptown Coffee Roasters - 18 West 29th Street (Broadway)
2. Joe - Colombus Avenue (West 85th Street)
3. Gimme! Coffee - 228 Mott Street (Prince Street)
4. Cafe Grumpy - 224 West 20th Street
5. Third Rail Coffee - 240 Sullivan Street (West Third Street)

앞으로 이어질 포스팅을 통해 위의 카페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뉴욕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그곳의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혹은 뉴욕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포스팅이었으면 좋겠다.



뱀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뉴욕 여행에 필요한 이 어플을 받아보길 권유한다.

http://www.nytimes.com/thescoop/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맛집, 카페, 볼거리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든 어플이다. 여기에서 카페 메뉴를 이용하면, 위에서 소개한 모든 카페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도 소개와 위치 등은 언제나 확인할 수 있으니 꼭 깔아두길 바란다. 카페 이외에도 가격대, 종류별로 정리된 레스토랑 목록, 파는 물건과 가격대에 따라 정렬된 쇼핑지역에 대한 정보까지 담겨있다. 그 밖에도 잘만 활용하면 왠만한 여행책자 부럽지 않은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

 

 

  •  뉴욕 커피 기행 - 일주일간의 뉴욕 카페 탐방
  • 카페 지도와 상세 주소 그리고 안내

    http://beirut.tistory.com/199

     

  • 스텀타운 커피 로스터즈 Stumptown Coffee Roasters
    http://beirut.tistory.com/212

     

  • 조 Joe 김미커피 Gimme! Coffee
    http://beirut.tistory.com/215
  •  

  •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
    http://beirut.tistory.com/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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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홍대에서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 형님의 전화였다.홍대의 몇몇 카페에서 도움을 주고싶다는 의사를 전해와 연락했다는 것이다. 오늘 노점을 하게 되면 갓 볶은 커피를 1kg정도 후원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노점이 계속된다면 장비와 인력또한 후원하고싶다는 내용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샤워를 하고 급하게 노점에 필요한 장비들을 챙겼다. 트위터에 노점을 열겠다는 글을 올렸고, 후원을 하겠다는 바리스타분들과 약속을 잡았다. 혼자서는 벅찰 것 같아 친구와 후배들에게 연락을 했다. 여행가방에 필요한 것들을 구겨넣고 급히 집을 나섰다. 학교 법인화에 반대해 본부를 점거한 학생들이 문화제를 여는 시각은 4시. 늦어도 3시 반에는 학교에 도착해 준비를 해야했다.



    얼마 전 트위터에 노점을 열고싶단 글을 올렸다. 날씨가 좋을 때, 캠퍼스 혹은 홍대에서 노점을 하곤 했다. 직접 콩을 볶아서 커피를 팔았다. 사람들이 꽤 모였던 기억이 났다. 커피를 마시며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눴던, 노천 카페가 생각났다. 학교에선 법인화 일방추진 반대를 외치며 본부 점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학우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노점을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커피를 내리고, 후원금을 받아 학생회에 기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다. 기말고사 기간이었고,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참여하는 학내 구성원들도 없는 마당에 외부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에 잊고 있던 일이었다. 전화를 받았을 땐, 어쩌다가 내 글이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퍼졌나 싶었다.한 번 퍼지기 시작한 트위터 글은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커피가 부족할수도 있으니 더 가져오겠다, 장비를 지원해주겠다, 커피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뭐든지 할테니 일단 만나자. 쉴 세 없이 트위터 알람이 울렸다. 한 손으론 정신없이 트위터를 하면서 학교로 향했다. 가는 길엔 선뜻 후원에 응해주신 홍대에 들러 커피를 받아들고 학교로 향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금세 사람들이 모여 테이블을 옮기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역할 분담을 했다. 물을 계속 끓이고 공급하는 일은 법대 친구가 도와주었다. 부족할까 직접 원두를 사가지고 온 공대생은 나와 함께 커피를 내렸다. 외교학과에 다니는 친구는 미학과 친구와 함께 노점 홍보에 나섰다. 서빙도 하고 후원금도 걷었다. 행사는 많은 학우들과 졸업생 그리고 학교 직원들의 호응속에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덕분에 노점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모든 수익금을 학생회에 기부하겠다고 하자 후원은 물밀듯이 들어왔다. 어느새 후원금함은 가득찼고, 가져온 커피는 바닥을 드러냈다. 정신없이 2시간이 지나갔다. 후원금은 꽤 모였다. 함께 노점을 한 친구들의 이름과 후원한 카페의 이름으로 후원금 전액을 학생회측에 전달했다.

    그 이후에도 노점을 열 기회가 있었다. 학교측의 입장은 완고했고, 학생들은 본부를 계속 점거할 수 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온갖 아이디어로 본부점거를 유쾌하게 이어갔다. 그리고 무르익은 분위기는 곧 본부스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본부스탁에 커피장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고, 나는 선뜻 커피 콩을 볶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곧이어 학교 커피 동아리에서 연락이 왔다. 본부스탁에서 커피를 파는 부스를 연다고 했다. 커피만 볶아주기로 했던 나는 엉겁결에 부스에 함께하기로 했다. 있던 약속을 취소한 채 나는 본부스탁에서 커피를 팔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준비해둔 원두를 모두 소진했다. 다음날에도 커피 장사는 이어졌다.
     




    커피 노점은 총 3일간 열렸다. 10명 가량이 노점에 참여했고 홍대의 카페 한 곳에서 후원을 받았다. 커피는 200잔이 넘게 팔렸다. 첫 날 후원금으로 25만원, 본부스탁 부스에서 10만원의 이윤이 남았다. 학생회에는 35만원 정도를 기부했다. 숫자를 좋아하는 경륜있는 어른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니,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는건 하나도 없는 쓸모없는 짓거리였다. 이것저것 들어간 비용에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35만원은 적자나 다름없는 수익이다. 장사를 하느라 과제를 딜레이 한 사람도 있었고 시험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원래 있던 약속을 취소하고 장사를 한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헛수고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적인 훌륭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총장님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초학문에 돈을 쓰는게 아깝다고 생각하는, 법인이 돼 학교의 재산을 있는대로 불리고 싶은 그들의 입장에선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노점을 하지 않고 레포트에 힘을 썼다면, 공부라도 한 자 더하고 시험을 봤더라면 훌륭한 학점을 받는 훌륭한 학생이 됐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학교를 기초학문이든 실용학문이든 상관없이 좋아하는 공부를 열정적으로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다.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과 학장님이 아니고 학교에 학생, 직원 그리고 학교와 관련있는 모든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선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경제적이지 못할지라도, 이윤창출이 되지 않는 일일지라도 그것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우리들에겐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이 아니었다면 노점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행위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는 사람들만 모였더라면 커피는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에 의해 노점은 열렸고, 사람들을 위해 커피가 내려졌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나눴던 그 소중한 시간들은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의미를 가졌다.



    노점을 열었던 첫 날, 본부에서는 총장님과 학생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서로의 의견차가 분명하여, 경륜없는 학생들과의 만남이 당혹스러웠던 총장님의 수줍음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본부를 수줍게 나서는 총장님을 향해 나는 '커피 한 잔 하실래요?'라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총장님은 묵묵부답이었다. 아직도 난 그 이유를 모르겠다. 친절한 나의 부탁을 거절한 이유를. 아마도 총장님은 커피를 싫어할지도 모른다(혹은 봉지커피를 즐겨먹는 취향일 수도 있다). 혹은 아무런 이윤도 낼 수 없는 쓸모없는 노점따위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세계 최고의 학교를 위해 있는 경륜 없는 경륜을 쏟아 붓느라 커피 한 잔 즐길 여유가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 때, 억지로라도 총장님의 손을 잡고 커피 한 잔 쥐어드렸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소망한다. 언제라도 총장님의 마음이 열려, 학생들과 커피 한 잔 할 수 있기를. 함께 노점 앞에서 웃고 떠들며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기를.

    맛있는 커피 이야기

         맛있는 커피를 위한 6원칙
    • 신선한 배전두(볶은커피)
    • 청결한 도구
    • 신선한 물
    • 기구에 맞는 적당한 굵기
    • 적당한 분량
    • 추출시간과 온도 지키기

    맛있는 커피를 위한 6원칙. 커피를 막 배우기 시작할 때, 노트에 열심히 필기 해 둔 내용이다. 간단하면서도, 지키기 까다로운 내용이다.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 언제나 저 6가지 항목들을 기억하며 커피를 볶고, 갈고, 내린다. 이 기준은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카페를 갈 때 마다 유심히 체크하는 항목들이다. 신선한 커피를 사용하는지, 주방을 청결하게 쓰는지, 신선한 물을 사용하는지, 적당한 굵기의 커피를 적당한 분량으로 최적의 온도에서 추출하는지를 살핀다. 조금만 관심있게 카페를 둘러보면,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당연하겠지만, 이 6가지 원칙을 지키는 카페 중에서, 커피맛이 별로인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가령 내가 자주가는 홍대의 카페 헤이마(Heima)는 이 6원칙에 충실하다. 헤이마에선 항상 열정이 가득한 로스터분께서 콩을 볶는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볶은 원두를, 가장 적당히 숙성된 상태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청결한 주방은 언제나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커피를 위해 따로 정수기를 설치한 것은 물론이며, 최상의 머신으로 최고의 커피를 내려주려 노력한다. 추출이 잘못된 커피는 절대 손님에게 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추출된 한잔의 커피를 대접하려 노력한다. 이는 내가 헤이마를 자주 찾는 이유이며, 그곳의 커피가 맛있는 이유다. 연남동에 있는 카페 이심에선, 언제나 신선한 커피를 맛 볼 수 있다. 사장님께선, 커피를 가장 최상의 상태에서 대접하고자 노력하신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직감으로, 가장 적합한 온도에서, 적합한 방법으로 커피를 내려주신다. 그곳의 커피는 언제나 신선하며, 부드럽다. 오픈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지만, 카페는 언제나 깨끗하다.

    맛없는 커피 이야기

    까다롭게 보여도, 나는 대체로 대부분의 카페에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 자신의 카페에 최선을 다하는 로스터, 바리스타는 언제나 저 6원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커피맛도 맛있어진다. 문제는 취향의 차이다. 내가 카페에 가고, 맛에 대해 표현하고, 리뷰를 하는 이유는 각 카페가 가진 성향에 대해 기록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 기록이 나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나는 최선을 다해 리뷰를 하고자 한다.

    전주에 내려가 카페를 찾아다닌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작년에 전주에서 들른 한 로스터리샵이 인상깊게 남아, 전주의 카페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다시 전주의 카페들을 들러보기로 하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았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전주시 D동에 있는 B카페를 찾았다. 로스터리 샵에, 각종 블로거들의 칭찬으로 유명한 카페였다. 하지만, 나는 메뉴판을 보는 순간 부터 화가 났다. 그리고 주문을 하며 화가 났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화가 났다.



    메뉴판에는 내가 여지껏 한번도 보지 못한 식의 가격표가 있었다. 원두가 3그람 늘어날 때 마다, 가격이 2000원씩 오르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사실 여기서 크게 화가 난 건 아니었다. 정확한 추출을 한다는 자부심과, 훌륭한 원두를 내려준다는 자신감이라면, 이정도는 이해할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메뉴를 가지고 있으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만큼의 노력이 들어갈 것이고, 이정도의 가격을 받는다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든 것은 주문을 하면서부터였다. 내가 주문한 두 종류의 커피가 없어서 직원이 두 번이나 바와 내가 있는 테이블로 갔다왔다했다. 결국, 있는 커피가 무엇이냐 물어보았고, 원두가 있는 진열장을 살펴보던 직원이 남아있는 커피를 알려주어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화가나기 시작한 건, 커피맛을 보면서부터였다. 그래도, 기대는 했었기에, 차분한 마음으로 커피잔을 들었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나는 실망을 했다. 정말 맛이 없었다. 내가 가장 저렴한, 연한 커피를 주문하기도 했지만, 이 커피는 맛이 연하다기보단 어떠한 특징도, 개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이 간 여자친구는 커피가 조금 오래된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혹시나 해서, 난 계산을 할 때 커피의 로스팅 날짜를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커피가 볶아진 날짜는 각각 5일과 11일이었다. 우리가 카페를 찾은 건 22일. 그러니까 각각의 원두는 18일과 12일이 지난 커피라는 것이었다. 신선한 커피의 유통기한을 2주를 기준으로 한다면, 12일된 커피까지는 그래도 용서가 됐다. 하지만 볶은지 18일이 지난 커피를 판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카페에선 나름 핑계를 댈 수도 있겠다. 혹은 내가 오해를 했을 수도 있다.
    그날따라 원두가 없을 수도 있었고, 그나마 남은 커피가 얼마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오래된 커피를 내려줬을 수도 있다. 혹은 이 카페는 원래 오래된 원두를 내려주는 카페일 수도 있다. 또, 워낙에 비싼 생두를 쓰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커피를 팔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직원들은 이제 막 커피를 배워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분별이 없어서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사실이라고 해도, 난 이 카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단 한잔의 커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카페들이 있는데, 이렇게 무심한 카페를 다시 찾을 이유도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커피 맛에 신경쓰고, 손님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카페를 다녀온 다음날, 나는 또 한 잔의 맛없는 커피를 만났다.

    또 박씨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시간은 18~23초로 정해져 있어서 추출시간이 이 범위를 벗어나면 에스프레소를 버려야 한다"면서 "에스프레소 추출이 잘못됐다면 음료 제조에 쓰지 않는 것이 맞지만 바쁜 아침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이를 완벽하게 지키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모 프렌차이즈 커피샵의 커피 맛에 대한 내용이 담긴 기사였다. 추출시간을 지키지 않은 커피에 대한 내용이다. 워낙에도 잘 찾아가지 않지만, 이런 얘기를 듣고나니 가고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음식으로 치자면 불어터진 라면이라든지, 익지 않은 쌀밥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당연히 맛 없을 수 밖에 없고,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바로 버려야 할 커피이다.

    다시 맛있는 커피 이야기

    이야기는 간단하다. 로스팅은 요리이고, 커피를 추출하는 일 또한 조리에 속한다. 청결함은 기본이고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음식점에 가서는 이러한 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데 익숙하면서, 카페에 가서는 너무나 무심해진다. 언제부턴가 맛없고 쓴 커피엔 시럽을 넣어 먹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니, 커피는 원래 쓰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바람이다. 음식에 대해 민감한 만큼, 커피에 대해서도 민감했으면 한다. 로스팅과 커피를 요리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수 많은 음식점에게 잔반을 다시 쓰지말라고 하는 것 처럼, 신선한 재료를 요구하는 것 처럼, 깨끗한 주방을 요구하는 것 처럼 카페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으면 좋겠다. 기본적인 원칙만 지킨다면 커피는 더 맛있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진짜'커피는 원래 맛있다. '진짜'커피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커피를 선택하는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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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이었다. 사람이 없는 이른 시간에 천천히 카페쇼를 구경하려고 오픈시간에 맞춰 코엑스를 찾았다. 전년도 보다는 확실히 스케일이 커졌지만, 내용은 비슷비슷했다. 오히려 좀 허전한 느낌이 든 카페쇼였다. 생각보다 일찍 카페쇼 구경을 마친 나는 동행과 함께 KBC(for WBC)를 구경하기로 했다. 2008년에 WBC에서 Kyle이 했던 퍼포먼스가 인상깊게 남아있던 나는, WBC 한국 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일찍부터 앞자리를 맡아두고 바리스타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대회를 지켜본지 30분정도가 지났을까, 내 눈을 사로잡는 바리스타 한 분이 있었다. 바로 위 사진의 김사홍 바리스타. 앞선 바리스타들이 긴장하고 떨린 모습을 보여줬다면, 김사홍 바리스타는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첫번째 추출부터 마지막 창작 메뉴까지. 아쉽게 시간을 초과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분이 보고타행 비행기표(2011년 WBC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은 보고타에서 열렸다)를 차지하는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숨가쁜 15분이 지나고, 다음 바리스타를 위한 세팅이 진행되는 사이 막간의 인터뷰가 있었다. 김사홍 바리스타는 자신이 상암동에 있는 커피템플의 바리스타라 소개했고, 대회를 보고 찾아온 손님에게 에스프레소 한 잔을 대접한다고 해 주셨다. 그래, 꼭 가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망설이기를 7개월(근처까지 갔으나 찾지 못해 해메고 돌아오기도 했다), 드디어 상암동 커피템플을 찾았다.


     

    커피템플을 찾기 위한 포인트는 바로 이 빨간 벽. 수색역 2번출구로 나와 누리꿈 스퀘어를 찾아간다. 그리고 CJ E&M센터 근처에 있는 건물에서 빨간 벽의 커피템플을 찾으면 된다(자세한 위치설명은 아래에서) 

     

    커피템플만의 메뉴 텐저린 카푸치노. 카라멜을 먹는듯한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매력!

    살짝 보이는 텐저린의 모습.


    커피템플의 포인트는 바로 이곳만의 창작메뉴. 텐저린 카푸치노다. 이 밖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메뉴판을 찍어오려 했으나 부끄러워 찍지를 못했다;). 보통은 처음가는 카페에선,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먹어보는데, 이곳에서는 텐저린 카푸치노를 먹어보기로 했다.
    모든 메뉴는 테이크아웃 컵에 담아서 나오며, 사이즈는 스몰사이즈와 라지 사이즈가 있다. 창작메뉴의 가격대는 4000-5000원대, 일반 커피 메뉴(아메리카노, 라떼 등)은 3000-4000원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바가 시원하게 오픈돼 있어 모든 제조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기계가 모든것을 말해주진 않지만, 훌륭한 기계를 선택하고는 것은 바리스타의 안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라마르조꼬 머신, 바텀리스(포터필터의 추출구 부분을 잘라낸 것) 포터필터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김사홍 바리스타의 모습은, 대회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받아든 커피에서는 진한 텐저린과 커피 향이 풍겨왔다. 얼핏 카라멜의 향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김사홍 바리스타의 화려한 수상을 보여주는 진열대. 템퍼들도 보이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서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카푸치노를 입에 물고 주변을 둘어보았다.


    인텔리젠시아, 스퀘어마일즈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페들은 커피만큼이나 훌륭한 자신들만의 로고를 가지고 있다. 훌륭한 카페는 커피맛에도 신경써야 하지만, 카페의 정체성이 묻어난 로고에도 신경써야 하는 법. 카페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혹은 카페 대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 템플만의 로고는,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에서도 '템플'이라는 컨셉을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요즘 우후죽순 생겨나는 카페들은 유행만을 따라 카페의 인테리어를 하곤 한다. 이러한 면에서 커피템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인테리어는 커피맛을 떠나 이미 다른 일반적인 카페와는 차별화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다. 오래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간단하게 커피 한 잔 즐기고 가기에 좋은 곳이다. 항상 테이크아웃 컵에 제공되는 커피는, 언제든 커피를 마시다 카페를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나는, 카페가 조용하고 커피도 맛있었기에 책을 읽으며 꽤 오랜시간을 앉아있었다. 앉아있다보니 의자가 그리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한쪽 벽에 있는 템플만의 창작 메뉴. 이곳은, 커피를 못마시는 손님들도 부담없이 맛있는 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시럽없이는 커피 한 방울도 못마시는(사실, 왠만한 프렌차이즈 카페의 커피는 그럴만도 할만큼 쓰디쓰다) 사람들이, 아무런 첨가물(?)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텐저린 카푸치노(혹은 라떼)는 그만큼 달콤하고 부드럽다.
     


    아쉬운건, 창 밖의 풍경이다. 한창 진행되고 있는 M본부와 S본부의 신축 공사로 인해 보이는건 공사장과 하늘 뿐이었다. 물론, 건축이 다 돼도 높은 건물밖에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텐저린 카푸치노의 단점이라면, 진하고 묵직한 맛의 커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달고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찰나, KBC 대회를 보고 찾아왔다는 나에게 약속하신대로 뽑아주신 에스프레소는 그 아쉬움들 달래주었다.
    에스프레소는 무거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산뜻한 신맛과 적절한 바디감은 마시는 이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에스프레소가 이렇기 때문에, 텐저린과 결합하더라도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다. 텐저린 없이 우유만 만났을때 어떤 맛일지 궁금해 카푸치노를 시키고 싶었으나, 저녁을 먹지 않고 왔던 터라 몇번을 망설이다 마시지 못했다. 아쉽긴 했지만, 나들이를 떠난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산뜻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어서 만족할 수 있었다.

     


    템플을 형상화한 듯한(?) 카페의 메인 조명과 독특한 보조 조명들.
    카페에 계속 앉아 있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선곡이었다. 계속해서 흐르는 '나는 가수다' 음원은 나의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후에는 검정치마나 10cm의 곡이 흘러나왔지만, 역시나 이곳만의 선곡은 아닌것 같아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말이다.


    7개월의 기다림과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커피템플은 훌륭한 커피를 선사해주었다. 오는 길엔 가양대교를 통해 한강 자전거도로를 타고 집에 왔다. 기분좋은 저녁이었다.

    • 커피템플 포인트 -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도 혹할만한 커피템플만의 창작메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미감을 만족시킬만한 산뜻한 에스프레소. 저렴한 가격은 덤이다.
    • 커피템플 미스 포인트 - 불편한 교통. 지하철을 통해 온다면 버스를 갈아타야하고, 내려서도 조금 걸어야 하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온다면 훨씬 편할듯.
    • 커피템플 포 미 - 자전거를 애용하는 나에게는 좋은 선택. 단맛을 좋아하지 않아 텐저린 카푸치노는 자주 마시진 않을듯. 하지만 에스프레소를 위해서라도 자주 올 것 같은 예감!
    • 커피템플 가는 길 - 지하철 이용시 6호선 수색역 하차. 2번출구로 나와 7730, 771 탑승후 누리꿈스퀘어 하차. CJ E&M건물 근처 디지털파빌리온 건물 1층.
      자전거 이용시 가양대교까지 진입 후 엘리베이터 이용. 월드컵 경기장쪽으로 직진후 상암고등학교 쪽으로 우회전. 누리꿈 스퀘어를 찾으면 된다. 자전거도로가 비교적 잘 나 있어 자전거 이용이 용이.
      자세한 안내 - http://cafe.naver.com/coffeetempl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10 참조.

     추신: 최근에 방문했었는데, 커피 가격이 인상됐더군요(5500원). 리필도 한 잔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통돌이 로스팅을 하는 곳은 예상외로 얼마 없다. 많아봤자 500g내외를 볶아내는 통돌이로 커피를 볶아 장사를 한다는 건, 상당한 인내와 꾸준함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통돌이로 커피를 볶는 로스터들이 있는 것 보면, 통돌이로만 표현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통돌이로 커피를 볶는다. 전문 로스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아마추어'지만, 통돌이 로스팅이라면 왠지 동질감도 들기도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홍대의 '커피볶는 곰다방'은 그래서 내가 즐겨찾는 카페 3순위 안에 든다. 유니온 통돌이로 볶아낸 그곳의 커피는, 나의 롤모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년이었나, 통인시장 근처에 통돌이 명인이 등장했다는 소문을 몇몇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호기심 때문에 몇번이고 카페 앞까지 찾아갔으나, 근처에 단골 카페가 있어서 그곳을 가느라 들어갈 엄두를 못냈다. 아쉬움을 달래길 몇번째. 드디어 광화문커피를 찾았다.
     

     

    광화문 커피는 통인시장옆에 있다. 근처에는 효자동 베이커리가 있고 언덕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다보면 정겹게 생긴 광화문 커피 입구가 보인다. 정면에서 봤을땐, 로스팅실이 있어서 좁아보이지만, 안쪽으로 앉을곳이 있다.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두 개나 있어 애연가들도 부담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테라스에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내가 생각하는 일본 카페와 한국 카페의 차이점. 바로 하우스블렌드이다. 일본 카페에 들렀다면, 그곳의 블렌드 커피를 마셔보는게 묘미다. 카페 주인이 연구에 연구를 거쳐, 그 카페만의 맛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블렌드를 파는 곳은 많지 않다. 우선, 직접 로스팅을 하는 카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두번째로는 블렌드가 있다하더라도 자신있게 추천하는 경우가 없다. 혹은 추천하여 마셔보더라도 큰 인상이 남지 않는다. 드립커피 블렌드 중 가장 인상이 남는 곳은 딱 세 곳. 대학로의 학림다방과 강릉의 카페 보헤미안 그리고 연희동에 있는 카페 이심이다. 특히, 학림다방의 블렌드의 그 부드러움과 달콤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물론 내가 카페를 많이 안다녀 본 탓에, 블렌드 커피를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카페에 들어서 메뉴판을 받았을 때, 나는 이곳에서도 왠지 제대로 된 블렌드를 맛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당하게 외부에 노출시켜놓은 로스팅실하며, 메뉴판의 제일 첫번째 메뉴를 장식한 모습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광화문 브렌드를 주문하고, 카페를 둘러보았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기물들과 곳곳에 눈에 띄는 커피용품들. 왠지 사직동의 내 단골 카페가 생각나는 인테리어였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카페가 오픈한지 오래되지 않아 깨끗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커피가 준비되는 동안, 살짝 주방(?)도 살펴보았다. 멀리 보이는 말코닉 케냐 그라인더가 눈에 띄었다. 훌륭한 바리스타는 가장먼저 좋은 그라인더에 투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커피를 잘 분쇄하는 일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드립커피에서는 사람의 힘을 벗어나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그라인딩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기계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기계를 쓴다는 것은 그만큼 더 좋은 커피맛을 위해 신경을 쓴다는 것이므로 눈여겨볼만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커피가 나왔으니 잔말말고 시음을 해 보았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아, 이 커피는 정말 솔직한 커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이 솔직한 맛을 가진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묵직한 맛은 좀 덜했지만, 부드러운 맛과 은은하게 느껴지는 산미는 마시는이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고소함과 단맛 또한 느껴지기도 했다. 거친 맛을 가진 생두들이, 좋은 로스터를 만나 잘 길들여진 맛을 냈다는 것이 총평이라면 총평.

    결국, 나는 다음날에 또 이 곳을 찾아, 블렌드를 시켜마셨다.


    약간은 불맛이 느껴지고, 거친느낌이 나는건 아마도 저 타공식 샘플로스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강한 불에서, 소량의 원두를, 5-6분 사이의 짧은시간에 뽑아내기 때문에 더욱이 그런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통돌이 로스팅은 워낙에 변수가 많고, 그 변수를 컨트롤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통돌이 로스팅은 '느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생두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시선을 집중하고, 풍겨나오는 향기에 후각을 총 동원해야 한다. 거친 생두들이 잘 컨트롤 됐다는건, 그만큼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얼개미며, 초시계 그리고 탐침까지. 통돌이 로스팅을 하기 때문에 더욱 눈이 가고 동질감마져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내부는 조용하고 차분하다기보다, 활기차고 재미있는 느낌. 배경음악 대신 라디오를 틀어놓았다. 클래식 방송과 국악방송을 번갈아 트는 것 같았다. 굳이 안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었다.

     

     

    리필로 콜롬비아를 마시며 다시 카페 구경. 콜롬비아 역시 거친 느낌 와중에 생두가 가진 맛을 잘 표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콜롬비아를 시킨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이 곳에 오기 전에 바로 콜롬비아를 볶았기 때문이다.

     


    이 곳의 장점은 리필이 자유롭다는 점. 에스프레소 블렌딩도 궁금해 주문을 했는데, 친절하게도 리필로 내려주셨다. 드립 블렌딩보다는 인상깊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균이상의 맛이었다. 카푸치노를 한 잔 더 시켜먹을까 하다가 역시 집에서 2잔이나 마시고 단골카페에 들러 커피를 반 잔 정도 마셨기에, 이게 마지막 잔이 됐다.

     

    약속이 취소된 바람에, 블렌드나 한 잔 더 마실 겸 다음날 또 카페에 들렀다. 전날보단 좀 차분한 느낌이었다. 블렌드는 여전했다(여전하지 않을리가 없지만;). 어제 사람이 많아 찍지 못한 사진을 좀 찍었다. 민폐를 끼친게 아니길. 리필로 과테말라와 케냐를 먹었다. 이 날은 케냐가 맛있다고 하길래 마셔봤는데, 적절한 바디감도 느껴지고, 신맛도 잘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맛있어서 다 마시고 싶었으나, 저녁을 먹지 않아 속이 좀 부대끼는 느낌이었다. 미안하게도, 약간 남기고 저녁을 먹으러 자리를 떴다.

     


    창 밖 풍경은 정겨웠다. 시장 주변인데다가 주택가가 밀집해있어 꽤 흥미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집에 오는길엔, 자하문 터널을 지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구름이 멋있어 하늘을 찍었다. 카페인에 취해 더욱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두번째 사진은 마그리트의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광화문 커피의 로스팅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집에와서 타공식 로스터기를 꺼내들었다. 흉내를 내본다고 볶아봤는데, 맛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생두의 투입량과 화력, 배출 포인트는 억지로 맞춰봤지만, 역시나 미세한 컨트롤에서 미스를 한 듯 싶다. 내일 한 번 마셔나 봐야지.

    • 광화문 커피 포인트 - 통돌이 장인 혹은 달인이 신선한 원두로 내려주는 드립커피. 하우스 블렌드는 물론이요, 생기 넘치는 드립커피는 이곳만의 매력 포인트.
    • 광화문 커피 미스 포인트 - 경복궁역에서 도보로 카페를 찾아가기까지는 조금 걸어야 한다. 개성있는 드립커피 메뉴 때문에 에스프레소가 빛을 못낼 수도 있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 광화문 커피 포 미 -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20분 거리. 통돌이로 커피를 볶는다는 점. 개성있는 블랜드와 맛있는 드립커피가 있으니, 단골 카페가 되는건 시간문제.
    • 광화문 커피 가는 길 - 지하철 이용시 3호선 경복궁 하차. 2번출구로 나와 직진. 도*노피자를 지나 통인시장 입구가 나오면 나오면 좌회전. 통인시장을 통해 나오면 우회전. 효자 베이커리가 보이고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광화문 커피가 등장. 버스 이용시 경복궁역에서 내려 효자동을 향하는 버스를 아무거나 타고 통인시장에 내려서 찾아가거나 171등 사직단을 통과하는 버스를 이용. 사직단에서 내려 종로도서관쪽 골목으로 향한다. 종로도서관쪽이 아니라 좀 더 넓은 골목을 향해 쭉 걷다보면 역시 통인시장과 효자베이커리를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자전거 이용시 자하문 터널을 넘어 오거나 광화문에서 효자동쪽으로 향하는 길을 찾는다면 쉽게 올 수 있을 것이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 35-11

     추신: 최근에 방문했었는데, 커피 가격이 인상됐더군요(5500원). 리필도 한 잔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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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루트는 레바논의 수도이자 뮤지션의 이름이다.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나는 베이루트의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베이루트는,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무언가가 있는 도시 이름이다. 그 뭔지모를 설렘과 미묘한 두근거림, 이국적인 느낌을 설명하기 위해선 영화 '카모메 식당'이 필요하다. 

    카모메 식당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주말이 되면 종종 시네큐브나 압구정 스폰지 하우스를 찾아가, 조조 영화를 보곤했다. 일요일 아침, 그 곳의 조조영화 너무나 조용했다. 사람이 한 두 명, 어쩌다 운이 좋으면 나 혼자. 무얼 볼지도, 무얼 할지도 정하지 않은 채, 점심값과 영화비만 챙겨서 나오곤 했었다. 카모메 식당도 비슷했다. 여느 때처럼 나는 대충 아침밥을 챙겨먹고 조조영화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리곤 압구정 스폰지 하우스에 도착해 가장 먼저 상영하는 영화의 티켓을 끊었다.
    카모메 식당은 지금도 영화의 장면장면이 생각날 정도로 인상깊을 정도로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맛있는 시나몬 롤이 나오는 장면이나 기름에 돈카츠가 튀겨지는 장면, 맛있게 데코레이션이 된 데리야키와 밥이 서빙되는 장면, 오니기리를 함께 먹는 장면 정도일 것이다. 먹을 것에 대한 묘사가 심상치 않았기에, 아침을 대충(혹은 거른) 먹고 나온 나에겐 곤욕이었다. 보통은 맛집을 찾아서 점심을 먹었지만, 그 날 만큼은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카모메식당에서 음식을 담당한 사람이 따로 있다더라! -도시락과 관련된 서적도 냈고, 우리나라에 번역까지 됐다.) 
     


    카모메 식당이 나에게 남긴 것은, 엄청난 식욕 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꿈꾸는 많은 것을 실현 가능케 했다. 다음에 나오는 항목들은 내가 카모메 식당을 통해 실현한, 실현할 소박한 꿈이다.

    • 눈을 감고 지도의 아무 곳이나 찍어, 그 곳을 여행하기 - 내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와, 졸업여행을 했을 때의 일이다. 사회과 부도의 한국 지도면을 펴 놓고, 눈을 감은 채 여행지를 골랐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미도리가 손가락으로 찍어 핀란드를 찾은 것 처럼, 나도 눈을 감고 안동을 찍었고,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 커피를 내릴 때, '맛있게 내려지길!' 하고 마음 속으로 외치기 - 영화에서 사치에에게 커피를 가르쳐줬던 남자는, '코피 루왁'이라는 주문을 외치면 커피가 맛있어진다고 말한다. 사치에도, 나도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나의 카페에 오는 첫 손님은 평생 커피 무료! - 토미는 카모메 식당의 첫 손님이다. 사치에는 그에게 언제나 맛있게 내린 드립커피를 제공한다. 나도, 사치에처럼, 나의 카페를 찾는 첫 번째 손님에게 평생동안 커피를 무료로 내려줄 것이다.

    사실, 항목으로 정리되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 영화는 깨알같은 대사들로 가득하다. 사람과 음식 그리고 커피에 대해. 그리고 그 느낌이 바로 베이루트의 느낌이다. 눈을 감고 지도의 아무 곳이나 콕 찍은, 이국적이고 무언가가 있을 법한.

    카페 베이루트

    장사를 시작한 건, 2년 전의 일이다. 홍대와 서울대 캠퍼스에서의 커피 노점부터 시작해, 도장을 파고 원두를 판매하는 일까지 하게 됐다. 혼자 로스팅을 하다보면, 볶은 원두가 지나치게 많아져 다 먹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로스팅을 규칙적으로 하기 위해, 더 좋은 커피 맛을 찾기 위해 원두 장사를 결심했다. 생두값과 포장비에 약간의 인건비 정도를 고려하여 3천원에 판매를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이차저차 사정을 설명하고, 장사를 시작했다. 갓 볶은 신선한 원두라는 컨셉으로, 맛 없으면 언제든지 새로 볶아준다는 서비스 정신으로 조금씩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리고 얼마 전, 친구가 만들어준 명함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원두 장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원두를 팔 때면, 항상 손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미안하다는 건, 3-4천원만 더 하면 훌륭한 로스터리 샵에서 좋은 원두를 살 수 있음에도 보잘것 없는 나의 원두를 사 주기 때문이다. 고맙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나의 커피를 사 주고, 언제나 맛있게 먹었다고 웃어주기 때문이다. 언제나 수고한다며 판매 가격보다 웃돈을 얹어서 입금해주시는 손님, 남는 게 없어서 어떡하냐며 그래도 많이 팔아주면 좋겠지 하며 정기적으로 사 주시는 손님, 다른 샵에서 사먹는 것 보다 더 맛있으니, 힘내서 더 맛있게 볶아달라고 응원해주시는 손님, 조금씩 포장해서 남겠냐고 이왕 볶는거 잔뜩 볶아서 보내라고, 주변에 나주어주면 된다고 1키로도 넘게 주문해주시는 손님. 그 손님들 덕분에 나는 영화 속 카모메 식당의 주인이라도 된 양 기분이 좋아진다.

    여름에는 콩을 볶기가 훨씬 힘들어진다. 좁은 베란다에서, 휴대용 버너를 켜 두고 1시간씩 로스팅을 하다보면, 어느새 땀 범벅이가 되곤 한다. 포장 비용에, 배송비용 그리고 작게는 버너에 쓰이는 가스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결코 남는 장사는 아니다. 시험기간이면 몰려드는 주문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나 로스팅을 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는 한 번도 반복되는 식당일을 지루해 한 적이 없다. 손님이 오지 않는 가게에서 하염없이 컵과 테이블을 닦으면서도 웃음을 잃은 적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손님이 오면 최선을 다해 맞이한다. 이내 헬싱키의 그 가게는, 손님들로 가득 찬다. 그리고 손님들의 손에는 그곳의 대표메뉴인 오니기리를 들고 있다.

    나도 비슷한 심정이다. 언제나 손님이 찾아와주길 바라며 콩을 볶고 있다. 내가 바라는 건, 이윤이 아니다. 내 커피는 이윤을 내서 팔 만큼 훌륭한 커피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언제나 내가 계속 로스팅을 할 수 있게 끊임없이 카페 베이루트를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항상 손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제일 처음, 학교 캠퍼스에서 노점을 했을 때의 일이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노점 주위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따사로운 햇살속에 커피를 내리면서, 나는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그 때 내렸던 커피가,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기억속에 남아있다. 그 때도 나는 카모메 식당의 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언젠가, 정말로 '카페'를 여는 그 날이 와도, 이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카모메 식당'의 주인이 된 기분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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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발전소는 '정말로' 발전소 앞에 있다.
    당인리 화력발전소 또는 서울 화력 발전소 앞에 위치한 조그마한 카페다. 화력발전소 하니 이거 뭐, 지방에 있는 카페야?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수역, 합정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조금 오래 걷는다 싶을 수도 있지만, 근처에 의외로 카페도 많고 구경거리도 많아서 그렇게만은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자전거가 가장 최상의 이동수단인것 같긴 하다. 이 카페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있으니까 말이다. 잔잔한 음악이 계속해서 흐르고, 향기로운 커피가 일품이다.

    간판은 고작 저거 하나다. 사실, 자전거 타고서 조금 헤맸다. 나름 인간 네비게이션이라고, 약도 하나 외워두고 출발했는데. 헤매다니!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많은 책들. 나도 카페를 열 때 즈음엔, 이정도 책장은 3개정도 메울 수 있는 책을 모을 수 있겠지?

    책을 두고 왔더라도 맘 놓고 볼 수 있는 책들이 많다.

    오픈된 공간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하여 조그마한 방도 준비해놨다.

    카페 전경. 조금 흔들렸다. 편하게 않을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좋다. 쉬고싶을때 오고싶은 곳이다.

    생각보다 테이크 아웃 손님이 많았다. 분주하게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된장질을 해댔다.

    역시 진리는 동 드립 포트인가. 먼저 온 손님이 많아 오래 기다렸더니 땀이 다 식었다. 덕분에 아이스 커피를 괜히 시켰따는 생각을 했다. 담엔 꼭 따뜻한 커피를 시키리라!

    한 잔에 4천원. 맛있고, 착한 가격이다.

    더치 커피 가격을 내려야 겠다. 여기서도 5천원에 파는데 말이다. 좀 더 싸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비싼 더치 툴은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역시 진리는 과학 도구다. 사장님이 손수 만드신듯한 더치툴.

    홀의 모습. 깔끔하다.

    곰다방에도 있는 설탕통. 에. 그러고보니 더치툴에, 설탕통, 원두가격과 더치 가격이 전부 곰다방하고 일치한다.

    전등은 커피 자루로 만들었다. 중고 시디도 판다.

    매뉴판. 호가든이 좀 뜬금없어 보이긴 한다.

    나오면서 찍었다. 커피 발전소 옆에 있는 진짜 발전소.

    • 커피발전소 포인트 - 신선하고 맛있는 드립커피, 저렴한 커피가격과 더욱 저렴한 테이크아웃 커피가격. 조용한 실내와 여러권의 책은 시끄럽지 않은, 책 읽을만한 카페를 찾는이에게 최적의 장소.
    • 커피발전소 미스포인트 - 인상깊지 않은 에스프레소메뉴. 드립커피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랄까.
    • 커피발전소 포 미 - 자전거 애호가인 나에게는 반가운 곳. 맛있는 드립커피와 조용한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는 플러스요인!
    • 커피발전소 가는 길 - 지하철로 갈 때에는 상수역 4번출구 내려서 한강공원 방면으로 직진 후 사거리서 우회전. 쭉 가다 보면 멀지 않은 곳에 화력 발전소가 보인다. 조금 더 직진하면 좌측에 커피발전소가 있다.
      버스는 마포07번이 다니고 있다. 근처에 정류장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자전거 이용시에는 홍대에서 주차장길 지나서 쭉 따라 내려와서 골목길을 조금만 지나면 발전소에 다다를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되겠다.
      연중 무휴, 영업시간은 이른 10시부터 늦은 10시까지.
      자전거 주차가능, 음료는 착한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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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단지 커피가 맛있고 중독성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왜 커피를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커피는 사람이 저마다 다 다른 개성을, 생각을 가지고 있듯이 다양한 향과 맛을 가졌기 때문에,
    그리고 더 중요한건 커피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를 사로잡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커피를 볶을때 혹은 그라인딩 할 때 풍기는 독특한 향미, 커피를 마시며 함께 하는 생각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나누는 잊을 수 없는 대화들,
    커피를 마실 때 듣는 음악, 심지어는 비 오는 날 음악과 함께 마시는 한 잔의 커피 그리고 그 분위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모든 것들 때문에 난 커피를 좋아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바삐 살고 있다보면 갑갑함을 느낀다. 매일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일상일이지만,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답답해지고, 더 이상 뭐든 해 나갈 힘이 없어진다.
    그럴 땐, 주저하지않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고 있든 다 집어치우고 커피하우스로 달려간다.
    그리곤 말한다. 이제야 숨을 좀 쉴 수 있겠구나, 이제야 생각을 좀 할 수 있겠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하늘을 바라 볼 시간도 없이 빠르게 걷고, 커피 한 잔 마실 시간 없이 너무나 많은 일들에 치여사는 삶이, 광부가 진폐증에 걸려가듯 내 호흡기에 수많은 인생의 찌꺼기들을 남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건, 커피하우스에 달려가면,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언제건 나와 같은 이유로 혹은 다른 이유로 커피하우스를 찾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커피잔을 앞에 두고 각자의 삶에 대해 터울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들을 나눈다.
    함께 웃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서로의 가슴에 조그마한 숨통을 만들어준다.

    처음 미국에 와서 가장 답답했던 일이 그렇게 소중한 커피와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커피야 근처 스타벅스를 가든 맥도날드에 가서 2달러짜리 커피를 마시든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나를 둘러싼 혹은 커피를 둘러싼 그 모든것들이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피를 마셔도 마치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기분이었다.
    물론 미국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고, 바쁜 일상에 치여 살 일이 없었기 때문에 숨쉬기는 비교적 쉬웠지만, 커피하우스에 가지 못한다 생각하니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허허해졌다.
    기껏해야 여기서 생활하는건 두달이지만, 가끔은 한국이 많이 그리워진다.
    친구들도 많이 보고싶고,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던 일들이었지만 다시금 그것들을 마주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운건, 그렇게 팍팍한 삶에 그래도 쉼표를 찍어주곤 했던 커피하우스다.

    여기서의 일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집에 갈 짐도 슬슬 싸고 있으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커피하우스에서 맡았던 잊지못할 향내가 나오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 도착하면, 바로 그곳에 달려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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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lligentsia Coffee&Tea, Los Angeles, CA


    그냥 이곳저곳, 시간 나는대로 좋은 커피하우스들을 찾아보려고 계획했던 여행들이,
    이 먼곳 LA에서도 계속되었다. 이번 US 바리스타 챔피언쉽에서 1등을 차지했던 Kyle이 소속되어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내가 찾아갔을땐(사실 사인좀 받아보려고 빳빳한 A4용지 2장과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잘나오는 펜을 하나 챙겨갔었다.) Kyle은 인텔리젠시아 시카고점에 가 있었다. 한 바리스타는 우리가 Kyle에 대해 묻자 자신도 그 못지 않게 커피를 잘 내릴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간 사람들에게 커피 한잔씩 쥐어줬고, 한국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함께 커피를 마셨고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보는 커피하우스의 풍경이,
    커피향을 맡으며 함께 웃고있던 그 모습들이, 나를 너무 기분좋게 만들어주었다.

    그래,
    한국에 돌아가면,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그곳을 찾아야지
    그리고 다시 쉼표를 찍어줘야지



    뱀발.
    누가 그러는데 언니네 이발관은 정신건강에 해롭단다.
    생각해봤는데 커피도 비슷하다. 마실땐 마냥 좋다고 마시는데,
    분명 몸에 해로운 성분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너무 기분이 좋아 하루종일 언니네를 들었는데,
    저녁에 잠자리에 누울때 즈음 되어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우울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마도 듣는이의 마음을 건조하게 만들어버리겠다던 석원옹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덕분에 몇일 언니네를 안듣고 참고 있었는데
    오늘 다시 터져버렸다. 커피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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