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채식주의를 대변하는 책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동물을 먹는다는 것' 그 자체에 집중하고 의미를 집고자 한다. 개고기에 대한 해묵은 논쟁으로 글을 시작한다는 점은 이 책의 방향성을 보여주고있다. 개와 인간이 계약이라도 맺은양, 개를 특별하게 여기고 그것을 먹는걸 금기한다는 행위가 얼마나 모순적인가. 돼지는 개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 고통을 느끼는것도, 행복을 느끼는것도 개와 돼지는 모두 똑같을텐데 왜 우리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가.

 

그리고 이야기는 해마로 넘어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신비로운 모습의 해마는 약 35종으로 분류된다. 그 중 20종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나 만날법한 신비로운 모습은 수집광들에게 크나큰 유혹이다. 잘말려 보관된 해마는 훌륭한 수집용 화석이 된다.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해마의 모습은 신비 그 자체다. 덕분에 모든 물고기가 그렇듯 해마도 수족관에서 자유를 잃고 생명을 잃는다. 해마가 죽는 경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해마는 부수어획에서 가장 많이 희생당하는 어종이다. 참치 한마리를 잡기위해서 위성항법장치(GPS)를 동원하는 글로벌 포획자들은, 그물에 함께걸린 다른 145종을 죽인다. 새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우 0.5kg를 잡기 위해 12kg의 다른 어종들이 죽어야만 한다. 사람의 얼굴에 갈고리를 던지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숨도 못쉬게 죽여버리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갈고리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은 물론이요 함께 죽어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공장식 축산업이 전달하는 비극적인 광경은 참치가 잡히는 모습에 비하면 온화한것일지도 모른다. 원양어선을 타고 비극의 종점으로 가는대신 샤프란포어는 농장들을 찾아간다. 곧 세상의 빛을 볼 자신의 아이를 위해, 그 아이가 먹게될지 모르는 동물들을 직접 보기 위해 그는 농장에 편지를 쓰고 머나먼 시골로 차를 몰고 간다. 그는 침착하게 그가 보고 듣고 읽고 느낀것을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공장식 축산업 덕분에 우리가 겪게될 고초들을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령 그는 우리가 사소하게 넘기는 소화불량이나 복통의 원인이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가공된 육류에서 기인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비정상적으로 단기간에 성장한 동물들은 생명이라 하기엔 너무 많은것을 잃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모든 공장식 축산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광인이거나, 광인이었거나, 광인이 된다.

 

그가 채식주의를 선택한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안이라고 존재하는 목장들에서 탄생하는 육류들조차도 공장식 축산이 지배하는 업계에서 벗어날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대안이 될수있는가 하는 스스로의 질문에 포어는 사실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챕터에서 그는 할머니가 차려주었던 맛있는 닭 요리에 대해,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요리를 올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책은 마무리 된다. 동물을 먹는다는것에 대한 성찰. 우리가 마주하는 음식들이 어디서 탄생하고,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마주하는 일에 그는 수많은 생각과 과제들을 던져주고 끝이난다. 책은 통해 육식에 대한 독자의 냉철한 성찰을 도와주고 그들이 선택을 하게 도와준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이 어떻게 됐든, 책의 내용들은 그 선택의 근거가 되어준다.

 

 


 

착한커피열풍이 드세다. 이 열풍이 좋은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듣도보도 못한 스페셜티에 관심을 가졌다는건 대단한 일이다. 시다고만 여겨졌던 그 커피들을 설득할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좋은것이고 라마르조꼬도 훌륭한 머신으로 밝혀졌다. 이제는 바리스타들이 자신들이 낸 커피가 왜 신맛이 지배적인지 소비자를 설득할 필요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육식에 반감을 가지듯 직거래하지 않은 커피, 비싼 머신을 쓰지 않는 가게를 착한 가게라 생각하지 않게 된다.

 

착한커피 방송과 샤프란포어의 책은 깊이의 차이가 있다. 좋은 기자는 기사를 쓰기 전 자신이 취재하고자 하는 것의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령, 넥타이 무역에 대한 취재를 한다면 넥타이의 탄생부터 섬유업계의 화두까지 간단하게라도 사정을 파악한 후 펜을 집어든다는 것이다. 조너선 샤프란 포어는 동물을 먹는 모든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착한커피 방송은 그저 하나의 '맛집 소개'에 그치지 않는 방송을 만들어냈다. 70분의 영상이 던진 충격은 1권의 책보다 파격적이었다. 우리는 어떤 커피를 마셔야하는가. 포어는 육식을 하지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마셔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줬다.

 

평생 육식에 대해 고민없는 선택을 했던 사람이 샤프란 포어의 책을 읽는것과, 커피라곤 인스턴트만 마셨던 사람이 방송을 보는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포어의 책은 사람들의 편견을 걷어냈고 착한커피 방송은 사람들에게 뿌리깊은 편견을 심어줬다.

 

Coffee Break (Addis Ababa, Ethiopia) from John Harrison on Vimeo.

 

 

애초에 '착한 먹거리'를 찾겠다는 방송의 의도가 잘못됐다. 어떤 먹거리가 착한 먹거리일까. 착한 먹거리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것들은 다 나쁜 먹거리가 되는걸까. 방송에서는 착한 먹거리만 보여주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다른것들은 나쁜 먹거리로 자리잡는다.

 

커피는 도대체 어떻게 마셔야 할까. 오랫동안 수많은 커피와 마주하고 카페를 다녔지만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답이라고 찾은것이 있다면 먹는것과 같이 커피 또한 '취향의 문제'라는 것이다. 커피를 볶는 것에 정답이 있을까. 추출을 하고 마시는 것에 정답이 있을까. 방송에서 그토록 찾아해맸던 직거래, 약배전 커피가 훌륭하고 비싼 머신이 착한 커피라면 아디스아바바에서 마시는 저들의 커피는 나쁜 커피일까.

 

실제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마이크로랏 농장주들은 어마어마한 부자들이다. 다이렉트 트레이드가 꼭 착한일만 하는건 아니다. 스페셜티가 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시모넬리 라인업은 국제대회에서 사용할만큼 공인된 머신이다. 약배전 커피라고 낮은온도에서 내리라는 법은 없다. 커피가 맛있어지는건 커피에서만 기인하는게 아니다.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 어떤 음악과 함께 듣느냐도 중요하다. 내리는 사람의 철학도 중요하다. 취향의 문제도 무시하지 못한다.

 

샤프란 포어가 소규모 목장을 방문하면서, 채식주의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스스로가 채식주의자가 되어서 글을 써나간 것 처럼 커피에 대한 방송을 만들었으면 하는 하는건 너무 심각한 부탁일까. 포어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은것처럼, 독자 스스로가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하게끔 만든것처럼 커피를 선택하게 만들어 줬으면 어땠을까. 우리는 꼭 착한커피를 마셔야 한다는양 방송을 하는건 너무나 거만하고 납득할수 없는 폭력적인 일이다. 그들이 무심코 만들어낸 그 70분의 영상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들은 알까. 커피 한 잔에 담긴 깊은 의미가 짧은 영상으로 인해 무너져내렸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광화문 도렴빌딩, 착한가격, 최상의 커피, 홀드미커피' 라는 콩밭 아낙네의 트윗을 보고 저는 가슴이 설레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카페의 이름을 듣고 저는 비틀즈의 노래 '아 워너 홀드 유어 핸즈I Want to Hold Your Hands'가 떠올랐죠. 대놓고 손잡고싶다고 얘기하는 비틀즈의 대범함에, 당시 사람들은 꽤나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광화문 한복판에, 도렴빌딩 지하에 이런 카페가 있을줄이야. 좋은 카페를 발견해 환호성 한 번, 착한 가격에 한 번 더. 쉬는시간을 쪼개고 쪼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도렴빌딩 지하상가에 위치한 '홀드미커피'입니다. 

 

세종문화회관 뒷편, 외교부 공관 바로 옆에 있는 빌딩이 도렴빌딩이죠. 홀드미커피는 이 도렴빌딩 지하상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마주치게 된 착한 가격표. 혹자는 이를 '시장 파괴자'라고 부릅니다. 좋은 커피, 이런 가격에 팔기 쉽지 않은 일이죠.

 

홀드미커피에서는 커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메뉴들을 팔고 있습니다. 근처 직장인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커피를 못마시는 사람도 점심식사후에 즐길수 있는 메뉴들이 많습니다. 저는 망설이지 않고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합니다.

 

전반적으로 주스같은 느낌이 강한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쌉싸름한 맛, 신맛, 단맛의 벨런스가 좋습니다. 통통튀는 맛들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반적인 맛의 느낌은 오렌지 잼 같달까요. 찰진 고소함이 매력적인 3천원짜리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감동의 카푸치노에 이어 마신 드립커피. 아래에서 설명드리겠지만 드립 스테이션엔 다양한 기구들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드립커피를 위한 로스팅을 진행하는 홀드미 커피에선 커피의 배전도, 보관상태나 숙성도에따라 다양한 기구로 추출을 진행합니다. 바리스타는 콩에대한 섬세한 설명을 해주고 이에 맞는 기구까지 골라줍니다.

 

오늘 마신 드립커피는 콜롬비아 엘벤띠라도르. 드립용으로 볶은 콩은 마침 어제 떨어져서 저는 에스프레소용으로 볶은 커피를 마셨습니다. 처음엔 드립용 원두가 없어서 안된다고 하셨지만, 간곡히 부탁하니 한 잔을 내려주십니다. 에스프레소용인걸 감안하더라도 부드럽고 벨런스도 좋습니다. 가격은 역시 3천 5백원. 고마움에 절을하고 마시려 했으나 공간이 협소해 패스.

 

카페인을 어느정도 충전하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메져 수동 그라인더, 콤팍 K10, 시모넬리 아피아가 보입니다.

 

자, 홀드미커피는 시모넬리를 택했습니다. 이는 곧 소개할 연남동의 '엘카페'와 연관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홀드미커피의 에스프레소는 '엘카페클레식'블렌드를 베이스로 합니다. 엘카페는 라마르조꼬와 시모넬리를 가져다놓고 시모넬리만을 사용하죠(요 흥미로운 이야기는 엘카페를 소개할때 더 해드리죠). 볶은 원두, 바리스타와 궁합이 잘 맞는 머신을 선택한겁니다.

 

홀드미에서 아피아를 선택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엘카페 원두를 사용한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입니다. 더불어 홀드미에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들이 직접 자신들이 내리는 원두에 맞게 아피아를 개조했습니다. 샤워스크린은 기본이요 내부 구조까지 싹 개조를 했다하니, 껍질만 아피아라 해도 무방합니다.

 

톨드어스토리를 소개하면서 말씀드렸던 이야기를 또 하게됩니다. 라마르조꼬나 시네소같은 비싼 머신이 진리는 아닙니다. 어떤 머신이든 그 머신을 가장 잘 아는 바리스타가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법입니다.

 

그라인더는 메져 수동과 콤팍 케이텐 프레쉬.

 

확대, 원두의 배전도를 살펴봅니다.

 

이곳에선 원두와 음료에 쓰이는 각종 재료들을 3대의 와인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민정수기(?) 에바퓨어입니다.

 

브루잉스테이션. 최근 가장 핫한 브루잉 기구인 에스프로 프레소부터 메탈콘필터, 에어로프레스가 보입니다. 드립과 에어로프레스 모두 종이필터와 메탈필터를 사용할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15만원대의 에스프로프레소. 다른 프렌치프레스에 비해 미분이 거의 없고, 온도 보존율도 좋습니다. 질 좋은 생두에 있는 맛들을 여과없이 느껴보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구입니다.

 

워터드립스테이션. 더치커피도 마셔봤는데, 맛있습니다. 좋은 원두를 쓰니 당연할수밖에 없죠.

말코닉 그라인더와 모카마스터가 눈에 띕니다.

 

네, 홀드미커피는 엘카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커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을법한 책들. 그리고 커피 잡지.

 

선반에는 다양한 기구들이 디스플레이돼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기구들이기도 하구요. 케멕스와 클레버, 프렌치프레스가 보입니다.

 

벽에는 잔잔한 그림들이.

 

새로운 메뉴가 출시됐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저렴한 가격. 마셔보진 않았습니다.

 

테이크아웃용 잔입니다. 자, 저 작은사이즈의 잔이 카푸치노용 테이크아웃 잔입니다.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알맞은 비율로 만났을때 좋은 맛을 만들어냅니다. 양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니죠.

 

똑같은 사이즈의 컵에 양도 똑같이 나가는 다른 테이크아웃샵과는 비교되는 홀드미의 커피 한 잔입니다.

 

카페는 요래요래 생겼습니다.

 

내부에는 테이블도 꽤 있구요. 점심시간만 지나면 조금 한가해지니 앉아서 여유를 즐길수 있을겁니다.

 

 

주위를 또 둘러보고.

 

네. 또 과음했습니다. 어질어질 @.@

 

메뉴판에 쓰여진 메뉴는 모두 최고로 신선한 재료들만 사용하고 최선을 다해서 나갑니다. 이 부분은 밀로커피, 산들다헌의 철학과 동일합니다.

 

더치커피는 이렇게 아름다운 포장으로 판매됩니다.

 

마지막잔으로는 오렌지쥬스. 헤밀턴 프레스로 만들어지는 오렌지주스는 한 잔에 오렌지가 3-4개가 들어갑니다. 휴롬같은 과즙기에 넣는다면 오렌지 1-2개면 충분히 한 잔이 만들어지겠죠. 하지만 홀드미는 최선의 맛을 위해 재료비를 아끼지 않습니다. 덕분에 오렌지주스는 달디 달죠. 헬카페에 당근주스가 화제가 되고있다면 여기 광화문에선 오렌지주스가 화제입니다.

 

자,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테이크아웃.

 

아직도 깊은 오렌지의 향이 느껴집니다. 소중한 한 잔, 잘 마셨습니다.

 

  • 홀드미커피 가는 길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6번출구, 5호선 광화문역 8번출구 이용. 세종문화회관 뒷편, 외교통상부 서울청사 별관 맞은편 도렴빌딩 지하상가 1층. 버스 이용시 주변 경복궁역이나 세종문화회관을 경유하는 모든 노선 이용가능.
  • 종로구 도렴동 도렴빌딩 지하1층, 서울 110-716, 02-725-7730
  • 월요일-금요일은 오전 7시반-오후 8시,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휴무
  • 소셜미디어 https://www.facebook.com/holdmecoffee / https://twitter.com/HOLDMEcoffee

 

그리고 예고편. 홍대 중심에서 캠핑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입니다. 해먹이 있는 보기드문 카페, 도심에서 여유를 즐겨보시죠. 곧 리뷰하겠습니다!

하트 로스터즈 Heart Roasters, 커피 패키지

Photo by Byung-Wook LeePhoto by Byung-Wook Lee

 

뜻이 모인 커피인들과 함께하는 스터디에서는 매달 원두 테이스팅을 합니다. 지난 번 올림피아에 이어 이번에는 하트커피(혹은 허츠, 앞으로는 하트커피라고 하겠습니다)다. 해외 유명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원두이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몇몇 커피인들이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커피라고 추천해준 덕분입니다. 하트의 대표 블렌드인 스테레오블렌드와 이번 시즌 싱글커피인 르완다, 에티오피아, 콜롬비아를 각각 주문했습니다. 올림피아 테이스팅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디카페인커피 덕분에 하트에서도 디카페인을 주문했구요.

 

개인적으로 주문한 르완다 테이스팅에 앞서 하트의 원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Photo by Byung-Wook LeePhoto by Byung-Wook Lee

 

미국의 있는 카페들의 패키지는 늘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뉴욕에서 들렀던 스텀타운은 물론이요 올림피아에 이어 하트커피까지. 포장은 소비자로 하여금 커피를 선택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더물어 이 카페들은 원두 패키지 자체를 하나의 테이스팅 노트로 만듭니다. 소비자는 패키지를 통해 커피를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들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잘 모아둔 커피 봉투들은 카페와 소비자간의 강한 유대를 만들어주죠

 

스텀타운의 명함형식 노트, 올림피아의 뜯어내는 형식의 노트, 허츠커피의 하얀색 봉투들은 보관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 패키지들은 '이것은 우리의 커피다'와 함께 '우리가 볶은 커피를 기억해주세요', '당신의 기억속에 함께하겠습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Photo by Byung-Wook LeePhoto by Byung-Wook Lee

블렌딩 비율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테이스팅노트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도 간단하게 적었죠. 

 

Photo by Holic MongPhoto by Holic Mong

함께 테이스팅한 사람들 모두 박수를쳤던 패키지의 색깔선정입니다. 각 커피가 표현하는 맛들이 색으로 전해집니다. 실제 테이스팅 결과는 이 색깔들과 미묘하게 일치했습니다. 특별한 무늬없이 색깔만으로도 마시는이에게 의도를 전달할수 있다는점은 하트커피만의 장점입니다.

 

Photo by Holic MongPhoto by Holic Mong

테이스팅 노트, 재배지역, 품종, 처리과정, 고도등의 간단한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실재 시음의 결과는 이 노트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덕분에 설명만을 보고도 자신이 원하는 원두를 선택할 수 있죠. 이런 패키지를 버리지않고 모아둔다면 마시는 사람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다음원두를 선택할 수 있겠죠.  

 

하트 로스터즈 Heart Roasters, 르완다 카렌게 Rwanda Karenge

본격적인 리뷰를 진행하기에 앞서 패키지를 좀 더 분석해봅니다.  

 

뒷면에는 하트커피의 지향점이 나와있습니다. 우리만의 지향점이 있다는걸 분명히 명시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또한 이러한 지향점의 저변에는 과학과 열정이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얘기하네요. 로스팅 후 3-4일 후에 가장 맛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커피백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으니 다 마시고 백을 버린다면 아로마밸브를 제거하라는 첨언도 빠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배치Batch를 기록해둔 부분입니다. 각 배치에대한 노트를 정확히 기록해놓은 후, 커피에 대한 피드백이 들어왔을경우 살펴보기 위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령 이번 1866배치 르완다에 대한 직간접적인 반응들어왔다면 그것들을 모아 다음배치에 반영하거나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는다는겁니다. 실제로 하트커피가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배치를 기록해둠으로 인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양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우리의 커피를 지지해줘서 감사합니다. 로스터의 겸손함입니다. 

 

르완다 카렌게는 패키지의 설명대로 르완다의 카렌게 지역에서 재배됐습니다. 버번종이고 풀리워시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재배는 1600-1900m의 고고도에서 이뤄졌습니다. 로스터는 프로밧 15kg입니다. 테이스팅 노트에는 무화과, 밀감, 홍차가 적혀있습니다.

 

 

하트 로스터즈 Heart Roasters, 르완다 카렌게 Rwanda Karenge 테이스팅 노트

 

하트커피의 배전도는 대체적으로 많이 약한편입니다. 패키지의 모습이나, 로스팅 스타일이나 지난번 소개해드렸던 테일러커피를 연상케합니다. 원두 자체를 씹어먹었을땐 캬라멜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약배전이지만 상당히 잘 컨트롤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인 테이스팅을 위해 기구를 선정합니다. 드립굵기에/25g/92도/200ml/2분의 추출을 진행합니다. 추출과정에서 커피가 잘 녹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추출 결과물또한 의외였습니다. 신맛이 강하지 않고 쉽게 무너지는 편이었습니다. 노트대로 무화과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쉽게 맛이 져버리는 무화과와 같이 야들야들한 느낌이 조금은 위태로웠달까요. 적어둔 노트대로 밀감이나 홍차의 맛이 전해지는점은 좋았습니다. 걱정했던것과 달리 완전히 식은 커피에서도 밸런스가 유지되는 느낌이 있었구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건 사실입니다. 하트에서 추천했던 로스팅후 3-4일을 놓쳤기때문일까요, 그들이 추구하는 마법같은 과일맛과 화사함 그리고 복합성은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로스팅후 거의 1달이 되어서야 맛보게 된 올림피아커피는 강력했습니다. 그곳의 원두들은 시간을 이겨내고 강한 맛을 전달했죠. 다양한 레시피들에 적용해도 개성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에반해 허츠커피는 예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절정의 맛이 어떨까 궁금합니다. 아쉬운마음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추출방법을 따라보기로 합니다만, 단점은 여전합니다.

 

http://www.heartroasters.com/about-heart/brew-recipes/aeropress.html

 

하지만 지향점이 분명하다는건 하트커피의 장점입니다. 커핑부터 시작해 프렌치프레스, 에어로프레스, 클레버추출을 하면서 느낀거지만 정체정이 이처럼 강한 커피는 오랜만입니다. 매일 저와 함께 한 잔의 커피로 아침을 맞는 어머니께선 오히려 맛있다는 칭찬을 하셨습니다. 여태까지 마신 커피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직접 마셔보시길 권합니다. 가격은 12온즈(약 340g)에 2만 4천원가량. 배송비 부담을 생각한다 해도 100g에 1만 5천원 정도입니다. 대량구매를한다면 가격은 더 내려가겠죠. 배송은 생각보다 빠릅니다. 3월 25일에 볶은 콩을 4월 4일에 받았습니다.

 

하트 로스터즈 Heart Roasters 원두 구매방법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

http://www.heartroasters.com/shop/

저번달과 다른 싱글들이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콩밭커피 로스터즈, 인도네시아 가요마운틴 허니(Indonesia Gayo Mountain Honey)

카페 견문록에서 소개했다시피 콩밭커피는 경이로운 가격에 스페셜티급 원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해방촌에 위치한 덕에 부동산으로 나가는 고정비용이 줄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에 콩밭 로스터 아낙네의 마음씨가 더해져 착한 가격의 커피가 등장했습니다. 해방촌은 노령층 인구 비율이 높습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 할아버지가 맘편하게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카페를 지향하기에 콩밭커피는 맛있고 질 좋은 커피를 낮은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아낙네의 센스는 원두까지 구입하고 싶게끔 만듭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 훌륭한 디자인은 안사고는 못베기게끔 착한 가격에 판매됩니다. 스페셜티, 프리미엄급 원두들의 판매가격은 100g에 6-7천원선입니다. 원두를 구매하려면 극한 산행을 해야하는 단점이 있지만(물론 해방촌까지 올라가는 버스도 있습니다!), 이정도 퀄리트의 원두라면 고생은 고생이 아니게 되죠.

심한 고민끝에 저는 인도네시아 가요마운틴 허니를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P.T.KIM이라는 한국계 인도네시아 회사에서 재배한 커피입니다. 콩밭에선 인니코피에서 진행된 공동구매를 통해 소량 구매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가요마운틴 최초로 허니프로세싱을 했다고 합니다. 오랜 연구끝에 300kg정도 재배됐고 전량 한국으로 수입됐구요.

여기서 허니프로세싱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브리질 세하도 지방에서 유래한 이 방식은 커피열매의 과육을 제거하고 나면 파치먼트(내과피)의 표면에 남는 뮤실리지Mucilage를 이용합니다. 물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선 이 뮤실리지를 제거하는일이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농장들은 뮤실리지 제거기를 사용해 점액질을 제거하죠. 여기서 점액질을 얼마나 제거하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데, 허니 프로세스는 뮤질리지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아 원두에 은은한 달콤함이나 벌꿀향을 남깁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가공과정을 가요마운틴에 적용하기까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브라질과는 사뭇다른 습한 기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유명한 원두들을 제치고, 난생처음 드어보는 가요마운틴 허니를 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콩밭에서 마셨던 커피 중 가장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죠.

 

콩밭커피 로스터즈, 인도네시아 가요마운틴 허니(Indonesia Gayo Mountain Honey) 테이스팅 노트

 

콩밭커피의 로스팅은 수제 제작한 국내 로스터로 진행됩니다. 스페셜티를 다루는 카페답게 강배전까지는 진행하지 않습니다. 상태를 보니 이 원두도 1차 크랙이 완료된 후 2차 크랙이 진행되기 전 배출되는것 같네요. 약배전 로스팅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제대로 맛을 이끌어내는 카페들은 드뭅니다. 카페에서 맛봤을땐 맛있었는데 원두를 구매해 집에와서 마셨을때 그 맛이 안나는 경우도 있구요. 약배전 로스팅 커피들은 그만큼 섬세한 컨트롤을 요하기도 합니다.

 

콩밭커피의 가요마운틴을 먹기위해 두가지 계획을 세워봅니다. 약배전 커피를 추출하기에 제격인 에어로프레스+메탈필터 조합과 가장 평범한 방식인 하리오 드립입니다. 에어로프레스의 경우 드립굵기보다 조금 가늘게/17g/93도/2분의 추출을 합니다. 하리오 추출의 경우 드립굵기/20g/91도/2분 30초의 추출을 진행했구요.

 

새콤달달한 첫맛이 인상적인 커피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단맛이!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달달한 느낌도 강하구요. 오렌지나 사과등 과즙에서 낼 수 있는 단맛이 인상적입니다. 상큼한 맛과 갈끔한 에프터도 좋습니다. 맛의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지만 통일성이 있어 마시는 느낌이 굉장히 좋습니다. 하리오드립은 조금 산도가 더 높게 추출됐습니다. 바디도 좀 더 가벼운편이었구요. 산도 높은 깔끔한 커피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권하는 방법입니다. 허니프로세싱의 단맛을 더 정확히 느끼고 싶다면 메탈필터 추출을 추천드립니다. 기름기를 여과하지 않은 가요마운틴 허니에선 바디감이 살아있어 단맛이 더 길게 느껴집니다.

 

인도네시아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커피 중 하나입니다.

특유의 그 맛과 향에 허니프로세싱이 더해져 커피는 과실향이 풍부하고 달달한 맛을 가지게 됐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커피네요. 콩밭커피의 솔직한 로스팅은 가요마운틴 허니의 매력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콩밭커피 로스터즈, 인도네시아 가요마운틴 허니(Indonesia Gayo Mountain Honey) 구매방법

주소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34-1 1층

전화번호 010-2649-5841

트위터 @kongbatcoffee

 

 

 

 

프랑스를 본따 대학 평준화를 위해 서울 1대학, 2대학 등의 서열없는 학교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도 평준화는 이뤄지지 않을게 분명할겁니다. 왜냐면 결국 사람들은 서울 1대학으로 몰릴테니까요. 왜 우리는 항상 1등만 기억하고, 명품만 좋아하고, 최고가 되기만을 원할까요.

 

불과 몇년전만해도 로스터리라고는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던 카페거리에 콩볶는 냄새 그득한 로스터기가 들어선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적잖은 비용 때문에 1kg짜리 프로스타나 후지로얄 로스터 택했던 카페들은은 이제 대부분 프로밧이나 기센 로스터를 들여왔습니다. 프로밧 혹은 기센 로스터에 라마르조꼬를 갖추지 않은 집들이 없을 정도로 요즘 카페들의 장비 경쟁은 심합니다. 로스터나 머신으로만 치면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겁니다.

 

문득 훼마(혹은 페마 Faema,현대적 커피 머신의 시작을 알린 회사)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는 없을까, 후지로얄로 맛있게 볶아낸 커피를 내리는 집은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머신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에겐 우리나라 로스터의 이런 현실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머신에 대한 이해가 앞선 카페, 톨드어스토리를 소개하기전에 푸념을 좀 해 봤습니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톨드어스토리는 로스터리가 우선이 된 카페입니다. 

 

로스팅룸과 비슷한 크기의 카페입니다. 

 

에스프레소 블렌딩은 COE를 사용합니다. 싱글 커피들도 스페셜티급 원두들이구요. 그런데 에스프레소가 3천원입니다. 이렇게 팔아서 남는게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에 절을 넙죽하고 카푸치노와 드립커피를 시킵니다. 브룬디 COE #7 입니다.

 

도기로 된 칼리타 드리퍼로 내린 브룬디입니다. 신맛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첫모금 뒤로 향이 깊게 퍼집니다. 두번째 모금부턴 신맛이 조금 가라앉습니다. 파스타치오의 느낌이 나고 식을수록 단맛이 올라옵니다. 약배전을 택했지만 좋은 생두를 쓰고 로스팅포인트를 잘 잡아 완전히 식은 후에도 맛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향이 좋은 카푸치노입니다. 앞서 마셨던 잇로스터즈의 카푸치노가 딸기우유라면 이곳의 카푸치노는 캬라멜 땅콩 버터에 비유하고 싶네요. 끝의 신맛과 잔잔하게 이어지는 향이 좋습니다. 역시 식을수록 단맛이 올라옵니다. 같이 주문한 아메리카노의 단맛은 끝내줬습니다. 식어도 무너지지 않는 바디감과 밸런스에 박수를 보냈지요.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카페들은 대부분 약배전을 하기 때문에 신맛이 강렬하게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나중에 머신을 설명할때 말씀드리겠지만 톨드어스토리에선 에스프레소 추출시에 강화될 신맛을 잡기위해 인퓨전 기능을 독특하게 사용합니다. 덕분에 드립커피같이 밸런스가 좋은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거죠.

 

이곳에서 한 잔만 마시겠다 하는 분들께 아메리카노를 권합니다.

 

노란색 튜닝이 눈에띄는 라마르조꼬 리네아입니다. 여기서 잠깐. 앞에서 라마르조꼬만을 고집하는 카페들을 뭐라고 해놓더니 이게 뭡니까? 라고 따지시는 분들이 있을것 같네요.

 

네, 톨드어스토리에선 라마르조꼬 리네아 4그룹을 사용합니다. 대신 이 머신은 방정호 바리스타가 튜닝을 해 껍데기를 제외하고는 리네아가 아닌 커스텀 머신입니다. 머신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튜닝을 하고, 최선의 맛을 뽑기 위해 연구를 했기 때문에 오늘의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나올 수 있었던거죠.

 

궁금해서 머신에 대해 물어보다가 페마(훼마)머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가게에선 얼마전까지 페마가 레전드 머신을 썼다고 합니다. 추출 온도가 일정한 라마르조코와 달리 페마레전드는 그룹헤드가 튀어나와있어 겨울이면 헤드가 얼어 추출이 안될정도로 예민한 머신이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바리스타는 머신을 잘 이해한다면 페마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한 잔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는 얘기도 덧붙여주셨습니다.

 

딱 봐도 뭔가 달라보이는 리네아입니다. 추출할때 사용하는 저 잔 모양의 버튼들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 특이합니다. 바로 아래 달린 스위치로만 추출을 한다네요. 왼쪽은 인퓨징(뜸들이기)용, 오른쪽은 추출용. 톨드어스토리에선 인퓨징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추출버튼과 인퓨징 버튼을 번갈아가며 추출을 한다고 합니다. 밸런스가 뛰어난 커피를 만들질 수 있는 이유죠. 앞으로도 튜닝과 실험은 계속될거라고 합니다.

 

자, 저 '1'버튼이 인퓨징버튼 그리고 '11'버튼이 추출용버튼입니다.

 

그라인더입니다. 메져 미니, 자동 그리고 콤팍의 레드스피드가 보입니다. 레드스피드는 콤팍 라인에서도 가장 고가의 그라인더입니다. 에프엠커피하우스에서도, 커피공장에서도 한 때 있었다가 어디로 사라진 레드스페드가 여기에 있네요.

 

레드스피드에 대한 평가는 분분합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셋팅이 변할정도로 예민한 이 그라인더는 바리스타를 애먹이는데 선수입니다. 그래서 매장에 따라, 바리스타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죠. 아직까지 이 머신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매장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톨드어스토리에서도 여러모로 실험해볼 요량으로 데려다 놓은것 같습니다.

여튼, 말로만 듣던 레드스피드를 보니 반갑네요. 

 

에바퓨어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는 수돗물 사정이 좋습니다. 대전은 특히 수돗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구요. 그럼에도 정수기를 사용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물은 커피맛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수기를 통해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톨드어스토리뿐만 아니라 많은 카페들이 고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후지로얄과 디팅그라인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그라인더들입니다. 

 

곰다방에서도 사용했던 모델이죠. 돈 좀 들여 그라인더를 구매하시고 싶은분들에게 저는 디팅과 후지로얄을 추천합니다. 깔끔하고 안정적인 분쇄를 자랑하거든요. 

 

네. 저는 이부분이 좀 묘하다고 여겨졌습니다만.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할게요. 

 

오래된 인켈스피커가 있고.

 

마구잡이로 꽂혀있는 책들은 진지합니다. 것멑으로 책을 꼽아놓은 카페들과 비교되는 책 목록들입니다. 언뜻봐도 좋은 책들이 몇 권 보이네요. 저는 이런 부분이 좋습니다. 

 

결국 로스팅실에 입성.  

 

프로밧 번입니다. 여기서 또 클레임이 들어오겠네요. 결국 이 카페는 프로밧과 라마르조꼬를 쓰지 않느냐!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겁니다.

 

요 모델은 프로밧 번Probat Burns입니다. 프로밧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한 미국 프로밧의 로스터입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은 기존의 프로밧 모델과 프로밧 번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합니다. 이 모델은 훨씬 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합니다. 미국의 가스사정을 고려해 버너도 조금 다르게 제작됐구요. 엄연히 말해서 프로밧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여기서 로스터의 설명은 빛납니다. 프로밧 번의 특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개조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로스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로스터기를 카페에 맞춰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이곳 커피가 더욱 사랑스러워졌습니다.

 

콩빵(?)을 당하지 않으려면 튀어나오는 뜨거운 원두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고소한 향이 그득하네요. 

 

오랜만에 보는 후지로얄입니다. 여기에선 프로밧만 쓰는게 아닙니다. 디스커버리, 프로바티노도 함께 있죠. 생두의 특성에 따라,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로스터를 선택해 로스팅을 합니다.

 

디스커버리. 옆에는 프로바티노가 있었는데 요녀석은 잠시 쉬고있다고. 각 로스터에 대한 특성을 설명해준 로스터 덕분에 즐거운 로스팅시간이었습니다. 

 

다시 바로 나와 커피를 주문합니다. 

 

위장이 뚫릴것 같았지만 추가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반짝반짝 

 

콜롬비아 COE. 설명을 듣고나니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3천원을 내기에는 너무 미안합니다.

 

맛있었습니다.

 

 

 

심플한 인테리어.

 

 

가져간 원두들도 나눠마시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숨김없이 모든걸 다 보여주고 설명해주시는, 유머러스하고 잘생긴 바리스타와 대화를 하다보니 취하는지도 몰랐네요. 돌아가는 길엔 손이 조금 떨렸습니다.

 

좋은 카페가 한 동네에 있으면 될까 걱정했던건 기우였습니다. 톨드어스토리와 잇트로스터즈는 공존 할 수 있는 카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커피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커피를 뽑아내는 두 카페. 다시 대전행 기차표를 사게 만드는 이유를 만들어줬습니다.

 

  • 톨드어스토리 가는길 - 대전지하철 1호선 유성온천역에서 하차. 충대정문 오거리에서 우회전, 유성천을 따라 10여분을 걷다보면 유성교가 나온다. 건너지 않고 직진해서 나오는 골목에서 좌회전. 다시 보이는 작은 사거리에서 우회전. 또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톨드어스토리가 있다. 지하철로 찾아가기 까다롭다면 버스 105번을 타고 한빛정류장 아파트에서 하차. 큰 골목이 나오기 전에 작은 사거리에서 좌회전. 다시 좌회전을 하면된다. 106번이나 113, 706번을 타고 유림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해서 충대방향으로 직진. 유성교가 끝나면 도로쪽으로 유턴. 역시 보이는 골목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 톨드어스토리라는 카페가 꽤 있는것 같습니다. 잘못가면 커피대신 죽을 먹을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 대전광역시 유성구 어은동 104(농대로8번길 2) 1층, 042-867-8919
  • http://www.toldastory.com (곧 오픈 예정)

※ 추신: 커피 바 잇 로스터즈는 현재 대전 유성구 궁동 영업을 종료하고 충청도 곳곳에 새 지점을 오픈했습니다. 궁동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확인하시고 새 지점을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새 지점 주소 : 세종시 연서면 안산길76번지

 

대전행 기차표를 끊었던건 순전히 서리님의 블로그 덕분이었습니다. 포스팅된 사진에 나오는 보기드문 머신들에 눈이멀었달까요. 고급생두로 볶은 커피들이 3천원에 팔리는 풍경은 콩밭커피로스터즈 이후의 컬처쇼크였습니다. 좋은 머신에서 좋은 커피가 나오는건 절대 아니라고 누누히 포스팅을 통해 강조했습니다. 좋은 생두를 가지고도 설익혀서 떫은맛이 흐르는 카페들도 많구요. 에잇. 그래도 밑져봐야 본전이지. 금쪽같은 휴일 저는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봄 햇살이 빛추는 대학가 옆, 커피바 잇 로스터즈는 미국의 어떤 카페를 연상케하는 모습으로 저를 반겨줬습니다.

 

 

네. 이차저차 물어보니 직원분들이 쿨하게 인정하셨습니다. 대전의 인텔리젠시아,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입니다. (혹은 잇 로스터즈)

 

대학가 근처, 조용한 골목에 자리잡은 잇트 로스터즈입니다.

 

쾌적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는 2층까지 이어져있습니다.

 

메뉴판은 나중에 찍었는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이런 사진이 나왔습니다. 가격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에스프레소 메뉴는 3천 5백원, 드립메뉴는 4천 5백원. 베리에이션은 4천 5백원입니다.

카푸치노와 드립(예가체프)를 시킵니다. 예가체프를 시키자 직원분께서는 드물게 강배전됐으니 신맛을 좋아하시면 시다모를 내려주겠다고 합니다. 강배전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미련없이 예가체프를 달라고 합니다.

 

단맛이 풍부한 예가체프입니다. 향미는 강하지 않지만 바디감도 적절하고 목넘김도 부드럽습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카푸치노입니다. 딸기 우유의 느낌이 강하네요. 식으면 흩어지는 맛들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우유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지만, 부산 커피투어때만큼은 아닙니다. 나쁘지 않네요. 온화한 한 잔입니다.

 

잇트 로스터즈에선 커머셜 생두를 취급합니다. 커머셜의 상위 등급인 하이커머셜과 프리미엄 생두까지도 쓰는지는 모르겠네요. 좋은 기계들에 반해 커머셜 생두를 쓰는 것을 의아해 하실수도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아지면서 커머셜 생두가 상대적으로 안좋은 커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스페셜티는 가격도 비싸고 맛도 심사기준에 따르느라 단편적인 경향이 존재합니다(물론 상위권의 생두들은 개성도 강합니다만). 이에 반해 커머셜 생두들은 공급가가 안정적이고 재배도 많이 되기 때문에 스페셜티에 비해 로스팅 포인트를 잡기도 편하고, 안정적인 맛을 오래 이끌어가기에 좋습니다. 아무리 여유로운 카페라 할지라도 파나마 게이샤로 여러가지 실험을 하진 않는것처럼 말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우는 샵들도 수익의 많은 부분은 커머셜에 의존하는것도 사실입니다. 프리미엄이나 하이커머셜 생두로 어느정도 공급가의 비중을 맞추기도 하구요.

 

스페셜티 커피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커피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 그늘도 있죠. 이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가게들을 둘러봅니다. 로버 자동과 수동 그라인더 디팅 듀얼 그라인더가 보입니다. 머신은 시네소 3그룹이네요. 다양한 종류의 템퍼들도 있고.

 

이 밖에도 잇트 로스터즈엔 번 트리펙타Bunn Trifecta, 클로버Clover등의 다양한 머신들이 있습니다. 덕분에 두 개의 정수기에서 물을 공급받죠. 에바퓨어입니다.

 

드립스테이션. 칼리타 포트와 유키와포트 그리고 동드리퍼가 보입니다. 에어로프레스로도 추출을 하는가봅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로스팅실로. 로스팅 머신은 페트로치니입니다. 2007년 모델이네요. 사장님이 계셨더라면 이 로스터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프로밧과 기센이 판치는 서울과 다른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하더군요. 다음 포스팅에 소개하겠습니다만 근처 카페인 톨드어스토리에서도 프로밧 번(프로밧과는 엄연히 다른 로스터입니다), 후지로얄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디드릭 샘플로스터도 보입니다.

 

네, Pro100 샘플로스터입니다. 요녀석을 쓰는 매장들이 종종보입니다. 커피플렌트에서 만드는줄 알았습니다만, 대만제이고 수입만 플렌트에서 한다고합니다.

 

졸라서 시작한 번 트리펙타 시연. 에어로프레스와 프렌치프레스의 결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직원분의 설명). 포터필터(?)에 반영구적 필터를 끼우고 분쇄한 커피를 담으면 준비완료.

 

인퓨징(차를 우리다라는 뜻이지요. 커피에서는 뜸을 들인다라고 해석하면 될것 같습니다)시간, 물 온도, 압력 등의 다양한 변수들을 입력합니다. 그리고 추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머신인것 같습니다. 탐이나네요.

 

시연하는 모습에 커피덕후인 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쪼로로로. 트리펙타에서 커피가 나오는건 처음 봤습니다.

 

필터의 모습도 살짝.

 

스타벅스에서 인수한 클로버 머신(클레버 아닙니다). 뉴욕의 카페 그럼피에서 만나고 처음입니다. 국내에서 클로버를 만나다니. 반갑네요. 가격은 왠만한 중고 에스프레소 머신 가격. 역시 시연을 부탁드립니다. 옆에 말코닉 그라인더가 수줍게 보입니다. 부럽습니다.

 

클로버는 원래 그라인더 일체형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한 잔의 커피를 뽑아내는 식의 브루잉을 염두하고 만든 머신입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그라인더가 제거됐고 완전 자동이 아닌 반자동(커피 찌꺼기를 수동으로 치워야 합니다)으로 만들어졌죠. 이미 몇 년전에 시에틀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스타벅스가 인수해 유명세를 떨쳤죠.

 

온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추출시간도 조절 가능한걸로 알고있구요.

 

요렇게 되면 커피는 추출 완료. 찌꺼기는 염전에서 보는 밀대같은걸로 주욱 밀어냅니다.

 

리브레에서 보고 처음보는 고도. 쓰는거냐고 물어봤더니 지금은 안쓴다고 합니다. 새로 만드는 지점에 투입된다고 하는데 기대됩니다. 고도로 볶는 커피라!

 

제가 아는 소박한 정보로 고도를 설명하자면. 엄청 오래됐고, 무거운 주철로 만들어졌으며, 버너가 꽃 모양으로 생겼다는 점, 버너의 위치가 특이하다는 점 등이 있네요. 자세히는 모릅니다. 여튼 생긴게 멋있습니다. 진정한 빈티지 로스터죠.

 

네. 디스플레이용 원두입니다.

 

에그트론 색도계입니다. 에그트론 넘버가 있고 이를 통해 로스팅 정도를 판단할 수 있죠. 커피용 명도 판별기(?)정도로 보시면 될겁니다. 랩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머신들이 매장에 덩그러니 있습니다.

 

로스팅된 원두들.

 

사이폰 스테이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네. 과음했습니다. 카푸치노의 농도에 대해 얘기하다가 우유가 좀 덜 들어간 버전으로 다시 꿀꺽. 딸기우유(첫번째 카푸치노)에 딸기가 두 개 더 들어간 느낌이네요.

 

카페의 입구

 

넓고 쾌적한 매장입니다. 이런 매장은 직원들도 일하기 좋죠.

 

바리스타 복지와 관련해 할 말이 많은 요즘, 이것저것 유심히 바 안을 살펴봅니다.

 

식기세척기도 있고 스팀피처나 샷잔을 씻어주는 린스기가 인상적입니다. 초록색 고무매트는 오래 서있는 직원들을 위한 사장님의 작은 배려죠. 매장만큼이나 넓은 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선을 고려한 머신들의 배치도 좋았구요.

 

2층에도 넓고 쾌적한 자리들이 있습니다.

 

테라스에선 인****아가 생각나는 인테리어가.

 

노코멘트.

 

 

 

영업시간은 이렇습니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맛있는 커피 한 잔. 아니 여러잔을 마시고 톨드 어 스토리로.

 

대전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 가는길 - 대전 시내버스 101번을 타고 충남대앞에서 하차. 정문이 있는쪽으로 쭉 내려갑니다. 정물을 지나고, 보이는 다솔아파트를 지나 보이는 첫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조금만 올라가다보면 우측에 보이는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를 만날 수 있다. 지하철 이용시 대전 1호선 유성온천역 이용. 충남대 정문방향으로 직진. 다솔아파트 방향으로 가면 된다.
  • 대전광역시 유성구 궁동 413-3, 042-826-8852
  • 월요일-일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2시까지

※ 추신: 커피 바 잇 로스터즈는 현재 대전 유성구 궁동 영업을 종료하고 충청도 곳곳에 새 지점을 오픈했습니다. 궁동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확인하시고 새 지점을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새 지점 주소 : 세종시 연서면 안산길76번지

헬카페 로스터즈, 온두라스 세로아줄(Honduras Cerro Azul)

 

 

헬카페 로스터즈에서 사용하는 유니온 샘플로스터(통돌이)는 샘플로스팅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적어도 1kg이상을 볶아야 하는 기계식 로스터로 생두의 상태를 테스트하는 샘플로스팅을 하기는 무리기 때문이죠. 샘플로스팅을 한다고 해서 로스팅의 품질이 저하되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샘플로스터는 섬세한 불 조절을 통해 생두의 특징을 극대화 시키는 작업을 도와주죠. 그 결과물로 생두 구매를 결정하고 기계식 로스터의 프로파일을 잡아야 하기때문에 예민하고 신중한 로스팅을 해야하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헬카페 로스터즈에서 로스팅을 담당하고 있는 권요섭 로스터는 곰다방시절부터 6년째 통돌이로만 콩을 볶고 있습니다. 기센이나 프로밧 같은 좋은 기계식 로스터는 변수를 최대한으로 줄이고자 합니다. 균일한 로스팅과 컨트롤 가능한 변수들이 좋은 로스터의 기준이죠. 이에 반해 통돌이 로스팅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프로파일 또한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통돌이 로스터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각자의 노하우를 만들게 됩니다. 가령 광화문커피의 통돌이 로스팅은 타공식 유니온에 강한 화력으로 4-5분의 로스팅을 합니다. 매력있는 광화문커피만의 맛이 있는건 다 통돌이 로스팅의 공이죠.

 

불과 몇년전만해도 로스터를 가지고 있는 샵은 드물었습니다. 요즘에는 무슨일인지 기센이나 프로밧 찾기는 동네에서 보습학원이나 미용실찾은것 마냥 쉬운일이 돼버렸습니다. 대부분의 로스팅은 유행에 민감한것도 사실입니다. 2차 크랙을 넘어가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콩을 뽑는게 요즘의 트렌드죠. 좋은콩을 뭣하러 강하게 배전하냐는게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헬카페의 로스팅은 다른길을 걷습니다. 모든 원두의 배전도를 강하게 가져갑니다. 2차를 크랙을 넘나드는 헬카페의 원두에는 요즘엔 좀처럼 보기힘든 기름도 세어나오곤 합니다.

 

 

 

 

헬카페의 한정판 커피 패키지는 입도 즐겁게, 눈도 즐겁게 합니다.

상자를 힘들게 열자, 나무 상자에 베어든 원두향이 코도 즐겁게 하네요. 원두는 온두라스 세로아줄. 공급처는 커피 리브레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판매를 게시했다고 하니 다양한 로스팅 스타일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리브레 커피도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세로 아줄은 온두라스 코마야구아라는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입니다. 1450-1900m의 중·고고도에서 자라는 이 온두라스는 레드 카투아이Red Catuai라는 새로운 종을 재배한 결과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온두라스는 네추럴 가공방식의 발효치가 높은 맛입니다. 흡사 진한 레드와인이나 밀크 초콜렛을 연상시키는 그 맛은 저를 온두라스의 매력에 빠트렸죠. 하지만 세로아줄을 비롯해 요즘 국내로 들어오는 온두라스 원두들은 스페셜티 시장을 겨냥해 워시드 가공과정을 거칩니다. 맛이 깔끔해지고 산도가 높아진것도 이 때문이죠. 세로아줄도 비슷한 축에 속합니다. 수세처리후 천일건조한 이 생두에선 건포토, 초콜렛, 슈가브라운, 시트러스, 아몬두, 자두 등의 풍부한 맛과 향미가 납니다.

 

 

헬카페 로스터즈, 온두라스 세로아줄(Honduras Cerro Azul) 테이스팅 노트

 

강하게 배전된 이런 커피들은 드립으로 잘 컨트롤해 내리는게 좋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에어로프레스나 에스프로프레스는 이 원두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할수도 있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칼리타 동포트를 꺼내듭니다.  드립굵기, 25g/95도/250ml/2분 30초의 추출을 진행합니다. 굵기는 조금 더 얇아도 상관 없습니다.

신맛에 치우치지 않는 맛은 헬카페만의 로스팅 포인트입니다. 바디도 좋고 안정적이네요. 부드럽고 모나지않은 드립커피 한 잔이 내려졌습니다. 꿀에서 나는 단맛과 아프리콧의 느낌은 혀를 즐겁게 합니다. 우디한 느낌과 와인의 숙성된 단맛은 아마 테이스팅 노트에서 겨냥하는 거봉맛과 아몬드 향을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사탕수수의 느낌이 전해지는 끝맛도 매력적입니다. 로스팅후 3일째 되는날 내렸는데, 기분좋은 초코향이 가득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양한 기구로 추출을 시도해보고자 에어로프레스와 클레버 추출도 시도했습니다. 메탈필터와 종이필터로 갈아 추출도 해봤구요. 비슷한 테이스팅 노트가 나왔지만 역시나 이런 원두는 드립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암동 보헤미안, 계동 커피한잔, 대학로 학림다방에 대한 오마쥬나 느껴지는 로스팅이라면 오바일까요. 

극명한 스타일이 있어서 취향을 따를것 같습니다. 원두를 구매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헬카페 로스터즈 원두 구매방법

주소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38-43

전화번호 010-4806-4687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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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견문록의 목표는 좋은 카페를 소개하는것 뿐만 아니라 카페를 둘러싼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도 있습니다. 바리스타의 고용문제나 카페와 관련된 부동산 문제 등.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곁다리로 얘기해왔던 부분들은 모두 실제 바리스타들이 겪는 일들에 대해 보고, 듣고 적어나간 것입니다. 좋은 카페를 찾아가기에 앞서, 이러한 문제까지도 공유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으면서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꺼내고,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와 관련된 기사 혹은 소식들을 리뷰하는 이 카테고리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으면 좋겠습니다.

 

'커피와 영수증' 코너는 커피를 마시며 영수증에 끄적여놓은 생각들로 시작되는 글입니다. 여기엔 커피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죠. 오랬동안 잠겨있던 이 카테고리를 꺼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써봅니다. 

 

이 코너의 첫번째 글('커피와 영수증' 연재의 본격적인 시작)은 Alex Bernson의 기사와 함께 합니다. 바리스타가 스스로 건강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는지에 대한 조사부터 실질적인 노동환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3파트로 이뤄진 이 기사에선 바리스타(혹은 로스터)가 하는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바리스타들이 이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줍니다.

 

http://sprudge.com/real-talk-barista-health-in-the-workplace-part-one.html

http://sprudge.com/real-talk-barista-health-in-the-workplace-part-3.html

http://sprudge.com/real-talk-barista-health-in-the-workplace-part-3.html

 

글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함으로 인해서, 스티밍등 뜨거운 것들을 많이 만지고 접함으로 인해서, 템핑과 같이 반복적이고 강렬한 행위를 함으로 인해서 바리스타 가질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감정노동의 측면에서 바리스타들의 정신건강을 조명해보는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평소 관심을 갖던 주제라 흥미롭게 읽어나갔습니다. 기회가 되면 세 편의 글을 요약해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커피 산업은 날로 번창하고 커져갑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노동자 혹은 인격체로서 커피업계 종사자를 생각하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려는 움직임은 미미하기만 합니다. 그들의 임금체계, 노동환경, 인권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카페의 3요소는 뭘까요. 스페셜티 생두, 간지나는 로스터기, 수상경력 화려한 바리스타. 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카페의 요소는 안정적인 부동산, 개념있는 사장,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입니다. 커피 드링커 8년차의 소견이네요.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좋은 바리스타는 개념없는 사장님 덕분에 맛없는 원두를 살리느라 정신없고, 근로기준법은 깡그리 무시당한채 착취당합니다. 좋은 사장님 밑에는 거만한 바리스타가 앉아있어 손님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죠. 기껏 개념사장과 바리스타가 카페를 열면 재개발이라고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카페 해먹기 참 힘든 나라입니다.

 

헬카페는 이 3요소가 잘 어우러져 탄생한 카페입니다. 두 젊은 사장은 각각 홍대와 종로에서 수많은 팬을 양성했던 개성넘치는 바리스타입니다. 이태원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혹은 안정적으로)자리잡은 카페에는 몬테베르디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커피는 스스로 부끄럼이 없습니다.

 

 

헬카페 옆에는 폴리텍대학앞 왕돈까스 학과와 토스트집이 있습니다. 밥은 굶고 가셔도 걱정 없습니다. 

 

 

지옥의 문을 엽니다. 

 

 

두 주인장이 사나운 얼굴로 맞이합니다. 

 

 

곰다방 출신의 통돌이 장인 권요섭 바리스타는 브루잉과 로스팅을 담당합니다. 곰다방때 쓰던 유키와 포트 그리고 유니온 샘플로스터를 들고 이태원에 왔습니다. 

 

 

제가 처음 본 WBC국가대표 선발전이었습니다. 일전에 소개한 커피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와 한 무대에 섰던 바리스타죠. 그 대회에서 김사홍 바리스타는 2위 그리고 헬카페의 임성은 바리스타는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인상깊은 시연을 펼쳤던 두 바리스타의 카페에 이제서야 발을 들여봅니다. 임성은 바리스타는 뎀셀브즈에서 오랬동안 근무하기도 했었죠. 탬퍼만 들고 보광동으로 왔네요.

 

 

 

주변 물가에 비하면 조금 비싸다는 평도 있네요. 하지만 생두의 퀄리티등을 생각했을때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테이크아웃 할인이 2천원이나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당근쥬스와 티라미스는 헬카페에서 직접 만든 메뉴입니다. 일단 커피를 마시러왔으니 다른 메뉴는 쿨하게 무시하고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를 주문합니다. 

 

 

엘살바도르 놈브레. 2차 팝핑을 넘긴 원두를 보기 힘든 요즘, 강한 인상을 남긴 놈브레였습니다. 좋은생두 뭣하러 강배전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2차를 넘긴 중강배전커피의 중후한 바디감과 달달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그런 얘길 못하죠. 

 

 

에스프레소 블렌드는 당분간 매드커피의 라임바리스타가 공급합니다. 조만간 헬카페만의 에스프레소 블렌드가 탄생한다니 기대하셔도 좋을것 같네요.

 

 

 두 잔을 마시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시네소머신과 로버 수동 그라인더가 눈에 띕니다.

 

 

시네소 2그룹입니다. 냉수와 온수 유입조절이 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섬세한 기능들이 많죠. 기회가 되면 저는 바리스타에게 머신에 대해 물어봅니다. 이 머신은 왜 선택했는지,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떻게 쓰고있는지. 좋은 바리스타라면 머신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습니다.

 

 

자동그라인더라고 다 좋지는 않습니다. 타이머에 맞춰 일정한 시간만큼 그라인딩을 해주는 자동그라인더는 종종 편차가 심한 커피를 만들어주죠. 임성은 바리스타는 그날의 원두 상태와 머신 컨디션을 생각해 그라인딩을 하고자 합니다. 고집스럽게 수동 그라인더를 가져다놓은 이유가 있죠. 

 

 

실제 로스팅에 쓰이는 샘플로스터는 밀폐형 유니온 샘플로스터. 드립포트도 굵은 물줄기로 유명한 유키와가 쓰입니다. 선반위에 놓여진 타공형 유니온과 동드립포트는 디스플레이용. 하지만 종종 쓰기도 합니다. 

 

 

조만간 단테의 신곡을 이곳에서 완독하려 합니다. 정말 지옥이 있습니다. 커피지옥, 헬커피에선 지옥보다 더 깊은 커피맛을 느낄수 있습니다. 

 

 

두 사장은 사이좋게 브롬톤을 타고 출근합니다.  

 

 

엘피를 틀어주는 몇 안되는 카페죠. 

 

 

이어서 마신 에스프레소. 상큼한 오렌지에 풍부한 과일향이 느껴집니다. 신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약중의 바디감도 있었구요.

 

 

요플레의 시큼달달함이 느껴지는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포도맛도 조금 나는것 같네요. 여운이 잔잔하게 이어지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습니다. 

 

 

커피를 충전하고 다시 카페를 둘러봅니다. 

 

 

권요섭 바리스타의 팬이 그려준 그림.   

 

 

곧 있으면 싱글몰트 위스키도 공식판매에 나섭니다.

 

리브레에서도 헬카페의 오픈을 축하합니다. 엘살바도르 엘 아우솔이네요. 곧 통돌이로 볶은 엘 아우솔을 맛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안철수도 헬카페의 오픈을 축하합니다.

 

브라우니 이에 질세라.

 

 

헬카페 한정 원두 패키지. 200g보다 인심 후하게 조금 더 담아 12000원. 

 

이곳 스피커는 유난히 여성보컬의 목소리를 잘 뽑아줍니다. 몇번이고 들었던 엘피판입니다. 헬카페의 또 다른 장점은 음악. 바로크 이전의 고전음악부터 심수봉까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감동의 플레이리스트가 있습니다.

 

 

이곳의 당근주스는 정말 당근만 들어갑니다. 놀랍게도 너무나 달고 은은하죠. 빈속에 헬카페에 들어섰다면, 당근주스 한 잔 들이키고 커피 마시는걸 권유합니다. 든든한 속 달램에 안성맞춤입니다. 

 

 

종종 영업중에 콩을 볶기도 하는 권요섭 바리스타. 매장 일이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새벽내내 콩을 볶았던, 곰다방때의 경험은 그의 자산입니다. 통돌이 로스팅은 변수가 많습니다. 변수들을 컨트롤 하는것도 대형 기계 로스터와는 차원이 다르게 힘들죠. 생두의 상태는 고스란히 로스터의 손에 전해집니다. 로스터는 감각적으로 그걸 느껴가며 콩을 볶죠.

 

 

임성은 바리스타는 권선생이 볶은 콩들에서 못난놈들을 골라내는 핸드픽 작업을 합니다. 고된 노동이죠. 때마침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잊었던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쪼그려 핸드픽 하는 저 분은 이 카페의 에스프레소를 담당하는 임성은 바리스타입니다.

 

 

 

 

조금씩 따라서 다 마셔보고 싶습니다. 어떤 잔에 마시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건 제 혀가 정신을 못차린 탓이겠죠.

 

 

오늘 볶은 콩들입니다. 애타게 손님들을 기다리는 모습이네요. 

 

 

 페마의 변천사를 담은 책.

 

 

밥 같은 커피, 커피 같은 밥. 지옥같은, 끝을 모르는 아름다운 맛의 향연입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커머셜 만델링의 깊은 맛을 느끼며 카페를 나섰습니다. 마지막 잔은 남달랐습니다. 곰다방의 향수가 느껴집니다. 쌉사름뒤에 달려오는 신맛 2차 크랙까지 몰고간 다양한 얼굴의 만델린은, 이곳에서만 맛볼수 있습니다.

 

쿠엔틴타란티노의 영화가 인생의 영화가 될 순 없죠. 하지만 매력있고 강렬한, 한 편의 좋은 영화인건 분명합니다. 곰다방은 저에게 인생의 커피를 내려줬습니다. 그리고 헬 커피는 쿠엔틴타란티노의 영화같은 강렬한, 훌륭한 커피 한 잔을 선사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이곳의 커피를 찾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이 곳에서 인생의 커피를 맛 볼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헬카페 로스터즈 -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하차. 3번출구로 나와 U턴. 다시 좌회전을해서 골목을 따라 보광동 방향으로 6분 정도 직진. 한국폴리텍대학 정수캠퍼스 맞은편에 헬카페를 만날 수 있다. 버스 이용시 한국폴리텍1대학(정류소 번호 03-282)을 이용하면된다. 405, 421, 0018번이 멈춘다. 혹은 이태원을 경유하는 버스를 타고 해밀턴 호텔 맞은편 골목으로 내려가도 된다.
  •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38-43 
  • 월요일-일요일 8시부터 22시까지. 당분간은 이 오픈시간을 유지.
  • 전화번호 010-4806-4687

  • 트위터 https://twitter.com/hellcafe2013 /미투데이 http://me2day.net/hellcafe2013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

 

 

 

조만간 '밥->커피' 베스트 코스에 대한 포스팅을 진행하겠습니다. 헬카페 옆에는 쫄깃쫄깃한 꿔바로우와 양고기 꼬치가 빈 속을 달래줍니다. 헬카페의 커피와 훌륭한 마리아주를 자랑합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는게 아니라 부동산을 마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재개발의 망령이 든 서울의 5년은 처참했습니다. 용산과 두리반의 투쟁은 부동산, 재개발과의 싸움이었죠. 홍대카페 투웰브피엠도 말도 안되는 세입자에 대한 법과 재건축에 대한 광기 덕분에 내몰리게 됐습니다.

 

건축학자 임동우는 사회주의 도시를 분석한 자신의 논문(책으로 출판된 바 있죠)에서 자본주의 도시건설의 맹점을 꼬집습니다. '자본주의 도시에서는 개인이 소유한 토지가 가장 중요한 세금 수입원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에 있어서 세금을 써야하는 공공영역을 최소화하면서 세금을 매길 수 있는 사유 토지를 가능한 한 최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계획의 논리였다. 이는 개발에 필요한 대도로 등의 요구를 낳았고 공공영역이나 녹지공간은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19페이지, 효형출판)며 자본주의 도시개발의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서울은 이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합니다.

 

30년이 넘은 카페가 즐비한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10년 넘은 카페조차 찾아보기 힘듭니다. 많은 카페들이 부동산에 큰 비용을 허비하는동안 질적인 성장도 더뎌졌구요. 지금도 훌륭한 카페들이 건물주와 대립하고있거나 월세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해방촌은 남산자락 바로 아래 위치한 달동네 마을입니다. 해방후 월남민들이 모여살았기에 그 이름이 붙었습니다. 유독 높은 언덕을 자랑하는 해방촌은 아직도 3000원이면 배를 채울수 있는 식당들이 가득한 곳입니다. 서울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하면서도 서울같지 않은, 기묘한 동네죠.

 

서론이 너무 길었나요. 해방촌을 찾기로 한 건 콩밭 메는 아낙네가 그리 참하다는 얘기를 들은 후였습니다. 봄바람에 기분이 좋아진 저는 4B 연필보다 짙은 흑심을 품고 해방촌으로 향합니다.

 

생활커피(생커활피 아닙니다) 콩밭로스터즈는 보성여·중고 앞에 자리잡았습니다. 녹사평역에서 걸어갔는데, 만만찮은 산행이었습니다. 마을버스 타시길 권유합니다.

 

두근두근, 아낙네를 만나기 전 커피 가격을 확인합니다. 핸드드립 커피가 삼천오백원입니다. 해방촌의 물가를 반영하네요. 커피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저렴하고 와이파이도 무료입니다.

 

여기서 제 흑심은 무너집니다. 노동자 아낙네는 남자였습니다. 쿵.

 

안그래도 휴일이라 민감한데 결재판이 날라드네요.

 

펼치니 메뉴판이. 검은커피가 마시고싶어 내리는 커피를 시킵니다. 원두 목록을 확인하니....

 

스페셜티, 마이크로랏 커피가 즐비합니다. 아니 근데 이게 모두 삼천오백원이라니. 말이됩니까 이게.

아리따운 아낙네를 만나는데 실패했지만, 원두리스트를 보고 다시 두근거림을 회복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주목받은 과테말라의 우에우에테낭고 커피를 주문합니다. 아, 삼천오백원이야...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머신은 소박한 가정용 브레빌머신입니다. 그라인더는 바리오. 사실 넓지 않은 매장에서, 에스프레소가 주력상품이 아니라면 선택할 수 있는 라인입니다.

 

소박한 주방에는 깨알같은 커피용품들이 가득합니다.

 

얼음을 깨는 기계와 그라인드 마스터라는 미국제 그라인더가 눈에 띕니다. 살짝 에어로프레스도 보이네요.

 

로스터는 자작로스터입니다. 저기 저 아래에 이어진 랜선같은 선은 온도를 컴퓨터에 옮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프로파일을 잡기위한 목적인것 같네요.

 

미싱앞에 놓여진 물잔들. 알고보니 콩밭커피 지하에 미싱공장이 있다네요. 아직까지 미싱공장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심지어 공장 사람들이 종종 커피마시러 놀러온다고 하네요.

 

 

주문한 과테말라입니다. 인헤르토입니다. 기계들을 쓰윽 살펴보고 별 기대를 안했습니다만, 제 실수였습니다. 커피맛은 훌륭했습니다. 과실향이 그득합니다. 자두의 단맛이 느껴지네요. 클린컵이 좋습니다. 좋은 생두도 생두지만 로스팅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3천 5백원에 이런 커피는 절을 두번하고 마셔야 한다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로스팅프로파일을 적는 종이가 눈에 띄네요.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로스터기에서 이어지는 저 하얀선이 바로 이 컴퓨터에 입력이 됩니다. 구글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로스팅 프로그램에 연결된 온도 입력장치는 로스팅이 진행되는동안 그래프를 그려줍니다. 콩밭로스터 아낙네는 매 로스팅마다 프로파일을 기록하고 공부합니다.

 

'농부들이 어렵게 재배한 커피, 실수해서 잘못볶으면 아깝잖아요. 소중히 여겨야죠'. 아낙네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로스팅의 품격을 높여줍니다.

 

맛있는 커피를 홀짝이며 아낙네와 수다 한 판. 음악취향이 비슷해 신났습니다. 해방촌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 사셨던 적이 있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네요. 그 동네엔 오래된 영화관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쉬는시간도 있었고 방음도 안되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 영화관에 대한 향수를 나누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남는것이 없는 도시에 살고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엘피도 트는군요.

 

영화를 공부하셨다고. 롤랑바르트의 책이 보입니다. 모두 읽었던 책이라고 합니다. 허세 작렬하며 아무책이나 꼽아놓은 몇몇 카페들하고 비교가 됩니다. 책 목록은 훌륭합니다. 책없이 가도 될 것 같네요 .옆에 디브이디 타이틀도 재미있습니다.

 

아낙나에게 커피하나를 더 주문합니다. 이번엔 브라질. 향이 좋습니다. 시트러스가 느껴집니다. 감귤류의 단맛이 깊게 느껴집니다. 약배전된 커피라서 가벼운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클린컵이 훌륭한 콩밭의 커피들입니다.

식어도 신맛이 솟아오르지않아 거부감도 들지 않구요. 다시 한 번 삼천오백원에 이런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합니다.

 

요즘 커피 좀 한다는 집들은 아즈텍 핫초코를 내놓죠. 달기보다 카카오의 깊은맛이 일품인 초콜렛입니다. 역시 맛있네요. 잔도 인상적입니다.

 

 

 

훌륭한 그림들.

 

선반작업은 물론 모든 인테리어를 손수 하셨다고. 소품들도 애장품들을 가져다 놓은거라 합니다.

 

엘피는 모두 대학시절에 모았다고 합니다.

아낙네는 센스가 넘칩니다. '칠갑산'의 첫소절에 등장하는 아낙네 곁에는 '커피 한 잔'에 등장하는 새카만 김상사가 지킵니다. 어이쿠!

 

하이커머셜, 마이크로랏, 스페셜티 커피는 이렇게 핸드픽 작업을 거쳐 콩밭 로스터의 로스팅을 맞이합니다.

 

네, 맞는 말이죠.

 

바지를 내렸다가 혼쭐났습니다.

 

아이패드의 초기버전(?)입니다. 저 두 휠을 움직여 그림을 그리는데, 아이큐와 이큐가 상승.... 하기는 커녕 성질이 뻗쳐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수다 떠는 사이에 팔려간 원두. 아, 저도 사올걸 그랬습니다. 집에와서 원두가 모자르다는걸 파악.

 

결제판 옆에 있는 참기름병... 아니 더치커피를 발견합니다.

 

이것은 참기름병이 아니다.

 

맛있는 베이커리입니다.

 

연고도 판매하네요.

 

좋은 생두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아낙네는 친절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왔으면 좋겠어요. 좋은 생두 쓰는게 아깝지는 않아요. 어차피 썩으면 똥되는건데. 맛있게 볶아서 나누면 좋잖아요'

 

아낙네의 마음씨에 반했습니다.

 

어스름이 질 때 즈음 해방촌 골목골목을 살펴가며 다시 녹사평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찾아가기는 힘들지만, 힘을 들여서라도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카페를 만났네요.

 

 

  • 콩밭커피로스터즈 가는길 -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5번출구, 녹사평역 2번출구에 나와 마을버스 용산 2번에 탑승합니다. 해방촌 5거리에 내려 보성여중고 방면으로 올라가다보면 왼편에 낮은 간판의 콩밭로스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보성여중고입구(정류소번호 03-171)로 가는 버스(402,405)나, 해방촌(마을버스 용산2번)을 가는 버스를 타고 보성여중고 방향으로 가는것도 좋은 방법.
  •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34-1 1층, 010-2649-5841
  • 월-목 11시부터 18시30분 까지, 금-일 11시부터 23시까지, 월요일 종종 휴식 트위터 참조. 
  • Twitter - @kongbatcoffee

머물렀던 숙소에서 후쿠오카 시내는 버스로 5분 거리였습니다. 날씨만 더 따뜻했더라면, 기꺼이 걸어서 가도 될만큼 가까운거리였죠. 숙소가 시내와 가까웠다기보다 작다는 표현이 걸맞는 도시가 후쿠오카입니다. 대부분 100엔이면 10분-20분 내외로 갈 수 있는 거리며, 시내에는 없는게 없습니다. 거리를 거닐다 문득, 후쿠오카에서 한 1-2년정도는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두 카페는 시내에있는 카페들입니다. 로스팅은 하지 않는 식사류도 함께 파는 그런 카페죠. 커피 전문점이라기엔 커피맛이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각각 35년, 3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기와 바쿠는 은은한 커피향에 녹아들어 편히 쉴 수 있었던, 아름다운 카페였습니다. 도시의 역사와 함께 늙어가는 카페였기 때문일까요, 후쿠오카의 향기가 그득한 카페들이기도 했습니다.

 

아기는 텐진코아빌딩 지하에 위치해있습니다. 저희가 코히칸 아기를 찾은 날에는 이렇게 눈이 오고있었습니다.

 

빨간 타일이 매력적인 아기의 문입니다. 간단한 브런치 메뉴를 비롯해 식사도 판매하고 있더군요. 때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수도없이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래된 금전등록기는 카페와 함께한 세월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쓰지않지만, 가게 한켠에 자랑스럽게 전시돼있더군요. 신기해 하며 이것저것 만져보니, '가게와 함께했던 기계입니다'(라고 말했던것 같은) 주인의 설명이 생각나네요.

'

숯불로스팅(탄화배전)커피는 사이폰으로 추출합니다. 간단해보이는 도구같지만,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월드 사이폰 챔피언쉽같은 대화가 생길정도로 각광받는 도구이기도 하구요. 커피를 주문하자 사장님은 능숙한 솜씨로 사이폰 커피를 추출합니다.

 

주방은 깔끔합니다. 커피의 기본은 청결한 주방이죠. 지긋하게 나이가 든 사장님은 커피를 내릴때가 아니면 테이블을 닦거나 잔들을 손보시더군요. 손길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고, 바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코히칸 아기를 찾아가게 만든 이유입니다. 인테리어는 정말.

이런 분위기에서 커피를 마실수 있는 직장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을 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사장님.

 

커피는 은은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앞서 커피맛이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아마 분위기가 커피맛을 초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모닝커피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바쿠로 향했습니다.

바쿠는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봤으나 역시 잘 몰라서 낭패. 그러다가 근처를 지나는 한 사람이 지도를 든 우리를 발견하고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걸어옵니다. '바쿠'라는 이름을 보더니 하는말, '내가 중학교때부터 가던 곳이에요! 20년 넘게 단골이죠!'. 장을 보러가던 그녀는 우리와 함께 카페에 가도 되겠냐며 앞장을 섭니다. 그리고, 좁은 계단을 오릅니다.

 

'여기는 핫초코가 맛있죠', 그녀의 추천으로 우리는 핫초코를 선택. 달지 않고 코코아향이 그득한 핫코초는 눈을 맞은 손과 마음을 녹여줬습니다. 함께시킨 드립커피는 구수했구요.

 

오래된 포트로 능숙하게 드립. 손님들은 담배를 꺼내 피며 자연스럽게 주인장과 대화를 합니다.

 

홀에도 자리가 많지만 사람들이 늘 찾는곳은 바. 바에 앉아 처음보는 사람이건,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건 커피 한 잔에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들 따로 들어왔지만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바쿠하면 빼먹을수 없는게 선곡과 인테리어 그리고 분위기. 세월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어느 카페도 쫓아올 수 없는 고고함을 만들어냅니다. 이래서 20년째 이곳을 찾는구나, 함께해준 일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니, 후쿠오카 카페산책이라는 책을 보고 여길 찾아왔다니 자기네들도 그 책이 있다며 꺼내보입니다. 커피에 대해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 문으로 나가면 '아트스페이스 바쿠'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출해온 작가만 700명. 카페를 찾는 예술학부 교수와 학생들 덕분에 지속될 수 있었던 곳입니다. 바쿠는 지금도 아트스페이스를 유지하기위해 최선을 다하죠. 바쿠는 커피와 음악 그리고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사진은 전부 니콘 FM, 렌즈는 조리개가 2.3까지밖에 열리지 않는 광각렌즈를 썼습니다. 필름은 다양하게.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몇 있어 알려드립니다. 사실 카메라는 잘 몰라요. 잘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동행한 주노누나의 사진입니다. 가끔, 제가 찍은 잘나온 사진도 있구요 :)

 

 

아기의 메뉴판. 400엔이면 탄화배전 블렌드를 맛볼 수 있습니다. 후쿠오카의 저렴한 물가를 반영하네요.

 

 

 

조지 거쉰의 엘피판에 적혀있는 바쿠의 메뉴들. 도시락이 든든합니다. 함박스테이크도 괜찮구요. 식사+커피세트도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 코히칸 아기 - 후쿠오카시 추오 구 텐진 1-11-11 텐진코아 지하 1층
  • 092-721-8461
  • 오전 10시 - 오후 8시(휴일은 일정하지 않음)

 

  • 야네우라 바쿠 - 후쿠오카시 추오 구 텐진 3-4-14 코에이빌딩 2층
  • 092-781-7579
  • 오전 11시 - 오후 12시, 연중무휴

 

추신 :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카페투웰브피엠이 최소한의 이주비용을 받는 조건으로 건물주와 협상타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투웰브피엠 페이프북 페이지에서 간단하게 접한 소식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정보가 접수되면 바로 포스팅하겠습니다 :)

어머니의 손맛은, 음식에 있어 그 어떤 요소보다 훌륭한 작용을 합니다. 정성이나 푸짐함 혹은 오랫동안 정이든 맛은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음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죠. 커피도 그렇습니다.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는 정성스런 샐러드와 팬케익 그리고 이와 어울리는 아메리카노 한 잔. 제가 오늘 방문한 홍대 투웰브피엠에서 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서울로 올라가 홍대 카페 '투웰브피엠'에 들를 수 밖에 없었던건 블로그 '상우일기'를 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블로그 상우일기 - http://blog.sangwoodiary.com/]

 

부부가 만들어낸 샐러드와, 팬케익 그리고 샌드위치는 사진만봐도 깊이있는 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침이 꼴깍. 설레는 맘으로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투웰브피엠의 영엄시간은 금, 토 기준으로 12시부터 12시까지. 그래서 이런 이름이 붙었나봅니다. 여러곳에 매장이 있지만 제가 들른곳은 '상우일기'에 나온 홍대점.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조금은 번잡한 카페 입구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꾸밈없는 메뉴판들. 뭐든 맛있어보입니다. 주문을 위해 잠시 고민에 잠깁니다.

 

정식 메뉴판을 안찍어서 나중에 찍다보니 이렇게 찍었습니다. 잘 안보이시면 클릭.

 

팬케익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주방을 둘러봅니다. 작은 오븐과 팬케익을 굽는 전열기가 보입니다. 펜케익은 무엇보다도 두께가 중요하죠. 불 크기도 중요합니다. 가스레인지를 기준으로 강, 중, 약 그 다음엔 팬케익 크기로 약-꺼짐 사이의 미묘한 위치를 맞춰야만 훌륭한 팬케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쉬운 음식이라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치죠.

 

신선한 식재료가 보입니다. 저 과일들은 바로 샐러드에 들어거나 생과일주스에 사용되죠.

 

 

주문한 아메리카노와 팬케익. 아메리카노는 구수합니다. 마치 숭늉을 먹는듯한 구수함에는 어머니의 손맛도 있고 깊은 따뜻함도 있습니다. 최근 마셨던 아메리카노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아메리카노였습니다. 펜케익은 훌륭한 두께를 자랑합니다. 딱 이만큼, 이 강도로 굽는건 만만찮은 실력을 요하죠. 물론 맛있습니다!

 

더불어시킨 핑크레모네이드는 레몬이 한아름 들어갑니다.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는게 단숨에 느껴지네요. 레몬을 그대로 먹는듯한, 그러면서 달달함과 시원함이 느껴지는 핑크레모네이드입니다.

 

두리반은 우리에게 희망을 줬죠. 세입자 따윈 생각하지 않는 법. 건물주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요구할 경우 세입자는 그 어떤 이유도 필요없이 나가야 합니다. 덕분에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있습니다. '합법적'이란 수식어 아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죠. 재건축은 서울의 아이콘이 된지 오랩니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당했고 지금도 고통받고있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이런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카페 인테리어는 평법합니다. 이런 평범함속에있는 분위기가 맘에들더군요. 조용하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너무 고요하지 않은 이 카페의 분위기가 맘에듭니다.

 

아직 겨울입니다.

 

 

구석구석 손길이 묻어나는 인테리어 소품들입니다.

 

읽을만한 잡지와 다용도 충전기가 눈에띕니다.

 

주인장의 취향이 돋보이는 테이프들.

 

카페 투웰브피엠 홍대점입니다.

 

지난 2월 27일에는 1차 철거집행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드이 응원을 해준 덕분에 투웰브피엠은 2월을 잘 넘길 수 있었죠. 연휴가 끝나면 찾아올 2차 집행과 그 이후의 일들이 걱정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투웰브피엠 근처에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가 들어서있었습니다. 메뉴얼대로 뽑아내는 그곳의 와플과 이곳 투웰브피엠의 샐러드, 팬케익의 차이는 엄청나죠. 정성이 들어간 커피 또한 다를겁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을까요. 그리고 그곳의 분위기는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편한할까요. 음식은 맛있고 커피는 괜찮을까요.

 

카페를 운영하는데 있어 부동산은 커다란 작용을 합니다. 장사가 잘되는 곳일수록 권리금과 월세 싸움은 피가 터질정도로 잔인하죠. 좋은 카페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질적인 성장을 유지하려면 부동산과 관련된 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병적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또한 줄어들어야하겠죠.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도 중요하지만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건강한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카페를 위해선 손님들도 적극적으로 기호를 밝히고 의사소통을 해야합니다. 건강한 카페 문화와 맛있는 커피 한 잔은 바로 이와 직결되는 문제죠.

 

카페 투웰브피엠이 겪는 문제는 비단 이 카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도 수많은 카페사장들이, 젊은 창업자들이 골머리를 앓아가며 이 문제와 투쟁하고 있을겁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에서 시작된거죠. 법을 고치는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페를 찾는일은 어려운일이 아니죠. 연휴끝에 돌아올 카페 투웰브피엠의 생존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신 :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카페투웰브피엠이 최소한의 이주비용을 받는 조건으로 건물주와 협상타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투웰브피엠 페이프북 페이지에서 간단하게 접한 소식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정보가 접수되면 바로 포스팅하겠습니다 :)

 

지난 겨울, 후쿠오카에 다녀온 사진들과 함께 카페 기행을 올립니다. 카페 기행의 기반에는 [후쿠오카 카페산책](코사카 아키코, 아이비라인)라는 책이 있습니다. 기행 전반에는 오래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올립니다.

 

1934년, 카페 브라지레이로는 히가시나카스 강가에 문을 엽니다. 잘 숙성된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불을 떼는 소리가 독특한 이탄과 그 지역에서 흐르는 물, 그리고 거친 해풍을 그대로 담고있습니다. 숙성되는 오크통은 스코틀랜드의 자연과 역사를 담아 술을 빚어내지요. 브라지레이로는 후쿠오카에서 빚어낸 깊은맛의 싱글몰트입니다. 강변에 부는 바람을 이고, 그곳의 물과 함께 자란 카페입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그 지역의 물과 함께 섞어 마셔야 진가를 발휘한다는 스코티쉬 위스키가 생각났습니다.

 

브라지레이로 로고가 세겨진 조그만 로스터는 매일매일 소량의 생두들을 볶아냅니다. 근대 서양식 조리사인 나야씨의 레시피로 만들어지는 각종 음식들은 이곳의 커피와 궁합을 잘 이루죠. 커피를 주문하고, 카페를 둘러봅니다.

 

 

작지만 견고하게 제작된 이곳의 로스터. 쿨러 위에 설치된 작은 선풍기가 인상적입니다.

 

벽장엔 카라얀의 사진들이. 일본인들의 클래식 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죠. 빌헬름 켐프의 이름을 딴 켄-푸산 이라는 섬은 그들의 고전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줍니다. 카라얀또한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지휘자였습니다.

 

해가 스멀스멀 지기 시작할 때부터 늦은 저녁이 되기까지, 우리는 브라지레이로에 머물렀습니다.

 

후쿠오카의 거리를 거닐다,

 

도착한 어느 이자카야. 일과를 끝낸 직장인들이 즐겁게 술을 마시는 곳이었습니다. 후쿠오카의 명물 고등어회. 커피로 출출해진 배를 달래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도제방식의 오래된 카페가 아직도 살아있고, 그들이 볶아낸 블렌딩이 많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곳이 일본입니다. 오랫동안 그 지역 사람들과 호흡하며 만들어온 브라지레이로의 블렌드도 깊은맛을 만들어내죠. 스페셜티의 물결이 밀려와도 일본의 클래식 카페들은 건재합니다. 오히려 스페셜티를 자기 카페에 맞게 변화시켜 로스팅을 해내죠. 굳건한 뿌리가 있기에 흔들리지 않는 맛을 내고 시대에 맞춰 변화합니다.

 

필카사진은 몇 장 없기에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로 설명을 더해보겠습니다.

 

 

브라지레이로 전경

 

메뉴판입니다. 일본말로만 써져있어 해석 불가능. 클래식 커피와 블렌드를 시켰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맞을겁니다.

 

네, 주문한 커피 하나는 저렇게 잔이 세개나 나오는 메뉴였습니다. 주문하자마자 직접 만드는 (달지않은)생크림 작은 도기 주전자 그리고 작은 잔. 커피는 그냥 먹었을때 조금 심심합니다. 저 크림을 타서 먹으니 놀랍게도 부드럽고 달달하며 고소해지더군요. 커피에서 나는 기분좋은 맛들이 다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드립으로 내려진 블렌드 또한 묵직한 바디감이 살아있는 일본식 커피였습니다.

저는 이런 블렌드가 좋습니다. 오랜시간동안 사람들과 호흡해온 커피이기 때문이죠. 어딜가도 그 카페만의 블렌드를 뽑아낼 수 있는 카페가 드문 한국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필카로는 좀 어두워보였던 로스터기.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무거운 철로 만들어진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밖에서 간단히만 살펴봐도 견고한 구조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브라질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브라지레이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커피=브라질'이라는 공식이 통했던 1930-40년대의 일본 풍경이 상상됩니다.

 

벽면을 장식안 카라얀의 사진들. 2층입니다. 기분이 묘하네요.

 

  • 후쿠오카시 하카타 구 텐야마치 1-20 
  • 092-271-0021
  • 오전 10시 - 오후 8시 반(토요일은 19시까지), 일요일, 공휴일은 휴일

5brewing, 마이크로 랏 니카라과(Nicaragua Finca La Laguna, Micro Lot)

마이크로 랏(Micro Lot)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가령 포도 농장을 생각해보죠. 베이루트 포도농장이라 불리는 곳은 천상의 자연환경으로 품질이 우수한 포도가 자라나죠. 그 농장의 아주 일부분의 땅에서는 햇볕이 더 잘 들고, 일교차가 크다는 이유로 당도가 높고 튼실하고 맛있는 포도가 재배됩니다. 같은 농장이지만, 다른 포도들보다 우수한 이 지역의 포도를 팔기위해 베이루트 사장님은 고심에 빠집니다. 고민끝에 그는 그의 농장에 일부분에서만 재배되는 포도에 베이루트 '마이크로랏'이라는 이름을 붙여 좀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자 결심하죠.

오늘 소개할 5brewing의 니카라과 마이크로랏은 La Laguna라는 농장에서 자란 커피들입니다. 마이크로랏 커피답게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죠. 재배고도는 1200-1400m. 높은편은 아닙니다. 체리 껍질만을 제거한체 과육과 그대로 말려 가공하는 펄프드 네추럴(Pulped Natural) 방식의 커피입니다. 넓은 마당인 파티오Patio에서 커피를 건조하는 방법대신, 이 농장은 아프리칸 베드African Bed 를 택합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나 이물질 따위를 차단하고, 건조기간동안 원활한 통풍을 시키는 방법이죠. 점액질이 커피에 남는다는건 장단이 분명 있습니다. 네추럴 커피에 비해 발효치가 낮긴 합니다만, 점액질이 얼마나 남아있는 상태에서 건조하는가, 어떤식으로 마무리 하는가에 따라 과발효의 위험이 존재하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식의 프로세싱을 좋아합니다. 잘 다뤄진 네추럴, 펄프드 네추럴 커피는 꿀맛을 내기 때문이죠. 자 그렇다면 5brewing에서 선택한 니카라과는 어떨지 살펴봅시다. 디드릭으로 볶아낸 이 커피에선, 달달한 향기가 솔솔 풍겨옵니다.

5brewing, 마이크로 랏 니카라과(Nicaragua Finca La Laguna, Micro Lot) 테이스팅 노트

 

원두에는 주름이 많이 보입니다. 약배전된듯한 이 커피를 받아들곤, 추출에 대한 조언을 받습니다. 바리스타는 93도의 물에 하리오 드립추출을 추천합니다. 바에서 테이스팅한 하리오 추출의 니카라과는 은은했습니다. 바디감과 밸런스가 아쉬워지만 여유롭고 클린한 맛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꿀의 달달함, 오렌지의 잔잔한 향미가 코 끝을 간지럽힙니다.
향미와 맛을 좀 더 뽑아내고 싶어서 드립굵기, 20g/93도/200ml/2분 30초의 추출을 해봅니다. 오랜만에 칼리타 드립이라 아쉬움이 그득했습니다. 생각보다 추출이 오래걸렸기 때문이죠. 과추출의 우려를 안고 시음을 해봅니다. 박하향과 오렌지향, 껍질째 먹는 오렌지의 신맛이 강합니다. 입안에 맴도는 향기가 좋지만 신맛이 아슬아슬합니다. 너무 과한건 아닌가 생각이 들수도 있겠더군요. 몇 번의 추출을 더 해봅니다. 가장 맛있었던 추출은 볶은지 10일이 지난 후에 에어로프레스로 내린 잔이었습니다. 드립보다 조금 가늘게, 15g/94도/150ml/2분의 추출입니다. 메탈필터로 내렸습니다. 안정된 신맛과 오렌지의 향미가 좋았습니다. 물을 조금 타서 마시니 은은한 자스민차의 느낌도 나더군요. 가볍고 깔끔한 맛이 좋았습니다. 볶은지 좀 됐음에도 불구하고 향미는 풍부합니다. 엿기름의 단맛이 혀끝을 계속 간지럽힙니다. 식어도 신맛이 치고 오르지 않는 느낌이 좋습니다.
섬세한 컨트롤을 요하는 원두입니다. 잘만 브루잉한다면 마이크로랏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수 있을것 같네요. 오렌지, 레몬차에서 나는 향기로움을 느끼고싶다면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5brewing 원두 구매방법
전화 02.322.7197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46-176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sposss / 트위터 @sposss
 

 

밀로커피 로스터즈, 에티오피아 첼바(Chelba), 케냐 이차마마(Ichamama)

 

밀로(Millo)는 히브리어로 '꽉 차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 덕분일까요, 저는 밀로 커피에서 커피를 마실때마다 항상 꽉 찬 기분을 느낍니다. 밀로의 커피는 풍부하고 따뜻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두가 가진 본연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려는 사장님의 로스팅이 맛의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여러번 포스팅을 통해 약배전 로스팅의 장단점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약배전의 강점을 살리는 로스터들도 있지만 한편으론 유행따라 커피를 볶아 떫은맛을 내버리는 카페들도 많습니다. 밀로커피는 이러한 카페들과는 다른 로스팅을 추구합니다. 10여년간 카페를 운영해온 밀로 사장님은 자신의 프로밧 L5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맛을 뽑아냅니다. 이는 원두의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원두의 표면은 주름없이 팽팽합니다. 구매한 원두를 하루정도 유리용기에 보관하면 기름이 조금 베어나오는 모습도 볼 수 있구요. 이러한 로스팅은 생두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 시킵니다. 신맛 뿐만이 아니라 단맛과 구수한 맛까지 이끌어내는 것이죠. 원두의 주름을 잘 펴내는것 그러면서 원두의 장점을 이끌어내는건 상당한 로스팅 스킬이 요구됩니다.
밀로의 그 꽉 찬 로스팅이 그리워져 원두를 구매했습니다. 구매목록은 에티오피아 첼바(Chelba)와 케냐 이차마마(Ichamama)입니다. 우선 첼바를 살펴봅시다. 네추럴(Natural) 가공을 거칩니다. 커피 체리를 그대로 햇볕에 말려 건조한 후 탈곡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커지면서 미성숙두와 결점두의 함유율이 크고 발효치가 있다는 이유로 네추럴 가공이 외면받는 실정입니다. 첼바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 특이한 향미와 풍요로운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녀석입니다. 1900m 고지대에서 재배된 이 커피에선 꽃향과 포도의 신맛 그리고 달콤함이 느껴집니다. 이차마마는 이에 반해 워시드(Washed)가공을 거칩니다. 내추럴에 비해 결점두가 적으며 깔끔한 맛을 내는 가공과정입니다. 각각의 가공과정에 따라 장단점은 분명합니다. 더 길게 쓰고싶지만 오늘은 원두 소개가 우선이므로 줄이겠습니다. 가공과정에 대해선 나중에 다른 포스팅을 통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차마마도 역시 1750-1950m에서 자랍니다. 버번종이며 베리와 시트러스의 향이 테이스팅 노트에 적혀있습니다.
 

밀로커피 로스터즈, 에티오피아 첼바(Chelba), 케냐 이차마마(Ichamama) 테이스팅 노트

특성이 다른 이 두 아프리카 커피를 밀로에선 어떻게 로스팅 했을지 궁금합니다. 우선 에티오피아입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원두의 주름은 쫙 펴져있습니다. 배전도도 조금 높은편이구요. 요즘엔 상당히 보기 힘든 로스팅 스타일입니다. 깊은 맛을 충분이 이끌어내기 위해 핸드드립 추출을 선택합니다. 칼리타 드리퍼에 드립굵기 25g/85도/230ml/3분의 추출을 합니다. 적당히 부풀어오르는 커피 빵이 로스팅이 잘 됐음을 보여줍니다.

발효된 맛이 잘 느껴지는 에티오피아입니다. 특유의 감귤향과 맛이 매력적이네요. 중후한 바디감도 좋습니다. 길게 늘어지는 맛은 강배전/낮은온도 드립의 매력이죠. 딸기맛과 약간의 버터리함까지. 구수한 아몬드와 와인, 자몽의 맛까지 적어봅니다. 서툴게 컨트롤 했다가는 잘못 추출될 가능성도 있지만 워낙 맛의 스펙트럼이 넓어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다음은 케냐. 에티오피아보다는 배전도가 낮습니다. 하리오 드리퍼에 조금 굵은 드립굵기 20g/88도/200ml/2분 30초의 추출을 진행합니다. 커피가 달달합니다. 요구르트의 신맛과 단맛이 느껴지네요. 흡사 레몬티의 느낌도 줍니다. 외국 사이트에서 찾은 이차마마의 테이스팅 노트에는 Savory Body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구미를 돋구는 짭짤한 요리의 바디감이라는 뜻입니다. 층층이 꽃이라는 표현도 있구요. 그만큼 탄탄하고 매혹저인 맛이라는 뜻인데 참 적절한 표현인것 같아 붙여둡니다.

종종 에스프레소를 처음 마시는 사람들에게 전 밀로커피를 추천합니다. 신맛이 치고 올라오는 스페셜티 샵의 에스프레소보다 구수하고 달달한 밀로의 에스프레소가 처음 커피를 접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잘 맞을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죠. 기호의 문제겠지만 전 밀로의 커피가 좋습니다. 처음 제가 이대앞 비미남경과 고대후문 보헤미안에서 맛봤던 커피들을 생각나게 만들기 때문이죠. 특유의 고소함과 중후한 바디감은 첼로 협주곡을 연상케하기도 합니다.

 

 

밀로커피로스터즈 원두 구매방법

전화 02.554.3916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70-32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millocoffee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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