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는 일은 자신의 직업이고, 수필을 쓰는건 취미생활이라고 밝힌 하루키는 종종 자신의 글을 모아 책을 펴내곤 합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먼 북소리'는 '상실의 시대'를 쓸 때 즈음 유럽에서 썼던 글을 엮어낸 책입니다. 이런 수필들은 일이라는 의무감을 없이 손 가는대로 쓴 글이다보니 하루키의 개성과 색채가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수필이나 습작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위스키 성지여행'이란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한 하루키의 여행기입니다. 위스키에 대해 글을 쓸 일이 있어 아일랜드에 놀러갔다가 적어둔 글입니다. 이 책의 첫장은 바로 이렇게 시작합니다. 여행의 중심테마, 엄청난 양의 양과 팬케이크 그리고 와인. 저의 부산 여행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인생관의 변화가 생길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양의 커피를 뱃속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여행 두번째 날, 저는 제이스퀘어, 어웨이크, 커피가사랑한남자 이렇게 총 3곳을 방문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10잔 넘는 커피를 마셨고, 마지막에 방문한 커피가 사랑한 남자에서는 과도한 카페인 섭취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가장 정신이 맑았을 때 방문한 커피 어웨이크에선 부산에서의 첫 플렛화이트를 마주했습니다. 제이스퀘어에서의 맹한 카푸치노를 먹었던 덕인지, 어웨이크의 진한 플렛화이트 한 잔은 깊고 강렬했습니다. 덕분에 가장 오랜시간 앉아 있기도 했구요.

 

 커피어웨이크는 부산대 정문을 바라보고 좌측 골목으로 직진하다보면 나옵니다. 어웨이크로 오는길엔 1500원에 커피를 파는 가게가 12곳이 있었습니다. 자, 그 많은 카페들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그곳에서 파는 커피보다 3배나 비싼 커피를 마시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작은 매장 안에는 바가 1/3정도를 차지합니다. 들어서자마자 라마르조코의 스테디셀러 리네아가 보이는군요. 최근에 새로운 버전의 리네아가 출시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몇곳에서 정식공개를 앞두고 공개(혹은 유출)된 사진을 봤습니다. 디자인은 클래시컬한 리네아의 멋을 한껏 살렸더군요. 어떤 하드웨어를 가지고 나올지 모르겠지만 기대가 됩니다. 

 

그라인더는 말코닉입니다. K30 Twin이네요. 두 종류의 에스프레소를 판매하는 어웨이크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머신인것 같네요. 전날, 모모스의 직원께서 맛있다고 추천해주신 시즈널 블렌드 에스프시보와 테일러커피와의 콜라보레이션 블렌드 브리즈가 각각 통에 담겨있습니다.

 

리네아는 3그룹, 보일러의 안정성을 위한 선택이겠죠. 말코닉 K30의 앞부분입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콤팍 R시리즈네요. 정확한 모델명은 잘 모르겠습니다. 

 

브루잉스텐드에있는 클레버와 V60.  

 

정수기는 에바퓨어. 제가 다녀온 카페들 중에선 가장 소박한(?) 세팅입니다. 부산 스페셜티 카페들, 정말 무섭습니다.

 

자 기계 구경은 여기까지. 메뉴판을 봅니다.

플렛화이트와 드립커피를 주문합니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가 있었고 과테말라를 택했습니다. 온두라스는 볶은지 몇시간이 안돼 판매하기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쉬운 마음에 온두라스는 원두로 구매를 했습니다.

 

어웨이크는 커피 콘하스와 비슷하게 '편집샵'의 형태를 띕니다. 다양한 로스터의 원두를 가져와 판매를 하는 시스템이죠. 콘하스와 다른점이 있다면 커피 어웨이크에서는 약간의 커스텀과정입니다. 즉, 원두를 다른 로스터에게 주문하되, 투입온도나 배출 시간 그리고 블렌딩 비율 등을 따로 요구합니다. 덕분에 로스팅된 커피는 어웨이크의 이름을 따서 판매될 수 있는거죠. 좋은 생두를 가진 실력있는 로스터가 밑바탕이 되고 여기에 자기만의 개성을 살려 커피를 만들어낼수 있다는 점은 분명 어웨이크만이 가진 강점입니다.

 

이리저리 구경하는 사이 나온 플렛화이트.

전반적으로 벨런스가 좋고 안정적인 맛입니다. 전날 모모스에서 그리고 여기에 오기전에 들렀던 제이스퀘어에서 마셨던 카푸치노보다 훨씬 개성있고 강렬한 맛을 가졌습니다. 사실 여기에 오기까진 부산의 카푸치노에 대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종종 사용하는 표현인데, '솔의 눈' 맛이 느껴졌습니다. 고소한 땅콩버터의 느낌도 났구요. 스팀이 잘되서 거품도 단단하고 고소했습니다. 에프터도 좋았구요.

저는 딱 이정도. 이정도의 카푸치노나 플렛화이트가 좋습니다. 

 

복잡 다단한 맛의 과테말라였습니다. 숙성된 맥아의 향은 마치 위스키를 마시는 느낌을 줬습니다. 알싸한 단맛도 인상깊었구요.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줬습니다.

 

그리고 이래저래 맛보게 된 다른 브루잉 커피들. 맛있었습니다. 

 

더치커피는 여기에서도 판매합니다. 그러고보니 방문한 카페중에 더치커피를 판매 안하는 곳이 없네요. 더치커피와 더불어 3시간마다 교체되는 블렌드 시음도 눈에 띕니다.  

 

어웨이크에서 제공하는 싱글리스트는 어웨이크에 커피를 볶아주는 로스터들이 들여오는 생두 목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매장에서 이렇게 다양한 원두를 맛볼수 있습니다. 

 

더치커피 주문은 이렇게. 

 

 

커피 전문점에도 휴식시간이 있는 점이 독특합니다. 영업시간 이외에 매일 오후 2시-3시에는 문을 닫습니다. 매장에서 점심을 먹으면 커피를 내리는데 방해가 되죠. 그 이유 말고도 로스팅을 맡긴 샵을 방문하여 원두를 주문하고 가져오는 일, 주문받은 원두를 배송하는 일을 하는 시간입니다. 방문계획이 있으신분들은 참고하시길.

 

 

 방문한 1월 22일을 기준으로 판매가능한 원두들입니다.

 

대학가라 저렴한 밥집이 많죠. 매장 앞에선 커피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밥상을 차려줍니다.

편집샵답게 다양한 카페들의 원두가 보입니다. 보통과 테일러커피 리브레와 라디오, 알레그리아 봉투들이 눈에 띕니다.  

 

COE를 취급하는 어웨이크. 

 

 

 

자, 커피 어웨이크에서 몇 잔의 커피를 더 마시고 어웨이크가 로스팅을 부탁하고 있는 가게를 방문합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커피가 사랑한 남자입니다. 이미 오전부터 커피를 많이 마셔서 걱정이 됐습니다만, 다음날 일정으로는 부산대앞을 다시 올 수 없었기에 무리를 해서 커피가 사랑한 남자로 향합니다. 

 

1층엔 바와 로스팅실, 2층엔 테이블이 있습니다. 

 

스페셜티를 취급합니다. 메뉴 주문에 있어서 특이점은, 다양한 블렌딩을 시음하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를수 있다는 점입니다.  

 

 

 밀크스타 카푸치노와 다른종류의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킵니다. 바닐라와 벨벳향이 강하지 않게,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달달하지만 역시 우유의 맛이 강합니다. 어찌보면 이렇게 카푸치노를 내는것이 부산의 스타일인것 같습니다. 아메리카노도 마셔봤지만 이미 많은 잔을 마신터라 평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들이 좋았습니다. 스페셜티를 하는 카페들의 특징입니다. 생두가 워낙 좋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커피에 힘이 있죠. 마셔보시면 느낄수 있습니다.

 

프로밧 로스터. 그러니까 어웨이크에서는 프로밧 로스터와 테일러커피의 기센을 사용하는 셈이 되는군요.

 

로스팅실 한켠에 있는 디브이디 두편. WBC도쿄와 블랙골드입니다. 블랙골드는 개인적으로 커피 관련 다큐중에서는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상입니다. 커피 거래 전반 그리고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은 보시면 참고가 많이 될겁니다. 학교 다닐때 이 다큐멘터리를 소재로 커피와 공정무역 관련된 발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GB/5

 

말코닉 그라인더와 메져 로버가 라마르조코를 돕고 있습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말코닉.  

 

브루잉 커피는 주문하면 드립, 클레버, 에어로프레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을 해줍니다.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들이 서울에서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부산항으로 들여오는 생두들이 바로 들어오는 탓일까요. 좋은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부산사람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세 종의 에스프레소는 주문 전 시음용으로 사용됩니다. 맘에드는 블렌드를 선택하면 그걸로 커피를 내려주죠. 

 

 

다양한 커피용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본의아니게 포스팅이 길어졌습니다. 간단하게 매장정보를 말씀드리자면,

 

 

  • Coffee Awake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산대역 1번출구를 나와 보이는 골목으로 직진. 막다른 골목에서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커피어웨이크를 만날 수 있다. 부산대 정문에서 찾아간다면 역시 부산대 정문을 바라보고 좌회전을 해서 계속 걸어가면 된다.
  • 부산 금정구 장전동 425-2, 051-517-5721
  • 매 달 마지막주 일요일 휴뮤, 오전 10시- 오후 10시 영업, 오후 2시-3시 브레이크 타임
  • http://www.facebook.com/specialtycoffeeawake

 

  • 커피가사랑한남자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산대역 3번출구를 나와 우회전. 다리가 나오면 좌회전, 부산대학교 사거리에 가지 전 마지막 골목으로 우회전. 왼편을 바라보면 커피가 사랑한 남자를 만날 수 있다.
  • 부산 금정구 장전3동 416-12, 051-703-1004
  • 휴무 없음, 오전 9시-오후 11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