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메짜루나 로스팅을 간신히 성공시킨 후, 100g이 넘는 양의 원두를 식히기 위해선 수망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부터 커피마루를 통해 자작 쿨러의 위용을 확인한 나는 설계에 들어갔고 필요한 부품들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학교에 레포트를 내기 위해(레포트 하나 때문에 1시간 30분을 달려갔다) 갔다 오는 길에 을지로 3가와 신촌에 들러 필요한 물품들을 하나씩 비교해보고 구매했다.
생각보다 가격이 싸게 먹혀 총 2만 1천 5백원으로 모든 장비를 구입했다. 휴지통에 구멍을 뚫는 것 이외에는 생각보다 순조로운 작업의 연속이었다.

다음과 같은 재료가 필요하다. 휴지통(2천원), 환풍기(1만 2천원), 수망(6천원), 모기장(5백원), 전기 스위치 및 전선(1천원)이다. 총 2만 1천 500원이 들었다.

피복을 벗기면서 생각한 게, 이걸 처음 배운 때가 초등학교 실과 시간이었던게 생각났다. 고사리 손으로 배웠던 피복 벗기기가 아직도 이렇게 유용하게 쓰인다니 놀라웠다. 요즘 교육부가 의무교육과정을 중학교(고1이었나?)까지 하고 나머지는 선택과정으로 집어넣는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이렇게 쓸모가 많은데 이걸 모두 선택과정으로 돌리고 국영수만 가르치면 어떻게 될까, 잠시 쓸데없는 상념에 젖어봤다.

구멍낸 휴지통쪽으로 환풍기의 전선을 빼준다. 그리고 환풍기를 적당한 위치에 고정시킨다.

다*소에서2천원에 구입한 휴지통이 매우 쓸만하다. 구멍을 뚫는 것이 좀 어렵긴 하지만 환풍기도 딱 들어맞고 색깔도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가격도 싸고 말이다.

쿨러의 특성상 항상 켜두긴 모하기 때문에 중간 스위치를 두기로 결심했다. 중간 스위치를 위해 피복을 하고 전선을 감았다.

완성된 스위치의 모습이다. 사실 스위치를 조립하는건 이번이 첨이라 전파사에서 스위치를 구입할 때 아저씨의 조언을 구해서 만들었다. 조잡하긴 하지만 나름 전기테이프로 깔끔한 마무리를 했다.

콘센트를 연결하고 스위치를 작동시켜봤다. 잘 작동했고 생각보다 바람도 괜찮았다.

체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차 거름망으로 모기장을 설치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해봤다.

마지막으로 수망을 덮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생각보다 깔끔한 모습이다.

제작시간은 약 30분 남짓이었다.

위에서 본 모습이다. 깔끔하고 보기 좋다. 작동도 잘된다.

나의 소규모 로스팅장이다. 어제의 실패를 바탕으로 로스터기의 위치를 조금 높였고 전선을 길게 빼서 쿨러를 바로 옆에 위치시켰다. 로스팅장은 생각보다 환기가 잘되고 쾌적한 환경이다.

오늘은 케냐 프랜치 미션을 볶았다. 180g가량을 2차 팝핑이 일어나고 얼마후 바로 뺐다. 쿨렁의 위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생각보다 빠른시간에 쿨링이 진행됐고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제대로 작동해준 쿨러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수망로스팅에서 골칫거리가 됐던 체프문제와 쿨링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됐다. 은은하고 구수한 향내가 슬며시 올라왔다.

다 볶은 원두의 모습이다. 어제보다 좀 더 균일하고 안정된 모습이다.

확대촬영이다. 나름 여태 볶은 콩중 가장 깔끔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

사촌동생은 내가 이걸 만드는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봤다. 어린녀석이 이것저것 만드는 모습을 보면 신기해한다. 볶은 콩을 내려먹는다고 했더니 자기가 직접 해보겠다며 나섰다.

사뭇 진지한 모습이다. 보이는 빨간 드리퍼는 얼마전 남대문에 구입한 하리오 드리퍼다. 너무 예쁘다.

저녁이라 연하게 내리기 위해 온도를 86도 정도에 맞췄다.

그날 볶은 콩을 먹으면 맛이 잘 안든다. 그래도 한 번 맛을 보고 싶었다. 역시 볶은지 얼마 안된 콩이라 빵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지훈이는 신기한 모양이다.

빨간 드리퍼는 매력적이다. 구수한 향내가 너무 좋았다.

지훈이도 약간, 고모부 한 잔, 나 한 잔. 생각보다 맛있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맛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집에서 무엇인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일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저렴한 가격에 쿨러를 만들고, 직접 로스팅한 콩을 쿨링해서 마시니 감회가 새로웠다. 여름방학에는 이 기구들을 이용해 더 맛있는 콩을 만들어봐야겠다. 여러모로 종강 후 재미있는 일들의 연속이다. 기분이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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