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치 커피를 처음 마신 건, 뜨거운 여름이었다.
보헤미안에 처음 들렀을때 손님은 나 밖에 없었기에 서실장님(그땐 알바셨음)은 나에게 다양한 커피를 맛보게 해주었다. 이런 커피 저런 커피 마시면서 더치커피를 마시게 됐다. 구석탱이에서 신기한 기계에게서 흘러내리는 커피가 궁금해서 물어봤던 찰나였다. 더치커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곤, 바로 시음에 들어갔다. 감칠맛 나고 약간은 달콤쌉싸름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나는 아직도 그때 그 더치 커피맛을 잊지 못한다.

커피는 열에의해 맛이 많이 변화한다. 물의 온도를 조금만 다르게 해도 커피는 그 맛을 달리한다. 더치커피는 그런 커피의 예민함을 위해 태어난 커피이다. 찬물로 오랜시간 내리기 때문에 열에의한 맛의 변화가 적다. 더불어 찬물로 내리는 덕분에 커피에 있는 카페인성분이 아주 조금만 나오게 된다. 그래서 혹자는 이를 디카페인커피라고 부른다. 요즘들어 다양한 커피 제조 방식이 인기를 끌고있다. 더치커피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커피 제조방법과는 달리 기본적인 툴(기구)의 가격이 만만찮기 때문에 왠만해선 제대로된 장비를 갖추고 마시기 힘들다. 그래서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사람들(혹은 까페 주인들)은 그 모양을 본따 더치기구를 만들곤 한다.

더치커피 기구의 원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사진출처 : 까페뮤제오



한참동안 생각만 해왔다. 그리고 이곳저곳 닿는 곳마다 정보를 모았다. 열심히 구상해본 끝에 드디어 더치커피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곰다방과 인마이메모리에서 정보를 따와서 을지로3가 과학기구 재료상에서 여러가지 기구들을 구입했다. 이러쿵 저러쿵 조립한 결과 그럴싸한 모습이 나왔다.

사용한 기구는 다음과 같다. 스탠드(1만 8천원), 분액깔대기 500ml(1만 4천원), 그라인더, 원두, 서버, 페트병, 쿠우 뚜껑. 스탠드와 분액깔대기는 을지로3가 과학기구 판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요놈이 더치 커피 기구의 키포인트이다. 일정량의 물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페트병에 구멍을 뚫어 할 수 있으나 물이 떨어지는 양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요 분액깔때기를 이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서버(커피를 받는 곳)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되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패트병과 쿠우뚜껑이 그 첫번째이고 하얀색 칼리타 사기드리퍼가 두번째이다.

재료가 준비 다 되었다면 시작해보자. 우선 첫번째로 분액깔대기를 스탠드에 고정시킨다. 그리고 물을 500ml에 맞추어 넣어준다.

이게 바로 쿠우 뚜껑이다. 일반 페트병의 뚜겅은 매우 크기때문에 더치 커피 기구에는 적절하지 않다.

준비한 빈 패트병은 윗부분만 예쁘게 잘라준다. 깔대기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아랫부분에 쿠우 뚜껑을 갈아 끼우고 필터를 모양에 맞게 잘라 끼워준다.

패트병의 아래부분에는 유리병을 놓아준다. 이 유리병에 커피가 모이는 것이다.

원두의 분쇄굵기는 1이다(1-10중) 에스프레소를 만들때와 같다.

일단은 시험용으로 기간이 많이 지난 일본에서 사온 하우스 블렌드 커피를 이용했다.

가늘게 분쇄한 원두.

필터를 넣은 페트 위에 분쇄한 원두가루를 부어준다. 표면을 고르게 해주는 것이 좋다.

적당한 양의 커피를 부었다면 다시 위에 알맞게 자른 필터를 올려준다.

완성된 모습이다. 일단은 드리퍼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렇게 만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했다.

스탠드 밑에 커피필터와 서버를 두고 물의 속도를 조절한다. 물은 정확히 가운데에 떨어지게 하는것이 좋다,

완성된 더치커피 툴의 모습이다.

추출시간은 일반적인 커피보다 훨씬길다. 예상으론 3시간정도 지나야 한 방울정도 떨어질듯 싶다. 보통 하루정도 기다린 후에야 그 맛을 감상할 수 있따.

방에 요놈을 두고있자니 물이 한방울 한 방울 떨어질 때마다 향이 풍기는게 참 기분이 좋다.

추출된 커피는 나중에 올리도록 하겠다.


커피를 마시는 일은 매우 기쁜일이다. 하지만 만들기까지 한다면 그 과정을 바라보는 기쁨도 만만찮다. 오랫동안 구상했던 모델이 실제로 완성되니 기분이 너무 좋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려 나올 커피를 맛 볼 생각을 하니 이 또한 내 기분을 한 층 더 좋게 한다. 더치커피를 도전했으니 이제는 좀 더 다른방식의 커피 제조를 해 볼 생각이다. 적잖이 돈이드는 취미생활이지만 그만큼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요놈이 만들어준 더치커피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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