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커피모임 스코어에서 북경의 커피들을 맛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솔로이스트 커피에 대한 이야기와 간단한 소회들을 기록해두고자 합니다.





북경의 솔로이스트 커피입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마셨고, 두 커피 모두 극단적인 약배전에 닿아있습니다. 북경의 매장에서는 스팀펑크로 맛을 낸다고 하니, 과일의 향을 담은 차와 같은 특성이 더욱 잘 드러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북경커피 테이스팅에서, 병욱형님은 총 5개 브랜드 10여개의 커피를 가져오셨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인지도가 높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와 그곳에서 가장 많이 팔린 원두들이라고 합니다.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인상은 북경의 인상과 닮았습니다. 쌉싸름하고 깊은 흑차의 맛과 같달까요. 가장 선호하는 원두라고 하는 인도네시아 아체의 커피의 맛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브랜드에서는 스모키한 캐릭터가 지배적이었는데,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을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개성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체 시장규모에 비하면 아직 보잘 것 없을 정도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성장한 것을 보면 앞으로의 변화 또한 기대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로이스트 커피는 그 중에서도 가장 다른 커피였습니다. 노르딕 커피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견고한 약배전이었고, 테이스팅 노트 또한 훌륭했습니다. 한 잔의 차와 같은 커피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깊은 풍미와 단맛이 인상적인 백차의 맛들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커피들과 다른 캐릭터를 가졌지만, 충분히 같은 연장선상에 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커피였습니다. 규모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시장이기에 이런 커피 또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소비규모를 생각했을 때, 운남이라는 커피산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중국의 커피 시장은 앞으로 더 빠르고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많은 만큼 입맛도 다양할테고, 스페셜티 커피 또한 다방면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할 것입니다. 사람들과 커피를 맛보며 중국 업체들의 머신 커피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비웃은 그것들이, 나중에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상해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다시 모이려고 합니다. 커피 한 잔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세계는 큽니다. 도란도란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SCORE에서 테이스팅 인원 모집을 위해 공식적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SOCRE멤버 이병욱님께서 직접 작업한 사진과 글입니다. 북경에 방문하여 커피를 마시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이미지를 공유합니다.








8월 26일 - 9월 2일 짧은 여름휴가 기간, 북유럽에 다녀왔습니다. 


조용히 음악을 듣고 호수를 거닐다 오고싶었는데,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핀란드와 스웨덴에 있는 몇 군데의 카페를 들렀고, 좋은 기회가 생겨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편집되지 않은 글의 원본과 링크, 다녀온 카페들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정리해두고자 합니다.







 북유럽 커피 기행


커피 칼럼니스트 조원진


여름의 끝 스톡홀름은 쌀쌀했다. 차가운 아침공기에 잠이 깨 산책을 나섰다. 얇은 외투를 걸치고 카메라를 넣은 작은 가방을 들었다. 출근길의 분주함 속에서도 경적하나 울리지 않는 고요한 찻길을 따라 걸었고, 아침햇살이 우아하게 든 공원을 지났다. 골목길을 따라 지도에 표시된 카페를 찾아가니 형형색색의 의자와 테이블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한 잔의 커피는 홍차의 색과 향을 닮았고, 한 모금 머금고 나면 잘 익은 과일의 맛이 느껴졌다.

기술발전과 자본의 투입으로 생두의 품질이 높아진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노르딕 스타일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노르딕 로스팅은 옅은 황색의 색깔이 도드라질 만큼 커피를 약하게 볶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산미가 살아나고 향미가 풍성해져 생두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다. 스톡홀름에서 방문한 요한&뉘스트롬과 드롭커피를 비롯해 노르웨이의 팀 윈들보와 후글렌, 덴마크의 콜렉티브는 노르딕 스타일 커피를 대표하는 카페들이다. 이들은 자신들 만의 스타일로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거나, 아시아와 미국 등지에 분점을 내는 등 스페셜티 시장 곳곳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차가운 공기와 낮은 기압 그리고 차분한 도시의 분위기가 로스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하던 찰나, 그들 또한 대부분 네스카페를 즐기고 상대적으로 쓴맛이 강한 배전도 높은 커피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북유럽에서도 작은 파이일 뿐인데, ‘피카Fika’와 같이 커피를 즐기는 문화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노르딕 커피라는 고유의 흐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피카를 즐기는 스웨덴 사람들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3, 일에서 벗어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여유로운 대화가 꽃피는 피카에는 국경도 없고, 성차별도 없다. 모든 이들이 커피 한 잔 앞에 평등하다. 편견 없는 그들의 시선은 로스팅에도 색다른 접근방식을 선사했으리라. 또 하루에 열 잔이 넘는 커피를 마시는 헤비 드링커들에게 차와 같이 부드러운 커피는 하나의 멋진 해답이었을 것이다.

헬싱키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고 40, 작고 고요한 섬에 위치한 마야 커피에 들렀다. 여행 중에 만난 많은 이들이 한 결 같이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울창한 침엽수가 둘러싸인 상가의 귀퉁이, 마야커피의 모습은 숭고했다. 커피를 내리는 물줄기 소리가 들릴 만큼 음악소리는 잔잔했고, 맛 또한 훌륭했다. 일본에서 커피를 배운 핀란드인 로스터와 일본인 바리스타 부부가 함께 문을 연 이 카페는, 숲 속의 작은 오두막집이라는 의미의 핀란드어 ‘MAJA’를 카페 이름으로 정했다. 마야커피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물으니, 자신들은 스페셜티 커피와 노르딕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어딘가에서 커피를 내릴 뿐이라고, 고요한 카페에 찾아주는 손님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돌이켜보니 북유럽의 커피가 그러했다. 스페셜티 커피나 노르딕 스타일은 중요하지 않았다. 한 잔의 커피를 존중하는 마음, 그 커피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삶의 여유, 커피 한 잔에 어떠한 다양성도 품을 수 있는 이해심 속에 그들의 커피가 있었다.







스웨덴


Johan & Nyström - Swedenborgsgatan 7

Swedenborgsgatan 7, 118 48 Stockholm

johanochnystrom.se

+46 8 702 20 40 


Johan & Nyström - Norrlandsgatan 20

Norrlandsgatan 20, 111 43 Stockholm

johanochnystrom.se

+46 72 518 04 07



Drop Coffee

Wollmar Yxkullsgatan 10, 118 50 Stockholm

dropcoffee.se

+46 8 410 233 63


Cafe Pascal

Norrtullsgatan 4, 113 29 Stockholm

cafepascal.se

+46 8 31 61 10



핀란드


Johan & Nyström - Helsinki

Kanavaranta 7 C, 00160 Helsinki 

johanochnystrom.fi

+358 40 5625775


Fratello Torrefazione

Yliopistonkatu 6, 00100 Helsinki

latorre.fi

+358 9 42891887


Kaffa Roastery

Pursimiehenkatu 29, 00150 Helsinki

kaffaroastery.fi

+358 10 4226700


Maja Coffee Roastery

Lehtisaarentie 1, 00340 Helsinki

+358 40 3526814


Andante coffee shop

Fredrikinkatu 20, 00120 Helsinki

+358 45 3235088


Good Life Coffee Oy

Kolmas linja 17, 00530 Helsinki, 핀란드

goodlifecoffee.fi

+358 50 3808961


[도쿄 커피투어]


동경을 가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던 건, 커피 평론가 심재범님이었습니다. 망설이다 가지 못한 곳이 도쿄였고, 그곳의 커피는 언제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스페셜티 커피와 문화를 살펴보기에 2박 3일은 짧은 시간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심재범님과 헬카페의 권요섭 바리스타의 훌륭한 가이드 덕에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우연하게도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했던 두 카페는, 일본 커피 문화의 극과 극에 서 있는 곳이었습니다. 1948년 긴자에 자리잡은 람브르는 일본 기사텐 문화의 산실입니다[각주:1]. 제철과일처럼 신선함을 강조하는 스페셜티 커피 흐름과는 반대로 숙성된 생두를 사용해 독특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블루보틀은 제 3의 물결이라 불리우는 스페셜티 커피 흐름의 최전선에 있는 카페입니다. 


두 카페가 공존하는 일본의 커피신을 둘러보며, 도쿄 커피기행 연재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카페 드 람브르

Cafe de l'ambre

주소 : 일본 〒104-0061 Tokyo, 中央区Ginza, 8−10−15

연락처 : +81 3-3571-1551

영업 : 월-토 1200-2200, 일 1200-1900


신주쿠 주변에 숙소를 잡았기에, 처음 방문한 긴자의 거리는 낯설기만 했습니다. 콧대높은 건물과 고급 상점가, 골동품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거닐면서 카페 드 람브르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COFFEE ONLY'

먼지 한 톨 없을것 같이 정돈된 세련된 거리에 오래된 상점은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기묘했습니다. 오직커피라는 글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70년의 역사가 담긴 커피는 어떤 맛일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봅니다. 



바(bar)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람브르의 로고가 새겨진 그라인더가 눈에 띕니다. 카페의 세월만큼이나 오래됐을 냉장고도 인상적입니다. 블랜드를 데미타세로 주문합니다. 커피를 준비하는 바리스타의 능숙한 움직임이 인상적입니다. 



앞서 말했듯 람브르의 생두는 10년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칩니다. 수입한 원두가 1년이 지나면 패스트 크롭으로 취급하는, 신선함을 강조하는 스페셜티의 흐름에서는 이해할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생두를 취급하는 람브르의 커피는 숙성원두 특유의 발효취와 몰트향이 인상적이란 평이 지배적입니다.



제가 주문한 커피는 숙성원두는 아니었습니다. 블랜드의 경우 뉴크롭(당해 생산된 생두)를 사용하더군요. 커피 주문을 한 이후에 점원의 설명을 듣고 깊은 맛이 인상적인 탄자니아 원두를 구입했습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동안 조용히 매장 내부를 둘러봅니다. 그 사이 퇴근한 긴자의 직장인들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기사텐은 끽다점, 말 그대로 담배를 피며 차를 마시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자리마다 재떨이가 있는 이유는 카페드 람브르가 기사텐의 문화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담배냄새 없는 쾌적한 카페도 좋지만, 종종 안개같은 연기가 자욱했던 홍대의 커피볶는 곰다방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좋은 커피를 마시면 담배를 피우지 않을수 없다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카페와 역사를 함께한 후지로얄 로스터가 보입니다.


람브르의 블랜드 데미타세는 시트러스의 향미가 가득합니다. 어쩌다가는 살두나 자두같은 달콤한 과일의 맛이 느껴졌고, 목넘김 또한 부드러웠습니다. 한 모금을 넘기고 나면 오래된 이야기를 듣는것처럼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 




긴자의 누구라도 위로할법한 이 커피 한 잔은 두 명의 바리스타가 책임집니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부탁에, 바리스타는 흔쾌히 허락하며 웃음을 지어줍니다.


얼마전 기사텐 문화를 대표하는 카페 다이보가 문을 닫았습니다. 일본의 올드스쿨 커피또한 시대의 변화를 맞아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면이었죠. 하지만 제가 방문했던 사테이 하토우, 람브르는 아직도 건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둥지내몰린 우리나라의 수많은 카페들이 생각나기도 했고, 60년의 역사를 품은 대학로의 학림다방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카페는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낸 역사의 공간입니다. 카페가 사라진다는 것은 누구도 기록할 수 없는 한 지역의 문화가 사라지는것과 같습니다.  


람브르의 커피는 카페를 드나든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만들어낸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지친어깨를 위로하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바리스타들이 있기에 람브르가 있고, 람브르의 커피가 있습니다. 더 오랜시간이 지나도 똑같이 람브르의 문을 열고 들어와 블랜드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루보틀 신주쿠

Blue Bottle Shinjuku

주소 : 4 Chome-1-6 Shinjuku, 新宿区 Tokyo 160-0022 일본

연락처 : +81 3-5315-4803

영업 : 월-일 0800-2200


한 번 문을 열기까지에는 오랜시간이 걸리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온전히 자신들의 문화로 만들고자 하는것이 일본인의 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사텐으로 출발하는 일본의 커피가 그렇습니다. 한때는 수입된 커피의 양 중 90%이상을 키사텐들 사용했을 정도로 일본 카페문화는 독특한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그 와중에도 추출과 서비스에 있어 온 힘을 다하는 일본 특유의 에티튜드를 길러오면서, 커피를 마시기에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환경이 조성된것 같습니다.


커피평론가 심재범은 <동경커피>에서 기사텐 커피의 영향을 받은 블루보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부분은 일본의 기사텐 커피 스타일이다. 그중에서도 시부야의 사테이 하토오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일본의 혼을 담은 서비스, 기사텐 커피 매장의 독특한 분위기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블루보틀 커피를 창업하였다. 그는 "밍크코트의 사치스러움을 입으로 마시는 것과 같았다"라고 말한다.[각주:2]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전략으로 눈부시게 성장해 지금은 전세계 커피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고있습니다. 그 탄생의 비화에 맞게 일본에 문을 연 블루보틀은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매장은 신주쿠점이었고, 신주쿠역사에 바로 붙어있는 쇼핑몰 1층에 위치해있었습니다.



마지막날, 방문하기로 했던 카페 하나가 문을 닫아 아쉬운 마음에 두 잔의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브루잉으로 에티오피아를 주문했고, 카푸치노도 주문했습니다. 바리스타는 저에게 이름을 물었고, 베이루트라고 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도쿄에서의 마지막 커피를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스페셜티 커피라는 얘기를 들으면, 저 하늘색 병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장은 줄을 서서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스타벅스를 처음 마주한 사람들의 기분이 이와같지 않을까 , 새로운 커피 문화를 이끄는 블루보틀 커피바를 직접 목격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커피 맛은 방문한 열 두 곳의 카페보다 특별히 우월하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베스트컵이 중요한 것은 아니죠. 우연한 기회에 맛본 블루보틀의 커피는 전부 동일한 색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매장에서 마셨을때도 마찬가지. 머릿속에 푸른색 병의 이미지는 더욱 강해집니다.



주문된 커피가 완성되면 바리스타는 손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브루잉 스테이션의 높이는 꽤 낮습니다. 커피가 어떻게 내려지는지 누구나 쉽게 살펴 볼 수 있고, 커피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해도 바리스타는 친절하게 답해줍니다.



최근 방문했던 스타벅스 1000번째 매장, 청담스타점이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매장의 중앙에 바가 있고, 문턱없는 높이 덕분에 어디서든 자신이 주문한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작년 카페쇼에서는 언더카운터 머신이 화제가 되었었는데, '보여주는 커피', '한 발 더 다가가는 커피'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향후 커피시장의 화두가 될 것임을 보여준 사례죠. 


블루보틀 스테이션은 이러한 유행에 한 발 앞서나갑니다. 매장의 구조와 바리스타의 동선, 브루잉 스테이션과 에스프레소 머신의 배치가 인상적이었고, 자신들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인테리어또한 훌륭했습니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사람들은 '한 잔의 커피'가 아닌 '한 잔의 블루보틀'을 기억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사텐의 역사가 오롯이 살아있고,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스페셜티 커피 또한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는 일본의 커피신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올드스쿨과 스페셜티 커피가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하나의 역사를 만드는 모습은 왜 일본커피가 이토록 탄탄하게 성장했는지를 알려줍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에 대해 공경하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기사텐 문화의 기반이란 생각이 듭니다. 건물의 경제적 가치보다 하나의 상점이 오래 머물러 만들어내는 문화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풍토 또한 올드스쿨 커피들이 버텨내는 큰 힘이었겠죠. 사테이 하토우를 비롯해 라이온, 람브르에는 나이든 사람들 못지않게 젊은이들 또한 어렵지 않게 문을 넘나들곤 했습니다. 이렇게 어디서도 마주할 수 없는 도쿄 커피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존경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일본인들의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미국의 블루보틀과 버브, 호주의 폴바셋, 프랑스 코튬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도쿄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자칫 유행에 휩슬릴까 걱정이 될수도 있지만, 이 카페들은 탄탄한 일본 스페셜티 커피의 위에 자리하고 있기에 도리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곤 합니다. <동경커피>의 저자 심재범또한 반복적으로 일본 스페셜티 커피의 독특한 지점을 설명하곤 합니다. 가령 '쌉싸름한 맛'을 하나의 향미표현으로 두고 맛 체계를 구축한다는 부분이 일본 스페셜티 커피의 특징을 잘보여줍니다.


동경에 가면 배울것이 많을 것이라고 등떠밀지 않았더라면, 일본 스페셜티 커피 투어는 언제 시작했을지 모릅니다. 수년간 직접 발로 뛰고 마셔보며 경험한 결과물들을 스스럼없이 공유해주신 <동경커피>의 저자 심재범님과 헬카페 권요섭 바리스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도쿄로 향하기 전, <동경커피>의 출간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행을 가기전에 책이 발간되었더라면 더 많은것을 느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클 정도로 <동경커피>는 일본 스페셜티 커피 전반에 대해 깊이있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총 25곳의 일본 카페에 대해 풀어쓴 이 책은, 한 두 번의 취재로는 할 수 없는 정보들이 가득합니다. 수년간 미국과 일본을 다니며 쌓은 내공덕분인지 자칫 어려울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깊은 이야기들이 쉽게 쓰여져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경'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책이지만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서술도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출간일보다 조금 늦게 책을 구입했지만, 너무 재미있어 반나절만에 책장을 넘겼습니다.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선배 칼럼니스트이자 평론가인 심재범님의 세번째 출간을 이 자리를 빌어 축하하드리고 싶습니다. <동경커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동경커피, 심재범, 79페이지 '사테이 하토우'편을 참고바랍니다. [본문으로]
  2. 동경커피, 심재범, 89페이지 '블루보틀'편을 참고했습니다. [본문으로]

[도쿄 커피투어]


1월 26일부터 28일까지, 도쿄 카페들을 다녀왔습니다. 마루야마커피부터 시작해 블루보틀까지 3일간 총 12곳의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일본 스페셜티 커피의 신예 노지커피부터 시작합니다. 노지커피가 있는 산겐자야 지역의 카페들부터 시부야의 커피까지 올드스쿨과 스페셜티가 공존하는 일본의 커피씬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노지커피

Nozy Coffee

주소: 일본 〒154-0002 Tokyo, Setagaya, 下馬2丁目29−7

연락처: +81 3-5787-8748

영업 : 월-일 1000-1800


번잡한 도쿄 시내와는 달리, 산겐자야는 비둘기와 시바견이 산책을 즐기는 고즈넉한 동네입니다. 고급 주택가와 중소규모의 쇼핑몰이 있는 전형적인 베드타운 느낌이랄까요. JR 도큐덴엔도시선 산겐자야 역에서 내려 조용한 골목을 따라 이동하다보니 노지커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노지커피는 도쿄에 총 2개 지점이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산겐자야 지점이 본점의 역할을 합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소규모로 로스팅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모테산도에 이보다 큰 매장을 두고 그곳에서만 로스팅을 한다고 합니다. 


산겐자야 지점은 브루잉이 중심이 되는 매장이고, 오모테산도에 있는 2호점은 에스프레소를 주로 하는 매장이라고 합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노지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부분이 브루잉이라는 얘기를 전해듣고 산겐자야 매장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매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테이블만 있는 1층과 브루잉 스테이션이 있는 반지하로 이뤄져있고, 커피를 즐기기에 더할나위 없이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적입니다. 커피를 주문하려고하자 바리스타는 브루잉 메뉴가 좋다는 얘기를 한 번 더 해주었고, 좋아하는 맛에 대해 묘사를 하면 원두 큐레이션을 하주겠다는 말을 전합니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맛을 찾아줄 수 있느냐고 반문하자, 바리스타는 일단 키워드를 달라고 자신감 있게 받아칩니다. 시트러스, 밸런스, 스위트니스 그리고 브루잉툴은 에어로프레스. 난감할법한 주문에 그는 좋은 생각이 났다며 원두를 집어듭니다. 그리고 저에게 시향을 권하죠. 은은한 오렌지 향이 매력적인 원두였습니다. 


그가 추천해준 원두는 2016 온두라스 Cup of Excellence 18위에 오른 부에나 비스타입니다. 제가 온두라스 원두를 좋아하는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요. 반가운 마음에 한 모금 입에 머금어봅니다. 커피는 키워드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오렌지, 머스켓, 슈가 케인의 느낌이 정확하게 들어맞습니다. 깜짝 놀라 바리스타를 쳐다보니, 그는 멋쩍게 웃습니다.


마루야마에 이어서 또 다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커피는 완벽한 밸런스를 갖췄고, 떼루아를 인상깊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마시자마자 떠올랐던 맛들은 테이스팅 노트에 그대로 적혀있었습니다. 브루잉이 유별났던것은 아닙니다. 전시됐던 브루잉툴로도 충분히 누구나 내릴 수 있을만큼 쉽게 레시피는 간단합니다. 좋은 생두를 고르고, 그 생두가 가장 빛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일에 있어 마루야마와 노지는 베스트컵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시금 일본 스페셜티 커피의 위상을 느끼게 됩니다. 


노지 커피를 올드스쿨보다 스페셜티를 먼저접한 젊은 바리스타들이 만들어낸 마루야마라고 말한다면 과장일까요. 다른 커피에 대한 설명도 듣고 일본 스페셜티 커피 신에 대해서도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매장을 나서기 전에는, 원두 추천을 요청했습니다. 이번에도 자신있게 큐레이팅을 해주었고, 저는 코스타리카 원두를 구매했습니다. 











카페 옵스큐라

Cafe Obscura 

주소: 1 Chome-9-16 Sangenjaya, Setagaya, Tokyo 154-0024 일본

연락처: +81 3-3795-6027

영업 : 월-일 1100-2100


노지커피를 나와 한적한 골목길을 걷습니다. 노부부가 상점앞에서 목재 인형을 구경하기도 하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어르신도 보입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아주머니들이 공원에 둘러 앉아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어딜가나 사람이 끊이질 않았던 도쿄 중심가의 번잡함에서 잠시 벗어나 저도 여유를 즐겨봅니다.



옵스큐라는 노지커피와 그리 멀지 않은 주택가 사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있는 주민이 있었고, 노란색 머리가 인상적인 이탈리아인도 보입니다. 조금은 독특한 동네 분위기에 카페 옵스큐라는 그 이름만큼이나 매혹적인 모습으로 진한 커피향을 풍기고 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메뉴판을 봅니다. 오래 전, 안암동에 있던 보헤미안에서 처음 메뉴판을 열었을때가 생각납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하나의 메뉴판에 정리해놓은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싱글 오리진을 마실까 생각하다가, 사이폰 스테이션을 보고 블랜드를 시키기로 결심합니다. 



블랜드는 딱 두 가지. 과일과 초콜렛이 있습니다. 점원에게 오늘 어떤 원두가 더 상태가 좋냐고 물어보니, 초콜렛을 추천합니다. 추천한 메뉴를 주문하고 잠시 카페를 둘러봅니다.



차분한 인테리어와 카페 마스코트가 인상적입니다. 카페를 둘러보다보니 아주 조용하게 커피가 갈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리스타는 움직임 하나에도 소음이 들리지 않게 조심스럽습니다.



카페 옵스큐라의 모든 메뉴는 사이폰으로 만들어집니다. 노지가 스페셜티 커피의 최전선에 서있다면, 카페 옵스큐라는 올드스쿨의 오마주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커피를 내리는 점원에게 말을 걸어보니, 노지커피와는 교류가 활발하다는 얘기를 전해줍니다. 두 카페의 지향점은 다르지만 말이죠.




커피 맛 또한 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비터스윗의 결정체랄까요. 커피의 전반적인 흐름을 지배하는 쓴맛과 식을수록 견고해지는 맛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며, 카페 옵스큐라의 커피가 올드스쿨에 영감을 받은 스페셜티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봅니다.






문팩토리(도쿄 엘리펀트)

Moon Factory Coffee

주소 : 일본 〒154-0024 Tokyo, Setagaya, Sangenjaya, 2 Chome−15−3, 132F 寺尾ビル

연락처 : +81-3-3487-4192

영업 : 월-일 1300-2500


산겐자야에서 가장 문을 늦게 여는 카페 문팩토리는, 쿄토에 있는 카페 엘리펀트의 도쿄 버전입니다. 로스팅을 공유하고, 레시피 또한 같습니다.



노지커피와 옵스큐라보다 훨씬 더 작은 골목길 2층에, 달이 그려진 간판을 찾아갑니다. 문팩토리는 작은 화분의 나뭇가지처럼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진 카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층의 공간은 꽤 넓습니다.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음악과 커피향이 아주 밝은 느낌의 홍대 곰다방을 연상케 합니다. 삐그덕 삐그덕, 나무바닥을 울리며 자리에 앉아봅니다.



가장 진한 EF Blend(앨리펀트 블랜드)를 시킵니다. 조용히 메뉴를 받아든 바리스타는 커피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겨울 블랜드는 초콜릿의 느낌이 강한 경향이 있습니다. 문팩토리의 블랜드도 다크 초콜렛을 연상케 합니다. 종종 체리의 향기도 느껴지고요. 따스한 햇살 덕분인지 커피는 천천히 식어갑니다. 찬 바람에 얼었던 몸도 천천히 녹으면서, 커피는 점점 더 달게 느껴집니다.





이곳의 커피 맛이 가장 최고라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오랜시간 머물 수 있는 카페라면 저는 문팩토리를 꼽겠습니다. 귀에 거슬리지 않은 음악과 차분한 분위기는 카페가 단지 커피만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란 것을 설명해줍니다.



손님들도 아주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익숙하게 메뉴를 주문하고 각자 들고온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오후의 햇살은 따사롭기만 합니다.





사테이 하토우

茶亭羽當 Chatei Hatou

주소 : 1 Chome-15-19 Shibuya, 渋谷区 Tokyo 150-0002 일본

연락처 : +81 3-3400-9088

영업 : 월-일 1100-2330


문팩토리를 나와 다시 번잡한 시부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이든 오후든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시부야에서 가장 큰 횡단보도에는 관광객들이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횡단보도를 걷는 모습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기도 합니다. 강남대로나 홍대의 번잡한 거리가 이보다 더 복잡할까 싶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사테이 하토우는 놀랍게도, 시부야역에서 멀지않은 번화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말 이곳에 이런 카페가 있는게 맞을까 싶어 지나가던 사람에게 한 번 더 물어봅니다. 마침 그 사람도 카페를 들어가려고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엽니다.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찼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시간은 오후 3시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고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있습니다.



바리스타의 안내로 바쪽에 자리를 잡습니다. 복잡한 메뉴판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하토 블렌드(혹은 하토우 블렌드)를 주문합니다. 바리스타는 물잔을 내밀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주문을 하고 바리스타들을 쳐다봅니다. 모두 세 명. 주문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지만 바리스타들은 당황한 기색이 없습니다. 차분히 자기의 몫을 나누고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얼핏보면 어지러워 보이는 어선에는 어부들의 규칙이 있고, 파도가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차분하게 자신의 일들을 해냅니다. 사람들이 가득찬 사테이 하토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바리스타들은 익숙한 동선을 따라 커피를 내리고 손님들을 상대합니다.



어떤 메뉴도 허투로 다루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메뉴에 지칠법도 합니다만, 음료를 제조할때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진지합니다.






주문서는 끊임없이 몰려듭니다. 소서를 예열하고 원두 계량도 정확하게 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결점두를 골라내고, 물 온도를 맞추기 위해 주전자를 움직입니다.



케이크를 자를때도 바리스타의 손은 신중합니다. 사시미를 자르듯, 차가운 물을 묻힌 예리한 칼은 케이크를 말끔하게 도려냅니다. 



주문한 블렌드를 내릴때에는 제 앞으로 찾아왔습니다.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커피를 내리지만, 주전자를 잡은 손은 능수능란합니다. 꾸준히 가느다란 물줄기에서는 오랜 훈련의 힘이 느껴집니다.



카페만큼이나 오래됐을 웻지우드 잔입니다. 조심스럽게 받아든 커피에선 피트함이 가득 찬 위스키의 맛과 향이 느껴집니다. 잘 숙성된 곡류와 과일의 맛이 이럴까요. 오래묵은 의자와 나무바닥에서 풍겨오는 정겨운 향이, 그만큼이나 잘 보존된 오랜 블랜드의 은은한 향과 어우러져 카페의 역사를 말해줍니다. 첫 모금부터 마지막까지, 커피는 흔들리지 않고 균일한 맛을 보여줍니다.



냉장고와 진열대 모두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커피를 내리지 않을때면, 바리스타들은 끊임없이 바와 진열대를 정리합니다.



1989년으로 시작되는 접시는 2017년까지 이어집니다.




라이온

Lion

주소일본 〒150-0043 Tokyo, 渋谷区Dogenzaka, 2−19−13

연락처: +81 3-3461-6858

영업 : 월-일 11:00-2030


사테이하토우를 나와 번화가를 따라 한참을 걷습니다. 번쩍이는 빌딩사이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러브호텔이 즐비한 골목이 보입니다. 홍등가와 유흥가를 따라 걷고 또 걷다보면 구석진곳에서 라이온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시부야의 터줏대감 라이온의 역사는 1926년부터 시작합니다. 이제 곧 100살을 맞이하는 음악다방 라이온은 세월의 풍파속에서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카페에 들어서자 눈에 보이는 것은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스피커 입니다. 두 대의 턴테이블과 수천장의 LP 그리고 1층과 2층을 가득 채우는 소리에 감탄하며 자리에 앉습니다.



오래된 의자와 바닥은 삐걱하는 소리를 냅니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의자에 줄지어 앉은 노신사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누구는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누구는 신문을 읽고있습니다. 또 누구는 노트북으로 자신의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 사이사이 젊은이들 또한 섞여앉아 사랑을 나누거나 커피를 마십니다. 



바흐의 미사 B단조가 흘러나옵니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 음악에 침전합니다.



1층과 2층, 아무런 소리 없이 자신의 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카페를 가득 채운 음악에 기댑니다. 이어 베토벤의 현악 4중주가 흘러나왔고, 그 사이 카페지기의 간단한 음악소개도 들었습니다. 다음 여정을 위해 몸을 일으켰을땐,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따라 라이온을 나섰습니다.







도쿄의 카페들은 서두루지 않습니다. 각자의 시간에 맞춰 성장하고 또 오랜시간을 버텨냈습니다. 고즈넉한 도시의 외곽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마주하고, 가장 번화한 도심에서 오래된 카페의 깊은 향기를 맡았습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어색하지 않게 도시에 살아있습니다. 문득 도쿄의 건물주들은 높은 월세보다, 자신의 건물에 오래된 음식점과 카페가 있는 것을 더 가치있게 여긴다는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일본의 커피가 성장하는 세계 커피시장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들의 색과 철학을 뽐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진정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존중하며 즐길 줄 압니다. 그래서 노지커피는 햇과일마냥 신선한 커피를 뽑아내며, 사테이 하토우와 라이온은 신주쿠의 중심에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을수 있습니다. 


좀처럼 오랜 카페를 보기 힘들고, 젊음과 패기로 문을 연 훌륭한 스페셜티 카페들이 건물주와의 다툼속에 문을 닫는 홍대의 거리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도쿄에 커피를 마시러 와야한다는 말에 가슴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이렇게 멋진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긴자의 람브르, 신주쿠의 블루보틀을 들렀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일본 카페기행의 마지막편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도쿄 커피투어]


1월 26일부터 28일까지, 도쿄 카페들을 다녀왔습니다. 마루야마커피부터 시작해 블루보틀까지 3일간 총 12곳의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보다 유익한 포스팅이 되기 위해서는 각 매장의 역사나 현재의 위상등에 대해 말씀드려야 하나, 첫 방문이기에 상세한 정보수집이 불가능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일본 스페셜티 커피(를 비롯한 전반적인 커피 문화)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나름의 공부를 해 볼 생각입니다.




마루야마 커피

丸山珈琲 MARUYAMA COFFEE

주소 : 일본 〒106-0031 Tokyo, 港区Nishiazabu, 3−13−3

전화번호 :+81 3-6804-5040

영업 : 월-일 0800-2100

 

일본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대부, 마루야마 커피입니다. 동경에는 2개 지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루야마 커피를 추천해주신 심재범(오즈바리스타)님께서는 오야마다이에 있는 지점에 방문하셨던걸로 압니다. 하지만 저는 일정상 새로이 문을 연 니시아주부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마루야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아래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http://blog.naver.com/sjb135/220074812966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 이렇게 늦게 마루야마를 찾았으니, 부끄럽기만 합니다. 도쿄 메트로 롯폰기 역에서 내려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천천히 걸어 마루야마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첫번째로 이곳을 들른 이유는, 마루야마가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죠.



오야마다이 지점은 이보다 훨씬 작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넓고 쾌적하며 조용합니다. 직원들도 사뿐사뿐, 메뉴판을 건낼때도 작게 속삭입니다. 곧 이 자리들도 가득 찼으나, 그 어느누구 큰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커피 한 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샤자부 오리지날 블랜드를 주문했습니다. 직원이 직접 눈 앞에서 커피를 따라주었습니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저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초콜렛과 오렌지의 느낌이 우아하게, 라는 메뉴판의 테이스팅 노트가 한치의 오차도 없었습니다. 



사실 많은 스페셜티 커피 매장에 테이스팅 노트를 활용하고 있으나, 이처럼 확실하게 맞아 들어가는 경우는 많이 없었습니다. 로스터가 바라는 맛의 지향점이나, 그렇게 느껴주길 바라는 노트들이 들어있는 경우도 다반사였죠. 하지만 마루야마의 노트는 달랐습니다. 좋은 생두와 훌륭한 퀄리티 컨트롤,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경험이 가득 담긴 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다른 원두도 테이스팅하는 시간이라 이것저것 맛을 봤는데, 엄밀하고 완벽한 맛표현과 밸런스가 대단했습니다. 일본 스페셜티 역사를 30년이라고 얘기합니다. 미세하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커피 본연의 성질을 균형감있게 잡아내는 마루야마의 실력이 그 역사를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든 경지에 오르면 미세한 차이를 이루는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마련입니다. 마루야마 커피가 일궈낸 역사를 맛보면서 저는 다시금 일본 커피의 힘에 감탄했습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합니다. 마루야마는 언제고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가서 단 하나의 매장을 들러보라면, 제가 다녀온 범주 내에서는 마루야마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온니버스 커피

Onibus Coffee Nakameguro

주소: 일본 〒153-0051 Tokyo, 目黒区Kamimeguro, 2−14−1

전화번호:+81 3-6412-8683

영업 : 월-일 0900-1800





역시 심재범님의 추천으로 방문한 매장입니다. 도쿄에는 2개의 매장이 있고, 저는 나카메구로점에 방문했습니다. 도쿄 메트로 나카메구로역에 내려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면, 아담한 주택가들 사이로 문을 연 온니버스 커피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겨울임에도 도쿄는 따뜻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캘리포니아에 와있는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때마침 손님들도 전부 외국인이었습니다. 커피를 주문하면서 호주친구와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다락방에 올라서는 대만커플이 말을 걸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장을 나올때는 미국인 친구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더군요.



브루잉바입니다. 저 뒤편으론 디드릭 로스터가 있습니다.



카푸치노를 한 잔 시켜 다락방으로 올라갑니다. 받자마자 한모금 마셔봅니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카푸치노가 마음까지 평온하게 만듭니다. 카라멜의 달콤함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이따금씩 은은한 시트러스의 향미가 부족한 곳을 채워줍니다.



햇살 좋은 다락방은 편안한 오후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작은 매장에는 끈임없이 손님들이 몰려듭니다. 매장도 분주하고요.



매장은 열차가 지나가는 곳 옆에 있습니다. 차분하게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마지막 한모금을 마십니다. 일본인들이 해석한 스페셜티 커피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작지만 가득찬 카페였습니다. 



사루타히코 커피

猿田彦珈琲 Sarutahiko Coffee

주소 : 1 Chome-6-6 Ebisu, 渋谷区 Tokyo 150-0013 일본

전화번호 :+81 3-5422-6970

영업 : 월-금 0800-2500 / 토-일 0100-2500


도쿄 메트로 에비수역을 중심으로는, 가볼만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 많습니다. 한 정거장을 올라가면 시부야역이 있는데, 이 지역을 중심으로만 코스를 짜도 충분할 정도입니다. 제가 다녀온 코스의 대부분은 헬카페 권요섭 바리스타의 추천 루트입니다. 좋은 카페를 추천해준 권마담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수다를 떨기 위해 나와있는게 아닙니다. 매장에는 총 3명의 바리스타가 있는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세 명이 번갈아가며 카페 앞을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나눠줍니다. 또, 자주 방문하는 손님이 있으면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요. 다가가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수 있습니다. 좋은 커피를 준비했으니, 시간이 있으면 잠시 들렸다 가라는 제안에 사람들은 매장을 가득 채웁니다.



한 시간 정도 있었을까요. 좁은 매장에 사람들은 계속 이렇게 줄을 섭니다. 분주할법도 한데, 세 명의 바리스타는 마치 규칙이 있다는듯 빠르게 움직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앉아있는 손님들에게 새상품을 권하거나 커피를 소개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죠. 



바리스타의 추천에 따라 브라질을 주문합니다. 두종류의 브라질이 있었는데, 하나는 초콜렛 다른 하나는 과일의 풍미를 중심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초콜렛을 선택합니다.



첫 한모금은 희미하게 느껴지는 카카오의 단맛으로 시작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들이 가져온 차가운 공기로 커피는 이내 마시기 좋은 온도로 변합니다. 다시 한 모금을 마시자 화사한 단맛이 느껴집니다. 식을수록 달콤함이 올라오는 커피는 왜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오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우리 커피는 스페셜하고, 맛있으니 손님들이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커피를 알려줘야지, 그들이 더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최고의 한 잔을 선물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그들은 커피를 만듭니다. 문을 나서기전, 샘플로 맛을 보여줬던 클래식 블랜드를 테이크아웃 합니다. 복합적인 단맛과 쓴맛이 입안을 즐겁게 합니다.



커피 트램

Coffee Tram

주소 スイングビル 2F, 1 Chome-7-13 Ebisunishi, Shibuya, Tokyo, 일본

연락처 +81 3-5489-5514

영업 : 월 휴무 / 화-일 1000-1900 


에비수의 밤거리는 한가합니다. 조용히 근처 에비수 박물관에 들러 맥주 한 잔을 하고 카페 트램으로 향했습니다. 방문하는 카페에서 커피 얘기를 할때마다, 그곳의 바리스타들은 '카페 트램'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 또한 어떤 정보도 없이 트램의 간판을 마주했습니다.



트램은 통돌이 로스터로 자가배전을 하는 카페였습니다. 오후 7시면 바 트램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엘라 피츠제럴드의 음악이 나옵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손님과 또르르르 물따르는 일에 집중하는 바리스타 사이에 자리를 잡습니다. 가장 진한 데미타세를 시키고 천천히 매장을 둘러봅니다.



어두운 카페 안, 조명 하나에 의지하며 바리스타는 융드립을 시작합니다. 적막속에 핸드드립을 지켜보다, 다시 메뉴판을 훑어봅니다. 커피 한 잔을 즐기러 온 사람들을 위해 되도록이면 소음을 내지 말아달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복합적인 단맛과 농도에 비해 산뜻한 바디가 인상적인 커피 한 잔이 나왔습니다. 에스프레소 두 잔 분량의 커피는 천천히 식을수록 가볍게 날아가듯 입안을 향기롭게 적십니다. 앞서 대여섯잔의 커피를 마셨음에도 부담없이 목을 넘어갑니다. 한 모금 그리고 또 한 모금. 정말 맛있네요, 라고 말하자 바리스타는 말이 없습니다.  못들었겠거니 생각하며 혼자 멋쩍게 웃었는데, 커피 내리는 일이 끝나자 내 앞에 찾아와 정중하게 인사하며 감사하단 얘기를 합니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씩 마시며 아주 천천히 잔을 비웠습니다. 시계가 7시를 가르쳐 갈 때 즈음, 중절모를 쓴 바텐더가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간판을 바꿔달기 시작합니다. 음악은 여전히 엘라 피츠제럴드의 것입니다. 오늘 하루, 정말 다양한 동경의 커피신을 목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브커피 재팬, 신주쿠 역
ヴァーヴ コーヒー ロースターズ シンジュク ステーション

VERVE COFFEE ROASTERS SHINJUKU STATION

주소 일본 〒151-0051 Tokyo, 渋谷区Sendagaya, 5−24−55 NEWoMan新宿

연락처 +81 3-6273-1325

영업 : 월-일 0800-2200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를 기반으로한 지역 로스터리 버브입니다. 산타크루즈의 매장과 미국 서부 지역의 몇 개 매장, 그리고 일본 신주쿠역에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도쿄의 겨울은 따뜻했습니다. 한파를 겪다가 이곳에 도착하니, 마치 캘리포니아에 온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밝고 경쾌한 간판과 인테리어는 버브커피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빠르게 커피를 주문하고 매장을 둘러봅니다. 커피의 특징을 한껏 뽐낸 패키지가 인상적입니다. 이곳의 바리스타 말에 따르면 원두는 항공배송으로 2일이 소요되며, 산타크루즈와 거의 동일한 컨디션으로 제공된다고 합니다.



매장의 한쪽 벽에는 '커피는 과일이다'라는 얘기를 적어두었습니다. 메뉴판에도, 원두 판매대에도 그들의 커피가 어떤 과일의 향미를 품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가득합니다. 주문한 에티오피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카푸치노를 마시고 싶었으나, 바리스타는 한 잔을 마실거면 에티오피아를 마시라고 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레시피를 따라 커피를 내립니다. 사실, 일본에서 가장 불편했던것은 의사소통이었습니다. 일본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니, 가는 매장마다 손짓 발짓을 동원해야 했었죠. 하지만 버브커피의 바리스타들은 모두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합니다. 덕분에 커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한참이나 일본 커피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백합과 자두, 복합적인 향미라는 테이스팅 노트를 그대로 따릅니다. 마루야마에서도 그랬고, 일본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카페들은 정교하게 설계된 로스팅을 통해 완벽한 테이스팅 노트를 구사합니다. 버브의 경우 미국 현지 로스팅 원두를 사용해 사정은 다르겠지만, 추출에서 이를 잘 구현해낸다는 측면에서는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사카, 쿄토, 후쿠오카에서 올드스쿨 중심의 카페투어를 했었을때는 일본의 스페셜티 커피가 이정도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특히 마루야마에서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정교하고 섬세하고 완벽한 맛의 구현은 마루야마의 부단한 노력과 깊은 역사에서 우러나오는 힘에서 기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든 경지에 오른 상태에서 한 단계 성장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일이죠. 쉽게 비유하자면 오디오나 카메라를 들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서, 특별함을 찾거나 미세한 변화를 주려고 한다면 여태껏 들였던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만족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스페셜티 시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스페셜티 역사속에서, 어쩌면 이제 막 싹을 움트기 시작했음에도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이죠. 하지만 비슷하게 따라잡았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뉴욕과 도쿄의 스페셜티가 인상깊었던 것은 도시와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한 카페 문화 혹은 커피 컬쳐였습니다. 도쿄의 경우 오랜시간 자신들이 쌓아왔던 고유의 커피문화가 있지만, 이를 무너뜨리지 않고 스페셜티를 들여와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신주쿠 카페들에 대해 소개할텐데, 카페투어 내내 저는 이 신구의 조화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일본의 근현대사를 닮았달까요. 일본의 커피는 카페를 찾은 많은 이들의 발걸음, 도시의 역사와 함께 깊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편에는 산겐자야 노지, 옵스큐라, 문팩토리(앨리펀트) / 시부야 사테이 하토우, 라이온 리뷰로 도쿄 카페투어를 이어가겠습니다. 마지막편에는 긴자 람브르 / 신주쿠 블루보틀을 둘러볼까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세종도서 선정 작업은 지난해 8월 1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발행된 초판 문학를 대상으로 문학평론가, 작가, 도서관 관계자 등 전문가 59명이 현장심사 결과와 수요자 추천 등을 고려해 최종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도서는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사회복지시설 3천600여 곳에 보급할 예정입니다. 물론 책 한 권이 3600곳에 보급되는 것은 아니고, 이 중 일부만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이외의 세종도서 목록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홈페이지(www.kpipa.or.kr)와 세종도서 온라인시스템(bookapply.kpipa.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와 한강에 둘러쌓여, 이촌동은 서울의 여느곳과는 다르게 고요하다. 가로수 사이로 새들의 지저귐 또한 유난한데, 잘 포장된 인도를 걷고 있노라면 이곳이 왜 '리틀 도쿄'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헬카페 스피리터스는 마치 그 곳에 오래전부터 자리잡았던 것처럼, 한층 더 고요하고 깊은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 


후쿠오카에서 마주친 '카페 히이라기'의 모습이 이러했던가. 끊임없이 커피잔을 닦고,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는 그곳의 모습이 문득 생각났다. 바리스타는 물을 끓이는것부터 잔을 고르기까지 빈틈없는 움직임을 보여줬고, 커피를 내리기 위해 마른 수건을 화려하게 펼치기도 했다. 커피를 다 마신 후에는 카페의 로고가 적혀있는 영수증에 손수 마신 커피의 가격을 적고 서명을 해주었는데, 그것을 들고 카페에 문을 나서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헬카페의 드립 블렌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 된다. 최근에는 블렌드에 파나마 게이샤가 들어가 피니시가 더욱 화려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 창밖으로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을 바라보고 있으니 따뜻한 물수건이 서빙되었다. 멀리 보이는 스피커는 클립쉬, 진공관 앰프에서 울려퍼지는 은은한 음색 담아 멋진 음악을 공간 가득 퍼트리고 있었다. 커피는 그 순간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예술작품이었다. 바로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은 온도의 커피는 입안 가득 화려하게 펼쳐진다. 묵직한 보디감은 목넘김 이후에도 입안을 쉽게 비워주지 않는다. 길고 멋진 커피 맛이 입안에 가득 남아있다. 한 곡의 첼로 소나타가 커피로 변한다면 이런 맛이지 않을까 싶다.


커피 한 잔의 값어치는 얼마일까. 이제는 더 이상 관심도 가지 않는 커피 원가에 대한 가십거리 기사들이 생각난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 가격을 물감의 가격으로 대체할 수 없듯, 커피 한 잔에 담긴 노력 또한 생두 원가로 결정될 순 없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바텐더가 저녁을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놀라웠던건 그가 칼을 도마위에 올리는 순간이었다. 아무런 소음 없이 칼은 사뿐, 도마위에 내려앉았다. 그 이후에도 그가 바에서 준비를 하는 과정에 나는 그 어떤 '소음'도 느낄 수 없었다. 오랜 훈련이 만들어낸 '몸에 베인' 움직임이었다. 한 잔의 음료를 마시는 이들에게 가장 완벽한 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그들은 사소한 움직임에도 신경쓴다.


나는 늘 한 잔의 값어치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헬카페 스피리터스의 드립블렌드는 1만 1천원. '풀 서비스 카페' 답게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된 그릇에 담겨나온다. 로스터 채플에 한참이나 앉아있었다면 이런 기분일까, 지아장커의 영화를 보고 나와서의 기분이 이러할까. 나는 이 한잔을 마시기에 충분히 값어치 있는 인간일까. 이른 퇴근에 부리나케 들려 마신 한 잔의 커피 앞에 나는 또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헬카페 스피리터스

이촌동 한강맨션 31동 208호

매일 0900-0200 / 카페 0900-2000, 바 1900-0200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허영만 작가님 그림, 이호준 작가님 글의 <커피 한잔 할까요?> 에피소드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속에선 온화하고 세심하고 소심한 캐릭터 조원진으로, <열아홉 바리스타, 카페에서 인생을 이야기하다>라는 책을 쓰는 칼럼니스트로 나옵니다.

 

최근 5화는 중앙일보에서
http://mnews.joins.com/article/2077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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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차분은 미스터 블루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mrblue.com/

 


해삼의 눈

해삼에는 눈이 없다. 해저의 얕은 모래 진흙에서 살고 있는 해삼은 동남아시아 리푸의 산호위에 누워 있기도 하다. 해삼은 인간의 탐욕을 드러내는 사치스러운 식재료다. 해삼의 95%는 수분으로 이뤄져있는데, 날해삼을 먹지 않는 이상 해삼은 삶아서 물기를 뺀 뒤 오랜 시간 잘 말려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보관된 날 해삼은 등급이 나뉘어 고가에 거래되는데, 특성상 양식이 힘들뿐더러 가공과정 또한 많은 인력과 엄청난 양의 소나무(땔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삼이 동남아시아를 너머 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귀중한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금과 은 그리고 구리가 고갈되어 화폐로서의 역할을 충당할 수 없게되자 해삼을 가공하여 국제 무역에 참여하곤 했다. 이렇게 거래된 해삼은 중국의 수많은 왕족과 제후들의 식탁을 장식하곤 했다. 그래서 진주조개만큼이나 해삼은 귀중한 자원이었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때도 해삼어장을 찾아 헤맸던 것이다.

해삼의 발자취를 찾아 해삼이 거래되었거나 재배되었던 지역을 찾아나선 저자 쓰루미 요시유키는 한반도 해삼의 역사 또한 귀중하게 다룬다. 하지만 그 중요함 만큼이나 해삼의 역사는 찾기 힘들었다. 젊은이들은 “해삼은 중국의 음식이다”라고 말하며, 어업을 천하게 여기어 기록이 남지 않은 역사에는 해삼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제국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졌지만, 일본의 침략 이후에나 해삼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고 씁쓸한 얘기를 한다.

젤라틴을 공급하는 고급 식재료라고 말하기엔, 해삼의 역사는 깊디 깊다. 영생을 얻기 위해 자연의 귀중한 재료를 찾게되었고 그 중 하나가 해삼이라고, 저자는 해삼과 도교의 연관성을 이야기한다. 해삼은 눈이 없고 발 또한 없지만, 역사를 관통하는 힘을 가졌다. 해삼이 인간의 손에 들어온 순간, 세상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역사를 좇는 일은 다른 어떤 사사를 다루는 일만큼이나 중요하게 되었다.

먹는 일과 음식에 대한 역사는 인간이 절대 하찮게 여기지 말아야 될 기록이다. 어업을 천하게 여겨 그에 대한 기록 또한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는 말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먹는 것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이 오늘날에도 그다지 귀중한 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식재료를 경작하거나 채취하고, 그것을 인간의 입으로 가져가는 일에 대한 기록은 가치 있는 사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담처럼 미학의 ‘미’자는 맛을 뜻하는 ‘미’의 의미도 있지 않느냐고 말하곤 했다. 아름다움을 논하는 일이 심오했던 것처럼, 맛에 대해 논하는 일 또한 심오하고 깊어져야 할 것이다.

내가 태어난 해 89년 11월에 이 해삼에 대한 역사가 쓰여졌다. 30년 가까이 되었지만, 문체는 유려하고 역사는 깊었다. 종종 인터뷰를 할때면 누군가는 “그래, 그 일은 누군가는 기록해야 하는 일이지”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 세상에 사소한 역사는 없다. 그래서 기록하고 기억해야한다.

귀중한 책을 추천해주신 따비 출판사 박성경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가을이니 커피 한 잔 생각나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제법 따뜻한 커피가 어울리는 계절이 찾아왔다. 짧은 글 한 편이 커피 한 잔 권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면 한다.

 

 

10월 19일자 조선일보 지면 33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3&aid=0003220716&sid1=00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18/2016101803507.html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 Magazine B]


‘매거진 B' 50호를 장식한 브랜드는 ‘서울’입니다. 서울의 패션, 라이프스타일&디자인, 호텔&스테이, 음악, 다이닝, 커피를 이야기하죠. ‘커피’ 파트에서는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에 등장했던 카페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학림다방, 프릳츠 커피 컴퍼니, 헬카페 로스터스, 펠트, 릴리브 그리고 더 많은 카페들까지.

 

영상에는 잠시 학림다방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 학림다방의 이야기부터 서울을 가장 닮은 커피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인터뷰이로는 저와 프릳츠 김병기 바리스타, 이코복스 이우석 대표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6년 9월호, [월간커피] 커피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COFFEE COLUMN

 

문화로서의 스페셜티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던 이대앞 비미남경이나 안암동 카페 보헤미안은 마치 종교의식을 행하는 그런 엄숙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공간이 뿜어내는 그 기운에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췄고 자신 앞에 놓인 커피에 집중했다. 물 흐르는 소리와,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이따금씩 들리는 호로록 소리를 들으며 마셨던 이 커피들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분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성장하면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뉴욕이나 시애틀, 런던에서 마주할만한 수준급 카페들이 자리 잡았다. 화려한 커피들이 도시를 수놓음에도 나는 그 시절의 커피가 그리워진다. 그래서 종종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는 올드스쿨 카페들의 문을 두드리곤 한다.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도 없이 나의 모든 것을 다해 이 한 잔의 커피를 만들었습니다.’라고 묵묵하게 건네주는 그 커피가 아직도 나에게는 익숙하기 때문이다.

커피는 문화의 음료다. 하지만 커피시장의 성장 속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스페셜티 커피를 문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커피가 스페셜하기 때문이 아닌, 당신에게 스페셜한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에 스페셜티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고리타분하게 과거를 추억하며 올드스쿨 시절의 커피로 회귀하자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대중이고 그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문화다. 스페셜티 업계의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것도 산업적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카페를 둘러싼 지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뚜렷한 방향성과 철학을 가지고 커피를 만들어내는 일 또한 필요하다.

문화로서의 커피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교토여행 중 발견한 작은 카페들에서였다. 외지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요한 골목 내 위치한 카페들은 그 동네의 향기를 가득 담은 블렌드를 내어놓곤 했다. 어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든 교토에서는 블랜드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하면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커피를 마신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매혹시킨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단순한 싱글 오리진이 아닌 카페가 추구하는 맛을 꾹꾹 눌러담은 개성적인 블랜드였다. 이제 곧 60주년을 맞이하는 대학로의 <학림다방> 역시 30여년 전부터 개발한 학림 블랜드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당시 블랜드를 개발하기 전에는 설탕 둘, 프림 둘 커피 믹스커피가 전부였지만 학림다방의 주인장이 믹스커피에 길들여진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메뉴를 밤낮없이 연구한 끝에야 학림블랜드가 탄생했다.

스페셜티가 커피 산업이 아닌 문화가 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화려한 수식어가 없어도 사람들은 좋은 커피를 알아본다. 소비를 넘어 취향을 설득하는 커피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10년 뒤에는 어느 골목에 있는 카페를 들어가더라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커피들이 가득해지길 바란다.

 

조원진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작가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커피집' 이라는 주제로 타임아웃에 기고를 했습니다.


10군데를 선정하는 미션에서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었고, 제가 추천드린 곳은 5군데 정도가 올랐습니다. 함께하신 다른 분들 또한 훌륭하신 분들이니, 그들이 추천해드린 카페를 찾아보시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간단한 캡쳐사진과 링크 남깁니다.


 

 

http://www.timeoutkorea.kr/seoul/ko/restaurants/서울의-베스트-커피집-10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만, 애호가의 입장에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아 기고를 했습니다.

커피와 상관없는 글이고, 전문성 또한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즐거운 작업이었기에 글을 올려봅니다.

 

보그코리아에는 2015년 1월호에 서울시향에 대한 글을 기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1월호 기사는 온라인에서 서비스되지 않고있습니다.

 

이번 기고는 보그 코리아 2015년 11월호였고, 자세한 글은 링크를 덧붙입니다.

 

http://www.vogue.co.kr/2015/11/24/%ec%a1%b0%ec%84%b1%ec%a7%84%ec%9d%98-%ed%8c%a1%ed%8c%8c%eb%a5%b4-%eb%92%a4%ec%97%90%ec%84%9c-%ec%b0%9c%ec%b0%9c%ed%95%9c-%ec%9d%b4%eb%a9%b4%ec%9d%84-%ec%b0%be%ec%95%98%eb%8b%a4/

 

 

2014년, 항공바리스타팀 그룹장이자 커피 평론가인 심재범님과 서울시내 프렌차이즈 스페셜티 카페를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덧붙입니다.

 

 

http://h21.hani.co.kr/arti/PRINT/380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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