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찾은 곳은 모모스였습니다.

부산=모모스라고 생각할 정도로 부산 스페셜티 카페에서 모모스가 차지하는 의미는 큽니다. 지난 2012년 카페쇼에서 리브레와 모모스의 부스에 쉴세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모모스는 카페쇼, 윈도 베이커리 등의 다양한 행사 참여 및 원두 공급으로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해드렸던 콘하스에서도 모모스의 초콜렛 프로젝트를 에스프레소 메인 메뉴로 올려놓았죠.

 

여러 의미에서 부산 카페여행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듯 곳이기도 해서, 저는 한달음에 온천장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모모스는 온천장역으로 들어서는 열차에서 보일정도로 역과 가까운곳에 있었습니다. 오뎅과 회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모모스에 들어섭니다.

 

 

원래는 보신탕집이었다는 모모스. 오른편에 보이는 4평 남짓의 작은 테이크아웃 가게가 모모스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맛있는 커피로 부산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모아 부모님의 보신탕집까지 카페로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로서 모모스는 게슈탈트 전환(?)에 성공합니다. 보신탕 입맛의 사람들도 모모스의 커피에 반하게 된, 온천장역의 역사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커피 주문에 나섭니다. 카푸치노와 브루잉으로 니카라과 COE를 선택합니다. 아, 여기서 사소한 오해(?)가 발생합니다. 직원분께서 카푸치노는 두 종류가 있다고 설명을 하더군요.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간 카푸치노와 우유와 커피가 어우러진 카푸치노가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순간 저는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탈리안 카푸치노를 마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분은 주문을 접수. 다음 장면에서 저는 놀라게 됩니다.

  

 

거품이 풍성한(?)카푸치노. 앗, 내가 시키려던건 이게 아닌데.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니 이게 유러피안 스타일이라서, 이탈리안 카푸치노라 주문하셨길래 이 카푸치노로 주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러피안? 이탈리안? 찾아봤지만 정의가 모호하더군요. 결국 드라이(dry)카푸치노 와 웻웻(Wet)카푸치노로 서로의 오해를 풉니다. 앞으로 소개할 카페에서도 드라이와 웻을 분명히 구분해 파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가게마다 설명하는 스타일은 달랐지만 두 종류의 카푸치노를 판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 때문인지, 카푸치노는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코코아 맛은 좋았지만 우유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커피는 밍밍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니카라과 COE는 에어로프레스로 뽑아주더군요. 추출방식 또한 선택이 가능했던것 같은데 그냥 내려주셨습니다.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으니 그렇게 내려주셨겠죠. 스타일리쉬 한 맛이었습니다. 짧은시간에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해낸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바디감도 괜찮았고 신맛과 어우러진 과실향이 좋았습니다. 산뜻한 목넘김또한 인상적이었구요. 드립으로 내렸으면 더 풍부한 향미를 즐길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결국, 아쉬운 마음에 몇 잔의 커피를 더 주문합니다. 앞서 주문한 드라이 카푸치노가 특성상 연했던것 같아 웻카푸치노로 다시 주문. 이번에는 하리오 드립으로 청화 블렌드를 요청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이날 상태가 좋다는 봉봉으로 주문했습니다.

카푸치노는 여전히 밍밍합니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건망고나 자몽의 맛이 좋았지만 아쉬운감은 여전했습니다. 이어서 마셔본 에스프레소 역시 조금 밍밍한 맛이 들었습니다. 머금었을때의 풍부한 향미는 흡사 하루야채를 마시는것과 같이 달달하고 좋았습니다만, 여전히 끝에 느껴지는 밍밍한 물맛이 아쉬웠습니다.

블렌드는 마신 컵들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혀끝에 남는 달달함이며, 중후한 바디감, 사탕수수나 포도에서 느껴지는 단맛 그리고 약간의 씁슬함까지. 상큼하고 다양한 맛을 보여주는 멋진 1월의 블렌드였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말코닉 그라인더와 메져 그라인더 그리고 그 옆에 라마르조코 스트라다 EP가 보입니다. 스트라다는 흔이 볼 수 있는 머신이 아닙니다. 압력을 12바까지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저 머신은 주로 랩에서 쓰이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 스트라다를 만난게 몇 년 전에 카페쇼 모모스 부스였던 기억이 나더군요.

모모스 이외에도 제이스퀘어, 커피공장이 스트라다로EP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모델을 제쳐두고 세 카페가 스트라다를 선택한것은 참 인상적이네요.

 

 로스터는 프로밧입니다.

 

 멀리 뒤로 보이는 소형 로스터가 프로바티노, 안핌과 디팅 그라인더 그리고 라마르조꼬 GS3가 로스팅실에서 테스팅용으로 사용되는것 같습니다. 로스팅룸만 따로 떼어다가 카페를 만들어도 될 만큼 훌륭한 세팅이네요.

 

 좀 어둡게 나온 브루잉 스텐드. 좌측 구석에 보이는 이와키 더치드립툴이 인상적입니다. 추출이 불안정하기로 유명한, 가정용 더치툴입니다. 홍보용으로 쓰이고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에서의 또다른 인상적인 장면. 더치커피를, 그것도 다양한 원두를 사용해서 추출하고 판매한다는 부분입니다. 서울에서도 더치커피는 이제 흔하게 만나볼 수 있지만, 이런식으로 더치커피를 하는 카페들이 많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네요. 더치커피를 위한 로스팅은 따로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만큼 수요가 있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삼 부산의 커피열기를 느낄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최고의 맛을 자랑한 모모스 베이커리. 추천합니다. 꼭 드셔보시길 :) 

 

본 매장이 조금 시끄럽다면 뒷편에 조용한 공간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2층과 생두창고 옆의 공간 등, 넓고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모모스입니다. 

 

모모스의 화려한 활동내역. 사진 속에는 아는 얼굴도 보이네요. 

 

네, 모모스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합니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제가 도착했을땐 취미반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기구를 활용한 추출을 교육하고 있더군요.  

 

부산 스페셜티 생두 낙찰의 선두주자는 모모스입니다. 좋은 생두를 들여오기위해서 애쓰고 이를 아낌없이 나눠서 스페셜티 카페간의 유대를 이끄는 것도 모모스의 역할이죠.

 

다양한 원두들. 이 많은 원두가 다 팔릴까? 싶었지만 마시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추출기구들. 구매의사를 표명하면 직원들은 친절한 설명으로 구입을 도와주더군요. 

 

공개된 로스팅룸입니다. 

 

아메리카노 리필까지 여섯잔을 섭취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모모스를 나섭니다. 

 

 

모모스의 출발이었던 작은 테이크아웃 가게. 

 

 

부산에서 모모스가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카페를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은 모모스가 만들어내는 스페셜티 커피에 자연스럽게 물들게 됩니다. 쓰지않고 떫지않은, 달달하고 고소한 커피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더 이상 다른 카페를 가지 않습니다. 모모스의 직원들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모모스를,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합니다. 커피의 가격은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하는것 치곤 비싸지도 않습니다. 다량,대량 로스팅과 그에 따른 수요는 모모스의 퀄리티 컨트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모모스는 스스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고 이를 주변에 퍼트립니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일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모모스.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뉴욕 커피기행 마지막편입니다.

소개해드릴 까페는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입니다. 두 카페 모두 잠깐씩 들렀기 때문에 사진이 많지는 않습니다. 가족여행의 일환으로 갔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목적으로 들른 카페에서 오래 있을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던 끝에 1년이 지난 지금에야 마지막 이야기를 써봅니다.

약속도 했고, 개성넘치고 멋진 카페들이었기에 추억으로만 남기기엔 아쉽기 때문이죠.

 

앞선 소개한 뉴욕의 카페들도 그랬듯이 오늘 소개할 카페들도 잠시 들렀다 가는 테이크아웃 가게입니다. 오래있기 힘들었던 이유는 꼭 일정때문이라곤 할 수 없다는게 두 카페의 특징이죠. 이는 멘하탄의 특성(크고 넓은 샵을 열기 어렵다는 점)과 미국의 커피문화를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지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시간을 보내는 곳은 아니라는거죠. 자세한 이야기는 사진을 보면서 함께 해드리겠습니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말끔하게 그쳤습니다. 덕분에 화창한 아침, 주택가에 숨어있는 카페 그럼피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간판이라곤 문 옆에 작게 달린게 전부.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쉽상입니다. 하지만 뉴요커들은 그럼피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침이면 유독 이 가게 앞에만 사람들이 북적이죠.

 

224 West 20th Street에 수줍게 위치한 카페 그럼피니다.

 

 메뉴는 간단합니다. 다른 카페에서 봤던 코르타도대신 플렛화이트가 있습니다. 저는 역시 플렛화이트를 선택.

 

클로버입니다(클레버 아니죠). 원래는 그라인더 일체형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한 잔의 커피를 뽑아내는 식의 브루잉을 염두하고 만든 머신입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그라인더가 제거됐고 완전 자동이 아닌 반자동(커피 찌꺼기를 수동으로 치워야 합니다)으로 만들어졌죠. 이미 몇 년전에 시에틀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스타벅스가 인수해 유명세를 떨쳤죠. 한참 등장해서 화제가 됐을때, 커피 세미나를 통해 접하게 된 머신입니다. 몇 년이 지난후에야, 뉴욕에서 겨우 두 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궁금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클로버로 뽑아낸 커피도 주문을 합니다.

 

머신은 시네소. 여타 다른 카페들이 라마르조꼬를 고집하는 것에 비해 시네소를 택했다는건 주목할 부분입니다.  

플렛화이트입니다. 거품이 예쁘진 않네요.

부드럽고 은은한 맛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식지않는 강렬한 느낌이 있습니다. 식어도 부담없이 마실수 있었죠. 여운이 길진 않습니다. 오히려 우유가 들어갔지만 깔끔한 느낌이랄까요. 들고다니며 후룩후룩 마시기에 딱이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둥. 클로버로 내린 커피입니다.

니카라과였습니다. 프렌치 프레소의 느낌이 강했지만, 훨씬 깔끔했습니다. 내리는 과정을 보니 편해보이기도 했구요. 가격이 비싸다는 점 이외에는 바쁘게 돌아가는 테이크아웃 샵에 적합한 기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두의 맛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솔직하고 깔끔하게 브루잉 할 수 있다는 점, 번거롭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네요. 

 

매장 내부입니다. 맞은편엔 앉기 불편한 몇 개의 의자와 테이블이 있구요. 좁고 복잡한 매장은 오래 앉아있기 적합한 곳은 아닙니다. 빨리 커피를 받아들고 빠져나왔습니다. 

 

브루잉 스텐드. 사실 미국에선 우리나라처럼 핸드드립이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아시아인이 주전자를 잡으면 마치 무술을 하는 사람처럼 바라보는 것도 이러한 문화차이에서 나온것이구요. 보시다시피 드리퍼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냥 메탈필터를 걸쳐놓고 물만 붓는것이죠. 중요한건 커피의 양과 분쇄도, 온도, 물의 양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커피를 뽑을 수 있을까. 신기해서 한참 바라봤지만, 여간해서 브루잉을 하진 않더군요. 클로버가 있으니 따로 주전자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시키는 사람도 없고, 내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이미 뉴욕 카페에 자리잡은지 오래입니다. 그럼피의 로스팅실은 카페 안쪽에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보이고 케멕스와 커피잔이 보입니다. 

 

자, 써드레일 커피입니다. 240 Sullivan Street (West Third Street)에 위치합니다.

 

뉴욕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써드레일 커피는 요런 분위기의 길을 걷다보면 금방 나옵니다.

대학가 근처라 그런지 다른 골목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군요. 골목 사이사이에 위치한 뉴욕대학교 건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캠퍼스, 산에서만 학교를 다닌 저는 부럽기만 합니다.

 

써드레일 커피입니다. 오래전에 뉴욕대를 졸업한 사촌형이 학교 근처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겸사겸사 들렀습니다. 저 빼곤 다들 커피를 마셨다며 더 이상 마시지 않겠다고 합니다. 저는 한 마리의 뉴요커가 되서 매장문을 덜컥 엽니다. 

 

자자, 멀리 보이는 인텔리젠시아 커피와 스텀타운 커피가 인상적입니다.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는 샵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사용하는 원두를 진열해 놓습니다. 스텀타운과 인텔리젠시아는 맨하탄에서 이미 보증된 수표입니다. 저는 코르타도를 주문합니다.

 

멀리 뒤로 보이는 브루잉 머신과 말코닉 그라인더 그리고 라마르조꼬 머신입니다. 작지만 갖출건 다 갖췄습니다. 아, 앉아있을만한 테이블은 갖추지 않았구요.

 

커피 맛은?

스텀타운에 라마르조꼬에, 숙련된 바리스타입니다.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대충 어떨지 짐작하실수 있을겁니다. 커피를 들고나오면 보이는 뉴욕대학교의 캠퍼스 골목골목에 취해 마시기에 적절한 맛입니다.

 

총 다섯 곳의 카페를 들렀습니다. 모두 맛있고, 멋있고, 좋은 카페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뉴욕, 멘하탄에 있는 카페들은 모두 다 저럴까요? 아닙니다. 5번가에서 들렀던 스타벅스는 제 최악의 커피 best5(?)안에 듭니다. 자동머신에서 과일 즙짜듯 세어나오는 에스프레소는 시럽을 넣어도 쓰디썼습니다. 차이나타운에선 커피보다 버블티가 더 맛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서비스로 나오는 커피들도 형편없었구요. 한국과 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골목골목 카페를 찾아다녀야 합니다.

 

뉴욕의 커피 문화에서 본받을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맛있는 커피를 찾아 마실 줄 압니다. 근사한 외관, 번뜩이는 간판, 빈티지 인테리어는 필요 없습니다. 호텔라운지에 번들처럼 끼어있어도, 주택가 속에 숨어있어도, 근사한 케익가게가 옆에 있어도 사람들은 다 알아봅니다. 바쁜 아침시간에도 굳이 그곳까지 가서 줄을 섭니다. 맛있는 커피에 대한 존중이 있고 인내도 있습니다.

카페들은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훌륭한 커피 한 잔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취향을 강요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희생을 강요할수도 없구요.

 

바쁘다면, 굳이 골목의 카페를 찾아가기 싫다면, 쓴 커피를 쓴 맛에 시럽넣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5번가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십니다.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알고, 좋아한다면 어느정도의 희생은 감수합니다. 아침에 5분일찍 일어나 김미커피에서 라떼를 사가는거죠. 뉴욕에는 이런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프렌차이즈 샵들 사이에서도 김미커피, 그럼피, 스텀타운의 커피가 빛을 낼 수 있는것이죠.

 

 

 

짧은 맨하탄 커피투어는 여기서 막을 내립니다.

어디든, 그 지역의 카페문화를 경험하는건 큰 도움이 됩니다. 뉴욕 커피 기행은 계속되는 저의 커피 투어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와 다이렉트 트레이드 그리고 인디 커피문화를 몸소 체험한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 저의 글이 뉴욕의 커피 문화를 얼마나 잘 전달했을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맨하탄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이 카페들을 방문했으면 합니다.

분명, 잊지 못할 한 잔의 커피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

 

 

 

  •  뉴욕 커피 기행 - 일주일간의 뉴욕 카페 탐방
  • 카페 지도와 상세 주소 그리고 안내

    http://beirut.tistory.com/199

     

  • 스텀타운 커피 로스터즈 Stumptown Coffee Roasters
    http://beirut.tistory.com/212

     

  • 조 Joe 김미커피 Gimme! Coffee
    http://beirut.tistory.com/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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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
    http://beirut.tistory.com/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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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어탕과 춘향이가 전부인 동네라고 생각했기에, 한옥을 개조한듯한 찻집에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춘향이를 외쳐대니 쌍화차는 맛있겠지, 오미자차는 마실만하겠지 하며 그곳의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여니 난로에서 풍겨오는 훈훈함이 몸을 감쌌습니다. 요즘엔 좀처럼 보기 힘든 한옥의 구조도 눈을 사로잡았죠. 가장 흥미로웠던건 연탄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있는 라마르조꼬 상자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리니 리브레 커피가 보이더군요. 남원에서 춘향이와 추어탕이 아닌 리브레와 라마르조꼬를 만나다니.

     

    서둘러 커피를 시키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자, 이제 커피를 시킵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과 카푸치노 한 잔. 바리스타는 숙련된 솜씨로 두 잔의 커피를 내립니다. 

     

     

    에스프레소는 다크리브레입니다. 잘 숙성된 덕분인지 단맛이 풍부하더군요. 묵직한 벨런스가 자극적인 맛을 감싸줘서 편한하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깊은곳에서 품어나오는 넛트향은 커피를 넘긴 후에도 오랜시간 지속됐습니다.

    카푸치노의 우유거품은 이런 에스프레소의 특징을 잘 이어받았습니다. 잘 데워진 우유는 고소함을 잔뜩 머금고 있더군요. 토피넛 라떼를 먹는듯한 느낌이랄까요. 조금 연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대체로 밸런스도 좋았고 포근한 느낌이 살아있어 겨울에 잘 어울렸습니다. 계절감이 살아있는 카푸치노네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보통은 머신은 '보여주는 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름이 다 보이도록 디스플레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여기선 수줍게 '조꼬'정도만 보이는 라마르조꼬입니다. 보일듯 말듯 하는 저 라마르조꼬의 로고도 이곳의 분위기를 말해줍니다. 메져그라인더도 수줍게 자리잡습니다.

     

    뒤에는 공장포스를 풍기는 말코닉501 그라인더와 모카마스터가 보입니다.

     

    '커피가 참 달아요'라고 말하자 바리스타는 대답합니다.

     

    '리브레는 항상 잘 숙성된 원두를 보내주죠. 저는 그걸 믿고 잘 뽑아내기만 하면 됩니다.' 

     

    이곳에선 로스팅은 하지 않습니다. 일찍이 리브레에서 커피를 공급받았다고 하네요. 로스팅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고, 잘하는 로스터를 믿고 커피를 내리는게 오히려 더 좋지 않느냐는 얘길 합니다. 로스팅은 욕심이 없다고 하네요. 로스터에 대한 강한 신뢰와 맛있는 커피에 대한 신념이 한 잔의 커피를 더 주문하게 만듭니다.

     

     

    커피메뉴가 간단하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일전에 싱글오리진의 메뉴가 5개를 넘기지 않는게 좋다고 말한적이 있죠. 에스프레소 메뉴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 딱 4개정도의 메뉴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음료 관리의 측면에서, 커피맛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바닐라 라떼나 캬라멜 마끼아또 등이 메뉴에 올라와 있는 카페와는 분명 차이가 있죠.

     

    그 외에 전통차 메뉴가 눈에 띕니다.

    손님들과 '타협'을 위한 전통차 베리에이션 메뉴도 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타협'이 무엇인지는 차차 설명하겠습니다.

     

    이 한옥은 '진짜 한옥'이라고 합니다. 강원도에서 살던 한옥 명장이 지리산 밑자락에 지으셨다고 합니다. 난방은 난로와 온돌(전기온돌이라고 합니다)이 대신합니다. 건물이 자연스럽게 외부의 공기를 받아들이고, 온돌과 난로는 그 공기를 서서히 녹입니다. 카페 내부가 심하게 건조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훈훈한 느낌을 주는건 이 덕분이죠. 여기선 커피를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한옥의 맛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곳곳에 보이는 쌍화차들. 돌솥으로 만든, 숟가락으로 퍼먹는 저 쌍화탕이 이곳의 베스트 셀러더군요. 어르신들, 젊은이들 너나할것없이 쌍화차를 주문합니다. 그래서 저도 쌍화탕을 주문해봅니다. 

     

     

    손님들이 있어 카메라에 잘 담지는 못했습니다만, 인테리어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서울의 카페에선 발견할 수 없는 남원 산들다헌만의 매력포인트입니다. 

     

    쌍화차는 돌솥잔에 오랫동안 데워진 후 나옵니다.

    '이곳에선 쌍화차 허투로 하다간 욕먹습니다. 쌍화차를 오랫동안 마셔온 분들이 많거든요.'

    산들다헌이 처음 오픈했을땐 커피는 주메뉴가 아니었습니다. 주인장은 오랜시간동안 차에 집중했다고 하네요. 커피는 차의 맛이 어느정도 자리잡은 후에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쌍화차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정해진 쌍화차 재료를 넣고 잘 끓여낸 후에, 그 맛을 살릴만한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작업이 오랜시간동안 이뤄졌습니다. 쌍화차의 맛은 깊습니다. 각종 한약재에서 느껴지는 풍미가 잘 전달되더군요.

    숟가락으로 건져먹을 수 있는 밤 건더기들은 산들다헌 주인장이 고민한 결과입니다. 어떻게 쌍화차를 내도 쓰다고 하는 손님들과의 타협점을 찾은거죠. 오랜시간 밤을 익히면서 그 밤에서 나오는 단맛을 이끌어 낸겁니다. 설탕을 부어넣는것보다 이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것이죠.

     

    커피를 아무리 잘 내려도 쓰다고 하는 손님들이 있는건 당연합니다. 아직 맛있는 에스프레소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히지 않은것도 있고, 이곳을 찾는 많은 어르신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럽을 넣는다거나 무조건 연하게 커피를 뽑는것도 쉽게 정할 수 있는 문젠 아니죠.

    산들다헌의 주인장은 계속해서 고민하며 타협점을 찾아갑니다. 제대로 차를 만들고 커피를 뽑으면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말이죠. 설탕과 시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진짜 커피와 차의 풍미를 전달하기 위해 산들다헌의 바리스타는 매일같이 고민합니다.   

     

    맛에 대한 타협부터 시작해서 음악적 취향, 커피에 대한 소신까지. 여러모로 주인장과 통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오랜 친구를 만난것처럼 스스스럼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그러다가 등장한것이! 

     

    바로 요녀석입니다. 카카오 64%짜리 초콜렛이죠. 시럽과 설탕의 단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이 초콜렛으로 만든 핫초코는 쓰기만 합니다. 하지만 사실 여기의 핫 초콜렛은 깊은 풍미를 자랑합니다. 잘 뽑아내린 에스프레소처럼 과일의 신맛도 가지고 있고 깊은곳에서 여운을 남기는 단맛도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진하고 쓴 한 잔의 핫초코일뿐이죠.

    여기서 산들다헌 바리스타가 찾은 타협점은 구운 머쉬멜로입니다. 좋은 재료를 포기 하지 않고, 손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낸것이죠.

     

    맛있는 커피에 대한 고민도 똑같습니다.

    좋은 물로, 좋은 원두로, 좋은 기계로 최선을 다해 커피를 내리면서도 그는 고민합니다. 혹여나 이 커피가 쓰다고 느껴지진 않을지,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을지. 그의 고민이 담긴 한 잔의 커피가 저는 너무 소중하기만 합니다.

     

     

     

    손님들이 어느정도 빠지자 가게를 둘러봅니다. 은은한 조명이며, 가져다 놓은것들이며 어느 하나 흘겨볼게 없습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가르는 저 '발' 또한 매력포인트입니다. 인위적으로 벽을 치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죠. 맛있는 음료는 물론이요, 편안한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하는 매력포인트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신 잔이 8잔. 이후에도 몇 잔 더 얻어마셧으니 저녁을 먹지 않아도 배가 차는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커피와 쌍화차도 훌륭했지만, 전통차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메뉴들도 훌륭했습니다. 대추야자 스무디는 설탕이나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고 깊은 단맛을 선사합니다. 녹차스무디는 진짜 말차를 듬뿍 넣은 덕분에 녹차향이 풍부하구요.

     

     

    바를 어질러 놓은건 전부 저의 잘못입니다.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 쉬지않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 산들다헌 가는길 -
      광한루에서 춘향교 방향으로 직진. 두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직진하면서 좌측을 돌아보면 산들다헌.
      혹은 남원 메가박스 근처. 자세한 위치는 전화로 확인.
    • 전북 남원시 쌍교동 103-2 , 063-632-3251
    • 월요일 휴무, 연휴 당일 휴무(추석 당일, 설 당일)

     

     

    ※ 추신: 나무사이로 본 지점은 맞은편으로 확장이전하였습니다. 더욱 고즈넉하고 풍요로운 새지점에서 커피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

     

    드립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때, Y군은 저의 소중한 실험대상이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지그재그를 그려가며 어렵게 내렸던 드립실력 덕분에 맛없는 커피도 왕왕 만들었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먹었을까 싶은 커피도, 그때는 친구와 즐겁게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Y군은 맛없는 커피도 마셔줬을뿐만 아니라 저와 테이스팅 노트를 만드는 작업도 했습니다. 외래어로 가득한(?) 커피 맛에 대한 표현에 반감을 가지고 우리 나름의 표현을 찾아보자는게 목표였죠. 홍어, 매주 등등의 단어는 우리가 마신 커피에 대한 주된 표현이었습니다(그만큼 고약하고 맛없게 커피를 내렸단 뜻이겠죠). 어쩌다 맛있게(?) 내려진 커피에는 조금 신선한 표현이 따라붙었습니다. '어린아이의 몽당연필'은 모카 하라를, '초원 위를 달리는 소녀의 치마자락'은 하와이안 코나를, '브라질 광부의 땀방울'은 브라질 커피를 맛 본 후 적어둔 표현이었습니다. 틀에박힌 언어로 커피를 표현하는 저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씩 그 때의 순수한 마음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카페 나무사이로는 그때의 그 마음을 다시 생각나게 만든 카페입니다.

    나무사이로의 10주년 기념 블랜드의 이름은 '봉우리'입니다. '노래하는 새'나 '풍요로운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커피들은 나무사이로가 커피에 대해 가진 생각을 보여줍니다. '어린아이의 몽당연필'을 생각케 하는 봉우리(커피 콘하스에서 만난) 한 잔은 저를 카페 나무사이로로 이끌었습니다.

     

    매번 생각하지만, '나무사이로'는 참 평화로운 이름입니다. 

     

    나무사이로는 모든 직장인의 드림 오피스텔, '경희궁의 아침' 상가에 위치해있습니다

     

     

    카페 내부가 좁아서, 밖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나무사이로의 메뉴판입니다. 나무사이로는 나인티 플러스(Ninety Plus, 90+)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죠. 쉽게 볼 수 없는 히타치노 네스트도 눈에 띕니다. 저걸 시키고 싶었지만 꾹 참고 에티오피아 네키세와 온두라스 미라플로레스를 시킵니다.

     

    나인티플러스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무사이로의 드립커피는 신맛을 지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맛이라 함은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상큼한 신맛이죠. 아주 잘 가공된 고급커피에서 나는 신맛이 극대화된 커피가 바로 나무사이로의 커피입니다.

     

     

     

    우선 에티오피아 네키세입니다. 에티오피아 특유의 플로럴한 향이 잔을 가득 메웁니다. 건체리나 딸기에서 맛볼 수 있는 상큼함과 달달함이 인상적입니다. 나인티플러스는 에티오피아의 화려하고 풍부한 맛을 극대화 했죠. 표현하기 벅찬 감동이 찾아오는 한 잔입니다.

     

    온두라스의 첫 모금은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고소함과 상큼함이 뒤에 따라오죠. 포도에서 느낄 수 있는 달달한 맛과 신맛은 흡사 화이트 와인을 생각하게 만드네요. 톡톡터지는 상큼함이 인상적입니다. 식을수록 조금씩 치고올라오는 신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네요.

     

    최근, 잘 들어오지 않던 온두라스 생두들이 밀려옵니다. 특유의 와인맛 때문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원두이기도 합니다. 세로아줄(Cerro Azul), 네셔널 위너(네셔널 위너, National Winner, Finca El Manantial Subrina)등 훌륭한 온두라스가 요즘 곳곳에서 보이고 있네요. 모두 풍부한 질감에 다양한 와인의 맛을 보여줍니다. 커피리브레, 매드커피, 나무사이로에서 맛 볼 수 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또 다시 평범하고 외래어로 가득한 표현을 써버렸네요. 과거를 회상해 표현해보자면,

    에티오피아는 흡사 낑깡을 생각나게 합니다. 개구장이들이 가득찬, 꽃이 활짝 핀 유치원의 맛입니다.

    온두라스는 아늑하고 포근한 소파에 누워 먹는 청포도의 맛이네요!

     

     

     

    나무사이로의 컨셉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커핑(커피를 분쇄상태의 가루부터,물에 녹아 식을때 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살펴, 커피의 상태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작업; 자세한 내용은 커피 수업과 관련된 이전 포스팅 참조)은 그 프로젝트중의 하나죠.

     

    최근 나무사이로를 위시로 퍼블릭 커핑을 하는 카페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매드커피, 엔트라사이트에서 커핑을 했었습니다. 관심있으신분들은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

     

    나무 사이로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합니다.

     

     

     

    나무사이로의 대표적인 블렌드들입니다.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커피들이기도 하죠.

    얼마전 들렀던 커피 콘하스에서 만난 봉우리 블렌드가 저를 이곳으로 오게 만들기도 했지요.

     

     

    다양한 커피들입니다.

     

    나무사이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나인티플러스를 맛볼 수 있는 카페입니다.

     

    나인티플러스는 그 의미대로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는(혹은 그 정도 수준의) 커피를 의미합니다.

    Joseph Brodsky는 에티오피아 커피가 가진 잠재력을 알아봅니다. 하지만 후진적이고 폐쇠적인 에티오피아의 커피 시장 때문에 우리가 여태껏 맛볼 수 있었던 에티오피아 커피들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죠. 그는 에티오피아의 핵심을 파고듭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에티오피아 커피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죠. 이를 통해 그는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에티오피아 커피들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탄생한 커피들이 잼베, 네키세, 데르나예, 월론디등의 이름을 가진 나인티플러스 커피들이죠.

     

    나인티플러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두 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ninetypluscoffee.com

    http://blog.daum.net/wahrheim/388

     

     

     

    에스프레소를 소개하지 못했던 건, 다양한 싱글오리진 커피 때문입니다.

    나인티플러스로 만든 카푸치노에선 딸기케이크 맛이 난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머신은 라마르조고 GB/5 2group, 콤팍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저 멀리 드립용 디팅(Ditting) 그라인더가 보이네요.

     

     

    바에는 와인향이 가득했습니다. 마침, 벵쇼를 따르고 계셨기 때문이죠 :)

     

    히타치노진저에일을 판매합니다. 침이 꿀꺽. 누구, 저거 한 병 사주실 분 없나요?

     

    더치커피도 판매합니다.

     

     

    손님이 많아서 내부는 찍지 못했네요. 부분적인 모습들만 사진에 담았습니다.

     

    ※ 추신: 나무사이로 본 지점은 맞은편으로 확장이전하였습니다. 더욱 고즈넉하고 풍요로운 새지점에서 커피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회학 졸업논문으로 홍대 카페거리를 분석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홍대 주변의 카페를 특성에 따라 몇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별로 커피의 평균 가격이나 고객의 선호도 등을 조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죠. 다양한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홍대 카페들의 네트워크 지도를 그렸고, 그들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묶여있다는 결론을 지었었습니다. 근사한 초기 설계와는 달리 형편없는 논문이 됐지만, 그 때 발로 뛰어서 조사했던 내용은 아직도 저에게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오늘은 그 내용중의 일부로 카페 소개를 시작할까 합니다.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카페를 선택한다고 답했을까요? 무려 70%입니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분위기가 좋고 인테리어가 멋지다고 인식하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자신이 지불한 커피 가격이 아깝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홍대의 카페들이 외관에 신경쓰고, 직원의 옷차림에 신경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람들에게 커피맛은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멋있고 친절하기만 하면 아무리 맛없는 커피를 내리더라도 만사 오케이죠. 홍대 카페들의 질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아직도 만연하게 퍼져있는 이런 인식이 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시작한 이유는, 호두커피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호두커피는 포화상태인 홍대 상권과는 조금 떨어진 망원동에 있습니다. 

     

     '카페인 트럭'의 주인장이 거금을 들여 정착한 곳이기도 합니다.

     

     

     커피 가격은 준수합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커피맛에 어울리는 가격입니다.

     

     

    원두리스트는 보통입니다. 제 생각엔 5종을 운영하는것 정도가 맥시멈인것 같습니다. 생두관리나 운영측면에서 말이죠. 원두 가격 역시 착합니다. 

     

    콜롬비아입니다. 클린컵이 좋습니다. 모나지 않고 단촐한 맛이랄까요. 화려하진 않지만 부드러움과 감칠맛이 숨어있습니다. 첫 모금이 조금 거칠긴 했지만 이내 잠들더군요.  

     

    에스프레소는 약했습니다. 바디감이 부족하다는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역시 텁텁한 맛이 없고 깔끔합니다. 에스프레소 혹은 아메리카노로 즐기기엔 적당한 맛입니다. 우유를 이겨내는 맛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로스터에게 직접 여쭤보니 우선은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를 위한 블렌딩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라떼의 경우에도 강한 맛을 내는 블렌딩은 피한 로스팅이었다고 합니다. 연령대가 있는 지역 주민들도 오는 카페라 무턱대고 강한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하십니다. 블렌딩은 차차 연구해나가신다고 하니 앞으로도 기대해봐야겠네요.

     

     로스터입니다. 좀 특이하죠? 토리스터라는 로스터에요. 메이드인 대전. 한국에서 직접 만든 수제 로스터기입니다. 처음에는 좀 의구스러웠지만, 커피맛을 보고나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깔끔한 매장내부. 좌측 하단에 있는 영도 로스터기가 눈에 띕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라고 하네요.

     

    그라인더는 메져. 머신은 에스프레사(Espressa). 일렉트라계열의 머신이라고 합니다.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한 머신이라고 하네요.  

     

     

     내부는 수수하면서도 재미있게 꾸며놨습니다. 커피맛과 어울리는 인테리어입니다.

    커피맛도, 인테리어도 과도하지 않습니다. 바리스타는 손님이 커피를 마시는데 침범하지 않습니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다운 카페입니다.

     

    멋진 신세계나 범우사 문고판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음악은 마그네틱 필드. 69 Love Songs에 수록된 곡들이 흘러나옵니다. 마그네틱 필드를 들어주는 카페는 처음이었습니다. 책이나 음악이나, 범상치 않은 호두커피입니다.

     

     

     

     

     

    카페는 결국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만들어갑니다. 손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카페는 만들어지고 변화하죠. 최근 몇년간 홍대에 들어선 수많은 카페들은 그런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고자 머리아프게 변화하고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그곳을 찾습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 자신들의 커피를 만드는 곳은 없습니다.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마네킹처럼 트렌드만 따라가기에 바쁘죠. 

     

    정체성을 잃은 카페들의 시대입니다. 너도나도 돈이되는 카페를 만들다보니 부동산 가격은 올라가고 메뉴나 인테리어는 다 비슷해집니다. 쉽게 그만두기도, 시작하기도 어려운게 요즘의 홍대 카페죠. 논문의 결론은 이와 비슷합니다.

     

    호두커피같은 카페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커피를 생각하고 카페를 만드는 주인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이죠. 하나같이 똑같고 시끄러운, 분위기 좋고 인테리어 멋진 홍대 카페에 질린 분들을 위해서 말이죠.

     

    • 호두커피 가는 길 -
      6호선 마포구청역이나 망원역 이용. 각각 5번출구와 2번출구로 나와 동교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면 된다. 버스 이용시 7011번을 타면 좋다. 미원아파트 입구(정류소번호 14-258, 14-257)에서 내리면 바로 호두커피다.
    •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5-1번지, 02-324-9543
    • 영업시간 08-22시
    • http://hodoocoffee.com 

     

    뱀발. 오는길엔 커피상점 이심에 들렀습니다. 연남동 친구들을 모두 힐링시켜버렸다는 그 유명한 레몬티를 먹고왔습니다. 몸과 마음이 허하신분들은 이심을 찾으시길. 새로운 메뉴도 등장했습니다 :) 

    추신 : 매드커피는 지난 8월을 기점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대신, 김영현 로스터는 펠트felt라는 이름으로 창전동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도림에 공장을 둔 펠트는 원두 납품을 주로 하고 있으며, 창전동에 있는 쇼룸 Show Room에서는 펠트의 커피를 맛볼수 있습니다. 주소는 창전동 2-47. 곧 블로그에도 상세한 리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감독, 음악가 혹은 소설가나 시인이 있듯 저에게는 좋아하는 바리스타가 있습니다. 이 영화다 혹은 이 음악이다! 하는 느낌이 올 때가 있습니다. 필모그라피를 찾아보고 다른 영화를 보고, 봤던 영화를 또 보고. 비포 선라이즈는 언제봐도 가슴이 아려오고 지아장커의 스틸라이프는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합니다. 그의 커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의 카푸치노를 마시는 일은, 첫사랑을 만나는 기분이랄까요.  

     

    오늘 소개할 카페는 여의도에 문을 연 메드커피 로스터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리스타, '라임'씨가 로스터와 바리스타를 겸하고 있는 카페입니다. 한동안 바bar를 떠나있던 라임 바리스타를 만난건 지난 10월 입니다. 자신의 가게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에 저는 두근 반, 세근 반, 콩딱이는 마음을 졸이며 매드커피 로스터즈의 오픈날을 기다렸습니다. 

     

    매드커피 로스터즈입니다. 여의도에 있고 로스팅은 매장에선 하지 않습니다. 따로 로스팅실이 있다고 하네요.

     

    매장 전경입니다.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데 필요한 건 다 있어보입니다. '커피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느낌이 몰려오는군요.

     

    두둥. 홍대 카페 다니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낯이 익은 얼굴일 수도 있겠네요. 지난 번 커피견문록에서 소개했던 한 매장의 메인 바리스타이자 로스터였죠. 바로 라임 바리스타입니다. 지금은 매드커피 로스터스의 주인장입니다.

     

    그는 신선한 생두를 선택하고, 적절하게 블렌딩해서 찰지게 볶습니다. 완벽한 추출이 아니면 과감하게 커피를 버리기도 하죠. 그의 커피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민감한 입맛을 따라잡고 풍부한 향미의 커피로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합니다. 고백컨데 저의 카푸치노 사랑은, 라임바리스타의 카푸치노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매드커피 로스터스의 메뉴입니다. 지금은 가오픈 상태라고 할 수 있어서 정식 메뉴판이 없습니다. 다음주가 되면 정가로 판매하고 메뉴도 더 추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커피 메뉴(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는 3-4천원 정도. 그 밖에 각종 차와 칵테일도 메뉴에 오른다고 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마신 감동의 카푸치노. 커피 리브레에서 들여오는 생두인 엘살바도르 놈브레 단종으로 내린 카푸치노였습니다. 깊은 여운을 자랑합니다. 벨벳느낌도 나고 건포도의 맛도 느껴졌습니다. 달달하고 부드럽네요. 에프레소는 블렌드로 마셔봤습니다. 오렌지나 레몬 느낌이 강했습니다. 감칠맛도 느껴졌구요.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둘 다 추천합니다.

     

    라임 바리스타는 매번 새로운 로스팅을 시도합니다. 계절에 따라, 생두의 상태에따라 새로운 블렌딩을 시도합니다. 매드커피로스터스에 자주 방문할 수 있는 분이라면 라임바리스타의 다양한 블렌딩을 즐길 수 있겠네요.

     

     

    기본적인 셋팅입니다. 에스프레소용 정수기는 에바퓨어를 사용합니다. 그라인더는 메져와 콤팍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꼬 GB/5입니다. 라마르조꼬의 여느 머신들이 그렇듯 온도 안정성이 뛰어나기로 유명하죠. 좋은 물과 그라인더, 머신에 실력있는 바리스타까지 겸비한 메드커피 로스터스입니다.

     

    그라인더 옆에 놓여있는 다양한 종류의 탬퍼(커피를 눌러주는 기구). 탬퍼는 바닥의 형태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평평한 바닥인 flat, 둥근 형태의 euro curve, 유로커브보단 완만한 곡선의 american curve, 물결 무늬의 ripple, 가장자리가 깎여있는 형태의 c-flat등이 있죠. 탬퍼의 형태가 커피의 맛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탬퍼가 있다는것 자체가 재미있는 부분이네요.

     

    다양한 종류의 시럽과 차 그리고 칵테일 재료들이 있습니다. 낮술도 판매할 예정이라니 필요하신분은 이곳을 찾으시면 되겠습니다 :)

     

    드립커피는 매번 다른 종류가 제공됩니다. 이날은 다른 종류는 다 팔리고 놈브레만 남았네요. 카페쇼를 다녀온 여파로 손이 떨려 핸드드립을 마시지는 못했습니다. 참, 드립커피용으로 사용하는 정수기는 클라리스(Claris)라고 합니다. 에스프레소용과 다른 물을 사용하는점이 인상적이네요.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드립커피를 안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테이크아웃을 중심으로 하는 매장이라 테이블이 별로 없습니다. 불필요한 인테리어 없이 깔끔하게 꾸며놓은 내부가 인상적입니다.

     

    라임바리스타(왼쪽)과 매니저입니다. 두분 다 훈훈한 외모를 자랑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찾아가보시길 바랍니다.

     

    매드커피 로스터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카페이기도 합니다. 섬세한 두 바리스타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네요 :)

    • 매드커피 가는 길 -
      5호선 여의도역, 9호선 샛강역이용. 5호선 이용시 5번,6번출구로 나와 KBS별관 방향으로 직진, 별관을 끼고 좌회전 후 직진. 9호선의 경우 2번출구 이용. 직진하면 롯데캐슬 아이비가 보인다. 지하 1층에 위치해있다.
      버스 이용시 KBS별관(정류장 번호: 19-150), 하나은행여의도중앙지점(19-287), 여의도한양아파트(19-286)이용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3-4 롯데캐슬 아이비, 지하 1층
    • 영업시간 10-20시, 일요일 휴무

     

     추신 : 매드커피는 지난 8월을 기점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대신, 김영현 로스터는 펠트felt라는 이름으로 창전동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도림에 공장을 둔 펠트는 원두 납품을 주로 하고 있으며, 창전동에 있는 쇼룸 Show Room에서는 펠트의 커피를 맛볼수 있습니다. 주소는 창전동 2-47. 곧 블로그에도 상세한 리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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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 : 카페를 소개할 당시 에스프레소 추출을 맡았던 노영환 바리스타가 그만두었다는 소식입니다. 원두 라인업도 리뷰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네요. 바리스타의 추출스타일이나 원두의 상태에 따라 리뷰 당시와는 커피맛이 상이할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재미있는 포스팅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종종 한국 카페를 리뷰하곤 하는

    http://frshgrnd.com/2010/09/three-rules-of-thumb-for-avoiding-bad-coffee-in-seoul/

    한국에서 맛없는 커피를 피하는 세가지 방법이란 글입니다.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로스터리 샵, 한자로 된 간판 그리고 10-20종의 싱글 오리진을 취급하는 가게를 조심하라는 내용입니다.

     

    오해의 여지가 있는 이 글에 간단히 설명을 붙이겠습니다. 서울에는 유난히 로스터리 샵이 많은데, 저자는 대부분이 콩을 태우기 일쑤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가게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로스팅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 합니다. 한자로 된 가게들은 오래된 일본식 방식에 갇힌 고리타분한 커피를 내린다고 말하죠. 마지막은 당연합니다. 20종이 넘는 커피를 파는 건 말이 안되죠. 김밥천국도 아니고. 의견이 분분할수 있겠지만, 저는 90%정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따지고보면 틀린 건 없기 때문이죠.

     

    커피 콘하스는 서교동에 있는 한 프로덕션 사무실 밑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콘테이너 박스로 유명한 건물이죠. 그리고

    처음 찾는 분들에겐 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카페 콘하스입니다. 콘테이너+하우스의 합성어인것 같습니다. 2층부턴 사무실입니다. 1층은 통유리로 된, 카페 콘테이너 입니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저 머신은 슬레이어(Slayer)입니다. 국내에선 아직 사용하는 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작년 카페쇼 '리브레'부스에서 잠시 본적이 있네요. 심플한 디자인과 잘빠진 곡선은 슬레이어만의 매력이죠. 유량조절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추출능력과 보일러또한 우수하죠. 머신계의 또다른 명품입니다. 콘하스는 바에 상당한 투자를 했습니다. 슬레이어 3그룹, 로버그라인더, 말코닉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셋팅으로는 완벽합니다.

     

    아, 보이는 사진은 아직 완벽한 셋팅이 아닙니다. 12월 초가 되어야 머신 셋팅이 완료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임시 셋팅. 기대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싱글오리진 커피는핸드드립으로 제공됩니다. 원하는 경우에는 클레버나 에어로 프레스로 주문해도 됩니다. 싱글오리진은 에스프레소처럼 다양한 로스터리샵에서 받아온 것들을 사용합니다. 블렌딩도 있습니다. 제가 이날 마신건 블렌딩. 그 유명한 나무사이로의 봉우리 블렌드입니다.

     

    바리스타 팀 코어(Core)에서 로스팅한 슈팅스타를 베이스로 한 플렛화이트입니다. 바디감과 신맛 그리고 단맛의 균형이 좋았습니다. 흡사 밀크 초콜렛을 연상시키더군요. 부드러운 목넘김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놀라운건, 단종 로스팅이라는 겁니다. 생두는 2011년 컵오브 엑설런드(COE)에서 5위를 한 르완다네요.

     

    이 밖에도 콘하스에선 로스터리 샵의 각축장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에스프레소를 제공합니다. 코어를 비롯해 모모스, 나무사이로, 알레그리아 등 이름있는 로스터리의 콩들을 받아서 사용합니다. 지금의 계획으로는 두달 단위로 두 종씩 바꿔 사용한다고 합니다. 바리스타는 지속적으로 수준있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는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게 콘하스의 목표입니다.

     

    콘테이너 박스가 쌓여있는 항구를 생각하면, 커피 콘하스가 어떤 점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을겁니다. 콘테이너 박스에 실린 물건들이 세계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듯, 콘하스의 커피도 다양한 로스터리의 커피를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곳의 바리스타인 노영환씨의 말에 의하면 커피 콘하스는 유리로된 콘테이너 박스에 비유할수 있다고 하네요.

     

    자, 그럼 오늘의 유리 콘테이너엔 어떤 커피들이 있을지 살펴볼까요

     

    서초동에 있는 카페 알레그리아입니다. 예가체프 이디도네요.

     

    경희궁의 아침에 있는 카페 나무사이로. 봉우리 블렌드입니다.

     

    부산하면 모모스. 초콜렛 프로젝트 블렌드를 출품했네요.

     

    바리스타팀 코어입니다. 슈팅스타네요. 블렌드는 아니지만 에스프레소용 원두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원두들이 콘하스를 통해 선을 보인다고 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을것 같네요.

     

     

     

     

     

     

     

     

    지난 포스팅에도 말씀드렸듯, 한국에는 열정적인 사람이 너무 많은것 같습니다. '콩도 볶고 커피도 내리고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카페를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죠. 하지만 두마리 토끼를 잡는건 쉬운일이 아닙니다. '로스팅은 로스터에게, 추출은 바리스타에게'를 지향하는 영국의 커피문화에서 배울 점이 있는거죠.

     

    커피 콘하스의 커피는 실험적입니다. 한곳에서 지속적으로 커피를 공급받는 곳은 많지만,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원두를 받아쓰는 카페는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콘하스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추출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이요, 질높은 원두로 소비자에게 다양한 커피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잘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 커피 콘하스 포인트 - 콘테이너 박스로 만든 감각있는 인테리어(아웃테리어), 완벽한 머신셋팅, 다양한 로스터리를 경험할 수 있는 더할나위 없는 기회!
  • 커피 콘하스 미스 포인트 - 다양한 로스터리, 꾸준한 커피맛을 요구한다면 조금 힘들수도.
  • 커피 콘하스 포 미 - 종로에 가지 않아도, 부산에 가지 않아도! 커피 콘하스에서!
  • 커피 콘하스 가는 길 - 중앙버스 정류장 '서교호텔'에서 하차. 불고기 브라더스쪽으로 길을 건너 합정역 방향으로 조금 직진, 사거리가 나오면 망원역 방향으로 우회전.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왼쪽에 보이는 컨테이너 건물이 커피 콘하스. 마을버스 9번이 다니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68-17번지. 혹은 잔다리로 10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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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 : 카페를 소개할 당시 에스프레소 추출을 맡았던 노영환 바리스타가 그만두었다는 소식입니다. 원두 라인업도 리뷰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네요. 바리스타의 추출스타일이나 원두의 상태에 따라 리뷰 당시와는 커피맛이 상이할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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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 : 상호가 변경됐습니다. 테일러 커피(Tailor Coffee)로 로스터와 바리스타는 동일합니다. 위치와 상호만 변경됐다고 하네요. 서교동 329-15/02-335-0355 입니다. 찾으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밀로 커피 로스터스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일요일엔 좀처럼 쉬지 않던 밀로가 문을 닫았습니다. 날은 덥고. 걷기는 귀찮고. 근처에 갈 곳이 없나 생각하던 중 포레스트가 떠올랐습니다. 밀로 사장님의 소개로 커피 용품을 사러 잠깐 들른 샵이 생각나 그곳을 찾았습니다. 커피는 마셔 본적이 없었지만 사용하는 머신들이 눈에 띄게 좋았다는 점, '밀로'사장님이 추천해주셨다는 점 때문에 망설임 없이 갈 수 있었습니다. 이태원에서 들렀던 카페 보통에 원두를 공급하는 곳이기도 하죠. 그곳에서도 맛있었으니 여기는 오죽하겠습니까.

     

    기대감에 부풀어 포레스트에 입장합니다.

     

     

     

     

     

    골목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있는 소박하지만 센스있는 가게 외관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주문을 해봅니다. 자자. 다른 가게와 다른 점을 찾아볼까요. 커피 견문록을 성실히 따라왔던 독자들이라면 금방 찾아낼 수 있을겁니다.

     

    정답은. 플렛화이트와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입니다. 플렛화이트에 대해선 지난 카페 보통편에서도 간단히 설명해드린적이 있습니다. 카푸치노와 비슷한 메뉴입니다. 에스프레소 1-2샷에 카푸치노에 들어가는 스팀밀크의 1/3정도가 들어갑니다.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유를 반으로 나누어 반은 커피와 섞고 반은 우유 거품으로 올리는 점이 특이사항입니다. 카푸치노보다는 우유와 커피가 본격적인 결합을 하는셈이죠. 카푸치노가 연애 초기의 풋풋한 커피라면 플렛화이트는 사랑이 커피와 우유가 서로 불타오르는 사랑에 빠지는 단계라고 할까요. 핫핫. 그만큼 만들기도 힘들고 에스프레소가 우유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맛없기 짝이없는 커피가 될 수 있는 메뉴입니다. 싱글 오리진 커피는 역시 지난 리뷰 아이두편을 보셨다면 아실겁니다. 보통 포레스트에선 퍼플레인(프린스의 노래 제목이죠)과 도어즈(맞습니다. 밴드 도어즈.) 블렌드를 이용해 커피를 만든다고 합니다. 싱글오리진의 경우 이벤트성으로 내놓는다고 하네요.

     

    역시 저는 플렛화이트를 골랐습니다. 드립메뉴도 맛보고 싶었기에 케냐를 골랐습니다. 카라티나가 산미가 조금 덜하다기에 선택했구요. 커피 이름들을 보니 스페셜티를 취급하는듯 합니다.

     

     

    두둥. 머신은 시네소입니다. 라마르조꼬가 머신계의 베엠베(BMW)라면 시네소는 머신계의 벤츠정도 되겠네요. 뉴욕에서 인상깊었던 샵 카페 그럼씨에서 시네소를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 상수동에 있는 무연탄 카페에서도 리네아를 없애고 시네소를 사용하고있죠. 우수한 성능으로 점점 많은 바리스타의 사랑을 받고있습니다.

     

     

    좌측에 보이는 정수기는 에바퓨어. 홍대 헤이마, 사당동 커피 소사이어티편에서 상세하게 소개해드린 바 있지요. 그라인더는 드립용으로 말코닉, 에스프레소용으론 콤팍과 메저그라인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두 훌륭한 그라인더죠. 시네소부터 시작해서 정수기, 그라인더까지. 셋팅으로 치면 멘하탄에 진출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두둥. 로스터는 기센 W1. 겨울 안으로 W6가 합류한다고 하네요. 부자 카페입니다 부자 카페. 프로밧 로스터를 만들던 사람들이 새로 만든 네덜란드 브렌드죠. 저의 드림 로스터이기도 합니다.

     

     

     

    드립커피 사진은 이해해주세요. 찍고 확인하니 이렇습니다.

     

    플렛화이트는 놀라웠습니다. 말린 자두를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인상적입니다. 첫모금에선 부드러운 캬라멜 느낌이 나면서 마지막엔 자두향이 느껴지며 목으로 넘어가는, 아주 인상깊은 커피였습니다. 퍼플레인 블렌드를 사용했다고 하던데, 에스프레소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우유와 커피의 벨런스가 훌륭한, 최고의 플렛화이트였습니다.

    드립커피도 역시 벨런스가 훌륭했습니다. 적절한 신맛과 단맛 그리고 에프터도 훌륭하더군요. 주인장의 설명으론 샵에서 쓰는 가장 고급 스페셜티 커피라고 합니다. 식어도 신맛이 도드라지지 않는, 인상깊은 커피였습니다. 사랑스럽네요.

     

     

     

    인테리어는 뭐. 커피에 비하자면 뭐. 보통입니다. 보통.

     

     

    포레스트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입니다. 방향제로 원두를 무료로 주더군요. 잘못 로스팅한 원두를 처분하는 것이죠. 보통은 커피 찌꺼기를 가져라가라고 하는데 여기선 원두를 줍니다. 잘못 로스팅된 커피는 아깝더라도 버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거죠. 장인정신이 느껴집니다.

    얼핏 살펴보니 저건 그냥 가져가서 갈아먹어도 맛있을것 같습니다. 프렌차이즈에서 묵은 원두 사느니 차라리 여기에서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방향제 가져가다 먹는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드립바와 판매하는 원두들입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사먹을만 합니다. 최상의 생두로 볶은 최고의 커피.

     

     

     

     인테리어는 소소. 의자가 불편하고 화장실이 조금 더럽습니다. 참고하세요.

     

    생두 좋은거 쓴다고 은근슬쩍 홍보하네요.

     

    이상 카페 포레스트 리뷰였습니다.

     

    • 카페 포레스트 포인트 - 트렌디한, 최고급 사양의 머신을 사용하는 맛있고 멋있는 카페
    • 카페 포레스트  미스 포인트 - 의자가 불편하고 화장실이 조금, 아주 조금 더럽다는 애로사항
    • 카페 포레스트  포 미 - 당분간 연구대상. 플렛화이트가 먹고싶다면 단숨에 달려가리.
    • 카페 포레스트 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8번출구로 나와 보이는 골목으로 우회전. 따라올라오다 좌회전. 홍익 숯불갈비와 패밀리마트 사이로 직진하고나면 보이는 왼쪽 첫번째 골목.

    뱀발. 스타벅스의 신상 리프레셔를 마셔봤습니다. 그린 빈 추출액이라뇨. 볶지 않은 커피를 가공해 원액을 만들고 라임 혹은 블렉베리를 섞어 음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편으론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엉뚱하기도 하네요. 너무 궁금해 마셔보고 싶어 벼르고 있다가 드디어 마셔봤습니다. 라임맛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은은하게 생두맛이 느껴지네요. 마셔보기가 두렵다면 생두를 씹고 라임에이드를 드시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아실듯 합니다.

    가볍게 즐길수 있는 커피음료네요.

    커피라고 하기엔 어색합니다. 커피는 보통 로스팅 과정에서 생두에 일어나는 화학작용에서 그 맛과 향이 결정되거든요. 이건 뭐 볶지도 않았으니 리조또라고 할수도 없고. 뭐 여튼. 궁금하면 드셔보시길 :)

     

    추신 : 상호가 변경됐습니다. 테일러 커피(Tailor Coffee)로 로스터와 바리스타는 동일합니다. 위치와 상호만 변경됐다고 하네요. 서교동 329-15/02-335-0355 입니다. 찾으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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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의 카페투어입니다.

    그간 군복무로 인해 잠시 중단했던 카페투어를 다시 시작합니다. 아직도 나라를 지키고(?)있지만 이제는 종종 주말에 시간이 나기 때문이죠. 남들은 휴가 나오면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커피->맥주->커피->맥주를 즐기다 복귀하곤 합니다. 위장을 버리기에 딱 좋은 테크트리죠. 짬밥에 익숙해졌던 미각이 맛있는 맥주와 커피를 만나면 극대화되어 쾌감을 주기 때문에 멈출수가 없습니다. 당분간은 이렇게 지낼것 같네요. 맥주는 어디서 마시냐구요? 그건 나중에 카페 투어가 끝나면 리뷰해보겠습니다 :)

     

    얼마 전, 이태원에 있는 쿠바풍의 바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일행 모두가 지쳐있었던 새벽 3시의 일이었죠. 우리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 바에 갈 수 있었던건 인테리어 덕분이었습니다. 활짝 열린 창문 안으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는 지나가는 사람을 발목을 잡는 묘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가게를 정리하던 사장님은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 잔 정도는 괜찮다며 자리를 안내하셨습니다. 32년된(?) 과테말라 럼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제 기억이 맞다면요). 라디오를 틀어놨다곤 하셨는데 음악도 묘하게 분위기와 어울렸습니다. 피곤함과 취기가 시가향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기억을 만들어줬습니다.

     

    홍대를 비롯한 곳곳 카페들은 종종 '이국적인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추구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카페들은 대부분 작위적인 느낌을 주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태원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실제로 외국인 비율도 높고 카페나 바를 이용하는 손님들도 외국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그렇다보니 이국적인 카페와 바가 자연스럽게 생겨나죠. 오늘 소개할 '보통'이라는 카페도 이태원에 자리잡은 이국적인 카페입니다.

     

     

     

     

    사진만 놓고보면 여기가 유럽인지, 한국인지 헷갈릴게 분명합니다.

    카페 보통입니다.

     

     

    너무나 감각적인 인테리어 덕분에 문을 열고 들어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문부터 해보죠. 우선 이곳은 로스터리 샵이 아닙니다. 원두는 모두 홍대의 '포레스트'라는 카페에서 공수를 해옵니다. 포레스트는 기센(Giesen) W1을 사용하며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합니다. 드립 메뉴는 매번 달라집니다. 코스타리카는 다른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샵에서도 먹어본 것 같네요. 역시 좋은 콩은 돌고 돕니다. 메뉴에서 보이는 특이점은 플렛화이트(Flat White)를 판다는 점입니다. 카푸치노와 비슷한 메뉴입니다. 에스프레소 1-2샷에 카푸치노에 들어가는 스팀밀크의 1/3정도가 들어갑니다. 미국이나 영국 혹은 호주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메뉴죠. 일전에 소개해드린 뉴욕의 샵들에서도 코르타도(Cortado, 커피와 스팀밀크가 1:1)와 함께 판매하고 있죠.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메뉴. 보통의 이국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주문을 하고 매장을 둘러봅니다. 멀리 모카마스터가 보이네요. 드립을 모카마스터로 하냐고 물어보니, 주인장께선 바쁜 아침에만 사용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앞에 보이는건 맛있는 베이커리네요.

     

     

    에스프레소 머신은 이태리제 비비엠메(Vibiemme)입니다. 가격대비 성능이 좋으며 듀얼보일러를 사용해 온도 보전이 잘된다는 주인장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저도 잘 접해보지 못했던 머신이라 자세히 설명해드리진 못하겠네요. 그라인더는 콤팍입니다. 요즘 쓰는 곳이 꽤 많더군요. 드립용 그라인더는 사진에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말코닉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좋은 그라인더를 쓰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그런 말이 있죠. 휼륭한 바리스타는 가장먼저 좋은 그라인더에 투자를 한다고. 제 아무리 훌륭한 원두가 있어도 그라인더가 좋지 않으면 힘을 낼 수 없습니다.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으니 주인장께서 커피에 관심이 많으시냐고 물어봅니다. 이럴땐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긁적이며, '네, 좀 좋아합니다' 라고 부끄럽게 대답했습니다. 짧은 머리가 눈에 띄던지 단박에 군인임을 알아보시더군요. 덕분에 군인찬스, 휴가 찬스로 맛있는 멜론도 얻어먹었습니다.

     

     

     

    메뉴가 나오는동안 카페를 둘러봅니다. 휴지를 누르고 있는 템퍼와 사탕처럼 생긴 천연 설탕이 눈에 띕니다. 좋은 설탕은 커피의 맛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스르르 녹고 있던 아이스 라떼에 두 알 정도 첨가해 먹었습니다. 자극적인 단맛이 없어 좋았습니다. 넣은듯, 넣지 않은 듯 솟아오르는 설탕이 참 매력적이더군요.

     

    아아. 그러니까 저도 커피에 가끔씩 설탕을 넣습니다. 얼음때문에 커피맛이 변하거나 너무 식어서 신맛이 치고 올라올땐 설탕을 사용하죠. 가끔씩 에스프레소를 먹을때 설탕을 넣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씩요. 좋은 커피라면 설탕과의 조화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해서 그렇습니다만, 내부 인테리어도 참 훌륭합니다.

     

    사실, 손님이 꽤 많이 있어서 요래저래 피해서 찍느라 좋은 사진을 많이 놓쳤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직접 가보시길!

     

     

     

     

    제가 주문한 메뉴는 에스프레소 더블, 플렛화이트, 아이스 라떼, 아이스 드립(인도네시아)입니다. 같이 갔던 일행분들이 있어서 방정맞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플렛 화이트는 훌륭했습니다. 착착 감기는 맛이랄까요. 블랙커런트의 느낌이 났습니다. 홍차의 맛이 느껴졌달까요. 고소하고 부드러웠습니다. 근래 먹은 에스프레소 음료중에선 단연 최고였습니다. 아이스 라떼도 비슷했습니다. 여름이라 상콤한 맛을 기대했습니다만, 그렇지는 않더군요. 대신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드립 또한 적절한 산미와 균형감이 느껴졌습니다. 모든 메뉴가 평균이상이네요. 그래도 고르라면 전 플렛화이트를 추천합니다.

     

     

     

    저 안쪽에 보이는 회색 그라인더가 말코닉 그라인더입니다. 신형이라더군요. 안쪽으로 하리오와 멜리타 드리퍼가 보입니다.

     

     

     

    카페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더니, 주인장님께서 슬며시 방명록을 내미셨습니다. 몇자 적고 왔습니다. 뭐라고 적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직접 가셔서 확인해보시길 :)

     

     

    곳곳에 보이는 '보통'의 이미지. 제가 마신 커피가 '보통'의 커피라는 것을 각인시켜줍니다.

     

     

     

    바깥으로 보이는 연두색의 외벽은 이국적인 정취를 더해줍니다. 주차된 차들이 없었더라면 더 멋진 장면들이 나왔을것 같네요.

     

    짧은 외박을 해외여행처럼 느끼게 해 준, 즐거운 커피 한 잔이었습니다 :)

     

    • 카페 보통 포인트 - 이국적인 분위기, 플렛화이트, 평균 이상의 커피맛 그리고 선곡
    • 카페 보통 미스 포인트 - 로스팅까지 보통의 로스팅이었다면? 비비엠메가 아닌 라마르조꼬였다면? 하는 일말의 아쉬움.
    • 카페 보통 포 미 - 이태원에 갈 일이 있다면 카페는 보통. 
    • 카페 보통 가는 길 -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1번출구 이용. 육교를 건너 언덕길을 따라 이태원을 향하는 길로 올라가다 보면 카페 보통이 보인다. 이태원역에서 나올 경우 역시 1번 출구를 이용. 녹사평역으로 가는 방향에 언덕길이 보인다. 쭉 따라 올라가다보면 보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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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타나베 히로시는 '청중의 탄생'에서 비르투오소(Virtuoso)라 불렸던 리스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서커스 못지않은 초인적인 기교와 화려한 연주를 장기로 내세운 그들은 곧 청중을 매료시켜 인기를 얻었다'고 말이죠. 여기에 역자는 비루트오소라는 말이 기교적인 면이 뛰어난 연주나 연주자를 가리키는 말이면서, 동시에 기교적인 면은 뛰어나지만 감정이나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역주를 달아놓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최근에 소개해드린 카페들은 죄다 '비르투오소'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상급의 생두와 로스터 그리고 각종 대회를 휩쓴 바리스타 그리고 화려하고 깔끔한 카페 인테리어까지. 커피한잔은 그런 면에서 그간 소개해드린 '비르투오소 카페'와 거리가 먼 곳입니다. 커피한잔은 세련되고 멋진, 초인적인 기교와 화려한 추출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곳이 아닙니다.  



    카페에는 사장님이 멋대로 가져다 놓은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손수 만드신 숯불 로스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지요. 커피 맛도 그렇습니다. 인기 있는 생두를 가져다 놓기보다 커피한잔에 있을법한 커피를 커피한잔의 방식으로 볶아냅니다. 어디에도 없을법한 이곳의 바리스타 '오리온'은 언제나 정성스레 그만의 방법으로 커피를 내려줍니다.

     

     


     

     

    사장님께서 손수 만드신 화덕은 카페 앞을 지나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입김이 하얗게 서리던 계절이면 언제나 먹고 싶은 호떡을 만들어주는 기특한 화덕이었죠. 지금은 잘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들 음악을 듣고 싶을 땐 어디를 가시나요? 뒤늦게 고전음악에 관심이 생겨 서울에 있는 '음악 감상실'을 찾아보았는데, 최근 2-3년 사이에 그럴싸한 곳들은 죄다 사라졌더라고요. 그래서 음악이 듣고 싶을때면 전 커피한잔을 찾습니다. 카페 한 쪽에 얌전하게 자리 잡은 엘피장에서 보물같은 음반을 찾아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커피한잔에선 시선을 어디다 두든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건 어디서 다 모았는지는 모르겠네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사장님의 콜렉션(?)은 끊임없는 대화의 소재를 마련하는 역할도 합니다. 누구든 이곳에선 자신의 추억 속에만 있던 물건들을 발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커피한잔은 탄화식 배전을 합니다. 탄화식 배전은 숯불을 열원으로 사용해 로스팅하는 일본방식이죠. 그럼 탄화식 배전은 일반 로스팅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 그것은 바로 미묘한 '불맛'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로스터리 샵은 열풍식 로스터를 사용합니다. 이에 반해 이곳에서는 숯불에 직화로 콩을 볶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최근에 사장님이 새로 만드신 로스터입니다. 이전에 쓰던 작은 로스터기가 여러모로 불편해져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말 그대로 세계에서 오직 한대만 있는 로스터입니다. 모두 사장님이 직접 설계하고 만드셨다고 하네요.


    커피 맛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드립커피, 에스프레소 메뉴 모두 평균 이상입니다(평균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게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가 커피한잔에 대해 이런말을 하더군요. '요즘 커피 업계에서도 Q-Grader와 같이 자격 열풍이 부는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커피에서 자격증은 큰 의미가 없지요. 가령 커피한잔 사장님이 커피 자격증이 없다고 사람들이 그곳에 안가는 건 아니잖아요. 왜냐하면 그곳에는 자격증 이상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죠.' 

    • 커피한잔 포인트 - 탄화 배전, 그 밖에도 다른 카페에선 찾을 수 없는 분위기, 커피 맛. 
    • 커피한잔 미스 포인트 - 새로운 로스터의 등장. 아직은 포인트 잡는 중
    • 커피한잔 포 미 - 일주일에도 두세번. 음악도 듣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 커피한잔 가는 길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출구로 나와 직진. 사직 공원이 보이면 배화여자대학 방면으로 우회전. 직진하다보면 아파트가 나오고 사직동 그 가게가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커피한잔.
      버스 이용시 171, 272, 601, 606, 607, 708 그리고 725를 타고 사직단에서 하차. 사직공원 옆 골목 배화여자대학 방면으로 직진.

    추신 : 노란코끼리의 메인로스터가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후의 노란코끼리 로스팅은 누가 진행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리뷰당시와 커피맛이 상이할 수 있습니다.


    추신 : 얼마전, 카페 노란코끼리가 로스터리로 전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장소는 원래의 매장이 있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원두판매, 교육, 다양한 프로그램등에 집중한다는 소식이네요. 주소는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10-1번지입니다. 망원시장 근처에 있습니다. 전화 혹은 인터넷으로도 원두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얼마 전, 커피 잡지 로스트(Roast)에서 중소규모 로스팅 팩토리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미국같이 커피소비가 많은 나라에선 로스팅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소신을 잃지 않고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는 중소규모 로스팅샵 커피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소비용/최대효용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로스팅을 하는 기업의 커피와는 다르게 중소규모의 로스터들은 양질의 커피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커피에 대한 열정과 소신 그리고 로스터의 이름을 건 커피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로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카페(혹은 커피랩)이 생기고 있습니다. 연남동 커피 리브레를 필두로 로스팅을 전문으로 하며 커피 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샵들이 증가하고 있죠. 이들은 각자의 철학과 커피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커피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은 우리의 카페 문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노란코끼리는 소규모 로스팅 샵입니다.

    노란코끼리라면 북카페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거에요. 맞습니다. 지금의 카페 헤이마가 있던 자리에서 북카페 노란코끼리가 이 노란코끼리 맞습니다. 그 노란코끼리가 우여곡절 끝에 가게의 컨셉을 바꾸고 새로운 경영진이자 로스터를 영입해 작년 9월 성미산 마을 근처에 다시 카페를 열었습니다.

    성미산 마을과 그 주변은 자전거를 타기에 러블리한 환경이죠. 노란코끼리가 성미산 마을 근처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며칠 전 부터 자전거를 탈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날은 좀 추웠지만, 한적한 동네를 골목골목 탐방하다 노란코끼리에 도착했습니다.

     

    북카페의 흔적 혹은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위한 노란코끼리의 작은 발걸음 정도 되겠네요 :)

    노란코끼리 로스터는 양질의 커피를 판매하기 위해 오늘도 커피 연구에 여념이 없습니다. 특히 노란코끼리 원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디자인'입니다. 투명 플라스틱 통에 각 원산지별 특징이 잘 드러난 라벨은 다른 카페에선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이죠.

     

    저 예가체프 오가닉은 얼마 전 제가 볶아보기도 하고 먹어보기도 한 커피에요. 딱 저 그림이 표현하는 맛이었습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란 말이 있죠. 그러나 노란코끼리의 커피는 라벨로 평가하는 게 딱입니다.

     

    로스터는 T3와 태환입니다. 기계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바탕이 된 로스팅은 노란코끼리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은 단 하나. 여름에 사용하는 야외테이블까지 세 개가 있네요. 매장을 확장하려는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여튼, 이곳에선 테이크아웃을 포함해 커피를 팔고 있습니다. 원두를 구매하고자 하는 분들께는 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자, 여기서 또 노란코끼리의 로스팅 철학이 빛을 냅니다.
    노란코끼리의 싱글오리진 추출은 모두 클레버(Clever)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분량의 그라인딩 된 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누구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기구죠. 노란코끼리 로스터는 누가 내리든 동일한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합니다. 최근에는 커피메이커에 맞는 로스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커피메이커로 내려도 맛있다면, 그게 정말 맛있는 커피라고 노란코끼리는 생각하기 때문이죠.

    로스팅에 대한 화학적인 분석을 다룬 책. 무려 40만원이나 합니다.

     

    원두와 함께 판매하는 커피용품들. 저 가운데 있는 게 클레버입니다. 보기만 해도 간편해보이지 않습니까?

     

    커피맛은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보통 클레버를 이용한 추출에선 밋밋한 맛이 많이 납니다. 하지만 이곳의 원두는 그런 클레버 추출의 단점을 잘 보완했더군요. 니카라과를 마셨는데 산뜻하고 풍부한 향미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내부에 있는 유일한 테이블.

     

    노란코끼리는 지역사회와 연대를 꿈꿉니다. 주변 사무실에 신선하고 맛있고 간편한 커피 공급, 성미산 마을과 유대한 커피 판매, 독립잡지 후원, 해외 결연아동 후원 등은 노란코끼리가 하고자 하는 혹은 하고있는 일들입니다. 앞으로의 노란코끼리가 더 기대되는 이유죠.

    노란코끼리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원두를 판매합니다. 지금은 인터넷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라 전화 주문만을 받습니다. 전화는 02.334.5889/ 이메일 coffee@yellowko.co.kr /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Yellownoko

    • 노란코끼리 포인트 - 누가 만들어도 맛있는 원두. 새로운 감각. 지역사회와의 연대.
    • 노란코끼리 미스 포인트 - 아직 인터넷 공간은 공사 중. 메인 간판도 역시 공사 중.
    • 노란코끼리 포 미 - 당장에 먹을 원두가 없다면? 노란코끼리가 정답.
    • 노란코끼리 가는 길 - 지하철 6호선 망원역 1번 출구로 나와 좌회전. 보이는 골목으로 좌회전. 차도가 보이는 골목이 나오면 역시 좌회전. 오른편을 쭉 보면서 따라가다 보면 작은 간판의 노란코끼리를 발견할 수 있다. 주소는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57-1번지 1층.

    추신 : 얼마전, 카페 노란코끼리가 로스터리로 전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장소는 원래의 매장이 있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원두판매, 교육, 다양한 프로그램등에 집중한다는 소식이네요. 주소는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10-1번지입니다. 망원시장 근처에 있습니다. 전화 혹은 인터넷으로도 원두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추신 : 노란코끼리의 메인로스터가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후의 노란코끼리 로스팅은 누가 진행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리뷰당시와 커피맛이 상이할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Variation)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베리에이션은 커피만 들어갔지 거의 음료수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몇몇은 커피가 가진 잠재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저는 웬만해선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를 시킬 만큼 베리에이션을 즐겨먹진 않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활용해 만든 음료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WBC나 각종 바리스타 대회에서도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추출하는 것과 함께 시그네쳐 드링크(Signature Drink)를 주요 평가기준에 넣습니다. 커피와 잘 어울릴만한 배합을 찾아내서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것도 바리스타가 갖춰야할 능력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오늘 방문할 카페는 이영민 바리스타(CBSC International CoffeeLab)가 운영하는 커피시드입니다. 이영민 바리스타는 각종 국내, 국제 커피대회에서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합니다. 이영민 바리스타의 명성과 함께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아메리콜라'를 마셔보기 위해 커피시드를 찾았습니다.

    합정역에서 나와 골목길로 걸어가길 5분, 커피시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간 네비게이션이라 불리는 저조차도 잠시 머뭇거릴 정도로 애매한 위치에 있더군요. 처음 가시는 분들은 고생 좀 하실 것 같네요.

     

     

    깜짝 놀란 아이패드 메뉴판. 알고 보니 사장님이 애플 제품을 엄청 좋아하신다고. 메뉴판에서 가장먼저 볼 수 있는 베리에이션 메뉴들. 메뉴판에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루이보스티를 바스켓에 눌러 담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것을 베이스로 만든 베리에이션 음료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하더군요.

     

    싱글오리진 커피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됩니다. 일반적인 커피포트와 같은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모카마스터, 케멕스, 사이폰 그리고 더치툴이 보입니다. 같은 원두도 어떤 방식으로 추출하냐, 얼마나 기구에 맞춰 좋은 추출을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궁금하신 분들은 종류별로 드셔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 

    머신은 라마르조꼬 리네아. 그라인더는 메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로스터는 역시 프로밧.

     

    이미 들여온 COE생두를 볶아 판매하는 것을 제외하곤 커피시드에서는 커머셜급 생두만을 사용합니다. 스페셜티커피는 좋은 품질을 보장하지만 이를 고집하다보면 자연스레 커피와 원두 가격도 오르게 됩니다. 이영민 바리스타는 스페셜티를 사용해 커피를 고급화하기보다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철학 하에 커머셜급 생두를 사용합니다.
    스페셜티 커피 바람이 불면서 너도나도 스페셜티를 외칩니다. 하지만 스페셜티를 외치는 수많은 샵들이 스페셜티 커피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지, 사용하더라도 그것을 얼마나 잘 볶고 활용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정말 훌륭한 로스터라면 커머셜급이더라도 훌륭한 생두를 찾아내고 잘 볶아내죠. 커피시드는 여기에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은 모두 이영민 바리스타가 손수 모은 것들이라고 하네요.

    책장에는 커피와 여행관련 서적들이 가득 :)

     

    콜라와 에스프레소를 배합해 만든 아메리콜라 그리고 리필로 마신 에스프레소. 아메리콜라는 맥콜을 연상케 하는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알싸한 에스프레소가 뒷맛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맥콜과는 확연히 구분됐죠. 레몬 향과 한 모금 들이키고나서 오랫동안 남아있는 에프터테이스트 또한 매력적이었습니다. 커피와 콜라의 장점이 잘 융합된 재미있는 메뉴였습니다.
    에스프레소는 고소하고 텁텁했습니다. 마시고 난 후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오래 남아있었습니다. 텁텁함도 조금 남아있다는 면에서 클린컵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만한 맛이네요. 아메리카노로 만든다면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 카푸치노로 만든다면 조금은 싱거운 맛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습니다. 저 비닐하우스(?)안은 의외로 따뜻했습니다. 튼실하고 빵빵한 난로 덕분인것 같네요 :)

     

    매장 위층에는 커피랩이 있습니다. 살짝 안을 들여다보니 커핑룸이 보였습니다.

     

    유럽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인증한 교육자격증입니다. 교육은 2층 커피랩에서. 전문가 양성교육부터 취미반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매장에 문의해보시길 :)

     

     

    호주에서 직접 공수해왔다는 양털시트가 눈에 띕니다. 앉아보니 정말 포근하더군요. 집에 가져가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하기에 패쓰.

     


    • 커피시드 포인트 -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커피시드만의 베리에이션.
    • 커피시드 미스 포인트 - 호불호가 명확한 에스프레소. 곧 죽어도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분에게는 아쉬운 곳. 
    • 커피시드 포 미 - 다양한 메뉴, 다양한 추출방식. 궁금해서라도 다시 찾아야 할 곳.
    • 커피시드 가는 길 -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3-4번 출구 사이의 골목으로 직진, 삼거리가 나오면 좌회전. 맛있는 쿄토가 나오면 역시 좌회전. 보이는 첫 번째 골목 이자카야가 보이면 우회전. 커피시드와 CBSC Coffeelab을 만날 수 있다. 자세한 약도와 전화번호는 홈페이지 참조. http://cafe.naver.com/cbsc/
    뉴욕 카페 기행. 두 번째입니다.

    미국은 커피 소비량이 많은 나라입니다. 에스프레소에 기반을 둔 음료가 발달한 것은 미국(혹은 유럽)의 커피 소비 행태와도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추출은 길어도 30초를 넘지 않습니다. 숙련된 바리스타라면 라떼아트를 하더라도 1-2분 안에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어낼 수 있고요. 이에 비해 드립커피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아무리 빠르게 내리더라도 한 번 추출에 5분은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카페에서나 길게 늘어져있는 줄을 본다면, 왜 아메리카노(Americano)라는 말이 만들어졌는지 이해가가실겁니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아메리카노는 바쁜 카페인 소비가 많고 바쁜 뉴요커들에게 제격이기 때문이죠.

    오늘 소개할 두 카페는 그야말로 뉴욕 '골목 카페'입니다. 아침마다 출근길 바쁜 뉴요커들이 잠시 들러 커피를 가져가는 그런 카페죠.

    우선 조Joe 카페입니다. 뉴욕에 조Joe는 여러 곳에 매장이 있더군요. 저희가 들른 카페는 그 중에 Colombus Avenue (West 85th Street)에 있는 매장이었습니다. 이 카페가 있는 동네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몇 블럭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부촌입니다. 유럽풍의 소규모 고급 레스토랑과 오래된 아파트들이 인상적인 골목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간편한 차림으로 카페를 찾습니다. 점심시간에 슬리퍼를 끌고 온다거나 운동복을 입고 가볍게 러닝을 하면서 카페 문을 열죠.

     

    메뉴판입니다. 여기선 드물게 드립커피를 내려주네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Pour Over가 드립을 이야기하는 듯 하네요. 12시 이후부터 제공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출근시간에는 드립커피를 하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네요. 그 밖에 미리 추출해 놓고 따라주기만 하는 드립커피는 11시까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 400g(혹은 350g)이 기본 포장입니다. 이렇게 원두를 잔뜩 진열해놔도 잘 팔리는 걸 보면 얼마나 커피소비가 많은지 짐작하실 수 있을거에요.

    뉴욕에서 라마르조코 찾기는 울산에서 소나타 택시 찾기 정도로 쉽습니다. 여기 조 Joe에서도 라마르조코

     

    뉴욕에서 하리오 드립셋트를 판매하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었습니다(제가 들른 6개의 매장 중에서는 유일). 제가 매장에 있는 동안에도 여러 사람들이 드립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직원에게 물어보더군요. 케멕스를 포함하여 드립커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뉴욕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네요.

    다양한 재료들. 커피에 마음껏 섞어 드시면 됩니다.

     

    코르타도와 아이스 카페라떼.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워낙에 스텀타운 커피와 김미커피가 강한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기도 하죠.

    김미 커피가 얼마나 맛있었냐고요?
    그럼 김미커피를 찾으러 떠나볼까요-

     

    리틀 이태리(Little Italy)는 아기자기한 동네입니다. 유럽풍 건물들이 즐비해있고 작은 골목골목 사이로는 소규모 상점들이 도도하게 불을 밝히고 있죠. 김미커피는 리틀이태리의 228 Mott Street (Prince Street)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두근두근. 김미커피를 방문하기에 앞서 리클컵케익에 방문합니다.

    군침이 돌게 만드는 이 작은 컵케익들은 모두 3달러. 간단히 아침식사도 할 겸 케익 몇 개를 골랐습니다.

     

    조각케익과 타르트도 있네요. 이것들은 모두 가게 옆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베이커리에서 만들어집니다. 주방이 모두 비치도록 투명 창으로 만들어진 베이커리에서 두 명의 주방장이 열심히 케익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커피는 팝니다. 일리커피를 사용한다고 광고판까지 내놓았네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뉴요커들은 이 집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50m만 직진하면 더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케익을 고르는 동안에도 여러 명의 손님들이 왔지만 아무도 커피를 사지 않았습니다. 다들 저와 같이 김미커피로 향했죠. 심지어 이 가게 앞 벤치에서 케익을 먹는 손님의 손에도 김미커피가 있었습니다.

    컵케익을 들고 방문한 김미커피. 작은 매장 안에는 벌써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차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카페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머신은 역시 라마르조꼬입니다.

     


    메뉴판입니다. 정말 저렴합니다. 심지어 개인 컵을 가져오면 할인까지 해줍니다. 맛있는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김미커피가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케멕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이미 공정무역(Direct Trade)는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김미 커피에서도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트렌디하며 멋있고, 의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생두를 구매할 수 있죠.

    아이스 라떼를 시키고 브라질도 시켰습니다. 미리 추출해놓고 따라마시는 시스템입니다. 브라질을 마셔봤는데 깔끔하고 맛있었습니다. 산미도 살아있고 부드러웠죠.

     

    커피에 대한 상세한 설명. 좋은 커피에 대한 자부심으로 느껴집니다.

    이 곳의 아이스라떼는 정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커피에서 자몽맛이 느껴지지 않냐고 물어봤을 때, 그럴거면 자몽을 사먹지 왜 멍청하게 커피에서 자몽을 찾느냐고 대답할 만큼 시크했던 어머니께서도 이 라떼는 뭔가 다르다고 인정하셨습니다. 한 모금 머금었을 때 퍼지는 향이 엄청났습니다. 상큼하면서도 베리향 살아 숨쉬는 느낌이었어요. 거기에 바디감까지 살아있고 목넘김 또한 훌륭했죠. 올 한해 먹어본 아이스라떼 중 베스트였습니다(2위는 여름에 헤이마 라임 바리스타가 내려준 아이스라떼!). 어머니도 이 맛에 반하셔서는 다음날 또 마시러 가자고 조르셨답니다. 결국 김미커피는 출국 당일 아침을 포함해 3번을 방문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컵케익 가게에서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지 알았습니다.

    뱀발. 너무 맛있어서 홈페이지 전격 방문(http://www.gimmecoffee.com/). 소량 로스팅으로 승부를 본다고 합니다. 유명한 김미커피 블렌드는 이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같이 주문해 먹었으면 할 정도로 그 맛이 그리워지네요. 매장은 여러군데 있으니 뉴욕에 사시는 분은 참고하셔서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  뉴욕 커피 기행 - 일주일간의 뉴욕 카페 탐방
    카페 지도와 상세 주소 그리고 안내
    http://beirut.tistory.com/199
  • 스텀타운 커피 로스터즈 Stumptown Coffee Roasters
    http://beirut.tistory.com/212
  • 조 Joe 김미커피 Gimme! Coffee
    http://beirut.tistory.com/215
  • 카페 그럼피 Cafe Grumpy, 써드레일 커피 Third Rail Coffee
    http://beirut.tistory.com/252

  •  추신: 매장을 역 근처로 옮긴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확실치 않습니다만, 방문하기전에 미리 샵에 연락을 하고 가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추가(2013.02.17.) : 카페 소사이어티 본 매장은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가고 소사이어티는 방배동에 커피 프레지던트라는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전화는 02-532-3578, 주소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753-7. 빨간색 기센 로스터는 그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곧 리뷰를 진행할게요 :)

    제가 좋아하는 맛집 블로그 '건다운의 식유기'에서는 가장 좋은 음식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싸고 맛있는게 최고의 음식이다. 비싼면서 맛있는 음식은 당연한 것일 뿐이다'. 저는 이 정의가 커피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마실수 있을 만큼 부담없고 저렴한, 그러면서도 맛있는 커피는 최고의 커피입니다. 

    오늘 소개할 사당동의 커피 소사이어티의 아메리카노는 3500원입니다. 테이크 아웃이 아니라면 서울에선 찾아보기 힘든 가격이죠. 여기에 COE(Cup of Excellence, 자세한 설명은 아래) 커피가 7천 원입니다. 건다운님께서 카페 탐방까지 하셨더라면 아마 이 곳을 극찬하셨을겁니다.

    커피소사이어티에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합니다. 사당 혹은 이수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야하죠. 하지만 아파트단지에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덕분에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카페 내부의 모습입니다. 여기까진 봤을 땐 평범한 동네 카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카페 속은 모른다고. 커피를 맛보지 않고서야 어찌 이 카페에 대해 평가를 하겠습니까!

     


    커피소사이어티는 COE 혹은 프리미엄급의 생두를 사용합니다. COE(혹은 ACE, Alliance for Cup of Excellence)는 남미를 중심으로 결성된 커피 단체로 매년 커피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인 르완다를 제외하고, 브라질,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멕시코, 콜롬비아 등의 남미국가가 회원국으로 있습니다. COE 대회에선 3주의 대회기간동안 국가별, 농장별로 출품된 생두에 대해 평가를 합니다. 심사위원은 최소 5회 이상의 커핑을 통해 점수를 매기고, 상위 10위권에 든 커피를 다시 평가합니다. 여기서 85점 이상을 받은 고득점 생두들은 옥션에 참가할 기회가 부여됩니다. COE맴버로 가입된 카페나 단체들은 이 옥션에 참가하여 커피를 구매하죠. COE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커피는 일반 생두에 비해 몇 배나 높은 가격에 낙찰 됩니다. 농부들은 여기서 얻는 수익의 80%를 가져갑니다. COE의 강점은 여기있습니다. 농부들은 합리적인 경쟁을 통해 고품질의 생두를 공급하고 합리적인 수익을 보장받습니다. 바이어들은 질 좋고 출처가 명확한 커피를 경쟁을 통해 구입하고, 좋은 가격에 판매를 할 수 있죠.

    COE생두는 가격도 비쌀뿐더러 구입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 COE스티커는 더 빛을 내는가 봅니다. 많고 많은 커피용품중에서 유독 COE스티커만이 눈에 띄네요.

    이 곳의 COE생두 혹은 프리미엄급 생두는 모두 매혹적인 빨간색 기센(Giesen, 스티머스에서 사용하는 로스터)을 통해 볶아집니다. 좋은 생두에 훌륭한 로스터기 그리고 커피를 사랑하는 로스터까지. 얘기만 들어도 맛있는 커피가 상상이 되고 군침이 흐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시모넬리 아우렐리아를 사용하고 있구요.

    맛있는 커피는 90% 생두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10%의 90%는 로스팅이구요. 이곳 커피는 99% 완벽합니다. 나머지 1%는요? 여러분이 평가하시길 바랍니다 :)

    정수기는 홍대 헤이마에서 쓰는 것과 같은 에바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COE 생두의 향연에 놀라셨다면 이제 가격에 놀라실 차례입니다. 아메리카노가 무려 3500원. 여기에 테이크아웃까지 하면 3000원. COE 혹은 프리미엄 생두(COE와 맞먹는 고급 생두)를 사용한 블렌딩치곤 말도안되는 가격이죠. 남는 게 있을지, 가게는 잘 운영되고 있는지 손님이 걱정하게 만드는 훌륭한 샵입니다.
    드립 커피의 가격도 컵오브엑설런스 상위권 커피라고 생각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사장님의 자비로움의 끝은 어디까지일까요. 일단 메뉴판 앞에서 넙죽 절을 하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습니다.

    보통 처음 가는 카페에 들르면 카푸치노를 시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메리카노를 시켰습니다. 바리스타께서 이 곳의 에스프레소 블렌딩은 아메리카노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말씀해주셨기 때문이죠. 황금빛의 크레마가 살아 움직이는 아메리카노는 그야말로 훌륭했습니다. 달달하면서도 약간은 새콤한 맛이 느껴졌어요.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나는 것도 장점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샵의 아메리카노는 텁텁하고 약간은 기름진 느낌이 들기 마련이거든요.
    연이어 마셔본 드립커피는 코스타리카였습니다. COE에서 18위에 오른 커피죠. 새콤한 맛이 팡!팡! 터지는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운이 길지는 않았지만 짧게짧게 느껴지는 상큼함이 매력이라 별 불만은 없었습니다. 식어서는 고소한 맛이나기도 했죠. 좋은 생두와 적절한 로스팅의 승리입니다. 생두에 문제가 있거나 로스팅 포인트가 잘못 잡혔을 경우, 커피가 식었을 때 지나치게 신맛이 도드라지거나 맛이 없어지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여행과 커피에 관련된 책이 가득한 책장입니다. 주인이 어떤 분일지 짐작이 가네요 :)

     

    매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각종 COE 관련 인증서들.

    사장님은 처음에 소박하게 로스팅을 해서 이웃들에게 나눠주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더 많은 사람들과 커피를 나누고 싶어 동네 상가에 카페를 마련하셨구요. 이윤을 얻기보다 좋은 커피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커피를 정말로 사랑하시기 때문이죠. COE 생두를 고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커피소사이어티 포인트 - 최고급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 커피소사이어티 미스 포인트 - 마을버스종점.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한 귀차니즘 극복 필수.
    • 커피소사이어티 포 미 - 담백한 아메리카노가 그립다면, COE커피가 마시고싶다면!
    • 커피소사이어티 가는 길 -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11번, 12번 사이로 나와 동작 16번 마을버스 타고 종점 하차. 혹은 지하철 4,7호선 이수(총신대입구)역 12번, 13번 출구 사이에서 동작 07번 마을버스타고 종점 하차. 주소는 서울시 사당3동 1133-2번 삼성래미안아파트 상가 301호. 전화번호 02-6264-5909, 011-756-2896.

     추신: 매장을 역 근처로 옮긴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확실치 않습니다만, 방문하기전에 미리 샵에 연락을 하고 가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추가(2013.02.17.) : 카페 소사이어티 본 매장은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가고 소사이어티는 방배동에 커피 프레지던트라는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전화는 02-532-3578, 주소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753-7. 빨간색 기센 로스터는 그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곧 리뷰를 진행할게요 :)

    딱 들러붙는 체크무늬 바지, 단발로 가볍게 뽂아 5:5로 산만하게 자란 머리, 강렬한 원색 블레이저로 포인트를 준, 그러면서도 쪼리를 질질끌면서 '나의 평상복은 이 정도다'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홍대남(혹은 여)은 오늘도 커피를 마십니다. 그가 들르는 곳은 간판도 찾기 힘든 당인리 화력발전소 앞의 '커피발전소'. 옷에 투자하느라 지갑이 가벼워졌더라도 커피 한 잔은 부담 없습니다. 3천원이면 거품키스를 위한 카푸치노부터 제주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당근주스까지 다 맛볼 수 있습니까요.

    커피발전소를 처음 들르신 분들은 분명 이 곳을 무심코 지나쳤을 겁니다. 그리 밝지 않은 조명에, 간판도 크지 않고, 자극적인 인테리어도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곳, 커피발전소에는 항상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누가봐도 홍대에서 일하는(혹은 사는)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찾아오거든요.

    내부는 조용하고, 아늑하고, 소박합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점잖은 카페주인이 부지런히 커피를 만들고 있습니다. 거대한 굴뚝이 솟아오른 발전소가 무색하게, 아담한 커피발전소에서는 쉬지 않고 커피가 생산됩니다. 

    저에게 카페에서 공부하는 건 참 힘든일입니다. 등산가방처럼 공부할 거리를 가득 채운 가방을 매고 가도 책 조금 읽고 수다떨고, 커피나 마시고 오기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이곳에 들르면 항상 뭔가를 하나씩 하고 옵니다. 책 한권을 다 읽거나, 레포트를 하나 다 쓰거나.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 덕분이죠. 

     

    누가 발전소 앞 카페 아니랄까봐 발전소 사진을 잔뜩 찍어 걸어놨네요.

    드립, 에스프레소 그리고 과일음료까지 다루면서 이렇게 소박한 주방은 아마 여기뿐 일겁니다. 이곳에서는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메뉴를 만들어 줍니다. 모카포트는 특성상 시간이 오래걸리고 불편하기 때문에 영업장에선 잘 쓰지를 않아요.(모카포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링크 참조) 저도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과연 이렇게 손님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에서 모카포트로 영업이 가능할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사장님의 손놀림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어설픈 실력으로 머신을 다루는 사람보다 훨 빠른 속도로 한 잔의 카푸치노를 만들어 내더군요. 그것도 수동 거품기로 거품을 내면서 말이죠.

    물론, 모카포트는 기계보다는 압력이 덜 걸리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연한 카푸치노나 카페라떼는 취향을 탈 수 밖에 없겠네요.
     

    발전소의 '소박의 미학'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모습입니다. 수제 더치툴입니다(수제 더치툴 만들기 - 링크참조).

    사실 커피 발전소 근처에는 M본부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무연탄 카페(anthracite)가 있습니다. 프로밧과 고도(실제 고도를 쓰는지는 모르겠습니다)로스터를 사용하며, 라마르조꼬와 말코닉 그라인더까지 갖춘 (기계가)훌륭한 카페입니다. 공장을 개조한 인테리어도 인상적이고요. 하지만 저는 이 근처에 오면 무연탄 카페보다 프로스타를 쓰는 이 곳을 더 즐겨찾습니다. 이 곳의 커피가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발전소의 도서관 입니다. 심야식당 전권이 있는것만 봐도 이 곳의 책들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짐작할 수 있죠.


    흡연자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의자 입니다.

     

    사장님은 야구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야구공은 물론이고 야구 관련 책도 많습니다. 그래서 전 이 곳이 좋습니다.

     

    모든 메뉴는 일괄 5천원, 테이크 아웃시 3천원 입니다. 친구는 이곳의 당근주스를 추천하더군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고 오직 '제주도산 천연 당근'만이 들어간 이 주스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들 정도로 맛있다고 합니다.

     

    엘 살바도르를 시켰습니다. 이 곳의 커피는 겸손합니다. 자극적이지 않죠. 은은하면서도 잔향이 오래가는 편이에요. 화려하고 강렬한 커피를 뽑아내는 커피생각과는 정반대입니다.



    자기 컵을 가져오면 테이크아웃 무려 500원이나 할인입니다.

    • 커피 발전소 포인트 - 저렴한 테이크아웃 가격. 겸손하고 은은하고 부드러운 드립커피.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 커피 발전소 미스 포인트 - 모카포트로 만든 연한 에스프레소 메뉴. 상수역에 내려서 10분은 걸어야 하는, 찾기도 힘든 애매한 위치.
    • 커피 발전소 포 미 - 조용한 카페가 가고 싶을 때, 카페가서 정말 공부가 하고 싶을 때.
    • 커피 발전소 가는 길 - 지하철로 갈 때에는 상수역 4번출구 내려서 한강공원 방면으로 직진 후 사거리서 우회전. 쭉 가다 보면 멀지 않은 곳에 화력 발전소가 보인다. 조금 더 직진하면 좌측에 커피발전소가 있다. 버스는 마포07번이 다니고 있다. 근처에 정류장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자전거 이용시에는 홍대에서 주차장길 지나서 쭉 따라 내려와서 골목길을 조금만 지나면 발전소에 다다를 수 있다.
      정 모르겠다면 택시타고 '당인리 화력발전소 가 주세요'라고 부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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