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신: 두 매장은 현재 문을 닫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확인하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읽지 않는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에 대해 말합니다. 저자는 어떤 독자도 책을 읽고나서 그 내용에 대해 잊어버리는 '망각의 과정'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고 말합니다.그는 책의 모든 내용을 샅샅히 기억해낼 수 있는 천재가 아닌이상, 사람들은 대부분 그 내용을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불명확한 기억들로 재구성해 기억해낼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커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신 모든 커피는 '망각의 과정'을 거칩니다. 미뢰에 하드디스크를 연결해놓은 컴퓨터가 아니고서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낀 그 모든 감각들을 어떻게 기억하겠습니까. 고백컨데 제가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들도 대부분 망각과 재구성의 과정을 거칩니다. 여러분이 보신 수많은 커피견문록도 그날 커피를 마신 제 기분과, 함께 마신 사람, 카페의 분위기를 통해 재구성된 기억의 산물입니다.

 

망각의 과정을 거친 커피코케인과 커피대장금의 커피는 어떻게 재탄생했을까요.

커피 한 잔 덕분에 알게된 사람들이 가득했던 그 분지에서의 기억을 다시 재구성해봅니다.

 

본격적인 글에 앞서 대구 투어를 함께해준 도윤님, 서리님, 딴죽걸이님께 감사를 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커트 코베인과 비슷한 느낌의 이름을 가진 커피 코케인은 경북대 문들중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북문 앞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매장에는 역시 커트 코베인같이 간지나는 바리스타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심플합니다. 커피 메뉴는 5개, 비커피 메뉴는 3개. 제가 만났던 어느 메뉴판보다도 가장 시크하네요.

저도 시크한 표정으로 카푸치노를 주문합니다.

 

하지만 주인장께선 시크한 표정으로 카푸치노가 없다고 말하십니다.

그래서 전 다시 비굴하게 라떼를 주문합니다.

 

아이스를 시키지 않았다는건 제 일말의 자존심입니다. 더운 대구에서도 전 뜨거운 커피를 마십니다.

 

라떼는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끝에 떫떠름함이 조금 느껴지긴 하지만 이내 아늑한 느낌으로 변합니다. 젊고 잘생긴 록커가 부르는 록발라드의 느낌이라면 조금 구린 수식일까요.

 

네, 함께간 (대구 카페투어 가이드를 해주신) 도윤님이 시키신 아이스라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이스 라떼의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두유처럼 고소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뜨거운 라떼에서 느껴지던 까칠한 맛들이 사라졌습니다. 봄의 느낌이 한껏 담긴 부드러운 커피네요.

 

카푸치노를 마시지 못한게 못내 아쉬워 에스프레소를 한 잔 더 시켜봅니다.

 

카카오처럼 달달함고 씁쓰름함이 교차되는, 마음을 줄것같으면서도 다시 빼앗아가는 그런 오묘한 에스프레소 입니다. 라떼를 마셨을때 왜 그런 맛들이 났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식으니 조금 달달해집니다. 에프터 테이스트도 좋아지구요.

 

자. 수많은 카페중에 코케인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좀처럼 보기드문 페마 레전드 E61 머신입니다. 머신뒤로는 수줍은 싸장님의 모습이.

 

무조건 비싸다고 다 좋은게 아닙니다. 머신에 대한 이해가 우선한다면 어떤 머신이든 맛있는 커피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요 멘트는 거의 고정 멘트가 돼가는 느낌입니다.

 

서울은 이미 라마르조꼬와 시네소 왕국이 돼버렸습니다. 덕분에 라마르조꼬를 쓰면서도 맛없는 카페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대구 커피 투어를 하면서 페마머신을 종종 볼 수 있었던건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그 카페들을 다 찾아가보지 못한게 아쉽기도 합니다. 유독 대구에서 페마가 잘 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페마는 역사가 오래된 머신입니다. 최초로 반자동머신 모델을 만들어낸 회사기도 하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 페마 머신을 잘 사용하는 카페는 별로 없습니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커피 스타일이 페마와 맞지 않는다는 얘기를 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선 머신에 대해 지식이 많지 않아 딱히 코멘트를 드릴 수 없을것 같네요.

 

 

각설하고, 코케인에서도 한때는 라마르조꼬 리네아를 사용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머신이 잘 맞지 않아 다시 페마 레전드를 들여왔다고 하네요.

 

그룹헤드가 튀어나와있는 특이한 구조의 페마 레전드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추출시 항온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용하기 나름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라인더는 스페인제 그라인더 콤팍 K10입니다.

 

무려 두대가 있네요.

 

그라인딩 양을 정확하게 조절해주는 컨트롤러입니다.

 

정수기계의 스테디셀러, 에바퓨어입니다. 앞에는 말코닉 그라인더가 브루잉용으로 자리잡고있네요.

 

드립스테이션입니다. 클레버와 케멕스 그리고 칼리타 동드립포트, 하리오 V60드리퍼가 눈에 띕니다. 잘 보이진 않지만 찾아보면 에어로프레스도 있습니다.

 

브루잉은 직접 로스팅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여러 카페들에서 가져온 녀석들을 내려주죠.

이날은 경주 커피플레이스의 케냐와 이디도, 서울에있는 그라피티의 에티오피아 코체레가 있었습니다.

 

로스터는 태환 1kg입니다. 깔끔한 배기구조가 돋보입니다.

 

매장은 심플합니다.

 

 

사장님이 추천하신 포토존입니다. 리브레와 커피대장금 에스프레소 파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날은 묘하게도 바에 4명의 남성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광경이 연출됐습니다. 게다가 네명 다 커피 덕후.

 

하지만 이 카페는 여대생들이 자주 찾는 성지로도 유명하다고 하니(보장은 못하겠습니다) 궁금하시면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찾아간곳은 커피 대장금.

 

저를 대구로 이끌어주신 분은 바로 파워블로거 서리님 입니다. 주 활동지(?)인 대구에 대한 애정으로 올려주신 포스팅이 바로 저를 대구로 이끌었죠. 그리고 저는 서리님을 닥달해 대장금으로 이끌었습니다.

대구의 '리브레'라고 불리는 커피 대장금입니다. (아아, 제가 그렇게 명명한겁니다)

 

맛있는 커피와 멋진 인테리어와 사장님의 짧은 머리(?) 덕분에 저는 리브레가 생각날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심플한 메뉴. 인상적입니다. 다행이도 여기는 카푸치노가 있습니다.

 

그래서 카푸치노를 시킵니다.

 

원두는 (전)한국바리스타 국가대표 이종훈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망원동의 그라피티의 블렌딩을 사용합니다. 얼마전까지 리브레의 원두를 공수해오다가 최근에 잠깐(?) 다른 원두를 써보고 있다고 말씀하시네요.

 

포도맛이 인상적인, 청량감이 좋은 카푸치노입니다. 요구르트 같은 달콤함이 매력적이네요. 전반적인 인상은 플레인 요거트와 비슷합니다.

 

요즘 그라피티의 원두가 저를 참 놀라게 합니다. 리브레의 에스프레소 블렌딩은 개성이 넘칩니다. 어느 카페에서 뽑아도 그 색깔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그라피티의 원두는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밸런스가 뛰어남과 동시에 바리스타와 머신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면모를 많이 보여줍니다.

 

머신은 시네소 3그룹. 바리스타들의 꿈의 머신입니다.

 

두 대의 메져 로버 자동 그라인더.

 

드립용으로는 말코닉 그라인더가 수줍게 자리잡습니다.

 

우버보일러입니다. 얼마전에 소개한 연희동의 5brewing에서 사용하는 머신이기도 하죠. 마르코 브루잉이라는 아일랜드 회사의 제품인데, 브루잉을 위한 정확한 물의 제공을 위해 탄생한 머신입니다. 제가 아는건 이정도까지.

 

대장금에서는 최근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용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로스터는 프로바티노입니다. 대장금에선 공급받는 원두 이외에 자체로 필요한 원두를 볶기도 합니다.

 

역시나 국민 정수기 에바퓨어.

 

반가운 이름이 보입니다 :)

 

대장금 머그컵은 절찬리에 판매중.

 

콤팩트한 좌석들입니다.

 

시네소 포터필터가 정갈하게 걸려있네요.

 

클레버 신제품과 대장금 머그, 대장금 커피입니다. 흡사 선물세트같은 느낌을 주네요.

 

아이스크림 커피밀크를 주문해봅니다. 사장님과, 서리님과 뒤늦게 등장하신 딴죽걸이님과 얘기하다가 시간가는줄 몰랐네요. 그 사이에 커피도 후룩후룩. 달지않아 매력적입니다. 조금씩 아이스크림을 떼어먹으며 폭풍수다를 이어갑니다.

 

 

 

연중무휴. 커피는 착한가격에 제공됩니다.

 

보수적인 도시로 유명한 대구였기에 커피도 보수적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오래된 머신을 쓰거나 강배전을 고집하는 카페를 찾은건 대구의 커피스타일을 규정해보려는 나름의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습니다. 대구의 카페들은 제가 방문했던 그 어떤 카페들보다도 개방적인 카페였습니다. 누구나 쉽게 마실수 있는 가격이 일단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분들은 너무나도 밝은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어떤 주문에도, 질문에도 흥겹게 대답해주셨죠. 함께해준 사람들 덕분인지는 몰라도 커피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서 더욱 그런느낌이 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구의 분위기를 떠나 두 카페는 커피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을수 있습니다. 커피를 위한 기구만을 허락하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커피만을 솔직하게 즐길수 있는, 몇 안되는 진중한 카페라는 생각이 듭니다.

 

  • 커피코케인 가는길 - 대구 시내버스 410, 706, 719, 323, 300등 경북대학교 북문앞을 지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경대 북문을 등지고 왼쪽으로 쭉 따라 내려오다보면 농대 맞은편에 있는 커피 코케인을 찾을 수 있다. 대로변에 있으니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대구 북구 산격동 1400-3, 053-939-4628
  •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

 

  • 커피 대장금 가는길 - 대구 시내버스 410, 706, 719, 323, 300등 경북대학교 북문앞을 지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경북대학교 북문 교차로에서 스타벅스 방향으로 길을 건넌다. 보이는 골목으로 진입. 오른편 길을 따라 쭉 들어간다. GS25를 지나처 직진. 보이는 삼거리에서 CU편의점 좌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커피대장금을 만날 수 있다.
  • 대구 북구 산격3동 1313-58, 053-755-1520
  • 월-금 오전 11시 30분 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영업

※ 추신: 두 매장은 현재 문을 닫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확인하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시사웹진 팩톨(factoll.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베이루트의 커피 칼럼 :: http://www.factoll.com/2013/05/beirut-cafe-daegu-1/

 

다방을 카페라고 부를 수 있다면, 미도다방과 하이마트는 최고령 카페안에 들어갈겁니다. 미도다방은 동성로 진골목에서 옛 모습, 옛 메뉴 그대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 약차를 파는 다방입니다. 하이마트는 공교롭게도 아직까지 '다방'으로 분류되어있는 음악 감상실입니다.

 

두 장소는 카페와 음악을 좋아하는 저에게 언젠가는 꼭 찾아가야 하는 장소였습니다. 카페는 커피를 넘어서 지역과 함께 존재해야한다는 생각이 저를 미도다방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남는게 아무것도 없는 서글픈 나라에 살며 음악만을 오롯이 들을 곳이 그리웠기에 하이마트로 향할 수밖에 없었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선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어느 도시 어느 곳 주인이 없는 땅은 없습니다. 국가는 도시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최대한 그것을 활용하고자 합니다. 덕분에 도시에는 빈틈없이 건물이 들어섭니다. 그리고 그것은 효용에 따라 철저하게 스러지고 다시 일어섭니다.

 

카페는 이렇게 삭막한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작은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커피 한 잔 값이면 사람들은 누구나 카페가있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카페를 통해 공간을 잠시동안이라도 공유하게 됩니다. 숨막히는 도시의 풍경은 카페를 가득 채우고 쉬어가는 사람들로 인해 온화해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제가 카페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커피를 파는 가게를 넘어선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생각하는건 지나친 일일까요.

 

오늘 소개할 두 공간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곳입니다.

 

대구 도심에는 다양한 사연을 담은 골목들이 많습니다. 진골목은 그 중에서도 옛풍경을 그대로 담아낸 골목으로 유명합니다. 미도다방은 그런 진골목의 끝에서 진한 약탕향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미도다방은 2층에 있습니다.

 

올 봄에도 '입춘대길'입니다.

 

공간은 우리가 상상하는 다방 그대로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원래 그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거죠.

 

우선 카푸치노를 주문합니다. 는 농담이고.

 

가장 맛있어보이는 쌍화차와 약차를 주문합니다. 각각 3천원과 2천5백원. 착한 가격이네요.

 

우선 쌍화차입니다. 약차를 베이스로 다양한 견과류와 계란노른자등의 쌍화차 건더기가 함께 우려져 나옵니다.

담백한 약탕은 재료가 품은 고유의 맛과 조화를 이룹니다. 건더기들의 다양한 식감은 마시는 이에게 한끼 식사의 포만감을 안겨줍니다. 밥같은 쌍화차 한 잔입니다.

 

약탕은 담백하기 그지 없습니다. 한약재의 향기가 그대로 우러나온 약탕의 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약탕 한모금을 먹고 생각에 설탕을 가득 찍어 먹는게 정석이라고 합니다. 약탕의 향기가 은은하게 맴돌때 달달한 생강을 씹어먹으면 그리 오묘할 수 없습니다.

 

음료를 주문하면 서비스로 나오는 센베과자. 훌륭한 맛입니다.

 

자자, 요렇게 한 상 차리면 5천원입니다.

 

매장을 둘러봅니다. 약탕머신은 저렇게 생겼네요. 아마 국내산인듯합니다. 약탕머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재료에 들어가는 정성스런 손길이 깊은 약탕의 향기로 전해집니다.

 

브루잉 머신은 처음보는 녀석이네요. 커피는 시키지 않았습니다만, 노른자 동동 띄워주는 옛날 다방커피가 그리운 분들은 시켜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잡한 주방에는 핫 워터 디스펜서를 포함해 다양한 브루잉 머신들이 갖춰져있습니다.

 

포근한 실내. 다방을 애용하는 어르신들이 기증했을법한 서예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채웁니다.

 

넓고 쾌적한 다방 내부. 브금(BGM)은 흐르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소박하게 들리고 깊은 약탕향기가 남은 공간을 채웁니다.

 

 

편안한 소파는 쌓여있던 여독을 풀어줍니다.

 

잘 정돈된 계산대

 

창 밖 풍경입니다. 아쉽게도 진골목의 모든 상점이 다 운영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건물은 다시 새로운 용도를 찾아 나섭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이곳도 언젠가는 도시의 필요로 사라지겠죠.

 

정정한 어르신들이 찾아오는 미도다방만큼은, 이 골목에서 오래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합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중앙로로 향합니다. 1957년 문을 연 그 모습 그대로 중앙로를 지키고 있는 음악감상실 '하이마트'를 향했습니다.

 

독일어로 '고향'을 뜻하는 하이마트(Heimat)에는 가전제품 전문점으로 오인한 젊은이들의 전화가 종종 온다고 합니다. 하이마트(Hi Mart)나고 하이마트(Heimat)난거 아닙니다. 하이마트(Heimat)나고 하이마트(Hi Mart)났습니다.

 

대구역에서는 걸어서 15분정도. 중앙로 역에서 내리면 5분이면 하이마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시내 중심에 있어 깜짝 놀랬습니다.

 

하이마트 뮤직홀. 벌써부터 음악을 들을 생각에 마음이 설렙니다.

 

음악 감상실 밖으로 보이는 카페공간입니다. '마시는 곳'과 '듣는 곳'을 구분짓는건 하이마트의 소신입니다. 듣기만해도 바쁜데 어찌 마시고 먹겠습니까.

 

여기도 커피를 마시는 공간입니다. 감상실 내부는 어떠한 식음료도 반입금지입니다. 오직 음악만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주인장의 섬세한 배려입니다. 물론 여기서도 음악이 들리니 커피를 마시며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네. 카라얀은 클래식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성공을 위해 나치를 따르긴 했지만 훌륭한 지휘로 베를린필의 종신지휘자를 역임했고 최초로 디지털 녹음을하며 LP시대에서 CD시대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끈 대단한 사람입니다. 덕분에 고전음악을 향유하는 공간에선 카라얀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바람구두의 문화망명지'에 실린 카라얀에 대한 설명으로 갈음합니다.

http://windshoes.new21.org/classic-karajan.htm

좋은 글이니 카라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베토벤 9번 교향곡 마지막 악장에 나오는 가사를 옮겨놓은 팻말입니다.

 

O Freunde nicht diese toene! Sondern lasst uns angenehmere anstimmmen. und freudenvollere

오 벗들이여, 이 노래는 아니다. 이제 기쁨의 노래를 부르자, 환희의 송가를 부르자!

 

뭐 대충 이런 뜻입니다.

 

한켠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클래식 잡지 '객석'이 가득 채워져있습니다.

 

감상실로 향하는 입구.

 

 

흡사 영화관 의자를 떠올리게 하는 감상실 의자들. 정면에는 스피커만이 오롯이 서 있습니다.

 

한쪽 면에는 틀어주는 음악의 제목이 판서돼있네요.

 

벽면에는 다양한 음악가들이 가득합니다.

 

제가 찾았을땐 하이마트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신청곡을 들을 수 있었죠. 음악이 나오자 주인장은 문을 닫고 조명을 어둡게 해 줍니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자리를 비워주시네요.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브란덴브루크 협주곡을 신청합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LP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이리 보존이 잘 된 스피커로 듣는건 처음입니다. 공간을 가득채우는 소리에 압도돼 아무것도 못하고 음악만 들었습니다.

 

벽면을 가득채운 LP는 이 공간뿐만 아니라 윗층의 다락방을 가득 채우고도 남습니다.

 

1대 운영자이신 김수억씨. 6.25때 가재도구를 팽개치고 평생을 모으신 음반들만 들고 대구로 향했다고 합니다. 전쟁이 끝나고도 음반이 상할까봐 쉽사리 이곳을 뜨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인의 뜻에 자식들은 대를 물려가며 이곳에서 음악감상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이마트는 연중 무휴. 음악은 오직 가족만이 틀 수 있습니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는거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2대 운영자 김순희씨는 말합니다.

 

칼 리히터의 브란덴 브루크 협주곡. 고민끝에 6번을 부탁했습니다. 아직도 귓가에 음악소리가 맴도는듯 합니다.

 

전성기였던 60년대 이후로는 찾는 손님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 주변 학교의 음악감상반들이 손님이라고. 그래도 주인장께선 혹시나 언제라도 먼길을 찾아오는 손님이 허탕치지 않을까, 문을 닫지 않고 기다린다고 합니다.

 

음악을 듣는일은 쉬워졌지만 음악을 '제대로 듣는일'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언제부터 음악을 듣는게 이리 부수적이고 가벼운일이 됐을까요. 하이마트는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세월이 지나 더이상 들을 수 없는 음반들은 하이마트는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음악만을 듣기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매일매일 장비들을 정검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있죠.

 

미도다방과 하이마트는 대구가 간직한 보물입니다. 카페라는 공간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던져줍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이 공간이, 대구와 함께 오래오래 늙어가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카페 견문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이 곳을 찾아 함께 공간을 나눴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중한 공간을 지키는건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걸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미도다방 가는 길 - 대구 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 16번 출구 이용. 덕산떡전골목을따라 쭉 들어간다. 고려인삼이있는 사거리를 지나 직진. '가창떡집'을 발견하면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진골목길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좌측에 있는 미도다방을 만날 수 있다. 1호선 중앙로역 이용시 1번출구로 나와 직진, 경안빌딩을 끼고 우회전. 중앙시네마 옆길(진골목길)을 따라 이동하면 사거리가 나온다. 2층에 있는 미도다방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대구광역시 중구 종로2가 66-1, 053-252-2599

 

  • 음악감상실 '하이마트' 가는길 -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이용. 2·28 공원 방향으로 이동(2번,8번출구 이용) 2번출구로 나올경우 나오자마자 좌회전. 길을따라 직진. 사거리가 나오면 다시 직진. 중앙공원이 보이면 우회전. 다시 사거리에서 좌회전. 카페프로모션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성내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하이마트 간판을 볼 수 있다. 8번출구 이용시 2·28공원까지 직진. 공원을 끼고 우회전. 성내동 주민센터를 지나면 바로 하이마트가 보인다.
  • 대구 중구 공평동 16-21 3층, 053-425-3943, 연중무휴.
  • http://www.heimat.or.kr/

 

제가 여행 계획을 짜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우선 한 도시나 카페를 정합니다. 그리곤 그 도시에 있는 카페를 찾아보거나 그 카페가 있는 도시로 갑니다. 그리고 그걸 기준으로 주변에 있는 관광지나 숙소를 찾습니다. 아니면 카페에 가서 여행 계획을 마무리 하기도 하죠. 카페 주인이나 그곳을 찾은 사람에게 주변 맛집이나 여행지를 물어보는 방법도 언제나 좋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저의 여행에는 '커피'라는 주제가 항상 따라다닙니다. 덕분에 카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되고 뜻밖의 도움도 받게 되죠.

 

이번 여행은 경주-대구 카페들을 가보는게 목표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꼭 가보고 싶었던, 가야만했던 곳은 경주의 '커피 플레이스'였습니다. 커피 플레이스를 찾게 된 건 모두 그곳에서 주문한 원두 덕분이었습니다.

 

커피 플레이스에서 도착한 원두는 강배전 클래식 블렌드와 중배전 싱글오리진(제가 마신건 에티오피아 이디도)였습니다. 커피가 그렇게 맛있었냐구요? 사실은 그렇게 인상깊지는 않았습니다. 도리어 강배전 클래식 블렌드는 배기가 약한 느낌이 들 정도로 스모키하기까지 했습니다. 커피 플레이스에 대한 오해가 생긴건 그 즈음이었죠. 그러다가 며칠후 다시 그곳의 커피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온 에티오피아 이디도를 마셔봤습니다.

 

그리고 전 망설이지 않고 경주행 KTX를 예매했습니다. 직접 가서 마셔봐야 하는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농담이 아닙니다. 커피 한 잔 마시기 위해 경주까지 찾아왔습니다. 뒤늦게 마신 에티오피아 이디도는 훌륭했습니다. 신맛이 지배적일거란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오히려 중후한 바디에 고소함과 달달함이 감싸는 아주 매력적인 이디도였죠. 약배전에 신맛이 강한 인상을 풍기는 유행에 따르는 맛이 아니었습니다.

 

사장님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 찾아간 커피플레이스 1호점. 고즈넉한 봉황대 앞에 위치해있더군요.

 

커피 플레이스 가보셨어요? 너무 좋아요. 카페에 앉아서 보면 봉황대가 보여요. 너무나도 평화로운 곳이죠.

 

정말로 커피플레이스 바로 앞에는 오래된 나무가 세그루나 자라고 있는 봉황대가 있었습니다.

 

풍경에 놀란것도 잠시, 카페로 들어서 주문을 합니다. 뭘 주문할지는 '커피 견문록'을 꾸준히 봐오신 분이라면 아시겠죠.

 

 

 

카푸치노를 한 모금. 오해가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보기드문 강배전에 스모키함까지 느껴졌던 커피는 사장님의 추출을 통해 초콜렛과 와인향이 깊은 클래식 카푸치노로 변신했습니다. 강배전 커피들을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약배전 커피들에 익숙해졌던 입맛을 반성하게 되는 맛이었습니다.

 

강배전을 택한 이상 카푸치노는 뛰어난 향미를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신 묵직한 바디, 중후한 마우스필을 선사하죠. 우유와는 찰떡궁합입니다. 산미가 도드라지지 않는, 오일리한 카푸치노 한 잔은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마실수 있는 맛을 자랑합니다.

 

이어서 마신 드립커피. 역시 중배전포인트입니다. 요즘 보기드문 멜리타 드립입니다. 물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하리오는 비교적 드립이 쉽습니다. 추출 디펙드도 적은편이구요. 그에 반해 멜리타는 컨트롤하기 상당히 어려운 드리퍼죠. 구멍은 똑같이 한 개지만 추출구가 작고 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엘살바도르 한 잔은 융으로 내린듯한 깊은 맛을 자랑합니다. 역시나 중후하면서도 부드럽습니다. 때마침 둘러본 카페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맛이 커피플레이스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마신 사장님의 특별 에스프레소. 이디도 싱글로 내린 에스프레소였습니다. 팡 터지는 산미와 향긋함 그리고 짭짜름함까지. 이런 커피를 할 줄 모르는건 아니라는 얘기를 하는듯 했습니다. 서울 깍쟁이에게 주는 선물인것 같네요. 물어보니 원하는 손님에게만 서비스로 내려주는 커피라고 합니다.

 

커피에 감동을 했으니 이제 매장을 둘러봅니다. 논란이 있었던 시모넬리 아피아네요.

 

많은 카페들이 좋아하는 시모넬리 아피아.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번 내려보겠...

 

개인적으로 아피아는 참 훌륭한 머신이라고 봅니다. 일단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다는게 장점이죠. 게다가 개조하기도 편해 많은 바리스타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꿔가며 쓰는 머신이기도 합니다. 작동도 편리하고 스팀을 치기에도 좋은 구조죠. 누구나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머신입니다. 일부에선 일정한 추출을 하기엔 부족한 머신이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야 머신을 잘 이해하기만 한다면 손쉽게 해결할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비포장도로에서 람보르기니보다 모닝이 훨씬 더 적합합니다. 긁힐가봐 조마조마하며 타는, 프리미엄 기름만 먹어대는 깍쟁이 벤츠보다 나에게 익숙하고 편한 소나타가 더 좋을때도 있습니다.

 

 

안핌의 스테디 셀러 밀라노. 호퍼안에는 기름진 강배전 원두들이 보입니다.

 

디팅 그라인더. 개인적으로 디팅과 후지로얄은 애정하는 그라인더이기도 합니다.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과 스페셜티 커피에 익숙할정도로 커피에 빠져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권할만한 글들입니다. 소설을 쓰고싶었던 사장님의 글솜씨는 이렇게 카페를 통해 발현됩니다.

 

커피가격에 대한 오해와 이해에 대한 글 부터 카페운영에 대한 철학까지. 카페를 찾으신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10g을 더 넣어주는건 애누리겠죠. 정이 넘치는 원두 판매입니다.

로스팅은 2호점에서 진행됩니다. 약간 개조가 된 태환 프로스타 1kg이 메인 로스터입니다.

 

멋진 필기체 글씨가 인상적인 커피들입니다.

 

 

더치커피도 마셔봤습니다. 달달하고 부드럽더군요. 좋아하는 분들은 드셔도 후회없을거라 보장합니다.

 

매장 안쪽으로 보이는 드립용 본막그라인더(카페 이심에서 사용하는 그라인더이기도 합니다),

베째라 줄리아 머신입니다.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거나 아피아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실험추출을 위해 사용하는것 같네요.

 

 

매장 벽면에는 포근한 그림들이.

 

소박한 인테리어의 매장은 언제 찾아도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경주에서 커피 배우고 싶은 분들은 권하고싶은 수업이네요.

 

 

 

 

 

 

 

매장을 찾는 손님들은 다들 사장님과 한 마디씩 합니다. 사장님은 바와 테이블을 오가며 친구들과 이야기하듯 손님들의 안부를 묻고 커피 맛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커피는 자연스럽게 경주 사람들의 입맛을 따라가게 됩니다. 경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커피 한 잔 하고 갈 수 있는 커피의 탄생은 이렇게 탄생합니다.

 

 

 

넓고 쾌적한 실내.

 

퍼즐이 있습니다. 사장님의 취미인것 같기도 하네요. 의외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퍼즐을 즐기다 가는 학생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책장에는 재미있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하루키 책이 많아 물어봤더니 다 사장님 책이라고. 하루키의 소설보다 수필을 좋아한다는 점이 같아 한참 얘기를 나눴습니니다.

 

좋은 매장의 징표인가요? 매거진B 인텔리젠시아편은 호두커피, 헬카페에 이어 커피플레이스에도 등장합니다.

 

때마침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봉황대 앞에서 행사가 열렸습니다.

 

봉황대 앞에 불을 뽑는 봉황이 등장. 순간 놀라서 커피 잔을 들고 뛰쳐나왔습니다.

 

 

스페셜티 직거래 유기농 마이크로랏 착한 딸기주스.

과일만큼은 맛을 보장한다고하는 사장님. 경주 과일맛이 그렇게 좋다고 자랑을 하십니다. 매장에 오기 전 농장에 들러 집적 공수해오신다고. 이거야말로 착한 주스 아니겠습니까. 입안에서 딸기가 춤을 춥니다. 딸기 플레버에 딸기 아로마 스트로베리 마우스 필에 스트로베리 바디 그리고 딸리 에프터테이스가 인상적인 딸기주스입니다.

 

이래서 여기는 딸기플레이스가 됐다는 이야기가...

과음해서 헛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커피플레이스의 분점은 2호점 로스팅 전문점을 제외하고 모두 4곳.

컨설팅과 원두공급을 제외하곤 사실 독립적인 매장이라고해도 될 정도입니다. 분점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죠. 사장님의 경영철학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1호점 노동동점입니다.

매장에따라 메뉴는 상이할수 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는 지역화된 카페입니다. 로컬라이제이션이라고 하면 될까요.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들의 입맛을 설득하는 커피가 가장 좋은 커피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아무리 유기농에 스페셜티에 좋은 머신에 트렌디한 요소들을 갖춘 카페라도 옆집사는 사람이 쉽게 드나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겠죠.

 

커피플레이스는 제가 찾은 카페중 가장 지역에 밀착된 카페였습니다. 오해가 있었던 강배전 블렌딩은 일부러 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배기를 낮춰 뽑은 커피였습니다. 사장님의 철학이 담긴 추출은 결점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대구로 올라가기까지 둘러봤던 경주는 커피플레이스와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아니, 커피플레이스는 경주와 많이 닮은 카페였습니다. 좋은 카페가 무엇인가에 대해 의미있는 화두를 던져준 커피플레이스 사장님께 이자리를빌어 감사하단 말을 하고싶습니다.

 

 

  • 커피 플레이스 가는 길 - 경주 역전 삼거리에서 법원 경찰서 방향으로 직진, 신한은행 사거리에서 좌회전 300m정도 직진하면 봉황대 맞은 편 커피 플레이스를 발견할 수 있다. 경주 터미널에서 하차시 서라벌 문화회관 쪽으로 직진, 주유소를 지날때까지 직진. 봉황대 방면으로 좌회전해서 직진하면 된다.
  • 경상북도 경주시 노동동 43-1, 010-2352-2573
  • 월요일-토요일 오전 10시반-오후 10시, 일요일은 휴무
  • 홈페이지 http://coffeeplace.kr
  • 2호점은 로스팅 전문점, 3-6호점은 분점으로 원두와 상호를 제외하고 차이가 있을수 있음

 

 

 

커피플레이스 1호점에서 머지않은 곳에 경주밀면식당이 있습니다. 국물이 담백하고 면발도 쫄깃허니 참 좋네요.

카페투어도 식후경입니다.

 

'광화문 도렴빌딩, 착한가격, 최상의 커피, 홀드미커피' 라는 콩밭 아낙네의 트윗을 보고 저는 가슴이 설레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카페의 이름을 듣고 저는 비틀즈의 노래 '아 워너 홀드 유어 핸즈I Want to Hold Your Hands'가 떠올랐죠. 대놓고 손잡고싶다고 얘기하는 비틀즈의 대범함에, 당시 사람들은 꽤나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광화문 한복판에, 도렴빌딩 지하에 이런 카페가 있을줄이야. 좋은 카페를 발견해 환호성 한 번, 착한 가격에 한 번 더. 쉬는시간을 쪼개고 쪼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도렴빌딩 지하상가에 위치한 '홀드미커피'입니다. 

 

세종문화회관 뒷편, 외교부 공관 바로 옆에 있는 빌딩이 도렴빌딩이죠. 홀드미커피는 이 도렴빌딩 지하상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마주치게 된 착한 가격표. 혹자는 이를 '시장 파괴자'라고 부릅니다. 좋은 커피, 이런 가격에 팔기 쉽지 않은 일이죠.

 

홀드미커피에서는 커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메뉴들을 팔고 있습니다. 근처 직장인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커피를 못마시는 사람도 점심식사후에 즐길수 있는 메뉴들이 많습니다. 저는 망설이지 않고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합니다.

 

전반적으로 주스같은 느낌이 강한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쌉싸름한 맛, 신맛, 단맛의 벨런스가 좋습니다. 통통튀는 맛들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반적인 맛의 느낌은 오렌지 잼 같달까요. 찰진 고소함이 매력적인 3천원짜리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감동의 카푸치노에 이어 마신 드립커피. 아래에서 설명드리겠지만 드립 스테이션엔 다양한 기구들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드립커피를 위한 로스팅을 진행하는 홀드미 커피에선 커피의 배전도, 보관상태나 숙성도에따라 다양한 기구로 추출을 진행합니다. 바리스타는 콩에대한 섬세한 설명을 해주고 이에 맞는 기구까지 골라줍니다.

 

오늘 마신 드립커피는 콜롬비아 엘벤띠라도르. 드립용으로 볶은 콩은 마침 어제 떨어져서 저는 에스프레소용으로 볶은 커피를 마셨습니다. 처음엔 드립용 원두가 없어서 안된다고 하셨지만, 간곡히 부탁하니 한 잔을 내려주십니다. 에스프레소용인걸 감안하더라도 부드럽고 벨런스도 좋습니다. 가격은 역시 3천 5백원. 고마움에 절을하고 마시려 했으나 공간이 협소해 패스.

 

카페인을 어느정도 충전하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메져 수동 그라인더, 콤팍 K10, 시모넬리 아피아가 보입니다.

 

자, 홀드미커피는 시모넬리를 택했습니다. 이는 곧 소개할 연남동의 '엘카페'와 연관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홀드미커피의 에스프레소는 '엘카페클레식'블렌드를 베이스로 합니다. 엘카페는 라마르조꼬와 시모넬리를 가져다놓고 시모넬리만을 사용하죠(요 흥미로운 이야기는 엘카페를 소개할때 더 해드리죠). 볶은 원두, 바리스타와 궁합이 잘 맞는 머신을 선택한겁니다.

 

홀드미에서 아피아를 선택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엘카페 원두를 사용한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입니다. 더불어 홀드미에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들이 직접 자신들이 내리는 원두에 맞게 아피아를 개조했습니다. 샤워스크린은 기본이요 내부 구조까지 싹 개조를 했다하니, 껍질만 아피아라 해도 무방합니다.

 

톨드어스토리를 소개하면서 말씀드렸던 이야기를 또 하게됩니다. 라마르조꼬나 시네소같은 비싼 머신이 진리는 아닙니다. 어떤 머신이든 그 머신을 가장 잘 아는 바리스타가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법입니다.

 

그라인더는 메져 수동과 콤팍 케이텐 프레쉬.

 

확대, 원두의 배전도를 살펴봅니다.

 

이곳에선 원두와 음료에 쓰이는 각종 재료들을 3대의 와인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민정수기(?) 에바퓨어입니다.

 

브루잉스테이션. 최근 가장 핫한 브루잉 기구인 에스프로 프레소부터 메탈콘필터, 에어로프레스가 보입니다. 드립과 에어로프레스 모두 종이필터와 메탈필터를 사용할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15만원대의 에스프로프레소. 다른 프렌치프레스에 비해 미분이 거의 없고, 온도 보존율도 좋습니다. 질 좋은 생두에 있는 맛들을 여과없이 느껴보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구입니다.

 

워터드립스테이션. 더치커피도 마셔봤는데, 맛있습니다. 좋은 원두를 쓰니 당연할수밖에 없죠.

말코닉 그라인더와 모카마스터가 눈에 띕니다.

 

네, 홀드미커피는 엘카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커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을법한 책들. 그리고 커피 잡지.

 

선반에는 다양한 기구들이 디스플레이돼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기구들이기도 하구요. 케멕스와 클레버, 프렌치프레스가 보입니다.

 

벽에는 잔잔한 그림들이.

 

새로운 메뉴가 출시됐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저렴한 가격. 마셔보진 않았습니다.

 

테이크아웃용 잔입니다. 자, 저 작은사이즈의 잔이 카푸치노용 테이크아웃 잔입니다.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알맞은 비율로 만났을때 좋은 맛을 만들어냅니다. 양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니죠.

 

똑같은 사이즈의 컵에 양도 똑같이 나가는 다른 테이크아웃샵과는 비교되는 홀드미의 커피 한 잔입니다.

 

카페는 요래요래 생겼습니다.

 

내부에는 테이블도 꽤 있구요. 점심시간만 지나면 조금 한가해지니 앉아서 여유를 즐길수 있을겁니다.

 

 

주위를 또 둘러보고.

 

네. 또 과음했습니다. 어질어질 @.@

 

메뉴판에 쓰여진 메뉴는 모두 최고로 신선한 재료들만 사용하고 최선을 다해서 나갑니다. 이 부분은 밀로커피, 산들다헌의 철학과 동일합니다.

 

더치커피는 이렇게 아름다운 포장으로 판매됩니다.

 

마지막잔으로는 오렌지쥬스. 헤밀턴 프레스로 만들어지는 오렌지주스는 한 잔에 오렌지가 3-4개가 들어갑니다. 휴롬같은 과즙기에 넣는다면 오렌지 1-2개면 충분히 한 잔이 만들어지겠죠. 하지만 홀드미는 최선의 맛을 위해 재료비를 아끼지 않습니다. 덕분에 오렌지주스는 달디 달죠. 헬카페에 당근주스가 화제가 되고있다면 여기 광화문에선 오렌지주스가 화제입니다.

 

자,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테이크아웃.

 

아직도 깊은 오렌지의 향이 느껴집니다. 소중한 한 잔, 잘 마셨습니다.

 

  • 홀드미커피 가는 길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6번출구, 5호선 광화문역 8번출구 이용. 세종문화회관 뒷편, 외교통상부 서울청사 별관 맞은편 도렴빌딩 지하상가 1층. 버스 이용시 주변 경복궁역이나 세종문화회관을 경유하는 모든 노선 이용가능.
  • 종로구 도렴동 도렴빌딩 지하1층, 서울 110-716, 02-725-7730
  • 월요일-금요일은 오전 7시반-오후 8시,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휴무
  • 소셜미디어 https://www.facebook.com/holdmecoffee / https://twitter.com/HOLDMEcoffee

 

그리고 예고편. 홍대 중심에서 캠핑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입니다. 해먹이 있는 보기드문 카페, 도심에서 여유를 즐겨보시죠. 곧 리뷰하겠습니다!

프랑스를 본따 대학 평준화를 위해 서울 1대학, 2대학 등의 서열없는 학교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도 평준화는 이뤄지지 않을게 분명할겁니다. 왜냐면 결국 사람들은 서울 1대학으로 몰릴테니까요. 왜 우리는 항상 1등만 기억하고, 명품만 좋아하고, 최고가 되기만을 원할까요.

 

불과 몇년전만해도 로스터리라고는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던 카페거리에 콩볶는 냄새 그득한 로스터기가 들어선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적잖은 비용 때문에 1kg짜리 프로스타나 후지로얄 로스터 택했던 카페들은은 이제 대부분 프로밧이나 기센 로스터를 들여왔습니다. 프로밧 혹은 기센 로스터에 라마르조꼬를 갖추지 않은 집들이 없을 정도로 요즘 카페들의 장비 경쟁은 심합니다. 로스터나 머신으로만 치면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겁니다.

 

문득 훼마(혹은 페마 Faema,현대적 커피 머신의 시작을 알린 회사)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는 없을까, 후지로얄로 맛있게 볶아낸 커피를 내리는 집은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머신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에겐 우리나라 로스터의 이런 현실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머신에 대한 이해가 앞선 카페, 톨드어스토리를 소개하기전에 푸념을 좀 해 봤습니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톨드어스토리는 로스터리가 우선이 된 카페입니다. 

 

로스팅룸과 비슷한 크기의 카페입니다. 

 

에스프레소 블렌딩은 COE를 사용합니다. 싱글 커피들도 스페셜티급 원두들이구요. 그런데 에스프레소가 3천원입니다. 이렇게 팔아서 남는게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에 절을 넙죽하고 카푸치노와 드립커피를 시킵니다. 브룬디 COE #7 입니다.

 

도기로 된 칼리타 드리퍼로 내린 브룬디입니다. 신맛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첫모금 뒤로 향이 깊게 퍼집니다. 두번째 모금부턴 신맛이 조금 가라앉습니다. 파스타치오의 느낌이 나고 식을수록 단맛이 올라옵니다. 약배전을 택했지만 좋은 생두를 쓰고 로스팅포인트를 잘 잡아 완전히 식은 후에도 맛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향이 좋은 카푸치노입니다. 앞서 마셨던 잇로스터즈의 카푸치노가 딸기우유라면 이곳의 카푸치노는 캬라멜 땅콩 버터에 비유하고 싶네요. 끝의 신맛과 잔잔하게 이어지는 향이 좋습니다. 역시 식을수록 단맛이 올라옵니다. 같이 주문한 아메리카노의 단맛은 끝내줬습니다. 식어도 무너지지 않는 바디감과 밸런스에 박수를 보냈지요.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카페들은 대부분 약배전을 하기 때문에 신맛이 강렬하게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나중에 머신을 설명할때 말씀드리겠지만 톨드어스토리에선 에스프레소 추출시에 강화될 신맛을 잡기위해 인퓨전 기능을 독특하게 사용합니다. 덕분에 드립커피같이 밸런스가 좋은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거죠.

 

이곳에서 한 잔만 마시겠다 하는 분들께 아메리카노를 권합니다.

 

노란색 튜닝이 눈에띄는 라마르조꼬 리네아입니다. 여기서 잠깐. 앞에서 라마르조꼬만을 고집하는 카페들을 뭐라고 해놓더니 이게 뭡니까? 라고 따지시는 분들이 있을것 같네요.

 

네, 톨드어스토리에선 라마르조꼬 리네아 4그룹을 사용합니다. 대신 이 머신은 방정호 바리스타가 튜닝을 해 껍데기를 제외하고는 리네아가 아닌 커스텀 머신입니다. 머신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튜닝을 하고, 최선의 맛을 뽑기 위해 연구를 했기 때문에 오늘의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나올 수 있었던거죠.

 

궁금해서 머신에 대해 물어보다가 페마(훼마)머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가게에선 얼마전까지 페마가 레전드 머신을 썼다고 합니다. 추출 온도가 일정한 라마르조코와 달리 페마레전드는 그룹헤드가 튀어나와있어 겨울이면 헤드가 얼어 추출이 안될정도로 예민한 머신이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바리스타는 머신을 잘 이해한다면 페마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한 잔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는 얘기도 덧붙여주셨습니다.

 

딱 봐도 뭔가 달라보이는 리네아입니다. 추출할때 사용하는 저 잔 모양의 버튼들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 특이합니다. 바로 아래 달린 스위치로만 추출을 한다네요. 왼쪽은 인퓨징(뜸들이기)용, 오른쪽은 추출용. 톨드어스토리에선 인퓨징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추출버튼과 인퓨징 버튼을 번갈아가며 추출을 한다고 합니다. 밸런스가 뛰어난 커피를 만들질 수 있는 이유죠. 앞으로도 튜닝과 실험은 계속될거라고 합니다.

 

자, 저 '1'버튼이 인퓨징버튼 그리고 '11'버튼이 추출용버튼입니다.

 

그라인더입니다. 메져 미니, 자동 그리고 콤팍의 레드스피드가 보입니다. 레드스피드는 콤팍 라인에서도 가장 고가의 그라인더입니다. 에프엠커피하우스에서도, 커피공장에서도 한 때 있었다가 어디로 사라진 레드스페드가 여기에 있네요.

 

레드스피드에 대한 평가는 분분합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셋팅이 변할정도로 예민한 이 그라인더는 바리스타를 애먹이는데 선수입니다. 그래서 매장에 따라, 바리스타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죠. 아직까지 이 머신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매장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톨드어스토리에서도 여러모로 실험해볼 요량으로 데려다 놓은것 같습니다.

여튼, 말로만 듣던 레드스피드를 보니 반갑네요. 

 

에바퓨어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는 수돗물 사정이 좋습니다. 대전은 특히 수돗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구요. 그럼에도 정수기를 사용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물은 커피맛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수기를 통해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톨드어스토리뿐만 아니라 많은 카페들이 고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후지로얄과 디팅그라인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그라인더들입니다. 

 

곰다방에서도 사용했던 모델이죠. 돈 좀 들여 그라인더를 구매하시고 싶은분들에게 저는 디팅과 후지로얄을 추천합니다. 깔끔하고 안정적인 분쇄를 자랑하거든요. 

 

네. 저는 이부분이 좀 묘하다고 여겨졌습니다만.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할게요. 

 

오래된 인켈스피커가 있고.

 

마구잡이로 꽂혀있는 책들은 진지합니다. 것멑으로 책을 꼽아놓은 카페들과 비교되는 책 목록들입니다. 언뜻봐도 좋은 책들이 몇 권 보이네요. 저는 이런 부분이 좋습니다. 

 

결국 로스팅실에 입성.  

 

프로밧 번입니다. 여기서 또 클레임이 들어오겠네요. 결국 이 카페는 프로밧과 라마르조꼬를 쓰지 않느냐!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겁니다.

 

요 모델은 프로밧 번Probat Burns입니다. 프로밧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한 미국 프로밧의 로스터입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은 기존의 프로밧 모델과 프로밧 번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합니다. 이 모델은 훨씬 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합니다. 미국의 가스사정을 고려해 버너도 조금 다르게 제작됐구요. 엄연히 말해서 프로밧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여기서 로스터의 설명은 빛납니다. 프로밧 번의 특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개조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로스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로스터기를 카페에 맞춰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이곳 커피가 더욱 사랑스러워졌습니다.

 

콩빵(?)을 당하지 않으려면 튀어나오는 뜨거운 원두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고소한 향이 그득하네요. 

 

오랜만에 보는 후지로얄입니다. 여기에선 프로밧만 쓰는게 아닙니다. 디스커버리, 프로바티노도 함께 있죠. 생두의 특성에 따라,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로스터를 선택해 로스팅을 합니다.

 

디스커버리. 옆에는 프로바티노가 있었는데 요녀석은 잠시 쉬고있다고. 각 로스터에 대한 특성을 설명해준 로스터 덕분에 즐거운 로스팅시간이었습니다. 

 

다시 바로 나와 커피를 주문합니다. 

 

위장이 뚫릴것 같았지만 추가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반짝반짝 

 

콜롬비아 COE. 설명을 듣고나니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3천원을 내기에는 너무 미안합니다.

 

맛있었습니다.

 

 

 

심플한 인테리어.

 

 

가져간 원두들도 나눠마시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숨김없이 모든걸 다 보여주고 설명해주시는, 유머러스하고 잘생긴 바리스타와 대화를 하다보니 취하는지도 몰랐네요. 돌아가는 길엔 손이 조금 떨렸습니다.

 

좋은 카페가 한 동네에 있으면 될까 걱정했던건 기우였습니다. 톨드어스토리와 잇트로스터즈는 공존 할 수 있는 카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커피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커피를 뽑아내는 두 카페. 다시 대전행 기차표를 사게 만드는 이유를 만들어줬습니다.

 

  • 톨드어스토리 가는길 - 대전지하철 1호선 유성온천역에서 하차. 충대정문 오거리에서 우회전, 유성천을 따라 10여분을 걷다보면 유성교가 나온다. 건너지 않고 직진해서 나오는 골목에서 좌회전. 다시 보이는 작은 사거리에서 우회전. 또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톨드어스토리가 있다. 지하철로 찾아가기 까다롭다면 버스 105번을 타고 한빛정류장 아파트에서 하차. 큰 골목이 나오기 전에 작은 사거리에서 좌회전. 다시 좌회전을 하면된다. 106번이나 113, 706번을 타고 유림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해서 충대방향으로 직진. 유성교가 끝나면 도로쪽으로 유턴. 역시 보이는 골목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 톨드어스토리라는 카페가 꽤 있는것 같습니다. 잘못가면 커피대신 죽을 먹을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 대전광역시 유성구 어은동 104(농대로8번길 2) 1층, 042-867-8919
  • http://www.toldastory.com (곧 오픈 예정)

※ 추신: 커피 바 잇 로스터즈는 현재 대전 유성구 궁동 영업을 종료하고 충청도 곳곳에 새 지점을 오픈했습니다. 궁동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확인하시고 새 지점을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새 지점 주소 : 세종시 연서면 안산길76번지

 

대전행 기차표를 끊었던건 순전히 서리님의 블로그 덕분이었습니다. 포스팅된 사진에 나오는 보기드문 머신들에 눈이멀었달까요. 고급생두로 볶은 커피들이 3천원에 팔리는 풍경은 콩밭커피로스터즈 이후의 컬처쇼크였습니다. 좋은 머신에서 좋은 커피가 나오는건 절대 아니라고 누누히 포스팅을 통해 강조했습니다. 좋은 생두를 가지고도 설익혀서 떫은맛이 흐르는 카페들도 많구요. 에잇. 그래도 밑져봐야 본전이지. 금쪽같은 휴일 저는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봄 햇살이 빛추는 대학가 옆, 커피바 잇 로스터즈는 미국의 어떤 카페를 연상케하는 모습으로 저를 반겨줬습니다.

 

 

네. 이차저차 물어보니 직원분들이 쿨하게 인정하셨습니다. 대전의 인텔리젠시아,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입니다. (혹은 잇 로스터즈)

 

대학가 근처, 조용한 골목에 자리잡은 잇트 로스터즈입니다.

 

쾌적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는 2층까지 이어져있습니다.

 

메뉴판은 나중에 찍었는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이런 사진이 나왔습니다. 가격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에스프레소 메뉴는 3천 5백원, 드립메뉴는 4천 5백원. 베리에이션은 4천 5백원입니다.

카푸치노와 드립(예가체프)를 시킵니다. 예가체프를 시키자 직원분께서는 드물게 강배전됐으니 신맛을 좋아하시면 시다모를 내려주겠다고 합니다. 강배전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미련없이 예가체프를 달라고 합니다.

 

단맛이 풍부한 예가체프입니다. 향미는 강하지 않지만 바디감도 적절하고 목넘김도 부드럽습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카푸치노입니다. 딸기 우유의 느낌이 강하네요. 식으면 흩어지는 맛들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우유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지만, 부산 커피투어때만큼은 아닙니다. 나쁘지 않네요. 온화한 한 잔입니다.

 

잇트 로스터즈에선 커머셜 생두를 취급합니다. 커머셜의 상위 등급인 하이커머셜과 프리미엄 생두까지도 쓰는지는 모르겠네요. 좋은 기계들에 반해 커머셜 생두를 쓰는 것을 의아해 하실수도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아지면서 커머셜 생두가 상대적으로 안좋은 커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스페셜티는 가격도 비싸고 맛도 심사기준에 따르느라 단편적인 경향이 존재합니다(물론 상위권의 생두들은 개성도 강합니다만). 이에 반해 커머셜 생두들은 공급가가 안정적이고 재배도 많이 되기 때문에 스페셜티에 비해 로스팅 포인트를 잡기도 편하고, 안정적인 맛을 오래 이끌어가기에 좋습니다. 아무리 여유로운 카페라 할지라도 파나마 게이샤로 여러가지 실험을 하진 않는것처럼 말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우는 샵들도 수익의 많은 부분은 커머셜에 의존하는것도 사실입니다. 프리미엄이나 하이커머셜 생두로 어느정도 공급가의 비중을 맞추기도 하구요.

 

스페셜티 커피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커피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 그늘도 있죠. 이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가게들을 둘러봅니다. 로버 자동과 수동 그라인더 디팅 듀얼 그라인더가 보입니다. 머신은 시네소 3그룹이네요. 다양한 종류의 템퍼들도 있고.

 

이 밖에도 잇트 로스터즈엔 번 트리펙타Bunn Trifecta, 클로버Clover등의 다양한 머신들이 있습니다. 덕분에 두 개의 정수기에서 물을 공급받죠. 에바퓨어입니다.

 

드립스테이션. 칼리타 포트와 유키와포트 그리고 동드리퍼가 보입니다. 에어로프레스로도 추출을 하는가봅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로스팅실로. 로스팅 머신은 페트로치니입니다. 2007년 모델이네요. 사장님이 계셨더라면 이 로스터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프로밧과 기센이 판치는 서울과 다른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하더군요. 다음 포스팅에 소개하겠습니다만 근처 카페인 톨드어스토리에서도 프로밧 번(프로밧과는 엄연히 다른 로스터입니다), 후지로얄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디드릭 샘플로스터도 보입니다.

 

네, Pro100 샘플로스터입니다. 요녀석을 쓰는 매장들이 종종보입니다. 커피플렌트에서 만드는줄 알았습니다만, 대만제이고 수입만 플렌트에서 한다고합니다.

 

졸라서 시작한 번 트리펙타 시연. 에어로프레스와 프렌치프레스의 결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직원분의 설명). 포터필터(?)에 반영구적 필터를 끼우고 분쇄한 커피를 담으면 준비완료.

 

인퓨징(차를 우리다라는 뜻이지요. 커피에서는 뜸을 들인다라고 해석하면 될것 같습니다)시간, 물 온도, 압력 등의 다양한 변수들을 입력합니다. 그리고 추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머신인것 같습니다. 탐이나네요.

 

시연하는 모습에 커피덕후인 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쪼로로로. 트리펙타에서 커피가 나오는건 처음 봤습니다.

 

필터의 모습도 살짝.

 

스타벅스에서 인수한 클로버 머신(클레버 아닙니다). 뉴욕의 카페 그럼피에서 만나고 처음입니다. 국내에서 클로버를 만나다니. 반갑네요. 가격은 왠만한 중고 에스프레소 머신 가격. 역시 시연을 부탁드립니다. 옆에 말코닉 그라인더가 수줍게 보입니다. 부럽습니다.

 

클로버는 원래 그라인더 일체형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한 잔의 커피를 뽑아내는 식의 브루잉을 염두하고 만든 머신입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그라인더가 제거됐고 완전 자동이 아닌 반자동(커피 찌꺼기를 수동으로 치워야 합니다)으로 만들어졌죠. 이미 몇 년전에 시에틀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스타벅스가 인수해 유명세를 떨쳤죠.

 

온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추출시간도 조절 가능한걸로 알고있구요.

 

요렇게 되면 커피는 추출 완료. 찌꺼기는 염전에서 보는 밀대같은걸로 주욱 밀어냅니다.

 

리브레에서 보고 처음보는 고도. 쓰는거냐고 물어봤더니 지금은 안쓴다고 합니다. 새로 만드는 지점에 투입된다고 하는데 기대됩니다. 고도로 볶는 커피라!

 

제가 아는 소박한 정보로 고도를 설명하자면. 엄청 오래됐고, 무거운 주철로 만들어졌으며, 버너가 꽃 모양으로 생겼다는 점, 버너의 위치가 특이하다는 점 등이 있네요. 자세히는 모릅니다. 여튼 생긴게 멋있습니다. 진정한 빈티지 로스터죠.

 

네. 디스플레이용 원두입니다.

 

에그트론 색도계입니다. 에그트론 넘버가 있고 이를 통해 로스팅 정도를 판단할 수 있죠. 커피용 명도 판별기(?)정도로 보시면 될겁니다. 랩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머신들이 매장에 덩그러니 있습니다.

 

로스팅된 원두들.

 

사이폰 스테이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네. 과음했습니다. 카푸치노의 농도에 대해 얘기하다가 우유가 좀 덜 들어간 버전으로 다시 꿀꺽. 딸기우유(첫번째 카푸치노)에 딸기가 두 개 더 들어간 느낌이네요.

 

카페의 입구

 

넓고 쾌적한 매장입니다. 이런 매장은 직원들도 일하기 좋죠.

 

바리스타 복지와 관련해 할 말이 많은 요즘, 이것저것 유심히 바 안을 살펴봅니다.

 

식기세척기도 있고 스팀피처나 샷잔을 씻어주는 린스기가 인상적입니다. 초록색 고무매트는 오래 서있는 직원들을 위한 사장님의 작은 배려죠. 매장만큼이나 넓은 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선을 고려한 머신들의 배치도 좋았구요.

 

2층에도 넓고 쾌적한 자리들이 있습니다.

 

테라스에선 인****아가 생각나는 인테리어가.

 

노코멘트.

 

 

 

영업시간은 이렇습니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맛있는 커피 한 잔. 아니 여러잔을 마시고 톨드 어 스토리로.

 

대전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 가는길 - 대전 시내버스 101번을 타고 충남대앞에서 하차. 정문이 있는쪽으로 쭉 내려갑니다. 정물을 지나고, 보이는 다솔아파트를 지나 보이는 첫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조금만 올라가다보면 우측에 보이는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를 만날 수 있다. 지하철 이용시 대전 1호선 유성온천역 이용. 충남대 정문방향으로 직진. 다솔아파트 방향으로 가면 된다.
  • 대전광역시 유성구 궁동 413-3, 042-826-8852
  • 월요일-일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2시까지

※ 추신: 커피 바 잇 로스터즈는 현재 대전 유성구 궁동 영업을 종료하고 충청도 곳곳에 새 지점을 오픈했습니다. 궁동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확인하시고 새 지점을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새 지점 주소 : 세종시 연서면 안산길76번지

좋은 카페의 3요소는 뭘까요. 스페셜티 생두, 간지나는 로스터기, 수상경력 화려한 바리스타. 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카페의 요소는 안정적인 부동산, 개념있는 사장,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입니다. 커피 드링커 8년차의 소견이네요.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좋은 바리스타는 개념없는 사장님 덕분에 맛없는 원두를 살리느라 정신없고, 근로기준법은 깡그리 무시당한채 착취당합니다. 좋은 사장님 밑에는 거만한 바리스타가 앉아있어 손님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죠. 기껏 개념사장과 바리스타가 카페를 열면 재개발이라고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카페 해먹기 참 힘든 나라입니다.

 

헬카페는 이 3요소가 잘 어우러져 탄생한 카페입니다. 두 젊은 사장은 각각 홍대와 종로에서 수많은 팬을 양성했던 개성넘치는 바리스타입니다. 이태원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혹은 안정적으로)자리잡은 카페에는 몬테베르디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커피는 스스로 부끄럼이 없습니다.

 

 

헬카페 옆에는 폴리텍대학앞 왕돈까스 학과와 토스트집이 있습니다. 밥은 굶고 가셔도 걱정 없습니다. 

 

 

지옥의 문을 엽니다. 

 

 

두 주인장이 사나운 얼굴로 맞이합니다. 

 

 

곰다방 출신의 통돌이 장인 권요섭 바리스타는 브루잉과 로스팅을 담당합니다. 곰다방때 쓰던 유키와 포트 그리고 유니온 샘플로스터를 들고 이태원에 왔습니다. 

 

 

제가 처음 본 WBC국가대표 선발전이었습니다. 일전에 소개한 커피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와 한 무대에 섰던 바리스타죠. 그 대회에서 김사홍 바리스타는 2위 그리고 헬카페의 임성은 바리스타는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인상깊은 시연을 펼쳤던 두 바리스타의 카페에 이제서야 발을 들여봅니다. 임성은 바리스타는 뎀셀브즈에서 오랬동안 근무하기도 했었죠. 탬퍼만 들고 보광동으로 왔네요.

 

 

 

주변 물가에 비하면 조금 비싸다는 평도 있네요. 하지만 생두의 퀄리티등을 생각했을때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테이크아웃 할인이 2천원이나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당근쥬스와 티라미스는 헬카페에서 직접 만든 메뉴입니다. 일단 커피를 마시러왔으니 다른 메뉴는 쿨하게 무시하고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를 주문합니다. 

 

 

엘살바도르 놈브레. 2차 팝핑을 넘긴 원두를 보기 힘든 요즘, 강한 인상을 남긴 놈브레였습니다. 좋은생두 뭣하러 강배전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2차를 넘긴 중강배전커피의 중후한 바디감과 달달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그런 얘길 못하죠. 

 

 

에스프레소 블렌드는 당분간 매드커피의 라임바리스타가 공급합니다. 조만간 헬카페만의 에스프레소 블렌드가 탄생한다니 기대하셔도 좋을것 같네요.

 

 

 두 잔을 마시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시네소머신과 로버 수동 그라인더가 눈에 띕니다.

 

 

시네소 2그룹입니다. 냉수와 온수 유입조절이 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섬세한 기능들이 많죠. 기회가 되면 저는 바리스타에게 머신에 대해 물어봅니다. 이 머신은 왜 선택했는지,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떻게 쓰고있는지. 좋은 바리스타라면 머신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습니다.

 

 

자동그라인더라고 다 좋지는 않습니다. 타이머에 맞춰 일정한 시간만큼 그라인딩을 해주는 자동그라인더는 종종 편차가 심한 커피를 만들어주죠. 임성은 바리스타는 그날의 원두 상태와 머신 컨디션을 생각해 그라인딩을 하고자 합니다. 고집스럽게 수동 그라인더를 가져다놓은 이유가 있죠. 

 

 

실제 로스팅에 쓰이는 샘플로스터는 밀폐형 유니온 샘플로스터. 드립포트도 굵은 물줄기로 유명한 유키와가 쓰입니다. 선반위에 놓여진 타공형 유니온과 동드립포트는 디스플레이용. 하지만 종종 쓰기도 합니다. 

 

 

조만간 단테의 신곡을 이곳에서 완독하려 합니다. 정말 지옥이 있습니다. 커피지옥, 헬커피에선 지옥보다 더 깊은 커피맛을 느낄수 있습니다. 

 

 

두 사장은 사이좋게 브롬톤을 타고 출근합니다.  

 

 

엘피를 틀어주는 몇 안되는 카페죠. 

 

 

이어서 마신 에스프레소. 상큼한 오렌지에 풍부한 과일향이 느껴집니다. 신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약중의 바디감도 있었구요.

 

 

요플레의 시큼달달함이 느껴지는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포도맛도 조금 나는것 같네요. 여운이 잔잔하게 이어지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습니다. 

 

 

커피를 충전하고 다시 카페를 둘러봅니다. 

 

 

권요섭 바리스타의 팬이 그려준 그림.   

 

 

곧 있으면 싱글몰트 위스키도 공식판매에 나섭니다.

 

리브레에서도 헬카페의 오픈을 축하합니다. 엘살바도르 엘 아우솔이네요. 곧 통돌이로 볶은 엘 아우솔을 맛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안철수도 헬카페의 오픈을 축하합니다.

 

브라우니 이에 질세라.

 

 

헬카페 한정 원두 패키지. 200g보다 인심 후하게 조금 더 담아 12000원. 

 

이곳 스피커는 유난히 여성보컬의 목소리를 잘 뽑아줍니다. 몇번이고 들었던 엘피판입니다. 헬카페의 또 다른 장점은 음악. 바로크 이전의 고전음악부터 심수봉까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감동의 플레이리스트가 있습니다.

 

 

이곳의 당근주스는 정말 당근만 들어갑니다. 놀랍게도 너무나 달고 은은하죠. 빈속에 헬카페에 들어섰다면, 당근주스 한 잔 들이키고 커피 마시는걸 권유합니다. 든든한 속 달램에 안성맞춤입니다. 

 

 

종종 영업중에 콩을 볶기도 하는 권요섭 바리스타. 매장 일이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새벽내내 콩을 볶았던, 곰다방때의 경험은 그의 자산입니다. 통돌이 로스팅은 변수가 많습니다. 변수들을 컨트롤 하는것도 대형 기계 로스터와는 차원이 다르게 힘들죠. 생두의 상태는 고스란히 로스터의 손에 전해집니다. 로스터는 감각적으로 그걸 느껴가며 콩을 볶죠.

 

 

임성은 바리스타는 권선생이 볶은 콩들에서 못난놈들을 골라내는 핸드픽 작업을 합니다. 고된 노동이죠. 때마침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잊었던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쪼그려 핸드픽 하는 저 분은 이 카페의 에스프레소를 담당하는 임성은 바리스타입니다.

 

 

 

 

조금씩 따라서 다 마셔보고 싶습니다. 어떤 잔에 마시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건 제 혀가 정신을 못차린 탓이겠죠.

 

 

오늘 볶은 콩들입니다. 애타게 손님들을 기다리는 모습이네요. 

 

 

 페마의 변천사를 담은 책.

 

 

밥 같은 커피, 커피 같은 밥. 지옥같은, 끝을 모르는 아름다운 맛의 향연입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커머셜 만델링의 깊은 맛을 느끼며 카페를 나섰습니다. 마지막 잔은 남달랐습니다. 곰다방의 향수가 느껴집니다. 쌉사름뒤에 달려오는 신맛 2차 크랙까지 몰고간 다양한 얼굴의 만델린은, 이곳에서만 맛볼수 있습니다.

 

쿠엔틴타란티노의 영화가 인생의 영화가 될 순 없죠. 하지만 매력있고 강렬한, 한 편의 좋은 영화인건 분명합니다. 곰다방은 저에게 인생의 커피를 내려줬습니다. 그리고 헬 커피는 쿠엔틴타란티노의 영화같은 강렬한, 훌륭한 커피 한 잔을 선사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이곳의 커피를 찾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이 곳에서 인생의 커피를 맛 볼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헬카페 로스터즈 -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하차. 3번출구로 나와 U턴. 다시 좌회전을해서 골목을 따라 보광동 방향으로 6분 정도 직진. 한국폴리텍대학 정수캠퍼스 맞은편에 헬카페를 만날 수 있다. 버스 이용시 한국폴리텍1대학(정류소 번호 03-282)을 이용하면된다. 405, 421, 0018번이 멈춘다. 혹은 이태원을 경유하는 버스를 타고 해밀턴 호텔 맞은편 골목으로 내려가도 된다.
  •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38-43 
  • 월요일-일요일 8시부터 22시까지. 당분간은 이 오픈시간을 유지.
  • 전화번호 010-4806-4687

  • 트위터 https://twitter.com/hellcafe2013 /미투데이 http://me2day.net/hellcafe2013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

 

 

 

조만간 '밥->커피' 베스트 코스에 대한 포스팅을 진행하겠습니다. 헬카페 옆에는 쫄깃쫄깃한 꿔바로우와 양고기 꼬치가 빈 속을 달래줍니다. 헬카페의 커피와 훌륭한 마리아주를 자랑합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는게 아니라 부동산을 마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재개발의 망령이 든 서울의 5년은 처참했습니다. 용산과 두리반의 투쟁은 부동산, 재개발과의 싸움이었죠. 홍대카페 투웰브피엠도 말도 안되는 세입자에 대한 법과 재건축에 대한 광기 덕분에 내몰리게 됐습니다.

 

건축학자 임동우는 사회주의 도시를 분석한 자신의 논문(책으로 출판된 바 있죠)에서 자본주의 도시건설의 맹점을 꼬집습니다. '자본주의 도시에서는 개인이 소유한 토지가 가장 중요한 세금 수입원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에 있어서 세금을 써야하는 공공영역을 최소화하면서 세금을 매길 수 있는 사유 토지를 가능한 한 최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계획의 논리였다. 이는 개발에 필요한 대도로 등의 요구를 낳았고 공공영역이나 녹지공간은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19페이지, 효형출판)며 자본주의 도시개발의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서울은 이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합니다.

 

30년이 넘은 카페가 즐비한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10년 넘은 카페조차 찾아보기 힘듭니다. 많은 카페들이 부동산에 큰 비용을 허비하는동안 질적인 성장도 더뎌졌구요. 지금도 훌륭한 카페들이 건물주와 대립하고있거나 월세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해방촌은 남산자락 바로 아래 위치한 달동네 마을입니다. 해방후 월남민들이 모여살았기에 그 이름이 붙었습니다. 유독 높은 언덕을 자랑하는 해방촌은 아직도 3000원이면 배를 채울수 있는 식당들이 가득한 곳입니다. 서울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하면서도 서울같지 않은, 기묘한 동네죠.

 

서론이 너무 길었나요. 해방촌을 찾기로 한 건 콩밭 메는 아낙네가 그리 참하다는 얘기를 들은 후였습니다. 봄바람에 기분이 좋아진 저는 4B 연필보다 짙은 흑심을 품고 해방촌으로 향합니다.

 

생활커피(생커활피 아닙니다) 콩밭로스터즈는 보성여·중고 앞에 자리잡았습니다. 녹사평역에서 걸어갔는데, 만만찮은 산행이었습니다. 마을버스 타시길 권유합니다.

 

두근두근, 아낙네를 만나기 전 커피 가격을 확인합니다. 핸드드립 커피가 삼천오백원입니다. 해방촌의 물가를 반영하네요. 커피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저렴하고 와이파이도 무료입니다.

 

여기서 제 흑심은 무너집니다. 노동자 아낙네는 남자였습니다. 쿵.

 

안그래도 휴일이라 민감한데 결재판이 날라드네요.

 

펼치니 메뉴판이. 검은커피가 마시고싶어 내리는 커피를 시킵니다. 원두 목록을 확인하니....

 

스페셜티, 마이크로랏 커피가 즐비합니다. 아니 근데 이게 모두 삼천오백원이라니. 말이됩니까 이게.

아리따운 아낙네를 만나는데 실패했지만, 원두리스트를 보고 다시 두근거림을 회복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주목받은 과테말라의 우에우에테낭고 커피를 주문합니다. 아, 삼천오백원이야...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머신은 소박한 가정용 브레빌머신입니다. 그라인더는 바리오. 사실 넓지 않은 매장에서, 에스프레소가 주력상품이 아니라면 선택할 수 있는 라인입니다.

 

소박한 주방에는 깨알같은 커피용품들이 가득합니다.

 

얼음을 깨는 기계와 그라인드 마스터라는 미국제 그라인더가 눈에 띕니다. 살짝 에어로프레스도 보이네요.

 

로스터는 자작로스터입니다. 저기 저 아래에 이어진 랜선같은 선은 온도를 컴퓨터에 옮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프로파일을 잡기위한 목적인것 같네요.

 

미싱앞에 놓여진 물잔들. 알고보니 콩밭커피 지하에 미싱공장이 있다네요. 아직까지 미싱공장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심지어 공장 사람들이 종종 커피마시러 놀러온다고 하네요.

 

 

주문한 과테말라입니다. 인헤르토입니다. 기계들을 쓰윽 살펴보고 별 기대를 안했습니다만, 제 실수였습니다. 커피맛은 훌륭했습니다. 과실향이 그득합니다. 자두의 단맛이 느껴지네요. 클린컵이 좋습니다. 좋은 생두도 생두지만 로스팅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3천 5백원에 이런 커피는 절을 두번하고 마셔야 한다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로스팅프로파일을 적는 종이가 눈에 띄네요.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로스터기에서 이어지는 저 하얀선이 바로 이 컴퓨터에 입력이 됩니다. 구글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로스팅 프로그램에 연결된 온도 입력장치는 로스팅이 진행되는동안 그래프를 그려줍니다. 콩밭로스터 아낙네는 매 로스팅마다 프로파일을 기록하고 공부합니다.

 

'농부들이 어렵게 재배한 커피, 실수해서 잘못볶으면 아깝잖아요. 소중히 여겨야죠'. 아낙네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로스팅의 품격을 높여줍니다.

 

맛있는 커피를 홀짝이며 아낙네와 수다 한 판. 음악취향이 비슷해 신났습니다. 해방촌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 사셨던 적이 있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네요. 그 동네엔 오래된 영화관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쉬는시간도 있었고 방음도 안되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 영화관에 대한 향수를 나누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남는것이 없는 도시에 살고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엘피도 트는군요.

 

영화를 공부하셨다고. 롤랑바르트의 책이 보입니다. 모두 읽었던 책이라고 합니다. 허세 작렬하며 아무책이나 꼽아놓은 몇몇 카페들하고 비교가 됩니다. 책 목록은 훌륭합니다. 책없이 가도 될 것 같네요 .옆에 디브이디 타이틀도 재미있습니다.

 

아낙나에게 커피하나를 더 주문합니다. 이번엔 브라질. 향이 좋습니다. 시트러스가 느껴집니다. 감귤류의 단맛이 깊게 느껴집니다. 약배전된 커피라서 가벼운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클린컵이 훌륭한 콩밭의 커피들입니다.

식어도 신맛이 솟아오르지않아 거부감도 들지 않구요. 다시 한 번 삼천오백원에 이런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합니다.

 

요즘 커피 좀 한다는 집들은 아즈텍 핫초코를 내놓죠. 달기보다 카카오의 깊은맛이 일품인 초콜렛입니다. 역시 맛있네요. 잔도 인상적입니다.

 

 

 

훌륭한 그림들.

 

선반작업은 물론 모든 인테리어를 손수 하셨다고. 소품들도 애장품들을 가져다 놓은거라 합니다.

 

엘피는 모두 대학시절에 모았다고 합니다.

아낙네는 센스가 넘칩니다. '칠갑산'의 첫소절에 등장하는 아낙네 곁에는 '커피 한 잔'에 등장하는 새카만 김상사가 지킵니다. 어이쿠!

 

하이커머셜, 마이크로랏, 스페셜티 커피는 이렇게 핸드픽 작업을 거쳐 콩밭 로스터의 로스팅을 맞이합니다.

 

네, 맞는 말이죠.

 

바지를 내렸다가 혼쭐났습니다.

 

아이패드의 초기버전(?)입니다. 저 두 휠을 움직여 그림을 그리는데, 아이큐와 이큐가 상승.... 하기는 커녕 성질이 뻗쳐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수다 떠는 사이에 팔려간 원두. 아, 저도 사올걸 그랬습니다. 집에와서 원두가 모자르다는걸 파악.

 

결제판 옆에 있는 참기름병... 아니 더치커피를 발견합니다.

 

이것은 참기름병이 아니다.

 

맛있는 베이커리입니다.

 

연고도 판매하네요.

 

좋은 생두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아낙네는 친절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왔으면 좋겠어요. 좋은 생두 쓰는게 아깝지는 않아요. 어차피 썩으면 똥되는건데. 맛있게 볶아서 나누면 좋잖아요'

 

아낙네의 마음씨에 반했습니다.

 

어스름이 질 때 즈음 해방촌 골목골목을 살펴가며 다시 녹사평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찾아가기는 힘들지만, 힘을 들여서라도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카페를 만났네요.

 

 

  • 콩밭커피로스터즈 가는길 -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5번출구, 녹사평역 2번출구에 나와 마을버스 용산 2번에 탑승합니다. 해방촌 5거리에 내려 보성여중고 방면으로 올라가다보면 왼편에 낮은 간판의 콩밭로스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보성여중고입구(정류소번호 03-171)로 가는 버스(402,405)나, 해방촌(마을버스 용산2번)을 가는 버스를 타고 보성여중고 방향으로 가는것도 좋은 방법.
  •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34-1 1층, 010-2649-5841
  • 월-목 11시부터 18시30분 까지, 금-일 11시부터 23시까지, 월요일 종종 휴식 트위터 참조. 
  • Twitter - @kongbatcoffee

머물렀던 숙소에서 후쿠오카 시내는 버스로 5분 거리였습니다. 날씨만 더 따뜻했더라면, 기꺼이 걸어서 가도 될만큼 가까운거리였죠. 숙소가 시내와 가까웠다기보다 작다는 표현이 걸맞는 도시가 후쿠오카입니다. 대부분 100엔이면 10분-20분 내외로 갈 수 있는 거리며, 시내에는 없는게 없습니다. 거리를 거닐다 문득, 후쿠오카에서 한 1-2년정도는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두 카페는 시내에있는 카페들입니다. 로스팅은 하지 않는 식사류도 함께 파는 그런 카페죠. 커피 전문점이라기엔 커피맛이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각각 35년, 3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기와 바쿠는 은은한 커피향에 녹아들어 편히 쉴 수 있었던, 아름다운 카페였습니다. 도시의 역사와 함께 늙어가는 카페였기 때문일까요, 후쿠오카의 향기가 그득한 카페들이기도 했습니다.

 

아기는 텐진코아빌딩 지하에 위치해있습니다. 저희가 코히칸 아기를 찾은 날에는 이렇게 눈이 오고있었습니다.

 

빨간 타일이 매력적인 아기의 문입니다. 간단한 브런치 메뉴를 비롯해 식사도 판매하고 있더군요. 때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수도없이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래된 금전등록기는 카페와 함께한 세월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쓰지않지만, 가게 한켠에 자랑스럽게 전시돼있더군요. 신기해 하며 이것저것 만져보니, '가게와 함께했던 기계입니다'(라고 말했던것 같은) 주인의 설명이 생각나네요.

'

숯불로스팅(탄화배전)커피는 사이폰으로 추출합니다. 간단해보이는 도구같지만,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월드 사이폰 챔피언쉽같은 대화가 생길정도로 각광받는 도구이기도 하구요. 커피를 주문하자 사장님은 능숙한 솜씨로 사이폰 커피를 추출합니다.

 

주방은 깔끔합니다. 커피의 기본은 청결한 주방이죠. 지긋하게 나이가 든 사장님은 커피를 내릴때가 아니면 테이블을 닦거나 잔들을 손보시더군요. 손길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고, 바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코히칸 아기를 찾아가게 만든 이유입니다. 인테리어는 정말.

이런 분위기에서 커피를 마실수 있는 직장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을 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사장님.

 

커피는 은은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앞서 커피맛이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아마 분위기가 커피맛을 초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모닝커피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바쿠로 향했습니다.

바쿠는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봤으나 역시 잘 몰라서 낭패. 그러다가 근처를 지나는 한 사람이 지도를 든 우리를 발견하고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걸어옵니다. '바쿠'라는 이름을 보더니 하는말, '내가 중학교때부터 가던 곳이에요! 20년 넘게 단골이죠!'. 장을 보러가던 그녀는 우리와 함께 카페에 가도 되겠냐며 앞장을 섭니다. 그리고, 좁은 계단을 오릅니다.

 

'여기는 핫초코가 맛있죠', 그녀의 추천으로 우리는 핫초코를 선택. 달지 않고 코코아향이 그득한 핫코초는 눈을 맞은 손과 마음을 녹여줬습니다. 함께시킨 드립커피는 구수했구요.

 

오래된 포트로 능숙하게 드립. 손님들은 담배를 꺼내 피며 자연스럽게 주인장과 대화를 합니다.

 

홀에도 자리가 많지만 사람들이 늘 찾는곳은 바. 바에 앉아 처음보는 사람이건,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건 커피 한 잔에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들 따로 들어왔지만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바쿠하면 빼먹을수 없는게 선곡과 인테리어 그리고 분위기. 세월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어느 카페도 쫓아올 수 없는 고고함을 만들어냅니다. 이래서 20년째 이곳을 찾는구나, 함께해준 일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니, 후쿠오카 카페산책이라는 책을 보고 여길 찾아왔다니 자기네들도 그 책이 있다며 꺼내보입니다. 커피에 대해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 문으로 나가면 '아트스페이스 바쿠'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출해온 작가만 700명. 카페를 찾는 예술학부 교수와 학생들 덕분에 지속될 수 있었던 곳입니다. 바쿠는 지금도 아트스페이스를 유지하기위해 최선을 다하죠. 바쿠는 커피와 음악 그리고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사진은 전부 니콘 FM, 렌즈는 조리개가 2.3까지밖에 열리지 않는 광각렌즈를 썼습니다. 필름은 다양하게.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몇 있어 알려드립니다. 사실 카메라는 잘 몰라요. 잘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동행한 주노누나의 사진입니다. 가끔, 제가 찍은 잘나온 사진도 있구요 :)

 

 

아기의 메뉴판. 400엔이면 탄화배전 블렌드를 맛볼 수 있습니다. 후쿠오카의 저렴한 물가를 반영하네요.

 

 

 

조지 거쉰의 엘피판에 적혀있는 바쿠의 메뉴들. 도시락이 든든합니다. 함박스테이크도 괜찮구요. 식사+커피세트도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 코히칸 아기 - 후쿠오카시 추오 구 텐진 1-11-11 텐진코아 지하 1층
  • 092-721-8461
  • 오전 10시 - 오후 8시(휴일은 일정하지 않음)

 

  • 야네우라 바쿠 - 후쿠오카시 추오 구 텐진 3-4-14 코에이빌딩 2층
  • 092-781-7579
  • 오전 11시 - 오후 12시, 연중무휴

 

추신 :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카페투웰브피엠이 최소한의 이주비용을 받는 조건으로 건물주와 협상타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투웰브피엠 페이프북 페이지에서 간단하게 접한 소식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정보가 접수되면 바로 포스팅하겠습니다 :)

어머니의 손맛은, 음식에 있어 그 어떤 요소보다 훌륭한 작용을 합니다. 정성이나 푸짐함 혹은 오랫동안 정이든 맛은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음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죠. 커피도 그렇습니다.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는 정성스런 샐러드와 팬케익 그리고 이와 어울리는 아메리카노 한 잔. 제가 오늘 방문한 홍대 투웰브피엠에서 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서울로 올라가 홍대 카페 '투웰브피엠'에 들를 수 밖에 없었던건 블로그 '상우일기'를 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블로그 상우일기 - http://blog.sangwoodiary.com/]

 

부부가 만들어낸 샐러드와, 팬케익 그리고 샌드위치는 사진만봐도 깊이있는 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침이 꼴깍. 설레는 맘으로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투웰브피엠의 영엄시간은 금, 토 기준으로 12시부터 12시까지. 그래서 이런 이름이 붙었나봅니다. 여러곳에 매장이 있지만 제가 들른곳은 '상우일기'에 나온 홍대점.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조금은 번잡한 카페 입구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꾸밈없는 메뉴판들. 뭐든 맛있어보입니다. 주문을 위해 잠시 고민에 잠깁니다.

 

정식 메뉴판을 안찍어서 나중에 찍다보니 이렇게 찍었습니다. 잘 안보이시면 클릭.

 

팬케익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주방을 둘러봅니다. 작은 오븐과 팬케익을 굽는 전열기가 보입니다. 펜케익은 무엇보다도 두께가 중요하죠. 불 크기도 중요합니다. 가스레인지를 기준으로 강, 중, 약 그 다음엔 팬케익 크기로 약-꺼짐 사이의 미묘한 위치를 맞춰야만 훌륭한 팬케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쉬운 음식이라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치죠.

 

신선한 식재료가 보입니다. 저 과일들은 바로 샐러드에 들어거나 생과일주스에 사용되죠.

 

 

주문한 아메리카노와 팬케익. 아메리카노는 구수합니다. 마치 숭늉을 먹는듯한 구수함에는 어머니의 손맛도 있고 깊은 따뜻함도 있습니다. 최근 마셨던 아메리카노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아메리카노였습니다. 펜케익은 훌륭한 두께를 자랑합니다. 딱 이만큼, 이 강도로 굽는건 만만찮은 실력을 요하죠. 물론 맛있습니다!

 

더불어시킨 핑크레모네이드는 레몬이 한아름 들어갑니다.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는게 단숨에 느껴지네요. 레몬을 그대로 먹는듯한, 그러면서 달달함과 시원함이 느껴지는 핑크레모네이드입니다.

 

두리반은 우리에게 희망을 줬죠. 세입자 따윈 생각하지 않는 법. 건물주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요구할 경우 세입자는 그 어떤 이유도 필요없이 나가야 합니다. 덕분에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있습니다. '합법적'이란 수식어 아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죠. 재건축은 서울의 아이콘이 된지 오랩니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당했고 지금도 고통받고있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이런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카페 인테리어는 평법합니다. 이런 평범함속에있는 분위기가 맘에들더군요. 조용하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너무 고요하지 않은 이 카페의 분위기가 맘에듭니다.

 

아직 겨울입니다.

 

 

구석구석 손길이 묻어나는 인테리어 소품들입니다.

 

읽을만한 잡지와 다용도 충전기가 눈에띕니다.

 

주인장의 취향이 돋보이는 테이프들.

 

카페 투웰브피엠 홍대점입니다.

 

지난 2월 27일에는 1차 철거집행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드이 응원을 해준 덕분에 투웰브피엠은 2월을 잘 넘길 수 있었죠. 연휴가 끝나면 찾아올 2차 집행과 그 이후의 일들이 걱정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투웰브피엠 근처에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가 들어서있었습니다. 메뉴얼대로 뽑아내는 그곳의 와플과 이곳 투웰브피엠의 샐러드, 팬케익의 차이는 엄청나죠. 정성이 들어간 커피 또한 다를겁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을까요. 그리고 그곳의 분위기는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편한할까요. 음식은 맛있고 커피는 괜찮을까요.

 

카페를 운영하는데 있어 부동산은 커다란 작용을 합니다. 장사가 잘되는 곳일수록 권리금과 월세 싸움은 피가 터질정도로 잔인하죠. 좋은 카페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질적인 성장을 유지하려면 부동산과 관련된 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병적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또한 줄어들어야하겠죠.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도 중요하지만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건강한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카페를 위해선 손님들도 적극적으로 기호를 밝히고 의사소통을 해야합니다. 건강한 카페 문화와 맛있는 커피 한 잔은 바로 이와 직결되는 문제죠.

 

카페 투웰브피엠이 겪는 문제는 비단 이 카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도 수많은 카페사장들이, 젊은 창업자들이 골머리를 앓아가며 이 문제와 투쟁하고 있을겁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에서 시작된거죠. 법을 고치는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페를 찾는일은 어려운일이 아니죠. 연휴끝에 돌아올 카페 투웰브피엠의 생존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신 :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카페투웰브피엠이 최소한의 이주비용을 받는 조건으로 건물주와 협상타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투웰브피엠 페이프북 페이지에서 간단하게 접한 소식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정보가 접수되면 바로 포스팅하겠습니다 :)

 

지난 겨울, 후쿠오카에 다녀온 사진들과 함께 카페 기행을 올립니다. 카페 기행의 기반에는 [후쿠오카 카페산책](코사카 아키코, 아이비라인)라는 책이 있습니다. 기행 전반에는 오래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올립니다.

 

1934년, 카페 브라지레이로는 히가시나카스 강가에 문을 엽니다. 잘 숙성된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불을 떼는 소리가 독특한 이탄과 그 지역에서 흐르는 물, 그리고 거친 해풍을 그대로 담고있습니다. 숙성되는 오크통은 스코틀랜드의 자연과 역사를 담아 술을 빚어내지요. 브라지레이로는 후쿠오카에서 빚어낸 깊은맛의 싱글몰트입니다. 강변에 부는 바람을 이고, 그곳의 물과 함께 자란 카페입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그 지역의 물과 함께 섞어 마셔야 진가를 발휘한다는 스코티쉬 위스키가 생각났습니다.

 

브라지레이로 로고가 세겨진 조그만 로스터는 매일매일 소량의 생두들을 볶아냅니다. 근대 서양식 조리사인 나야씨의 레시피로 만들어지는 각종 음식들은 이곳의 커피와 궁합을 잘 이루죠. 커피를 주문하고, 카페를 둘러봅니다.

 

 

작지만 견고하게 제작된 이곳의 로스터. 쿨러 위에 설치된 작은 선풍기가 인상적입니다.

 

벽장엔 카라얀의 사진들이. 일본인들의 클래식 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죠. 빌헬름 켐프의 이름을 딴 켄-푸산 이라는 섬은 그들의 고전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줍니다. 카라얀또한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지휘자였습니다.

 

해가 스멀스멀 지기 시작할 때부터 늦은 저녁이 되기까지, 우리는 브라지레이로에 머물렀습니다.

 

후쿠오카의 거리를 거닐다,

 

도착한 어느 이자카야. 일과를 끝낸 직장인들이 즐겁게 술을 마시는 곳이었습니다. 후쿠오카의 명물 고등어회. 커피로 출출해진 배를 달래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도제방식의 오래된 카페가 아직도 살아있고, 그들이 볶아낸 블렌딩이 많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곳이 일본입니다. 오랫동안 그 지역 사람들과 호흡하며 만들어온 브라지레이로의 블렌드도 깊은맛을 만들어내죠. 스페셜티의 물결이 밀려와도 일본의 클래식 카페들은 건재합니다. 오히려 스페셜티를 자기 카페에 맞게 변화시켜 로스팅을 해내죠. 굳건한 뿌리가 있기에 흔들리지 않는 맛을 내고 시대에 맞춰 변화합니다.

 

필카사진은 몇 장 없기에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로 설명을 더해보겠습니다.

 

 

브라지레이로 전경

 

메뉴판입니다. 일본말로만 써져있어 해석 불가능. 클래식 커피와 블렌드를 시켰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맞을겁니다.

 

네, 주문한 커피 하나는 저렇게 잔이 세개나 나오는 메뉴였습니다. 주문하자마자 직접 만드는 (달지않은)생크림 작은 도기 주전자 그리고 작은 잔. 커피는 그냥 먹었을때 조금 심심합니다. 저 크림을 타서 먹으니 놀랍게도 부드럽고 달달하며 고소해지더군요. 커피에서 나는 기분좋은 맛들이 다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드립으로 내려진 블렌드 또한 묵직한 바디감이 살아있는 일본식 커피였습니다.

저는 이런 블렌드가 좋습니다. 오랜시간동안 사람들과 호흡해온 커피이기 때문이죠. 어딜가도 그 카페만의 블렌드를 뽑아낼 수 있는 카페가 드문 한국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필카로는 좀 어두워보였던 로스터기.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무거운 철로 만들어진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밖에서 간단히만 살펴봐도 견고한 구조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브라질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브라지레이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커피=브라질'이라는 공식이 통했던 1930-40년대의 일본 풍경이 상상됩니다.

 

벽면을 장식안 카라얀의 사진들. 2층입니다. 기분이 묘하네요.

 

  • 후쿠오카시 하카타 구 텐야마치 1-20 
  • 092-271-0021
  • 오전 10시 - 오후 8시 반(토요일은 19시까지), 일요일, 공휴일은 휴일

보통(Botton)에서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한 코스타리카 한 잔은 저를 5 Brewing으로 이끌었습니다. 처음에 가게에 들어설 때까지도 저는 이 가게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5가지의 기구로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이런 이름일까 생각했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제야 생각이 납니다.

 

이 카페는 도형수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가게였습니다. 그는 홍대에 있는 최현선 바리스타의 카페 5 Extracts 맴버입니다. 5 Brewing은 에스프레소 중심의 5 Extracts와 달리 브루잉을 전문으로 한다는 컨셉으로 도형수 바리스타가 새로이 시작한 가게입니다. 그러고 보니 5 Extracts와 같은 로고를 쓰고있네요. 제가 이리 둔합니다.

 

커피의 제3의 물결에는 브루잉에 대한 열망도 담겨있습니다. 질 좋은 스페셜티 생두를 제대로 브루잉한다면 에스프레소에선 느끼지 못하는 깊은 맛을 표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에어로프레스와 케멕스의 선풍적인 인기는 고전적인 도구들도 재조명을 이끌어냅니다. 비주얼 브루잉머신이라 불릴 정도로 잘 쓰이지 않았던 사이폰도 브루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적용되면서 화려하게 복귀를 하죠. 2009년 일본에서 개최된 제 1회 월드 사이폰 챔피언쉽은 이런 열기를 증명합니다.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쉽등 각종 브루잉 대회들이 등장하면서 브루잉 커피 시장도 날이갈수록 성장하고 있습니다.

 

5 Brewing은 이러한 열기를 가득 담아 오픈한 카페입니다.

 

연희동 104고지 라는 정류장에 내려서 조금만 걷다보면 미술관 아래 위치한 5 Brewing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바리스타 도형수의 화려한 수상경력.

 

브루잉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5 Brewing에서 사용하는 추출 도구들입니다. 핸드드립, 케맥스, 에어로프레스, 사이폰, 클레버, 에바 솔로, 프렌치프레스까지.

 

싱글오리진 메뉴는 많은 편입니다. 총 11종이네요. 브루잉 카페라는 특성때문에 되도록이면 이정도의 라인업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기대가 있기 때문이죠.

 

WBC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자신만의 시그네쳐 드링크를 개발해야 합니다. 대회용 창작메뉴는 아마 그런 연유로 개발된 메뉴인것 같네요. 대회 출신 바리스타의 가게에 가면 종종 그 바리스타만의 시그니쳐 드링크를 맛볼 수 있죠.

 

군고구마의 향이 깊게 느껴지는 케냐AB입니다. 카라멜과 포도의 신맛이 매력적입니다. 벨멧느낌과 레몬의 신맛도 조금 느껴지네요. 사이폰의 특성때문인지 살짝 가벼운 느낌이 아쉽습니다. 가볍게 미끄러져서 쑥 넘어가는 커피가 얄밉기만 하네요. 달달한 커피, 참 맛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시킨 카푸치노. 초콜렛의 느낌과 알싸한 과일의 신맛이 매력적입니다. 오렌지맛도 조금 느껴지니 감귤초콜렛이 생각나더군요. 대회출신 바리스타의 카푸치노답게 깔끔하게 서빙된 모습입니다.

 

니카라과는 클린한 맛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꿀과 오렌지의 단맛은 은은하고 좋았죠. 하지만 바디감과 밸런스 측면에선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의 커피는 전반적으로 트렌디 합니다. 약배전한 커피를 살살 달래서 추출한 달콤하고 신맛이 매력적인 커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커피를 마시면 늘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신맛의, 약배전의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각종 세계대회가 생기고,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의 커피는 점점 세계의 기준에 맞춰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런 커피들은 흠잡을데 없이 맛있습니다. 수많은 나라의 센서리들이 인정했다는건 의미가 있죠.

 

하지만 저는 종종 학림다방에서 느꼈던 그 깊은 맛이 그리워집니다. 이대 앞 비미남경에서 맛봤던, 안암동 보헤미안에 처음으로 마셨던 그 강배전 커피들은 저에겐 최고의 한 잔으로 기억됩니다. 무려 2006년의 일이네요. 그때와는 사뭇 다른 카페들의 분위기가 못내 아쉬운건 저 뿐일까요.

 

이 문제야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가게를 둘러보죠.

 

자 브루잉 커피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에어로프레스 스탠드와 브루잉 스탠드가 눈에 띕니다. 뒤에 보이는 말코닉 그라인더는 브루잉을 위해 쓰이고 있죠.

 

자, 옆에는 사이폰 스텐드가 보입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리네아 2그룹. 메져 그라인더가 추출을 도와줍니다.

 

구석에 있는 GS/3가 눈에 띕니다.

 

소량으로 배전하는 듯 싶습니다. 10종 이상의 싱글오리진을 운영하는건 힘든일이긴 합니다.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궁금하지만 일단 커피가 맛있으니 믿어봅니다.

 

요놈은 Espro Press라는 녀석입니다. 프렌치프레스인데 미분을 걸러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죠. 홈페이지에 소개된 영상을 참고하시면(http://espro.ca/espro-press/) 얼마나 미분을 잘 걸러내는지 알 수 있을겁니다. 저도 소문만 듣다가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 공식으로 수입하는 곳은 없는걸로 알고있습니다. 물어보니 이곳에선 18만원 정도에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프렌치 프레스와 메탈콘필터가 끼워진 케멕스, 에바솔로, 사이폰 스탠드, 클레버가 보입니다. 에바솔로도 광고만 봤지 실제 사용하는건 처음봅니다. 다음에 방문하면 Espro Press와 함께 시연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네요.

 

브루잉 카페의 필수 머신, 우버 보일러입니다. 마르코 브루잉이라는 아일랜드 회사의 제품인데, 브루잉을 위한 정확한 물의 제공을 위해 탄생한 머신입니다. 제가 아는건 이정도까지. 성능이 굉장히 좋아서 브루잉을 하는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탐을 낸다고 하더군요.

 

기존 로스팅은 디드릭을 가지고 있는 5Extracts에서 이뤄졌습니다. 곧 기센 로스터가 설치되고 이곳에서 로스팅도 진행될거라 하네요. 기센으로 바뀐 후, 이곳의 커피 맛이 궁금해지네요. 사진은 로스터를 위해 설치된 배기구입니다.

 

각종 커피관련 잡지와 도형수 바리스타에 대한 보도자료들.

 

 

 

다양한 브루잉 기구는 물론이요 커피 교육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맘에드는 기구가 있었는데 선뜻 사기 힘들었거나 배우기 어려워 구매를 망설였다면 이곳에서 상담을 받아보길 권합니다.

 

 

 

도형수 바리스타는 이런 분입니다.

 

손님들이 바에 있어서 이런 한정적인 사진밖에 찍을수 없었습니다.

 

미술관과 함께쓰는 화장실. 인상적이네요.

 

대회출신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가게답게 5 Brewing에선 수준급의 커피를 맛볼수 있었습니다. 더해서 대회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비스 마인드와 커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이곳의 커피를 더욱 돋보이게 했죠. 물론, 대회 수상경력을 가진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가게라고 해서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5 Extracts의 커피들은 늘 맛있었지만 바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편차가 조금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보다 더 적절한 예시는 폴바셋 커피입니다. 훌륭한 머신 세팅과 매장관리는 폴바셋의 이름을 빛나게 합니다. 하지만 바에서 추출을 하는 바리스타가 모두 폴바셋이 될 순 없습니다. 고용된 바리스타들이 연약한 팔뚝으로 폴바셋의 강한 템핑을 따라하려다보니 종종 그곳의 커피맛에 실망을 하곤 합니다.

 

5 Brewing의 강점은 도형수 바리스타가 홀로 운영할 수 있는 범위의 매장이라는 부분입니다. 커피맛에 대한 통일성과 편차를 줄일수 있다는 점, 자신의 개성을 더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 아래의 작은 가게는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죠.

 

  • 5 Brewing 가는길 - 버스 정류장 연희 104고지 앞(구 성산회관)(정류소번호 13-008,009,010,011)에 하차. GS25 편의점 방향으로 길을 건너 성산2교 방향으로 300m 직진. 미술관 1층에 위치해있다.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46-176, 02-322-7197
  • http://blog.naver.com/sposss

모모스와 커피공장에서 제가 목격할 수 있었던건, 큰 매장을 유지하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을 손님들의 러쉬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원두와 더치커피를 구매하고 커피용품을 사가는 부산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곳의 커피문화는 정말 다르다는걸 느꼈습니다. 매장을 찾는 수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이 카페들의 '어떤 점'에 이끌려 문을 열게 되는것일까요.

 

서울의 카페들은 수줍게 스페셜티 커피를 내놓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바리스타는 조심스레 설명을 건냅니다. 대놓고 '우린 스페셜티 커피를 팝니다'하고 광고하는 곳은 드물죠. 메뉴판 어딘가에 쓰여진 덧말로 스페셜티를 홍보합니다.

 

커피공장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방법은 조금 달랐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통유리로 된 로스팅실, 완전히 오픈된 바와 각종 기구들 그리고 스페셜티 커피를 팔고 있음을 강조하는 각종 메뉴판. 우리는 이 정도다. 우리의 커피는 이런점이 뛰어나다. 숨기지 않습니다. 내숭도 없죠. 뽐내듯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들의 화끈한 모습에 사람들은 이끌립니다.

 

'자, 마셔봐. 우리의 커피를'

커피공장은 화끈한 부산남자의 사랑고백과 같습니다.

 

 

위로는 4층에 테라스까지 있는 엄청난 규모의 커피공장입니다. 커피공장의 출발은 이곳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남포동에 있는 본점은 이보다 훨씬 소박하죠.

 

 

네로, 네로주이시는 커피공장의 블렌드입니다. 메뉴판 밑에 있는 '스페셜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옆 메뉴판의 '레어 스페셜' 메뉴도 인상깊네요. 니카라과 COE로 커피를 주문하면 1000원의 추가요금을 받습니다. 카푸치노 메뉴대신 우유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자, 메뉴판을 보고 마음의 결정을 했다면 주문을 합니다. 푸드코드처럼 커피를 주문하면 영수증을 줍니다. 그리고 바리스타를 선택합니다. 커피를 내리는 모습은 사방이 트인 바에서 구경할 수 있죠. 커피공장의 시스템입니다.

 

베이커리에 눈을 돌려보지만 전 이미 빠니니식당에서 먹은 빠니니로 배가 부릅니다.

 

간지나는 커피공장 바리스타의 메뉴얼입니다. '내가 커피 좀 알지'라고 잘난척하며 카페에 들른 사람들은 종종 무례한 행동을 합니다. 드립하는데 고개를 들이밀어 방해를 한다거나(물줄기를 확인한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커피 만드는 레시피를 살펴보고 클레임을 건다거나, 볶아둔 원두를 손으로 만지며 '로스팅이 별론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습니다. 나는 이만큼 아는데, 너는 그 정도 밖에 못하냐. 이런 아니꼬운 태도를 가지고 바에 돌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커피공장은 당당하게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맞는말입니다. 바리스타는 그런 손님들에게 쫄 필요가 없죠. 그리고 손님들도 바리스타를 존중하고 믿어줘야 하죠. 메뉴얼이 조금 간지럽고 오그라드는게 없지않아 있지만 말이죠.

 

자, 라마르조코 스트라다 EP입니다. 검은색 무광의 스트라다는 마치 잘생긴 스포츠카를 연상시킵니다.

모모스와 제이스퀘어에 이어 스트라다 EP를 쓰는 가게 세번째로 발견. 과연 이들이 EP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궁금해집니다. 

 

그라인더의 구성은 메져&콤팍의 구성입니다. 콤팍 전시장이라 할만큼 다양한 라인의 콤팍이 있더군요.  머신은 스트라다 EP1대, 리네아 2대가 있구요. 후덜덜한 라인업입니다.

 

개인적으로 리네아에서 추출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이날은 교육 때문인지, 정비 때문인지 리네아 추출은 안하더군요.

 

리네아 얖에 있는 콤팍과 메져 자동그라인더.

 

심플커피? 네. 주문한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이해가 됐습니다.

 

심플한 맛의 카푸치노입니다. 농도 진한 카푸치노를 마시고싶어 일부러 4oz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를 시켰지만 여전히 맹맹한 감은 있습니다. 모모스나 제이스퀘어의 EP 추출보단 맘에 들었지만 그래도 아쉬운감이 남는 카푸치노였습니다. 맛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느낌입니다. 말그대로 주이시한 네로주이시네요. 아프리코트, 자몽, 시트러스의 향미가 느껴졌습니다.

 

FM에스프레소와 어웨이크의 카푸치노를 제외하곤 심심한 느낌이 든 이 카푸치노에 대해 마지막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진한 맛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를 위한 선택인가, 아님 트렌드인가 아님 실수인가. 카페에서 받은 인상에 비해 강렬하지 않은 커피맛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아쉬운 맘에 네로블렌드와 니카라과 COE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맛봅니다. 긴 머리의 통통한 여직원이 이번엔 저를 전담합니다. 커피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주면서 추출을 해줍니다. 설명도 좋았고, 주문한 에스프레소 두 잔도 맛있었습니다. 니카라과 COE는 강렬한 맛이었습니다. 산뜻하고 화사했습니다. 체리나 사과의 신맛 라임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1위 커피답게 깔끔하고 당돌한 신맛을 자랑합니다.

 

커피를 3잔 정도 마셨으니 이제 카페 탐방. 슬그머니 로스팅룸으로 접근합니다.

 

여기도 스페셜, 저기도 스페셜. 스페셜티를 한다고 광고합니다. 숨기지 않죠.

 

화려한 원두 패키지 옆에는 자세한 테이스팅 노트와 설명이 있습니다.

 

이렇게. 원두의 향도 맡을수 있네요.

 

네로 주이시는 빨간색으로.

 

자, 2층의 커피바가 앉아서 마시고 가는 손님들을 위한곳이었다면 아래층의 바는 테이크아웃 전용바입니다. 가격이 좀 더 저렴합니다.

 

리네아와 콤팍 셋팅

 

여기도 더치커피를 판매합니다. 종류별로, 공장처럼 커피를 뽑아냅니다.

 

시음도 할 수 있구요.

 

시식코너인데 설명도 해주고 그런가봅니다.

 

멀리 보이는 기센 로스터.

 

샘플로스터로 쓰이는것 같은 프로바티노가 보입니다.

 

 

생두창고. 다 보여줍니다. 볼테면 봐라. 이런 느낌이죠.

 

랩에는 GS/3와 콤팍 수동 그라인더가 있네요. 여러모로 실험 추출을 해보기 좋은 세팅이죠.

 

커피용품 판매도 공장처럼. 다양한 용품들을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커피공장이었습니다.

 

부산의 커피열기는 대단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샵에 이렇게 손님이 많이 몰려드는건 고무적인 일이죠. 이런 카페들은 질 좋은 커피를 대중화하고 소비자의 입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알게되고 자신만의 기준도 생깁니다. 좋은 커피를 분별할줄 아는 현명한 소비자들은 좋은 카페를 선택하게 되죠. 그리고 적극적인 소비를 합니다. 이렇게 이뤄지는 부산의 선순환 구조는 부산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무한한 성장을 예고합니다.

 

몇 잔의 아쉬운 카푸치노가 있었지만 제가 방문했던 카페들의 커피는 모두 수준급이었습니다. 사장들의 운영철학도 분명한 느낌이 들었구요. 커피의 맛과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장단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자극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부산이 서울을 따라간다고 말 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산은 이미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고 오히려 서울의 카페들까지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부산에 들르실 일이 있다면 꼭 이 카페들을 가보시길 바랍니다.

 

  • 커피공장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2호선 서면역에서 하차. 2번출구로 나와 탐앤탐스 골목에서 좌회전. 삼거리에서 우회전 직진후 우측을 바라보면 커피공장을 만날 수 있다.
  • 서면점, 부산 진구 부전동 168-151, 051-944-4952, 연중 무휴 오전 10시-오후 11시, 금요일 토요일은 12시 마감
  • 남포점, 부산 중구 창선동 168-151, 051-245-4952, 오전 11시, 오후 11시
  • http://www.coffeegongjang.com

 

소설을 쓰는 일은 자신의 직업이고, 수필을 쓰는건 취미생활이라고 밝힌 하루키는 종종 자신의 글을 모아 책을 펴내곤 합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먼 북소리'는 '상실의 시대'를 쓸 때 즈음 유럽에서 썼던 글을 엮어낸 책입니다. 이런 수필들은 일이라는 의무감을 없이 손 가는대로 쓴 글이다보니 하루키의 개성과 색채가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수필이나 습작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위스키 성지여행'이란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한 하루키의 여행기입니다. 위스키에 대해 글을 쓸 일이 있어 아일랜드에 놀러갔다가 적어둔 글입니다. 이 책의 첫장은 바로 이렇게 시작합니다. 여행의 중심테마, 엄청난 양의 양과 팬케이크 그리고 와인. 저의 부산 여행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인생관의 변화가 생길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양의 커피를 뱃속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여행 두번째 날, 저는 제이스퀘어, 어웨이크, 커피가사랑한남자 이렇게 총 3곳을 방문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10잔 넘는 커피를 마셨고, 마지막에 방문한 커피가 사랑한 남자에서는 과도한 카페인 섭취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가장 정신이 맑았을 때 방문한 커피 어웨이크에선 부산에서의 첫 플렛화이트를 마주했습니다. 제이스퀘어에서의 맹한 카푸치노를 먹었던 덕인지, 어웨이크의 진한 플렛화이트 한 잔은 깊고 강렬했습니다. 덕분에 가장 오랜시간 앉아 있기도 했구요.

 

 커피어웨이크는 부산대 정문을 바라보고 좌측 골목으로 직진하다보면 나옵니다. 어웨이크로 오는길엔 1500원에 커피를 파는 가게가 12곳이 있었습니다. 자, 그 많은 카페들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그곳에서 파는 커피보다 3배나 비싼 커피를 마시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작은 매장 안에는 바가 1/3정도를 차지합니다. 들어서자마자 라마르조코의 스테디셀러 리네아가 보이는군요. 최근에 새로운 버전의 리네아가 출시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몇곳에서 정식공개를 앞두고 공개(혹은 유출)된 사진을 봤습니다. 디자인은 클래시컬한 리네아의 멋을 한껏 살렸더군요. 어떤 하드웨어를 가지고 나올지 모르겠지만 기대가 됩니다. 

 

그라인더는 말코닉입니다. K30 Twin이네요. 두 종류의 에스프레소를 판매하는 어웨이크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머신인것 같네요. 전날, 모모스의 직원께서 맛있다고 추천해주신 시즈널 블렌드 에스프시보와 테일러커피와의 콜라보레이션 블렌드 브리즈가 각각 통에 담겨있습니다.

 

리네아는 3그룹, 보일러의 안정성을 위한 선택이겠죠. 말코닉 K30의 앞부분입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콤팍 R시리즈네요. 정확한 모델명은 잘 모르겠습니다. 

 

브루잉스텐드에있는 클레버와 V60.  

 

정수기는 에바퓨어. 제가 다녀온 카페들 중에선 가장 소박한(?) 세팅입니다. 부산 스페셜티 카페들, 정말 무섭습니다.

 

자 기계 구경은 여기까지. 메뉴판을 봅니다.

플렛화이트와 드립커피를 주문합니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가 있었고 과테말라를 택했습니다. 온두라스는 볶은지 몇시간이 안돼 판매하기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쉬운 마음에 온두라스는 원두로 구매를 했습니다.

 

어웨이크는 커피 콘하스와 비슷하게 '편집샵'의 형태를 띕니다. 다양한 로스터의 원두를 가져와 판매를 하는 시스템이죠. 콘하스와 다른점이 있다면 커피 어웨이크에서는 약간의 커스텀과정입니다. 즉, 원두를 다른 로스터에게 주문하되, 투입온도나 배출 시간 그리고 블렌딩 비율 등을 따로 요구합니다. 덕분에 로스팅된 커피는 어웨이크의 이름을 따서 판매될 수 있는거죠. 좋은 생두를 가진 실력있는 로스터가 밑바탕이 되고 여기에 자기만의 개성을 살려 커피를 만들어낼수 있다는 점은 분명 어웨이크만이 가진 강점입니다.

 

이리저리 구경하는 사이 나온 플렛화이트.

전반적으로 벨런스가 좋고 안정적인 맛입니다. 전날 모모스에서 그리고 여기에 오기전에 들렀던 제이스퀘어에서 마셨던 카푸치노보다 훨씬 개성있고 강렬한 맛을 가졌습니다. 사실 여기에 오기까진 부산의 카푸치노에 대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종종 사용하는 표현인데, '솔의 눈' 맛이 느껴졌습니다. 고소한 땅콩버터의 느낌도 났구요. 스팀이 잘되서 거품도 단단하고 고소했습니다. 에프터도 좋았구요.

저는 딱 이정도. 이정도의 카푸치노나 플렛화이트가 좋습니다. 

 

복잡 다단한 맛의 과테말라였습니다. 숙성된 맥아의 향은 마치 위스키를 마시는 느낌을 줬습니다. 알싸한 단맛도 인상깊었구요.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줬습니다.

 

그리고 이래저래 맛보게 된 다른 브루잉 커피들. 맛있었습니다. 

 

더치커피는 여기에서도 판매합니다. 그러고보니 방문한 카페중에 더치커피를 판매 안하는 곳이 없네요. 더치커피와 더불어 3시간마다 교체되는 블렌드 시음도 눈에 띕니다.  

 

어웨이크에서 제공하는 싱글리스트는 어웨이크에 커피를 볶아주는 로스터들이 들여오는 생두 목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매장에서 이렇게 다양한 원두를 맛볼수 있습니다. 

 

더치커피 주문은 이렇게. 

 

 

커피 전문점에도 휴식시간이 있는 점이 독특합니다. 영업시간 이외에 매일 오후 2시-3시에는 문을 닫습니다. 매장에서 점심을 먹으면 커피를 내리는데 방해가 되죠. 그 이유 말고도 로스팅을 맡긴 샵을 방문하여 원두를 주문하고 가져오는 일, 주문받은 원두를 배송하는 일을 하는 시간입니다. 방문계획이 있으신분들은 참고하시길.

 

 

 방문한 1월 22일을 기준으로 판매가능한 원두들입니다.

 

대학가라 저렴한 밥집이 많죠. 매장 앞에선 커피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밥상을 차려줍니다.

편집샵답게 다양한 카페들의 원두가 보입니다. 보통과 테일러커피 리브레와 라디오, 알레그리아 봉투들이 눈에 띕니다.  

 

COE를 취급하는 어웨이크. 

 

 

 

자, 커피 어웨이크에서 몇 잔의 커피를 더 마시고 어웨이크가 로스팅을 부탁하고 있는 가게를 방문합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커피가 사랑한 남자입니다. 이미 오전부터 커피를 많이 마셔서 걱정이 됐습니다만, 다음날 일정으로는 부산대앞을 다시 올 수 없었기에 무리를 해서 커피가 사랑한 남자로 향합니다. 

 

1층엔 바와 로스팅실, 2층엔 테이블이 있습니다. 

 

스페셜티를 취급합니다. 메뉴 주문에 있어서 특이점은, 다양한 블렌딩을 시음하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를수 있다는 점입니다.  

 

 

 밀크스타 카푸치노와 다른종류의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킵니다. 바닐라와 벨벳향이 강하지 않게,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달달하지만 역시 우유의 맛이 강합니다. 어찌보면 이렇게 카푸치노를 내는것이 부산의 스타일인것 같습니다. 아메리카노도 마셔봤지만 이미 많은 잔을 마신터라 평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들이 좋았습니다. 스페셜티를 하는 카페들의 특징입니다. 생두가 워낙 좋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커피에 힘이 있죠. 마셔보시면 느낄수 있습니다.

 

프로밧 로스터. 그러니까 어웨이크에서는 프로밧 로스터와 테일러커피의 기센을 사용하는 셈이 되는군요.

 

로스팅실 한켠에 있는 디브이디 두편. WBC도쿄와 블랙골드입니다. 블랙골드는 개인적으로 커피 관련 다큐중에서는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상입니다. 커피 거래 전반 그리고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은 보시면 참고가 많이 될겁니다. 학교 다닐때 이 다큐멘터리를 소재로 커피와 공정무역 관련된 발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GB/5

 

말코닉 그라인더와 메져 로버가 라마르조코를 돕고 있습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말코닉.  

 

브루잉 커피는 주문하면 드립, 클레버, 에어로프레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을 해줍니다.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들이 서울에서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부산항으로 들여오는 생두들이 바로 들어오는 탓일까요. 좋은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부산사람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세 종의 에스프레소는 주문 전 시음용으로 사용됩니다. 맘에드는 블렌드를 선택하면 그걸로 커피를 내려주죠. 

 

 

다양한 커피용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본의아니게 포스팅이 길어졌습니다. 간단하게 매장정보를 말씀드리자면,

 

 

  • Coffee Awake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산대역 1번출구를 나와 보이는 골목으로 직진. 막다른 골목에서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커피어웨이크를 만날 수 있다. 부산대 정문에서 찾아간다면 역시 부산대 정문을 바라보고 좌회전을 해서 계속 걸어가면 된다.
  • 부산 금정구 장전동 425-2, 051-517-5721
  • 매 달 마지막주 일요일 휴뮤, 오전 10시- 오후 10시 영업, 오후 2시-3시 브레이크 타임
  • http://www.facebook.com/specialtycoffeeawake

 

  • 커피가사랑한남자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산대역 3번출구를 나와 우회전. 다리가 나오면 좌회전, 부산대학교 사거리에 가지 전 마지막 골목으로 우회전. 왼편을 바라보면 커피가 사랑한 남자를 만날 수 있다.
  • 부산 금정구 장전3동 416-12, 051-703-1004
  • 휴무 없음, 오전 9시-오후 11시. 

'부산에 카페투어 다녀왔습니다' 하면 지인들은 가장 먼저 이 질문을 합니다.

'그래, 어떤 카페가 맛있었어?'

 

매일 2-3군데의 카페를 갔고, 흥분에 휩싸여 마신 커피들이기에 정신이 없었던건 사실입니다. 커피의 맛을 느끼는건 취향의 문제기 때문에 순위를 매기기도 모호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상깊었던 카페를 지목하라면 전 FM 커피하우스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FM Coffee House는 서면 카페거리 외곽에 위치해있습니다. 골목 끝 조용한 FM 커피하우스에 도착했을땐, 평일 낮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어렵게 찾아간 카페였기에 더욱 기대가 큽니다.

 

이 카페는 블로거 서리님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F.M. COFFEE를 가보라는 말에 검색, 사직동의 FM Espresso를 찾았습니다. 몇 일 전부터 그 근처 맛집까지 수소문해서 루트를 짜기도 했죠. 그런데 이게 왠걸, FM 에스프레소는 어딜 둘러봐도 커피를 시키고 싶은 분위기가 아닙니다. 분명 잘못왔구나 싶어 다시 검색. 서면에 FM Coffee House가 있는걸 발견합니다. 어이쿠. 결국 사직동에선 해물탕만 배불리 먹었습니다.

 

각설하고,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기대하며 FM Coffee House로 들어갑니다.

 

우선 메뉴를 봅니다. 일반 에스프레소 메뉴와 스페셜티 에스프레소 메뉴를 구분해 판매하는게 눈에 띕니다. 가격차이는 500원 정도. 망설임 없이 마이크로랏 엘살바도르 엘 아르코를 시킵니다. 카푸치노로 말이죠.

 

카푸치노의 다음잔으로 에스프레소를 맛보기 위해 메뉴판을 살펴봅니다. FM 커피하우스 블렌드에 대한 설명입니다. 아래 작은 메뉴판엔 스페셜티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습니다. 상세한 프로파일이 인상적입니다. 

 

FM 커피하우스에서 가장 눈이갔던 부분입니다. 로버 자동 1대, 콤팍 수동 3대, 안핌 티타늄 2대가 각각 다른 에스프레소용 원두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그라인더인 안핌 티타늄으로는 FM 블렌드를, 섬세한 눈금 조절이 가능한 코니컬 그라인더로는 스페셜티 원두를 담아두셨습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FB/80 입니다. 모모스, 제이스퀘어, 커피 공장에서 스트라다 EP를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FB/80은 EP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추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추출하는 과정에서 예민하게 조작을 해야하는 EP는 누가 뽑느냐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죠.

이것 역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전 디자인측면에서도 FB/80을 좋아하는편입니다.

 

로스터는 기센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지난 포스팅 참조. 스티머스, 테일러커피,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그러고보니 머신이나 로스터나 안핌그라인더까지. 모두 신사동에 있는 스티머스 커피하우스와 같은 세팅입니다. 두 카페를 비교해보는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것 같네요 :)

 

화려한 세팅에 눈이 멀어 잠시 정신을 잃습니다. 그 사이 주문한 카푸치노가 나왔네요. 

단단하고 고소하게 잘 스팀된 우유가 나왔습니다. 와인향이 강하고 밀크초콜렛이 생각나는 첫모금이었습니다. 은은하게 지속되는 카카오향과 달콤하고 강렬한 포도맛도 인상적이었구요. 장미의 아로마가 느껴져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가장 좋았던건, 그동안 밍밍한 카푸치노만 내주었던 부산 카페들 사이에서 제 맘에 드는 카푸치노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좋은 생두 탓도 있겠지만 로스팅 포인트도 잘 잡은것 같았습니다. 찰진 농도, 맛과 향을 가진 이 한 잔은 부산에서 마신 가장 인상깊은 카푸치노로 등극합니다. 

 

카푸치노의 기대에 힘입어 주문한 에스프레소. FM다크입니다.

약간의 탄맛이느껴졌지만, 강배전의 특성으로 생각하고 넘길만큼 나쁘지는 않습니다. 짭쪼름 한 맛이었습니다. 다크초콜렛과 볶은 견과류의 향미, 오일리한 바디는 우유와 섞었을때도 무너지지 않는 맛있는 커피 한 잔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궁금한 부분입니다. 어찌 스페셜티 원두와 일반 원두의 가격이 동일한지.

스페셜티를 밑지고 판매하는 걸까요, 일반 커피도 스페셜티 못지않게 맛있음을 자랑하는 걸까요.

원두를 사고싶었지만 전날 지른 어웨이크의 원두 때문에 한번 꾸욱 참습니다. 전화 주문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짜는 23일. 볶은지 1주일이 지난 커피는 20-30%를 할인합니다. 더 지난 커피는 아예 팔지 않더군요. 좋은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헤비드링커들에겐 1주일정도 된 원두를 저렴하게 사서 빨리 먹는게 더 좋을수도 있기 때문이죠.  

 

부산 어느 카페나 가도 발견할 수 있는 더치커피. 그리고 더치커피 시음대.

어딜가나 있는 더치들 그리고 샵에서 판매하는 모든 원두를 더치로 판매하는 부산 카페들이 정책이 궁금합니다. 둘 중 하나겠죠. 그만큼 더치 소비층이 많다거나, 숙성이 필요한 더치용 원두를 미처 판매하지 못한 원두에서 조달하거나. 제 추측입니다.

 

궁금해서 사장님께 물어보니 FM COFFEE 하우스에선 더치용을 따로 준비한다고합니다. 다른곳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부산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더치커피는 '와인병'에 담겨져 판매됩니다. 고급화 전략일까요. 

 

스페셜티도 더치로 판매합니다. 가격차이가 조금나지만,  깊은 맛과 향을 즐기시고 싶다면 스페셜티를 추천합니다. 

 

FM만의 독특한 더치 툴.  

 

멀리 보이는 원두 팩들이 인상적입니다. 인텔리젠시아 블랙켓 블렌드부터 스퀘어마일, 스텀타운, 리브레 등. 세계의 원두가 다 모여있습니다. 유명한 다른 샵들의 커피를 맛보는것도 바리스타가 해야할 일중에 하나죠.

언니네 이발관의 출발은 헤비리스너 이석원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 음반소개를 할만큼 많은 음악을 들었던 이석원 덕분에 언니네이발관은 '비둘기는 하늘의 쥐'라는 명반을 만들어냅니다.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마실수록, 더 잘 알게되는거죠. 

 

선반에는 다양한 커피 용품들이. 

 

융드립에 대한 소개입니다. 한동안 저도 융드립만 했던적이 있었죠. 매력있는 추출도구입니다 :)

 

여기서 주목해야할건 발로나 초코드링크. 

 

산들다헌과 같은 초콜렛을 씁니다. 깊은 카카오의 향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는군요.

핫초코도 추천하는 메뉴입니다 :) 

 

서면 카페거리에 들르실거라면, FM 커피하우스는 잊지말고 가보시길 바랍니다.

 

  • FM COFFEE HOUSE 가는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전포역 7번출구. 나와서 보이는 큰 골목으로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FM COFFEE HOUSE가 있다.
  • 부산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685-11, 051-803-0926
  • 휴무 없음, 오전11시 - 오후11시
  • FM COFFEE HOUSE를 소개해주신 서리님 블로그의 글
        http://blog.naver.com/indend007/80159526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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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발.

     

    몇몇 사람들이 꼭! 가보라던 프롬나드. FM 근처에 있어서 가보았지만

     

     

    덕분에 빠니니 식당에 들렀습니다. 트위터로 나무사이로 사장님이 얘기해주신 곳.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도 찍고 빠니니도 먹어봅니다.

     

    FM 커피(혹은 프롬나드의 커피)와의 마리아주는, 말 할 필요도 없겠죠. 회 사진에 이어 깊은 여운의 빠니니 사진 남깁니다. 깊은 치즈향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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