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12월을 기점으로 이종훈 바리스타가 리퍼블릭오브커피를 매각했습니다.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이 리뷰는 이종훈 바리스타가 매장을 운영하던 때의 리뷰로 지금과는 상당부분 달라졌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 젊은 바리스타들의 기세가 참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라떼아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한국의 바리스타들은 이제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 메인 경기에서도 당당히 순위권에 오를만큼 세계적인 실력을 겸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09년 WBC에서는 이종훈 바리스타가 최종라운드까지 올라 당당히 5위를 차지했고,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2011년 대회에서는 5 Extracts의 최현선 바리스타가 세미파이널에 진출하여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WBC의 메인 경기는 각국의 대표로 선발된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창작 메뉴를 각 4잔 총 12잔을 15분 동안에 추출하는 경연입니다. 심사 분야는 다양한데요, 원두의 로스팅(혹은 선택)부터 그라인더 선택, 추출, 서비스, 커피의 맛, 창작메뉴의 창의성 그리고 뒷정리까지(심사에는 포함되지 않는 걸로 알고있습니다만, 경연동안 나오는 음악도 바리스타가 선택한다고 합니다). 바리스타의 기본적인 자질부터 커피에 대한 태도까지 평가하는 까다로운 경연이죠. 15분간 진행되는 이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스릴이 넘칩니다. 올림픽 경기에서 각 종목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다투듯, 각국을 대표하는 바리스타가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좋은 성적을 낸 바리스타들이 샵을 운영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그만큼 의미있다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커피와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한국 카페의 평균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죠.

오늘 제가 방문한 카페는 리퍼블릭 오브 커피입니다. 앞서 소개한 이종훈 바리스타가 있는 곳입니다.

마포역 4번출구를 나와 조금만 걷다보면 금방 저 간판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깔끔한 외관이 벌써부터 커피맛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샵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셀 수도 없는 수 많은 상장과 인증서, 그리고 트로피들입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 것. 2009년 아틀란타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 트로피입니다.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WBC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 카페의 모든 커피가 맛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좋은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자신이 내린 커피와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고, 서빙하는 것까지 서비스의 전체적인 면을 평가받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입니다.

다음으로 눈이 가는 건 주방이었습니다. 빨간 빛을 내고 있는 저 화려한 머신은 1959 페마(FEAMA) 프레지던트 레버 머신입니다. 오래된 기종이죠. 자동으로 압이 걸리는 머신들과는 달리 레버를 내려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머신입니다. 빨간색의 화려한 조명이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시의 밤거리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아주 매혹적이고 맘에 듭니다 *-_-*
안쪽으론 시모넬리 아우렐리아가 자리 잡고 있군요. 시모넬이 아우렐리아는 2009년 WBC공식 머신으로 지정됐던 모델이기도 합니다. WBC에서는 대회에서 지정한 머신만을 사용해야 해요. 아우렐리아가 있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인 듯합니다. 그라인더는 여러 개가 있는데 잘 안 보이는 곳에 놓여 있어서 확인이 안됐습니다. 그나마 측면에 놓여 있는 디팅(말코닉을 인수했습니다) 그라인더가 눈에 들어오네요. 
머신이 두 개나 있어 어떤 머신을 주로 사용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주로 아우렐리아를 사용한다고 하시더군요. 원한다면 페마로도 내려주지만 레버머신 특성상 압력이 덜 걸리기 때문에 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날 블렌딩은 페마보다는 아우렐리아가 적합하다고 하셔서 아쉽게도 레버머신이 작동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메뉴판입니다. COE급 생두를 쓰는 것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에스프레소 메뉴와 더불어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가 있었습니다.  메뉴의 뒤쪽으로는 에스프레소 메뉴의 레시피가 적혀있어요. '베리에이션 메뉴 뭐 그거 이름만 복잡하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시는 분은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하네요.
드립커피 대신 클레버와 에어로프레스(자세한 기구 설명은 지난 포스팅 참조)로 싱글오리진 커피를 내려줍니다. 베이커리 메뉴와 셋트 메뉴도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친구와 함께 가서 다양한 종류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 클레버와 에어로프레스로 내린 케냐를 주문했습니다. 리필로는 클레버로 내린 에티오피아를 마셨구요. 둘이 마시긴 했지만 총 6잔을 마셨네요. 이렇게 마시고 홍대에 있는 단골샵에 들렸습니다. 위장이 뚫리는 경험을 한 하루였습니다 ㅠㅠ
카푸치노의 거품은 최근 들른 샵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두껍고 밀도있는 거품층. 제가 좋아하는 카푸치노 스타일입니다. 착착 감기는 느낌이 인상적이네요. 오밀조밀하고 달달하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구요. 하지만 짧은 에프터 테이스트가 단점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바리스타분께 여쭤보니 이날 블렌딩은 에티오피아와 브라질만 섞은 것이고, 평소에 쓰지 않던 블렌딩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에프터 테이스트가 짧은건 달라진 블렌딩 때문일거라고 얘기해주셨어요.
에스프레소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신맛이 그리 강하지 않으면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에스프레소의 신맛은 우유와 결합했을 때 달콤함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가 우유의 맛에 밀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하을 하죠. 그런데 에스프레소가 이렇게 신맛이 절제돼 있으면서도 우유를 만났을 때도 조화가 잘 되다니. 신기할 노릇이었습니다.
같이 마신 케냐도 역시 맛있었습니다. 좋은 생두라는게 단번에 느껴지더군요. 친구와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클레버 특유의 밍밍함은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에어로프레스로 내린 게 더 맛있더군요. 둘다 조금 식었을 때 더 맛있었다는 점은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보통은 커피가 식으면 신맛이 강해져서 마시기 거북해질 때가 많거든요.

 

원두들입니다. 한눈에도 약배전임을 알 수 있죠. COE급 커피들임에도 비싸지 않은 가격입니다. 질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으시다면 구매를 추천합니다.

곳곳에 COE를 인증하는 서류들이 있었습니다. 이날 마신 블렌딩은 아니지만, 블렌드에 COE급 생두가 2개나 들어간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큼 좋은 커피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단 얘기겠죠. 정확한 로스팅 날짜와 블렌딩 비율을 공개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클레버와 에어로프레스. 이제 에어로프레스는 대세군요. 없는 샵이 없습니다. 하하. 포스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작년 8월에 이미 에어로프레스를 도입했습니다. 제가 그만큼 트렌디 하단 얘기죠(하하하하하!)

 

아담하지만 있을건 다 있는 내부 모습입니다.



2층은 로스팅 및 커피 교육장으로 쓰인다더군요.

  • 리퍼블릭 오브 커피 포인트 - 세계적인 바리스타의 실력을 맛볼 수 있는, 최고급 생두를 사용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커피하우스!
  • 리퍼블릭 오브 커피 미스 포인트 - 새로운 블렌드를 개발중. 에프터테이스트가 짧았던, 약간은 아쉬운 카푸치노 + 에스프레소
  • 리퍼블릭 오브 커피 포 미 - 고퀄리티를 자랑하는 커피 하우스. 돈이 아깝지 않았다. 다양한 메뉴를 섭렵하기 위해서라도 들러보려고 한다.
  • 리퍼블릭 오브 커피 가는 길 - 5호선 마포역 4번출구를 나와 우회전. 보이는 골목으로 쭉 따라 올라가면 '리퍼블릭 오브 커피' 간판이 보인다. 자세한 주소와 약도는 카페 블로그 참조(http://cafe.naver.com/republicofcoffee/715)



혹시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바리스타 챔피언쉽 영상을 첨부합니다.

추신: 12월을 기점으로 이종훈 바리스타가 리퍼블릭오브커피를 매각했습니다.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이 리뷰는 이종훈 바리스타가 매장을 운영하던 때의 리뷰로 지금과는 상당부분 달라졌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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