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두 가지 케이스에 속하는 사람들(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이라면 이 포스팅을 꼭 읽어봤으면 한다. 

1. 음료를 많이 마신다. 특히 커피. 자판기 커피부터,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 음료까지. 하루에도 몇 잔을 마시는지 모르겠다. 딱히 맛있어서 먹는다기보다 중독돼서 먹는 느낌.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으나 따로 괜찮은 카페를 찾아간다게 힘들다. 돈은 돈대로 들고, 제대로된 커피를 마시는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생판 모르는데, 생활이 빡빡한데 뭘 굳이 찾아 마시겠냐고 생각하고 있다.

2. 드립커피에 관심이 많다. 혹은 에스프레소 추출에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걸 어째. 다들 돈이 많이 들게 생겼다. 지갑에 있는 돈은 얼마 없고. 하지만 잘 볶인 신선한 커피를 맛 본 이후로 커피에 관심이 간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라 여기저기 찾아보나 다들 비싼 기구만 팔고 있다. 이대로 나는 커피에 영영 손을 대지 못하고 마는건가.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조금만 투자해 그 맛을 알게되면 틈 나는대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돈이 생기는 대로 커피 기구를 사 모을 것이다. 하지만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 두려움과 걱정에 가득차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여기 몇 가지 기구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모두 비용면에선 저렴하다. 사용법도 매우 간편하여 배울 것도 따로 없다. 커피맛은 훌륭하다. 좋은 원두를 사용한다면.



1. 보덤 휴대용 프렌치 프레스 - 휴대성의 극치, 솔직 담백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는 기구

커피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기구를 추천하라면 난 무엇보다도 프렌치 프레스를 추천하고 싶다. 프렌치 프레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간편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우선 프렌치 프레스를 뜨거운 물로 충분히 예열해준다. 그리고 커피를 담고, 물을 천천히 부어준다. 스푼으로 살짝 저어준 후, 4분정도 기다린다. 역시 미리 예열해준 머그잔에 커피를 따라 마신다. 취향에 따라 커피와 물의 양을 조절하면 농도까지도 조절 할 수 있다. 잘 볶인 신선한 커피를 이용해 내린다면 언제든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적절한 굵기 조절. 너무 가늘게 갈려진 커피를 사용하면 커피 대신 커피가루를 마실 수도 있다. 집에 그라인더가 없는 경우는 원두 구입처에서 '프렌치 프레스용으로 갈아주세요'라고 말하면 알아서 갈아줄 것이다.

프렌치 프레스

프렌치 프레스. 이것이 커피내려먹는 기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진 출처는 카페 뮤제오

'그렇다면 휴대용 프렌치 프레스는 뭐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휴대용 프렌치 프레스는 프렌치 프레스를 들고다니기 좋게 텀블러 형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오래 두면 커피 농도가 진해질 수 있다는 점과 가방속에 무심고 넣어놓고 다녔다간 커피가 흘러내릴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하지만 크기가 작고, 휴대가 편리해 언제 어디서든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용법은 프렌치 프레스와 동일. 사진은 다음과 같다. 여기저기 찾아보았으나 역시 카페뮤제오 사진이 제일 괜찮아서 빌려왔다.

보덤 휴대용 프렌치 프레스. 나 역시 많이 사용하며, 친구들 또한 나의 영향으로 대부분 구매를 했다. 한때는 친구들과 수업에 들어가, 다 같은 텀블러로 커피를 마시는 진풍경을 만들곤 했다. 사진 출처는 카페뮤제오

프렌치 프레스의 특징은 솔직하다는 것. 기구의 특성상 커피의 모든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종이필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일리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프렌치 프레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프렌치 프레스만큼 간편하고 맛있게 커피를 내릴 수 있는 기구도 없다. 가볍게 볶인 커피를 적절한 온도에 뽑아낸다면, 그 어떤 기구로 내린 커피보다 훌륭한 커피를 만들 수 있다.

  • 가격대 : 프렌치 프레스 3-4만원대, 휴대용 프렌치 프레스 2-3만원대.
  • 추천 커피 : 쿠바나 모카 등의 가볍게 볶인것이 맛있는 커피. 하지만 취향에 따라 모든 커피 커버 가능.
  • 장점 : 간편하다. 휴대가 용이하다. 솔직한 커피맛을 느낄 수 있다.
  • 단점 : 자칫 잘못하면 잔미가 너무 많이 느껴져 커피가 맛없을 수 있다. 커피 구매처에서 프렌치 프레스에 어울리는 커피를 추천 받으면 좋다.

2. 클레버 - 드립커피와 프렌치프레스의 사이

얼마 전부터 급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기구다. 모양새는 드리퍼와 비슷하지만 정확히 말해서 드리퍼는 아니다. 핸드드립이 필요한 드리퍼와는 달리 클레버는 단순히 물붓기-추출의 과정만 거치면 된다. 보통은 핸드드립을 내리는 바리스타의 현란한 손목꺾기에 놀라 쉽게 접근하지 못하곤 한다. 핸드드립을 시작하자면 전용 포트부터 시작해 드리퍼, 서버등을 모두 구매해야 하기때문에 여간 부담이 되는게 아니다. 하지만 클레버는 딱 클레버 하나면 된다(필터는 물론 있어야 한다). 사용법은 프렌치 프레스와 비슷 혹은 더욱 간단하다. 필터를 클레버에 알맞게 접어 넣어준다. 드립용 굵기로 갈려지  커피를 15g정도 넣고 물을 300ml 따른다(권장 사항이므로 커피양과 물의 양은 조절해도 무관하다). 그리곤 예열된 머그컵위에 올린다. 여과된 커피를 마신다. 

클레버. 사진 출처는 역시 카페뮤제오.

 방식은 프렌치 프레스와 유사하지만, 종이필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종이필터가 커피의 오일을 흡수하기 때문에 맛은 덜 묵직하다. 종이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잔미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신맛이 너무 강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잘 볶인 신선한 커피를 사용한다면 문제될 건 없다. 나머진 취향의 문제.

  • 가격대 : 2만원대 후반-3만원(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필터 1만원 이하.
  • 추천 커피 : 핸드드립용으로 볶아진 거의 대부분의 커피.
  • 장점 : 간편하다. 손쉽게 핸드드립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 단점 : 프렌치 프레스도 아니고, 핸드드립도 아니고. 어중간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단점. 개성있는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섬세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핸드드립을 추천.

3. 에어로프레스 - 에스프레소, 절대 어렵지 않아요

메뉴엘 드 베이루트에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에어로프레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을 참조하길 바란다. 라고 말하면 너무 성의 없는 포스팅이 될 것 같아 링크와 간략한 설명을 첨부한다.

http://beirut.tistory.com/entry/aeropress

에어로프레스는 주사기 같이 생긴 기구다. 원리도 주사기와 같다. 필터를 장착후 커피를 넣는다. 물을 따르고 저어준다. 그리고 푸쉬. 바로 에스프레소가 추출된다. 굵기에 따라서 에스프레소를 즐길수도 있고 드립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드립용으로 갈린 커피를 넣고 물을 좀 더 넣어 추출한다면 드립 커피를 내린 듯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에어로프레스 전용 메탈필터까지 등장하여 에어로프레스 마니아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기존의 종이필터와는 달리 메탈필터를 통해 좀 더 에스프레소스러운 에스프레소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탈 필터의 구입은 이베이나 아마존을 통해 가능하다. 아래는 메탈필터 구입과 관련한 링크.

http://www.amazon.com/Aeropress-Stainless-Steel-Coffee-Filter/dp/B004G7TLYO/ref=sr_1_2?ie=UTF8&qid=1315573218&sr=8-2

  • 가격대 : 4만원대, 필터 1만원 이하, 메탈필터 10달러대(해외구매)
  • 추천 커피 : 에스프레스용 블렌드
  • 장점 : 가정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 사용 및 세척이 용이.
  • 단점 : 원두 소비량이 많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뽑지 못한다.


4. 번외 - 핸드밀과 전동밀 추천

자, 이제 기구를 구입했다면 그라인더를 구입할 차례다. 보통은 여기서 많이 망설인다. 기구만 구입했으면 됐지, 그라인더까지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라인더 구매는 신선한 커피를 즐기기 위한 첫걸음이다. 커피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그라인더가 꼭 필요하다. 그라인딩 된 커피는 산소와 접촉면이 많아 그만큼 쉽게 산화되고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홀빈(갈리지 않은 커피)으로 커피를 구매하여 그때그때 사용한다면 훨씬더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발전하면, 좋은 그라인더의 구입까지 추천하고 싶다. 시중에서 싸게 판매하는 2만원대의 핸드밀과 7-8만원대의 전동밀은 왠만하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들 그라인더는 모두 커피를 '파쇄'하기 때문이다. 즉, 커피를 으깬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그라인더의 경우 커피를 파쇄하는 것이 아니라 '분쇄'를 한다. 일정한 굵기로 커피를 갈아내는 것이다. 커피를 어떻게 갈았는가는 바로 커피 맛에 직결된다. 용도에 맞는 분쇄는 특히 중요하다. 분쇄도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커피 맛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이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파쇄된 커피는 균일한 추출을 방해할 것이다. 훌륭한 바리스타는 무엇보다도 그라인더에 먼저 투자를 한다. 훌륭한 재료가 잘 손질되지 않으면 요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맛이 없듯이, 아무리 훌륭한 커피라도 제대로 그라인딩이 안되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소개할 핸드밀은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가격대 성능비가 괜찮은 제품이다. 가성비가 뛰어난 그라인더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하지만 아래에 소개할 제품들은 모두 내가 사용했던 제품들이라 솔직하게 장단점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4.1. 핸드밀 - 하리오 스켈레톤 핸드밀
핸드밀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 자센하우스나 푸조등의 유명한 핸드밀이 있지만 이 핸드밀은 대부분 10만원이 넘어가는 가격이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하리오의 스켈레톤 핸드밀은 다른 핸드밀과는 달리 세라믹으로 이루어져있어 세척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분쇄 결과물도 다른 고급 핸드밀에 비해 크게 밀리지는 않는다. 핸드밀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면, 하리오 스켈레톤 핸드밀을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하리오 Skerton 세라믹 밀, 사진출처는 카페뮤제오.



  • 가격대 : 4만원대
  • 장점 : 세척이 용이. 고급 핸드밀에 밀리지 않는 분쇄결과.
  • 단점 : 아무리 하리오라 하지만 유리는 유리. 자칫 잘못하면 깨지기 쉽다. 또, 모든 핸드밀이 그렇듯 그라인딩을 하고나면 팔이 아프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4.2. 전동밀 - 바라짜 마에스트로
이왕 집에서 커피를 해먹기로 했다면 큰맘먹고 그라인더를 구매하자. 절대 후회는 없을 것이다. 핸드밀은 시간도 많이 들고 팔도 아프다. 분쇄 굵기를 조절하는 것도 역시 전동 그라인더가 더 편리하다. 전동밀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가격대는 훨씬 비싸진다. 괜찮은 전동밀을 찾는다면 가격대는 이미 80만원대가 넘어간다. 또한 용도별로 추천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이 또한 난해하다. 그렇다고 꼭 비싼 전동밀을 구할 필요는 없다. 바라짜 마에스트로는 이러한 면에서 가격대 성능비가 괜찮은 제품이다. 잔고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섬세하게 만들어져 여러모로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편하다. 코디아에서 정품구매할 경우 A/S나 분쇄굵기에 대한 상담도 가능하다. 돈을 좀 더 들이고자 한다면 다른 대안이 있겠지만 역시나 20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구입하기에는 마에스트로만한 것이 없다. 

바라짜 마에스트로. 사진 출처는 코디아.


이 모델을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한다면 해외구매-리퍼브 제품-를 추천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구매하지 않는 이상 리퍼브 제품은 구매 불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링크를 걸어둔다.

※ 바라짜 그라인더 리퍼브 제품 구매 - http://www.baratza.com/cgi-bin/commerce.cgi?search=action&category=BRFB


  • 가격대 : 10만원대 후반
  • 장점 : 10만원대에서 고를 수 있는, 가격대 성능비가 괜찮은 전동 그라인더.
  • 단점 : 10만원의 가격대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 딱 거기까지.
 

  • 대부분의 소개된 제품은 인터넷 커피 용품점 카페 뮤제오를 통해 구매 가능하다. 카페 뮤제오에 접속하면 각 제품별로 상세한 설명이 있으므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카페뮤제오에 연이 있는건 절대 아니다.)
  • 그라인더의 경우 코디아에서 구입 가능하다. 찾아보면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니 찾아보시길
  •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의 경우 카페 베이루트(cafebeirut.tistory.com 혹은 사이드의 커피주문 메뉴 이용)를 통해 가능하다. 라고 말하기엔 민망하다. 싸게 판다. 의심이 든다면 한 번 주문해보시길.
  • 집 주변에 로스터리샵(직접 로스팅을 하는 카페)을 찾아가면 언제든지 원두 구입이 가능할 것이다. 용도에 맞게 그라인딩 하는 것도 역시 가능하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으면 사이드 메뉴에서 커피 견문록을 참조하여 구매하길 바란다. 커피 견문록에 소개된 집들은 모두 로스터리 샵이다.



언제나 초보자를 위해 가이드를 해주는 일은 어렵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잘못된 정보를 가르쳐 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포스팅을 망설였다. 하지만 커피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서, 부족하더라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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