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신: 두 매장은 현재 문을 닫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확인하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읽지 않는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에 대해 말합니다. 저자는 어떤 독자도 책을 읽고나서 그 내용에 대해 잊어버리는 '망각의 과정'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고 말합니다.그는 책의 모든 내용을 샅샅히 기억해낼 수 있는 천재가 아닌이상, 사람들은 대부분 그 내용을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불명확한 기억들로 재구성해 기억해낼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커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신 모든 커피는 '망각의 과정'을 거칩니다. 미뢰에 하드디스크를 연결해놓은 컴퓨터가 아니고서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낀 그 모든 감각들을 어떻게 기억하겠습니까. 고백컨데 제가 마신 커피에 대한 기록들도 대부분 망각과 재구성의 과정을 거칩니다. 여러분이 보신 수많은 커피견문록도 그날 커피를 마신 제 기분과, 함께 마신 사람, 카페의 분위기를 통해 재구성된 기억의 산물입니다.

 

망각의 과정을 거친 커피코케인과 커피대장금의 커피는 어떻게 재탄생했을까요.

커피 한 잔 덕분에 알게된 사람들이 가득했던 그 분지에서의 기억을 다시 재구성해봅니다.

 

본격적인 글에 앞서 대구 투어를 함께해준 도윤님, 서리님, 딴죽걸이님께 감사를 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커트 코베인과 비슷한 느낌의 이름을 가진 커피 코케인은 경북대 문들중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북문 앞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매장에는 역시 커트 코베인같이 간지나는 바리스타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심플합니다. 커피 메뉴는 5개, 비커피 메뉴는 3개. 제가 만났던 어느 메뉴판보다도 가장 시크하네요.

저도 시크한 표정으로 카푸치노를 주문합니다.

 

하지만 주인장께선 시크한 표정으로 카푸치노가 없다고 말하십니다.

그래서 전 다시 비굴하게 라떼를 주문합니다.

 

아이스를 시키지 않았다는건 제 일말의 자존심입니다. 더운 대구에서도 전 뜨거운 커피를 마십니다.

 

라떼는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끝에 떫떠름함이 조금 느껴지긴 하지만 이내 아늑한 느낌으로 변합니다. 젊고 잘생긴 록커가 부르는 록발라드의 느낌이라면 조금 구린 수식일까요.

 

네, 함께간 (대구 카페투어 가이드를 해주신) 도윤님이 시키신 아이스라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이스 라떼의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두유처럼 고소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뜨거운 라떼에서 느껴지던 까칠한 맛들이 사라졌습니다. 봄의 느낌이 한껏 담긴 부드러운 커피네요.

 

카푸치노를 마시지 못한게 못내 아쉬워 에스프레소를 한 잔 더 시켜봅니다.

 

카카오처럼 달달함고 씁쓰름함이 교차되는, 마음을 줄것같으면서도 다시 빼앗아가는 그런 오묘한 에스프레소 입니다. 라떼를 마셨을때 왜 그런 맛들이 났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식으니 조금 달달해집니다. 에프터 테이스트도 좋아지구요.

 

자. 수많은 카페중에 코케인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좀처럼 보기드문 페마 레전드 E61 머신입니다. 머신뒤로는 수줍은 싸장님의 모습이.

 

무조건 비싸다고 다 좋은게 아닙니다. 머신에 대한 이해가 우선한다면 어떤 머신이든 맛있는 커피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요 멘트는 거의 고정 멘트가 돼가는 느낌입니다.

 

서울은 이미 라마르조꼬와 시네소 왕국이 돼버렸습니다. 덕분에 라마르조꼬를 쓰면서도 맛없는 카페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대구 커피 투어를 하면서 페마머신을 종종 볼 수 있었던건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그 카페들을 다 찾아가보지 못한게 아쉽기도 합니다. 유독 대구에서 페마가 잘 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페마는 역사가 오래된 머신입니다. 최초로 반자동머신 모델을 만들어낸 회사기도 하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 페마 머신을 잘 사용하는 카페는 별로 없습니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커피 스타일이 페마와 맞지 않는다는 얘기를 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선 머신에 대해 지식이 많지 않아 딱히 코멘트를 드릴 수 없을것 같네요.

 

 

각설하고, 코케인에서도 한때는 라마르조꼬 리네아를 사용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머신이 잘 맞지 않아 다시 페마 레전드를 들여왔다고 하네요.

 

그룹헤드가 튀어나와있는 특이한 구조의 페마 레전드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추출시 항온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용하기 나름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라인더는 스페인제 그라인더 콤팍 K10입니다.

 

무려 두대가 있네요.

 

그라인딩 양을 정확하게 조절해주는 컨트롤러입니다.

 

정수기계의 스테디셀러, 에바퓨어입니다. 앞에는 말코닉 그라인더가 브루잉용으로 자리잡고있네요.

 

드립스테이션입니다. 클레버와 케멕스 그리고 칼리타 동드립포트, 하리오 V60드리퍼가 눈에 띕니다. 잘 보이진 않지만 찾아보면 에어로프레스도 있습니다.

 

브루잉은 직접 로스팅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여러 카페들에서 가져온 녀석들을 내려주죠.

이날은 경주 커피플레이스의 케냐와 이디도, 서울에있는 그라피티의 에티오피아 코체레가 있었습니다.

 

로스터는 태환 1kg입니다. 깔끔한 배기구조가 돋보입니다.

 

매장은 심플합니다.

 

 

사장님이 추천하신 포토존입니다. 리브레와 커피대장금 에스프레소 파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날은 묘하게도 바에 4명의 남성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광경이 연출됐습니다. 게다가 네명 다 커피 덕후.

 

하지만 이 카페는 여대생들이 자주 찾는 성지로도 유명하다고 하니(보장은 못하겠습니다) 궁금하시면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찾아간곳은 커피 대장금.

 

저를 대구로 이끌어주신 분은 바로 파워블로거 서리님 입니다. 주 활동지(?)인 대구에 대한 애정으로 올려주신 포스팅이 바로 저를 대구로 이끌었죠. 그리고 저는 서리님을 닥달해 대장금으로 이끌었습니다.

대구의 '리브레'라고 불리는 커피 대장금입니다. (아아, 제가 그렇게 명명한겁니다)

 

맛있는 커피와 멋진 인테리어와 사장님의 짧은 머리(?) 덕분에 저는 리브레가 생각날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심플한 메뉴. 인상적입니다. 다행이도 여기는 카푸치노가 있습니다.

 

그래서 카푸치노를 시킵니다.

 

원두는 (전)한국바리스타 국가대표 이종훈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망원동의 그라피티의 블렌딩을 사용합니다. 얼마전까지 리브레의 원두를 공수해오다가 최근에 잠깐(?) 다른 원두를 써보고 있다고 말씀하시네요.

 

포도맛이 인상적인, 청량감이 좋은 카푸치노입니다. 요구르트 같은 달콤함이 매력적이네요. 전반적인 인상은 플레인 요거트와 비슷합니다.

 

요즘 그라피티의 원두가 저를 참 놀라게 합니다. 리브레의 에스프레소 블렌딩은 개성이 넘칩니다. 어느 카페에서 뽑아도 그 색깔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그라피티의 원두는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밸런스가 뛰어남과 동시에 바리스타와 머신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면모를 많이 보여줍니다.

 

머신은 시네소 3그룹. 바리스타들의 꿈의 머신입니다.

 

두 대의 메져 로버 자동 그라인더.

 

드립용으로는 말코닉 그라인더가 수줍게 자리잡습니다.

 

우버보일러입니다. 얼마전에 소개한 연희동의 5brewing에서 사용하는 머신이기도 하죠. 마르코 브루잉이라는 아일랜드 회사의 제품인데, 브루잉을 위한 정확한 물의 제공을 위해 탄생한 머신입니다. 제가 아는건 이정도까지.

 

대장금에서는 최근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용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로스터는 프로바티노입니다. 대장금에선 공급받는 원두 이외에 자체로 필요한 원두를 볶기도 합니다.

 

역시나 국민 정수기 에바퓨어.

 

반가운 이름이 보입니다 :)

 

대장금 머그컵은 절찬리에 판매중.

 

콤팩트한 좌석들입니다.

 

시네소 포터필터가 정갈하게 걸려있네요.

 

클레버 신제품과 대장금 머그, 대장금 커피입니다. 흡사 선물세트같은 느낌을 주네요.

 

아이스크림 커피밀크를 주문해봅니다. 사장님과, 서리님과 뒤늦게 등장하신 딴죽걸이님과 얘기하다가 시간가는줄 몰랐네요. 그 사이에 커피도 후룩후룩. 달지않아 매력적입니다. 조금씩 아이스크림을 떼어먹으며 폭풍수다를 이어갑니다.

 

 

 

연중무휴. 커피는 착한가격에 제공됩니다.

 

보수적인 도시로 유명한 대구였기에 커피도 보수적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오래된 머신을 쓰거나 강배전을 고집하는 카페를 찾은건 대구의 커피스타일을 규정해보려는 나름의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습니다. 대구의 카페들은 제가 방문했던 그 어떤 카페들보다도 개방적인 카페였습니다. 누구나 쉽게 마실수 있는 가격이 일단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분들은 너무나도 밝은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어떤 주문에도, 질문에도 흥겹게 대답해주셨죠. 함께해준 사람들 덕분인지는 몰라도 커피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서 더욱 그런느낌이 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구의 분위기를 떠나 두 카페는 커피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을수 있습니다. 커피를 위한 기구만을 허락하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커피만을 솔직하게 즐길수 있는, 몇 안되는 진중한 카페라는 생각이 듭니다.

 

  • 커피코케인 가는길 - 대구 시내버스 410, 706, 719, 323, 300등 경북대학교 북문앞을 지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경대 북문을 등지고 왼쪽으로 쭉 따라 내려오다보면 농대 맞은편에 있는 커피 코케인을 찾을 수 있다. 대로변에 있으니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대구 북구 산격동 1400-3, 053-939-4628
  •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

 

  • 커피 대장금 가는길 - 대구 시내버스 410, 706, 719, 323, 300등 경북대학교 북문앞을 지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경북대학교 북문 교차로에서 스타벅스 방향으로 길을 건넌다. 보이는 골목으로 진입. 오른편 길을 따라 쭉 들어간다. GS25를 지나처 직진. 보이는 삼거리에서 CU편의점 좌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커피대장금을 만날 수 있다.
  • 대구 북구 산격3동 1313-58, 053-755-1520
  • 월-금 오전 11시 30분 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영업

※ 추신: 두 매장은 현재 문을 닫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확인하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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