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렀던 숙소에서 후쿠오카 시내는 버스로 5분 거리였습니다. 날씨만 더 따뜻했더라면, 기꺼이 걸어서 가도 될만큼 가까운거리였죠. 숙소가 시내와 가까웠다기보다 작다는 표현이 걸맞는 도시가 후쿠오카입니다. 대부분 100엔이면 10분-20분 내외로 갈 수 있는 거리며, 시내에는 없는게 없습니다. 거리를 거닐다 문득, 후쿠오카에서 한 1-2년정도는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두 카페는 시내에있는 카페들입니다. 로스팅은 하지 않는 식사류도 함께 파는 그런 카페죠. 커피 전문점이라기엔 커피맛이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각각 35년, 3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기와 바쿠는 은은한 커피향에 녹아들어 편히 쉴 수 있었던, 아름다운 카페였습니다. 도시의 역사와 함께 늙어가는 카페였기 때문일까요, 후쿠오카의 향기가 그득한 카페들이기도 했습니다.

 

아기는 텐진코아빌딩 지하에 위치해있습니다. 저희가 코히칸 아기를 찾은 날에는 이렇게 눈이 오고있었습니다.

 

빨간 타일이 매력적인 아기의 문입니다. 간단한 브런치 메뉴를 비롯해 식사도 판매하고 있더군요. 때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수도없이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래된 금전등록기는 카페와 함께한 세월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쓰지않지만, 가게 한켠에 자랑스럽게 전시돼있더군요. 신기해 하며 이것저것 만져보니, '가게와 함께했던 기계입니다'(라고 말했던것 같은) 주인의 설명이 생각나네요.

'

숯불로스팅(탄화배전)커피는 사이폰으로 추출합니다. 간단해보이는 도구같지만,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월드 사이폰 챔피언쉽같은 대화가 생길정도로 각광받는 도구이기도 하구요. 커피를 주문하자 사장님은 능숙한 솜씨로 사이폰 커피를 추출합니다.

 

주방은 깔끔합니다. 커피의 기본은 청결한 주방이죠. 지긋하게 나이가 든 사장님은 커피를 내릴때가 아니면 테이블을 닦거나 잔들을 손보시더군요. 손길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고, 바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코히칸 아기를 찾아가게 만든 이유입니다. 인테리어는 정말.

이런 분위기에서 커피를 마실수 있는 직장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을 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사장님.

 

커피는 은은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앞서 커피맛이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아마 분위기가 커피맛을 초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모닝커피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바쿠로 향했습니다.

바쿠는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봤으나 역시 잘 몰라서 낭패. 그러다가 근처를 지나는 한 사람이 지도를 든 우리를 발견하고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걸어옵니다. '바쿠'라는 이름을 보더니 하는말, '내가 중학교때부터 가던 곳이에요! 20년 넘게 단골이죠!'. 장을 보러가던 그녀는 우리와 함께 카페에 가도 되겠냐며 앞장을 섭니다. 그리고, 좁은 계단을 오릅니다.

 

'여기는 핫초코가 맛있죠', 그녀의 추천으로 우리는 핫초코를 선택. 달지 않고 코코아향이 그득한 핫코초는 눈을 맞은 손과 마음을 녹여줬습니다. 함께시킨 드립커피는 구수했구요.

 

오래된 포트로 능숙하게 드립. 손님들은 담배를 꺼내 피며 자연스럽게 주인장과 대화를 합니다.

 

홀에도 자리가 많지만 사람들이 늘 찾는곳은 바. 바에 앉아 처음보는 사람이건,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건 커피 한 잔에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들 따로 들어왔지만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바쿠하면 빼먹을수 없는게 선곡과 인테리어 그리고 분위기. 세월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어느 카페도 쫓아올 수 없는 고고함을 만들어냅니다. 이래서 20년째 이곳을 찾는구나, 함께해준 일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니, 후쿠오카 카페산책이라는 책을 보고 여길 찾아왔다니 자기네들도 그 책이 있다며 꺼내보입니다. 커피에 대해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 문으로 나가면 '아트스페이스 바쿠'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출해온 작가만 700명. 카페를 찾는 예술학부 교수와 학생들 덕분에 지속될 수 있었던 곳입니다. 바쿠는 지금도 아트스페이스를 유지하기위해 최선을 다하죠. 바쿠는 커피와 음악 그리고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사진은 전부 니콘 FM, 렌즈는 조리개가 2.3까지밖에 열리지 않는 광각렌즈를 썼습니다. 필름은 다양하게.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몇 있어 알려드립니다. 사실 카메라는 잘 몰라요. 잘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동행한 주노누나의 사진입니다. 가끔, 제가 찍은 잘나온 사진도 있구요 :)

 

 

아기의 메뉴판. 400엔이면 탄화배전 블렌드를 맛볼 수 있습니다. 후쿠오카의 저렴한 물가를 반영하네요.

 

 

 

조지 거쉰의 엘피판에 적혀있는 바쿠의 메뉴들. 도시락이 든든합니다. 함박스테이크도 괜찮구요. 식사+커피세트도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 코히칸 아기 - 후쿠오카시 추오 구 텐진 1-11-11 텐진코아 지하 1층
  • 092-721-8461
  • 오전 10시 - 오후 8시(휴일은 일정하지 않음)

 

  • 야네우라 바쿠 - 후쿠오카시 추오 구 텐진 3-4-14 코에이빌딩 2층
  • 092-781-7579
  • 오전 11시 - 오후 12시, 연중무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