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본따 대학 평준화를 위해 서울 1대학, 2대학 등의 서열없는 학교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도 평준화는 이뤄지지 않을게 분명할겁니다. 왜냐면 결국 사람들은 서울 1대학으로 몰릴테니까요. 왜 우리는 항상 1등만 기억하고, 명품만 좋아하고, 최고가 되기만을 원할까요.

 

불과 몇년전만해도 로스터리라고는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던 카페거리에 콩볶는 냄새 그득한 로스터기가 들어선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적잖은 비용 때문에 1kg짜리 프로스타나 후지로얄 로스터 택했던 카페들은은 이제 대부분 프로밧이나 기센 로스터를 들여왔습니다. 프로밧 혹은 기센 로스터에 라마르조꼬를 갖추지 않은 집들이 없을 정도로 요즘 카페들의 장비 경쟁은 심합니다. 로스터나 머신으로만 치면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겁니다.

 

문득 훼마(혹은 페마 Faema,현대적 커피 머신의 시작을 알린 회사)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는 없을까, 후지로얄로 맛있게 볶아낸 커피를 내리는 집은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머신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에겐 우리나라 로스터의 이런 현실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머신에 대한 이해가 앞선 카페, 톨드어스토리를 소개하기전에 푸념을 좀 해 봤습니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톨드어스토리는 로스터리가 우선이 된 카페입니다. 

 

로스팅룸과 비슷한 크기의 카페입니다. 

 

에스프레소 블렌딩은 COE를 사용합니다. 싱글 커피들도 스페셜티급 원두들이구요. 그런데 에스프레소가 3천원입니다. 이렇게 팔아서 남는게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에 절을 넙죽하고 카푸치노와 드립커피를 시킵니다. 브룬디 COE #7 입니다.

 

도기로 된 칼리타 드리퍼로 내린 브룬디입니다. 신맛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첫모금 뒤로 향이 깊게 퍼집니다. 두번째 모금부턴 신맛이 조금 가라앉습니다. 파스타치오의 느낌이 나고 식을수록 단맛이 올라옵니다. 약배전을 택했지만 좋은 생두를 쓰고 로스팅포인트를 잘 잡아 완전히 식은 후에도 맛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향이 좋은 카푸치노입니다. 앞서 마셨던 잇로스터즈의 카푸치노가 딸기우유라면 이곳의 카푸치노는 캬라멜 땅콩 버터에 비유하고 싶네요. 끝의 신맛과 잔잔하게 이어지는 향이 좋습니다. 역시 식을수록 단맛이 올라옵니다. 같이 주문한 아메리카노의 단맛은 끝내줬습니다. 식어도 무너지지 않는 바디감과 밸런스에 박수를 보냈지요.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카페들은 대부분 약배전을 하기 때문에 신맛이 강렬하게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나중에 머신을 설명할때 말씀드리겠지만 톨드어스토리에선 에스프레소 추출시에 강화될 신맛을 잡기위해 인퓨전 기능을 독특하게 사용합니다. 덕분에 드립커피같이 밸런스가 좋은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거죠.

 

이곳에서 한 잔만 마시겠다 하는 분들께 아메리카노를 권합니다.

 

노란색 튜닝이 눈에띄는 라마르조꼬 리네아입니다. 여기서 잠깐. 앞에서 라마르조꼬만을 고집하는 카페들을 뭐라고 해놓더니 이게 뭡니까? 라고 따지시는 분들이 있을것 같네요.

 

네, 톨드어스토리에선 라마르조꼬 리네아 4그룹을 사용합니다. 대신 이 머신은 방정호 바리스타가 튜닝을 해 껍데기를 제외하고는 리네아가 아닌 커스텀 머신입니다. 머신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튜닝을 하고, 최선의 맛을 뽑기 위해 연구를 했기 때문에 오늘의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나올 수 있었던거죠.

 

궁금해서 머신에 대해 물어보다가 페마(훼마)머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가게에선 얼마전까지 페마가 레전드 머신을 썼다고 합니다. 추출 온도가 일정한 라마르조코와 달리 페마레전드는 그룹헤드가 튀어나와있어 겨울이면 헤드가 얼어 추출이 안될정도로 예민한 머신이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바리스타는 머신을 잘 이해한다면 페마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한 잔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는 얘기도 덧붙여주셨습니다.

 

딱 봐도 뭔가 달라보이는 리네아입니다. 추출할때 사용하는 저 잔 모양의 버튼들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 특이합니다. 바로 아래 달린 스위치로만 추출을 한다네요. 왼쪽은 인퓨징(뜸들이기)용, 오른쪽은 추출용. 톨드어스토리에선 인퓨징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추출버튼과 인퓨징 버튼을 번갈아가며 추출을 한다고 합니다. 밸런스가 뛰어난 커피를 만들질 수 있는 이유죠. 앞으로도 튜닝과 실험은 계속될거라고 합니다.

 

자, 저 '1'버튼이 인퓨징버튼 그리고 '11'버튼이 추출용버튼입니다.

 

그라인더입니다. 메져 미니, 자동 그리고 콤팍의 레드스피드가 보입니다. 레드스피드는 콤팍 라인에서도 가장 고가의 그라인더입니다. 에프엠커피하우스에서도, 커피공장에서도 한 때 있었다가 어디로 사라진 레드스페드가 여기에 있네요.

 

레드스피드에 대한 평가는 분분합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셋팅이 변할정도로 예민한 이 그라인더는 바리스타를 애먹이는데 선수입니다. 그래서 매장에 따라, 바리스타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죠. 아직까지 이 머신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매장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톨드어스토리에서도 여러모로 실험해볼 요량으로 데려다 놓은것 같습니다.

여튼, 말로만 듣던 레드스피드를 보니 반갑네요. 

 

에바퓨어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는 수돗물 사정이 좋습니다. 대전은 특히 수돗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구요. 그럼에도 정수기를 사용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물은 커피맛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수기를 통해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톨드어스토리뿐만 아니라 많은 카페들이 고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후지로얄과 디팅그라인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그라인더들입니다. 

 

곰다방에서도 사용했던 모델이죠. 돈 좀 들여 그라인더를 구매하시고 싶은분들에게 저는 디팅과 후지로얄을 추천합니다. 깔끔하고 안정적인 분쇄를 자랑하거든요. 

 

네. 저는 이부분이 좀 묘하다고 여겨졌습니다만.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할게요. 

 

오래된 인켈스피커가 있고.

 

마구잡이로 꽂혀있는 책들은 진지합니다. 것멑으로 책을 꼽아놓은 카페들과 비교되는 책 목록들입니다. 언뜻봐도 좋은 책들이 몇 권 보이네요. 저는 이런 부분이 좋습니다. 

 

결국 로스팅실에 입성.  

 

프로밧 번입니다. 여기서 또 클레임이 들어오겠네요. 결국 이 카페는 프로밧과 라마르조꼬를 쓰지 않느냐!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겁니다.

 

요 모델은 프로밧 번Probat Burns입니다. 프로밧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한 미국 프로밧의 로스터입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은 기존의 프로밧 모델과 프로밧 번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합니다. 이 모델은 훨씬 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합니다. 미국의 가스사정을 고려해 버너도 조금 다르게 제작됐구요. 엄연히 말해서 프로밧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여기서 로스터의 설명은 빛납니다. 프로밧 번의 특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개조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로스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로스터기를 카페에 맞춰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이곳 커피가 더욱 사랑스러워졌습니다.

 

콩빵(?)을 당하지 않으려면 튀어나오는 뜨거운 원두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고소한 향이 그득하네요. 

 

오랜만에 보는 후지로얄입니다. 여기에선 프로밧만 쓰는게 아닙니다. 디스커버리, 프로바티노도 함께 있죠. 생두의 특성에 따라,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로스터를 선택해 로스팅을 합니다.

 

디스커버리. 옆에는 프로바티노가 있었는데 요녀석은 잠시 쉬고있다고. 각 로스터에 대한 특성을 설명해준 로스터 덕분에 즐거운 로스팅시간이었습니다. 

 

다시 바로 나와 커피를 주문합니다. 

 

위장이 뚫릴것 같았지만 추가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반짝반짝 

 

콜롬비아 COE. 설명을 듣고나니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3천원을 내기에는 너무 미안합니다.

 

맛있었습니다.

 

 

 

심플한 인테리어.

 

 

가져간 원두들도 나눠마시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숨김없이 모든걸 다 보여주고 설명해주시는, 유머러스하고 잘생긴 바리스타와 대화를 하다보니 취하는지도 몰랐네요. 돌아가는 길엔 손이 조금 떨렸습니다.

 

좋은 카페가 한 동네에 있으면 될까 걱정했던건 기우였습니다. 톨드어스토리와 잇트로스터즈는 공존 할 수 있는 카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커피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커피를 뽑아내는 두 카페. 다시 대전행 기차표를 사게 만드는 이유를 만들어줬습니다.

 

  • 톨드어스토리 가는길 - 대전지하철 1호선 유성온천역에서 하차. 충대정문 오거리에서 우회전, 유성천을 따라 10여분을 걷다보면 유성교가 나온다. 건너지 않고 직진해서 나오는 골목에서 좌회전. 다시 보이는 작은 사거리에서 우회전. 또 좌회전. 우측을 살펴보면 톨드어스토리가 있다. 지하철로 찾아가기 까다롭다면 버스 105번을 타고 한빛정류장 아파트에서 하차. 큰 골목이 나오기 전에 작은 사거리에서 좌회전. 다시 좌회전을 하면된다. 106번이나 113, 706번을 타고 유림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해서 충대방향으로 직진. 유성교가 끝나면 도로쪽으로 유턴. 역시 보이는 골목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 톨드어스토리라는 카페가 꽤 있는것 같습니다. 잘못가면 커피대신 죽을 먹을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 대전광역시 유성구 어은동 104(농대로8번길 2) 1층, 042-867-8919
  • http://www.toldastory.com (곧 오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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