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츠커피, 과테말라 라 라구나(Guatemala la Laguna)

길고 긴 명절 연휴 덕분에 2월 8일 로스팅된 플라츠 커피를 2주 가까이 지나서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선도가 유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뷰를 하는게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커피 소비자들이 2주라는 유통기한을 완벽히 지키지 못할수도 있단 생각에 리뷰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심플한 디자인의 플라츠 커피 패키지에는 커피의 원산지와 간단한 테이스팅 노트만 적혀있습니다.

 

플라츠 커피의 과테말라 라 라구나(Guatemala la Laguna)는 약배전을 택했습니다. 향미를 잡기위해 많은 로스터들이 과감한 약배전을 하곤 하지만, 제가 만난 대부분의 약배전 커피들은 제대로 익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과연 2주 지난, 약배전의 플라츠 과테말라는 어떤 맛을 보여줄지 궁금했습니다.  

 

우선 대략적인 느낌을 알아보기 위해 V60을 이용한 드립을 해봅니다. 추출은 드립굵기로/30g/93도/450ml/3분의 레시피를 따랐습니다. 첫모금을 마신 순간, 플라츠의 과테말라는 수준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은한 자스민향, 꿀, 아몬드, 볶은땅콩의 느낌이 조화로웠으며 식으니 라임의 맛도 느껴졌습니다. 대부분의 테이스팅 노트는 플라츠 커피에서 제공한 것과 동일했으며, 분명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화로운 맛들이 어우러져 밸런스를 유지하는 약배전 커피를 오랜만에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주 지난 원두임을 감안했음에도 향미도 잘 잡혀있고 에프터 테이스트도 좋았습니다. 살살 간들거리는 봄바람같은 기분 좋은 맛이랄까요.

 

에어로 프레스는 기본 레시피를 따릅니다. 드립굵기에 17g/93도/220ml/2분 20초의 추출입니다. 드립 추출보다 깊고 밀도있는 과일의 신맛, 달콤하고 은은한 꽃향이 살아있습니다. 드립 추출부터 전반적으로 강하게 느껴지는 자스민의 향은 플라츠 커피가 과테말라 라 라구나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라임의 신맛과 사탕수수의 단맛 그리고 견과류의 고소함이 밸런스를 이루며 좋은 느낌을 전달해줍니다.

 

에스프로프레스 추출은 17g/93도/200ml/4분의 레시피입니다. 첫 모금은 다른 추출에 비해 많이 누그러진 맛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곧 자스민차를 연상케 합니다. 산도가 줄어들었지만 편안한, 설탕과 시럽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닌 좋은 차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슬슬 올라옵니다. 식으면서 은은하게 신맛도 올라오며 라임과 사탕수수의 느낌을 전해줍니다.

 

라 라구나는 워낙에 다른 로스터에서도 칭찬을 받던 생두였습니다. 저도 다양한 로스터를 통해 이 원두를 만나왔고요. 그 중에서도 플라츠의 약배전 로스팅은 확실한 정체성을 가졌습니다. 디팩트가 없는 로스팅, 지향성이 분명하고 정확한 테이스팅 노트에는 아낌없는 칭찬을 전하고 싶습니다. 늦은 배송으로 2주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정도의 맛을 보여줬다면, 최상의 컨디션일때는 더 좋은 맛을 보여줄게 분명합니다. 한 종류의 원두로, 몇 번의 추출로 플라츠 커피를 판단할 순 없지만 이 로스터가 기본에 충실한 스페셜티 로스터라는 점은 알 수 있었습니다.

 

함께 전달받은 30g의 플라츠 블렌딩은 에어로프레스 추출을 통해 마셔봤습니다. 자몽의 쌉싸름하고 달달한 신맛이 연상되는 기분좋은 커피였습니다. 감귤이나 오렌지의 단맛도 느껴졌고요. 따뜻할때부터 식을때까지 느껴졌던 특유의 쌉싸름한 맛은 이 커피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에스프레소 추출을 했을때, 이런 부분이 강한 매력을 줄것 같단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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