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컴퍼니, 에티오피아 콩가(Ethiopia Yirgacheffe Konga), 케냐 카리미쿠이(Kenya Kirinyaga Karimikui)
이번에 테이스팅할 원두는 벙커컴퍼니의 에티오피아 콩가와 케냐 카리미쿠이입니다.
에티오피아 콩가는 이미 스페셜티 시장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원두입니다. 이미 다른곳에서도 많이 맛봤던 원두이기에 벙커컴퍼니는 어떤 접근방식을 택했는지 궁금해집니다. 네추럴 가공방식을 택했는데 이 포인트도 어떻게 살릴지 궁금하고요.
케냐는 1850m의 고고도에서 재배된 품종입니다. 지난번 FM커피의 리뷰에서도 케냐가 독특한 향미와 맛을 보여줘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벙커컴퍼니가 선택한 케냐는 어떤 맛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에티오피아가 네추럴인데 반해 케냐는 워시드입니다. 둘의 뚜렷한 특징을 잡아가며 마셔보는것도 좋을것 같군요.
사진으로 보는 저 원두는 케냐입니다. 로스팅 포인트는 두 원두 모두 비슷합니다.
우선 에티오피아 추출입니다. 추출은 모두 4가지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추출기구는 클레버, 하리오 V60, 메탈콘필터, 에스프로프레스 입니다. 우선 하리오 V60을 보죠. 레시피는 드립굵기로/20g/92도/350ml/2분30초 입니다. 커피에선 살구의 맛과 패션프루츠가 느껴집니다. 조금 불안정해 보이는 산미도 나름 매력을 전해주고요. 라벤더티의 느낌을 주고 슬슬 자리를 잡는 산미는 블루베리의 느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식으면서 밸런스가 잡히긴 하는데 밸런스 측면에선 아쉬움을 남깁니다.
콘필터 추출은 드립굵기로/20g/92도/350ml/2분30초입니다. 페이퍼 추출보다 산미가 떨어지면서 매력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맛이 오히려 차를 마시는듯한 느낌을 만들어줍니다. 흡사 라벤더 티 같달까요. 혀 끝이 살짝 아린 느낌도 느껴집니다. 드립굵기로/20g/93도/330m/2분 30초의 시간을 두어 내린 클레버 드립은 V60드립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음은 에스프로프레스 추출입니다. 프렌치프레스 굵기로/20g/91도/300ml/4분을 추출했습니다. 첫 모금에 약간 떫은 맛이 느껴집니다. 다시 식으면서 벨런스를 되찾는군요. 조금씩 식어가는 커피에선 아린 맛이 죽어가면서 라벤더향 살구의 맛이 느껴집니다. 사실, 동일한 추출을 케냐와 함께 진행하다보니 안정적인 케냐에 비해 에티오피아 원두가 가진 불안정함이 많이 부각된 부분도 있습니다. 조금씩 식어가는 커피가 안정감을 찾고 화사한 맛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케냐추출은 에티오피아와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했습니다. 우선 립굵기로/20g/92도/350ml/2분30초 추출을 진행한 V60 추출입니다. 적절한 산미와 부드러운 바디, 안정감있는 밸런스와 화사한느낌이 좋은 인상을 전해줍니다. 감귤껍질, 복숭아, 바닐라, 감 등의 과일에서 나는 단맛이 고루고루 느껴집니다. 복합적인 단맛과 향미가 인상적인 커피더군요.
콘필터 추출은 역시 드립굵기로/20g/92도/350ml/2분30초입니다. 페이퍼드립보다 맛이 더 은은하고 부드럽습니다. 콘필터가 걸러내지 않은 오일은 페이퍼드립 추출보다 더 안정적인 맛을 제공합니다. 화사하진 않지만 묵묵한 깊이가 있고, 식어도 밸런스가 좋습니다. 드립굵기로/20g/93도/330m/2분 30초의 레시피, 클레버로 추출한 커피는 페이퍼드립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에티오피아보다 안정감이 좋습니다.
에스프로프레스 추출은 프렌치프레스 굵기로/20g/91도/300ml/4분을 추출했습니다. 4분을 추출했음에도 걸리는 맛이 없습니다. 갓 따라내린 커피에선 깊고 진한 단맛이 올라옵니다. 별다른 방법을 쓰지 않고 오랫동안 우려먹는게 좋다는건, 저에게 좋은 커피란 신호를 보내주는것과 같습니다.
딱히 로스터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제가 최근에 접한 스페셜티 커피들은 대부분 향미를 잡는다는 미명하에 심하게 언더추출을 낳는 로스팅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이 개인적인 취향인지, 트렌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런 커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리조또를 만들어도 쌀은 익어야 하고, 누룽지를 만들어도 쌀을 태우면 안되는겁니다. 하지만 그간 제가 경험한것들은 익지않은 쌀로 만든 리조또를 먹는든한 느낌의 커피뿐이었습니다.
벙커컴퍼니의 커피에 높은 점수를 주고싶은건, 다른 로스터들과 달리 마실수있는 그리고 맛있는 커피를 내놓았다는 점입니다. 상대적으로 알맹이가 작고 로스팅하기 어려운 에티오피아의 경우 추출 기구에 따라 단점을 보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아쉬운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로스터라면 깊은 떫은맛에 몸서리를 치며 진행하지 않았을 에스프로프레스 추출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한 두 브루잉원두 모두 커피가 일정한 방향성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싶습니다. 또한 식었음에도 맛을 유지하는것도 좋았고요. 좋은 커피가 아니라면 커피의 맛은 시시각각 변하고, 일정한 캐릭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브루잉추출이 주종목이 아님에도 이정도의 능력을 보여주었으니 더욱더 벙커컴퍼니의 에스프레소가 기대됩니다. 이 로스터의 블렌드는 적어도 드립으로 마셔볼만 하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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