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업 커피, 블랙샷(Black Shot)
블랙업 커피의 또 다른 에고(Ego)블렌드 블랙샷입니다. 이전 에고 블렌드였던 셀리나(Selina)가 중-약배전이었다면 블랙샷은 이름답게 중배전 이상의 로스팅 단계를 지향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투를 개봉하자마자 향기와 원두에서 배어나오는 기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략적인 원두의 느낌은 이렇습니다. 이처럼 무리한 약배전을 통해 디팩트를 드러내는 최근의 경향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중배전을 택한 블랙샷 블랜드가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기본 추출은 클레버와 하리오 V60을 이용한 드립으로 진행합니다. 클레버 추출은 드립굵기로 그라인딩 후 20g/91도/330ml/2분 30초의 레시피를 따릅니다. 전반적으로 시중에 나온 초콜렛을 먹는것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이 살아납니다. 은근하게 느껴지는 불맛(혹은 약간의 탄맛)이 흡사 토스트의 느낌도 전달하고요. 보리나 옥수수차에서 느껴지는 구수한 맛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커피가 가진 좋은 느낌들이 금방 풀이 죽어버린달까요. 하리오 V60드리퍼로 굵게 그라인딩하여 30g/91도/450ml/2분 45초의 추출을 진행했을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첫 모금의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이 치솟지 못하고 점점 풀이 죽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에어로프레스 추출은 블랙업에서 함께 보내준 가이드를 따라 진행해보았습니다. 드립굵기로 17g/92도/230ml/30+30초의 레시피를 따릅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드립추출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배전의 강한 뉘앙스가 기구나 레시피를 다르게 해도 크게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이 안정적이라는 측면에서 이 부분은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드립으로 살리지 못했던 생동감이 에어로프레스로도 살아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약간의 산도가 느껴지는 추출이었지만 금방 풀이 죽는, 입안에서 살아나지 못하는 맛과 향들이 조금 아쉬운 한 잔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스프로프레스 추출을 진행합니다. 프렌치프레스 굵기로 20g/92도/300ml/3분의 레시피를 따릅니다. 이 추출에선 초콜렛의 부드러운 풍미가 조금더 은은해지고 고소해진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 느낌이 오래가지 않고 곧 보리차나 옥수수차를 연상케 하는 맛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오랜시간의 추출에도 떫은맛이나 탄맛 등의 디팩트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커피가 가진 안정성이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중배전 혹은 그 이상의 커피가 가지는 매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는 커피가 가진 능력이 최대로 발휘될때는 기름이 흘러나오는 강배전에서 느껴진다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약배전을 할 때 쉽게 디팩트가 드러나는 것처럼 결코 쉬운 로스팅 포인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태우지 않고 잘 익히는, 매력적인 로스팅 비프같은 포인트를 잡는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죠. 이번 블랙샷 블랜드는 강배전까진 아니지만 약배전의 시류에서 벗어나 미디움 포인트 혹은 그 이상을 지향하면서 스페셜티가 가진 매력을 극대화 하려는 시도가 엿보였습니다. 커피의 생동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아쉬움이 느껴졌지만, 중배전 이상의 로스팅포인트의 매력을 잡아내려는 시도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단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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