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의 청춘 반란 ‘볼륨을 높여라’
라디오 마포FM ‘이빨을 드러낸 20대’
한겨레 권오성 기자
» 20대의 이야기를 담은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빨을 드러낸 20대’ 제작진들이 마포에프엠(FM) 녹음실에 모였다. 왼쪽부터 쩌리쪼, 양큐, 늘보, 돼지, 너구리. 마포에프엠 제공
“우리, 사업이라도 할까?”

지난해 10월 중순, 세 젊은이가 서울시 마포구 홍익대 부근 치킨집에서 죽치고 앉았다. 졸업을 앞둔 ‘늘보’(김지애·23)는 토익책을 파는 삶은 싫다면서 이런 말을 툭 던졌다. 친구 ‘너구리’(조소나·24)와 ‘양큐’(김양우·21)는 20대의 일상을 담은 영화 <개청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의 답답함을 담아낼 뭔가를 만드는 건 어때?”

셋은 자신들이 자원활동을 하고 있던 지역공동체 라디오 마포에프엠(FM)에 20대의 이야기를 담은 토크쇼 프로그램을 제안해 승락을 받았다. 이름은 ‘이빨을 드러낸 20대’(이드2)라 지었다. 너구리, 늘보, 양큐는 이들이 라디어 방송에서 쓰는 별칭이다. 이들은 ‘돼지’(유기림·23), ‘쩌리쪼’(조원진·21)까지 끌어들여 다섯으로 방송 제작팀을 꾸렸다.

지난 6일, 서울 동교동 마포에프엠 사무실에서 이날 저녁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다섯(사진)을 만났다. 이드2(cafe.naver.com/mapo20)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토·일요일 저녁 6~8시에 방송되고 있고, 인터넷으로도 청취가 가능하다. 이들은 역할분담 없이 작가, 디제이, 제작을 모두 함께한다.

이들은 8일까지 모두 12번의 방송을 진행하면서 같은 처지의 여러 20대를 만나 20대만의 관심을 함께 나눈 것을 큰 보람으로 꼽는다. 지난해 12월 출연한 정진설(23)씨와의 대화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청주대 언론홍보학과를 다니던 정씨는 졸업을 앞두고 “다양한 경험을 쌓겠다”며 지난해 7월 서울에 올라왔다. 청년실업 네트워킹 센터 활동, 학생기자, 시각장애인 봉사활동 등의 일을 하면서 동시에 생계를 위해 시급 3천원짜리 ‘피시방 알바’를 뛰었다. 살인적인 일정에 디제이들은 “대단하다”고 했지만, 정작 정씨는 “토익 점수도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들 모두는 이 시대의 ‘스펙 경쟁’에 분개했다.

초대손님은 20대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20대를 거치기 때문이다. 답답한 20대의 현실을 타파하고자 활동하는 이들은 모두 초청대상이다. 국내 첫 세대별 노조 ‘청년유니온’, 영화 <개청춘>을 제작한 여성영상집단 ‘반이다’, 학벌타파 취업누리집 ‘드림인터뷰’ 등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파 너머 누군가가 듣는다는 사실은 짜릿한 경험이다. 쩌리쪼는 “한 달 동안 방송을 쉬면서 청취자로서 우리 방송을 들은 적이 있는데 묘하게 웃음이 나왔다”며 “내가 방송을 할 때도 다른 20대가 이렇게 미소를 짓겠구나 생각하면 참 좋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의 ‘마무리 멘트’는 디제이 너구리가 날렸다. “우석훈씨가 쓴 <88만원 세대>를 읽으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 세대가 책 속의 88만원 세대로 남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중요한 것은 행동이고 우리 방송은 그 행동의 하나입니다.”

글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마포에프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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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나올지 모른다던 우리의 기사가 드디어 오늘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아침부터 편의점으로 달려가 신문을 사왔다. 인터뷰 덕분에 카페 회원도 늘었다. 여러모로 유쾌하고 기분 좋은기사다.

이드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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