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엘에이에 처음 왔을때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졌고 또 대기업에 인수되어 본연의 색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인텔리젠시아가 가장 뜨겁고 멋진 카페였습니다. 

 

그 때에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일이 드물었고 어디서든 인텔리젠시아의 커피를 가져왔다고 하면 눈이 휘둥그래져서 마시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추억이라 더 우아하게 기억할수도 있지만, 그 때에 맛봤던 블랙캣 블렌딩 에스프레소는 정말 꿀같이 달콤하고 비단결같이 부드러웠던 느낌이 납니다.

 

공들여 찾아갔던 엘에이의 인텔리젠시아는 정말 우아했고 커피는 한국에서 맛봤던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온두라스 원두를 한 봉 사와서 집에서 한동안 마셨는데 화이트 초콜렛같은 단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만큼 인상깊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인텔리젠시아 뺨치는 카페들이 서울에도 엘에이 곳곳에도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국내의 한 업체(이스팀)에서 인텔리젠시아를 들여왔다하여 카페에 가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그 때의 그 맛은 도무지 나지 않아 서운하기까지 했습니다. 또 다시 다른 업체에서 인텔리젠시아 커피를 본격적으로 들여온다고 하는데 그때의 그 감동을 또 느낄수 있을지 물음표만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방문한 베니스 비치의 인텔리젠시아 커피는 여전이 멋있었고 맛있었습니다. 호스피탈리티는 엘에이 카페들 중 가장 최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카페들이 멋있는데만 집중한다면, 인텔리젠시아는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로써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파격적인 베니스비치의 바 구조는 아직 건재하고 또 우아했습니다.

 

아마도 여행의 기분에 홀렸을테고 유명한곳이니 맛있을것이라는 맹목적 믿음이 10년전의 환상을 만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환상이라고 했던 10년의 기억은 다시 현실이 됐습니다. 엘에이에서 마주한 인텔리젠시아의 커피는 다시 10년을 기다려 먹어도 될만큼 근사했기 때문입니다.


엘에이 차이나타운의 파이스트 플라자 빌딩은 없는 것이 없습니다. 한중일 음식점은 물론 태국음식점과 네슈빌 핫치킨 그리고 아이스크림 가게도 있습니다. 식당 사이에는 잡화점도 있는데, 쌍절곤도 팔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고, 홀 중앙에 놓인 업라이트 피아노에는 거리의 연주가들이 앉아 종종 현란한 솜씨를 뽐내기도 합니다. 커피바 엔돌핀(Endorphin이 아닌 Endorfiene) 신기루처럼 이 빌딩의 한 구석에서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벤차쿨(Benchakul)의 원래 직업은 카페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는데, 그는 항암제를 연구하는 시설의 연구원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던 그는 문득 자신이 연구가 보다는 스몰 비즈니스(음식점, 소매점 등)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오랜 고민 끝에 연구실을 박차고 나온 그는 제과 제빵 수업을 듣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한 빌딩에 위치한 파티셰리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동료 파티시에가 가져온 블루보틀 커피를 맛봅니다. ‘이렇게 맛있는 커피에 크림을 넣을 생각을 하다니!’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는 충격을 받았고, 커피를 공부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게 됩니다.

 

 

하지만 늙다리 바리스타를 구하는 카페는 없었습니다. 수년간의 연구원 생활과 잠깐의 파티시에 경력을 내세워 스타벅스, 인텔리젠시아 등 유명한 카페들에 원서를 냈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까스로 바비 로스한(Bobbie Roshan)이 운영하는 일본타운의 ‘카페 데미타세’에 자리를 얻게 됩니다. 그는 바리스타로서의 새 출발에 최선을 다했고, 카페 주인에게 신임을 얻어 산타모니카에 새 지점을 여는 일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은 다름아닌 코스노센티 커피의 이카이 림(Yekai Lim)이었습니다. 벤차쿨을 눈여겨봤던 이카이는 베트남 식당에 팝업의 형태로 오픈한 코그노센티 모니커(Cognoscenti Moniker)라는 바를 맡깁니다.

 

벤차쿨이 이 기묘한 빌딩에 들어오게 된 것은 그 후의 일입니다. 코그노센티의 모드바 카트를 계속해서 활용하고자 파 이스트 플라자 빌딩의 아이스크림가게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묵묵히 커피를 내리길 또 몇 년. 그는 아이스크림 가게 맞은편 빈 자리에 자신만의 바를 열기로 결심합니다. 코그노센티의 대표는 모드바 카트를 그 가게로 옮기도록 도와주었고, 비로소 바 엔돌핀이 탄생했습니다.

 

 

카페 엔돌핀은 약배전 커피(노르딕 로스팅)만을 취급합니다. 제가 방문했을때는 스웨덴의 드롭커피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커피를 먹은 덕분인지 속이 울렁거려 겨우 한 모금을 비웠습니다. 약배전 코스타리카로 만든 플랫화이트는 약간의 허브향이 풍기긴 했지만 은은한 산미와 달콤함이 배어있었습니다. 이곳을 소개하는 매체들은 태국 음식에 영감을 받은 시그니처 음료를 마셔보라고 권했습니다만, 더이상 무언가를 마셨다가는 바로 쓰러질것 같아 포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통해 극도의 즐거움(엔돌핀)을 경험하고자 했던 바리스타 벤차쿨의 진심은 충분히 느끼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카페를 나선 이후에도 여전히 빌딩안은 시끄러웠습니다. 무엇이든 마시고, 먹고,   있는 이곳에서 북유럽 스타일의 커피도 맛볼  있다니 여전히 신기하고 기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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