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퇴근 후의 음악감상
엘튼존은 1987년, 성대결절로 성대 수술을 받아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발라드 곡들로 유명하지만, 엘튼존은 사실 시원시원한 가성을 내지르는 로커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 그에게 수술 이후 가성을 더 이상 쓸 수 없었단 소식은 더할나위 없이 절망적이었을테다. 하지만 그는 곧 재기했고, 훨씬 굵고 단단한 목소리를 내새워 예전처럼 종횡무진 차트를 휩쓸고 다녔다. 말년에는 양성애자 어설프게 커밍아웃했던, 위장 결혼으로 여론을 무마하려 했던 과거를 딛고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린다.
머레이 페라이어는 1990년, 악보를 넘기다 손가락에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상처는 계속 덧나기 시작했고, 항생제를 먹어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의 엄지 손가락은 심각한 변형을 겪었고, 페라이어는 본의아니게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또한 1990년대 후반, 재기에 성공했고 2000년에 녹음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빌보드 클래식 차트에 15주나 머물렀다. 2004년에는 모든 공연을 취소할 정도로 손가락 부상이 다시 심해졌지만, 다시 재기에 성공한 그는 많은이들의 사랑을 받는 음반을 쏟아냈다.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의외로 별것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꾸준히 해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도 한다. 기묘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두 아티스트의 삶이 닮아 있어 퇴근 후 음악 듣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엘튼존의 음악은 <Honky Chateau>앨범에 수록된 Rocket Man을 들었고, 머레이 페라이어는 최근에 발매한 브람스 헨델 변주곡이 들어간 소품집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