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형은 정말 만두같이 생긴 형이다. 일단 외모가 잘 빚어진 만두를 닮았다. 고속터미널이나 서울역 근처를 지나다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만두 말이다. 심지어 몸매도 만두를 닮았다. 샤워를 하고 속옷에 수건만 걸치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만두다. 막 일어났을 때, 피곤할 때 얼굴이 조금씩 붓기 시작할때면 만두형은 진가를 발휘한다. 정말 만두로 변신한다. 그리고 만두형은 항상 웃는다.

 

우리-만두형과 나 그리고 3명의 팀원-의 일과는 규칙적이다. 6시간을 일하면 12시간을 쉰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24시간을 하루로 산다면 우리는 18시간을 기준으로 하루를 산다. 낮과 밤은 조금씩 바뀐다. 아직 업무에 적응을 하지 못하기도 했고, 처음 일을 시작하면 겪는 어려움과 서러움은 교대근무자에겐 더욱 고달프다. 남들이 퇴근할 때 일하고, 쉬는날에도 밤낮없이 출근하고. 그리고 피곤과 서러움에 치여 12시간도 편하게 쉬지는 못한다. 그래도 만두형은 항상 웃는다.

 

지난 추석에는 몸이 아팠다. 갑자기 찬바람이 불었고, 추석이라 식당문도 다 닫아서 밥도 못챙겨 먹었고, 밤새 공부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어김없이 혼나고 그리고 밥을먹으려 하는데 식당문이 닫혀있었다. 추석이라 근처 식당들도 전부 문을 닫았다. 서럽기도 이리 서러울 수 있는가. 그래도 만두형은 웃었다.  설날에는 새해복 많이 받아라, 그렇다면 추석에는 무슨말을 하지? 라는 질문에 만두형은 '더도 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밤샘근무를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한가위 연휴 첫 날이었다. 우리는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선배들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돌아오는길에, 밥을 얻어먹었다. 추석 연휴동안 처음 먹는 밥이었다. 두그릇이나 밥을 비웠다. 미처 챙기지 못한 동기들이 미안해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만두형은 혼자 티비를 보고있었다. 눈시울이 젖어있는 만두형에게 나는 무얼 먹었느냐고 물었다. 만두형은 햇반과 라면을 먹었다고 했다. 그리곤 추석 연휴에 대한 보도를 하는 뉴스를 계속 보고있었다. 만두형은 고백했다. 울었다고. 혼자 방에서 울었다고.

 

추석에도 쉬지못하고 일하는 사람들 인터뷰가 나올때부터 만두형은 울컥했다고 한다. 그래, 우리랑 뭐가 달라. 다 그렇게 사는거지 뭐. 만두형은 웃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추석 당일 순직한 소방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란다. 거기서 만두형은 울 수 밖에 없었다. 어찌 저럴 수 있는가. 너무해도 너무하다. 만두형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조금 부어있는 만두형의 눈을 보고 웃프지 않을 수 없었다. 순직한 소방관이며, 혼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추석날의 만두형이며 우리 신세며 슬플 수 밖에 없었다. 만두형의 그런 모습을 보고있노라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쓴 웃음 말이다.

 

웃프다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갔다. 이상하기도 했다. 어떻게 웃플수가 있지?

나는 비로소 웃프다는 표현에 동의를 할 수 있었다. 웃프다. 웃픈 한가위다. 모두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을 수 있길. 추석 복 많이 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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