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에 비친 아프리카의 모습을 보면 조금 씁슬한 마음이 듭니다. 그들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가난한 이유는 단지 그들이 우물을 팔 만큼의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그들이 우둔하고 발전되지 못해서 그런것도 아닙니다. 풍요로운 땅 케냐에서 그들은 잘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찾아온 식민주의에 따른 자본주의와 무분별한 자원개발, 지구 온난화가 그들의 먹을 물을 빼앗고 그들이 살 터전을 빼앗았던 것입니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건 하나의 우물이 아니라 그들이 원래 그들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정무역을 찾는 일,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작은 행동을 하는 것, 아프리카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는 일 말입니다. 제 사진이, 제 여행기가 케냐의 아름다운 모습을, 아프리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잘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긴 이야기는 여행기를 쓰는 동안 천천히 말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더 긴 여정이 남았으니까요. 오늘은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그럼 물랑가로 떠나볼까요 ^^?
완벽한 가이드 준이. 우리는 졸졸 그 뒤를 따라 다닙니다. 칙칙- 폭폭-
지난 이야기 : 우여곡절 끝에 물랑가에 도착, 닭잡아 먹고 편히 쉬면서 인생의 참맛을 느낌
물랑가에 도착해서 준이는 톡톡히 가이드의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첩첩산중 속에서 준이의 가이딩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 길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케냐의 자연은 정말 많은 것을 품고 있었습니다. 훼손되지 않은 그 풍요로움 속에서 우리는 유쾌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농장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항상 준이는 이건 뭐고 저건 뭐고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먹을 것이라면 들고 있는 칼로 단숨에 잘라서 우리에게 나눠 주었다.
사탕수수를 자르고 있는 준이. 사탕수수는 설탕의 원재료이다. 슈가케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준이의 고향인 물랑가에는 많은 사탕수수를 볼 수 있었는데, 많은 이들의 간식거리가 된다고 한다.
먹는 법은 간단하다. 칼로 사탕수수를 자른다음 껍질을 벗겨낸다. 개미들을 털어내고 먹기 좋게 조각내어 오물오물 씹으면 된다. 너무 달기 때문에 항상 개미가 있다. 농약따위는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자랐기 때문에 씻을 필요는 전혀 없다.
능숙하게 사탕수수를 손질하는 준이. 저렇게 자르고 남은 사탕수수를 땅에 꽂아 놓으면 일주일 후에 무럭무럭 자라난 사탕수수를 만날 수 있다. 지력이 뛰어나고 기후가 좋기 때문에 어떤 작물이든 무럭무럭 자란다.
사탕수수를 다시 심는 이야기를 하면서 망고 먹다가 씨를 뱉으면 망고 나무가 자라나고 사탕수수 먹고 심어놓으면 쑥쑥 크니 평생 여기서 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정말 풍요로운 케냐였다.
손질한 사탕수수. 이걸 오물오물 씹고있으면 설탕물이 나온다. 그 어떤 사탕이나 껌 보다도 달고 맛있으며 그 맛도 오래 갔다. 정말 하늘에서 내려준 간식인듯 싶다.
준이의 사촌이었는데 이름을 까먹었다. 우리 뒤를 쫒아다니며 각종 위험요소를 제거해주었으며 우리가 놓치는 간식들이 있으면 금세 따다가 우리에게 나누어주었다. 사방 모든 것이 먹을 것 천지였다.
이렇게 줄을 지어 케냐산 주변을 산책했다. 모두가 신났다.
준이가 칼을 들고 있으니 코끼리가 튀어나와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았다. 다들 즐거운 여행을 했다.
준기와 효원누나. 준기는 케냐에서 별명이 키준기였다. 키준기는 스와힐리어에서 ki/vi 클래스에 속하는 단어이며(스와힐리어에는 8개의 단어군이 있다) 차를 내릴때 차를 거르는 거름망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모두가 준기의 이름을 말하면 즐거워했다. 맙소사 거름망이 이름이라니!!!
비가 오고 난 후라 그런지 공기가 더욱 맑았다. 우리가 물랑가에 갈때마다 매일매일 짧고 굵은 소나기가 내렸다. 준이에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규칙적이고 예상할 수 있는 비가 내렸지만, 요즘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매일매일 불규칙하게 소나기가 쏟아진다고 했다. 이러한 환경변화로 농작물을 관리하는데도 애로사항이 생긴다고 했다.
준이네 농장이다. 망고도 있고 커피도 있고 사탕수수도 있다.
다시 칙칙- 폭폭-
망고나무가 지천이다. 여기 망고는 정말 맛있다. 아직 익지 않은 망고지만 너무 탐스러웠다. 날씨가 너무 좋아 딱히 망고를 수확하는 계절이 없다. 어떤 망고나무는 탐스럽게 익은 망고를 가지고 있었고, 어떤 나무는 저렇게 설익은 망고들이 주렁주렁 수확을 기다리며 자라나고 있었다.
망고 크기의 500배에 달하는 효원누나의 얼굴 감상을 해보자.
자라나고 있는 작물들인데 뭔지는 기억 안난다. 이것까지 필기하기엔 너무 힘들었다;
저기 뭔가 주렁주렁 달린것이 망고나무다. 에헴. 망고 먹고싶다. 얼마전에 마트에 갔는데 조그마한 애플망고 2개에 8천원이었다. 케냐에선 1개에 300원도 안되는데 폭리다 싶었다.
심하게 썡얼이신 문기누나가 준이네 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열심히 작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준이.
케냐에 가서 부쩍 얼굴이 탄 내 모습이다.
바나나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여기 바나나는 정말 쓴 맛이 하나 없이 달고 씹는 맛이 일품이다!!
케냐에는 아직 동양인이 드물다. 게다가 이 동네에는 동양인의 방문이 처음이라고 했다. 우리를 처음본 준이의 이웃들은 우리가 모두 중국인인줄 알았다고 한다. 그들에게 중국인의 이미지란 쿵후를 잘하는 사람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준이의 이웃들이 "뭐하러 칼을 들고다니냐 준아, 저기 중국인들이 쿵후로 널 지켜줄텐데!" 그렇다. 우리는 모두 쿵후 유단자다. 아뵤!!
물랑가에도 마타투가 다니긴 했지만 우리는 주로 걸어서 이동을 했다. 끊임 없이 이어지는 저 길을 신나게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면 내가 하늘 위를 걷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가끔'든다.
준이네 엄마는 줄곧 우리를 마중하셨고 배웅해주셨다. 그리고 그 곁에는 준이네 친척들이 있었다. 우리 모두 친구였고 노래를 불렀다. 임바임바 임바 임바~(노래 노래 노래 노래 노래~~- 스와힐리여 동시통역!)
망고를 먹고난 후의 선미누나의 표정이다. 아, 아닌가?
준이의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스와힐리어로 냐냐(Nyanya)이다. 우리가 시카무- 냐냐(안녕하세요 할머니) 그러면 할머니는 우리에게 마라하바(시카무(높임말로 인사할 때 쓰는 말)의 답변)라고 답하며 웃어주셨다.
준이네 집에서 효워누나의 떨떠름한 표정
애교가 많은 준이의 동생 수잔이다. 우리가 사탕을 준다고 하면 어김없이 케냐 최고의 댄서로 변했다.
준이네 엄마가 바나나 먹을래? 라고 물어봐서 네~ 했더니바로 옆에 있는 바나나 나무에서 저걸 따다 주셨다. 다 먹는데 무려 2일이나 걸렸다.
바나나 따주신다길레 한 사람에 한두개나 주시려니 했는데 저렇게 통째로 주셔서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저건,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맛이다!
우리가 바나나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신 냐냐다.
설탕 듬뿍 차이다. 차를 방금 갓 짠 우유와 섞어 오래 끓인 후 키준기(!)로 걸러내고 설탕을 듬뿍 넣어 저어 마시면 된다. 언제나 우리는 차를 대접받았다.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우리는 여행객이 아니었고, 현지인과 함께 춤을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이었다. 융성한 대접에 너무 감사했고,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우리의 저질 스와힐리어를 들어주셨다.
다음 편 예고 : 드디어 크리스마스 파티다! 아침 일찍 염소를 잡고 신나게 춤을 추며 파티를 했다! 케냐에서의 광란의 파티는 어떨지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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