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아프리카!
2009년 1학기, 나는 스와힐리어 수업을 신청했다. 동아프리카에서 쓰는 언어라는 것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모르고 무조건 신청을 했던 것이다. 대학 와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 가장 하고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꼭 '아프리카'여야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인도어와 힌두문화라던지 아랍어 라틴어 등등 언어 다양한 언어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어떤 것이든 다 좋았다.
첫 수업은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와힐리어와 아프리카 문화 수업을 맡고계신 김광수 교수님께서는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셨다. 아프리카어를 전공했고 20대에 처음 아프리카를 갔다온 이후로 60번이나 넘게 다녀오셨다고 한다. 지금도 틈만나면 아프리카 곳곳을 돌아다니며 연구를 하고, 그들의 문화를 배워오려 하신다. 특수 언어라는 전공 때문에라도 아프리카에 갈 일이 많았겠지만 그 외에도 학생들을 데리고 함께 여행을 가시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금요일, 선생님과 수업을 함께하면서 선생님의 아프리카에 대한 열정은 어느세 나에게로 옮겨와 있었다. 스와힐리어를 배우고, 아프리카 곳곳의 사진을 보고, 영상을 보고, 문화를 배우면서 아프리카를 가고싶다는 열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돈을 모으기 시작한 건 그 때 부터였다.
여름방학에 아프리카를 가자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여행경비는 500-600만원정도이고 동아프리카를 순회하는 일정정도로 잡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함께가고자 하는 열의가 뜨겁지 않았고, 모두가 너무 갑작스럽게 여행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망설이고 있었다. 여름에도 역시 나는 조금씩 돈을 모았다.
안녕, 준아
준이를 만난건 스와힐리어 회화수업에서였다. 준(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명을 씁니다)이는 한국의 모 기업에서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는 케냐학생이었다. 2009학년도 2학기 부터 학교에서 지정한 외국어 수업의 의무 드릴수업 덕분에 스와힐리어에도 원어민 교사가 필요했다. 스와힐리어 특성상 대학원에 마땅한 교사가 없기 때문에 준이가 그 회화수업의 강사가 된 것이다. 나는 스와힐리어를 더 배우고자 2학기에는 중급 스와힐리어를 신청했고, 덕분에 준이와 만날 수 있었다. 첫 수업부터 반갑게 스와힐리어로 인사를 나누며 우리는 정을 쌓아갔다.
준이와 케냐여행을 생각하게 된 건 10월 즈음이었다. 평소 준이의 한국 생활을 돕던 한 선배가 준이의 초청으로 케냐에 가게 됐다는 것이다. 겨울방학동안 준이의 집과 주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한다고 했다. 현지인의 초청이기 때문에 비용도 상당히 절약되고, 배낭여행으로 가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처음에는 그 둘의 여행으로 계획되었던 것이 점점 커져 11월쯤에 이르러서는 5명의 한국 친구들과 준이가 함께하는 여행이 계획되었다. 여러가지 일들이 생기며 결국 처음 여행을 주선한 선배가 빠지고 내가 그 자리름 메꾸게 되면서 나도 그 여행에 참여할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일이었다. 1년간 이리저리 아프리카를 갈 길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너무나 운이 좋게도 준이를 만난 것이다. 매 수업 점심도 굶어가며 우리를 가르쳐주던, 항상 웃으며 친구처럼 수업을 해주던 그 친구와 케냐를 간다는 건 아무래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여행을 가겠다고 돈을 모았지만 여름방학에도 일주일간 레일로 여행을 하느라 꽤 많은 비용을 지출하였고 모은돈도 조금씩 까먹었기 때문에 여행비용은 턱없이 부족했다. 죄송한 일이지만 어머니께 비행기 값을 구하고, 닥치는대로 돈을 구할 수 있는 구멍들을 찾아봤다.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여비는 비행기표 포함 180만원. 하지만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 끝에 비행기표는 122만원(방콕경유 인천발 케냐행) 에 구입했고 팀 재정으로는 100만원을 걷기로 했다. 그 외에도 황열병 주사와 각종 예방접종, 비자피등이 추가로 들었다. 여행 계획은 전적으로 준이에게 의존했다. 우리가 케냐여행에 앞서 참고할 수 있는 정보는 다른 나라 여행에 비해 엄청나게 적었으므로 준이와 회의를 하면서 일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구체적인 일정표는 다음에 함께 올리겠다). 나이로비에 한 현지인 아파트를 베이스로 준이의 고향인 물랑가(나이로비 시내로부터 2시간 거리)를 다녀오고 탄자니아를 둘러보는 일정이 정해졌다. 다음은 여행 전에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케냐, 탄자니아 여행시 필요한 것들 -비자
- 케냐
남산 근처에 위치한 주한 케냐대사관에서 받을 수 있다. 얼마전 까지 5만원하던 비자가 3만 4천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여권과 케냐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는 서식 폼을 받아서 작성해 준비해야 한다. 사진은 여권용 사진 2장이 필요하며 항공 일정이 적혀진 표가 필요하다. 발급 기간은 1박2일이기 때문에 이를 숙지하고 가야한다(당일 발급 안됨) 자세한 내용은 주한 케냐대사관 홈페이지 참조.
http://www.kenya-embassy.or.kr/
주한 탄자니아 명예영사관 연락처
-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0-67 유성빌딩
- 전화번호 : (02) 508-7411
- Fax : (02) 508-7637
케냐, 탄자니아 여행시 필요한 것들 - 예방접종
- 황열병 주사(Yellow Fever) 기본적으로 동아프리카를 여행한다면 황열병 주사를 맞아야 한다. 황열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질병이다. 주로 모기를 통해 감염되며 치사율은 20%를 넘는다. 황열병 주사를 맞으면 입,출국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있지만 걸리게 되면 심하게는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전염병이 치사율이 20%라면 엄청난 것이다) 황열병주사는 꼭 맞아야 하는 주사다. 접종료와 인지대 포함하여 2만 1천원이 든다. 인천공항에서도 접종을 하고 있으나 접종 후 이상 증상에 대비하여 적어도 출국 3주 전에는 접종을 하여야 한다. 또한, 생각보다 접종자가 많아 예약이 밀려 있으니 미리 미리 챙겨두는게 좋다. 서울에 사는 경우 국립 의료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는게 좋다(02-2262-4833). 예방 접종 후 3주간은 심한 운동이나 목욕은 금지다. 예방 접종이 끝나면 노란색 확인증을 준다. 확인증을 받으면 확인증의 이름과 여권상의 영문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황열병이 유행하는 지역에 출입국시 이 확인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출국전 꼭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 말라리아 예방 약 말라리아도 역시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병이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약으로는 라리암이 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여행 중 만났던 선교사 부부의 경우 라리암을 복용했음에도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약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자. 근처 보건원이나 의료원에서 라리암 처방을 의뢰하자. 출국 2주전과 입국 후 2주까지 매주 정해진 요일에 한 알을 복용해야 한다. 복용후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식사 후, 자기 전에 복용하자. 말라리아는 못 먹고 피곤했을때 가장 잘 걸린다고 한다. 또한 저녁에 모기장을 치고 자지 않거나 모기약을 충분히 챙기지 못했을 경우 물리기 때문에 이를 명심해야 한다. 즉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으려면 다음 두 가지를 명심하자
1. 잘 먹고, 잘 마시고, 즐겁게, 잘 논다!
2. 모기장은 언제나 잘 챙기고, 모기약은 항상 챙긴다(아프리카 모기들은 모기약에 약하므로 플러그에 꼽는 모기약 만으로도 쉽게 모기를 퇴치할 수 있다. 꼭 챙기도록 하자!)
- A형간염, 장티푸스 수인성 질병이다. 여행중에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 항상 물은 사서 마시고 끓여서 마셔야 한다. 생명에 큰 위협이 없어 장려하지 않는 예방접종이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하여 하고 싶다면 해도 무방하다. 말라리아나 황열병에 비해서 가격이 비싼편도 아니고 몸에 크게 부담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물을 조심할 자신이 있다면 크게 상관하지 않아도 좋다.
- 파상풍 주사 국내에서도 필요한 예방접종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의료시설이 잘 돼있기 때문에 상처가 났을 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아프면 답이 없다. 만약을 대비하여 저렴한 가격에 동네 보건소에서 파상풍 주사를 맞고 출발하자!
이 정도 준비라면 완벽하다.
여행계획을 세우고, 비자를 받고, 각종 예방 접종을 섭렵했다면, 떠나보자!
아프리카로!!
비행기에서 바라본 킬리만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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