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커피 업계에는 스페셜티 커피 바람이 거셌습니다. 기존의 생두들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프로세싱하여 선별해 최상급의 생두를 생산해 내는 것이죠. 이러한 생두들은 북미지역을 기반으로 한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나 남미지역을 기반으로한 COE(Cup of Excellence)에서 커퍼(Cupper, 커핑을 통해 생두의 품질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엄격하게 순위매겨진 생두들은 매년 커피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곤 했죠. 물론 지금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만.
하지만 요즘에는 SCAA나 COE급 커피들도 높은 가격에 팔리고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개인 생두 구매자들이 직접 발로뛰어 찾아낸 생두들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 높은 생두들은 농장이름, 농장주의 이름을 달고 개인 샵에 공급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커피는 국가별 구분을 넘어서 와인처럼 농장별로 세세하게 구분되는 지경에 이르렀죠. 자세한 얘기는 다음 순서로 리뷰 할 뉴욕의 스텀타운 로스터즈를 소개하면서 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얘기를 꺼내게 된 계기는 바로 스티머스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생두 공급의 세계적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에서는 연남동 커피리브레(샵은 아니고 커피 랩 혹은 로스팅 교육장이라고 하면 좋겠네요)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두들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세계 각국의 질좋은 생두 수입 뿐만이 아니라 Q-Grader교육, 로스팅 수업, 커핑 수업등이 진행되고 있죠. 오늘 소개할 스티머스와 일전에 소개한 홍대 헤이마는 이 커피 리브레에서 생두 공급을 받습니다(물론 생두 전부를 공급받는건 아닙니다). 젊은 로스터들이 커피 리브레를 중심으로 질좋은 생두, 알맞은 로스팅을 통해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일이죠. 역시 자세한 내용은 추후 포스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선 오늘 포스팅의 목적인 스티머스를 둘러보죠.

스티머스입니다. 신사동 가로수길 끝에 위치하고 있죠.

이 곳의 자랑거리 기센(Giesen, 혹은 지센)로스터기입니다. 제가 이 곳을 포스팅하기로 결심한 이유기도 하죠. 자세한 설명은 아래서 이어 하겠습니다.

차분한 카페 내부.

아로마키트입니다. 와인처럼 커피도 향과 맛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기록합니다. 아로마키트는 커피에서 나는 다양한 향을 시향할 수 있게 구성된 키트입니다. 가운데 검은 책자엔 각 향의 이름과 설명이 그리고 나무 상자 안에는 작은 향수병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파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기 흔치 않은 것이라 눈이가더군요. 그 밖에 에어로 프레스, 더치 툴 그리고 스캇 라오의 책이 눈에 띕니다.

에어로프레스용 메탈필터, 콘 모양의 메탈 드립필터. 트렌드에 민감한 샵이군요.

 

드립커피를 내리는 바입니다. 에스프레소를 뽑는 곳은 따로 있구요. 왼쪽 다카히로 포트의 색이 특이합니다. 지난번 광화문 커피에서 황금색 다카히로 포트를 본적이 있는데, 여기서도 특이한 포트를 보네요.

일전에 리뷰한 에어로프레스를 이 곳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케멕스와 더치툴도 판매하구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직접 물어보고 여기서 구매하면 좋겠군요.

기센입니다. 프로밧을 만들던 엔지니어들이 프로밧에서 나와 따로 만든 네덜란드 기업입니다. 전 과정을 수제로 제작합니다. 프로밧보다 가격이 비싼걸로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선 두 곳 정도가 이 기센 로스터를 쓰고 있습니다. 프로밧이 이제 흔해진 것과는 달리 기센은 아직 보기 드문 로스터기죠. 밀로커피 로스터즈에서 프로밧을 쓴다고 리뷰한 적이 있습니다.

로스터기도 기센인데 에스프레소 머신은 역시 라마르조꼬입니다. FB 80이죠. 미국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개성있는 내부 인테리어입니다. 이곳에서는 마카롱을 비롯한 다양한 디저트를 팔고 있죠.

 

깜짝 놀랐습니다. 터치스크린 메뉴판입니다. 사실 기센 로스터기보다 터치스크린 메뉴판에 더 깜짝 놀랐습니다. 하하하.

 

스페셜 메뉴와 베이커리.

기계가 아무리 좋아도 커피가 맛없으면 말짱 꽝이죠.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 드립커피를 차례로 마셔봤습니다. 카푸치노는 향이 참 좋더군요. 서빙되자마자 잔에서 꽤 먼 곳에 있는 제 둔감한 코에 진한 향을 남기더군요. 인상깊었습니다. 가볍게 입 안을 감도는 향기와 단맛. 그리고 은은하게 끝에 남는 신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혀끝을 감도는 쌉싸름함도 매력이 있었구요. 단지, 스팀이 좀 아쉬웠습니다. 이 날만 그랬는지 몰라서 일부러 사진은 생략했습니다. 향기로운 에스프레소에 좋은 스팀까지 있었더라면 완벽했을텐데 조금 아쉽더군요. 뭐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드립커피는 코스타리카였습니다. 최신 트렌드에 발맞춰(?) 약배전을 했더군요. 미국의 스텀타운을 비롯한 유명한 로스팅 샵들이 약배전을 추구하는 추세에 따라 콩을 볶는 것 같았습니다. 맛이요? 당연히 맛있었습니다. 가볍게 볶으면 보통 신맛이 날뛰는데 잘 절제가 됐더군요. 고소하고 달달하고. 전 이곳의 드립커피가 좋습니다.

 

 

드립용 그라인더는 말코닉 과테말라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찍은 사진은 손님 얼굴이 나와있어 지웠네요. 제가 알기론 광화문 커피에서 사용하는 말코닉 케냐보다 살짝 큰녀석이라고 합니다. 확실하진 않구요. 강하게 볶이지 않은 드립용 콩들이 눈에띕니다.

곳곳에 디스플레이된 장난감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판매하는 물건들.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로스팅 다이어리가 손님들에게 보이도록 쓰여져있었습니다. COE급 생두를 비롯해 다양한 생두 목록이 눈에 띕니다.

  • 스티머스 커피 팩토리 커피 포인트 - 보기드문 고급 수제 로스터기, 최신트렌드를 따라가는 다양한 기구들 그리고 트렌드에 발맞춘 최고급 생두. 커피가 맛있는건 당연한 일.
  • 스티머스 커피 팩토리 미스 포인트 - 2% 부족했던 카푸치노. 전반적인 카페 분위기도 아직 뭔가 부족한 느낌.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았다는 느낌이랄까. 조금 더 지나면 '스티머스'만의 커피를 느낄 수 있을 듯.
  • 스티머스 커피 팩토리 포 미 - 아직은 어색한 신사동 가로수길. 집에서 멀기도 하고.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라면 이러한 불편쯤은 감수해야지.
  • 스티머스 커피 팩토리 가는 길 - 지하철 이용시 3호선 신사역 8번출구. 직진후 두번째 블럭(가로수길)에서 좌회전, 가로수길 끝으로 10분정도 걸으면 모퉁이에 스타벅스가 보인다. 모퉁이를 끼고 다시 좌회전 다시 5분정도 걷다보면 까사호텔 맞은편에 스티머스가 보인다.
    좀 더 쉽게 가는 방법은 압구정역을 이용하는 방법. 2번출구로 나와 직진. 바로 보이는 신호등을 건너 원진성형외과와 애체안경 사이 골목으로 들어간다. 까사호텔이 나올 때 까지 10여분을 걸어가면 스티머스를 만날 수 있다. 주소는 강남구 신사동 526번지. 전화는 02-518-4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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