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2012년 6월부로 영업 종료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고등학교 때 부터 홍대를 돌아다녔기에, 나는 홍대가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한다. 7-8년 전 홍대는 지금보다는 조금 덜 북적이고, 덜 화려했다. 카페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기억하는 홍대의 카페는 모두 '홍대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많은 카페가 생겼다. 비슷한 인테리어에, 화려하고 북적이는 카페들이 많아졌다. 주로 캬라멜 마끼아또 따위를 팔고, 초코케이크라든지 허니브레드 등의 디저트가 중심이 되는 '트렌디한' 카페가 홍대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곰다방은 적어도 그런 카페와는 거리가 멀다. 정말 '홍대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다른 카페와는 다른 곰다방 만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곰다방은 변화무쌍한 홍대의 카페 트렌드와는 달리 우직하게 핸드드립 커피 만을 파는 곳이다. 드물게 통돌이로 콩을 볶는 집이며, 책과 음악이 가득하다. 
  

곰다방은 곰다방이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누구나 곰다방에 들어선다면 공감할 것이다.

테이크아웃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커피는 맛있다. 비싼 커피가 맛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비싸지 않은 커피가 맛있기까지 하다면 그건 훌륭한 일이다.

눈치 챈 분들도 있겠지만, 그림 속엔 사장님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소심한 자아표출이랄까.

내부는 사장님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둘러쌓여 있다. 저 벽화는 곰다방에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아래에 메텔의 머리에 가려져 있는 곰사장(?)님의 모습이 있다. 역시 소심한 자아표출.

이곳의 모든 원두는 저 통돌이로 볶는다. 일전에 소개한 광화문 커피처럼 말이다. 통돌이는 민감하다. 날씨를 비롯해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통돌이는 로스터의 '감'에 의존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오감을 사용하여 콩을 볶기 때문에 메뉴얼보단 경험이 중요한 편이다. 곰다방에서는 매일 소비되는 많은 콩을 매일매일 통돌이로 볶아낸다. 곰다방의 로스팅은 로스터이자 또 다른 주인(이라고 말해도 될것 같다)인 요섭씨가 직접 하신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로스팅을 하신다. 생두에 변화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항상 연습하는, 내가 알고있는 훌륭한 로스터이자 바리스타 중 한 사람이다.

곰다방의 구석구석. 눈이 가는 곳들. 

메뉴는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다. 아래로 갈수록 맛과 향이 진하다지만, 취향에 따라 만델린도 연하게 먹을 수 있다. 커피를 내리는 분께 직접 부탁하시길 :)

오늘 마신 커피는 브라질과 케냐. 브라질은 혀끝을 즐겁게 하는 단맛이 인상적이였다. 케냐는 상큼했다. 입 안에 남아도는 게 도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해 요섭 씨에게 물어봤다. '솔의 눈' 맛이라고. 맞다. 솔의 눈 맛을 연상케하는 상쾌하고 시원한, 과일향이 풍기는 맛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ㅠㅠ) 맛있었다.

 

곰다방의 또 다른 자랑.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멋있는 커피잔들.

 

2010년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 우승자인 마이클 필립스(Michael Phillips). 얼마 전 곰다방을 방문했다고. 곰다방에서 판매했던 한진중공업 사진집을 들고 있다.

앞서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아주 크고 오래된 스피커로 LP를 튼다. 매번 LP를 트는 건 아니고, CD를 틀기도 한다. 비오는 날, 곰다방의 크고 오래된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어느 콘서트도 부럽지 않다.

곰다방 자체제작 더치 툴. 더치커피는 한 병에 7천원이다. 물론, 매장에서 직접 마실 수도 있다.

 

누군가 그려준 요섭씨의 초상. 리필은 천 원이다. 도대체 원산지에 따라 커피가 어떻게 다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시는 분은 날잡고 곰다방에 가서 종류별로 드셔보시길. 분명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곰다방에는 빈 손으로 가도 좋다. 10년을 단골생활 해도 다 못 읽을 만큼 책들이 많으니.

 

바를 가득 메운 테이프들. 눈에 띄는 주간지와 계간지, 그리고 몇 가지 책들.

 

곰은 어디에나.

  • 커피볶는 곰다방 포인트 - 책과 음악과 커피가 가득. 이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
  • 커피볶는 곰다방 미스 포인트 - 드립커피와, 책과, 음악과 게으른 사장님(사장님 죄송해요)이 전부.
  • 커피볶는 곰다방 포 미 - 소중한 추억이 있는 곳. 언제나 가도 마음이 편한, 말로는 설명 못하는 곳.
  • 커피볶는 곰다방 커피 가는 길 - 홍대 정문을 등지고 차도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롯데리아가 보인다. 롯데리아와 LG U+ 판매점 사이 골목으로 쭈욱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홍대 놀이터에서 접근할 경우 아트박스 사이 골목으로 직진. 음식점을 몇 개 지나면 곰다방이 나온다. 버스 이용시 7011, 273번을 타고 홍대 정문에서 하차하면 된다. 지하철 이용시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놀이터나 홍대 정문 가는 길을 찾으면 쉽게 곰다방에 갈 수 있다.

뱀발. 지난 번 소개했던 헤이마에 관련된 소식입니다. 제가 좋아하던 로스터분이 헤이마를 떠나셨다더군요. 뭐 큰 변화야 있겠냐만은 아무래도 제가 소개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날 것 같아서요. 민감하신 분들을 위해 정보 남겨드립니다.

 추신: 2012년 6월부로 영업 종료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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