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착했다.
여름에는 도저히 수망을 흔들면서 내가 마시는 원두의 소비량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아 통돌이를 주문했다.
처음에는 돈을 좀 더 들여 유니온 샘플로스터나 제네까페를 지르려 했으나 몇일 밤낮(주로 시험기간;)을 고민해본 결과 메짜루나가 가격대 성능비로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월부터 로스터기 구입을 위해 차근차근 모아둔 돈 5만원과 얼마 안되는 원고료중 8만원을 할애해 메짜루나를 질렀다.
결정후 구입해서 배송까지는 채 하루가 안걸렸고 나는 기분좋게 물건을 받아볼 수 있었다.

도착한 메짜루나. 통돌이와 지지대 그리고 사은품으로 온 인도네시아와 온두라스 생두 그리고 천연 펄프(!) 필터!!

커피마루 피의 사제님이 만드신 메짜루나. 손으로 직접 만드신다고 하는데 물건을 직접 받아보고 그 정교함에 혀를 내둘렀다. 깔끔한 메짜루나 로고가 보인다 ^^

사진이 꺼꾸로=_=; 통돌이의 모습이다. 이것도 꽤나 정교했다. 돌아가는 것도 생각보다 잘 돌아가고, 여튼 대 만족이다!

전체적인 모습이다. 깔끔하고 수제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마감이 잘 되었다. 이정도면 대 만족이다 대 만족!

생두는 메짜루나 주문시 500g씩 두 종류가 랜덤으로 붙어온다. 한창 모카하라를 볶아먹었기에 모카계열은 제발! 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도 내가 좋아하는 온두라스와 인도네시아가 왔다!!

고개를 돌려서 보시길; 온두라스의 당당한 모습이다.

인도네시아의 당당한 모습!!

요건 통돌이 구입시기에 맞춰 카페 보헤미안에서 구입한 질 좋은 생두 ^^, 파나마와 케냐 프렌치미션이다.

파나마 어쩌고 저쩌고다; 미안하다; 무식해서 못 읽겠다;

케냐 프렌치 미션이다. 이건 서실장님이 아주 좋은 생두라고 강추하신 것. 사실 이번에는 남미커피를 사려고 했으나 케냐 반 파나마 반으로 결정했다(각 500g 씩).

수망 로스팅으로 힘차게 볶아왔던 이디오피아 모카 하라이다. 아 이제 조금 질리는 것 같기도 하다. 1kg을 샀는데 좀 더 주셔서 아직까지 먹고있다.

이디오피아에서 직접 공수해온 시다모. 스와힐리어를 가르치시는 김광수 교수님이 친히 보내주신 것이다. 핸드픽을 하면 결점두가 1/3정도라는 단점을 빼곤 매우 좋은 생두인 것 같다. 맛도 물론 좋다.

오래전 우리집에서 녹용을 사고 팔았을때 쓰던 저울을 창고에서 찾았다. 이제 이건 내거다.

일단 첫 로스팅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모카하라로 했다. 과감하게 200g을 투입하기로 결정!!

두근거리는 순간이다. 메짜루나의 단점중 하나가 배출구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적응하다보면 나름 나쁘지는 않다.

사진찍다 긴장해서 조금 흘렸다;

대강의 셋티이다. 스탑워치와 통돌이, 버너 이것이면 충분하다.

수망으로 볶다가 이걸 경험한 순간!! 다시 수망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편하다!

생각보다 열 전도율이 높아서 팝핑이 금방 일어났다. 수망이라면 20분이 되어서야 될 일이 4분도 채 안되서 일어났다.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채프가 날리며 불에 타면서 재미있는 광경을 연출했다.

결국, 통돌이에 불이 옮겨붙었고; 화력조절 실패로 콩은 아예 새카맣게 타버렸다. 그리고 로스팅 공간은 연기로 가득찼고, 탄 콩들이 이곳저곳에 흩뿌려져있었다. 위기였다. 간신히 연기를 빼 내고 콩들을 수습했다. 그리곤 커피마루에가서 메짜루나의 화력에 대한 그들을 봤다(사후약방문 =_=)

진작에 볼 걸 그랬다. 수망을 생각하며 화력을 최대로 올렸는데 메짜루나는 열을 잘 모아주기 때문에 약불로 해도 빠르게 로스팅이 된다는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모카하라 150g을 투입했다. 중간에 통돌이가 엎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했으나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


연기로 가득찬 소규모 로스팅실을 생각하면 아직도 기분이 아찔하다.
이러다가 가는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덕분에 화력조절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았고, 언제나 불 앞에선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쨌건, 콩은 앞으로 많이 그리고 편하게 볶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화력조절을 세심하게하고 생두의 특성을 잘 고려해 최고의 로스팅을 해봐야겠다.

참, 초보로스팅이지만 원두가 필요하다면 연락주길 바란다.
배송료와 생두값만 받고 볶아 드리겠다. 그라인딩은 서비스다 ^^ 

내가 더치 커피를 처음 마신 건, 뜨거운 여름이었다.
보헤미안에 처음 들렀을때 손님은 나 밖에 없었기에 서실장님(그땐 알바셨음)은 나에게 다양한 커피를 맛보게 해주었다. 이런 커피 저런 커피 마시면서 더치커피를 마시게 됐다. 구석탱이에서 신기한 기계에게서 흘러내리는 커피가 궁금해서 물어봤던 찰나였다. 더치커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곤, 바로 시음에 들어갔다. 감칠맛 나고 약간은 달콤쌉싸름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나는 아직도 그때 그 더치 커피맛을 잊지 못한다.

커피는 열에의해 맛이 많이 변화한다. 물의 온도를 조금만 다르게 해도 커피는 그 맛을 달리한다. 더치커피는 그런 커피의 예민함을 위해 태어난 커피이다. 찬물로 오랜시간 내리기 때문에 열에의한 맛의 변화가 적다. 더불어 찬물로 내리는 덕분에 커피에 있는 카페인성분이 아주 조금만 나오게 된다. 그래서 혹자는 이를 디카페인커피라고 부른다. 요즘들어 다양한 커피 제조 방식이 인기를 끌고있다. 더치커피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커피 제조방법과는 달리 기본적인 툴(기구)의 가격이 만만찮기 때문에 왠만해선 제대로된 장비를 갖추고 마시기 힘들다. 그래서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사람들(혹은 까페 주인들)은 그 모양을 본따 더치기구를 만들곤 한다.

더치커피 기구의 원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사진출처 : 까페뮤제오



한참동안 생각만 해왔다. 그리고 이곳저곳 닿는 곳마다 정보를 모았다. 열심히 구상해본 끝에 드디어 더치커피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곰다방과 인마이메모리에서 정보를 따와서 을지로3가 과학기구 재료상에서 여러가지 기구들을 구입했다. 이러쿵 저러쿵 조립한 결과 그럴싸한 모습이 나왔다.

사용한 기구는 다음과 같다. 스탠드(1만 8천원), 분액깔대기 500ml(1만 4천원), 그라인더, 원두, 서버, 페트병, 쿠우 뚜껑. 스탠드와 분액깔대기는 을지로3가 과학기구 판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요놈이 더치 커피 기구의 키포인트이다. 일정량의 물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페트병에 구멍을 뚫어 할 수 있으나 물이 떨어지는 양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요 분액깔때기를 이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서버(커피를 받는 곳)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되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패트병과 쿠우뚜껑이 그 첫번째이고 하얀색 칼리타 사기드리퍼가 두번째이다.

재료가 준비 다 되었다면 시작해보자. 우선 첫번째로 분액깔대기를 스탠드에 고정시킨다. 그리고 물을 500ml에 맞추어 넣어준다.

이게 바로 쿠우 뚜껑이다. 일반 페트병의 뚜겅은 매우 크기때문에 더치 커피 기구에는 적절하지 않다.

준비한 빈 패트병은 윗부분만 예쁘게 잘라준다. 깔대기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아랫부분에 쿠우 뚜껑을 갈아 끼우고 필터를 모양에 맞게 잘라 끼워준다.

패트병의 아래부분에는 유리병을 놓아준다. 이 유리병에 커피가 모이는 것이다.

원두의 분쇄굵기는 1이다(1-10중) 에스프레소를 만들때와 같다.

일단은 시험용으로 기간이 많이 지난 일본에서 사온 하우스 블렌드 커피를 이용했다.

가늘게 분쇄한 원두.

필터를 넣은 페트 위에 분쇄한 원두가루를 부어준다. 표면을 고르게 해주는 것이 좋다.

적당한 양의 커피를 부었다면 다시 위에 알맞게 자른 필터를 올려준다.

완성된 모습이다. 일단은 드리퍼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렇게 만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했다.

스탠드 밑에 커피필터와 서버를 두고 물의 속도를 조절한다. 물은 정확히 가운데에 떨어지게 하는것이 좋다,

완성된 더치커피 툴의 모습이다.

추출시간은 일반적인 커피보다 훨씬길다. 예상으론 3시간정도 지나야 한 방울정도 떨어질듯 싶다. 보통 하루정도 기다린 후에야 그 맛을 감상할 수 있따.

방에 요놈을 두고있자니 물이 한방울 한 방울 떨어질 때마다 향이 풍기는게 참 기분이 좋다.

추출된 커피는 나중에 올리도록 하겠다.


커피를 마시는 일은 매우 기쁜일이다. 하지만 만들기까지 한다면 그 과정을 바라보는 기쁨도 만만찮다. 오랫동안 구상했던 모델이 실제로 완성되니 기분이 너무 좋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려 나올 커피를 맛 볼 생각을 하니 이 또한 내 기분을 한 층 더 좋게 한다. 더치커피를 도전했으니 이제는 좀 더 다른방식의 커피 제조를 해 볼 생각이다. 적잖이 돈이드는 취미생활이지만 그만큼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요놈이 만들어준 더치커피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야겠다 ^^

취미로 시작한 커피만들기가, 이제는 집에서 로스팅까지 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사실, 좀 더 욕심을 내서 전문 로스터 과정을 밟으려고 했으나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많아서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로스팅은 꼭 좋은 기계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구입 가능한 수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보통은 좋은 로스터기(반열풍식 :  불에 직접 닿는것이 아닌 열기로 커피를 볶는 것, 프로밧이나 디드릭이 대표적이 예이다.)로 대량으로 볶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화식 로스터기나 통돌이 로스터기, 수망도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게 딱히 좋다고 할 수는 없다(물론 좋은 로스터기의 장점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많다고 할수는 있다). 그러니까 수망으로 말하자면, 육체적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과 방심하는 사이 콩이 타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이 되겠지만, 소량으로 볶게되고 콩이 변화하는 과정이라든지 냄새등의 미세한 변화를 직접 확인하며 볶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되겠다.
각설하고, 수망로스팅의 매력은 간단한 장비, 저렴한 비용으로 콩을 볶을 수 있다는 것과 콩을 볶는 과정이 기계적이라기보다 사람의 손에 더 많이 의지를 하기 때문에 인간적이라는 점이다.

첫 수망 로스팅은 이래저래 시행착오가 많아서(물론 강배전으로 나름의 성공을 하긴 했지만) 사진찍기가 좀 모했으나 두번째 로스팅에서는 나름의 여유가 생겨서 이렇게 포스팅에 이르게 되었다. 간단히 로스팅 과정을 설명할까 하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도전해봐도 좋을 듯 싶다 ^^;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생두와 수망 그리고 가스버너. 생두의 경우는 1kg에 1만~2만원 정도 가격으로 로스터리 샾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수망은 인터넷 혹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3만~4만원정도 판매하고 있다.

생두의 모습은 대략 이렇다. 볶은 후의 커피보다 훨씬 크기가 작고 약간의 비린내도 난다. 수분이 많이 포함되어있어 섭취할경우 잘 씹히지 않는다.

가회동에 위치한 연두 까페에서 구입했다. 첫 로스팅으로는 모카류의 커피가 적당하다. 오늘 내가 볶은 커피는 꽃향기가 그윽한 이디오피아 모카 하라이다.

16cm 수망에는 약 100g정도의 생두가 들어간다. 너무 많이 생두를 넣을 경우 공기가 통하지 않거나 생두가 고르게 볶아지지 않을 우려가 있으므로 욕심을 내지 않도록 한다.

수망로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수망을 일정하게 오랫동안 잘 흔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로스팅이 끝날때 까지 약 40분이 걸리는데, 그동안 손을 멈추는 일이 없어야 한다.

뚜껑을 덮고 버너와 약 25cm 거리에서 10~15분간 가볍게 수망을 흔들어준다. 생두에 있는 수분을 제거시키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점점 냄새가 고소해진다.

수분이 적당히 빠졌다 생각하면 불과 수망의 거리를 15cm로 좁힌다. 1차 팝핑(원두가 딱딱 소리를 내며 터지는 시점)이 이뤄지기 까지 수망을 적당히 흔들어준다. 1차 팝핑 이후에는 25cm로 다시 거리를 조절하고 원하는 로스팅의 상태가 이뤄질때까지 흔들어준다.

적당한 배전도에 도달했다 싶으면 수망을 열고 선풍기 혹은 부채로 콩을 식혀준다. 이 과정도 로스팅에서 매우 중요하므로 열심히 잘 식혀준다. 수망을 다시 덮고 열심히 흔들어주어도 상관은 없다.

추운 날씨에도 로스팅을 집 안에서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요녀석들 때문이다. 로스팅의 시작부터 끝까지 실버스킨(체프)가 날리는데, 집안에서 하면 청소하느라 하루가 다 지나는 수가 있다. 밖에서 하더라도 주변에 신문지를 깔고 시작하는것도 좋은 방법인데(나중에 뒷처리가 편하다) 신문은 조중동이 적당하다(체프와 함께 버려야 하기 때문에).

1차 팝핑이 끝나고 바로 마친 로스팅이다. 중배전을 노리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된것 같다. 중간중간 태운 콩들이 있으나 이건 수망로스팅의 한계 ^^;

원두 통에 담으니 이렇게 이쁠 수가 없다. 살구향기 혹은 꽃향기가 진하게 전해온다. 보통은 로스팅 후 1~3일간 콩에서 가스가 빠질때 까지 기다렸다가 커피를 먹는게 적당하다(바로 잡은 소를 먹지 않는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보통은 로스팅후 2주까지 원두가 적당하게 숙성되는 기간이다.

요놈은 첫 로스팅때 팝핑을 잘 알아차리지 못해 본의아니게 강배전된 원두이다 =_=.


1년동안 꾸준히 커피용품을 모아온 결과 이제 생두만 있으면 집에서 모든 종류의 커피를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의 장비를 갖추게 되었다. 일종의 소규모 커피 공장이라고 하면 될 듯 싶다.
로스팅을 배우고 싶었던 것은 이왕 만드는 커피가 내가 직접 볶은 콩으로 만든 커피를 맛보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로스팅한 콩을 예쁘게 포장하여 지인들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고싶어서이기도 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손수 로스팅한 콩들은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이 추운 겨울 날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로스팅을 하는 일은 엄청난 인내와 체력을 요한다. 또 날씨가 워낙 추워서 부탄가스가 계속 얼기때문에 2개의 부탄가스를 꺼내놓고 돌려서 녹여가며 커피를 볶아야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수망을 흔들때 조그맣게 들려오는 소리와, 은은하고 고소한 생두 볶는 향 덕분에 항상 로스팅은 시간가는 줄모르며 하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 커피가 당연히 맛있기도 하고 말이다 ^^;


steve wonder - he's misstra know i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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