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친구들과 2박 3일간 다녀온 자전거 여행기를 기억을 되살려 올린다.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한건 7월, 휴가나온 오랜친구 정모와 나의 꾐에 이끌려 자전거를 산 준기와 함께  충청도 일주를 떠나기로 계획 했다. 8월초에 휴가를 나온다던 정모가 연락도 없이 휴가가 밀려버려 일주일 가량 계획했던 여행이 2박 3일로 변해버렸다. 그래도, 내가 제일 사랑하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게 되어, 들뜬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원래는 대전까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서 그 이후에 옥천, 단양, 영동, 제천등을 돌며 충청도를 일주하는 계획이었으나, 꼬인 일정 덕분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대전까지 접이식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는 KTX로 이동, 대전에서 옥천으로, 옥천 100리길을 둘러 본 후 영동으로, 영동에서 서울까지 기차로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다.

여름 여행이라 짐과 장비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꼭 챙겨야 할 것들은 잊지 않고 챙겼다.
 
  • 헬멧과 전후방 라이트 : 가장 기본 용품이다. 야간 주행을 위해 라이트는 건전지를 새것으로 교체해두었다.
  • 자전거 짐받이용 가방(옥션에서 4만원대에 구입), 수건, 초코바 : 여름 여행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타기보다 짐받이로 분산을 하면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들것 같아서였다. 땀을 닦기 위해 수건을 챙기고 여행중 간편하게 속을 채울 수 있는 초코바를 챙겼다.
  • 휴대용 펌프, 펑크패치 : 처음에는 휴대용 펌프와 공구등을 두고갈 계획이었으나 여행에 앞서 근처 자전거 가게에 들러 간단한 정비를 하면서 구입하게 되었다. 자전거 펌프를 안가지고 여행하다가 여행을 망친사람 많이 봤다는 자전거 수리공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상술에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행중 몇 번의 펑크와 바람빠짐을 경험하며 펌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 디그리셔와 윤활유, 휴대용 공구 : 여행 코스중에 비포장도로가 포함되어있어 챙겼다. 실제로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 자전거가 말썽을 일으켰다. 다행이도 준비한 공구로 간단히 문제를 해결했다.
  • 파스와 비상약 : 여행을 가기 전, 준기와 행주산성 등을 다녀오며 미리 연습을 했지만 익숙치 않은 도로에서 장시간 라이딩을 하기 때문에 파스는 필수로 챙겼다.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간단한 비상약을 챙겼다. 여행중, 정모가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비상약으로 간단히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실제로 챙겨간 물건들은 적절하게 사용되었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사진과 함께 간략한 코스설명과 여행기를 써내려가 보려고 한다.


내 민트색 블랙켓 자전거와 정모의 망고색 시보레 자전거. 크기가 작은 미니벨로라 부담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금세 도착. 역에서 대전 지도를 챙긴후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였다. 역을 출발하여 지도를 따라 3시간 정도 달렸다.

큰 고개를 넘는 것이 고비였으나, 그 후에는 별 무리 없이 달렸다. 전날 내린 비로 땅이 젖었고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는 정모가 애를 먹긴했지만 별 문제 없이 우리는 옥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옥천 역사에서 뽀그리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정모는 생각보다 힘들었다고 했다. 간단하게 빗길에 젖은 자전거를 손보고 옥천 지도를 보면서 주변을 탐방 하기로 했다.

금세 날이 어두워졌고, 시내를 한바뀌 둘러보면서 잠을 청할 찾아보았다. 나름 무전여행이 컨셉이었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잘 생각도 하고 있었다. 다행이도 잠을 재워주는 곳이 있었다. 지친몸이었지만, 정모와 밤새 추억을 이야기 하였다.

사정이 생겨 중기는 다음날 아침 합류하기로 했다. 정모와 아침일찍 옥천역으로 나섰다.

준기는 역시나 첫차를 놓쳤고, 한참이나 기다린 후에야 우리는 준기를 만날 수 있었다.

여행 둘째 날, 본격적으로 옥천 탐방에 나섰다. 지도를 보고 옥천 100리길을 따라 이동하는 계획을 세웠고, 중간에 영동으로 빠져나가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금강을 따라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길을 잃는것. 몇번이나 다른길에 들어서야 우리는 원래 계획했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지칠법도 했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쉬어가며 탔던지라 언제나 웃음뿐이었다.

비포장 도로를 택했다. 영동으로 빠져나가는 길이기도 헀지만, 차도 없고, 더 아름다운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풍경은 그대로 강에 비쳐 아름다움은 두 배가 되었다. 중간 중간 싸온 간식을 먹고, 물을 마셔가며 우리는 금강을 달렸다.

정모는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오르막길에서 큰 트럭이 위험하게 운전을 해서 넘어질 뻔 하였고, 내리막길엔 배수로에 빠져 뒹굴었다. 어깨가 조금 까지고 무릎에 무리가 갔다. 헬멧이 없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하였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정모는 달릴 수 있었다.

뒤에 달린 페니어 가방이 문제였다. 너무 많은 짐을 너어 몇번이나 자전거 바람이 빠지고 펑크가 났다. 셋이서 열심히 씨름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준기는 여행내내 짐승같은 스피드를 자랑했다. 나랑 정모가 한참이나 앞서나가면 천천히 보고있다가 단숨에 따라잡고, 더 멀리 앞서나가곤 했다. 나랑 정모는 짐승이 아니라면 저렇게 자전거를 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길을 묻고, 고민에 빠지고, 직감을 믿었다.

어찌어찌 옥천을 벗어나는 길을 찾았다. 잠시 휴식.

금강변을 따라 이동을 하였다. 천천히 걸을 때, 자동차로 빠르게 지나갈 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가슴을 쿵쿵 치지 시작했다. 이래서 자전거 여행을 하나보다.

티 없이 맑았다. 4대강 공사가 걱정되기도 하였다.

비구름이 몰리더니 가랑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비를 피할 요량으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위에서 쳐다보니 영락없는 꼬맹이었다. 비가 그치고 곧 옥천을 벗어났다.

정말로 산(?)을 두 개나 넘고 복숭아를 두 개 얻어먹고, 길을 두 번이나 물어보고 나서야 우리는 영동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늦은 저녁이었고, 우리는 줄을 지어, 신호를 주고받으며 국도를 달렸다.

영동에서는 성당에 머물렀다. 수녀님은 우리에게 오이와 바나나 그리고 콜라를 주셨다. 에어컨이 없는 방이었지만 더위를 느끼지 않고 잘 수 있었다. 우리가 여행중에 얻은 복숭아를 답례로 전하고 아침일찍 영동 구경에 나섰다. 아침은 올갱이 해장국으로 택했다.

아침을 걸게 먹었다. 옥천역에서 지도를 받아 주변을 탐색했다. 기차표를 미리 구입해놓고, 시간에 맞추어 영동을 둘러보는 계획을 세웠다,

갑자기 비가 미친듯이 쏟아져내렸다. 국도 한복판이라 쉴 곳이 없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다시 영동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버스역이 보여 중간에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비는 역시나 그치질 않았고, 남은 비를 다 맞으며 영동역에 도착하였다. 비 맞은 자전거를 손보고, 뽀그리를 먹었다. 영동에서 유명한 포도까지 사먹고 나니 비가 그쳤다. 억울하기도 했지만, 언제 그렇게 소나기를 맞으며 신나게 달려볼까 생각을 하니 잊지못할 장면들로 기억되었다. 우리는 피로에 취해, 포도향에 취해 서울로 향했다.


나는 여행에 대한 기억을 또렷이 하는 편이다. 그 날의 하늘, 그 곳의 냄새, 함깨 했던 여졍, 우리의 표정, 먹었던 것들, 신세진 것 등등. 이번 자전거 여행은 그 기억이 더 깊이 세겨진 여행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2박 3일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달렸고 밤에는 별을 보며 추억을 공유했다. 어둠속에서 달리며 서로를 의지했고, 빗길에서도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가는 곳이 길이 되었고, 여정이 되었다. 머물렀던 곳들이, 함께 했던 순간들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돌아온 겨울 방학, 우리는 강원도로, 남해로 다시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나는 다시 여행기로 남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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