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는 사람이 참 살기 좋은 곳이다. 연간 15~20도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금 더워졌다 싶을 때면 시원한 소나기가 내려 지열을 식혀준다. 이 지역은 평균 2000m을 넘나들기 때문에 습하지가 않다. 바람도 매우 시원한편이며 땅도 비옥하다. 가히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안도 생각보다 어지럽지 않았다. 모두들 우리가 케냐에 떠날 때 걱정하는 것이 치안이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나 외국인은 위험한 법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케냐에 와서 잠시 우리 여행에 합류했던 한 한국인 소녀는 두바이 경유를 할 때 잠시 두바이 택시를 탔다가 납치를 당할 뻔 했다. 준이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택시기사들이 제일 무섭다고 했다. 길을 도통 모르니 그들이 가는 곳을 그대로 따라 가야 했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유학생은 어처구니 없는 택시비를 내야만 했다. 어딜가나 외국인은 차별받고 사기꾼의 속임의 대상이다.

케냐에서의 날들은 생각보다 편안하고 안전했다. 우리가 빌린 아파트는 2달 임대료가 15만원이다(5명이 부담했으니 한달 사용료가 개인당 1만 5천원이다). 준이의 도움 덕분에 우리는 부담스런 숙식비를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 아파트의 사람들은 너무 친절했다. 할 일이 없는 날이면 아파트에서 나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 아파트에는 외국인도 두명 살았는데 한 사람은 중국인이었고 한 사람은 케냐인과 결혼한 유럽사람이었다.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했다.

준이를 마중하러 나가기 전 준이의 친구들이 모였다. 자카리아는 준이의 오랜 친구다. 지금은 케냐산 근처 카후히아에서 경찰로 일하고 있다. 멋있고 힘도 센 든든한 친구다.

사실 아파트에서 불편한 건 층간 소음이었다. 다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있으니 낮에는 조용할 리 없었다. 그 밖에는 좋았다. 근처에 많은 상점과 마트가 있고, 사람들은 친절하고 게다가 양변기도 있고 온수도 나왔다!!

우리는 아랫층 사설택시를 운행하시는 아저씨에게 준이를 마중나갈 때 공항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보통 이곳의 주된 교통수단은 마타투(미니버스)이지만 외국인에게는 택시가 제일 편하다. 하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므로 이를 고려하고 타야한다.

아랫층에 사는 꼬마다. 우리가 시끄럽게 굴어서 나와본 것 같다. 덕분에 우리는 출발을 기다리며 아이와 놀았다.

준이 동생과 효원누나도 같이 아이와 놀면서 사진을 찍었다.

낮가림이 심했다. 엄마 아빠 품이 아니면 다른 곳에 있기를 꺼려했다. 효원누나가 안으려고 하자 울기 시작했다.

드디어 출발. 한 대는 택시, 한 대는 준이네 삼촌 차를 이용했다. 준이내 삼촌 차를 탄 나는 거리에서 파는 바나나를 시식할 기회를 얻었다. 바나나는 씁슬함이 전혀 없었고 달달하며 씹는 맛도 있었다!! 너무 맛있었다.

준이 삼촌의 큰 딸, 왐보위다. 너무너무 귀엽고 사람도 잘 따른다. 준이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우리는 이러고 놀았다. 사실, 이 사진도 겨우겨우 찍은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공항에서는 촬영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사실 금지라기보다도 외국인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공항에는 준이를 맞이하기 위해 일가 친척이 다 모였다. 어림잡아 50명도 넘는 듯 했다. 준이는 나이로비 대학에 진학한 인재이고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유학한, 집안에서는 가장 엘리트이다. 모두가 준이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모두들 준이를 반갑게 맞았다.

가족 모두 갈 곳을 찾다가 우리는 한 국립공원에 들렀다.

한적한 공원에 앉아 우리는 춤을 추었고, 이야기를 나눴고, 바나나와 은도마를 먹었으며, 사진도 찍었다.

공원은 한적하고 좋았다.

이게 은도마(ndoma)다. 우리나라의 감자와 고구마 사이의 맛이다. 그닥 맛있지는 않았지만 배를 채우기에는 괜찮은 음식이었다. 이렇게 쪄서 먹기도 하며 스튜에 넣어서 먹기도 하는, 많은 음식에서 아주 자주 쓰이는 식재료였다.

준이 이모, 준이 어머니, 준이 삼촌이다.

준이의 또다른 삼촌들

준이의 할아버지와 삼촌이다.

준이 할머니와 효원누나 그리고 레이첼(준이의 여동생)

준이의 어머니다.

다 같이 모여 신나게 춤을 추고, 사진을 찍었다. 모두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근처에 한국인 선교사 분도 있어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외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니 반가웠다.

이렇게 모여서 우리는 함께 tuonane(스와힐리어로 다시 만나요) paradiso(스와힐리어로 천국), 즉,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노래를 부르며 한껏 흥을 올렸다. 모두가 공원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내가 배가 나와 보인건, 은도마를 혼자 5개나 먹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사진찍기를 좋아해서 우리들 곁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며 졸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았다.

집에 왔을 땐, 옆집 레아 이모가 우리를 위해 만찬을 준비했다. 양고기가 들어간 스튜와 자파티(스와힐리 전통 음식)이었다.

자파티는 인도의 '난'과 유사하다.혹자는 그 이유가 식민지 시절 유입된 인도인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는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밀가루 반죽에 약간의 간을 해서 자파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만든 자파티는 너무 맛있었다. 여기에서는 우갈리(옥수수 가루로 만든 음식)와 함께 모든 음식에 함께 나오는(일종의 밥과 같은) 음식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뎅구라 불리는 음식인데, 우리나라의 된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콩으로 스튜를 만든 형식인데, 굉장히 고소하고 맛있었다. 사실, 고기가 식탁에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대부분은 저 뎅구와 자파티만을 먹는데, 이것만 먹어도 너무너무 맛있다. 특히 소화도 잘 된다.

먹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스튜에 뎅구를 섞고, 자파티를 찍어 먹으면 된다. 정말, 정말! 맛있다!!!

후식으로는 파파야를 먹었다. 생각보다는 밍밍한 맛이었다.

레아 이모에게 고마웠던 우리는 마트에서 산 망고를 가져왔다. 그 맛이 일품이었다. 애플 망고는 정말 맛있다. 사과의 신 맛이 없고 망고의 느끼함이 없는 훌륭한 맛이다. 배가 불러도 다들 망고는 4-5조각 씩 먹었다.

애플 망고는 요로코롬 생겼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을 대비하여 햇발을 많이 사왔다. 라면도 사오고 말이다. 밖에서 매번 밥을 사먹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었고, 매번 얻어먹기도 미안했기에 이런식으로 우리는 끼니를 때우고자 했다.

준이가 도착하고 여행이 활기를 찾았다. 이제 우리는 준이네 고향으로 가려고 한다. 케냐 산 근처에 키쿠유 부족의 발원지이다. 케냐는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데 그 중 최고 많은 부족이 키쿠유(인구의 약 25%)다. 해발 4000m정도 되는 지역에 아름다운 경치를 품고 있는 곳이다. 그곳으로 떠나기 전, 우리는 하룻 동안 긴 비행시간동안 소비했던 체력을 보충하고, 동네를 거닐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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