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잠이 안오는 밤이다. 커피 다섯 잔을 마시고도 누운지 5분만에 잠에 빠져드는 나에게, 이런 날은 굉장히 드문 날이다. 너무 피곤하다는 느낌에 자리에 누웠지만, 이내 눈은 말똥말똥 거렸고, 내리는 빗소리에 마음만 심란해져 일어나고 말았다. 에잇 억울하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푹 자려고 했더니만, 생각하며 냉장고에서 오렌지를 하나 꺼내왔다.

창문을 열었다. 닫아놓은 창문 사이로는 빗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디장 앞으로 갔다. 오랜만에 찾아온 새벽 음악 감상 시간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곤, 망설이지 않고 Jeff Buckley를 꺼내 들었다. 쇼팽을 들을까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얼마 전, 비온다는 핑계로 곰다방에 쇼팽 시디를 들고가 틀어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서 제프 버클리를 골랐다. 제프 버클리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싱글 음반을 제외하고, 전집을 다 모은 아티스트가 딱 둘이 있다. Elliott Smith와 Jeff Buckley. 엘리엇 스미스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음반은 물론 미공개 라이브 엠피 파일까지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프 버클리는 그 정도로 좋아한다거나, 자주 듣는 편은 아니다. 내가 제프 버클리의 음반을 다 모을 수 있었던 건, 바로 그의 짧은 생애 덕분이다. 허무하게도, 천재 아티스트라 불렸던 제프버클리는 단 한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떠났다가 계곡물에 그만 익사하고 말았던 것이다.
 
'Grace'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어느 곡, 멜로디, 가사까지도 하나 버릴것 없는 훌륭한 음반이다. 특히나 제프 버클리만의 울림있는 목소리는 - 특히 Hallelujah에서 정점을 찍는다-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게 할 만큼이나 강렬하다(비오는 날에는 특히나 더!). 그랬기에, 모두가 제프 버클리에게 엄청난 기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훌륭한 두 번째 앨범을 들려주지도, 소포모어 징크스가 가득찬 앨범을 선물해주지도 못했다. 그랬기에, Grace는 더욱더 강렬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됐을 것이다. 너무나도 짧고 강렬했던 그의 첫 앨범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더 깊은 감동을 남기는 한 편의 시이기 때문이다.

잔인한 말이지만, 음악가는 죽음을 통해서 자신의 음악을 살리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커트 코베인이나 엘리엇 스미스나, 그들의 죽음이 없었다면 그들의 음악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제프 버클리도 두 번째 앨범이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느낌은 들이 않았을 것이다-실제로 그가 녹음을 하다 만 두 번 째 앨범은, 그의 죽음 이후에 하나의 앨범으로 발매되었지만,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혹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어서 그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더라면, 그의 앨범을 듣는 의미가 덜했을 것이다.


라디오를 진행하던 어느날, 게스트로 왔던 한 분이 제프 버클리의 음악을 신청했었다(신청곡은 Lover, You Should Come Over였던 것 같다). 그 한 곡의 신청 덕분에, 그 분에 대한 느낌을 오랬동안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신청곡 덕분에 그 분이 연주했던 음악들이 더 인상깊게 남았던 것 같다. 제프 버클리를 사랑하고 그의 음악을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그 사람과 강한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엘리엇 스미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클럽에서, 제프 버클리에 관한 짧은 글을 본적이 있었다. 사실은, 그 글 때문에 제프버클리의 라이브 앨범을 구입했었다. 그리곤 그 글을 다시 읽으며 앨범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생각나서 찾아보니, 다행이도 게시글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출처와 글쓴이를 밝히고 이곳에 그 글을 옮겨본다.

내가 그를 본 것은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이제 막
불어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뉴욕의 한적한 골목길을
너덜너덜한 반팔 셔츠와 얇은 가디건만을 걸친 채
걷다가 마음이 내키면 오른쪽 어깨에 삐뚤게 걸어둔
카메라의 렌즈캡을 열고 갈색의 벽돌에 걸쳐있는
빛의 움직임을 잠깐씩 포착하는 것이 그저그런 일상인
그런 하루였다. 그렇게 나는 모르는 골목을 거쳐서
이름만 들어본 큰 길까지 나오는 하루를 반복하였다.

 

그러다 어느 커피 하우스에 들어갔다. 딱 봐도 시대의
루저들이나 할 일 없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종업원에게
말도 안되는 농담이나 늘어놓으며 커피를 홀짝이게
생긴 그 곳은 짤랑이는 문을 열자마자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그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역시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있는 아저씨들은 키만 자기네
같은 동양 청년을 동물원에서 식사 중인 악어를 보듯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메이드 복장은 커녕
후줄근한 원피스를 입은 아줌마가 내게 와서는 주문을
받고 나는 그저 커피에 베이글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는 깊은 한 숨을 쉬며 카메라를 만지작 거렸다. 바지
뒷춤에서 낡은 수첩을 꺼내어 그저 뒤적거리기만 했다.

 

 

그 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점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기네스 맥주
한 병을 받아 들고는 커피하우스 구석에 마련된 스테이지로
들어갔다. 사실 스테이지래봤자, 그저 앰프만 딸랑 두 개
있는 그곳에서 그는 가방을 열고 기타를 꺼내어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이크 전원을 켜고 인사도 없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늘상 있는 일처럼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머리를 살짝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멍하니 그런 그를 보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사진기를 꺼내었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고, 베이글은 여전히 딱딱했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가만히 셔터를 열고, 닫았다.

 

그제서야 그가 인사를 한다. "thank you."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주섬주섬 기타를 챙겨 들어오던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짤랑거리는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그제서야 멍하니
찬 커피를 입술에 대었다. 묘하게 그 쓴 커피의 맛이 그 날의
경험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듬거리며 점원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말한다.


"jeff buckley."

 


 

 

copyright 2006 suffering mind

all rights reserved JEFFUCKLEY
 
- 싸이월드 클럽 drink up, baby, 김용현님의 글




창 밖으로 빗소리가 조곤조곤 들려온다. 미묘하게 제프버클리의 음악과 어울린다. 가슴으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기타 소리에, 나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함에 감사함을 느낀다.

'베이루트 라디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Horace Silver - Song for my father  (0) 2011.06.10
Eletric Light Orchestra - Disovery  (0) 2011.04.06
좋아하는 아티스트 A to Z  (7) 2011.03.29


한 때, 음악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형과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었다. 술 한잔 걸치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를 즈음, ELO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형, 내가 요즘에 ELO를 다시 듣는데, 정말 음악이 섬세하더라. 어쩜 그렇게 섬세할 수 있는지. 눈을 감고 들으면서 보컬, 기타, 베이스 그리고 뒤에 흘러나오는 현악기들의 소리를 하나하나 느끼는데, 그만한 음악이 없다 싶더라."
형은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그렇게 풍부하고 섬세한 사운드는 요즘엔 찾아볼 수는 없지"
"요즘엔 좀 아쉬워. 언제부턴가-90년대 말 폭풍의 전성기를 거친 후-록음악도 변하가기 시작한것 같아" 내가 대답했다.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걸, 요즘 음악도. 일종의 트렌드지, 전자음악을 추구하는 시대에 기대해야하는건 아마 다른 것일지도 몰라" 형은 대답했다.

맞는말이었다. 일종의 트랜드였다. 가장 근래에 괜찮다고 하며 들었던 Bruno Mars의 음악(록음악은 아니지만)은 가장 그럴싸한 전자 사운드만을 뭉쳐서 만들어낸 음악이었다. 그리고 요즘 음반을 내는 수많은 밴드들도 마찬가지로 전자음악이 가지는 매력에 빠져, 그것 없이는 음악을 하나도 못만들어 낼 정도가 되 버렸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70-80년대 록음악이 가졌던 섬세함을, 이제는 다시 맛볼 수 없다는 것에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들었던 Last Train To London은 경이로움의 극치였다. 특히 노래 중반에 흘러나오는 키보드 솔로(?)는 사이키델릭하면서도 음악에 잘 녹아들어가있는 연주였다. 최근에 박완규가 라디오에 나와, 노래방에서 간주점프를 해대는 후배들을 엄청 혼냈다는 이야기가 공감가는 순간이었다. 전주, 간주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ELO의 음악을 간주 점프를 하면서 듣는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일임에 분명했다.



얼마 전, 비오는 날 곰다방을 찾았다. 비오는 날의 곰다방은 그 어느곳보다 음악감상하기에 훌륭한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비가 그칠 때 즈음 도착하긴 했지만, 나는 만델린을 시키고 평소 잘 하지 않던 음악신청을 하였다. 신나는 것, 아니 ELO를 틀어달라고. 곰다방 요섭형은 "ELO 좋죠!" 라며 단숨에 판을 갈아주셨다. 그리곤 Discovery 앨범을 틀어주셨다. 그리고  앨범의 킬링 트랙 중 하나인 "Midnight Blue"가 나오던 순간이었다. "형, 나는 첨에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소름이 끼치도록 좋더라구요" 내가 말했다. 형은 내 얘기에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늦은 밤, 막차를 타고 광화문을 지나면서 이 노래를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 창밖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듣는데, 그렇게 환상적일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건데, 그들의 음악은 정말로 사람의 섬세한 감정마져도 흔들만큼이나 감각적이다. 몇몇 유명한 곡을 제하더라도 그들의 앨범을, 어느 하나라도 넋놓고 듣고 있노라면, 누구나 그 순간의 풍경을, 마음을 깊은 잔상으로 기억할만큼이나 ELO의 음악은 훌륭하다.



중학교 시절, 내가 인터넷을 했을 적에는 '리릭사이트'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유명한 팝송의 가사를 해석해주는 사이트였는데, 주인장의 정성이 담긴 가사해석 뿐만이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음악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가 가득한 홈페이지였다. 나는 주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음악을 배우고, 가사에 담긴 진한 감동을 느끼곤 했었다.
최근에 ELO음악을 다시 들으면서, 나는 예전에 들어가곤 했던 리릭사이트에서 그들의 가사를 찾아보았다. 역시나 어느 번역가 못지않게 훌륭한 번역들이 있었고, 덕분에 나는 한 편의 시를 감상하듯 그것을 읽어보았다. 그 중에 하나를 여기에 옮겨볼까 한다. 


Midnight Blue - Electric Light Orchestra

I see the lonely road
that leads so far away
I see the distant lights
that left behind the day
But what I see is so much
more than I can say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see you crying
Now you've found a lot of pain
And what you're searching for
can never be the same
But what's the difference
Cos they say "What's in a name?"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will love you tonight
And I will stay by your side loving you
I'm feeling midnight blue

I see you standing there
far out along the way
I want to touch you
But the night becomes the day
I count the words
that I am never gonna say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will love you tonight
And I will stay by your side loving you
I'm feeling midnight blue

Can't you feel the love
that I'm offering you?
Can't you see how it's meant to be?
Can't you hear the words
that I'm saying to you?
Can't you believe like I believe?
It's only one and one, it's true
Still I see you in midnight blue

I see beautiful days
And I feel beautiful ways of loving you
Everything's midnight blue

I will love you tonight
And I will stay by your side loving you
I'm feeling midnight blue

저 먼 곳에 이르는
고독한 길이 보여요
하루를 뒤로 하고 떠나 버린
희미한 불빛이 보여요
하지만 제가 본 것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요
한밤의 울적함에 빠진 당신이 보여요

이제 수 많은 고통을 알게 되어
울고 있는 당신이 보여요
당신이 찾아 헤매던 것은
예전과 같을 수가 없어요
그저 이름뿐인데 무슨 소용이냐고
사람들이 말한들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한밤의 울적함에 빠진 당신이 보여요

오늘 밤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며 곁에 머무르겠어요
나도 이 밤이 외로우니까요

저 멀리 떨어진 길에 서 있는
당신이 보여요
당신에게 손길을 미치고 싶지만
밤은 낮으로 바뀌고
난 내가 차마 하지 못할 말을
되뇌이고 있어요
외로운 밤을 지새는 당신이 보여요

오늘 밤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며 곁에 머무르겠어요
나도 이 밤이 외로우니까요

당신은 제가 드리려는
사랑을 느낄 수 없나요
우리 사랑은 이미 정해졌다는 걸 모르나요
제가 당신께 하려고
했던 말이 들리나요
내가 믿는 것처럼 당신도 믿을 수 없나요
오직 한 가지일걸요, 정말이에요
아직도 밤을 외로워하는 당신이 보여요

행복한 나날들이 눈에 선해요
어떻게 당신을 아름답게 사랑할지 느껴요
이 밤엔 모든 게 외로워 보이는군요

오늘 밤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며 곁에 머무르겠어요
나도 이 밤이 외로우니까요


출처 - http://popnlyric.com/



그 섬세함의 감동을 함께 느끼고파 두 개의 유투브 링크를 함께 걸어본다.
 
.

'베이루트 라디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Jeff Buckley - Grace  (0) 2011.04.30
좋아하는 아티스트 A to Z  (7) 2011.03.29
Pulp - Commom People  (2) 2010.12.16

얼마 전, 아니 꽤 됐다. 클로소 형님의 블로그에서 발견하고는, '아아! 나도 꼭 해봐야지!'라고 했던것.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쓰게됐다. 처음에는 이 글을 쓴다면 나름 여태 내가 들었던 플레이 리스트를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부담감에 밀리고 밀리다보니 이제는 그냥 숙제같은 일이 돼 버렸다. 그래서 그냥 요즘 듣는, 그리고 최고보다는 내 귀에 익은, 나에게 감동을 준 아티스트를 위주로 선별하기로 했다. 나도 클로소 형님처럼 급하게(?) 진행해볼까 한다.

White Stripes. 내 최고의 플레이 리스트 중 하나.



A : Andrew Birds
최종 접전은 Amature Amplifier와 했다면 다들 믿을까. 아마츄어 증폭기의 놀라운 음악도 감동이었지만, 내게 오래 더 기억이 남는 아티스트는 Andrew Bird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역시나 자주 듣게되고 언제나 내 iPod의 A를 차지하고 있는 아티스트이기에 선발했다. 단연 My Morning Jacket와 함께한 Sovay는 최고의 라이브로 꼽을만하다. 앤드류 버드 만세!



B : The Beatles

당연한거 아닌가. 처음에는 에릭클랩튼 형님 때문에 Beatles를 The가 붙었다는 이유로 T로 뺄까도 생각했지만, T에도 만만치 않은 밴드들이 있기에 스킵. 하지만 여전히 내 맘엔 Blind Faith가 있다는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메일주소도 Blindfaith95@hanmail.net 가 아닌가! (95는 다빈치 코드같은 것이므로 아무에게도 말 안해주는 비밀ㅎ) 

C : Cream
E에는 엘리엇스미스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따라서 C에는 아무리 많은 경쟁자가 있더라고 하더라도 에릭클랩튼 형님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Cream을 택할 수 밖에! 오늘도 난 Strange Brew의 매혹적이고 섬세한 연주를 들으면서 못난 엉덩이를 흔든다!

D : Devendra Banhart
어렸을적 나와 추억을 함께한 Deep Purple는 아쉽게도 밀렸다. 요즘 나의 가장 메인 키워드는 반핫이 형님이기 때문이다. Deep Purple은 내한공연 티켓 3번 사준걸로 위로를 해주고, Devendra Banhart을 택하려고 한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다. 이의가 있는 당신, 지금 당장 Rejoycing in the hands앨범을 들어보시길. 단연 7번 트랙 this beard is for siobhan는 킬링트랙이다. 아 D에서는 Derek & The Dominos도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사실을 알아두시길. 난 역시 에릭클랩튼을 너무 좋아한다.



E : Elliott Smith

그 충격을 아직도 난 기억한다. 클로쏘 형님의 미니홈피에서 처음 Coming Up Roses를 들었을때의 그 충격. 그 이후로 셀프 타이틀 앨범부터 시작하여 최근 앨범까지.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전 앨범을 다 모은 아티스트. 비오는 날 신촌에서 Coming Up Roses가 수록된 Elliott Smith의 앨범을 들었던 기억은, 내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아있다. 킬링트랙은 하두 많아서 그냥 듣다보면 살아날 구멍이 없다.

F : Flotation Toy Warning
bluffer's guide to the flight deck 앨범을 듣는동안 나는 전혀 딴짓을 하지 못했다. 앨범이 끝날 때 즈음, 내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하게 고여있었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진한 감동이 담겨있는 앨범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G : Gene

Gary Moore나 George Michael, George Baker가 당선되지 못했다면 다 Speak To Me Someone이란 곡 때문일 것이다. 어쨋든 John Peel 아저씨의 감각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다른 앨범도 소장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그러질 못했다. 유일하게 내가 소장하고 있는 Gene 앨범은 95-99년 John Peel Sessions앨범. 존 필 아저씨의 타계 소식은, 보석같은 아티스트들의 발견이 그만큼 줄어들었단 소식이었다. 아, 보고싶습니다 존 필 아저씨!


H : Hayden

의외로 H에서는 경합이 없었다. 봄바람 맞으며 길거리에서 춤출 수 있는 Hayden. 무난하게 H를 독점한다.

I : Interpol
IU를 하려다가.....
클로소 형님을 따라, 나도 있어보이고 싶어 Interpol을 선택. 여기도 무난하게 혹은 아이유와의 치열한 경합을 통해 인터폴의 승리.

J : Jeff Buckley
Jane's Addiction도 있지만 제프버클리. 너무나 추억이 많은 앨범 Grace. 그리고 라이브 앨범중 몇 안되는 명반 중 명반 Live At Sin-e. 외로움에 밤잠 못들 때면 항상 그의 음악은 내 허전한 마음을 채워준다.

K : King Crimson
Kings Of Convenience, Kent등이 경합. 하지만 King Crimson은 어쩔 수 없었다. 한 편의 서사시를 읽는 듯한 그들의 음악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나의 베스트 트랙이다.

L : Lambchop
Led zeppelin을 생각 안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How I Quit Smoking 앨범에서 보여준 놀라움은 세월을 넘나드는 레드제플린을 제치고 L의 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The Man Who Loved Beer 정도는 들어주는 게 예의인듯 싶다.


M : My Morning Jacket

요즘, 섬세한 음악에 대해 다시 생각중이다. ELO가 그 대표적인 예다. Magnetic Fields, Michael Jackson을 제치고 당당하게 M의 자리를 차지한건, 그 특유의 섬세한 멜로디 때문일 것이다. 사실 Magnetic Fields와 공동수상을 하는게 당연하다 생각했으나, 규칙은 규칙인 것. 눈물을 참고 마이모닝자켓을 골라준다. Magnetic Fields는 박스셋 있다는 것으로 충분히 위안이 된다.


N : Nina Nastasia

Nirvana, Nujabes, Nick Caves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을 재치고 N을 차지. 곧 이어 소개될 O의 아티스트와 같은 매력을 지녔다는게 이유라면 이유. 지하철에서 엠피쓰리 파일로 음악을 듣다가, 신촌으로 방향을 틀어 당장 앨범을 사러갔던 추억이 있는 앨범이다. 이 음악을 앨범으로 사서듣지 않는 게 여간 찝찝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DOGS앨범은 나의 소중한 애장품 중 하나이다.


O : Over The Rhine

한 여름밤, 집 앞 찻길에 누워 별을 바라보며 Over The Rhine을 들었던 기억은, 평생동안 잊지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가슴 깊은곳에서 떨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O에서는 그 어떤 고민도 없이 Over The Rhine를 선택. 개인적으로 많은 오버 더 라인 앨범 중에서 Drunkard's Prayer를 가장 선호. 어느 하나 빼먹을 트랙 없는 베스트 앨범. 미국까지 가서 공수해온 나의 소중한 보물!


P : Pet Shop Boys

최근 Pet Shop Boys의 재발견. Yes앨범을 들으면서 감탄에 또 감탄. 나이란 역시 숫자에 불과하구나. 디스코그라피를 훑어가며 다시 음악을 들으며 이들의 천재성에, 깊은 감수성에 고개를 숙인다. 또 그리고 나는 엉덩이를 흔든다.

Q : Qeen
퀸스라이크가 있었지만, 잘 듣지 않았기에 아웃. 고등학교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아닌것 같기도 하고) 언제 들어도 대부분의 트랙을 따라 부를만큼 난 Queen의 팬이다. 킬링트랙은 하두 많아서 이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다. 으악!

R : Rolling Stones
Radiohead와의 경합. 톰요크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아쉽게 라디오헤드는 밀려나고.AFTERMATH 영국반의 감동은 들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롤링스톤즈를 비틀즈보다 먼저 들었기에, 애착이 더 간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곡들이 많다. 중학교 땐, 롤링스톤즈의 음악을 들으며 종로 거리 거니는 것을 좋아했다.

S : Smith
Suede, Smog, Silent League, Sondre Lerche, Sting, Stevie Wonder, Sufjan Stevens. 내로라 하는 아티스트들의 접전. 마음속으로 각각의 아티스트들의 베스트를 생각하며 수일간 고민에 또 고민. 어쩔수 없이 난 스미스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사실 선택해놓고도 마음에 가장 걸리는 부분이다. 마음이 바뀌면 또 바꿀 수 있따. 그러니 이제 그만.

T : The Silent League
Silent League를 살릴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 Tokyo Ska Paradise Orchestra, Tom Waits 등 진짜 T로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이 화를 낼 수 있으나, 어쩔 수 없다. 꼬우면 내한하시길. 


U : U2 

Uncle Tupelo와 UV(유세윤, 뮤지)의 어줍잖은 공습. 하지만 U2는 위대했다.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는 세월이 지나도 나의 베스트다. 

V : Velvet Underground
클로쏘 형님을 따라해 Various Artists를 할까 했지만, 너무 따라하는게 티나는 것 같아서. Verve도 좋지만 역시 V하면 Velvet Underground. 앨범 커버에서 바나나를 벗기면 빨간색 바나나가 나온다는 사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충격.

W : Weezer
Weezer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잊혀질만하면 그들의 음악을 꺼내듣는다. 

X : X-Japan
X는 패스.. 하려 했으나 그래도 있는데. 뭘. 
한때는 열심히 들었고, 가사도 외우고 다녔고. 그리고 알고보면 음악도 그리 나쁜 건 아니잖아?  

Y : Yo La Tengo
Yo La Tengo는 위대하다. 나는 그들의 앨범을 들을때마다 이렇게 얘기한다. 뭐 위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Z : 해당사항 없음.

역시, 쓰면서 생각난 아티스트들이 많은 것을 보니 누락된 아티스트들도 꽤 많다. 혹시나 억울한 선정이 있다면 차후 보강할 예정. 국내 아티스트들 선정을 못한게 아쉬우나 그건 나중에 가나다순으로 다시. 그래도 경합까지 갔던 아마츄어증폭기아 아이유 유브이등은 내 마음의 별이다. 이렇게 정리하고나니 재미있긴하다. 다음번에 오늘 선정한 아티스트들을 빼고 다시 선정해도 재미있을 듯 하다. 생각난 김에 여기저기 뒤져서 다시 찾아들어봐야 할 음악들이 많다.  

'베이루트 라디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letric Light Orchestra - Disovery  (0) 2011.04.06
Pulp - Commom People  (2) 2010.12.16
Over the Rhine  (1) 2008.08.19

1. 얼마 전에 트위터에 클로쏘 형님이 글을 올리셨다. 개인적으로 Blur, Oasis보단 Pulp, Suede라고. 나도 찬성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생각 난 김에 집에 있는 먼지쌓인 그 앨범들을 찾아 들었다. 한동안 잊고 지낸 사실이지만, 정말 90년대 말에는 소장가지 100%을 넘나드는 앨범이 많았던 것 같다.

2. 역시 다시 들어봐도 펄프는 우월했다. 앨범의 컨셉이나 멜로디, 곡들간의 조화. 어떤걸 생각해봐도 역시나 펄프였다. John Peel이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던 것은 Pulp같은 인재들을 데뷔시킨 일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좋은 목소리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귀를 가지고 좋은 음악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훌륭한 목소리를 발견하는 것도 훌륭한 음악만큼이나 소중한 일이니까.

3. 2학년 1학기 때, 영미 문화읽기라는 수업을 들었다. 수강생 대부분이 외국에서 오래 살다왔거나 아예 외국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이었다. 매 수업마다 100개 이상의 아주 생소한 영단어 블랭크 시험이 있었고, 은근히 경쟁이 있는 발표까지 있는, 교양치곤 매우 고난이도 수업이었다. 신기한건, 나와 몇몇을 제외한 사람들은 이 수업을 무난하게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 드디어 나에게도 발표할 때가 찾아왔다. 그 때, 난 pulp의 common people를, 볼륨을 높여, 강의실 전체에 그들의 음악이 울려퍼지도록 틀었다.

 

4. 발표 내용은, 영미 문화읽기에서 배운 영국 사람들의 미묘한 계급의식에 관한 것이었다. 영국 사람들은 알게모르게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은근히 표면에 드러난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나는 당시 펄프의 음악에 심취해있었고, 그들이 영국 밴드라는 점, Different Class라는 앨범에 Common People라는 평범하지 않은 음악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이 노래의 가사를 대충 찾아보았다. 몇가지 펄프의 사진과 유투브 동영상을 근거로 나는 이 노래는 펄프가 계급의식에 대한 미묘한 풍자를 담은곡이다! 라고 자의적(?)으로 결론을 내렸고 꾸역꾸역 발표준비를 하였다.

5. 나의 생각은,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충격에 빠지거나, 펄프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것이 다음 순서였다. 그리고! 발표가 끝나자 어떤 사람이 손을 드는 것이었다! 토론이 전무한 이 수업에서 누군가 나와 토론을 하고 손을 들다니! 내 발표가, 펄프가, 커몬피플이 그렇게고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가!!!!! 라고 생각을 했었다.

6. 그 학생은 손을 들고 내가 "네, 말씀하시죠"라고 말하자 큰소리로 당당하게 나에게 말했다.
 
"저기요, 발표는 좋은데요, 너무 길게 하신거 아닌가요, 그다음이 제 차례인데, 다음사람도 생각해주셔야죠"

커다랗고 두껍게 안경을 쓴 학생이 뒷자리에서 손을들고 얘기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즉시 유투브 창을 닫고, 자리에 돌아왔다. 그리곤 생각했다. 아! 역시 대중을 사로잡으려면 Oasis를 선택했어야 했던것인가라고 말이다.

'베이루트 라디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letric Light Orchestra - Disovery  (0) 2011.04.06
좋아하는 아티스트 A to Z  (7) 2011.03.29
Over the Rhine  (1) 2008.08.19





Over the Rhine - 2006년, 2007년

오버 더 라인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한참 엘리엇 스미스의 한편의 시같은 음악들에 빠져 있을 즈음이었다.
싸이월드에 달랑 한 개 있는 엘리엇 스미스 팬 까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워낙에 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싫어한지라, 조용하고 사람 몇 없는(조금만 활동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금방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까페라서 기분좋게 활동할 수 있었다.
엘리엇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좋았고.. (덕분에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그 커뮤니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10월 21일 정모였다.
10월 21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의 생일이자, 내 인생 최고의 아티스트인 엘리엇 스미스의 기일이다.(이건 우연의 일치이기 보담도 필연의 성격이 짙다)
어느날 갑자기 10월 21일 정모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래, 모두가 엘리엇을 사랑하기에 클럽 첫 정모를 시작하게 되었다.
함께 모여 음악 얘기를 나눴고, 엘리엇 스미스를 나눴다.
그리고 함께 바에 들러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함께 엘리엇 스미스 노래를 듣고, 함께 따라 불렀다.
-모임의 이름은 drink up, baby 였고 우리가 신청한 곡은 Between the bars였다-
누구도 노래를 부르자고 말하진 않았지만 너나할것 없이 Between the bars의 전주가 나오자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그 때 그 순간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정말 멋진 추억으로 남아버렸다,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들으며 그 분위기에 젖어있는 기분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환상에 가까웠다.

그 추억 말고도 drink up, baby에서 또 다른 잊지못할 것이 있다면, 바로 서희정님과의 만남이다.
서희정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알고있는 몇 안되는 진정한 리스너중에 한명이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했고, 자신이 알고있는 소중한 음악들을 가슴으로 전해주는 사람이었다.
클럽에선, 엘리엇 스미스를 사랑하는 사람끼리 나누는 대화도 소중했지만, 서희정님이 남긴 글을 읽거나
추천하는 음악을 듣는것도 너무나 소중한 일이었다. -서희정님의 글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음악을 지식으로 전하려 하지 않고 가슴으로 전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너무나도 따뜻했던 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여태까지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수많은 음악들을 접했고, 그 경험들은 나의 리스닝 성격을 통째로 빠꿔버릴 만큼 강력했다.
또, 그렇게 알게된 서희정님과의 대화도 내 인생의 방점을 팡팡 찍어주었다.
가끔씩 메신저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서희정님은 내 인생 몇 안되는 멘토중 하나였고, 힘들고 지치고 우울할 고 3시절에도 나의 좋은 대화상대가 되어주셨다.

각설하고,
그렇게 서희정님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이 Over the Rhine의 음악이었다.
희정님이 추천해주신 음악들을 다운받아 무작위로 듣고있는데, 갑자기 Over the Rhine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음악 듣는순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노래가 시작해서 끝나는 순간까지, 정신을 놓아버릴 수 밖에 없었다.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었고, 태어나서 그런느낌은 처음 경험해보았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추천해주신 앨범 말고도 그 외의 앨범들을 다운받게되었고(안타깝게도 한국 레코드 가게에선 그들의 앨범을 구하기 힘들었다) 가슴이 촉촉해지고 싶어질 때면 줄곳 Over the Rhine을 청하곤 했다.

Over the Rhine과 함께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고 3 여름방학이었다.
입시에 미쳐있었고, 내가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혼란스럽기만한 그 때,
갑자기 Over the Rhine이 듣고싶어졌던 것이었다(아마도 가슴이 촉촉해지고 싶었던 게지..)
그래서 그 새벽, 쥐고있던 팬을 던져놓고,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그러곤 거리에 누워버렸다(차가 다니는 곳이었지만, 새벽이라 잠잠했다.)
그러곤 조용히 MP3에 담긴 Over the Rhine의 곡을 하나씩 재생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거리에 누워 하늘의 별을 헤는 기분은 경험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렇게, Over the Rhine은 만나게 된 그 순간부터,
내 마음의 동반자가 되어버렸다.

Over the Rhine - 2008년

미국에 와 있는 동안은 시차를 뛰어넘어 메신저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대화상대이다.
아마 그날도 켈리포니아의 해풍을 맞으며 외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메신져에 도쏘형이 들어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랜만이고, 더군다다 해외에서 만나게 되니,
더 반가워 당장에 말을 걸었다. 안부도 물어보고, 이래저래 미국에 와있다는 얘기도 나누고
항상 나누던 음악 얘기들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Over the Rhine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살 수 없는 앨범을 미국온 기념으로 한 3장정도 구입했는데, 도쏘형과 대화도중 갑자기 생각난 것이었다.
항상 음악에 대해선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도쏘형었기에, Over the Rhine에 대해 아는 것이 있으면 좀 물어보고자 이 밴드를 아느냐고 물어봤다. 난 항상 음악을 들을때 음악만 듣는 반면, 도쏘형은 이런저런 많은 관련 정보를 알고 있었고, 그런것들은 대게 음악을 더 깊게 들을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의외로 도쏘형이 이 밴드에 대해 아는게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항상 음악을 소개받기만 하던 나는 그들의 음악을 도쏘형에게 선뜻 건내주게 되었다. 힘든 수험생 생활 내에게 가장 큰 힘이었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얼마 후, 도쏘형의 블로그에 Over the Rhine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좋은 밴드를 알게되어 기분이 좋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음악들이었기에, 도쏘형이 포스팅한 글을 읽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더 기분이 좋았던건, 그렇게 좋은 음악을 알려줘서 너무 고맙다는 도쏘형이 멘트 덕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Over the Rhine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던건 다 도쏘형 때문이었다.
Elliott Smith를 나에게 들려준 사람이 바로 도쏘형었기 때문이다. 도쏘형은 줄곧 나에게 좋은 음악을 선물해주곤 했는데(예전에 한 사이트에서 음악방송을 했었고, 방송을 들으며, 가끔 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접하며 음악을 듣곤했다) 어찌어찌하다가 도쏘형에게 Elliott Smith를 소개받게 되었다.(아마 Elliott Smith의 Coming up Roses였을 것이다) 도쏘형의 미니홈피에 걸려있었던 곡이었는데, 그 곡에 필이 꽂혀 이래저래 Elliott Smith의 정보를 얻게 되었고, 그렇게 그에게 빠져들었기 떄문이다. 그 이후 나는 줄곧 Elliott Smith에 빠져있었고, 덕분에 drink up, baby라는 클럽에서 희정님과 소중한 인연을 만들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인 것이다.
항상 좋은 음악을 나누는데 거침없었던 도쏘형 덕분에 Over the Rhine을 알게되었고,
함께 좋은 음악을 나누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엔 정말 많은 음악들이 있다. 죽기전에 그 모든 음악들을 듣기만 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랴,
아마도 그러진 못하겠지만, 난 적어도 도쏘형이 있었기에 많은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형 때문에 음악을 나누는 행복함을 알게 되었고...

항상 말하지만, 난 인복은 정말 잘 타고 난 것 같다.
항상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도쏘형도 그 사람들 중 하나이고, 형에게 항상 많은 것을 배운다.

형은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형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 음악을 나누는 행복을 알려줬기 때문에, 너무나도 소중한 음악으로
내 마음을 위로하게 해줬기 때문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무나 소중한 앨범 Drunkard's Prayer 그리고 흥겨운 OHIO와 최근에 나온것 같은 The Trumpet Child, 역시 어느 앨범도 나를 실망시키진 않았다 ^^

'베이루트 라디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letric Light Orchestra - Disovery  (0) 2011.04.06
좋아하는 아티스트 A to Z  (7) 2011.03.29
Pulp - Commom People  (2) 2010.12.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