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386세대! 지갑 열고 입 닫아”

[130호] 2010년 03월 16일 (화) 16:39:13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20대가 제일 듣기 싫은 말 가운데 하나가 ‘88만원 세대’란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면서 붙기 시작한 ‘G세대’니 ‘88둥이’도 정작 20대는 시큰둥한 표정이다. 386세대가 익숙했던 잣대로 88만원 세대니, G세대니, N세대니 따위로 자신들을 규정짓는다며 20대는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규정 당하기를 거부한 20대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려대 김예슬씨 자퇴 선언에 이어 20대 노조인 청년유니온이 결성됐고, ‘마포는 대학’ 이나 ‘율면은 대학’ 등 돈에 구애 받지 않는 행복 직업 찾기도 시작됐다. 

도대체 20대 넌 누구냐? 20대 기자가 20대 다양한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

주말 저녁 6시. 주파수 100.7MHz에 맞추면 20대 DJ 다섯 명의 ‘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프로그램 이름은 무시무시하게도 ‘이빨을 드러낸 20대(이드2).’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J 평균 나이는 23.2세, “지금 20대에게 필요한 건 ‘깡’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프로그램 이름도 이렇게 지어봤단다. 지난해 11월2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이제 4개월 차에 접어든 이드2는 ‘20대에, 20대를 위한, 20대의 방송’을 표방한다.

이드2를 만든 건 시원한 맥주 한 잔 때문이었다. 지난해 10월 어느 날, 서울 마포구 지역공동체 라디오 마포FM 자원 활동가를 하던 너구리(방송 애칭·본명 조소나·25), 양큐(김양우·22), 늘보(김지애·24)는 맥주잔을 기울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취업 얘기에 한 숨 한 번, 군대 얘기에 또 한숨을 내쉬었다. 

   
마포FM에서 '이빨을 드러낸 20대(이드2)'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20대 DJ
누군가 우석훈의 책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얘기를 꺼냈고, 자리는 갑자기 “레알(진짜) 뭔가 한 번 해봐!”라며 들떴다. 셋은 “우리끼리 우리를 위한, 우리의 답답함을 담아 낼 수 있는 방송을 해보면 어떨까?”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친구인 돼지(유기림·23), 쩌리쪼(조원진·21)까지 불러들여 다섯 명으로 제작팀을 꾸렸고, 공동체 라디오 마포FM에 프로그램을 제안해 방송 허락을 받았다.

이드2는 20대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20대를 위한 ‘우정과 환대’의 공간으로, 또 다양한 20대 활동가들에게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20대를 스튜디오로 불러들인다. 20대 저널리스트의 모임 ‘고함20’, 영화 <개청춘>을 제작한 영상집단 ‘반이다’ 등 20대 활동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20대들을 직접 스튜디오로 불렀다. 

지난 3월13일 방송에서는 고려대 김예슬씨가 붙인 자퇴 대자보를 놓고 DJ 5명이 “우리에게 대학은 뭘까”를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철학과를 간다고 울던 엄마 생각에 눈시울 붉히던 조원진씨, “대학생이 아닌 동생을 남들이 뭐하냐고 물으면 ‘학생’이라고 대답한다”라며 눈물 한 방울 보태던 김지애씨 등 모두 답도 없고 무기력해 하던 중 유기림씨가 “자퇴하지 않은, 할 수 없는 우리는 뭘 할거냐, 그래서 우리는 ‘이드2’를 하지요”라고 말했다. 일동 웃음이 터졌다.

패기만만하게 시작한 이드2가 정말 20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지 물어보자, 김지애씨는 “20대가 얼마나 다양한가. 많은 20대가 있는데 누구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우리도 대학생이라는 한계가 있고, 만나기 어려운 20대가 있다. 그래서 못하는 얘기가 있다는 게 우리의 한계다”라고 말했다. 

   
일주일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와 곧 다가올 졸업, 군 입대는 20대들에게‘뚫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들에게 라디오 방송이 20대를 억압하는 세상에 ‘하이킥’을 날릴 수 있는 활력소라면, 일주일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와 곧 다가올 졸업, 군 입대는 ‘뚫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도 이들은 과외, 번역 등 닥치는 대로 ‘알바’를 뛰면서도 세상에 이빨을 드러내고 이가는 소리를 계속 내고 싶어 했다. 

20대 세대론에 대해서도 묻자, 이드2는 ‘88만원 세대’라는 20대에게 부여된 필연적인 이름마저 마뜩찮게 생각하고 있었다. ‘G세대’니, ‘V세대’니 언론이 조명하는 20대의 모습도, 이들에겐 어른들이 ‘하명’한 이름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조소나씨는 “20대에게 이름을 붙이려는 것 자체가 옛날 사고방식인 것 같다. 그냥 우리는 다양하고 산발적이다. 그 와중에 네트워크가 생기는 거다. 그런 네트워크들이 이를테면 EU(유럽연합)처럼 묶이는 방식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세대’이름으로 묶는 건 속한 개개인을 불행하게 하거나 소외시키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기림씨 역시 “왜 이렇게 규정짓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라며 웃었다. 
김지애씨는 단칼에 20대론을 벴다. “386세대!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라.”  


[인터뷰] 왜 '이빨을 드러낸 이십대' 인가요?
2010/03/03 19:57


 왜! '이빨을 드러낸 이십대' 인가요?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다른 아이들처럼 메이커가 아니라 보세옷이라는 것이 티가 날 때. 여름방학 때 스펙쌓기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과 돈을 버는 나를 비교할 때. 그리고 결정적으로 교수딸, 기업가 아들의 삶과 나의 삶에 절대적 간극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 나는 부모의 도움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가난한게 죄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아무리 위로하여도 채워질 수 없는 그 박탈감을 지우기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지금 20대에게 필요한 깡. 무기력을 탈피하자는 메시지. 이렇게 움츠러들지 말고 나와서 하고싶은 말들 시원하게 해보자는 의지를 나타내고 싶어서입니다.
출처: 왜, '이빨'을 드러낸 20대 인가!!? (이빨을 드러낸 20대_이드이! 까페)

'이빨을 드러낸 이십대', 어떻게 보면 공격적이고 한편으로는 도발적인 이름이다. 20대는 무기력하다, 혹은 도전하지 않는다는 통념에 도전하고자, 혹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다섯명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88만원세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라는 책을 읽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라고 물으며 20대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다.  이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의기투합해서 방송을 해보자고 얘기했고, 이들은 이제 4개월차 방송인이 되었다. '분명 대학에 오면, 지긋지긋한 입시관문을 통과하면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앎과 깨달음을 얻으리라' 기대했건만 현실은 잔인하기만 했다.  '당장 대학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야 하고 하루하루를 말 그대로 ‘치여서’ 살게 되었다' 는 말은 가난한 대학생의 현주소를 너무나 여실히 보여준다. 현실은 이렇지만 무언가 해야겠다는 의지로 뭉친 '이드이'들, 늘보  돼지, 양큐, 쩌리, 너구리를 만나봤다.

 

처음에 이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양큐 : 원래 쌈빡시사 리포터를 했다. 그런데 작년에 우석훈 씨 책(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읽고 20대가 만드는 방송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처음에 술먹으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얘기했고... 지애누나 같은 경우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 함께 하게 된 케이스다. 11월부터 준비해서 12월에 첫방을 하게 되었다. 저같은 경우는 20대 당사자가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는방송이 없고 또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이런 게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늘보 : 책얘기를 좀 하면 거기서 프리터족, 알바생에 대한 얘기를 봤다. 기회가 되면 이 근처에도 편의점이나 다른 데서 알바하는 분들 많지 않나. 그런분들을 모시고 싶었다. 하지만 섭외가 어렵고 그분들 생업도 있다보니 주로 다른 분들을 많이 모시게 됐다.


코너 소개를 짧게 부탁한다.

 쩌리 : 원래 네개 코너가 있었다. '이가는 소리'는 사회적 이슈에 관련된 이야기. 
  '흥분되는 데요'는 사연 받는 코너, 20대 관련 주제든지 다른 어떤 주제든지 흥분되고 열을 받는 사연받는 코너였고
  '젊은이의 음지' 섭외를 위주로 해서 20대의 노동이나 고민을 진솔하게 얘기하는 코너,
  'K의 일기'는 싸이월드 다이어리 비평가 돼지가 일기를 가지고 분석을 해주는 코너였는데, 아무래도 한 시간에 네개를 하다보니 산만하다, 줄여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이가는 소리'에 '흥분되는 데요'를 합쳤다.그리고 인터넷에서 사연을 받거나 자체 사연으로 코너를 구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젊은이의 음지'도 'K의 일기'와 합쳐서 게스트를 섭외해서 얘기 나누고, 게스트의 일기를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간다.

늘보 : 코너만 합친게 아니라 형식 또한 합쳤다. 하나의 주제로 두개의 얘기를 풀어냈다. 이렇게 하고나니 방송을 준비할때 수월하기도 하고 듣는 사람도 집중이 더 잘된다더라.

 

이드이만의 특징이라면?

늘보 : 다섯명의 마인드가 본능에 욕망에 충실하다
 
돼지 : 공감한다. 방송 준비할 때 저희만큼 시끄러운 분들을 본적이 없다.

양큐 : 아무래도 서로 친하다 보니까 떠들썩하다. 방송 들어가서도 마찬가지 인거 같다.

늘보 : 이 친구들을 만났을 때 느낌이 다른 친구들이랑 좀 다르다. 아무래도 공통된 마인드를 가져서가 아닌가 싶다.



프로그램에서 각자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는지?

늘보 : 1부인 '이가는 소리'는 너구리와 돼지가 맡고 있고 2부 '젊은이의 음지'는 나머지 셋(쩌리,양큐,늘보)가 맡는다.
다같이 모여서 한달 분량을 가지고 먼저 회의를 하고 나서 파트별로 각자 만나서 일주일 단위의 세부적인 걸 정한다.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돼지: 까페 가입자수도 늘어가고 매주 문자도 한 두개 (웃음) 오고 있다.
그리고 저희가 언론을 탔는데. 언론에 타고 나서 방문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그 기사 보고 저희 까페에 찾아오신 분들은
정말 그 주제에 관심있는 분들이라서, 굉장히 의욕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신다.



가까운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양큐 : 지금으로선 방송에 접근하기가 좀 어려운게 사실이다. 사는 곳이 마포가 아니면 다운받아서 들어야 할텐데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기술적 문제때문에 다운이 안됐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듣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과 달라진 면이 있다면?

늘보 : 아무래도 방송 들어가는 데 있어서 빨리빨리 대처가 빨라지고 여유가 생기는 거 같다

돼지 : 기계를 양큐가 담당하고 있는데, 초반엔 방송사고가 많았다. 방송이 시작했는데 10초 동안 노래가 안나간다든지, 마이크 안내려서 저희 목소리가 나간달지 그런 일들이 있었다.

양큐 : 저번주에 마침내 무결점 방송을 했다. 근데 파일 저장을 못해서 다운로드가 안됐다 ㅠㅠ



생방송인데 직접 해보면 어떤가?

돼지 : 지금도(인터뷰가 방송 시작 30분 전까지 이어졌다.)엄청 긴장하고 있다. 심장이 벌렁벌렁 해요.
저희가 모니터링 해보면 너무 책읽는듯이 할 때도 있었다. 연습이 부족해서.

양큐 : 난 괜찮던데... 그 느낌도 괜찮다.

돼지 : 그건 우리가 들으니까...

 

선곡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양큐 : 얼마 전까진 돼지가 했었는데 최근엔 쩌리가 선곡을 맡아서 취향에 따라 고른다.

쩌리 : 그날 그날 분위기가 다르지 않게 비슷한 곡들로 선택한다.

돼지 : 저희가 좋아하는 게 7.80년대 노래들, 팝송 등이다.



얼마 전 총회에 처음으로 참석했는데 소감을 듣고 싶다.

양큐 : 저희 방송 시작한지 좀 되었는데 저희 이름이 '이드이'라고만 써있어서 처음 보시는 분들은 이게 뭔지 몰랐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재미가 좀 없었다.

돼지 : 재미의 문제보다는 저희의 존재가 마포 fm에서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양큐 : 현재 방송국에서 100% 자체제작 이 되는 프로그램이 저희'이드이'와 '와다다레게 라디오'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프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마포 공동체 라디오에 어떤 의미가 있을것 같은데. 너무 언급이 안됐다는게 아쉬웠다.

쩌리 : 후원금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이드이'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는지?

양큐 : 저희가 각자 열심히 각개격파로 살고 있지않나. 대학생이든 대학생이 아니든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혼자서 뭔가 하려면 힘드니까 함께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지역 공동체와 연계 또한 생각하고 있다.

늘보 : 이 방송이 저희 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1기, 2기해서 쭈욱 이어졌으면 한다. 사람들이 듣고 공감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나도 저거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희가 열심히 방송도 만들고 활동도 많이 해야할 거 같다.

쩌리 :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방송 오래 했으면 끝날 때까지 재밌게 웃기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돼지 : 일단 저희들이 열의를 갖고 해야한다. 일주일에 한번 모이는 것도 쉽지가 않기 때문에 그런 상황등에서도 저희가 끈기있게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분씩 돌아가면서 20대 청취자 분들께 한마디씩 한다면?

쩌리 : 진짜 재밌게 들었으면, 제가 하는 얘기가 공감이 되고 웃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게 최고일거 같다. 저희한테도 그리고 듣는분들께도.

늘보 : 자기가 하는 걸 확실하게 믿고, 자신감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이런걸 들어봐라 참여해봐라 해도 자신의 일로 돌아가게 되지 않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 믿고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해나갔으면 좋겠다.

다들 : 자기 자신한테 하는 얘기 같다.

늘보 : 맞다.

돼지 :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문자 많이 보내주세요~

양큐 : 가끔씩 방송을 듣고 나서 아, 이 상황이 정말 짜증나는구나를 알게 되고...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하게 해주는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빨을 드러낸 이십대 까페 : http://cafe.naver.com/mapo20

글, 인터뷰 정리 : 정해경 ismydream@hotmail.com


 Are You Here? 505호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쎄 정말 얼마나 좋을까? 모르겠다. 
주말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라디오 주파수 100.7MHz에서 내 목소리가 나온다는 건 좀 멋진 일 같은데. 
3명의 친구는 서울시 마포구 지역 공동체 라디오, 
마포에프엠 자원활동가로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끼리 우리를 위한 방송을 만들어 볼까?’ 

 


평균나이 23.2세 DJ 5명의 방송, 이빨을 드러낸 20대

교육학을 전공하지만 ‘언론’이 하고 싶었던 너구리(조소나 25)와 불문학을 전공하지만 성적은 ALL F인 양큐(김양우, 22)와 방금 졸업해서 속 시원하기 전까지 머리 복잡했던 늘보(김지애, 24)는 결심을 한다. 뭔가 하고 싶었고, 재미있을 것 같았고, 필요해 보였으니까. 너구리는 친구 한 명을 데리고 오는데,그때 온 학교친구 돼지(유기림, 23)는 요즘 콩트 기획코너 ‘이가는 소리’ 대본을 혼자 다 쓰고 있지. 양큐는 고등학교 때 동네 보습학원에서 처음 만나 독서토론을 했던, 그래서 ‘노란 잠수함, 책의 바다에 빠지다’라는 책도 같이 썼던 친구 쩌리쪼(조원진, 21)를 데리고 와 드디어 ‘말 더듬기 담당’이 정해진다. ‘이드이’라고 줄여 부르는 ‘이빨을 드러낸 20대’ 첫 방송은 지난해 11월 21일이고, 다들 서로 부끄러워서 죽을라고 하는 이 역사적 순간은 이들의 카페 cafe.naver.com/mapo20에서 들을 수 있다.

인터뷰는 밥 잘먹고 깔깔대며 이야기하다 예쁜 척 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의 간지를 고수하며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났다. 왠지 ‘너 여기 있는 거 맞아, 듣고 있는 거 맞아?’라고 챙겨주는 이들과 또 수다를 떨고 음악을 듣다보면, 쩌리쪼처럼 뭔가 전환이 일어날 것만 같다. 느리고 조용하게, 음흉하고 압도적으로. 라디오나 한 번 틀어볼까.

▲ 너구리 ▲ 양큐 ▲ 돼지
▲ 늘보 ▲ 쩌리쪼


내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게 맞나. 방송이라고 부담 같은 거 없이 ‘어, 그래. 재미있겠다. 한번 해보자!’ 해서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너구리 여성영상집단 ‘반이다’나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의 작업들을 보고 나도 하고 싶은 게 있었다. 발음 연습이랑 기계 다루는 것 한 달 연습하고 바로 시작했다. 부담은 없었지만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고. 각자 라디오를 하는 이유나 방향이 다 달랐지만 어느 수준에선 합의를 봤고, 그게 기획의도다, ‘20대를 위한 우정과 환대의 공간을 만들자’는.  

쩌리쪼 전공 미학 선택한 것도 양큐랑 얘기하다가 어떤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 만나고 책 읽고 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라디오도 그런 거다. 정 못하면 그만하라고 그러겠지. 하하하.

돼지 3학년 되면 친구들 군대, 교환학생 가고 휴학하고 연락 안되고 허전하다. 나 혼자 심심하다는 자괴가 몰려올 때 라디오가 온 거다.


2월 20일이 개편이었다. 코너가 3분의 1로 줄고 음악은 3배로 늘었다. 개편이 원래 머리가 많이 아프지 않나. 

너구리 정점을 찍은 게 홍대 롯데리아에서였다. 새벽 한시까지 회의를 했으니까 6시간 동안 한 거였지. 청취자를 위해서 하나하나 맞춰나갈 것이냐 아니면,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한 번 해볼 것이냐의 문제였다. 조언을 들었는데,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해야 오래 간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 있고. 

늘보 지금 우리에게 뭔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뭔가 탁 깨고 올라갈 만한. 99명의 청취자라면, 더 많은 사람이 들어야 하지  않나.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은 더 많은 사람이 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들. 또 도대체 라디오는 나한테 뭔가. 졸업생인 내가 이 라디오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애정을 쏟을 것인가 하는 문제들. 


만일 청취자가 더 안 늘어나면 어떻게 할 건가

양큐 100명의 청취자를 우리방송의 마니아로 만들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끝까지 간다. 하지만 지금 청취자들이 또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하는 거다. 만일 우리를 열렬히 기다리는 청취자가 있다면 소수라도 당연히 해야지. 20대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함께하면서 방송의 역할을 다 하는 거지. 

돼지 사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진짜 힘들어도 극복하고 익숙해지면서. 다만 소망은, 사연이 폭주해서 할 말이 많아지는 거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는 거. 

너구리 개인적으로 목소리 내는 20대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산발적이라는 거지. 그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 그래서 세력화 하는 것이 내가 이드이에서 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더 어떻게 할 것이냐 계속 고민하는 것이고.  
 

설정을 하나 가지고 왔다. 상반기 채용이 끝날 때쯤 방송을 하는데, 정말 절박한 청취자 한 명으로부터 심각하게 ‘죽고싶다’는 문자를 받았다. 어떻게 할건가.

돼지 질문이 뭐 그러나, 너무 세다. 생각을 좀 해봐야 겠다. 

쩌리쪼 일단 음악은 계속 나가는 상황에서 전화를 걸어 ‘내가 데리러 가겠다’고 말하겠다. 어디냐고. 

양큐 죽고 싶은 이유가 있을 거다. 나는 집에서 쫓겨나고 학점도 빵점받고 관계도 그냥 그렇고 본의 아니게 독립됐고, 그런 걸 나누겠다. 다른 사람도 죽고 싶었다는 걸 알면 좀 위로 되는 게 있지 않나. 

돼지 노래를 걸어놓은 다음에 남은 시간동안 이 청취자 얘기를 해보자고 DJ들에게 얘기를 하겠다. 죽음은 공감될 수 있는 거니까.   

너구리 죽고 싶은 순간들을 얘기한 다음에, 농담을 하고 싶다. 염라대왕 앞에 가기 전에 똥오줌 다 마시고 니가 목욕한 물 다 먹어야 된다. 막 웃겨주고 싶다. 절망스럽다가도 개그콘서트 한 번 보면 다 풀리는 것처럼. 

양큐 밥을 먹던가. 밥 먹으면 살고 싶어진다, 진짜로. 

늘보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 전화연결을 시도해보겠다, 개인적으로라도.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들어보겠다. 

일동 죽는 건, 행복의 조건은, 단순한 게 아니다. 그 고비가 생각처럼 복잡한 것도 아니고. 문제는 얘기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음악을 튼다면, 리쌍 ‘우리 지금 만나’. 불나방 스타 소시지 클럽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이나 ‘시실리아’,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


밥을 정말 잘 먹는 거 같다. 점심 12시에 먹으면 6시에는 진짜 배고픈 거니까. 마지막 질문이다. 지금 제일 싫은 것과 제일 좋은 것.  

너구리 바빠서 좋고 바빠서 싫다

쩌리쪼 지금 이렇게 사는 게 진짜 좋다. 싫은 건, 요즘에 들어서 잠 잘 집이나, 음식을 살 수 있는 돈, 이런 삶의 조건들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이런 두려움이 문뜩문뜩 올라온다. 3학년이고 졸업 앞둬서 그런지. 

늘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진짜 좋다. 싫은 건 꿈이 있는데 정말 이렇게는 하지 말자, 되지 말자 했던 것을 하고 있을 때. 자꾸 현재에 급급해서 타협하려는 내 마음이 싫다.  

돼지 계피.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탈퇴한 계피가 좋다. 싫은 건 돈 걱정. 

양큐 좋은 건 포만감, 싫은 건 공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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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진아 기자 사진 김은지 학생리포터 l yook@naeil.com ㅣ 2010-03-08 (15:00:51) 지난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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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 사진이 참 맘에 든다
‘88만원 세대’의 청춘 반란 ‘볼륨을 높여라’
라디오 마포FM ‘이빨을 드러낸 20대’
한겨레 권오성 기자
» 20대의 이야기를 담은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빨을 드러낸 20대’ 제작진들이 마포에프엠(FM) 녹음실에 모였다. 왼쪽부터 쩌리쪼, 양큐, 늘보, 돼지, 너구리. 마포에프엠 제공
“우리, 사업이라도 할까?”

지난해 10월 중순, 세 젊은이가 서울시 마포구 홍익대 부근 치킨집에서 죽치고 앉았다. 졸업을 앞둔 ‘늘보’(김지애·23)는 토익책을 파는 삶은 싫다면서 이런 말을 툭 던졌다. 친구 ‘너구리’(조소나·24)와 ‘양큐’(김양우·21)는 20대의 일상을 담은 영화 <개청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의 답답함을 담아낼 뭔가를 만드는 건 어때?”

셋은 자신들이 자원활동을 하고 있던 지역공동체 라디오 마포에프엠(FM)에 20대의 이야기를 담은 토크쇼 프로그램을 제안해 승락을 받았다. 이름은 ‘이빨을 드러낸 20대’(이드2)라 지었다. 너구리, 늘보, 양큐는 이들이 라디어 방송에서 쓰는 별칭이다. 이들은 ‘돼지’(유기림·23), ‘쩌리쪼’(조원진·21)까지 끌어들여 다섯으로 방송 제작팀을 꾸렸다.

지난 6일, 서울 동교동 마포에프엠 사무실에서 이날 저녁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다섯(사진)을 만났다. 이드2(cafe.naver.com/mapo20)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토·일요일 저녁 6~8시에 방송되고 있고, 인터넷으로도 청취가 가능하다. 이들은 역할분담 없이 작가, 디제이, 제작을 모두 함께한다.

이들은 8일까지 모두 12번의 방송을 진행하면서 같은 처지의 여러 20대를 만나 20대만의 관심을 함께 나눈 것을 큰 보람으로 꼽는다. 지난해 12월 출연한 정진설(23)씨와의 대화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청주대 언론홍보학과를 다니던 정씨는 졸업을 앞두고 “다양한 경험을 쌓겠다”며 지난해 7월 서울에 올라왔다. 청년실업 네트워킹 센터 활동, 학생기자, 시각장애인 봉사활동 등의 일을 하면서 동시에 생계를 위해 시급 3천원짜리 ‘피시방 알바’를 뛰었다. 살인적인 일정에 디제이들은 “대단하다”고 했지만, 정작 정씨는 “토익 점수도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들 모두는 이 시대의 ‘스펙 경쟁’에 분개했다.

초대손님은 20대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20대를 거치기 때문이다. 답답한 20대의 현실을 타파하고자 활동하는 이들은 모두 초청대상이다. 국내 첫 세대별 노조 ‘청년유니온’, 영화 <개청춘>을 제작한 여성영상집단 ‘반이다’, 학벌타파 취업누리집 ‘드림인터뷰’ 등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파 너머 누군가가 듣는다는 사실은 짜릿한 경험이다. 쩌리쪼는 “한 달 동안 방송을 쉬면서 청취자로서 우리 방송을 들은 적이 있는데 묘하게 웃음이 나왔다”며 “내가 방송을 할 때도 다른 20대가 이렇게 미소를 짓겠구나 생각하면 참 좋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의 ‘마무리 멘트’는 디제이 너구리가 날렸다. “우석훈씨가 쓴 <88만원 세대>를 읽으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 세대가 책 속의 88만원 세대로 남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중요한 것은 행동이고 우리 방송은 그 행동의 하나입니다.”

글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마포에프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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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나올지 모른다던 우리의 기사가 드디어 오늘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아침부터 편의점으로 달려가 신문을 사왔다. 인터뷰 덕분에 카페 회원도 늘었다. 여러모로 유쾌하고 기분 좋은기사다.

이드이 화이팅!

① 이가는 소리 :

 20대에 관련한 사회적인 이슈와 20대를 위한 정보를 이야기 하는 시간. 사회적인 이슈를 20대의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재미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20대들을 소개하고 있음.

 

② 흥분되는데요 :

 20대가 자신들의 삶 속에서 겪는, 말 그대로 ‘흥분되고’ ‘열 받는’ 일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코너. 사연을 읽고 진행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 이런저런 차별이나 무시의 경험, 이해되지 않는 모든 일들을 이야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중!

 

③  젊은이의 음지 :

 20대의 일과 일자리,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너. 게스트를 초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 게스트의 종류(?) 및 대화 수위는 자유로움.

 

④ K의 일기 :

 개인 미니홈피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 ‘싸이월드’에서 볼 수 있는 짤막한 일기 형식의 ‘다이어리’에 올라온 글을 뽑아 20대의 일상을 엿보는 코너. 

네네.
반갑습니다. 본격! 20대 선전방송 이빨을 드러낸 20대!!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 20대라면, 언제든지 환영이구요 20대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사연은 언제나 반갑게 읽어드리고, 스튜디오에 와서 판을 깔고 놀아보자는 제안도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네, 우정과 환대의 공간 이빨을 드러낸 20대,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마포 FM
http://www.mapofm.net

이빨을 드러낸 20대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mapo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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