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츠커피, 케냐 카루만디(Kenya Karumandi AA), 콜롬비아 산파스쿠알(Colombia San Pascual)

 

지난번, 2주의 상미기간을 지나고도 훌륭한 맛을 보여주었던 플라츠 커피에서 새로운 원두를 보내왔습니다. 이번에 테이스팅 할 커피는 케냐 카루만디(Kenya Karumandi AA), 콜롬비아 산파스쿠알(Colombia San Pascual)입니다. 각각 완전 수세식(Fully Washed)와 내추럴(Natural)가공방식을 택했는데요, 가공방식이 완전 다른 두 커피가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우선 케냐 카루만디 AA입니다. 완전 수세식 방식을 택한 이 커피는 1700-1900m의 고고도에서 자란 고품질 원두입니다. 향부터 남다른 원두의 패키지에는 농장에 대한 간략한 개요와 테이스팅 노트가 나와있습니다. 심플한 디자인은 좋지만 로스팅 날짜가 따로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군요.

 

배전도는 대략 이렇습니다. 지난번 과테말라 라 라구나를 마시면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플라츠 커피는 로스팅을 참 안정적으로 가져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원두에 비해 신선하고 원두 자체도 매력있기에 추출후 테이스팅에 조금 더 기대를 걸어봅니다. 

 

테이스팅 노트에 나오지 않은 내용들은 한 장의 종이에 잘 담았습니다. 생두 정보, 테이스팅 노트와 간단한 추출가이드까지. 깔끔한 디자인에 이해가 쉬운 내용들이 인상적입니다.  

 

추출은 드립굵기로/25g/94도/220ml/1분 30초의 레시피를 따랐습니다. 추출가이드를 그대로 따라서 내려봤는데요, 첫 모금은 레몬이나 라임 껍질이 느껴지면서 달콤함이 올라왔습니다. 전반적으로 맛이 살짝 뻣뻣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끝맛이 혀끝을 아리게 하기도 해서 조금 불편했습니다. 추출 가이드에서 벗어나 새로운 레시피로 다시 브루잉을 해봅니다. 드립굵기로/30g/93도/450ml/2분 30초의 레시피를 따랐습니다. 여전히 레몬과 라임의 상큼한 느낌과 달콤함은 매력적이었지만, 뒤로갈수록 거칠어지고 집중도가 떨어지는 맛은 여전했습니다.

 

에어로 프레스는 드립굵기에 17g/93도/220ml/1분 40초의 추출을 해봅니다. 물과 커피의 접촉시간을 줄이되, 압력을 준다는 계산으로 커피를 내렸고, 역시나 맛의 집중도가 올라갑니다. 테이스팅 노트에 나왔던 맛들이 좀더 안정적으로 느껴지는군요.    

 

 

에스프로프레스의 레시피는  17g/93도/230ml/4분의 레시피를 따릅니다. 커피를 천천히 녹여내는 느낌으로 시간을 두어 내렸고, 맛 또한 기본적으로 가진 매력적 뿜어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에프터 테이스트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점, 끝으로 갈수록 매력적인 맛들이 흩어지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습니다. 여러차레 도구와 레시피를 달리하여 추출한 결과 케냐의 경우 원두가 조금 예민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드립의 경우 레시피를 따라 내려도 컨트롤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뒷맛이 무너지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물론, 생두선택과 로스팅은 뛰어나단 생각이 듭니다. 다만, 끝가지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맛을 유지했다면 정말 훌륭한 커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쉬움이 조금 남는 케냐 테이스팅을 뒤로하고 콜롬비아 원두를 꺼내봅니다. 요즘들어 한동안 워시드의 유행으로 나오지 않았던 내추럴 커피들이 가공방식을 개선하여 조금씩 인기를 끌고있는듯 합니다. 내추럴 특유의 맛과 향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내추럴 커피들이 다시 관심을 받는 추세가 반갑기만 합니다.

 

봉투를 열자마자 따라오는 강한 딸기향은 코를 즐겁게 합니다. '이게 정말 콜롬비아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테이스팅이 무척이나 기대되는군요.

 

동봉된 안내서의 추출 레시피는 모두 동일하네요.  

 

콜롬비아의 추출도 드립굵기로/25g/94도/220ml/1분 30초의 레시피를 따랐습니다. 콜롬비아 원두는 첫모금부터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놀랍도록 집중력있는 딸기와 초콜렛의 맛은 이 생두가 가진 힘이 엄청다는 생각을 들게합니다. 역시나 끝에가서 집중력이 흐트러지지만 케냐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합니다. 좋은 생두를 선택하고, 매력을 잘 뽑아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얼마 남지 않은 원두지만, 테이스팅이 끝난 후에도 계속 손이가는 쪽은 콜롬비아였습니다.

 

 

에어로 프레스도 드립굵기에 17g/93도/220ml/1분 40초의 동일한 레시피를 따라봅니다. 여전히 식으면서 아쉬운 느낌은 있지만, 그 단점을 덮을만큼 매력적인 향미가 입안을 즐겁게 합니다. 생두의 힘이 정말 뛰어나고, 로스팅또한 준수하단 생각을 다시하게됩니다.

 

에스프로프레스의 레시피는  17g/93도/230ml/4분의 레시피를 따릅니다. 부드러운 바디감과 마우스필이 초콜렛을 둘러싼 딸기맛을 좀 더 매력적으로 끌어올립니다. 아쉬운점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세 잔의 추출 모두 인상깊었습니다.

 

 

여전히 플라츠 커피는 매력적인 로스팅을 합니다. 물론, 훌륭한 생두를 선택하는 능력도 대단하고요. 하지만 상미기간이 지났음에도 훌륭하고 안정적인 향미를 뽐냈던 과테말라 라 라구나와는 달리 이번에는 식거나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느낌은 좀 아쉬웠습니다. 로스팅의 문제일지, 숙성기간의 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쉬움이 있는것은 사실이군요. 추출 변수에 따라 예민하게 변하는 커피들에 저는 여전히 100점을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플라츠 커피는 늘 평균이상의 맛과 감동을 전해줍니다. 아쉬움이 남지만 여전히 다음 로스팅과 생두 선택이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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