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밀라노의 오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숙소와 교통편을 전부 예약해두었기에 망설여졌지만, 이탈리아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스타벅스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여 당일치기 일정으로 밀라노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스타벅스가 호주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또다른 역사를 만들어낼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밀라노 카페투어를 가기 전에는 피렌체에 들렸고, 그곳에서도 몇 곳의 올드스쿨 카페를 들렸으나

연재 순서상 밀라노 카페들에 대한 소개가 우선되어야 할것 같아 먼저 글을 써봅니다.


처음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했을때만해도 스타벅스나 스페셜티 커피를 만날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가게 된 밀라노에서 우연히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를 만나게 됩니다.


스타벅스에 앞서 먼저 소개드릴 카페 '카페잘'입니다.


밀라노 여정을 계획하면서 스타벅스와 밀라노의 토종 카페들을 둘러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스타벅스로 가는 도중, 아주 우연하게 이 카페를 만나게 됐습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이라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식후에는 역시 커피죠. 이탈리아나 우리나라나 다 똑같은것 같습니다.


이렇게 깔끔하고 정돈된 카페를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만납니다. 놀란 토끼눈으로 브루잉 한 잔, 에스프레소 한 잔을 요청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스페셜티 커피라니, 말이 안된다고 하니 바리스타가 웃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플랫화이트도 있습니다. 이탈리안 플렛화이트라뇨. 


러시가 끝나고 바리스타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보통의 이탈리아 카페라면 꿈꾸지도 못할일이에요. 너무나 바쁘기도 하고, 바리스타는 고매하고 위엄이 넘치거든요.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사람들은 언제나 격의없이 손님들을 맞습니다.


궁금한것이 많았습니다. 우선 이탈리아의 카페에선 브루잉 커피를 팔지 않습니다. 에스프레소 메뉴가 전부입니다. 손님들이 놀라워하지 않냐고 물으니, 바리스타는 그렇다고 합니다. 


바리스타는 얘기합니다. 이탈리아의 젊은 사람들은 오래된 카페들에 신물이 났다고요. 퀴퀴하고 머신도 잘 닦지 않으며, 커피맛도 텁텁합니다. 관광객들은 물밀듯이 몰려오고 정신없이 후다닥 마시고 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죠.


밀라노는 유럽의 여러나라들과 꽤 가깝습니다. 그래서 패션과 금융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여러 유럽의 나라들과 미국에서 새로운 커피문화를 접한 밀라노의 젊은이들은 새로운 카페를 두 손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라고합니다.


신나게 대화를 하다보니 커피가 나왔습니다. 클린컵이 좋습니다.


커피에서 클린컵이라 하면, 생두의 품질을 대변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좋은 생두는 결점이 되는 맛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죠. 물론 로스팅과 추출도 중요하지만, 좋은 클린컵은 원재료가 좋아야 나올수 있습니다.


기존의 이탈리아 카페들은 로부스타를 사용합니다. 블랜딩에 로부스타를 사용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크레마의 양과 질이 증가합니다. 또 우유와 섞였을때 커피에 선명성을 부여하죠. 또한 로부스타의 독특한 향미는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의 캐릭터를 결정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격. 저렴하기 때문이죠.


한 잔에 1유로밖에 안하는 에스프레소에는 로부스타가 들어갈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최근에는 로부스타에 대한 편견을 깨고 양질의 스페셜티 로부스타가 생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고급 아라비카 커피에 견주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브루잉 한 잔을 먹고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니 바리스타가 이런 얘기를 합니다.


"이탈리안 에스프레소가 맛있다고요? 그렇다면 이정도 되는 양(약 40ml)으로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를 드실 수 있겠어요? 아마 텁텁하고 쓴맛이 강해 그러기 힘들겁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입니다.


밀라노에 오기전까지만해도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는 위대한 유산인줄만 알았거든요.


스페셜티 커피는 새로운 흐름입니다. 저는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을 두 가지로 둡니다. 하나는 추적가능성입니다. 내가 마신 커피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명백히 알 수 있어야 하죠. 다음으로는 프로페셔널입니다. 바리스타와 로스터는 물론 커퍼(커피를 맛보는 사람), 그린빈바이어(생두구매자), 농부, 물류담당자까지 전문인력이 개입해 최고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을 말하죠.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은 전문가들에 맡겨두자고요.


자 이렇게 본다면 스페셜티 커피의 흐름은 피할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도 요리라고 생각한다면 청결과 위생을 생각하고 재료의 신선함을 강조하는 스페셜티 커피는 모두가 환영하는 변화이기 때문이죠.


스페셜티 커피를 팔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직 에스프레소가 익숙합니다.


다만, 이곳에서 파는 에스프레소는 클린컵이 좋고 산미가 강해 사람들이 많이 놀란다고 해요.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설명해주면, 사람들은 금방 고개를 끄덕인다고 합니다. 그덕에 밀라노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공간이 많이 늘었고, 관련 행사들도 많이 열리는 편입니다.


직접 볶은 커피를 팝니다.


로마의 카페들과 달리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확실이 젊습니다.


그들과 간단하게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모두들 바리스타의 말에 동의하더군요. 쾌적한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문화는, 이탈리에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의 정통을 무시하자는게 아니에요. 이탈리안 올드스쿨 커피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일 뿐입니다. 어느정도는 서로 공존이 가능하기도 하고요. 


기센로스터입니다. 스페셜티 커피 로스팅에 자주 사용되는 로스터기도 하죠.


왼쪽부터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의 바리스타, 카페잘의 헤드바리스타 저 그리고 슬로바키아에서 온 커피 손님.


이들과 모두 카페에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오랜 커피문화부터 지금의 흐름까지. 시간가는줄 몰랐죠. 다시 돌아갈 피렌체와 로마에서 꼭 방문해야할 카페들의 리스트도 받았습니다.


이런, 그런데 다시 피렌체로 돌아가야하는데 시간이 없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두오모로 향합니다. 그리고 짜잔, 바로 그 옆에 있는 스타벅스를 발견합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호그와트에 비교하더군요.


전광판에는 지금 로스팅되는 커피들에 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블랜드가 아닌 싱글오리진(Single Origin, 단일 농장에서 재배된 단일 품종의 커피를 의미)를 처음 접합니다.


스타벅스는 이 부분을 고려하여 다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처럼 로스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은 물론이요, 브루잉과 싱글오리진 개념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고자 합니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 공급되는 커피빈들은 모두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볶습니다. 리저브 로스터리는 현재 미국 시애틀과 중국 상하이 그리고 이곳 밀라노 3곳이 전부입니다.


앞으로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에 추가로 리저브 로스터리가 세워질 계획입니다. 하지만 유럽-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이곳이 유일하기에 앞으로 유럽-아프리카-중동에 공급되는 리저브 원두들은 모두 이곳에서 공급될 예정입니다. 전초기지가 되는거죠.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더라도, 로스팅 프로세스나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이해를 갖춘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신들 고유의 문화에 매몰되어있어 더 많은 설명과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하여 이곳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은 커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물결이 이탈리에 잘 흘러들 수 있을까요.


매장은 시끌벅적합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밀라노는  2300㎡(평방미터) 의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지하 1층은 로스팅 팩토리와 화장실 

지상 1층은 리저브 파트, 일반 스타벅스, 원두판매공간, 베이커리 파트 등으로 구성되어있고

지상 2층은 바가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일반 메뉴들을 마실수 있는 스타벅스 파트의 줄은 엄청 깁니다.


반면 리저브 매장은 비교적 빠르게 커피를 주문할 수 있죠.


콜드브루 추출 툴이 보이고, 니트로 탭도 보입니다.


모드바(Modbar) 핸드브루 머신입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머신 이름을 모르더군요. 오히려 제가 머신에 대해 설명해주었더니 바리스타는 놀라는 눈치입니다. 


사실 이곳의 바리스타들도 이제 교육을 받고있는 입장이라 서툰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탈리아 스타벅스에 방문해서 실망했다는 분들이 있는데, 서비스 측면에서 이탈리아의 기존 카페들과 다른 분위기에 바리스타들도 적응중이라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스타벅스의 시그니처 머신이 되었죠. 오토 브루잉 머신 클로버가 보이고요.


리저브 매장은 이렇게 원두나 리저브의 콘셉트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을 해줍니다. 이탈리아에선 그 설명이 더 긴편이죠. 에스프레소 문화에 익숙한 손님들은 브루잉이 어떤것인지 좀처럼 알지 못하거든요.


일단 커피를 주문해봅니다. 


플라이츠&익스피리언스 (Flights & Experiences) 탭이 보여요. 브루잉을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메뉴죠.

저는 오리진 플라이트(14유로)로 주문했습니다. 이 탭의 메뉴는 모두 클로버로 브루잉한다고 합니다.


에티오피아와 브라질 그리고 판테온 블렌드가 보입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는, 각 매장의 콘셉트에 맞춰 한정 블랜드를 만듭니다. 상하이에도, 시애틀에도 그곳에서만 맛볼수 있는 커피가 있어요.


커피는 각각의 개성이 잘 살아있고, 클린컵도 좋았습니다.


사이폰도 보이고요. 바리스타와 얘기를 좀 더 나눴습니다. 이곳에서 일한지 얼마 안됐고, 브루잉도 배워나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자신도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며 많이 놀라지만, 이곳을 찾은 이탈리아 사람들도 못지 않게 놀라는 편이라고 합니다.


분명한건, 변화의 움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죠.



시음 테이블도 꾸준히 바쁘고요.


아이러니하죠. 커피의 출발점은 이곳인데, 스타벅스는 먼 길을 돌아와 이제야 이탈리아에 문을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몰려듭니다.


밀라노 한정 MD상품도 보입니다. (저는 여기서 돈을 꽤 썼습니다) 


2층 바는 비교적 한가한 편입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만 출입을 허용하기 떄문이죠.


이탈리아의 대부분 카페들은 칵테일을 함께팝니다. 그래서 영업시간이 길기도 하고요.


다른 지점은 아직 못가봤지만, 리저브 로스터리는 원래 바가 있다고 합니다. 밀라노의 바는 그래서 특별하다고 할 순 없지만, 이탈리아 한정 메뉴들이 있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그리하여 참지 못하고.


메뉴판을 펼칩니다. 원하는 각종 리큐르를 샷으로도 마실수 있고요


칵테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운데 맨 아래 메뉴, 로스터리 올드패션드와 블랙앤화이트 맨하탄이 밀라노 한정메뉴입니다. 


저는 바텐더의 추천으로 맨하탄을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할때부터 바텐더는 1:1로 서비스를 해줍니다.(바쁜경우는 예외)


나폴리에서 바텐더를 했다던 이 분은 스타벅스의 운영방침이 좋아서 이곳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오랜 이탈리아 바와 카페들보다 개방적이고 또 진심을 다하는 서비스가 매력적이라고 합니다.


물론 바쁜상황에선 서비스 질이 떨어질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항상 최선을 다해  고객을 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는, 양질의 재료로 최선의 결과물을 내고자 한다고 자랑합니다.


자 주조시작. 맨하탄을 만드는 과정은 똑같고요.


여기에 판테온 블랜드가 들어갑니다. 칵테일을 커피에 투과시켜 향과 맛을 입히는거죠.


물론 술이다보니 커피가 잘 녹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시간을 두고 커피를 투과시켜도 커피의 넘치지 않아 맛과향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술이 전부 추출되기를기다립니다.




자 완성


치즈와 올리브가 함께 제공됩니다.


스타벅스는 분명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술이 맛있어 한잔을 다 비우고 기념촬영도 했습니다.


한 명 더 추가합니다!


두 가지 뉴스가 있습니다.


올해 초, 스타벅스가 이탈리아 진출을 선언하면서 이탈리안 로컬 베이커리인 로코 프린치와의 협업을 발표했습니다. 얼마전엔 독립매장도 냈다고 하고요. 시간이 부족해서 베이커리를 자세히 둘러보진 못했지만, 베이커리 사업에도 본격 진출하는 스타벅스의 움직임이 주목할만합니다.

※ 관련기사 : http://fortune.com/2018/07/31/starbucks-princi-bakery-food-upscale/


다른 하나의 뉴스는 스타벅스의 유럽매장 축소입니다. 코카콜라가 코스타 커피를 인수하는등 유럽 커피시장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타벅스 또한 위기를 겪고있다고 합니다. 공격적으로 이탈리아 진출을 선언한 올해에 유럽시장에서는 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합니다.

※ 관련기사 : http://fortune.com/2018/10/19/starbucks-sale-european-operations/


한편으론 리저브 매장을 강화하면서 프리미엄 커피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는 계획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저런 뉴스가 있었지만, 현지에서 느낀 분위기는 꽤 고무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고집센 이탈리아 사람들이 쉽게 스타벅스를 받아들이지 않을거라 했지만,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오히려 변화를 반가워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다음편에는 피렌체의 올드스쿨 카페와, 스페셜티 카페 그리고 로마의 스페셜티 카페를 둘러보겠습니다. 저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밀라노에서의 여정이 이탈리아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Cafezal Torrefazione Specialty Coffee

Via Solferino, 27, 20121 Milano MI, 이탈리아

+39 02 6269 5506

월-금 0800 - 1800 / 토 0900 - 1800 (일요일 후무)


Starbucks Reserve Roastery Milano

Via Cordusio, 3, 20123 Milano MI, 이탈리아

+39 02 9197 0326

매일 070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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