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로마에 커피를 마시러 간다고 하면 세 군데의 카페를 추천해줍니다.


타짜도로, 산우스타키오, 카페 그레코입니다.


모두 판테온 신전과 스페인광장 등 로마의 대표적인 관광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위치해있습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로마같이 역사가 오래된 도시의 경우 이유야 어찌됐든 가봐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게 들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세 곳의 카페를 전부 방문했고, 이 카페들과는 비교적 거리가 떨어져(아마 이러한 이유때문에 3대 커피에 포함되지 못한) 있는 샤샤 카페 1919까지 포함하여 네 곳 모두 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임없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이탈리아에서는 '어딜가도 커피가 맛있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리뷰하는 카페들 말고도 지나가며 들른 카페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어땠냐고요? 음, 전부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결과물의 편차가 크지 않고 싸고 맛있는 커피를 만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도 잡설이 길었습니다, 지난번 타짜도로를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나머지 두 곳, 


산에우스타키오와


카페 그레코입니다.


본격적인 카페 투어에 앞서,


로마의 젤라또 명소 지올리티에 들립니다.


여기에서도 커피를 팔고있는데, 이날은 유독 커피를 많이 마셨고(또 마셔야 했기에)


젤라또만 먹기로 합니다.


이탈리아에 간다고 하니 다들 젤리또는 꼭 먹어보라고 합니다.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맛들을 골랐던것도 있지만 담백하고 적당이 달콤하며 질감이 살아있었습니다. 이후로 제가 젤라또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로마에서는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하지 않아 지칠때가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보이는 젤라또 집에 들릴정도였으니까요.


산에우스타키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왔던 카페라고 합니다. 스틸컷을 찾아보니 이 카페가 맞나 싶습니다만, 관광객이 끊임없는 걸로보아 그럴수도 있단 생각을 해봅니다.


바리스타는 엄청 바빠보여요. 쉴새없이 커피를 뽑아냅니다.


산에우스타키오를 상징하는 색깔이 노란색이라 그런지, 카페 어디를 둘러봐도 노란색 뿐입니다.


카페 맞은편에서 빵과 각종 식료품을 팔고있는 모습입니다. 샤샤 카페 1919와도 비슷한 광경이죠.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다른곳에 눈길을 돌리기보다 커피를 주문합니다.


저 또한 줄을 서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고요.


설탕이 필요합니까? 라고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이니 아예 설탕을 넣어줍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만, 또 이곳의 커피는 설탕을 넣어 꿀떡 삼키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조언도 있어서 별 저항없이 휘휘 저어봅니다.


산에우스타키오 커피는 크레마가 유난히 많습니다. 커피맛도 설탕이 아니었다면 크레마 맛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추측하기로서니, 로부스타의 함량이 꽤 많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설탕과의 조화는 최상입니다. 고소하고 달콤한게, 젤라또 저리가라입니다. 설탕을 뺀 커피의 맛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씁쓸하고 거친 느낌을 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가게보다 크레마가 유난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 잔을 포함하여 로마에서 4잔 이상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니 제 입맛도 변하는것 같습니다. 원래 커피가 이렇게 쌉싸름하고 거칠었다는 생각이 들기시작합니다.


역시나 칵테일 재료들이 같이 있고요,


모카포트가 노란색이니 참 예쁩니다. 잠깐 혹했습니다만 잘 참았죠.


지금은 쓰지 않는 로스터기가 가게 구석에 진열대처럼 쓰이고 있고요.


오래된 커피 추출 기구들도 보입니다.


관광객과 이탈리아인들이 정말 비오듯이 가게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이 가게를 나와 에스프레소 한 잔을 더 마셨으니 5잔. 저녁도 먹어야 하고 속도 쓰려오니 그레코를 찾아가는 일을 하루 뒤로 미룹니다.


다음날 첫 일정으로 스페인 광장을 찾았습니다. 명품샵들이 즐비한 거리에 그보다 더 고급스러운 모습으로 자리잡은 카페 그레코입니다.


광고에 나왔던 스페인 광장은 참 여유롭고 한적했는데, 이날은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카페 그레코를 찾았고요.


가게 정면을 예쁘게 찍고싶었는데, 사람들이 안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할 수 없었습니다.


로마의 3대 커피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고 합니다.


가게는 그만큼이나 고풍스럽고 오래된 멋을 풍깁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쏟아지는데 왜 자리가 비었느냐고요? 서서 먹는 가격의 약 4배정도를 지불해야 좌석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에스프레소를 기준으로 서서 먹는 경우 한 잔에 1.5유로, 앉아서 먹는 경우 7유로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 유명하다는 디저트를 먹고 또 멋진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과파이와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습니다. 영수증을 받아들고 바로.


레버 머신을 사용하는데, 어떤 머신인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사과파이가 먼저 나오고


분주하게 커피가 나간끝에, 제 차례가 돌아옵니다.


카페 그레코의 에스프레소입니다.


가게의 인테리어만큼이나 세련되고 또 캐릭터도 분명합니다. 산미도 꽤 느껴졌고요.



파이와 함께 먹어도 맛이 죽지 않아 좋았습니다.


맞은 편 베이커리는 이렇게 생겼고,


잔이나 각종 기념품을 팔고 있습니다.


다음에 찾아오면 앉아서 오랜 가게의 숨결을 꼭 느껴봐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로마를 떠나 피렌체로 향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짐을 꾸렸습니다.


아침 식사는 하고가야겠다 싶어 샤샤 카페 1919에 다시 들렀고,


지나가다(?) 카페 한 군데를 더 들렀습니다.


일 지안포르네이오(?)정도 되겠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방문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사람들은 영수증을 들고 바리스타에게 우르르 몰려듭니다. 마치 팬들이 스타를 쫓는것처럼 말이죠.


맞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바리스타는 수퍼스타에요. 싸고 맛있는 커피를 뚝딱하고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일리 커피를 사용하는걸 봤는데, 커피가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앞서 들렀던 오래된 카페들보다 세련됐달까요. 산미도 풍성하고 질감도 부드럽습니다.



만족스럽게 한 잔을 비우고, 피자도 한조각 포장해서 나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커피는 생활입니다. 분주한 출근길에 들러 크로아상 하나 물고 에스프레소 혹은 카푸치노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일을 하다가도 또 출출해지면 카페에 들르고, 점심시간에도 커피를 찾습니다. 어딜가나 카페는 북적이고, 바리스타는 끊임없이 커피를 뽑아대죠.


우리가 알고있는 커피의 개념과는 완전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는게 편할것 같습니다. 역사도 다르고 커피를 마시는 환경도 다르기에,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 또한 다를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탈리아의 그 방식이 가장 오래되었고, 많은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 커피를 추종하기 시작한 것이죠.


하지만 이탈리아가 아니라면 과연 이 맛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 표현하기 애매한데요, 마치 김치를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맛보는 느낌이라면 맞는 표현일까요. 이탈리아에 오기 전에 생겼던 궁금증이,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스타벅스가 밀라노에 처음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굳이 예정에도 없던 밀라노를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커피를 마시다보니 과연 이탈리사람들은 어떻게 스타벅스를 받아들일지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지는 얘기는 다음편으로, 이탈리안 커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스타벅스도 둘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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