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커피투어]


1월 26일부터 28일까지, 도쿄 카페들을 다녀왔습니다. 마루야마커피부터 시작해 블루보틀까지 3일간 총 12곳의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보다 유익한 포스팅이 되기 위해서는 각 매장의 역사나 현재의 위상등에 대해 말씀드려야 하나, 첫 방문이기에 상세한 정보수집이 불가능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일본 스페셜티 커피(를 비롯한 전반적인 커피 문화)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나름의 공부를 해 볼 생각입니다.




마루야마 커피

丸山珈琲 MARUYAMA COFFEE

주소 : 일본 〒106-0031 Tokyo, 港区Nishiazabu, 3−13−3

전화번호 :+81 3-6804-5040

영업 : 월-일 0800-2100

 

일본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대부, 마루야마 커피입니다. 동경에는 2개 지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루야마 커피를 추천해주신 심재범(오즈바리스타)님께서는 오야마다이에 있는 지점에 방문하셨던걸로 압니다. 하지만 저는 일정상 새로이 문을 연 니시아주부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마루야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아래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http://blog.naver.com/sjb135/220074812966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 이렇게 늦게 마루야마를 찾았으니, 부끄럽기만 합니다. 도쿄 메트로 롯폰기 역에서 내려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천천히 걸어 마루야마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첫번째로 이곳을 들른 이유는, 마루야마가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죠.



오야마다이 지점은 이보다 훨씬 작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넓고 쾌적하며 조용합니다. 직원들도 사뿐사뿐, 메뉴판을 건낼때도 작게 속삭입니다. 곧 이 자리들도 가득 찼으나, 그 어느누구 큰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커피 한 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샤자부 오리지날 블랜드를 주문했습니다. 직원이 직접 눈 앞에서 커피를 따라주었습니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저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초콜렛과 오렌지의 느낌이 우아하게, 라는 메뉴판의 테이스팅 노트가 한치의 오차도 없었습니다. 



사실 많은 스페셜티 커피 매장에 테이스팅 노트를 활용하고 있으나, 이처럼 확실하게 맞아 들어가는 경우는 많이 없었습니다. 로스터가 바라는 맛의 지향점이나, 그렇게 느껴주길 바라는 노트들이 들어있는 경우도 다반사였죠. 하지만 마루야마의 노트는 달랐습니다. 좋은 생두와 훌륭한 퀄리티 컨트롤,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경험이 가득 담긴 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다른 원두도 테이스팅하는 시간이라 이것저것 맛을 봤는데, 엄밀하고 완벽한 맛표현과 밸런스가 대단했습니다. 일본 스페셜티 역사를 30년이라고 얘기합니다. 미세하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커피 본연의 성질을 균형감있게 잡아내는 마루야마의 실력이 그 역사를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든 경지에 오르면 미세한 차이를 이루는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마련입니다. 마루야마 커피가 일궈낸 역사를 맛보면서 저는 다시금 일본 커피의 힘에 감탄했습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합니다. 마루야마는 언제고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가서 단 하나의 매장을 들러보라면, 제가 다녀온 범주 내에서는 마루야마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온니버스 커피

Onibus Coffee Nakameguro

주소: 일본 〒153-0051 Tokyo, 目黒区Kamimeguro, 2−14−1

전화번호:+81 3-6412-8683

영업 : 월-일 0900-1800





역시 심재범님의 추천으로 방문한 매장입니다. 도쿄에는 2개의 매장이 있고, 저는 나카메구로점에 방문했습니다. 도쿄 메트로 나카메구로역에 내려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면, 아담한 주택가들 사이로 문을 연 온니버스 커피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겨울임에도 도쿄는 따뜻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캘리포니아에 와있는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때마침 손님들도 전부 외국인이었습니다. 커피를 주문하면서 호주친구와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다락방에 올라서는 대만커플이 말을 걸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장을 나올때는 미국인 친구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더군요.



브루잉바입니다. 저 뒤편으론 디드릭 로스터가 있습니다.



카푸치노를 한 잔 시켜 다락방으로 올라갑니다. 받자마자 한모금 마셔봅니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카푸치노가 마음까지 평온하게 만듭니다. 카라멜의 달콤함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이따금씩 은은한 시트러스의 향미가 부족한 곳을 채워줍니다.



햇살 좋은 다락방은 편안한 오후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작은 매장에는 끈임없이 손님들이 몰려듭니다. 매장도 분주하고요.



매장은 열차가 지나가는 곳 옆에 있습니다. 차분하게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마지막 한모금을 마십니다. 일본인들이 해석한 스페셜티 커피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작지만 가득찬 카페였습니다. 



사루타히코 커피

猿田彦珈琲 Sarutahiko Coffee

주소 : 1 Chome-6-6 Ebisu, 渋谷区 Tokyo 150-0013 일본

전화번호 :+81 3-5422-6970

영업 : 월-금 0800-2500 / 토-일 0100-2500


도쿄 메트로 에비수역을 중심으로는, 가볼만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 많습니다. 한 정거장을 올라가면 시부야역이 있는데, 이 지역을 중심으로만 코스를 짜도 충분할 정도입니다. 제가 다녀온 코스의 대부분은 헬카페 권요섭 바리스타의 추천 루트입니다. 좋은 카페를 추천해준 권마담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수다를 떨기 위해 나와있는게 아닙니다. 매장에는 총 3명의 바리스타가 있는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세 명이 번갈아가며 카페 앞을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나눠줍니다. 또, 자주 방문하는 손님이 있으면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요. 다가가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수 있습니다. 좋은 커피를 준비했으니, 시간이 있으면 잠시 들렸다 가라는 제안에 사람들은 매장을 가득 채웁니다.



한 시간 정도 있었을까요. 좁은 매장에 사람들은 계속 이렇게 줄을 섭니다. 분주할법도 한데, 세 명의 바리스타는 마치 규칙이 있다는듯 빠르게 움직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앉아있는 손님들에게 새상품을 권하거나 커피를 소개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죠. 



바리스타의 추천에 따라 브라질을 주문합니다. 두종류의 브라질이 있었는데, 하나는 초콜렛 다른 하나는 과일의 풍미를 중심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초콜렛을 선택합니다.



첫 한모금은 희미하게 느껴지는 카카오의 단맛으로 시작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들이 가져온 차가운 공기로 커피는 이내 마시기 좋은 온도로 변합니다. 다시 한 모금을 마시자 화사한 단맛이 느껴집니다. 식을수록 달콤함이 올라오는 커피는 왜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오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우리 커피는 스페셜하고, 맛있으니 손님들이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커피를 알려줘야지, 그들이 더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최고의 한 잔을 선물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그들은 커피를 만듭니다. 문을 나서기전, 샘플로 맛을 보여줬던 클래식 블랜드를 테이크아웃 합니다. 복합적인 단맛과 쓴맛이 입안을 즐겁게 합니다.



커피 트램

Coffee Tram

주소 スイングビル 2F, 1 Chome-7-13 Ebisunishi, Shibuya, Tokyo, 일본

연락처 +81 3-5489-5514

영업 : 월 휴무 / 화-일 1000-1900 


에비수의 밤거리는 한가합니다. 조용히 근처 에비수 박물관에 들러 맥주 한 잔을 하고 카페 트램으로 향했습니다. 방문하는 카페에서 커피 얘기를 할때마다, 그곳의 바리스타들은 '카페 트램'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 또한 어떤 정보도 없이 트램의 간판을 마주했습니다.



트램은 통돌이 로스터로 자가배전을 하는 카페였습니다. 오후 7시면 바 트램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엘라 피츠제럴드의 음악이 나옵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손님과 또르르르 물따르는 일에 집중하는 바리스타 사이에 자리를 잡습니다. 가장 진한 데미타세를 시키고 천천히 매장을 둘러봅니다.



어두운 카페 안, 조명 하나에 의지하며 바리스타는 융드립을 시작합니다. 적막속에 핸드드립을 지켜보다, 다시 메뉴판을 훑어봅니다. 커피 한 잔을 즐기러 온 사람들을 위해 되도록이면 소음을 내지 말아달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복합적인 단맛과 농도에 비해 산뜻한 바디가 인상적인 커피 한 잔이 나왔습니다. 에스프레소 두 잔 분량의 커피는 천천히 식을수록 가볍게 날아가듯 입안을 향기롭게 적십니다. 앞서 대여섯잔의 커피를 마셨음에도 부담없이 목을 넘어갑니다. 한 모금 그리고 또 한 모금. 정말 맛있네요, 라고 말하자 바리스타는 말이 없습니다.  못들었겠거니 생각하며 혼자 멋쩍게 웃었는데, 커피 내리는 일이 끝나자 내 앞에 찾아와 정중하게 인사하며 감사하단 얘기를 합니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씩 마시며 아주 천천히 잔을 비웠습니다. 시계가 7시를 가르쳐 갈 때 즈음, 중절모를 쓴 바텐더가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간판을 바꿔달기 시작합니다. 음악은 여전히 엘라 피츠제럴드의 것입니다. 오늘 하루, 정말 다양한 동경의 커피신을 목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브커피 재팬, 신주쿠 역
ヴァーヴ コーヒー ロースターズ シンジュク ステーション

VERVE COFFEE ROASTERS SHINJUKU STATION

주소 일본 〒151-0051 Tokyo, 渋谷区Sendagaya, 5−24−55 NEWoMan新宿

연락처 +81 3-6273-1325

영업 : 월-일 0800-2200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를 기반으로한 지역 로스터리 버브입니다. 산타크루즈의 매장과 미국 서부 지역의 몇 개 매장, 그리고 일본 신주쿠역에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도쿄의 겨울은 따뜻했습니다. 한파를 겪다가 이곳에 도착하니, 마치 캘리포니아에 온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밝고 경쾌한 간판과 인테리어는 버브커피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빠르게 커피를 주문하고 매장을 둘러봅니다. 커피의 특징을 한껏 뽐낸 패키지가 인상적입니다. 이곳의 바리스타 말에 따르면 원두는 항공배송으로 2일이 소요되며, 산타크루즈와 거의 동일한 컨디션으로 제공된다고 합니다.



매장의 한쪽 벽에는 '커피는 과일이다'라는 얘기를 적어두었습니다. 메뉴판에도, 원두 판매대에도 그들의 커피가 어떤 과일의 향미를 품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가득합니다. 주문한 에티오피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카푸치노를 마시고 싶었으나, 바리스타는 한 잔을 마실거면 에티오피아를 마시라고 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레시피를 따라 커피를 내립니다. 사실, 일본에서 가장 불편했던것은 의사소통이었습니다. 일본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니, 가는 매장마다 손짓 발짓을 동원해야 했었죠. 하지만 버브커피의 바리스타들은 모두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합니다. 덕분에 커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한참이나 일본 커피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백합과 자두, 복합적인 향미라는 테이스팅 노트를 그대로 따릅니다. 마루야마에서도 그랬고, 일본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카페들은 정교하게 설계된 로스팅을 통해 완벽한 테이스팅 노트를 구사합니다. 버브의 경우 미국 현지 로스팅 원두를 사용해 사정은 다르겠지만, 추출에서 이를 잘 구현해낸다는 측면에서는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사카, 쿄토, 후쿠오카에서 올드스쿨 중심의 카페투어를 했었을때는 일본의 스페셜티 커피가 이정도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특히 마루야마에서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정교하고 섬세하고 완벽한 맛의 구현은 마루야마의 부단한 노력과 깊은 역사에서 우러나오는 힘에서 기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든 경지에 오른 상태에서 한 단계 성장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일이죠. 쉽게 비유하자면 오디오나 카메라를 들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서, 특별함을 찾거나 미세한 변화를 주려고 한다면 여태껏 들였던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만족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스페셜티 시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스페셜티 역사속에서, 어쩌면 이제 막 싹을 움트기 시작했음에도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이죠. 하지만 비슷하게 따라잡았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뉴욕과 도쿄의 스페셜티가 인상깊었던 것은 도시와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한 카페 문화 혹은 커피 컬쳐였습니다. 도쿄의 경우 오랜시간 자신들이 쌓아왔던 고유의 커피문화가 있지만, 이를 무너뜨리지 않고 스페셜티를 들여와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신주쿠 카페들에 대해 소개할텐데, 카페투어 내내 저는 이 신구의 조화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일본의 근현대사를 닮았달까요. 일본의 커피는 카페를 찾은 많은 이들의 발걸음, 도시의 역사와 함께 깊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편에는 산겐자야 노지, 옵스큐라, 문팩토리(앨리펀트) / 시부야 사테이 하토우, 라이온 리뷰로 도쿄 카페투어를 이어가겠습니다. 마지막편에는 긴자 람브르 / 신주쿠 블루보틀을 둘러볼까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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